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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는 단지 1회적인 관람에서 벗어나 한 영화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역할도 크다. 하나의 텍스트를 질문과 대답, 논쟁 속에서 해석하고 완성시켜나가는 행위. 그 행위는 감독·배우를 비롯한 영화인과 일반관객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더 강해진다. 일방적인 보여주기가 아니라 같은 호흡으로 상호소통이 이루어지는 열린 관계이기 때문이다. 2003전주국제영화제는 26일 11시 아카데미 아트홀 3관에서 '런 어웨이 피스톨'의 람 와춘(감독)·왕천춘(배우)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모두 40여회에 걸친 Q&A를 통해 관객과 소통을 시도한다. 올해도 디지털로 제작된 영화나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인 경우가 많다. 전주국제영화제의 Q&A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무대. 감독 혹은 배우와의 만남을 갖고 싶은 티켓 없는 영화팬들은 영화가 끝나는 시간을 기다리거나 메인 무대에 마련되는 관객과의 대화를 주목해볼 필요도 있다. 안내를 맡은 자봉이나 영화제 홈페이지를 살피면 Q&A 일정을 알 수 있다. 전북대 문화관(4.27 14:00)에서 상영되는 '여섯 개의 시선'의 여섯 감독과 덕진예술회관(4.27 17:00·5.1 14:00)에서 상영되는 디지털 삼인삼색의 세 감독과의 대화는 놓쳐선 안 된다. 전북대 문화관(4.28 14:00)에서 상영되는 '보리울의 여름'의 Q&A와 프리머스2관에서 상시적으로 열리는 '한국단편의 선택' 감독들도 마찬가지. 역대 영화제를 통해 보여준 Q&A에서 질문은 대략 3∼7개 정도였고 시간은 10분 안팎이었다. 특별한 경우 20분을 넘긴 예도 있었지만 상영시간에 쫓기는 영화제 특성상 많지는 않았다. 때문에 사회자의 두 번째 권유가 있기까지 쉽게 손을 드는 경우가 없는 것을 고려해 영화를 보기 전에 미리 예상질문을 만들면 감독·배우에게 첫 번째 질문을 할 수 있는 영광도 있을 것이다. 다행인 건 지금까지 영화제를 찾은 해외 게스트의 경우 일정에 쫓겨 서두르는 경우나 자신의 영화에 흥미를 느끼는 관객을 내팽개치고 떠나는 강심장도 없었다는 점. 올해도 Q&A 본래 일정을 마치고 몇몇의 관객과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감독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영화를 '보는 것'에서 '만드는 것'으로 처음 접해본 디지털필름워크숍 4개팀, 아직은 어설프고 수줍은 영화감독·배우들과의 만남은 관객이 가장 편하게 느낄 수 있는 Q&A다. 영화를 만들고픈 열정을 직접 실현한 이들에게 들어보는 영화 만들기의 허와 실은 국제영화제가 주는 색다른 매력이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국제영화제라는 특성상 Q&A가 갑자기 변경·취소되기도 하고 없던 일정이 생기기도 한다는 점. 그만큼 꼼꼼히 확인하고 참가해야 한다. -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올해 감독 독립영화 감독전에 선정된 네 명의 감독 중 오점균 감독과 유상곤 감독에게 이메일을 통해 질문을 던졌다. 주류 영화에 관습대신 대안의 미학을 선택한 이들은 짧은 답변을 통해 영화에 대한 명료한 자기 인식을 보여준다. 그 내용을 가감없이 그대로싣는 이유다. * 유상곤 감독(36)은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와 동대학원 졸업하고 프랑스 영화학교 E.S.E.C과 C.L.C.F.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표류'(9분·1996) '길목'(16mm·18분·1997) '체온'(35mm·8분·1998) '부적격자'(16mm·17분 15초·2000) '이른 여름, 슈퍼맨'(35mm·15분·2001) '바디'(35mm·23분·2002) 등을 연출했다. * 오점균 감독()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과정 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초촌면 신암리'(16mm·26분·1997) '미안해'(16mm·21분·1996) '단풍잎'(16mm·25분·1999) '만수야, 그동안 잘있었느냐'(16mm·24분·1999) '비가 내린다'(35mm·21분·2001) 등을 연출했다. 독립영화제작소 '알'소속. △ 혈액형/취미/가족관계/대표작품유 → B형/술마시기/아내와 아들/'이른 여름, 슈퍼맨'오 → AB형/할 시간 없음(원래는 바둑이었으나 3∼4년 동안 둔 적 없음. 4급 정도)/아내와 아들(초등 6학년), 딸(초등 5학년)/'미안해''비가 내린다'△ 영화에 뛰어든 계기? 유 → 제일 재밌는 일 같아서(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오 → 원래 설치미술을 했었는데, 대중성이 그리웠다. △ 한국에서 독립영화를 하는 감독들의 현실을 짧은 문장으로 표현하면?유 → 허전한 아름다움….오 → 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감독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현실화시키기에는 아직 멀었다.(배급 시스템의 문제, 국가적으로 자원 낭비이다)△ 감독의 역할외 하고 싶은 역할은?(강조하고 싶은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의 특징과도 상통한다)유 → 편집자(나 혼자 이런저런 짓을 다할 수 있어서)오 → 편집자△ 영화 제작 스타일은?(주로 표현하는 형태 등)유 → 건조한 하지만 사람에 대한 애정은 버리지 못하는….오 →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되, 모든 스텝들의 창조성이 존중되는 권위적이지 않은 촬영장 분위기.(정신적 해방구 같은 창작 공동체를 꿈꾸지만 잘 안 된다)△ 인터넷·TV·잡지·일반 책·대화 등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매체는? 유 → 대화와 가만히 있는 것오 → 신문, 일반 책△ 영화 철학은? 유 → 나도 좋고 관객도 좋다면….오 →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예술적 계몽영화를 만드는 것△ 영화적 상상은 어디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또 사회라는 범주와 현실에서 가능한 범위는? 유 → 끝이 없어라. 그것은 시간싸움일 뿐이다.오 → 영화적 상상력은 끝이 없으나, 그것은 사회적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일 때 만이다.△ 영화의 소재(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가(어떻게 떠올렸나)유 → 대화와 가만히 있다가...오 → 생활하면서 소재를 찾으려고, 촉각을 긴장시키고 있다. 좋은 소재가 있으면 메모해놓고 잊어버린다. 주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시간은 새벽에 잠에서 깨서 20분 정도 뒤척일 때이다.△ 연기자 섭외는 어떻게 하는가? 연기의 최고치를 끌어내기 위해 하는 일은?유 → 작품에 대해 깊게 생각하다보면 적격인 사람이 느껴진다. 연기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 오 → 영화 속 주인공의 실재 생활과 가깝게 사는 사람들 중에서 감성이 있는 사람 중에 찾았다. 캐스팅 되면 인간적으로 그들과 최대한 친해진다. △ 음향선택은 어떻게 하는가. 유의할 점은?유 → 작품에 대해 깊게 생각하다보면 적격인 음악이 느껴진다. 대신 사람들이 영화적인 음악이라고 말하는 것에 주의할 것오 → 음향은 나도 공부를 많이 해야되는 부분인데, 훌륭한 소스를 만들어서 믹싱에서 창조적으로 작업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너무 원론적인 말이지만…) △ 제작비용이 가장 적게 든 작품과 가장 많이 든 작품, 구체적 비용은? 유 → 표류(250만원)/이른 여름,슈퍼맨(3,000만원)오 → 미안해(270만원)/비가 내린다(2,300만원)△ 상업영화에 대한 생각은? 제작할 의도는 있는가?유 → 현재 '페이스'(태원 엔터테인먼트 제작)라는 호러-스릴러 작품을 준비중이다. 5월초에 크랭크 인오 → 대중성 때문에 영화를 시작했으니 극장이라는 공간을 이용해야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상업적 장편 영화 준비 중.△ 좋아하는 영화의 장르적 경향이나, 좋아하는 감독, 인상깊은 작품?유 → 굳이 장르별로 애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감독은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와 베르너 헤어조그. 인상깊은 작품은 안드레이 루블레브-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뱀파이어의 무도회-로만 폴란스키오 → 장르보다도 미풍양속을 깨뜨리는 작품은 모두 좋아한다. 왜냐하면 예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미풍양속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좋아하는 감독은 이마무라 쇼헤이. 인상깊은 작품은 <우나기>,<나라야마부시꼬>, <나막신나무>, <펄프픽션>,<부기나이트>, <이투마마> 등.△ 독립영화를 제작하며 얻은 소득이 있다면? 소득에 대한 해석은 자유롭게.유 → 변화로운 사고와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로 얻는 기쁨 오 → ①내 자신이 인간적으로 많이 성숙해졌다. ②가난해졌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미니멀한 삶을 살게 된 것.△ 한국의 독립영화에 구체적인 희망이 떠오르는가. 어떤 희망인가.유 → 저변의 확대는 좋은 작품과 좋은 환경을 만들 것이다. 오 → 독립영화인이 많아졌다. △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유 → 인내심과 겸손함 그리고 솔직함오 → 사회의 흐름을 정확히 볼 수 있는 예리한 눈과 생각한 것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집요함△ 지역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 한마디? 유 → 나 역시 그랬다. 부산에서. 표현하는 일 자체에 대한 기쁨으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오 → 저도 지방 출신인데요, 서울과 차별화 되는 그 지역에서만 나올 수 있는 소재와 발상이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신선한 아이디어를 찾아서 거기에 맞는 제작 시스템으로 만들면 참신한 영화가 나올 거라 믿습니다. △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유 → 전주영화제의 다양한 작품수용은 곧 역사성을 가질 것이다. 오 → 대안 영화를 지향하면서 A급 영화제를 꾸려나가고 있는 전주 영화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광범위한 영화 예비인력들이 독립영화 진영으로 진입하고 있다. 인디 팬들을 들뜨게 하는 작품도 속속 등장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독립영화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진일보하며 문화지형도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영역으로 자리잡았고 또 다른 상업영화의 전략이 되었다. 96년 독립영화인들에 의해 탄생한 인디포럼에 독립영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사회변혁을 꿈꾸는 다큐멘터리와 단편들 이외에도 코믹한 독립영화들과 실험영화, 독립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고 노선은 좀더 분명해졌다. 이때부터 자본과 제도로부터 자유롭고 이데올로기에서도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스러운 독립영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제작지원 프로그램이 등장해 제작비 일부를 수혈을 받게 됐고 디지털의 대중화로 비롯된 독립다큐 진영의 확산은 물론 저예산 장편영화도 가능해졌다. 35mm로 제작된 상당수의 단편이 장편영화를 넘어서는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해외영화제에도 대거 진출하고 있다. 독립영화의 현재는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근래 내용과 형식에서 파격적인 새로운 작품들이 제작되고, 다양한 공간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순수 아마추어 독립영화인을 꿈꾸는 이들도 일정한 성과를 꾸려내고 있다. 세상의 흥망성쇠는 곡선으로 움직이는 것. 올라가면 내려오기도 하고 넘치는 곳이 있으면 부족한 곳도 있게 마련이다. 현재 독립영화계는 너무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면서 딱히 무엇이라 규정을 내리기조차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심지어 정체성을 위협받고 있다는 자성도 심심찮게 들린다. 소위 '독립영화의 정신'이라고 칭하는 것을 영화로 보여주는 작품을 쉽게 만날 수 없는 현실 탓이다. 독립영화인들이 지녀야할 진정한 명제는 '시대에 따라 독립영화의 겉모습이 변하더라도 그 밑바닥 정신만은 이어지고 지켜져야 한다'는 것.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주목한 '한국단편의선택'은 지난해에 이어 한층 더 심도 있게 한국 단편 영화의 흐름을 진단하고 있다. 이 섹션은 전주국제영화제 비평가위원회(문학산·맹수진·유운성·이명인·이상용 이상 5명)가 선정한 한국단편영화들을 비경쟁으로 소개하는 것으로 비평가위원회가 주목하는 경향에 따라 작품선정이 이루어진다. 선택된 작품은 모두 20편. 올해 비평가위원회는 90년대 후반이후 꾸준한 작업을 통해 대안 영화의 미학을 제시해온 4명의 독립 영화 감독과 젊은 감독들의 자의식, 폭력에 접근하는 디지털영화의 경향, 여성영화의 자기발견, 그리고 독립 영화에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악몽의 정체에 주목했다. 비평가위원회는 "우리가 주목하는 경향이 독립단편영화의 현재를 완벽하게 재현해낼 수도 없고 선정된 20편의 영화들이 한국단편영화의 대표성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 깊이 있는 독립단편영화의 현재를 진단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디지털과 독립영화 감독전97년, 지하창작집단 '파적'을 이끌고 나타난 김정구 감독은 그해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라는 파격적인 설정의 단편영화로 지리멸렬해진 독립영화를 열렬히 자극했다. 독립영화계는 '드디어 뭔가가'하는 충격과 흥분에 휩싸였다. 등이 붙은 샴쌍둥이의 애증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묘사한 '샴·하드 로맨스'에서도 기이하지만 매혹적인 한 폭의 로맨스를 완성했다. 독립영화 감독전은 이처럼 90년대 후반에 등장해 주류영화의 관습을 거부하고 대안의 미학을 제시해온 김정구 감독을 비롯해 독특한 실험이 이색적인 '빛속의 휴식'으로 서울독립영화제2002에서 CJ상을 수상한 채기 감독, 오점균('초촌면 신암리''생산적 활동')·유상곤('길목'·'체온') 감독의 작품을 통해 독립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담론을 얻어낸다. 디지털은 그 시대 또래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것. 자기발언으로 유효한 디지털 매체의 미덕과 자극적인 소재를 손쉽게 다룰 수 있는 한계를 진단해서 디지털의 다양한 정서에 접근해 보는 것이 이번 선택의 핵심이다. 자기발언에 유효하고 동시에 자극적인 소재를 손쉽게 다룰 수 있는 디지털의 특성은 독립영화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과감한 도전과 폭넓은 상상으로 만들어진 원(ONE) 감독의 '바다를 간직하며', 도내리 감독의 '과부아 상태에 빠지다', 박명랑 감독의 '미안합니다', 이창석 감독의 '빨간 모자'를 통해 이 시대 디지털 매체의 경향에 중점을 둔 디지털의 정서를 만나본다. □ 한국단편의 소재와 여성영화"좋아하는 사람하고만 했어?” 소연이 난데없이 지은에게 묻는다. "성 경험이 있다고 하면 어린애로 안 보겠지.” 소연의 고민은 자신이 짝사랑하는 고등학생 준형이 자신을 어린애 취급한다는 것이다 ……. 성장기 소녀의 내밀한 비밀일기를 담은 신은영 감독의 '레슨'이다. 여성감독들이 만드는 영화는 주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 일상으로부터의 구속, 남녀관계, 모녀관계, 가족관계에 대한 조망, 초경·임신 등 여성의 몸에 대한 섬세한 관찰, 여성의 독립, 여성의 역사, 가부장적 사회와 남성성의 전복,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본 일상 등 여성의 시각에서 다뤄지는 사회적 문제와 모순된 관습이 주는 심리적 부담을 여성의 감성으로 진지하고 섬세하게, 때로는 재기발랄하게 다뤄졌다. 일상과 내면을 넘나드는 중년 여인의 고단한 하루를 그린 정희성 감독의 '이효종씨 가족의 저녁식사'는 일상의 억압을 그린 작품이다. 이외에도 안주영 감독의 '여름 이야기', 강지이 감독의 '미친 김치' 등을 통해 여성영화의 현재와 가능성 모색한다. 이들 감독들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독립단편영화 세대교체를 이끌어가고 있고 있다. 마지막으로 독립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악몽의 정체를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바라보고자 마련된 이 코너는 '평범하기'로 싱가포르영화제에 초청됐던 강경훈 감독의 '기억, 발꿈치를 들다'를 비롯해 고호빈 감독의 '맹', 심용성 감독의 'Hair Man', 정서경 감독의 '전기공들' 등을 만날 수 있다.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2003 전주국제영화제가 뜻깊은 기획을 시작한다. 필름메이커스 언제나 아마 발견과 생성을 축복하고자 했던 전주국제영화제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대개 국제영화제들에 초대된 감독들의 자리는 '영웅적인 저자(author)'의 자리이다. 요컨대 그것은 탁월한 작품을 창조한 '천재'이거나 혹은 그에 미치진 않더라도 그 개념의 자장 내부에서 고유한 인격을 내세운다. 영화는 언제나 집단적인 협업의 노동과 수다한 기계적 공정을 거치는 생산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예술의 목록에 자신을 등재하기위해 위험한 도박을 감행하였다. 영화는 예술이기 위해 예술가라는 주체를 소망하였고 그것은 얼마간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의 위대한 저자로서의 작가는 영화의 역사가 영화의 물질적 현실을 제거하면서 얻어낸 전과였다. 그런데 작가라는 위치에서 영화를 둘러싼 물음을 묻는 것은 사실 바보스런 짓이다. 그 자리는 이미 설정 자체로부터, 영화를 둘러싼 물음을 진부한 문답에 가두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능한 주체처럼, 작가를 영웅의 만신전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그의 개별적인 자질, 그가 주고받은 영향의 흔적, 그의 자기 동일성을 구성하는 어떤 일관된 핵심을 찾아 대화를 나누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감독과의 대화가 이뤄지는 자리가 유인하는 폐쇄된 대화의 함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마련한 필름메이커스포럼은 아마 그런 대화의 공간을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필름메이커스포럼에서 초대한 감독은 닝잉과 플로랑스 페레이라 바르보사이다. 닝잉은 지난 해 전주국제영화제가 <희망의 철로>라는 다큐멘터리 작품을 통해 소개했던 감독이다. 또한 연전 <아이 러브 베이징>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 관객을 만나기도 했다. 반면 생소한 이름의 감독인 바르보사는 그다지 과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관객들에게는 많이 낯선 감독이다. 그러나 그녀의 필모그라피와 연보를 통해 짐작컨대 전주에서 그녀와의 해후는 뜻밖의 놀라운 기쁨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두 감독과 어떤 대화를 나눌지 미리 기약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쩌면 두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자신의 관념의 표현으로 볼 수밖에 없는 관객의 무의식을 비웃으며, 상상할 수 없는 위치에서 발언할지도 모른다. 대화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기억으로 내면화되지 못한 타자의 의외성을 초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만이 대화를 진부한 나 안의 그/그녀로 전락되지 않은 그/그녀의 낯섦에 눈뜨게 만들어준다. 대화는 그럴 때만 하나의 '사건'이 되어 서로를 변신시키도록 한다.전주국제영화제의 필름메이커스포럼으로부터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바로 이런 사건의 도착이다. 그것이 도착함으로써 우리는 자신과 영화의 만남에서 기억되었던 영화의 정체성 그리고 그에 대한 지식과 쾌락을 변경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럼 이번 필름메이커스포럼에서 우리가 걸 수 있는 기대는 무엇일까. 두 감독은 서로 호환될 수 있는 영화의 세계에서 동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북경 삼부작'으로 알려진 닝잉의 극영화들과 또 그녀가 참여하고 기록한 다큐멘터리 작품들은 1990년대 이후 중국 사회의 변화가 빚어낸 새로운 사회적 주체성을 주시한다. 그것은 사회주의적 국민이라는 균질적인 주체의 공간 바깥에서 자기(self)의 삶을 시작하게 된 새로운 주체이다. 그런 점에서 닝잉의 작품은 5세대와 6세대의 감독들 사이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5세대의 감독들은 아버지-마오쩌뚱-중국으로부터 독립하여 자기 삶의 선택과 자유를 추진하려 했고, 그래서 그들을 지배했던 에토스는 아버지의 망각이자 거부였을 것이다. 반면 6세대는 6세대는 더 이상 작별의 강박관념에 시달리지 않는다. 마치 역사의 부채로부터 자유로운 듯 그들은 지금 여기의 북경과 상하이, 도시와 빈곤, 록큰롤과 자전거, 텔레비전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닝잉은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섭렵한다. 그녀는 자신의 시대를 이야기화하는 자기 세대 특유의 서사적 관례와 거리를 둔 채 그것과 동일시하기를 극구 꺼린다. 이야기-쓰기가 역사에 대한 공통의 사회적 의식과 주체를 만드는 작업이라면 바르보사 역시 이로부터 불편한 거리를 유지함에 있어 다르지 않다. 바르보사의 작품의 이력이 알려주듯 그녀는 이야기-쓰기에 금욕적인 태도를 보인다. 영화로부터 자기 시대의 진실을 추궁하려고 하는 한 영화는 대개 역설적으로 빈곤에 빠져든다. 영화의 화면은 사회의 지배적인 도상을 반복하고, 이미지는 미디어스케이프 안에서 머뭇거리며, 언어는 유행가 가사처럼 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바르보사는 그런 영화의 빈곤과 대적하며 영화를 풍요롭게 바꾸어낸다. 그녀가 주목하는 것은 영화가 갖는 가장 탁월한 능력, 즉 표상에 포박되지 않은 세계를 드러내는 능력이다. 그녀의 영화가 분명히 스토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이야기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고, 그 이야기들은 질식하리 만치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야기의 범람 속에서 정작 세계로부터 멀어진다. 이야기는 세계와 대면하는 '다른' 길을 지워버렸고, 우리는 헨젤과 그레텔처럼 자신이 걸어온 삶의 길의 흔적을 잃어버린 채 방황하고 있다. 바르보사는 그 길을 다시 찾도록 속삭여줄지 모른다.감독과의 대화는 거북한 만남이다. 우리는 그가 제출한 수수께끼를 풀어야하는 난처한 처지에 몰린다. 그러나 그 수수께끼는 정답을 찾아냄으로써 풀려버리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감독은 세계를 제시하지 않고 세계를 수수께끼로 만드는 수고를 마다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세계를 괄호치고 감독은 그 세계를 읽는 다른 이미지를 제출한다. 그리고 대화는 시작된다. 필름메이커스포럼에서 우리는 자신의 언어를 조심스럽게 더듬거리는 감독과 만날 것이고, 감독이 자신의 언어를 향해 느끼는 불안한 고독을 덜어줄 것이다. 우리의 대화는 감독이 바라본 세계와 흔쾌히 화해할 수 있거나 아니면 그와 불편한 질의를 나눌 수 있다. 그러나 필름메이커스포럼은 그런 자리여야 옳다. 영화가 더 이상 대화를 포기했을 때 영화는 깊은 잠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필름메이커스포럼이 영화의 잠을 깨우는 자리이길 기대해마지 않는다./서동진(연세대 성공회대 문화이론 강의/서울 퀴어아카이브 프로그래머/한국 시네마테크협의회 이사)-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2003영화제 공식 포스터에는 '자유 독립 소통'의 의미가 담겨 있다. 붉은색과 푸른색 두 종류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전주의 이미지와 젊음·역동·새로운 시도 등 전주국제영화제의 디지털적 이미지를 아우른 작품이다. 붉은색 포스터는 눈을 형상화했고 전주국제영화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표현했다. 푸른색 포스터는 사람들에게 친근한 천사의 모습을 그려 전주의 전통문화와 도회적인 느낌을 동시에 담았다. 천사는 실제 천사이기인 동시에 영화제를 바라보는 여러 사람들을 대표하는 상징. 천사가 찍고 있는 곳은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재인 풍남문과 주변의 전통한옥지구이며, 세 개의 빛은 자유, 독립, 소통으로 영화제 슬로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CI그래픽전문회사 '컨티뉴' 김병철 대표와 한국 프뢰벨에서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중인 김삼현씨가 기획·제작했다.김병철 대표는 "수많은 색의 편린을 통해 영화제 슬로건을 표현했고, 영화제에서 보여줄 많은 영화들의 단편들 즉, 필름의 형상을 단순화해 각 영화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소개했다.공식포스터는 일반 홍보용 이외에도 한정판 보존용 아트포스터로 제작돼 초청 감독의 사인을 받아 영화제 기간에 판매할 계획이며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돼 있다. -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영화제 내내 24시간 예매가 가능한 인터넷은 전주국제영화제(www.jiff.or.kr)와 인터파크(www.ticketpark.com) 홈페이지에서 신용카드·현금(온라인입금)·JIFF패밀리카드·티켓파크 전자결제 수단을 통해 가능하다. 전화 예매는 1일까지며 번호는 '15441555'번이다. 신용카드 결제는 하루전 오후 5시까지, 온라인 입금은 이틀전 오후 5시까지 입금해야 한다. 입장권은 임시매표소에서 예약번호와 신분증을 확인한 후 수령할 수 있다. 임시매표소에선 현장 예매와 티켓 발급이 모두 가능하다. 보통 10시부터 20시까지 운영되지만 전북대문화관은 심야 상영에 한해 자정까지 운영된다.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지프광장(쇼핑센터'메세지'주차장)과 전북대문화관, 덕진예술회관, 게스트라운지(메인무대 앞 스타일리스트 3층·Academy ID카드 소지자를 제외한 ID카드 소지자 전용) 등에 설치되며, 결제방법은 신용카드·현금·JIFF패밀리카드·ID카드 등이다.(문화상품권 사용 불가)개·폐막작과 일반 상영작은 1매당 5천원이며 '전주불면의 밤'과 공연이 포함된 '전주 소니마주'는 1만원이다. 영화제 기간 내내 원하는 시간에 입장권으로 바꿀 수 있다. 입장권은 예매한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취소할 수 있으며 상영 하루 전까지 가능하다. 인터넷·전화는 17시까지, 기타 예매처·임시매표소 등은 해당 운영시간까지 취소 가능하다.(단, 티켓을 발급 받은 예매자는 임시매표소에서만 가능) 24일까지는 10%, 25일부터는 20%의 취소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JIFF패밀리카드 회원은 수수료 없음) 영화제측 사정에 따라 상영취소, 상영시간 변경, 상영이 지연된 경우 폐막일까지 임시매표소에서 100% 환불된다.매진이 됐다고 해도 영화의 세계에 푹 잠길 시간은 있다. 역대 영화제를 보면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을 통해 표를 교환하거나 같은 값에 팔려는 네티즌도 있었고, (상영 당일 입장권 취소 불가능하기에)상영관 앞에서 구입한 표를 판매하려는 마음 급한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부당 가격 거래자 신고 112) ※ JIFF패밀리카드를 이용해 예매를 하면 할인된 가격(1만원에 일반상영작 3편)으로 티켓을 구입할 수 있고 예매방법도 간단하다. 또 영화제 기간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가맹점을 이용할 수 있다. -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전주시민영화제, 골방영상제, 전북여성영화제, 전주인권영화제, 퍼블릭액세스 전주시민영상제, '꿈틀'영상제, 레스페스트 디지털영화제…… 근래 전주에서 열린 민간 차원의 소규모 영화·영상제다. 전주국제영화제를 계기로 전북에선 다양한 성격의 영화·영상제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하필, 봄·가을에 집중되는 아쉬움도 있지만 사그락 사그락 하는 것을 어찌하랴. 선두에 선 영화제는 올해 3월 말 세 번째 항해를 마친 전주시민영화제(전주단편영화협회 주관). '지역에서 영화 만들기'의 가능성을 넘어 이제 '지역에서 영화하기'를 십분 보여주고 있다. 또 이들의 작지만 알찬 시도는 지역의 영화인력과 작품 창출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봄은 영화를 미술의 연장선에서 바라보는 골방영상제(전주서신갤러리 주최)로 시작됐다. '실험영화'와 '아트애니메이션'을 뼈대로 한 영화제다. '오늘 흘린 땀방울이 미래 명함이 된다'는 공익광고 문구처럼 미래 영화인을 꿈꾸며 카메라를 맨 청소년 영화광들의 영화잔치도 열렸다. 도내 중·고교생이 만든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꿈틀'영상제(전주 덕진청소년문화의집 주최)와 우석청소년영화제(우석대 연극영화학부 주최). 청소년들의 영화창작 욕구를 고취시키기 위해 마련된 영화 축제다. 특히 우석청소년영화제는 대학생들이 만들고 고등학생들이 참여하는 '청소년 영화 잔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바람 끝이 매서운 가을의 끝자락은 세계 각국의 인권 상황을 알려온 전주인권영화제(도내 5개 시민사회단체 주관)와 시청자주권 향상을 꾀하는 퍼블릭액세스 전북시민영상제(전북민언련 주최)가 계절의 사색을 되살렸다. 시민의 후원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돼 온 인권영화제는 관련자들이 구속·수배되는 등 그 자체가 한국 사회 인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첨예한 인권적 이슈. 시민영상제는 시민들에게 미디어 제작 기회를 제공하고 퍼블릭엑세스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도와주기 위해 기획된 전국 규모 영상제다. 전북여성영화제(전북여성단체협의회 주최)도 3일 간의 여성영화 축제로 펼쳐졌다. 지구촌 다양한 문화권에서 만들어진 세계 여성영화를 보면서 여성의식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도록 꾸며진 자리다. 또 군산에선 정신지체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이해를 돕기 위한 정신건강영화제(군산시보건소·군산의료원 공동주관)가 열려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2001년 개최한 후 지난해 잠시 숨을 고른 영화제는 레스페스트 디지털영화제(레스페스트코리아 전주사무소 주관), 호러영화제(호러존동호회 주최), 북한영화제(전북통일연대 주관), 청소년인권영화제(갑오농민혁명계승사업회 주최) 등이 열렸다. 또 홍지문화공간의 '홍지영화마당'과 한솔문화공간의 '영화초대석', 아중문화의 집의 반전영화제·가족영화제 등 문화공간이 주최하는 영화마당도 시민과 함께 했다.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올해 수여하는 상은 모두 3개.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 부문에서 아시아의 정신을 구현해 영화의 폭과 깊이를 넓힌 작품을 선정하는 '우석상'(부상 미화 10,000달러)과 '디지털 스펙트럼' 부문에서 기존의 경계를 뛰어넘어 디지털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이 담긴 작품을 선정하는 '디지털 모험상'(부상 미화 5,000달러), '시네마 스케이프' 부문에 상영된 장편영화 중 관객들에게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을 관객들의 투표로 선정하는 'JIFF최고인기상' 등이다. 인기상은 부상으로 전주를 상징하는 기념품을 수여한다. 지난 대회에서 우석상은 2002년 '형'(얀얀막·홍콩), 2000년 'M/OTHER'(스와 노부히로·일본)가 수상했고 2001년에는 '정오의 낯선'(아피차퐁 위라세타쿨·태국)과 '이것은 나의 달'(아소카 한다가마·스리랑카)가 공동 수상했다. 디지털 모험상은 2002년 '엔젤 역 출구'(블라디미르 미할렉·체코), 2000년 '폭동(존 아캄프라·영국)가 수상했고 2001년에는 '쾌락과 히스테리에 관하여-벨기에인의 성생활 제4편'(얀 버쿼이·벨기에)과 '언제나 변함없는 여왕'(토드 버로우·미국)이 공동 수상했다. 또 그 해에 '특별언급'으로 '컷팅'(페터 미소튼과 브람 스메이어스·벨기에)이 거론됐다. 1회와 2회대회까지 '전주시민상'이란 이름으로 시상했던 'JIFF최고인기상'은 2002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미야자키 하야오·일본), 2001년 '북경자전거'(왕 샤오수와이·중국), 2000년 '오디션'(미이케 다카시·일본)이 수상했다. 2회까지 시상했던 '온고을 단편영화상'은 2001년 '오후'(장명숙·한국), 2000년 '가위'(이기철·한국)가 수상했다. -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02년 시도별 극장관객 및 매출액 현황'에 따르면 전북이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 63.3%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위다.(전국 평균 48.3%) 이 흥미로운 통계의 배경엔 영화 촬영지로 다시 부상한 전주·전북의 오늘이 한 몫을 했다. 전북는 한국전쟁 이후 최초로 제작된 영화'탁류'(1954·이만홍)를 제작한 도시(군산)였을 만큼 영화제작과 인연이 깊다. 이강천 감독의 영화 '아리랑'(1954)'격퇴'(1956)'피아골'(1955)도 전주 완산칠봉과 지리산을 배경으로 했다. '애수의 남행열차'(1963·강중환)는 전주 오목대, '수학여행'(1969·유현목)은 군산 선유도다. 서울도 아닌 지방도시에서 영화제작이 자생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세계영화사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70∼80년대를 거쳐 90년대를 지나며 이 지역은 영화 제작과 멀어지는 듯 했다. 물론 그때도 '남부군'(1990·정지영)이 순창 구림면에서 촬영됐고 '영원한 제국'(1995·박종원)은 고창읍성, '약속'(1998·김유진)은 전주 전동성당, '투캅스 3'(1998·김상진)는 군산 외항, '내 마음의 풍금'(1999·이영재)은 고창 고수면 조산분교에서 촬영되는 등 끈은 줄곧 이어졌다. 금강 하구둑 갈대밭을 배경으로 한 '공동경비구역 JSA'(2000·박찬욱)을 붙잡고 21세기 고개를 넘어서며 전주의 영화역사는 빠르고 풍성하게 복원되고 있다. 2001년 4월 발족한 전주영상위원회가 '이것이 법이다''재밋는 영화''질투는 나의 힘' 등을 시작으로 촬영 지원에 나서면서 그 동안 전북의 빼어난 풍광과 특징적인 공간에 주목하고 있던 영화인들의 발길이 잦아진 것이다. '하얀방'(임창재)은 한국 소리문화의 전당과 전주멀티미디어지원센터에서, '2424'(이연우)는 김용택시인이 근무하고 있는 마암분교와 월드컵 경기장·전주 서신동 일대·임실경찰서에서, '별이 빛나는 밤에'(엄현수)는 전북대병원과 덕진종합경기장 일대, '클래식'(곽재용)은 전주 성심여고와 원광대, '해안선'(김기덕)은 부안군 위도와 전북대 주변상가, '색즉시공'(윤제균)은 원광대 기숙사와 전북대병원, '품행제로'(조근식)는 군산 중앙여중, '재밋는 영화'(장규성)는 옛 공업전문대 운동장과 군산 외항·하구둑 갈대밭·남원 광한루 등을 촬영지로 달궜다. '광복절 특사'(김상진)는 전주공고 자동차과 실습실 뒤에 8억원 규모의 교도소 세트를 만들어 '오수교도소'라 이름 붙였고, 설경구·차승원씨는 군산교도소·오수역·웨딩거리(전주 경원동)를 휘저으며 이곳을 영화제작의 거점으로 만들었다. 'YMCA야구단'(김현석)은 전주향교 대성전을 1백년전 YMCA회관인 태화관으로 바꿨다. 영화 속 배경인 1905년 대한제국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전주3공단·임실 운암면 선거리 등에 대규모 오픈 야외세트를 짓기도 했다. '굳세어라 금순아'(현남섭)에 출연한 배두나씨는 "내 남편 내놔!”를 외치며 전북대 앞 대학거리를 아예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초인지대'(박기형)는 강진면을 필름에 담았다. '보리울의 여름'(이민용)에는 천주교 전래역사의 성지인 수류성당과 화율초등학교, 귀신사 등 김제의 여름 풍경이 그대로 담겨 있다. 군산 외항 어시장에 제작판을 벌여놓은 '난 나'(장길수)와 고창읍내가 오밀조밀한 '해적 디스코왕 되다'(김동원)의 풍경도 눈길을 모은다. 한일 합작영화인 '라운드 원'(야마다 다이키)은 전주를 일본에 알리는 홍보도우미 역할을 했다. 대사에도 "전주로 갑시다”라는 말이 포함돼 있고 풍남문과 전주코아리베라호텔 등이 여과 없이 보여진다. 또 전북대 앞과 전주시의회 부의장실, 아중리 C술집에서 야외촬영분을 마무리했다. '화성으로 간 사나이'(김정권)도 전주 교동 한옥집, 도청 등을 마지막 촬영지로 택했다. 지난 3월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는 옛 전주공업전문대학에서, '빅하우스 닷컴'(엄현수)은 전북대병원에서 크랭크인했다. 전주시청과 시의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중앙시장, 익산보석박물관 등에서 촬영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전주에서 크랭크인한 '살인의 추억'(봉준호)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주·전북이 영화촬영지로 다시 주목받는 것은 멀지 않은 거리에 오밀조밀한 산과 들이 있을뿐아니라 고풍스러운 전주향교와 한옥지구, 젊음의 거리로 표현되는 전북대학교 부근과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까지 다양한 영상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도청 건물은 지난 52년 건축된 청사건물이 일제시대 경찰서 분위기와 흡사(?), 주로 옛 경찰서와 관공서 등으로 적합하기 때문에 헌팅 대상으로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 전주영상위원회와 전주시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전주에서 90%정도 촬영된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감독 송경식)는 전주시와 영상위원회의 도움으로 실제 윤락가인 전주 선미촌에서 촬영해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각 행사장은 셔틀버스로 연결돼 있어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붉고 하얀 'JIFF'플랑이 휘감고 있는 버스가 영화제 셔틀버스다. 정기운행노선은 이른 10시부터 늦은 7시 10분까지 5분∼5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코스는 ①덕진예술회관 ②전북대문화관 ③코아호텔 ④영화의거리(F-Sharp) ⑤고속터미널 ⑥전북대문화관 ⑦덕진예술회관특별운행노선은 각 노선별로 2회 운행된다. △ 사랑방노선 ①사랑방 ②덕진예술회관 ③전북대문화관(9:45/12:15) △ 리베라호텔노선 ①리베라호텔 ②영화의 거리 ③전북대문화관(10:00/10:30) △ 심야사랑방노선 ①영화의 거리 ②전북대문화관 ③사랑방(22:30/22:40) 하지만 전주의 복잡한 교통사정과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를 고려한다면 자전거를 타고 여유를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 자전거 대여점(상호/위치/대여수/1일 대여료/연락처)① 삼천리자전거 금암대리점(금암동 태평양수영장 앞/30대/7,000원/063-252-4321)② 덕진코렉스자전거점(덕진동 원대 한방병원 부근/30대/7,000원/063-275-7987)③ 호반자전거바이텍(덕진동 원대 한방병원 앞/30대/7,000원/063-272-6796)④ 자전거할인마트(삼천동 풍남중 부근/30대/7,000원/063-228-5777)⑤ 태평코렉스자전거점(태평동 동양아파트 사거리/30대/7,000원/063-277-3904)-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전주에 오긴 왔는데…, 어디부터 가야하나.”"전주는 음식의 고장이라는데… 뭔가 근사한 음식 없을까. 싸고 맛있고 배부른….”"지금 이 시간이면 어디서 어떤 이벤트를 하고 있을까.” …… 궁금하면 안내부스를 찾아가면 된다. 'JIFF'라는 붉은 띠를 두른 하얀 천막. 그곳에 가면 샛노란 미소의 자원봉사자들이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상영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부대행사 안내, 티켓 예매 상황 등 영화제 관련 소식과 전주에 대한 이런저런 얘깃거리도 접할 수 있다. 안내부스가 있는 곳은 전북대문화관과 덕진예술회관, '영화의 거리' 지프광장(쇼핑센터'메세지'주차장) 등 영화제 곳곳. 또 외지방문객을 위해 인천영종도공항·서울역·전주역·전주고속버스터미널·코아리베라호텔·코아호텔·관광호텔 등에도 영화제 안내창구를 마련했다. -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광에서 인심 난다” 각종 생활용구 및 재화 등을 보관·저장하는 광은 한국의 재래 가옥에서 필수적인 생활공간이자 부대시설. 곳간·창고와 기능은 유사하지만 광은 저장하는 품목이 종합적이라는데 차이가 있다. 2003JIFF가 광을 활짝 열었다. 영화제 현장에 광의 독립된 형태인 광채, '지프광'을 설치해 커다란 배낭을 이고 지고 떠밀고 다닐 외지 관객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고안해낸 서비스센터. 쉽게 말해 짐을 맡아주는 곳이다. 보관증은 화투패 팔광. 편안한 마음으로 팔광을 쪼이며 근사한 영화 세 편, 삼광을 찾아 '삼팔광땡'의 행운을 누리라는 의미다. 전북대문화관 로비와 '영화의 거리' 지프광장(쇼핑센터'메세지'주차장) 두 곳에 설치되며 10시부터 20시까지 운영된다. 보관료는 없다. 관객과 JIFF·자원봉사자들의 두터운 신뢰가 담보다. -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唯德自成隣이라유덕자성린오직 덕만이 스스로 이웃을 만든다.당 나라 사람 조영(祖 )이 쓴 〈청명연유랑중별업(淸明宴劉郞中別業:청명일에 유랑중의 별장에서 열린 잔치에 부쳐)〉이라는 시에 나오는 말이다. 대개 '덕(德)'을 '득(得)'이라고 푼다. 덕이란 다름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얻어서 내 안에 쌓여 있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그렇게 풀이하는 것이다.내 안에 많이 쌓여 있으면 그 쌓인 것은 자연스럽게 밖으로 퍼져 나가게 되고, 밖으로 퍼져나간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때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덕을 베풀게 된다. 그런 사람을 일러 우리는 덕인(德人)이라고 한다. 이러한 덕인(德人)은 베푸는 것이 있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이 모여든다. 덕(德)이 이웃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덕을 베푼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내 안에 쌓여 있는 것이 있을 때 가능하다. 마치 꽃이 많은 향기와 꿀을 가지고 있을 때 비로소 벌이나 나비들이 모여들듯이 말이다. 우리 주변에는 유난히 사람을 많이 끌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그만큼 세(勢)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세는 덕을 바탕으로 한 세가 있는가 하면 힘을 바탕으로 한 세도 있다. 덕을 바탕으로 한 세는 힘을 잃어도 존경이 남지만 힘을 바탕으로 한 세는 힘을 잃으면 그 날로 끝이다. 존경 대신 원망과 분노가 폭발한다. 무너지는 후세인의 동상을 통해 우리는 그것을 보았다. 특히, 지도자는 덕이 이웃을 만든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唯:오직 유 德:큰 덕 隣:이웃 린
영상도시 전주가 다시 영화잔치를 연다.2003전주국제영화제가 25일 오후7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개막식과 함께 문을 열고 다음달 4일까지 열흘간의 봄나들이를 시작한다. 잔칫상은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을 비롯, 전북대 건지아트홀과 덕진예술회관·프리머스 2관·프리머스 3관·씨네시티 코리아 1관·아카데미 아트홀 3관등 7곳에 차려진다. 또 덕진공원 야외상영장에서는 '지구를 지켜라'와 '품행제로'등 최근 개봉됐던 우리 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네번째를 맞는 올 행사는 일주일에서 열흘로 잔치일이 늘었고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티켓예매율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지난해 처음 선보여 인기를 모은 'JIFF패밀리 카드' 회원도 4천3백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따라 개막 하루전인 24일까지 지난해 같은기간의 2배가 넘는 3만여장의 티켓이 예약된 것으로 알려졌다.인기배우 문성근·문소리씨의 사회로 진행되는 개막식에는 개막작 '여섯개의 시선'을 제작한 감독·배우들과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신상옥·최은희·강신성일·안성기·박중훈씨등 유명 영화인들이 대거 참석, 별들의 잔치를 만들어낸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여섯개의 시선'은 정재은 임순례 여균동 박찬욱 박진표 박광수 등 한국 감독 6명이 제작한 인권영화다.우리 사회 속에 만연해 있는 다양한 '차별'을 각기 다른 여섯 감독의 시선으로 접근, 장애인과 여성, 어린이, 외국인 노동자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삶을 통해 '일그러진 사회구조'를 비판한다. 성범죄 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그 남자의 事情'(정재은)부터 미모 중심으로 이뤄지는 취업 실태를 고발하는 '그녀의 무게'(임순례),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이 일상 속에서 겪는 13가지 에피소드를 그린 '대륙횡단'(여균동), 장례식장 주차장 여성매표원과 운전자 사이의 사소한 시비를 통해 외모에 대한 편견을 지적하는 '얼굴값'(박광수) ,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문제에 시선을 고정한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박찬욱), 영화공화국이라 불려지는 우리 사회의 병폐와 아동의 인권침해를 꼬집는 '신비한 영어나라'(박진표)까지 6개의 작품이 궁극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차별'이다. '여섯 개의 시선'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 지원한 '인권 프로젝트'.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 운동의 일환으로 추진한 이 프로젝트는 이현승 감독이 제작을 총지휘했으며 참여 감독에게는 5000만원의 제작비가 지원됐다. 이감독은 "인권이란 소재가 자칫 계몽적으로 흐를 여지가 있지만 감독들이 계몽주의에서 탈피해 다양한 형식과 스타일로 만들자는 데 동의해 이루어진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도 곧 개봉될 예정이다.
'여섯 개의 시선'에 참여한 감독들이 '인권'문제에 함께 주목하면서도 서로 다른 내용과 형식으로 제작해낸 영화는 20분 안팎의 짧은 단편. 그러나 뚜렷한 예술적 색채 만큼이나 서로 다른 개성은 여섯편의 옴니버스식 영화에 그대로 담겨져 더욱 강한 메시지로 전달된다. 개막식에 참석하는 여섯명 감독들을 이메일을 통해 먼저 만났다.이 영화 제작의 중심에 있던 박광수 감독. 사회현실과 역사성을 꾸준히 탐구해온 박감독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영화 제작 자문을 받았다. 그 때 생각으로 단순히 홍보용보다는 예술성을 갖춘 감독들이 제작한다면 극장에서 개봉할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이 영화제작을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참여 감독들은 모두 박감독이 추천했다. 제작 동기도 다양하다. 박진표 감독은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 대신 막차를 탔다"면서 대선배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허영심'(?)이 용기를 줬다고 말했고, 여균동 감독은 '외투'와 '컴퓨터' 같은 이전 작품 덕분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주제의식은 '인권'에 맞추어져 있지만 그 통로는 다양하다.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외모나 사적인 만남에 치우쳐 있다는 현상을 지적하고 싶었다. 결혼과 취업 뿐 아니라 사소한 사적 만남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내면보다는 겉모양만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짙다."임순례 감독은 외모 때문에 가해지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고, 박진표 감독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장래가 결정되는 어린아이들의 문제, 아이도 느끼지 못하고 그걸 강요하는 부모나 사회도 인식하지 못하는 아동인권침해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에서 담아내는 차별을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가하는 유형 무형의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장애인 문제를 고발하는 여균동감독은 '광화문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영화 마지막 장면'을 통해 '차별'은 엇박자 같은 돌진이라고 설명했다. 단편 작업은 참여감독들에게도 특별한 체험과 흥미를 안겼을터."현실에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고 소통이 가능한 방식이 단편의 매력"(여균동) "시간이 제한된 만큼 효과적인 표현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박진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력(?)이 없어서 행복했다"(박찬욱)고 이들은 답했다. 한국영화의 한복판에 서있는 감독군들인 만큼 짧은 기간동안의 외도와는 별개로 준비하고 있는 작업이 화려하다. 박광수 감독은 지난해 촬영하지 못했던 영화 '방아쇠' 제작 준비와 시나리오를 집필중. 박찬욱 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에 이은 또 하나의 극악무도한 복수극 '올드보이'를 최민식 유지태와 함께 준비하고 있고, 임순례 감독은 비밀(?)리에 준비중인 시나리오를 올해안으로 마무리해 내년 상반기 중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죽어도 좋아'의 박진표 감독도 후속작업을 준비 중. 휴먼 코미디 속에 멋진 사랑이 녹아있는 '브라보 내인생'이 뒤를 잇는다. 여균동 감독은 반대로 실향민의 고향방문기를 다룬 슬픈 코미디 '비단구두(사가지고 오신다더니)'를 준비하고 있다.여섯 감독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 전주영화제레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하나같이 이렇게 답해왔다. "대안 영화가 중심이 되는 전주영화제만의 색깔을 지켜가라. 그래야 사랑 받을 수 있다."
열흘동안의 온고을 영화잔치 2003전주국제영화제가 25일 오후7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서 그 막을 연다. 올 개막식은 전년도에 비해 개막작 상영위주로 최대한 간략하게 엮어냈다는 점이 특징. 우선 사회자가 게스트들을 일일이 소개하지 않고 스크린을 통해 참석자들이 식장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한다. 또 국악위주로 진행됐던 식전공연을 생략한 점도 눈에 띈다.이날 개막식 무대의 첫 스포트라이트는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이소정씨가 받게된다. 축가 2곡을 부를 예정인 이씨는 영화 '봄날은 간다'와 '뮬란' OST에 참여했으며 '드라큘라(Dracula)'·'미스 사이공(Miss Saigon)'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10분동안의 간략한 축하공연에 이어 행사를 진행하게 될 사회자는 영화배우 문성근씨(49)와 문소리씨(29). 최근 '노사모'를 탈퇴하고 본업인 영화계 복귀를 선언, 화제를 불러일으킨 문성근씨는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에서 박광수 감독의 '빤스 벗고 덤벼라'를 통해 전주를 찾은 인연이 있다.또 '오아시스'의 여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진 문소리씨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으로 데뷔한 연기파 배우. 지난해 청룡영화상 여자신인상과 베니스영화제 신인배우상을 수상, 국내·외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사회자의 소개를 받아 김완주 조직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영화제 개막을 선언하고 민병록 집행위원장이 개막 축하인사로 축제의 도시를 찾은 영화인들과 시민들을 맞을 예정이다.이어 무대위의 화제는 곧바로 개막작인 옴니버스 영화 '6개의 시선'으로 옮겨간다. 사회자의 소개로 개막작 제작을 총지휘한 이현승감독을 비롯, 박광수·박진표·박찬욱·여균동·임순례·정재은씨등 7명의 감독과 지진희·변정수·이설희씨등 주연급 배우 10명이 무대인사를 한다.전주 영화잔치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은 오후 7시40분께부터 1시간 50분동안 상영된다.
2003전주국제영화제가 우리나라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북한영화를 상영한다.북한판 '타이타닉'으로 불리우는 '살아있는 영혼들'(감독 김춘송·2000년 제작)로 29일 오후 8시 프리머스3관과 5월 2일 오후 2시 전북대 삼성문화관에서 두차례 상영된다.북한영화 상영을 은밀히 추진해온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집행위원장 민병록)는 당초 북한영화 5편을 상영할 계획이었지만 이라크 전쟁 등의 여파로 북한이 난색을 표명, 불가피하게 1편만 상영하게 됐다고 밝혔다.'살아있는 영혼들'은 국내 배급업체인 나래필름에서 수입한 영화로, 조직위가 북한영화를 섭외하다 발굴한 작품. 1945년 일제에 의해 조작된 '우키시마마루호'침몰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로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되어 일본에 끌려갔다가 해방후 돌아오는 길에 무참히 죽은, 그래서 죽어서도 죽지못한 '살아있는 영혼'들에 대한 생생한 현장 검증을 담고 있다. 어설프지만 다양하게 시도된 컴퓨터그래픽을 엿볼 수 있는 등 북한 영화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이다.이번 상영을 계기로 전주영화제가 북한영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창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도 올해 상영이 무산된 북한영화를 소개하는 회고전을 내년에 마련한다는 구상이다.민병록 위원장은 "최근 조선예술영화소가 영화를 29일까지 전주에 보낼 수 있다고 밝혀왔지만 문광부 심의 등 절차가 최소 3∼4주가 소요되기 때문에 올해는 상영하지 못한다”면서 "조선예술영화소와 교류를 추진, 나머지 영화에 대한 상영권을 확보, 내년에 회고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입을 추진했던 북한 영화는 '최학신의 일가'와 '도시처녀 시집와요' '청춘이여!' '청자의 넋'등 모두 4편이다.
전주로 전주로…. 영화도시 전주에 은막의 스타들이 몰려온다.올 영화제기간 축제의 도시를 찾는 영화인들은 역대 최대 규모. 또 지명도면에서도 중량감이 더해졌다는 게 영화제 사무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선 개막작인 '여섯개의 시선'을 제작한 이현승·박광수·박진표·박찬욱·여균동·임순례·정재은 감독과 지진희·변정수씨등 주연급 배우들이 개막식 무대에 오른다. 또 홍보대사인 신애씨와 '블루'의 신현준·김영호, '지구를 지켜라'의 신하균·백윤식, '국화꽃 향기'의 장진영, '남자 태어나다'의 이승현씨등 영화제 상영작 배우들이 관객들과 만난다.이와함께 안성기·최민식·박중훈·이미연·이영하·장미희·윤양하·엄정화·이정재·유지인씨등 내로라하는 주연급 배우들과 인기가수 강타·신혜성씨도 개막식에 자리를 함께한다.또 영화인인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과 임권택감독·정일성 촬영감독·신상옥·최은희씨 부부, 강신성일·남궁원씨등 영화계 인사들도 개막식에 모습을 보일 예정.영화제 인사로는 부천국제영화제 김홍준 집행위원장과 원혜영 조직위원장, 이혜경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서동진 서울퀴어영화제 프로그래머등이 발걸음하고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도 전주를 찾는다.국제영화제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해외 게스트들도 많다.우선 지난해 '상하이 패닉'으로 전주를 찾은 '웰컴 투 데스티네이션 상하이'의 앤드류 청 감독(중국)과 '한쪽 날개로 날다'의 아소카 한다가마(스리랑카), '미안해'의 토가시 신 감독(일본),그리고 다큐멘터리의 거장 츠치모토 노리아키 감독(일본)과 장 클로드 루소 감독(프랑스)이 눈길을 끈다.배우로는 '런어웨이 피스톨'의 왕춘춘(홍콩)과 '두개의 초상'의 엘즈비에타 피에카츠(폴란드)등이 관객들 앞에 선다.이밖에도 알랭 잘라도(프랑스)·도로시 베너(독일)·가린 누그로호(인도네시아)·고바야시 마사히로(일본)·아네트 쉰들러(스위스)등 해외영화인들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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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전하는 '조화와 공존'⋯관현맹인전통예술단, 아리랑 세상에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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