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 현주소…문화예술 욕구 많지만 아직 '그림의 떡'
예술은 그동안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일반 대중들의 경우 예술을 어렵게만 여기며 이를 향유하는 층이 제한적이었다. 정부와 자치단체들의 정책도 문화예술의 대중화보다는 전문 예술인 중심의 문화예술진흥 정책에 비중을 두었다. 21세기 문화의 시대라고 일컬어지며 각종 문화적 부가가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문화적 부가가치는 엘리트 문화예술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생활체육의 발전으로 체육 전반이 살을 찌우듯, 생활문화가 든든하게 뒷받침 돼야 문화예술 전반도 더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특히 사회적인 트렌드도 생산과 노동 중심에서 여가와 문화적 욕구가 커지는 추세다. 이런 추세에 맞춰 근래 정부와 자치단체들도 `문화복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직 초보적 단계에 있어 예술의 대중화는 아직 요원하다.예향의 고장으로 자부하는 전북도는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문화복지 문제를 올 한 해 최우선 과제로 앞세웠다. 또 올 전북방문의 해를 맞아 전북 문화예술의 재발견과 국내외 관관객들에게 전북의 문화예술을 널리 알리기 위한 여러 사업들을 기획하고 있다.그러나 정부나 자치단체의 구호만으로 문화예술이 절로 주민들에게 스며들 수는 없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의지에다 학교 교육, 사회적 관심, 기업의 참여 등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가능하다.전북 문화예술의 대중화가 어디까지 왔으며, 예술의 대중화로 가는 길에 걸림돌은 무엇이 문제며, 그 해결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점검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주 토요일 저녁 전북도청 야외공연장에서는'우리가락 우리마당'이 펼쳐진다. 올들어서만 지난 5월 이후 5차례에 걸쳐 공연이 이루어졌다. 지난 16일 저녁에는 이리농악 이수자와 전수자들이 모여 만든 타악그룹 '타우'가 무대를 흔들었다. 좌석을 가득 메운 400여명의 관객들은 다이나믹하고 역동적인 우리 소리의 멋스러움을 만끽했다. 이날은 전문 연주단과 함께 처음으로 아마추어 동호인 연주단인 진북문화의집 '어울림봉사단'이 무대에 섰다.전북도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해에 이어 진행하고 있는 '우리가락 우리마당'은 예술 대중화의 가능성과 함께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전통예술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넓히고, 아마추어 예술 동호인들이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예술활동에 나서 발표회까지 갖는 무대라는 점에서다.그러나 '우리가락'에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했으나, 일반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여건은 아직 요원하다는 게 무대를 끌어가고 있는 김동연 공연팀장의 이야기다. 5월부터 예술동호인들의 참여를 받고 있으나 신청 동호회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전주에 있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전북예술의 자존심이다. 2001년 개관한 전당은 수도권 이남의 공연장으로서는 최대 규모와 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전주세계소리축제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전주국제영화제 등 대규모 문화행사의 주무대가 됐다. 또 지역민들이 세계적인 수준의 각종 공연들을 수시로 접하게 된 것도 잘 갖춰진 공연장의 전당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한해 전당에서 열린 총 공연은 전북예술회관 공연을 포함 469건(모악당 70, 연지홀 150, 명인홀 113, 야외공연 38, 국제회의장 61). 공연 건수로만 보면 10년 전인 2002년 417건과 대동소이하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공연 건수를 비교하더라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전당을 찾은 관람객 역시 10년 전이나 비슷하다. 적게는 연간 40만명에서 많게는 60만명이 전당에서 공연과 전시를 관람했다. 그 차이는 2년 간격으로 열리는 세계비엔날레축제가 작용했다. 전당 공연장의 관람객 점유율 역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40% 안팎이다.소리전당의 공연들이 순수 예술 중심의 무대인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통계치는 순수예술과 관객들간 거리가 크게 좁혀지지 않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공연 관람객이 1000명 안팎인 데 비해, 교회 합창단 공연에는 모악당의 2000명 넘는 좌석도 모자라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당 관계자의 이야기다.두 사례에서 보듯 전북 문화예술의 대중화는 가능성과 함께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관심은 많지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문화예술적 안목을 키우고 거기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여건은 아직 성숙되지 못했다는 의미다.전북도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문화시설은 양적으로 크게 늘었다. 충분치는 못하더라도 시설이 없어 문화예술활동을 하지 못하는 단계는 지났다. 도내에는 공공도서관 51개소, 문예회관 17개소, 박물관미술관 31개소, 문화원 15개소, 문학관 6개소, 작은도서관 80개소, 학교마을도서관 33개소, 문화의집 16개소, 영화관 11개소 등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개인이 운영하는 갤러리 등 크고 작은 문화공간까지 합하면 도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은 결코 적지 않은 수다.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싶은 도민들의 욕구도 커지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지난 2010년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향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북도민의 6.5%가 문화예술활동 동호회에 참여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는 2년 전 1.3%에 비해 크게 높아졌고, 전국 평균 3.1%의 두 배가 넘는다.문화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졌고, 문화적 욕구도 높은 상황에서 남은 문제는 소프트웨어다. 한국소리문화전당을 찾는 연간 관람객 50만명, 국립전주박물관을 찾는 관람객 30만명, 전북도립미술관 관람객 20만명 등 주요 문화시설을 찾는 관람객이 100만명이 넘고, 세계소리축제전주국제영화제 등 문화예술축제에도 몇 십만명이 찾는다. 그러나 문화예술 향유층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농어촌을 비롯, 생활형편이 어려운 계층 등 현실적으로 문화예술을 가까이 하기 어려운 문화예술 소외계층과, 사회경제적 여건이 되더라도 문화예술과 거리를 두어온 일반 대중들을 문화예술의 판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정책적제도적문화적 장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시대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