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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제사람들 - 프로그래밍 어드바이저 도성희씨

“부산의 흥분됨과 전혀 다른 전주라는 도시의 안정된 분위기는 전주와 시민들의 풍경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중국영화 프로그래밍 어드바이저 도성희씨(37,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강사)는 중국 영화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이들의 작품, 통일적인 완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다.”고 소개했다.“중국영화는 수준(?) 차이가 크다고들 말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다양한 세계와의 연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숨어 있는 매력을 놓치는 것이다.”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로 꾸준히 활동해온 그는 ‘한국에서 중국 영화에 대한 이해가 가장 넓고 깊은 사람’으로 통한다. 연세대 중문과 재학시절 “북경거리에서 화려하면서도 촌스러운 사람들의 행렬, 그사이에 남루하게 인민복을 걸친 이들과 함께 만들어 낸, 초라한 인파의 풍경에 대한 관심”이 그를 ‘중국영화통’으로 만들었단다. “모든 영화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그는 개인적으로 ‘감성을 건드리는, 시청각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한다.올해 초청된 중국 감독들은 그가 가능성을 주목하며 추천한, 이를테면 중국의 떠오르는 감독군이다.“분명 무엇인가를 발휘할 사람들이지요. 올해 인연으로 훗날 이들이 다른 작품을 만들었을 때 가장 먼저 전주라는 도시에 초청되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전주영화제는 독립·대안·실험 영화들이 많은데 이런 단어로 표현되는 영화들과 축제와의 결합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는 그는 “더 다양하고 구체적인 이벤트를 구성하고 다른 방식으로 모색해 영화라는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축제가 탐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양한 축제가 존재하는 이곳 전주에서 영화제가 성공하는 길은 ‘영화’라는 매체만으로 축제를 만드는 고집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영화라는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지요.”그의 전주영화제에 대한 시각도 남달랐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5.01 23:02

[2002 전주국제영화제] JIFF, 독립영화의 창구로 나서다

영화 예비인력들이 독립영화 진영으로 진입하고 있다. 인디 팬들을 들뜨게 만드는 작품들도 속속 등장한다. 독립영화는 문화지형도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영역이며 또 다른 상업영화의 전략이 되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독립영화의 창구로 나선 것은 이제 새롭지 않다. 3회까지 이어지는 동안 전주국제영화제는 줄곧 독립영화와 그들의 정체성을 주목하고 있다. 올해 역시 세계적 흐름을 주도하는 독립영화들이 뒤를 잇고 있다. 올해 전주영화제가 아시아 독립영화포럼에 선보인 영화는 21편. 디지털 섹션에 포함된 작품까지 합하면 상당한 양이다. 올해 전주영화제는 파격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보다는 인간존재 본연의 문제와 현실에 주목하는 영화들을 선택했다. 이 두 경쟁부문은 영화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또하나의 창구랄 수 있다. 올해 영화제를 찾은 각국의 감독들을 통해 그려지는 독립영화의 지형도는 더욱 흥미롭다. ‘왕수선의 여름’의 리시지안 감독(중국)은 “중국에서 독립영화의 개념은 한국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며 “중국당국에서 가하는 압력은 매우 구체적이고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중국의 독립영화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보다 힘들게 자본을 구해 만드는 영화를 말한다.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독립영화의 제작이 가능하다” 고 말했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 사회주의적 성격을 가진 국가는 대체로 국가의 지원으로 영화를 제작해왔기 때문에 독립영화의 개념은 반체제영화라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물론 각국의 영화정책과 문화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개념은 정확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허 젠준(중국·나비의 미소)은 “이제 중국영화는 지상과 지하로 표현되는 것보다 자본의 독립과 자생으로 구분하는 것이 옳다. 독립영화도 이 범주로 나뉜다”고 말했다.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팜 누에지앙(베트남 잃어버린 계곡)감독은 “국가 지원 없이 영화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그러나 한국독립영화는 아시아권에서 가장 폭이 넓고 의미도 크다. ‘한국단편의 선택:비평가주간’에 초청된 ‘바르도’의 윤영호 감독은 독립영화를 “주어진 여건에서 만드는 영화”라며 “영화라는 비싼 매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정이 따른다. 그래서 ‘상징’이 많이 사용되고 주변에 다뤄지지 않는 낯선 소품들을 우선 생각한다.”고 말한다. ‘숨바꼭질’의 권일순 감독은 “진정한 그 시대 또래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제 디지털의 실험은 독립영화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켜가고 있다. 미국 독립영화계의 대모라 불리는 크리스틴 바숑이 말한 “독립영화는 디지털영화다.”는 선언적 정의는 디지털이 누구나 영화감독이 될 수 있도록 했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전주에 모습을 보인 각국의 독립영화 감독들도 대부분 언더에서 독립영화 집단이 생성되고 있고 디지털 등의 보급으로 그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에 동의했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5.01 23:02

[2002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 미래 독립영화가 이끈다

‘인디영화’로 불리는 독립영화(獨立映畵·independent film)는 기존 상업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 제작된 영화다. ‘독립’이란 자본과 배급망의 독립. 세월이 바뀌기 전까지는 사법검열을 포함한 일체의 정치·제도의 독립까지 포함한 개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한국의 독립영화는 뉴욕의 인디영화나 일본의 자주영화 또는 실험영화나 작가영화와는 전혀 다른 토대의 역사 위에 서 있었던 것이다. 독립영화는 디지털의 보급만큼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각국의 독립영화에 대한 개념은 그 나라의 정치·사회 분위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한국의 독립영화는 시대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 80년대 초반에는 외국의 실험영화나 단편영화들을 모델로 삼았고 80년대 후반, 부문운동이 성장하면서 영화운동도 함께 성장한다. 그래서 조영각 감독은 “사회·정치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한국의 독립영화는 80년대가 그 출발”로 본다. 90년대에 들어서는 체제 저항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었다. 또 비디오 매체의 등장은 다큐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 대표작이 지금껏 회자되는 ‘상계동 올림픽’(김동원·1988). 이후 노동운동과 독립영화 운동의 성과가 집결된 장편독립영화 ‘파업전야’(장동홍·1990)가 탄생했다.96년 독립영화인들에 의해 탄생한 인디포럼에 독립영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사회변혁을 꿈꾸는 다큐멘터리와 단편들 이외에도 코믹한 독립영화들과 실험영화, 독립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으며, 노선은 좀더 분명해졌다. 이때부터 자본과 제도로부터 자유롭고 이데올로기에서도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스러운 독립영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독립영화의 현재는 단시일안에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근래들어서는 내용과 형식면에서 새로운 작품들이 제작이 되고, 다양한 공간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독립다큐 진영의 확산은 물론 저예산 장편영화도 뒤를 잇고 있다. 민동현의 ‘지우개 따먹기’나 이송희일의 ‘굿로맨스’같은 경우는 장편영화를 넘어서는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해외영화제 진출하고 있다. 그런점에서도 한국영화의 획기적인 변혁이 어쩌면 이 독립영화로부터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는 ‘한국단편의 선택(비평가주간)’ 섹션에 19편의 독립영화가 초대됐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5.01 23:02

[2002 전주국제영화제] 시사실

◇ 고요한 곳일본 독립영화운동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나가사키 슈니치감독의 HD영화 ‘고요한 곳’역시 모호하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폭력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다.‘불륜’과 ‘딸의 실종’이라는 상관관계가 없는 별개의 사건을 놓고 평범한 주부는 자신에게 들이닥친 우연한 불행과 재난이 ‘자신의 탐욕때문’이라는 막연한 불안에 휩싸이고, 관객들도 감독이 유도하는 크로테스크한 악몽에 빠져들게 된다.◇ 병아리이란영화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간결한 화면전개가 돋보인다.자흐라는 너무 심심하다. 아빠 엄마가 맞벌이여서 언제나 혼자다. 하루종일 뭘하고 놀아야 할까. 어느날 자흐라는 새끼병아리 한마리를 사서 나는 법을 가르친다. 그래야 고양이한테 잡아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온통 위험투성이. 병아리는 동네 오빠들의 짓궂은 장난때문에 다리가 부러지고 만다. 병아리의 다리를 치료해 줘야 하는데 도와 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이제 자흐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감독 자바드 아르다카니.◇ 왕수선의 여름시골 마을로 영화를 촬영하러 온 촬영팀과, 영화의 주인공을 맡고 싶지만 공보를 못한다는 이유로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 12살짜리 꼬마 왕수선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북경 자전거’의 왕 샤오수오와이, ‘침묵의 강’의 닝 징우와 함께 북경영화학교를 수학한 리 지시안 감독의 독립영화. 지난해 만들어진 중국영화 중 가장 제작비가 낮은 영화로 손꼽히고 있다. (오전 11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살로, 소돔의 120일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1975년 작품. 마르퀴스 드 사드의 소설을 2차대전 중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각색한 이 영화는 영화사상 가장 가학적인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동성애와 항문애 등 변태 행위와 편집증이 화면에 여실히 드러나 충격을 배가시켜 파시즘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들을 살해하는 장면은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오후 8시 시네21 1관)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2.05.01 23:02

[2002 전주국제영화제] jiff 줌~인 - 아시아독립영화포럼 심사위원 임안자씨

2002전주국제영화제 ‘아시아독립영화 포럼’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임안자씨(60). 굵은 비가 떨어지는 30일 오후 씨네21에서 만난 그는 “오늘 영화 4편을 봐야 한다. 며칠째 빵으로 점심을 때우면서 극장을 누비고 있다”고 말했다.94년부터 세계 유수의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감독의 예술적 고뇌가 고스란히 반영되고 아주 진솔한 영화들이 많아 프로그램에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스위스 프리부룩대학에서 신문학과 영화사를 전공하고 국제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한국영화를 유럽에 소개해온 ‘한국영화 전도사’. 89년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으로 대상을 받은 배용균 감독을 인터뷰한 것을 계기로 한국영화를 알게 됐다는 그는 놀랍게도 전북출신이다. “이제는 실향민이 되고 말았다”고 말하는 그는 진안 용담이 고향. 친오빠가 전주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혼자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하다 스위스로 옮겨 영화 공부를 했다는 그는 90년 뮌헨에서 열린 임권택감독 회고전에서 통역과 기자로 활동한 것을 시작으로 정지영 박종원 이명세 등 한국감독들과 그들의 작품을 유럽에 직간접적으로 소개했다. 특히 94년에는 스위스와 독일, 오스트리아 등 3개국을 6개월동안 순회하는 ‘한국영화의 새로운 물결’회고전을 직접 프로그래밍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아시아권 영화로 일본과 중국영화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94년을 계기로 한국 영화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고 소개한 그는 지난 2000년부터 스위스, 체코 등에서 한국영화 회고전을 해마다 개최해오면서 현지언론의 극찬을 이끌어냈다.“유럽은 국가나 자치단체가 영화제작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자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지 못하지요. 반면 정부의 지원이 유럽에 비해 적은 우리나라는 최근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나들고 있고, 이것은 한국영화의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실력있는 신예 감독 배출과 제작자들의 열정이 결합돼 한국영화의 상승작용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극장들이 몰려있어 그 열기가 쉽게 확인될 수 있는 반면 전주국제영화제는 상영장이 분산되어 있어 아쉽다”고 말하는 그는 전주만의 차별화된 영화제 전략을 세울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유럽지역에서 한국영화를 오랫동안 소개해온 공을 인정받아 2000년 정부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한 그는 영화 평론 활동에 큰 힘을 주는 남편 페터 플루바허씨(56)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5.01 23:02

[즐거운 학교] 우리학교 자랑 - 전주우아중

현대와 전통 문화 모두를 소중히 여겨 학교 현장에서 아우르는 학교가 있다. 전주우아중이 정보화시대 총아로 자리잡은 컴퓨터와 전통 문화의 한 상징인 서예 교육을 학교 중점 특색사업으로 펼쳐 현대와 전통 문화 교육이 어떻게 어울리는지 현장에서 보여주며 주목을 받고 있다. 근래 정보화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컴퓨터 교육에 열정을 나타내는 학교는 많지만 서예교실이 열리는 중·고교는 전국적으로도 흔치 않아 이점에서 전주우아중은 특별한 셈이다.전주우아중의 컴퓨터교육 내용은 ‘1인 1 정보화자격증 갖기 운동’으로 대표된다. 외부 민간업체를 학교에 입주시켜 학생 교육을 맡도록 한 것도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파격이다. 특기·적성교육 차원에서 일반적인 학교들이 전문 강사를 쓰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갔다. 1인 1정보화자격증 갖기 운동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자격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실제 별도 특기·적성교육시간이 없이 아침·점심·저녁시간 등 학생들이 편리한 시간대에 틈나는 대로 컴퓨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학교 연구주임의 이야기. 김영근 학교장은 “고교 진학하면 대입 준비 때문에 사실상 체계적인 컴퓨터교육을 받을 수 없어 중학교때 욕심껏 컴퓨터를 배우도록 했다”고 말했다.여기에 자격증 따면 수행 평가에서 플러스 알파의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유도 가미됐다. 이같은 학교측의 관심으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1인 1정보화 자격증 갖기 운동은 1년여만에 참여 학생의 40% 정도가 자격증을 따는 성과를 올렸다. 3개월 단위의 컴퓨터 수강에 평균 1백80∼2백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으며, 워드·정보검색사 등 7개 자격증까지 딴 학생까지 있다. 반별로 1급 워드 자격증 소지자만도 4∼6명 정도로, 상당수 학생들이 PC활용능력에서 교사를 앞서게 됐다는 게 연구 주임의 말이다.컴퓨터교육이 학생 대상이라면 이학교의 서예교실은 지역주민과 학부모·교사들을 위한 강좌다. 전북도서예대전과 휘호대전 등에서 여러 차례 입선·특선 경력을 갖고있는 이석부교사가 강사로 나서 매주 두 차례씩 이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학교 서예교실에 참여한 수는 현재 20명. 붓잡는 법부터 시작해 각종 서체 연습에 이르기까지 2시간씩 진행되는 서예교실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의 배움에 대한 자세는 학생들 못지 않게 진지하다. 체본지에 체본을 해주고 집에서 연습해 온 것을 놓고 지도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끌어가고 있다고 이교사는 수업방식을 전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02.05.01 23:02

[즐거운 학교] 선생님 자랑 - 전주 반월초 황경주교장

교사에서 교감·교장으로 승진하면 현실적으로 교단과는 멀어지기 마련이다. 학교 대내외 행사를 챙겨야 하고, 교사들을 뒷받침하는 것만으로도 하루 일과가 빠듯하기 때문이다. 초등의 경우 특히 담임이나 교과전담이 있어 교장·교감이 교단에 설 기회는 더욱 좁다.교사가 꿈이었고, 교단에 서는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겨온 황경주 전주반월초교장은 이점에서 다소 특별하다. 어떻게 해서든 좀 더 아이들 가까이에 있고 싶어하는 그는 매주 한 차례 아이들에게 ‘사자소학’을 가르치는 시간을 갖는다. 학생들에게 항상 효의 실천을 강조하는 황교장은 사자소학에 나오는 효 관련 내용을 따로 뽑아 ‘효생활 실천장’의 부록으로 책까지 만들어 아이들 지도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1주일에 1번, 그것도 20분 밖에 안되는 시간이어서 이것만으로 교단에 서고 싶어하는 그의 열정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그래서 황교장이 연 또다른 교육의 장이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서예교실이다. 학교 서예실을 학부모들에게 개방해 매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서예 공부를 할 수 있게 했다. 어려서 서예에 관심을 갖고서도 제대로 공부할 기회를 갖지 못하다 20여년 전에서야 서예학원을 다녔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서예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3년전 서예교실을 열어 지금까지 계속해오고 있다.여러 차례 전북도전 입선과 동남아서예대전 대상 등의 입상 경력을 갖고 있는 그는 서예를 통해 정서적으로 차분해질 수 있으며, 학부모들의 공부가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모범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행복할 수 있다’며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촛불이 마지막 탈때 밝은 빛을 내듯 내년 정년을 앞두고 있기에 가르치는 일이 그렇게 고맙고 즐거울 수가 없단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02.05.01 23:02

[즐거운 학교] 이모저모

최근옥 전주초등교장·김문덕 함열초등 교감한국교육자대상 초·중등부 스승의 상 수상최근옥 전주초등교장과 김문덕 함열초등 교감이 한국일보 주최 제21회 한국교육자대상 초·중등부 스승의 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교장은 최근 2002 월드컵 창작만화 작품집 발간을 비롯, 학교 특기적성교육으로 만화교육을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등 만화 콘텐츠를 통한 창의력 배양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김교감은 10여년간 학생과 일반인 대상의 백일장 행사를 열어 9백여명의 예비문사를 배출하는 등 지역 예능교육 등에 이바지한 공을 평가받았다. 시상식은 7일 서울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전북어린이 한마당 글잔치도교육청 주최 제80회 어린이날 기념 ‘전북어린이 한마당 잔치’가 3일 전북학생회관 공연장에서 개최된다. 이날 행사에서는 선행·효행 등에 모범을 보인 4백여명의 어린이에 대한 교육감 표창과 공연·전시회 행사로 진행될 계획이다.공연 행사에서는 군산신풍초 유수윤 등 3개교 10명의 어린이 동요발표와 부안초 관악연주·전주덕일초 사물놀이 등이 펼쳐지며, 90여점의 그림·시화·서예 작품이 식장 곳곳에 전시된다.전국학부모회 전주시부, 좋은 졸업앨범 만들기 전시회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전주시부 주최 ‘저렴하고 품질 좋은 졸업앨범 만들기’ 전주전시회가 1, 2일 이틀간 전주지부 사무실에서 열린다. 지난해에 이어 2번째로 마련하는 이번 행사는 좋은 앨범에 대한 모델을 보여줌으로써 각 학교에서 비슷한 형식과 획일적으로 만들어지는 문제를 보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02.05.01 23:02

[2002 전주국제영화제] 유럽 아트 애니메이션

‘한 폭 추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과 균형감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관객들 눈 앞에서 살아나 터지듯 쏟아진다면…’.29일 전주를 찾은 스위스 출신 애니메이션 저널리스트 오토 앨더(Otto Alder)는 “오스카 피싱어나 라울 세르베·렌 라이등 전주영화제가 지목한 애니메이션 거장들은 피카소만큼이나 높이 평가되어야 할 예술가다”라는 화두로 ‘유럽 아트 애니메이션’을 소개했다.이날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강연회를 가진 그는 1920년대 이후 독일과 폴란드·노르웨이·에스토니아등 유럽 각국 아트 애니메이션의 경향과 국가차원의 지원정책을 설명하면서 “애니메이션은 근래에 시작, 그 영역을 넓히고 있는 새로운 예술의 한 분야”라고 거듭 강조했다.음악이 결합된 애니메이션을 통해 살아 숨쉬는 추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애니메이션을 문화와 예술로 인식하는 사회적 토대가 부실, 산업적 측면만 부각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부분이다.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우리를 친숙한 디즈니와 저패니메이션이라는 아주 비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새로운 표현과 영상언어로 다듬어진 풍부한 아트 애니메이션을 접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유럽의 다양하고 독창적이며 진보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나게 된 것. 대안을 지향하는 전주영화제가 격년제로 올해 선보인 애니메이션 비엔날레에서 예술적의미의 대안을 담아내고 있는 셈이다.“예술로서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기법에 주목했다”는 프로그래머 전승일 교수(동국대 대학원)도 “애니메이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넘어 무한히 확장된 상상의 세계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이번 애니메이션 비엔날레에서는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40여차례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는 벨기에 출신의 거장 라울 세르베 회고전과 인형·오브제 분야에서 독보적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체코 애니메이션 특별전을 열고 있다.또‘천재의 영혼’이라고 칭송된 러시아의 페도르 키투르크 감독 특별전을 마련, 세계적 거장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지난 98년 ‘다큐멘터리 페도르 키투르크’를 제작한 오토 앨더 감독을 초청했다.애니매이션 저널리스트이자 디렉터·평론가 등으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오토 앨더감독은 이날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는 산업적 측면과 예술로서의 속성을 보완, 발전시켜야 한다”며 전주영화제가 주목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방향을 제시했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2.04.30 23:02

[2002 전주국제영화제] 반갑다 전주야

"상영관과 시내 너무 떨어져 불편" - 이성강 감독장편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를 들고 전주를 찾은 이성강감독은 “오랜만에 참여한 영화제라 그런지 참 즐겁다”고 말했다. 이감독은 영화 출품 뿐아니라 올해 상영작 앞에 걸리는 리더필름을 제작했다.“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영화의 거리가 너무 떨어져 있어요. 셔틀버스를 타면 40분 넘게 시간을 허비하죠.”주상영관과 전주시내가 너무 떨어져 있어 불편하다는 이감독은 상영관이 몰려 있었으면 관객들이 더 편안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최근 실사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마친 이감독은 조만간 귀신이 나오는 성인영화 ‘살결’을 크랭크 인 한다."보고싶은 작품들 너무 많아" - 도쿄 MX TV 편성PD 김강자씨“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 전주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모습이 참 인상적입니다”도쿄 MX TV에서 편성PD로 활동하고 있는 제일교포 2세 김강자씨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젊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 발전하는 영화제가 되기를 기대했다.영화제조직위 안해룡 홍보팀장과 10년 지기인 김씨는 하루밖에 둘러보진 못했지만 영화제가 전반적으로 알찬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독과의 대화’때 통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진행 미숙이 엿보여 아쉬웠단다.TV드라마 ‘가을동화’등 한국드라마를 일본에 소개해온 김씨는 “보고싶은 작품들이 많은데 오늘 밤 서울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 안타깝다”면서 내년에도 꼭 들르겠다고 밝혔다. "젊은 관객들 열기에 놀랐어요" - 베트남 배우 팜치 홍안“극장 시설들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를 찾는 젊은 관객들의 열기에 깜짝 놀랐구요. 감동했습니다.”베트남 영화 ‘잃어버린 계곡’을 관람한 관객들로부터 ‘베트남의 전도연’이라는 말을 들은 팜 치 홍안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 상영관 시설이 훌륭하다고 연신 되뇌였다.베트남의 영화산업이 활발하지 않아 배우들이 1년에 1∼2편 출연하는 것이 고작이라고 밝힌 그는 “이 영화 출연으로 전주를 방문하게 되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 영화를 찍고 싶단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4.30 23:02

[2002 전주국제영화제] jiff 현장

-통역 부족으로 진행 '삐걱' “통역도 없이 무슨 국제영화제를 치른다고….” “아! 중국집 아저씨, 시내학원 영어강사 통역할 사람 많구만 여기만 없네.”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가 통역을 제대로 구하지 못해 감독과의 대화(Q&A)나 기자회견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관객들과 기자들로부터 매일 핀잔받기 일쑤. 통역인력이 부족하다보니 통역자봉의 일정에 맞춰 Q&A와 기자회견을 서둘러 마치는 일이 매일 발생.조직위 관계자는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을 통역할 사람이 10명을 넘지 않는다”면서 “감독과의 대화와 학술회의 등 일정이 많아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관객들은 조직위에서 기획한 행사일정에 따라 통역인력을 구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통역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조직위에 따끔하게 일침.“밥먹기 너무 힘들어요”인천 공항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임연정씨(26)를 비롯한 5명의 여전사들. 개막식때 서울역 2명, 인천공항 3명의 근무자들이 지금은 함께 공항에 부스를 마련·돌보는 스탭도 없이 외로이 전주국제영화제 홍보와 입국하는 게스트들의 픽업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오전 10시 출근, 오후 9시 퇴근이 기본 근무시간이지만 새벽에 오는 게스트들 때문에 특별근무를 하기도 한다고. 그러나 이들의 고민은 따로 있다. 공항까지 이동하는 버스비는 구간에 따라 4천원에서 1만원 . 한끼에 6~7천원씩하는 식대도 걱정이다. 이들 여전사들은 이렇게 외친다. “밥먹고 살기 너무 힘들어요!!!”-웬 캠페인 부대?‘질서, 청결’등이 씌여진 어깨띠를 두르고 모자를 쓴 일당(?)이 29일 오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 갑자기 출현, 소리전당 부근에 몰려있던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이들은 대형 버스 10대에 나눠타고 부산에서 이른 아침부터 출발, 전주에 도착한 부산시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회원 5백여명으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문화시민운동 캠페인을 벌인데 이어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소리전당을 찾은 것. 부산국제영화제가 더 규모가 크고 잘 알려져 있다고 자랑한(?) 이들은 앞으로 전주국제영화제도 관심있게 지켜보겠다고. 김정숙씨(58)는 “전주까지 왔으니 영화 한편은 보고가야겠다”면서 전주국제영화제가 성공하기를 바란다고.-가수 공연에 영화제 '썰렁'전인권 강산에 윤도현 등 록커들이 출연한 진품명품 공연이 있던 28일 밤 소리문화의 전당. 이들의 공연이 있는 야외무대는 팬들로 꽉 들어차 발디딜 틈이 없고 반면 ‘공동경비구역JSA’가 상영중인 영화제 이벤트가 마련된 메인무대는 조촐하게 진행. 무대 옆에 설치된 홍보부스들도 대부분 문을 닫아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영화제측 행사중 하나라던 전인권 강산에 윤도현의 진품명품. 세명의 뮤지션이 전주국제영화제를 초토화(?)시킨 것은 아닌지.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4.30 23:02

[2002 전주국제영화제] 오늘의 관객 - 존 스콧

“할리웃 영화는 싫어요. 흥미 위주 보다는 독립영화가 좋습니다. 특히 한국문화를 담고 있는 단편영화를 감상할 때가 제일 즐겁습니다.”지난 주말과 휴일, 이틀동안 모두 8편의 영화를 봤다는 캐나다인 존 스콧씨(John Scott·34). 29일 덕진예술회관에서 상영관 입장을 기다리던 그는 1회부터 지금까지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여한 영화광이다. 영화제는 흥미위주의 오락영화가 아닌 생각할 수 있는 영화를 볼 수 있어 즐겁단다.3년전부터 기전대학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꿈은 대학전공 ‘필름 앤 잉글리쉬(Film&English)를 살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 한국에서 접한 전통문화를 카메라에 담을 생각이다.“영화제가 끝날때까지 매일 2∼3편씩 15편 정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KT와 사일런트 리버가 인상적이었습니다.”장르를 가리지 않고 마음에 끌리는 영화를 볼 생각이라는 그는 한국 단편영화도 관람 스케쥴에 포함했다고 밝혔다.“아직은 한국말을 다 알아듣지 못해 일반 상영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기가 불편하죠. 하지만 영어자막이 나오는 전주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한국사람이 영화를 만들고 함께 보면서 영화제를 치르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면서 “영화제를 통해 영화를 함께 공유하는 힘이 바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길이 아니겠느냐”고 밝혔다.내년에도 전주국제영화제에 꼭 들르겠다고 말하는 그는 “전주 넘버원”을 외치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4.30 23:02

[2002 전주국제영화제] 국제학술 심포지엄 '시네 아고라'

AGORA: 집회, 집회장, 광장, 시장.JIFF2002가 영화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던졌다. 29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시네 아고라-2002 전주국제영화제 국제학술 심포지엄.‘전쟁과 영화:전쟁기계의 눈, 카메라의 눈’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영화의 현재에 관여하기 위한 다양한 주제를 토해내고, 영화를 둘러싼 정체성을 새롭게 다지는 자리였다.첫번째 시네 아고라가 선택한 것은 전쟁과 영화의 함수관계.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총력전의 시대가 사라지고 90년대들어 마치 전자오락을 연상케한 걸프전이 TV화면에 비춰진 이래 추상화된 전쟁, 무한한 시각의 확대를 추구하는 전쟁, 탈물질적인 전쟁이 구체화되면서 전쟁의 개념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과거 전쟁의 기록매체이자 선전매체로서, 전쟁의 ‘눈’으로 전쟁과 공존했던 영화가 이제는 새로운 정체성을 되찾아야한다는 고민에 빠지고 있음을 부각시킨 자리이기도 했다.서동진프로그래머의 사회로 이안 로버트 더글라스교수(이집트 아메리칸대), 아론 게로우교수(요코하마대), 디나 이오다노바교수(영국 레스터대) 등이 발제자로 나선 이번 자리는 △영화기계와 전쟁기계의 상응성과 대안은 무엇인가 △영화가 언제나 전쟁을 재현했다면 전쟁이 증식시킨 이미지와 전쟁의 미학에 대한 상동성과 이질성은 무엇인가 △전쟁의 기억과 영화의 이야기를 단절할 수 있는가 △변화된 전쟁형태에 상응하는 영화의 새로운 전략은 무엇인가 등을 찬찬히 관찰하고 다양한 의견제시와 토론을 벌였다.참석자들은 오늘날의 전쟁은 더이상 전선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에 의견을 함께 하고 근대적 전쟁의 원형이 사라지고 난 이후의 전쟁 현황과 일상생활을 둘러싼 시각적 체험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그러나 치열하면서도 생산적인 성찰과 논쟁의 장(場)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참석자들이 지나치게 적어 영화의 전쟁성, 전쟁의 기록성을 가늠하기 위한 충분한 토의는 이뤄지지 못했다.‘영화의 전쟁꿈, 혹은 예술가들의 폭력’을 주제 발표한 이안 로버트 더글라스교수는 최근 폴 비릴리오나 미셀 푸코 등이 제기한 전쟁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는데 많은 시각을 할애하면서 ‘영화는 사회를 지워없애는 데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를 되물었다. 아론 게로우교수는 ‘관객들을 위해 싸우기-전쟁시기 일본영화와 수용의 전쟁’을 통해 관객의 시각적 관습을 일방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게로우교수는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만주에 살았던 한 일본인이 ‘영화가 사람들의 사상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 기사를 꼬집으며 “영화가 보여주는 이미지에 끌려가는 수동적인 관객보다는 지속적인 협상과 새로운 무언가를 수용하려는 관객이 더 많다”면서 “움직이는 영화와 관객으로 인해 영화적 전쟁기계는 의미가 퇴색되어진다”고 말했다.발칸지역 내전의 현실과 언론보도의 차리를 꼬집은 디나 이오다노바교수는 “드라마와 유혈비극을 심리적으로 선호하는 언론들이 극적인 보도라면 적절한 사실확인 없이도 우선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면서 “발칸의 유혈사태가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지는 현실은 또다른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2.04.30 23:02

[2002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제속 또다른 축제 '신난다 재미난다'

우쭐우쭐 비오는 영화의 거리. 상영장이 아니라 밖에서 진행되니 잠시 숨을 돌릴 핑계는 충분했다. 하지만 부산에서 온 퍼포머 이상진과 윤성원은 예술가의 허무와 고독에 대한 갈증을 해갈하기라도 하려는 듯, 꼼지락거리는 또다른 하루의 일상을 토해냈다. 멈춰선 이들의 발길도 오히려 많았다. 고사동 ‘걷고 싶은 거리’에 마련된 2002전주행위예술제의 한 단편이다. 영화제 부대행사의 하나로 진행되는 행위예술제는 전북의 대표적인 퍼포머 심홍재씨를 비롯한 전국의 행위예술가와 전북지역 대학인들이 무대를 열고 있다. 4월 30일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놀이마당에서 마지막 무대가 있을 예정이다. 영화제의 첫 번째 이벤트는 유난히 햇볕이 뜨거웠던 27일 낮 메인무대(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원광대학교 환경조각과팀의 ‘저승사자와의 대화’로부터 시작됐다. 군데군데 핏빛 칠을 한 이들의 행위는 지나는 이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어지는 만화캐릭터와 영화의상을 한지로 제작한 코스튬 플레이쇼. 일본 만화 ‘카드캡쳐 사쿠라’의 의상으로 시작해 디즈니의 여러 장편 만화로 이어진 이색 워킹은 리허설부터 빼곡이 들어찼던 것만으로도 관객들의 큰 호응을 알 수 있다. 낭만적인 그 날밤 마무리는 영상이 곁들여진 수준급 인디밴드의 공연. 세번째 날은 야외상영.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을 별빛 아래에서 자유롭게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야외상영은 30일 ‘그 섬에 가고 싶다’, 1일 ‘은마는 오지 않는다’로 이어진다. 이제 남은 기간은 이틀. ‘또랑광대’는 30일 영화의 거리와 메인무대의 공연을 끝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걷고싶은 거리에 마련된 힙합공연과 거리음악회, 객사에서 씨네21관까지 영화의 거리를 횡단하는 영화제 캐릭터 ‘얄리와 친구들’의 거리행렬은 5월 1일까지 열린다. 메인무대도 마찬가지. 오늘 오후 6시 퍼포먼스 축제와 5월 1일 전주 언더그라운드세상의 콘서트 ‘사랑으로 여는 세상’이 마지막이다. 전쟁으로 상처받은 이들과 가정에서 소외된 어린이를 향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들의 무대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주제인 ‘전쟁과 영화’를 음악을 통해 전한다. 남성4인조 섹스폰 연주와 서민수, 문경혜 외 20여명의 통기타 라이브 열창에 이어 사랑을 실천하는 불우아동을 위한 모금운동으로 이어진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4.30 23:02

[2002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제 사람들-전승일 애니메이션비엔날레 프로그래머

“TV나 극장 스크린을 통해 관습적이고 보편적으로 대하던 작품과는 다른 영역의 애니메이션을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제3회 전주영화제가 선보인 ‘애니메이션 비엔날레’의 산파역인 프로그래머 전승일 교수(37·동국대 대학원 영화영상제작학과). “1920년대 이후 디즈니 중심의 애니메이션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같은 시기 유럽 애니메이터들도 독창적인 영역을 형성, 발전시켜 왔다”고 소개한 그는 작품선정의 기준으로 ‘작가와 국가, 그리고 주제’를 들었다.애니메이션 분야에도 조명이 필요한 거장이 있으며, 전쟁이라는 영화제의 주제와 함께 특정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추상 애니메이션등 실험적 작품에도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아트 애니메이션분야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캐나다외에 체코 작가들을 주목해야 하며, 저패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일본의 경우에도 실험적이고 작가의 철학이 배인 단편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는 것.“전주영화제는 대중 인지도나 정체성 확립등의 면에서 1∼2년후에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본다”는 전교수는 “독립영화와 디지털·대안영화로 차별화를 시도한 전주영화제도 4∼5회째 행사가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출품작중 ‘페도르 키투르크 특별전’을 추천하는 전교수는 러시아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전세계 애니메이터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 그 위상에 비해 국내에는 너무 알려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서울대 서양화과 출신으로 동국대 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했으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미메시스’를 창립,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창작 단편 애니메이션을 기획·제작하고 있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2.04.30 23:02

[2002 전주국제영화제] 내가 본 이 영화 - 다미안 오돌의 '한숨'

이백여가지가 넘는 음식들이 즐비하게 차려진 식탁을 마주하면, 아무리 신중하게 선택을 한다고 해도 입맞에 꼭 맞는 음식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저것 맛보다 "이거다!"싶은 영화와 마주칠 때, 그 기쁨이란 마치 보물찾기 놀이에서 깊숙이 숨겨놓은 쪽지를 발견했을 때의 느낌과 흡사하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숨 DEEP BREATH’도 바로 그런 영화중의 하나이다. 다미안 오둘(DAMIEN ODOUL)이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프랑스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우선 2001년이라는 제작년도에도 불구하고 흑백영화라는 점이 특이하다. 그런데 오래된 영화에서나 봄직한 그 흑백영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영화가 시작되면 일단 한동안 넋을 놓고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더군다나 그 영상에 담겨진 풍경이 아름다운 프랑스의 시골임에랴!그러나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이 목가적인 풍경에 흠뻑 젖게 내버려두지 않고, 구레나룻의 한 우악스런 농부가 어린양을 잡는 장면으로 금방 넘어가버린다. 농부는 너무나 일상적인 몸짓으로 양의 목을 따고, 배를 가르고, 털을 뽑힌 채 거꾸로 매달린 양의 머리통을 베어내고, 꼬챙이에 꿰어 바비큐를 만드는데, 이 모든 장면들이 담담한 클로즈업으로 처리되어 우리는 별 수 없이 그 과정을 낱낱이 지켜보게 된다. 이런 서두는 아름다운 전원풍경을 보면서 관객들이 기대함직한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 따위를 이 영화에서 기대하지는 말라는 감독의 경고로 보인다. 영화의 주인공은 학교에서 쫒겨나 시골에서 삼촌들과 함께 생활하는 데이빗이라는 십대 소년이다. 데이빗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불안하고 외롭고 위험한 소년이다. 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은 모두 남성들이며, 소년은 끊임없이 이 우악스런 비계덩어리의 사나이들(기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농부들) 사이에 끼어 질식하거나 진흙탕에 알몸으로 빠져 허우적대는 꿈을 꾼다. 삼촌들과 이웃농부들에게 데이빗은 다루기 힘들고 말 안듣는 말썽꾸러기일 따름이다. 여성의 부재를 사랑의 부재로 보는 듯한 이 영화는 1960년대를 풍미한 프랑스의 거장 로베르 브레쏭 감독의 ‘무셰뜨’라는 영화와 매우 닮아 있다. 물론 ‘무셰뜨’는 소녀를 다룬 영화지만, 적대적인 어른들에 둘러싸인 한 고독하고 불우한 십대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스토리, 그리고 감상을 배제한 냉정하고 건조한 스타일, 엄격한 음악 사용의 절제 등, 두 영화는 여러 가지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그러나 이런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더 괴로워하고 더 반항적인(때로는 과장되게 보일 정도로) 데이빗보다 아주 사소하거나 심지어 위험한 애정의 표시에조차도 필사적으로 매달리려 하던 무셰뜨의 죽음이 훨씬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 생에서 (사랑의) 가능성을 찾으려 애쓰다 결국 밀려나는 무셰뜨와, 괴로워하기만 할 뿐 그런 가능성을 찾는 데에는 별로 관심조차 없어 보이는 데이빗의 태도, 다른 말로 하면 두 감독의 삶을 보는 태도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 김영혜 (우석대 영화과 교수)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4.30 23:02

[2002 전주국제영화제] jiff 줌~인 - '죽어도 좋아' 박진표감독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의도라기 보다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로 보아주셨으면 합니다”2백70여편에 이르는 2002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중 화제를 낳았던 영화 ‘죽어도 좋아’. 일흔이 넘어서 만난 한 노인부부의 부부생활을 여과없이 담아낸 실사영화로 상영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이 영화의 박진표감독(36)은 “얼마 남지않은 삶의 마지막 사랑을 꽃피우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절대사랑의 순간이기도 하다”며 “몸은 늙었지만 마음만은 젊은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황혼기에 접어든 70대의 노부부. 웬만한 신세대 못지 않은 애정표현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끝없이 사랑하고, 질투하고 아껴주는 평범한 일상에 관객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뭘까.“‘죽어도 좋아’는 아름다운 사랑영화입니다. 몸이 늙었다고 맘까지 늙는 것아니니 서글퍼하지는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박감독은 “70대 노인의 성과 일상을 담아낸 것, 더구나 이들이 실제 인물에 직접적인 표현방식으로 담았다는 것이 반향을 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청소년 시절부터 영화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박감독은 방송국 다큐멘터리PD 출신. 그러나 영화에 대한 미련 버리지 못해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영화로 선회했다. 어머니가 전주여고를 졸업해 전주와도 각별한 인연이 있다.“노인들의 성을 정면에서 다루면서 혹시 ‘포르노그래피’로 오해받지 않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막상 상영하고 보니 그건 기우였던 것 같다”는 박감독은 “전주영화제에서 후한 점수를 얻은 만큼 예감이 좋다”며 “일상에서의 객관적인 시선을 화면에 담고 싶다”고 밝혔다. ‘죽어도 좋아’는 박감독의 데뷔작.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도 초청을 받았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2.04.3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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