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us section] 21세기 영화 가늠할 미래형 영화제 '팡파르'
낯설지만 매력넘치는 영화들이 전주를 찾았다. 레스페스트 디지털영화제 2001-전주(RESFEST 2001 KOREA·www.resfestkorea.com)가 1일 전북대삼성문화회관 건지아트홀에서 개막식과 함께 개막작 ‘애니버서리 파티’를 선보이고 3일간의 디지털영화여행에 나섰다.‘영화, 아트, 음악, 디자인이 다이나믹한 상호작용을 추구하는 글로벌 디지털영화제’라는 기치를 내걸고 펼쳐지는 이번 영화축제에는 14개 섹션, 1백10여편에 이르는 디지털영화의 만찬을 즐길 수 있다. 이 가운데 레스페스트 사무국이 꼽는 이번 영화제는 디지털 상상력으로 무장한 재기발랄한 최고의 영화들을 조망해본다.-국내 단편영화의 수준을 가늠한다△찻잔속의 바다(20분12초·연출 정흥철·국내단편1)서정적인 시각효과가 뛰어나다. 꿈을 상실한 한 여인의 모습을 통해 소중한 것을 쉽게 잊는 우리의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다.△등대지기(8분50초·연출 김준기·국내단편1)눈이 보이지 않는 두보는 다른 이들을 위해 가로등과 등대를 밝힌다. 언제나 그 자리에 서있는 등대불빛은 언뜻 당연해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이정표이자 따뜻한 사랑이 배어있음을 잊는 사람들이 많다.△퍼스포패(6분47초·연출 김린다·국내단편2)프랑스의 한스 벨머가 발표한 ‘퍼스포패’(False Poupe·거짓된 인형)로부터 영감을 얻은 초현실주의작품. 살아있는 인형을 통해 자신속에 갇혀버린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스톱모션과 라이브 모션이 뒤섞인 단편 애니메이션.△사선에서(13분20초·연출 Giggle·국내단편2)삼십대 초반의 남자인형이 자살하기 위해 3가지 방법을 동원하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자살을 포기할 무렵 어이없게도 자장면 배달부의 철가방에 짓눌리고 만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교차한다.△총냄새(40분·연출 이광복·국내장편)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이 연상되는 이 작품은 1950년대 헐리우드 B급영화나 프랑스·일본의 누벨바그와 견줄 수 있다. 느린 속도로 전개되는 ‘총냄새’는 마치 날씨를 얘기하듯 죽음과 자살을 논하는 세명의 인물들-시진, 은경, 그리고 아저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난 그들에게 총이 생기고, 그 총으로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소용돌이치는지 소외된 계층의 총성에 귀기울여 봄직하다. 영화연출경력이 전무한 19살소년이 만들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상상력이 넘친다.-엽기적인 영화는 없을까자르고, 썰고, 찌르고, 쏘고, 피흘리고, 목조르고, 괴롭히고, 못살게 굴고, 거짓말하는 잔인하며, 일탈적이고 음산한 것들의 총집합을 모았다.△Delusions in Modern Primitivism(미국·17분·감독 다니엘 로플린·레스단편3)시네마 베리떼 스타일의 블랙코미디. 주인공 제롬은 신체적 변형을 통해서 자기 표현의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위험한 아이. 피어싱과 문신에 쓰이는 바늘이 지겨워지자, 제롬은 훨씬 위험한 도구로 눈길을 돌린다. 신체변형의 통렬한 표현이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Harvey(호주·10분30초·감독 피터 맥도날드·레스단편)자신의 반쪽을 찾는 과정이 얼마나 고된 시련인지를 직설적이고 끔찍하게 표현했다. 감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모자람을 느끼는 한 남자의 노력을 흑백촬영과 능숙한 연출감각으로 역설하고 있다.-시각적 현란함을 만끽하고 싶다면△Popular Mechanics(독일·8분31초·감독 헨릭 몰러·레스단편4)시카고의 중심 상업지구를 간략하게 훑는다. 도시의 윤곽선으로 시작해 빌딩들의 실제 윤곽선과 형태에 초점을 맞추고 접근해 나가면서, 도식적인 추상성과 시적인 오마쥬를 형상화한다. 시각적인 현란함 속에 숨어있는 정제된 디자인과 미니멀을 추구하는 건축그래픽을 찾을 수 있다.△Untitled:002-Infinity (미국·30분·감독·레스단편4)브로드캐스트 디자인 제작사인 ‘Belief’의 실험영상(EXP)부서를 중심으로 세계각국의 영상디자인스튜디오가 동참한 디지털 프로젝트의 두번째 결실. 지난해 레스페스트를 통해 ‘Untitled:001-Darkness’를 선보이기도 했던 이들은 ‘무한’이라는 주제를 앞세워 4차원 동역학적인 혼합을 만끽할 수 있다.‘Modern Man’‘A to Z and Back Again’‘Into the Clear White’등 14개 단편들이 복합적인 앙상블을 이룬다.-뮤직비디오감독들이 감춰둔 명작△La Lettre(프랑스·13분45초·미쉘 곤드리·감독클럽)‘비욕’(Bjork), ‘벡’(Beck), ‘롤링스톤즈’(Rolling Stones) 등의 뮤직비디오와 ‘존말코비치되기’를 연출한 미쉘 곤드리가 선사하는 초현실적인 작품으로 지난 99년 오버하우젠 단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초현실성으로 충만한 미쉘 곤드리 자신의 어린 시절 사랑을 되새긴다.△Paperboys(미국·41분·마이크 밀스·감독클럽)5명의 십대 초반 소년들이 미네소타 스틸워터라는 마을에서 일간신문을 돌리는 모습과 그들의 미래를 인터뷰로 통해 담아낸 짧은 다큐멘터리.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일상적인 미국인들을 화폭에 담았던 화가 노먼 록웰(Norman Rockwell)과 힙합가수 에미넴(Eminem)의 병치’라고 표현했다. 실생활을 파고드는 자연스러운 카메라 촬영이 돋보인다.-관객들의 기립박수가 기대되는 영화는△THINGS BEHIND THE SUN(미국·118분·감독 앨리슨 앤더스·폐막작)올해 선댄스에 소개됐던 이 작품은 소닉유스(SonicYouth)의 음악을 배경으로 희망과 화해를 이야기한다. 감독 자신이 실제로 강간를 당하고 후유증을 극복한 경험을 화면에 담은 자전적 영화.쉐리 맥그레일는 대학가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록음악 싱어송라이터이고, 오웬은 LA의 레코드전문잡지의 저널리스트이다. 오웬은 동료의 추천으로 우연히 쉐리의 음악을 듣게 되고 그녀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플로리다행 비행기를 타게된다. 어린시절 겪은 강간의 과거로부터 극복해 나가는 여주인공의 노력과 희망을 통해 단순히 여성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남녀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영화로 승화시켰다.감독 앨리스 앤더스는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내에서는 최고의 여류감독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힌다. 빔 벤더스에게 연일 편지공세를 펼쳐 그의 조감독이 됐을 만큼 영화에 대한 열정과 끼가 넘쳐난다.지난달 서울 대학로동숭홀에서 열린 서울레스페스트에 먼저 선보였을 때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기도 했다.-단 한작품도 놓칠 수 없다△시네마 일렉트로니카레스페스트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가장 대중적인 뮤직비디오섹션. 모두 17편이 소개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고릴라즈, 오비탈, 에이몬 토빈, 슈퍼푸리 애니멀즈, 라디오헤드, 팻보이슬림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포진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