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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지하 연습실.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 음악 교육 '엘 시스테마' 기초를 다진 라파엘 엘스터 감독이 전주를 찾았다. 한국 정부가 유네스코에 제안해 채택된'2012 세계 문화예술교육주간'을 기념해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진행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강사 워크숍에 초청됐다. 도내 '꿈의 오케스트라'에 선정된 '한소리 오케스트라'를 찾은 그는 연습 시동을 걸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어눌하지만 자신감 있게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한국어로 운을 뗀 그는 아이들의 뛰어난 재능과 학습능력에 놀라워했다. "너무 쉬운 곡만 하다 보면, 지루해지기 쉬워요. 오늘은 다소 난이도가 있는 것으로 소화하겠습니다." 집중력이 짧은 아이들을 악기에 빠지게 한 비결은 눈높이 교육. 플루트를 연주하는 아이들 앞에서는 손짓과 함께 "빰빰빰!"을, 힘 없이 치는 심벌즈 연주자에게는 박력있는 "꽝꽝꽝"을 요구했다. 플루트 연주하는 친구 덕분에 '한소리 오케스트라'를 가입해 바이올린을 배우게 됐다는 최화영(12·전주 문학초 5)양은 "일일이 활의 위치를 잡아주고 긴장하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이 힘이 됐다"며 즐거워했다. 자신의 키만 한 첼로를 비롯해 커다란 악기들을 지휘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연주하는 아이들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는 아이들의 '삑사리' 연주를 듣고도 자신감을 갖고 연주할 것을 주문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악기를 연주하면서 쉽게 하나가 됐다. 30년 전 베네주엘라에서 '엘 시스테마'의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함께 커온 그는 교사·지휘자를 거치며 음악감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교육은 음악가를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악기를 새롭게 배우면서 삶을 즐기는 기회를 제공받는다는 데 있다"면서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 보다는 악기를 다루면서 삶에 대한 자신감을 익히는 기회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음악을 통해 새로운 목표를 갖고 열심히 노력하고 사랑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이것이 비밀이고, 또 비법입니다."치열한 경쟁을 통한 차가운 평가 보다는 낙오자 없이 클래식을 즐겁게 즐기는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꿈의 오케스트라'는 새로운 현상이다. 이날 전국에서 찾아온 '꿈의 오케스트라' 강사들의 따뜻한 박수는 이를 보여줬다.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신현창)이 목요예술무대에 김정연 관현악단 단원(44)의 가야금'25현 민요 이야기Ⅱ'를 올린다. 도립국악원이 올해 단원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기 위해 처음 시행한 공모에서 뽑힌 두번째 작품.첫 무대는 25현 가야금의 섬세하고 화려한 독주에 모듬북 연주(최만)를 조화시킨 '궁타령의 멋'이 장식한다. 경상도 민요 '뱃노래'는 대금(조용오)의 선율에 넓은 음역을 폭넓게 오가는 가야금 선율이 얹어져 색다른 흥겨움을 전달한다. 북한에서 편곡된 민요 '도라지'에서는 개량 가야금의 기교를 전통 무용(이윤경 송형준)과 호흡을 맞춰 선보인다. 충담사가 지은 향가 '찬기파랑가'(국악실내악 협연)에는 화랑의 용맹함과 패기가 담겼다. 경쾌하고 신명나는 장단의 '쾌지나 칭칭'(사물놀이 협연)이 대미를 장식한다.△ 전북도립국악원 목요예술무대 김정연의 '25현의 민요 이야기Ⅱ' = 24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문의 063)290-5539.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위원장 김한)는 오는 9월13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2012 전주세계소리축제 티저 포스터를 23일 공개했다. 박칼린·김형석 두 집행위원장이 모델로 나선 이번 포스터의 콘셉트는 '소리 한 상 가득'.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판소리와 국악, 월드뮤직 등이 함께 어우러진 소리 한 상을 차려 관객들에게 선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주를 대표하는 한옥마을을 배경으로 두 집행위원장이 각각 해금과 꽹과리를 들고 친근한 미소로 관객들을 맞이하는 모습으로 표현됐다.'전주세계소리축제' 라는 타이틀 위에는 신명나는 축제 분위기가 오버랩 되면서 다양한 축제 한 마당이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한다는 취지다.다채로운 색상을 넣되 절제된 색감을 사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한 것도 포인트 중의 하나.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디자인 되었다. 조직위는'소리 한 상 가득'이 2012 전북방문의해 슬로건(맛과 멋이 한 상 가득)에서 모티브를 얻어 정해진 주제를 살려 전북방문의해를 알리는 데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티저 포스터 이미지는 각종 홍보물에 응용되며, 축제 전까지 전주, 군산, 익산 등 주요 도시에 게첨된다.
전주역사박물관과 전주문화사랑회가 공동주관하는'박물관과 함께하는 1박 2일'이 다음달 23일부터 이틀 동안 '동해안 해양신앙과 강릉 단오제'를 찾아간다. 이번 답사는 송화섭(전주대학교) 교수가 길잡이를 맡아 민속과 신앙, 축제와 제의에 초점을 맞춰 관동팔경의 주 무대였던 양양과 강릉 일대를 돌아본다. 바다라는 생업의 터전에서 풍어와 안녕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신에게 제사를 지냈던 양양의 동해신묘지, 의상이 관음보살을 친견하는 소망을 이뤄 오늘날에도 3대 관음도량으로 손꼽히고 있는 낙산사 홍련암, 조선시대 강원관찰부가 소재했던 강릉의 위상을 느껴볼 수 있는 임영관과 강릉향교 등이 주요 답사코스. 또 대관령 국사성황에게 유교식제례와 무당굿, 탈놀음과 한바탕 난장으로 신과 인간이 소통하고 자연과 인간, 인간와 인간의 상생을 이끌어냈던 강릉 단오제를 경험하는 자리다.참가인원은 40명이며, 모집기간은 21일부터 선착순 전화접수를 받는다. 참가비는 12만원으로 차량·숙식·여행자보험료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063)228-6485
올 연초 성화 작품으로 가톨릭미술상 특별상을 받았던 원로 서양화가 홍순무 화백(78)을 이번에는 호텔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전주 아중리 소재 재즈라운드호텔 갤러리가 홍 화백을 초대했다(22일부터 한 달 예정). 이번 초대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작까지 20여점. 호텔내 레스토랑의 갈색 톤과 잘 어울려 외지에서 온 숙박객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게 호텔 관계자의 이야기다.그가 즐겨 그린 농악과 풍물 그림을 비롯, 모악산에서 바라본 풍경, 복숭아 정물, 포구의 여인, 옷을 벗은 여인들의 '신바람 막춤', 힘찬 풍랑의 새만금, 천지창조에 이르기까지 그의 다양한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호텔측은 홍 교수의 작품들이 토속적이어서 외국인 관광객과 외지인들에게 한국과 전북의 정서를 알리는 데 적격으로 판단해 초대전을 열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연말 개관한 이 호텔갤러리는 매월 1명씩 도내 대표 작가들을 초대하고 있으며, 이번이 4번째 초대전이다.근래까지 성화 작업에만 몰두해온 홍 화백은 그동안 구상화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전북도립미술관에서 15회째 개인전을 연 그가 8순 기념 개인전을 열 계획이어서 새로운 작업에 관심이 가진다.1958년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후 전주교대에서 38년간 교수로 봉직한 홍 화백은 국전 4회 입선·전라북도 문화상·공로상·예술상, 목정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돌발 퀴즈. 고향을 주제로 한 국민 애창곡 1위는? 잘 모르겠다면, 결정적인 힌트. 나훈아의 히트곡 중 한국 성인 남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1위는? 정답은 임종수(70)씨가 작사·작곡한 '고향역'이다. '고향역'이 추억의 애창곡 1위로 꼽히는 건 1970년대 사회·문화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다. 형 집에서 기차로 학교를 오가며 순창(고향)에 있는 엄마를 그리워한 이 곡은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게 숱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전북원음방송이 익산역 개통 100주년을 맞아 제작한 다큐멘터리'익산역 100년 새로운 희망을 위하여'(연출 김사은 PD·28일 오전 9시 FM 97.9MHz)에서 그를 재조명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를 통해 강산이 10번 바뀌는 동안 웃음과 눈물의 사연이 점철 돼 있는 익산역을 새로운 향수로 환기시키자는 데 있다.이번 다큐는 '그리운 고향역'(1부)과 '미래의 희망역'(2부)으로 구성 돼 있다. 1부에서는 그를 통해 들어본 '고향역' 탄생 배경을, 2부에서는 익산역을 중심으로 한 익산의 성장 동력을 점검하는 내용이다. "둘째 형네 집에서 산길을 넘어 황등역까지 와서 통학 열차를 탈 땐 정말 죽을 맛이었죠. 아침밥을 해먹고 20리 산길을 뛰다시피 해서 열차에 타면 얼마나 숨이 얼마나 가빴던지…. 기찻길 옆에 핀 코스모스를 보면서 고향의 어머니가 생각나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주제를 '고향역'으로 정하니까, 가사가 술술 풀려갔죠."여러 번 고배 끝에 '고향역'을 나훈아가 부르게 되자, '임종수 시대'도 코스모스처럼 피었다. 1972년 이후 코스모스 피는 계절이 오면 전국에서 '고향역'을 들을 수 있게 됐을 정도. 그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내가 만든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면서 "숱하게 들어온 '고향역'을 다시 익산역에서 듣게 돼 울컥 한다"고 했다. 전북원음방송은 앞으로도 지역의 잠재력을 엿보고 발전 가능성을 조망하는 '지역사랑 연속 기획'을 제작할 계획이다.
춘향가의 김연수 바디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심청가의 정권진 바디와 적벽가의 박봉술 바디도 마찬가지다. 이는 문화재청이 판소리 다섯 바탕을 대표하는 전수조교가 있는 경우에만 중요무형문화재(이하 보유자)로 선정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다시 불거진 사안이다. 지난해부터 문화재청이 '무형문화유산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 관련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왔으나, 계파와 유파의 갈등이 심한 일부 분야의 경우 보유자 지정을 꺼린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보유자 지정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보유자 지정을 관할하는 각 분과별 문화재위원회는 현재 판소리 바탕을 대표하는 보유자를 선정해오고 있다. 문제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일부 바디의 경우 조교가 없어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는 데 있다. 단적인 예로 춘향가의 경우 현재 김소희 바디와 정응민 바디만 지정돼 있는 데 반해 김연수 바디는 조교 없이 이수자 이일주 명창만 존재한다. 특히나 임방울 명창과 비견된 김연수 명창은 정정렬 소리를 모범으로 삼으면서도 판소리계 신소설을 차용해 근대적 합리성을 추구한, 동편제·서편제 틀로는 전혀 설명이 안되는 귀한 소리다. 오정숙 명창이 걸출한 제자들을 키워낸 덕분에 '김연수 소리는 곧 전북 판소리'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제시한 보유자 선정 방식대로 하면 동초제는 앞으로 보유자 지정이 어렵다. 살아 생전에 오정숙 명창 밑으로 전수조교 후보만 있을 뿐 전수조교는 없기 때문이다. 이재필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담당자는 "판소리 지정 당시부터 판소리 다섯 바탕에 따른 보유자를 복수로 인정해왔다"면서 "그러나 조사 대상을 전수교육조교(조교 부재 시 이수자)로 한정하고 있어 전승환경의 경직성 혹은 인정되지 않은 기·예능이 소멸될 우려가 있다는 문제점은 제기되고 있다"고 답변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불합리한 보유자 지정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문화재위원회가 판소리 이해가 적은 이들로 구성 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13명)에는 전통음악 관련한 최태현 중앙대 음악대 학장이 유일하고, 문화재전문위원(20명)에서는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김영운 한양대 교수, 김응기 동국대 교수, 배연형 동국대 교수가 국악 전공자로 구성됐다. 하지만 배연형 동국대 교수를 제외하곤 정악 전공자 위주여서 심사위원들이 판소리에 관한 이해도가 낮다. 이재필 담당자는 "단순히 문화재전문위원들의 의견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계의 목소리를 취합해 보유자를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봉술 바디의 적벽가 조교 후보로 20년 넘게 있는 김일구 명창은 "국악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심사하니 이런 꼴이 된다"며 분통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소리 전문가들은 "문화재청의 입장이 원칙적으론 맞는 것 같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전수조교도 제대로 지정하지 않고 무형문화유산을 방치하는 꼴"이라며 "문화재청이 제대로 못할 거면 차라리 민간에 맡겨서 전문성을 높이는 게 낫다"고 비판하고 있다.
무주군이 반딧불축제기간 무주읍 등나무운동장에서 야외극장을 운영한다.무주군은 야간에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과 주민이 가족과 함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축제기간인 9-15일 최신작품을 선보인다고 23일 밝혔다.상영작은 ▲9일 장화신은 고양이 ▲10일 미션임파서블(고스트프로토콜) ▲12일 언터처블(1%의 우정) ▲13일 댄싱 퀸 ▲15일 프렌즈(몬스터섬의 비밀)영화관람은 무료이며 자세한 정보는 반딧불축제 홈페이지(firefly.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반딧불축제 김선태 담당은 "초여름 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온 가족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최신작으로 엄선했다"고 말했다.
전북도립문학관이 운영할 문예 아카데미가 문학관 특성과 거리가 있는 일부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도립문학관에 따르면 지난 21일 문예아카데미 수강신청 마감 결과 수강 정원의 60%를 넘는 프로그램은 전체 10여개 중 4개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학관 위탁을 맡고 있는 전북문인협회는 우선 1학기에는 수강생이 꽉 찬 시낭송·시 창작·사서삼경·도민등산교실만 운영한 뒤 2학기엔 기존 수업을 재모집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인협회는 3개월 수강료가 6만원 밖에 되지 않아 호응도가 높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문인들은 도립문학관 아카데미에 개설된 생활다례·동요 애창·요가·자연생태 곤충체험학습 등 일부 프로그램을 의아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다. 도립문학관이 도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으나, 도립문학관이 개관에 앞서 주민센터나 할 법한 수업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 보수 공사 등으로 문학관 개관이 7월로 미뤄진 만큼 전북의 근·현대 문학 역사를 집대성하고 문학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는 사업을 내놓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규창 전북도립문학관 사무국장은 "도립문학관 개관이 늦어지다 보니, 도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욱이 전북도립문학관은 지자체가 만든 국내 최초 도립문학관이라 전국적인 기대가 높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문학관이 전국적으로 없다는 점에서 도립문학관이 새로운 모델이 돼야 하는 상황. 평생학습센터나 주민센터 등에서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닌, 문학관의 특성을 담아내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문학관 설립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요구다. 개관 첫 해인 올해 도립문학관 예산이 1억에 그쳐 도민들의 다양한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도 문제다. 도내에선 최명희문학관을 제외한 대다수 문학관의 경우 운영비가 적어 전문 인력 없이 작고·현존 작가 유물 전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박제화된 공간이 됐다. 이에 도립문학관은 개관 이후 전북 문단의 위상을 세우는 문학교실·체험·강연 등을 골자로 한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과 워크숍, 전시, 도민 참여 행사 등을 통해 도내 문학관의 구심점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선 중기의 기녀 이매창(1573-1610)은 유희경, 직소폭포와 함께 부안의 3절로 불리며 조선조 기녀문학의 중심부에 서있던 인물이다.현재 매창의 삶에 대한 기록은 그의 시집 『매창집』과 발문, 그리고 비문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발문이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 중기 여류시인이었던 매창의 본명은 향금, 자는 선향이며, 매창은 그의 호다. 『매창집』은 2권 1책. 목판본으로 1668년 12월에 부안현의 아전들이 전송하던 매창의 한시 수백수 중에 각체 58수를 모아 변산 개암사에서 개간하였다.이 시집 속에 수록된 이계생의 한시를 각체별로 보면 오언절구 20수, 칠언절구 28수, 오언율시 6수, 칠언율시 4수 등 58수 등이며 말미에 발문, 즉 간기가 부록되어 있다. 매창의 한시는 재치 있고 정감이 넘치면서 한국적 여성 특유의 인고의 성정이 풍만한 작품으로 회자된다.가곡원류에도 매창의 대표작인 '이화우 흩날릴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으로 시작되는 작품이 소개돼 있다. 매창은 가무는 물론 현금에도 능해 다재다능한 예인이었다. 그러나 그가 어떠한 연유로 기생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인지 알려주는 정확한 기록은 없다. 문학가 허미자는 그를 서녀로 보아 출신성분상 자연스럽게 기생이 되었다고 하는 반면, 문학평론가 김지용은 고을 태수인 서진사가 권력으로 매창의 정조를 빼앗았으며, 그를 따라 서울로 갔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부안으로 내려온 후 기생이 되었다고 말한다.두 가지의 추측을 모두 종합해 볼 때 매창은 어떤 이유로든 양반가와 혼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생의 길로 들어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의 문학작품 곳곳에 기생 신분에 대한 부끄러움과 한탄이 배어있는 것도 바로 이에 기인한 것이다. 특히 그의 작품은 기생임에도 불구하고 가늘고 약한 선으로 자신의 숙명을 그대로 읊고 있는 것이며, 자유자재로 시어를 구사하는 데서 우수한 시재를 엿볼 수 있다.매창이 죽은 뒤 45년만인 1655년 그의 무덤 앞에는 비석이 세워졌다. 그 뒤 300년의 세월이 흘러 비석의 글자들이 이지러진 관계로 1917년 부안 시인들의 모임인 부풍시사에서 비석을 다시 세웠다.더욱이 부풍시사에서 매창의 무덤을 돌보기 전에는 자손이 없는 매창을 위해 남사당이나 가극단, 협률사 등이 들어올 때에도 읍내에서 공연을 하기 전에 반드시 매창의 무덤을 찾아와서 한바탕 굿판을 벌였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매창은 기녀라는 최하위 신분에도 당대는 물론 후학들에게도 생애나 예술세계에서 존경을 받고 있는 여류예술가이다.현재 부안서림공원에 시비도 세워져 있어 이매창을 기리고 있다. 매창의 예술적 영혼과 치열한 시대정신은 신분을 초월해 전북 예술의 화두임을 보여준다./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소설가 라대곤씨가 국토해양사상 고취와 해양문학 저변확대의 공을 평가받아 제6회 전북해양문학상 국토해양부 장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전북해양문학상 대상은 소설가 황보윤씨(국토부장관상), 본상은 소설가 윤규열씨가 각각 차지했다. 또 제23회 중산시문학상은 최정아 시인에게 돌아갔다.전북문인협회가 주관하고 국토해양부가 지원하는 전북해양문학상 국토부장관상 수상자인 라대곤씨는 1982년 단편소설 '공범자'로 등단한 후 단편집 '악연의 세월''굴레''선물', 장편소설'아름다운 이별''망둥어', 수필집'한 번 만이라도'등 10여권의 저서를 냈다. 전북의 기성문인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거쳐 선정한 전북해양문학상 대상작은 황보윤 씨의 소설'바다로 간 솟대'. 새만금 갯벌을 제재로, 잃어버린 바다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솜씨 좋게 그렸으며 작품 구조가 탄탄하다는 평을 받았다. 본상 수상작인 윤규열 씨의 '백색 그 바다'는 어부들의 바다 생활을 녹취하는 사회봉사원의 이야기를 쓴 소설이다.중산시문학상 수상작은 최정아 시인의 '깡통에 소리새가 산다' 등 2편. 최 시인은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와 계간 시전문지 '시선'에 당선됐으며, 시집 '밤에도 강물은 흐른다''봄날의 한 호흡'이 있다. 예선 심사는 공숙자(수필)· 정휘립(시·시조·동시)· 김자연(단편소설·동화) 씨가 맡아 20명의 우수 작품을 본선에 넘겼다. 본선 심사는 허소라·정양 시인이 맡아 최종 수상자를 선정했다. '전북해양문학상'중 국토부장관상은 표창장과 부상을, 대상은 국토부장관 상장과 창작지원금 300만원을, 본상에는 상패와 창작지원금 200만원이 주어진다. 중산시문학상은 상패와 창작지원금 500만원이 수여된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의'어르신극단 소리'가 거창실버연극제에서 동상 및 연기자상을 수상했다.지난 5월14일부터 19일까지 6일간 거창연극학교 장미극장에서 진행된 이번 연극제에는 전국의 23개 노인극단이 참가했으며, 1차 심사에서 전북을 포함 9개 지역 10개 팀이 선정됐다. 이들 10개 팀을 대상으로 한 2차 본선 심사에서 소리문화의전당 어르신 뮤지컬은 작품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이번에 수상한 어르신 뮤지컬 작품은'진짜진자 좋아해'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12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에 선정된 소리전당의 노인대상 통합예술교육프로그램인 '어르신들의 뮤지컬 따라잡기'의 결과물이다.이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뮤지컬이란 장르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음악, 연기, 댄스 등 문화예술에 대한 폭넓은 체험과 이해를 통해 어르신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뮤지컬 교육과정이다.
조각가 엄혁용(51)은 늦깎이 장가를 갔다. 뒤늦게 얻은 두 아들 태신태민을 금쪽같이 아낀다. 그렇게 좋아하는 술을 마시다가도 밤 9~10시만 슬그머니 사라진다. 잠에 들기 전 두 아들 얼굴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아이들을 작품에 담아오던 그는 아들들이 눈만 뜨면 찾는 책을 작품에 접목시키고 싶었다. 지난해 故 박병선 박사의 타계 소식을 들은 그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直指)를 책과 연계시키는 데로 나아갔다. 박병선 선생을 위한 오마주 격인 열다섯 번째 개인전직지, 새로운 천년의 꿈을 꾸다를 연 그는 그럴싸한 사기(?)를 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전주 공유갤러리에서 연 나무를 소재로 한 전시가 조형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 전시는 나무를 다루되 기능성실용성에 감안한 전시로 변화를 줬다. 자신의 두 아들처럼 책을 좋아하는 혹은 책을 더 가까이 하고픈 이들을 위한 선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규모 철 조각을 해왔던 그에게 나무 작업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흠집이 나 버려진 나무를 구해 나무의 모양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톱질을 했다. 제자들이 좀 더 고민하고 자르시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감대로 밀고 나갔다. 급한 성격 덕분에 작업은 6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3m도 넘는 등걸에 고서를 불규칙적으로 꽂아놓는다든가, 다양한 책들을 꽂아놓은 고풍스러운 책장 등이 대다수인 이번 전시에는 총 19점이 출품됐다. 나무에 난 흠집을 도려낸 뒤 상형문자를 새기고 색을 입혀 상처 난 자리가 글자가 되게끔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나무로 만든 책들이 많다. 잉크까지 번진 느낌을 살려 오래 돼 닳은 실제 책 같다. 고서의 끈 매듭이 5번 된 것을 감안해 다섯 곳을 음각으로 깎아 실리콘 등으로 채우는 등 섬세한 곳까지 신경을 쓴 덕분이다. 1회 때부터 빠짐없이 등장한 탁자는 이번에도 내놓았다. 식탁용으로 제작했던 탁자에 나무를 얹어 책들을 꽂아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고 싶어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2년에 꼭 한 번 개인전을 하겠다고 스스로와 한 약속을 성실하게 지켜온 그는 당분간 나무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나무가 주는 따뜻한 질감, 가볍고 오래가는 한지의 매력 등은 금속도자 작업을 해오면서 느끼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인전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 이어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도 이어진다. 이화정기자hereandnow81@ △ 엄혁용 열다섯번째 개인전직지, 새로운 천년의 꿈을 꾸다 = 23~29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MA. 31일~6월6일 전주 우진문화공간.
제40회 성년의 날을 맞은 21일 전주향교에서 성년의 앞날을 축하하고, 성년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전통성년례가 열렸다.이날 오전 10시부터 치러진 성년식은 성년자(1992년생) 남녀 120명과 내빈가족 등 250여명이 참석해 관례복장을 갖춰 입고 전통 성년례를 재현했다.성인 의복을 차려입고 예를 다하는 삼가례, 술 법도를 따르는 초례 등 성년의식이 끝난 후 송하진 전주시장은 새로운 이름으로 어른 대접을 하는 뜻으로 성년자 120여명에게 성명을 음행오행 설로 풀이한 자첩(字帖)을 수여했다.성년식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성년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었으며 성년식을 치르니 더욱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며 "앞으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아는 모범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위원장 김한)는 2012년 소리축제 D-100일을 기념해 '스타작곡가 김형석(전주세계소리축제 집행위원장)과의 특별한 1박 2일 소리 팸투어' 이벤트를 실시한다.이벤트는 '전주세계소리축제'(www.sorifestival.com 와 홍보마케팅을 위해 공동 프로모션을 체결한 '와글의 전성시대'(www.wagle.tv) 홈페이지에서 2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다. 참가 방법은 두 홈페이지에 접속해 이벤트 참여 버튼을 누른 뒤, 자신의 SNS에 소리축제 티저 포스터를 퍼가고 성공기원 메시지를 남기면 된다.소리 팸투어로 선정된 10명에게는 오는 6월 5일 김형석 집행위원장과 함께 2012전주세계소리축제 성공기원 소리주 빚기와 저녁식사 기회가 주어진다. 또 1박 2일 동안 무료로 전주 한옥마을 투어와 한옥 생활 체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소리축제와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할 (주)소셜네이티브의 '와글의 전성시대'는 SNS 마케팅의 단점을 보완한 '애드테인먼트 플랫폼(ADtainment Platform)'으로, SNS와 1인 미디어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광고(Advertise-ment)에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구수한 피자, 그것도 신선하고 향기로운 버섯 토핑이 가득 올라간 따끈한 피자 한 판은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그것도 한참 출출한 휴일 오후에 말이다. 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이 올린 소극장 오페라 '버섯피자'(18~20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의 맛은 어땠을까. 이름도 낯설고 어려운 미국 작곡가 시모어 바랍의 '버섯피자'는 맛있는, 그래서 식감과 오감을 행복하게 해주는 피자가 아니라 치정과 연관된, 먹으면 죽는 독버섯 피자였다. 라깡의 '주이상스'(jouissance)란 말이 있다. 욕망의 법칙은 간절한 만큼 충족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분칠된 욕망은 근본적으로 결핍이어서 계속되는 반복 충동인 것이다. 언제나 허기진 사랑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다른 대상을 쫓는다. 1시간 짜리 오페라는 주이상스의 적나라한 실상이다. 요즘 TV 드라마의 단골 주제인 불륜의 현장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다 일어난다. 만남, 사랑, 배신, 질투, 증오, 연속적인 살인에 이르기까지 금단의 과일처럼 달콤하지만 치명적인 사랑은 결과적으로 출연하는 4명이 모두 다 죽는 걸로 끝이 난다. 당연히 무겁고 음침해야 할 비극이다. 그런데 결론이 황당하다. '19禁'인데도 엄마들은 데리고 온 어린아이와 같이 박장대소한다. 불륜을 다루면서도 음침하지 않고 연속적인 살인이 일어나는데도 사람들은 깔깔거린다. 마지막 장면이 압권. 모두 다 죽었던 사람들이 죄다 일어나 "잘 되거나 못 되어도 인생은 운명의 장난"이란다. 이들이 입을 모아 합창하는 운명에는 어떤 비장함이나 억울함도 없다. 마지막으로 크게 한 번 더 웃게 만드는 대미일 뿐이다.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해간다. 요즘 사람들은 무겁거나 교훈적이거나 어려운 것을 싫어한다. 모든 게 '퍼니 퍼니'(funny funny), 이제는 어렵고 지루한 오페라조차도 웃고 즐기는 볼거리로 바꿔놓는다. 이 대세를 호남오페라단도 타고 갈 모양이다. '버섯피자'의 이면은 청중은 즐겁지만 가수들에게는 딱 '죽을 맛'이다. 전방위로 도전을 주는 성악적 요구뿐만 아니라 코믹한 연기력이 이 오페라의 성패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내가 본 공연에서 가수들이 정말 잘 해주었다. 저렇게까지 지휘자, 연출자의 노고가 얼마나 컸으랴. 그들의 노고에 뜨거운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다행히 '버섯피자'는 상설무대에서 장기 공연을 한다고 하니, 보지 않은 많은 분들은 꼭 한 번 보시라 권하고 싶다. / 작곡가 지성호△ 작곡가 지성호씨는 지역적 소재로 국악과 양약을 아우르는 대작들을 꾸준히 발표했으며, '한국 창작 오페라 대표 작곡가 10인'에 선정된 바 있다.
아이들과 글쓰기를 할 때 나는 자기 주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자기 나무를 정하고 1년 내내 자기 나무에서 일어나는 일을 쓰게 했다. 글쓰기는 아이들에게 작가나 시인이 되게 하는 공부가 아니다. 모든 공부는, 우리가 살아왔던 세상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들여다보고 살아 갈 세상을 스스로 창조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자기 나무를 정하면 쉬는 시간 나와 마주치는 아이들에게 나무를 보았느냐고 물어 본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아이가 집에서 문득 자기 나무를 보고 '내일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나무를 보았느냐고 물어보지 않을까?' 하며 나무를 보게 된다. 내가 다시 나무를 보았느냐고 물어보면 아이는 보았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나는 또 네 나무가 어떻게 하고 있더냐? 라고 묻는다. 아이가 나무를 보긴 보았는데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게 된다. 나는 또 다시 아이들에게 나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러면 아이들은 이제 자기나무를 '다시' '자세히' '보게' 된다. 나무를 다시 자세히 보는 순간 놀랍게도 세상은 달라진다. 이 세상의 수많은 남자와 여자들 중에 어떤 여자를, 어떤 남자를, 다시 보는 순간 당신의 인생이 달라졌지 않은가. 부정적으로 달라졌는지 긍정적으로 달라졌는지는 다 자기 판단이겠지만. 아무튼 아이는 자기 나무를 다시 새로 자세히 보게 된다. 세상의 모든 시작은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을 우린 철학적인 용어로 '이데아'라고 한다. 본다는 뜻이다. 아무튼 아이들이 자기 나무를 다시 자세히 보다 보면 나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어느 날 경수에게 물어 보았다. 경수야 네 나무 보았니? 하고 물었더니, 경수는 "내 나무는요. 마을 앞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문데요 아침에 학교에 오면서 보니까요 느티나무 밑에 할아버지들이 놀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나무 앞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시냇물 건너에는 들판이 있었는데요, 들판에서는 사람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었어요." 오! 그래 그럼 지금 네가 한말을 글로 써봐라. 그게 글이 된다. 한그루의 나무를 자세히 보면 주위의 사물도 다시 보게 되는 것이다. 교육이란 정답을 가르치고 외워서 하나뿐인 정답을 쓰게 하는 공부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알게 해서 열을 알게 하는 게 교육이고 공부가 아닌가. 한그루의 나무를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그리게 하는 그게 종합이고 통합이고 통섭이고 융합이다. 융합이란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작용을 통해서 전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제 그런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융합 위에 예술적인 융합을 더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무튼 그렇게 한그루의 나무를 자세히 보게 해야 그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무엇인지 알게 되면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어야 그것이 내 것이 된다. 지식이 내 것이 될 때 비로소 인간을 귀하게 가꾸는 인격이 되는 것이다. 아는 것이 인격이 될 때 비로소 나와 세상과 관계가 맺어진다. 관계는 갈등을 불러 온다. 사람들은 갈등을 조정하고 조절하여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한다. 그러다가 보면 생각이 일어나는데 그 생각을 정리 하는 게 삶이고 예술이고 정치고 교육이다. 이런 철학적인 태도를 갖는 사람은 늘 새로운 것을 찾아 간다. 새로운 것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새로움이 예술적일 때 사람들은 감동한다. 감동은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나아가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교육의 힘이다. 감동하는 것들은 생명력이 있다. 생명력이 있는 것들은 자연에 있다. 한그루의 나무를 언제 보아도 완성되어 있고, 언제 보아도 새롭다. 수 천 년이 흘러도 오늘 새로워 보이는 그림, 시, 음악 그게 명품이다. 왜 한그루의 나무는 언제 보아도 완성되어 있고 언제 보아도 새로울까. 그것은 나무가 세상의 모든 것들을 받아들기 때문이다. 예술은 딴 데 있지 않다. 그대 곁에 있는 나무 한그루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고 그 나무에서 새로 일어나는 일에 감동하는 일상, 그게 삶이 곧 예술인 '삶의 예술'이다. /본보 편집위원
올해로 32회째 이어온 전국고수대회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전북국악협회(회장 김학곤)와 KBS전주방송총국(총국장 김영선)이 매년 열고 있는 고수대회가 관객들로부터 외면 받으면서 입지가 좁아진 데다, 내년부터 종합경연대회인 '전국국악고수대회'로 확대할 것을 검토하면서 대회의 정체성마저 흔들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전북국악협회는 지난 3월 이사회를 통해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해온 '전국국악경연대회'와 '시·군농악경연대회'를 통합해 고수 부문의 대통령상은 그대로 두면서 판소리, 기악, 무용, 시조, 연희 등을 신설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고수대회가 고수 부문에 대통령상을 수여하는 전국 유일한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전북국악협회가 이같은 엉뚱한 자구책을 내놓게 된 배경은 고사 위기에 놓인 대회의 현주소 때문이다. 공동 주최자인 KBS 전주방송총국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대회가 너무 썰렁하다며 쇄신책을 요구한 데다, 전주시 역시 전라북도 행사라는 이유로 해마다 예산을 줄이겠다고 압박하고 있어 전국고수대회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 게다가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회장 성준숙)가 2010년부터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명고수부를 만들면서 전국적으로 가뜩이나 적은 고수들이 양 대회에 나뉘어 참가하고 있어 참가자들은 갈수록 줄 것이라는 위기 의식도 반영됐다. 고수대회 초창기부터 참관해온 한 명창은 "국악종합경연대회는 이곳이 아니라도 다른 지역에 얼마든지 있다. 대회의 차별성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면서 "절대 안 될 말"이라고 비판했다. 참가자의 북 장단에 맞춰 공연하는 일부 소리꾼 역량이 예년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고수대회 침체된 위상을 반영한다. 10년 넘게 고수대회에 도전했던 한 국악인은 "기량이 떨어지는 소리꾼들이 오면 그 피해를 보는 것은 고수"라면서 "무대에 오른 15명의 소리꾼들이 다 필요한 게 아니라 잘하는 몇 명만 있어도 된다. 소리꾼들이 심사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이해관계를 챙겨주기 위한 꼼수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전북국악협회는 "예산이 4300여 만원(도비 3000만원·시비 950만원·나머지 자체 부담금)에 불과해 내로라하는 명창을 데려오기는 힘들다"는 하소연만 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고수대회에 투입된 예산은 32년이라는 역사적 위상이 무색할 만큼 턱없이 적다. 전북국악협회에 따르면 전국고수대회에 2004년 6100만원, 2005년 6000만원, 2006년 8500만원, 2007년 5550만원, 2008년 5860만원, 2009년 4500만원, 2010년 4400만원, 2011년 4350만원이 투입됐다. 여기서 도비는 2900~3900만원이다. 하지만 시비가 갈수록 줄면서 대통령상을 제외하고는 상격에 맞는 상금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명고수부 대상 수상자는 상금 1000만원(대통령상)인 데 반해 명고부 대상 수상자는 고작 50만원(국무총리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 국악인은 "국무총리상 위상이 이것밖에 안되나. 대우를 하려면 제대로 해라"라고 쓴 소리를 했다. 이와 관련해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고수 부문의 유일한 대회로서의 역사적 위상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면서 "고수대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참가자를 늘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수대회를 찾을 판소리 애호가들을 어떻게 끌어들일까 하는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무주에서 다음달 8-16일 열리는 제16회 반딧불축제기간에 다채로운 전통문화 예술공연이 펼쳐진다.무주군은 21일 섶다리밟기, 낙화놀이, 기절놀이, 디딜방아 액막이놀이, 전라좌도 무주굿 대세우기 등 무주지방에서 전해내려온 전통문화 예술공연을 중점적으로 선보인다고 밝혔다.메인프로그램인 섶다리 밟기는 주민들이 직접 섶다리를 설치하고 전통혼례, 농악놀이, 상여행렬, 한복패션쇼 등 잊혀져가는 옛 문화를 재연한다.부남면 디딜방아 액막이놀이는 무병장수풍년을 기원하던 거리기원제로 제41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문화부장관상을 받은 작품이다.기(旗)절놀이는 무풍면 지역 전통놀이로 윗마을과 아랫마을이 마을의 상징인 농기(旗)로 세배를 주고받으며 화합을 다졌던 놀이다.힘차게 펄럭이는 깃발의 위용과 농악대의 흥이 어우러진 기(基)절놀이는 13회 축제 때 관람객에게 선보이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전라좌도 무주 굿은 보존회 회원들이 펼치는 농악놀이로 제17회 '임방울국악제' 전국대회 최우수상, 2011 전북도 민속예술축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의 명성을 느낄 수 있다.무주 산의실 솟대세우기는 8일 개막식에서 반딧불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공연으로 마련됐다.최영관 반딧불축제기획단장은 "무주반딧불축제는 무주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통예술과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화합축제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실험적인 음악교육 프로그램이 세계 각국의 사회개혁 프로그램으로 확산되고 있다. '엘 시스테마(El Sistema, 시스템이라는 뜻의 스페인어)'가 그것으로,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이라는 보통명사가 됐다.문광부가 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진행하는 이 '꿈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 초청 워크숍이 2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다. 2박3일 동안 진행될 워크숍에는 국내 20개 문화예술 거점기관 음악감독과 강사, 행정담당자 등 100여명이 참석, 오케스트라 교육을 통해 사회변혁을 이룩한 엘 시스테마의 음악교육 감독 라파엘 엘스터로부터 선진적인 교수법을 전수받는다. 라파엘 엘스터(Rafael Elster)는 뉴욕 줄리어드 음대 트럼펫 전공을 하였으며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재단 음악교육의 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엘 시스테마의 설립자 아브레우 박사의 권유로 1999년 베네수엘라의 빈민지역 '사리아'에서 엘 시스테마 음악센터(nucleo)를 설립, 엘 시스테마를 정착시키고 사리아 지역의 범죄율을 낮추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했다. 향후 전북의 엘 시스테마 정착 모델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 문화예술인들, "문화예산 삭감 도의원들 사퇴 촉구"
하송 시인, '2024년 한국 예인문학 문학대상' 수상
추위 녹이는 클라리넷 연주⋯신재훈 독주회
박용근 의원 제기한 전북문화관광재단 본부장 심사 개입 의혹…법률상 '위법 사항 없음'
삭감된 예산에 뿔난 지역예술인, 반면 전북예총·전북민예총은 '무덤덤'
전주사진센터 부설 사진연구소 1983, 회원전 '새만금' 연다
정가 선율에 취하다, '시조와 가곡으로 듣는 우리 소리' 공연
전북특별자치도 콘텐츠융합진흥원 입주기업 ‘아가미림’, OTT 시장 진출
[안성덕 시인의 '풍경']까치밥
사회적기업 미소능력개발센터, 방화선 선자장 홈페이지와 쇼핑몰 제작 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