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북도 정책의 허와 실 - 문화예술 동호회 '육성' 당찬 꿈…전문인·아마추어 '마찰' 우려도
우리 국민들의 문화향유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문화관광연구원의 2010년 문화향유 실태조사 결과(5000명 대상) 1년간 국민들의 예술행사 관람률은 67.2%였다. 1년간 문화예술회관을 한 번도 찾지 않은 비율이 91.9%(전북 도민 85.8%), 도서관 행사를 경험하지 않은 비율이 96.5%(전북 도민 98.6%), 단 한차례 역사유적지도 방문한 적이 없는 비율이 53.9%(전북도민 43.9%)라는 조사 수치가 말해주듯 일반 대중에게 문화예술은 아직 멀기만 하다.일반인들이 수준높은 문화예술을 일상적으로 감상하고, 나아가 직접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하는 방안에 대한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의 적극적 대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전북도가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도민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넓힐 수 있는 사업들을 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문화예술동호회 육성전북도가 문화예술 대중화의 첨병으로 내세운'무기'가 생활문화예술동호회다. 전문 예술인들의 활동이 아닌, 공통의 예술적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의 모임을 행정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문화예술동호회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게 전북도의'문화예술 대중화'정책이다.현재 도내 활동중인 문화예술동호회는 730여개에 1만3000여명으로 추산된다. 등록단체는 468개에 9544명(4월말 기준, 전북도 집계). 분야별로는 음악 분야가 156개로 가장 많고, 전통예술 102개, 무용 54개, 사진 42개, 공예 27개, 미술 26개, 문학 22개, 서예 17개 등이다.도민 전체로 볼 때 문화예술동호회 활동 인구는 10%도 안되지만, 전국적으로 전북에서 상대적으로 더 활발하다. 문화관광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 2010년도 전북지역 문화예술동호회 참여율이 6.5%로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 동호회 참여율은 3.1%다. 또 현재는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참여할 의향 조사에서도 조사 대상의 18.7%가 참여 의향을 나타내 제주도(22.1%)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전북에서 문화예술 대중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이를 바탕으로 한 전북도의 예술동호회 육성사업계획이 야심차다. 우선 1단계로 신생 동호회 확대를 추진해 동호회 참여율을 도민 10% 이상으로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도민 100만명 예술인 육성'을 기치로 걸었다. 사실상 도민 모두를 예술인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14개 시군에 문화코디네이터를 배치해 동호회 활동을 지원한다. 이미 14명의 문화코디네이터를 선발해 문화관광연구원에 위탁교육을 시켰으며,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지원활동에 나서도록 할 계획이다. 인적 지원과 함께 예산 지원이 따른다. 올해 동호회 지원예산으로 6억1500만원이 확보돼(도비 3억9000만원, 시군비 2억2500만원) 동호회 활동 지원과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이를 뒷받침 할 조직도 갖춰졌다. 전북도 주도로 지난 26일 생활문화예술동호회 8개 분과위원회(음악미술연극영상사진무용국악 문학전시공예서예)가 구성됐다. 도내 14개 시군별로 분과위원회가 구성되고, 시군별 동호회장이 선출됐으며, 그 바탕 위에 시군동호회협의회와 도단위 분과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이다.△문화시설, 프로그램 접근성 높여문화시설의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도 특기할 만하다. 도는 그동안 도시 중심의 대규모 문화시설 투자를 지양하고, 대신 문화소외 지역에 대한 시설 투자에 눈을 돌렸다. 작은 도서관과 작은 영화관 조성사업이 그 예다. 도는 올 한 해 23개의 작은도서관을 만들 계획이며(총 사업비 20억원), 현재 운영중인 80개 작은도서관에 책과 프로그램 등 10억원을 지원한다. 또 농어촌지역 학교마을도서관 33개소에 4억원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도는 또 도내 영화전문상영시설이 없는 8개 시군(김제, 완주, 진안, 무주, 임실, 순창, 고창, 부안)에 작은영화관을 만든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개소당 8억5000만원씩 총 68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다른 한편으로 문화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신나는 예술버스'와 한옥자원 활용 야간상설 공연, '우리가락 우리마당' 야외상설공연 등이 그것이다.' 신나는 예술버스'는 전통시장과 기업체 등을 직접 찾아서 대중음악부터 민요, 무용 등의 공연을 펼치는 사업으로, 올 한 해 75회 공연이 펼쳐진다. 한옥자원 활용 야간상설공연은 올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전주익산임실고창 등 4개 시군에서 20~40회씩 열릴 예정.도는 또 지역주민의 문화활동을 넓히기 위해 전주군산익산남원에'문화예술의 거리'를 조성한다.전주의 경우 동문거리 일대에, 군산은 개복동 우일시네마 일원에, 익산은 영정통길(구 이리극장길)에, 남원은 광한루를 중심으로 시민예술공간을 만들고 있다.△아마추어 '주류 행세' 경계해야일반 도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전북도의 이같은 정책방향에 대해 일부 염려도 나온다. 생활문화예술동호회 육성 정책만 하더라도 당초 취지와 달리 자칫 아마추어 예술이 주류 '행세'를 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저변확대와 삶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문화예술동호회 육성이 필요하지만, 전문예술인예술단체와 연계되지 않을 때 이해관계를 놓고 단체간 갈등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또 문화예술 관련 전문 기획자(문화예술 매개인) 양성체계가 허술한 점도 문제다. 문화코디네이터 14명을 선발해 시군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각 문화시설 등의 문화예술 기획자들이 전문인으로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 중앙정부나 교육기관, 관련 전문 예술인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서 체계적으로 문화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 도입도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전북도 이종석 문화관광국장은 "도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문화예술을 쉽게 배우고 익히고 발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정책의 목표다"며, "행정은 최소한의 지원일 뿐 근본적으로는 문화예술동호회들이 자발적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