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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온ㆍ오프라인 서점들과 출판사들이 함께 전자책(e-북) 회사를 설립했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알라딘,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리브로 등 서점들과 한길사, 비룡소, 북센, 북21 등 출판사, 언론사 중앙일보와 공동 출자해 전자책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이퍼브를 설립했다고 16일 밝혔다. 한국이퍼브 대표로는 조유식 알라딘 대표가 선임됐다. 한국이퍼브는 10월부터 여러 종류의 전자책 단말기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고 내년 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이퍼브는 "해외에서도 전자책 활성화를 위해 콘텐츠 확보가 관건"이라며 "서점, 출판사, 언론사가 손을 잡아 국내 전자책 시장을 주도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의 전통문화와 대중문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한일축제한마당 2009 인 서울'이 20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된다. 지난 2005년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한 '한일 우정의 해'의 기념행사 가운데 하나로 시작된 한일축제한마당은 한국인과 일본인이 함께 만드는 최대 규모의 교류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지난해까지 서울에서만 열렸지만, 올해는 '함께 하는 서울-도쿄! 함께 가는 미래!'를 테마로 삼아 처음으로 서울과 도쿄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이는 일본에도 우리나라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하는 의견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강신호 한일축제한마당 한국측 실행위원장은 "이번에 드디어 서울과 도쿄 동시 개최가 성사됐다. 서울과 도쿄를 잇고 나아가 미래로 한일축제한마당의 정신을 이어갔으면 한다"면서 "한일축제한마당은 등대의 불빛처럼 한일 관계를 밝히는 우호의 상징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는 30개 단체에서 500여명이 참가하며 한국의 김덕수 사물놀이, 정명숙 살풀이춤 등과 가수 윤하의 공연을 비롯해 일본 민요가수 카즈미의 전통문화 공연 등 한일 양국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이세환과 요시오카 호가쿠샤의 전통악기 연주, 김뻑국 예술단과 카즈미의 민요 공연, 뿌리패 예술단과 바치홀릭의 타악 공연 등 양국의 전통 공연이 함께 진행돼 화합의 장을 연출하며 한국과 일본의 작사ㆍ작곡가가 함께 만든 노래 '파란꿈'을 국악인 정준태와 일본의 카즈미가 함께 부른다. 특히 실시간 중계를 통해 서울과 도쿄 양쪽에서 개막선언을 동시에 하고 강강술래도 함께 펼쳐진다. 한일 양국의 댄스 공연단이 멋진 율동을 선보이는 댄스 페스티벌도 열리며 다도 문화 체험, 전통 의상 체험, 떡메치기 대회, 전통주 시음회 등 양국의 전통문화를 몸소 체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마련된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공식홈페이지(www.omatsuri.kr)에서 자세한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행사는 한일축제한마당 2009 실행위원회가 주최하고 주한일본대사관, 외교통상부,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등이 후원한다.
9월은 여름의 뒷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할딱거리며 달려오는 가을의 숨소리가 들리기도 하는 달이다. 9월의 무더위는 꼼지락 거리다가도 찬바람이 불면 쪽방에 든 놀빛처럼 금방 사라져 버린다.9월은 서로를 껴안고 서로에게 베푸는 사랑이 영글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올 가을에는 나도 누군가에게 고단한 마음을 달래 줄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병든 육체에 부대끼며 허기진 영혼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에게도 고통이 녹아있는 시 한 구절을 바치고 싶은 9월이다.나는 19세기의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의 '만약 내가'라는 시를 떠올려 본다.'아픈 마음 하나 달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이 짧은 시 한 구절이 얼마나 좋은가. 가슴에 다가와 나를 꼬옥 껴안아 줄 것 같은 감동이 밀려오지 않은가.추석이 가까워지면 아버지께서는 창호지를 바르셨다. 방문과 창문을 떼어 토방에 비스듬히 세워놓고 물을 뿌린 다음 빛바랜 창호지를 긁어내셨다. 풀을 바른 얇은 창호지가 찢어질까봐 조심스럽게 아버지와 나는 양끝을 잡고 창살에 붙였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창호지에 한 모금의 물을 입에 가득 물고 안개처럼 품어내는 일도 잊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창살문에 국화잎을 넣고 자연과의 의사소통을 겨울 내내 하셨는지도 모른다. 수직과 수평으로 살을 교차시킨 문창살은 추석을 맞이하는 아버지의 유일한 기쁨이셨다. 아버지는 문창살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보고 나에게도 그 아름다움을 각인시켜 주셨다. 그리고 시조를 읊으셨던 추억이 새삼 떠오르는 것은 가을이기 때문이다.'새야 새야 파랑새야 / 녹두밭에 앉지 마라'는 어머니가 일을 하실 때마다 부르시는 노래였다. 골무를 만들 때나 무명타래실을 양 발에 끼우고 실패에 감을 때는 한을 감아 내는 듯 구슬프게 들렸다. 그리고 놋화로에 달군 인두로 저고리 앞섶을 다릴 때면 어머니의 주름진 생이 녹아나는 것처럼 부르셨다.나는 누구에겐가 평생 잊지 못할 시 한 구절을 들려주기 위하여 9월이 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덜 익은 알밤이 배고픈 산짐승의 울음소리를 듣고 자기 몸을 내어주는 헌신적인 소리를 듣는다. 멧돼지가 할퀴고 간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나무에서 '뚝' 떨어지는 상수리 열매 소리도 듣는다. 9월이 오는 소리다.매일 약으로 사는 남편도 9월을 밟고 산다. 한 알의 약이 미사일처럼 그이의 몸을 공격하고 나면 금방이라도 청춘을 되찾을 것 같은 그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가 있다.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이다.'내 안에 있는 이여 /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 그대가 곁에 있어도 / 나는 그대가 그립다'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시다. 나는 불덩어리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는 목소리로 낭송 할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짝을 찾는다는 휘파람새처럼. /이소애(시인·샘 장학재단이사장)
요즈음 여자 연예인들의 약 90%는 성형외과의 신세를 진것 같은 느낌이다. 남자 연예인들 역시도 여자보다는 못해도 꽃미남을 만들기 위한 성형투쟁은 계속 증가할것이다. 마치 단칼 승부를 내려는듯이 외모에만 너무 집착하고 있다.쌍커풀 수술은 이젠 성형의 범주에도 못들고 콧대 높이는 성형수술이 너무 보편화 되어있다. 그러나 여자의 경우 얼굴 한복판의 콧대를 서양식으로 고치다보니 여자들 인상이 너무 강하게 보이고 어딘지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는 조물주의 뜻을 어긴 댓가이다.인간 특히 여자가 아름답게 보일려는 욕구는 본능이라고 할수 있겠지만 오로지 얼굴에만 집착하다보면 성형 중독증에 결릴 확률이 높은 것이다. 셩형은 마치 헌집 뜯어 고치듯이 한쪽을 보수하면 다른 한쪽이 허술하게 보이고 또 그것을 손보고 나면 옆의것이 문제가 있듯 쌍커플 수술하고 나면 코가 낮게 보이고 코를 높게하고 보니 광대뼈가 돌출한 것 같고 광대뼈를 손보면 턱이 문제라는 식이다.인간이 성형을 통해 결함을 고치려는 욕구는 언제나 있어왔다. 고대 인도의 [베다 성전(聖典)]을 보면 행실이 나쁜 아내나 딸을 둔 남편이나 아버지는 코를 벨수 있는 권리를 율법으로부터 보장받았다. 그래서 없어져 버린 코를 성형해주는 수술이 일찍부터 발달해 있었다.우리나라에도 고대부터 성형습속이 있었다. 마한(馬韓) 사람들의 머리팍이 납작하고 평평하였다는데 이는 어렸을때부터 머리팍이 납작하도록 돌로 눌러 놓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어느 지방에서는 19세기 까지도 이마와 뒤꼭지를 널빤지로 죄어 납작하게 하는 습속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반드시 예뻐지기 위해 성형을 하는것이 아니라 미워지기 위해 성형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중국의 강요에 의해 공녀(貢女)를 차출하는 채홍사(採紅使)가 날뛰면 여염(閭閻)집의 여자들은 괴화탕(槐花湯)이라는 독즙으로 얼굴을 씻었다는데 이로 인해 콧날이 비뚤어지고 언청이처럼 입술이 처들어지는 증상이 나타나 선발에서 제외되었다. 중국의 공녀로 가는것이 죽기보다 싫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요즈음 여자들의 성형 열기는 정상을 넘은 것 같다./장세균 논설위원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주연)은 23~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3회 세계번역가대회를 개최한다. '번역의 질적 향상을 위한 방향 모색'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는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여러 언어권에서 활동 중인 번역가들과 편집자, 연구자 등이 참가한다. '번역과 아시아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기조강연에 이어 △좋은 번역이란 무엇인가 △번역의 제문제 △번역 교육과 평가 △번역현장의 제문제 등을 주제로 한 참가자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국어기본법에 의한 심의기구인 국어심의회가 柳(류), 羅(라), 李(리) 등 성씨 표기에 두음법칙 예외를 원칙적으로 인정할지 16일 심의를 벌일 예정이라고 문화체육관광부가 15일 밝혔다. 국어심의회는 성씨 표기에 두음법칙 적용을 의무화한 한글맞춤법 10항 및 11항과 관련, 성씨에 대해서는 적용 예외를 인정할지 심의하게 된다. 문화부 관계자는 "지난 2007년 대법원의 가족관계등록부(호적) 예규 개정으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성씨 표기에 두음법칙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이번 심의는 한글맞춤법 자체의 변경 여부를 다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시 형태인 '한글맞춤법' 개정 여부는 국어심의회 의견 등을 들어 문화부가 개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한편, 문화부는 같은 날 남기심 전 국립국어원장, 장경희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등 47명을 임기 2년의 위원으로 위촉, 새롭게 국어심의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국어심의회는 국어기본법에 따라 어문규범 제·개정, 국어발전 기본계획 수립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에 필요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엄마를 부탁해'를 내고 독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독자들이 오히려 작품을 쓴 것 같고, 저는 독자처럼 듣고만 있을 때가 많았어요. 독자들이 저보다 훨씬 할 말이 많은 이상한 작품이었죠.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시간을 가졌다는 것은 제게도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었습니다."지난해 11월 출간돼 독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으로 받으며 '엄마 신드롬'까지 낳은 신경숙(46) 씨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창비)가 출간 10개월 만에 100쇄, 100만 부를 돌파했다. 매달 10만 부 가량이 팔린 것으로, 국내 순문학 단행본으로는 최단 기간 100만 부 돌파기록을 세우게됐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10여개 국의 독자들과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내년 초 무대에 올려지는 연극을 비롯해 영화와 뮤지컬 등으로도 관객을 찾아간다. 100만 부 돌파를 기념해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들과 만난 신씨는 "책을 쓸 때 100만 부라는 숫자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지금도 그 숫자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가슴 설레고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씨는 이런 예상치 못한 열띤 반응을 작품에 담긴 '진정성'과 더불어 '엄마'라는 존재 자체가 가진 힘으로 돌렸다.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 문학사에서는 장편의 형식을 띠고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라는 존재의 내면과 외면을 파헤쳐 들어간 소설이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다지 읽기 편한 소설이 아님에도 '엄마'라는 매개가 이를 뛰어넘어 독자들과 만나게 해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작가는 지난 10개월간 전국 곳곳에서 강연과 북콘서트, 사인회 등 다양한 형태로 독자들과 만났다. 작품을 매개로 한 작가와 독자 모두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은 '엄마 신드롬'의 또 다른 원동력이기도 했다. "엄마와 함께 오신 분들이 많고, 만나면 일단 우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앞으로 엄마 생일을 꼭 챙겨야겠다는 분부터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화해하게 됐다는 분, 글을 못 읽는 엄마에게 책을 읽어드렸다는 분들도 있었죠. 돌아가신 엄마의 일기장을 주신 분도 계셨고요. 이런 얘기들을 다 듣고 소설을 썼더라면 또다른 얘기가 되었겠다 싶을 정도로 많은 엄마 얘기를 들었습니다." 문학의 주요 독자층인 20-30대 여성을 넘어서 중장년층 남성을 비롯한 여러 독자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았다는 점도 '엄마를 부탁해'의 특징이다. 작가는 이에 대해 이 소설이 "엄마와 딸의 이야기나 엄마와 아들, 엄마와 아버지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엄마라는 존재가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따라가는 소설"이라며 "엄마의 삶을 들여다보면 각자의 삶이 자연스레 따라나오게 된다"고 폭넓은 지지의 요인을 말하기도 했다. 한편 창비는 이번 100쇄 100만 부 돌파를 기념해 작가의 사인이 담긴 3만 부 한정 양장본을 제작하는 한편 유명 성우들이 참여한 오디오북도 제작해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전국 각 지역 시각장애인 도서관과 작은 도서관, 이주노동자 도서관 등에 기부했다.
한국 문학 작품을 영어로 된 오디오북과 텍스트로 만날 수 있는 서비스가 문을 열었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주연)은 EBS 영어교육채널과 '한국문학 콘텐츠 활용 협력'을 맺고, 최근 EBS 영어교육채널 홈페이지를 통해 '영어로 읽는 한국문학' 서비스를 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번역원이 지난해 발간한 한국문학 영문 연간지 'New Writing From Korea'에 수록됐던 한국 단편소설 10편이 영어 오디오북과 텍스트의 형태로 온라인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여기에는 은희경의 '고독의 발견', 윤대녕의 '제비를 기르다', 정지아의 '봄빛', 전성태의 '코리안 솔저', 김중혁의 '유리방패' 등 작품이 포함됐다. 번역원은 "이번 서비스를 통해 내국인들은 더욱 친숙한 텍스트로 영어를 학습할 수 있고, 외국인들도 더욱 쉽게 한국문학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번역원은 앞으로도 한국문학 작품을 꾸준히 업로드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영어 독후감 대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문학 콘텐츠를 활용할 계획이다.
시사 월간지 「열린전북」(발행인 윤찬영·편집인 채수홍)이 창간 10돌을 맞는다.지식인, 시민단체 활동가, 뜻있는 시민들이 중앙 중심과 보수 언론 중심에서 벗어나 자본으로부터 독립, 대안 담론 선도, 노동자·농민·여성 등 소수자를 위한 언론 창간을 위해 힘을 모았다.창간 당시만 해도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어느덧 10년이란 순탄치 않은 세월을 견뎌내면서 건강한 싹을 틔운 풀뿌리 지역 언론으로 자리잡았다.전주 MBC의 재계약 불가 방침에 반발한 이진영 전 아나운서의 피켓시위를 비롯해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정체성 논란, 집행부 운영상의 문제점을 짚은 특집으로 법정 공방에 휩싸일 뻔한 순간도 있었지만, 관으로부터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소수자의 입장을 반영했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었다.독립 언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아무도 소유하지 않는 경영방식을 고수, 매년 누적된 적자로 운영위원 편집위원들이 개인 주머니 털어 현재까지 통권 118호를 발행을 이어왔다.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편집 방향으로 인해 광고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경영난은 불을 보듯 뻔했다. 자생력을 갖추기 힘든 언론환경 속에서 무수히 많은 지역언론이 생겨났다 속절없이 쓰러져 간 선례를 지켜볼 때 「열린전북」 통권 118호 발행은 뿌듯함 그 자체다.채수홍 전북대 교수는 "콘텐츠의 질은 높아지고 있지만, 매출로 바로 연결되지 않아 세 번의 폐간 위기가 있었다"며 "우스갯소리로 자살을 세 번 시도했다가 기적처럼 살아났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창간 10주년을 맞은 「열린전북」는 18일 오후 6시30분 전주시 효자동 웨딩캐슬 5층에서 기념식을 갖는다.'대안·독립 10년만세' 주제로 열리는 이번 기념식엔 김의수, 유춘택, 윤찬영, 이정덕, 전봉호, 조숙진씨가 공동준비위원장을 맡아 「열린전북」의 10년을 회고하고 새출발을 준비하는 행사들을 꾸린다. 임경진 전북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독자상), 김주환 진안치과 원장(후원상), 김진태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필진상)에게 감사패가 수여될 예정.윤찬영 전주대 교수는 "「열린전북」이 지난 10년간 견뎌올 수 있었던 것은 도민들의 따뜻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소외된 이들의 삶과 함께하는, 상식과 보편의 가치로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의 가치를 지키고 확산하는 대안·독립언론의 위상을 꿋꿋히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등산객이 부쩍 늘면서 유명산의 비좁은 둥산로에서는 가볍게 넘기기 힘든 일이 자주 발생한다. 등산객의 발길을 엇갈리게 하는 동선(動線)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이다. 오른손으로 등산로의 난간등을 잡고 오르내리는 것이 편하다보니 본의아니게 우측통행을 하게 된다. 평소 습관대로 좌측통행을 하는 등산객들과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상식을 벗어난 행동과 현실 사이에 빚어지는 부조화인 셈이다.이같은 모습은 좁은 산길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접하는 일이다. 우리는 어려서 부터 배운대로 '사람은 좌측통행, 차량은 우측통행'이란 공식을 거의 세뇌 수준으로 받아들여 왔다. 공중도덕의 기본이며 핵심으로 여겨왔다.원칙과 현실 사이 괴리의 대표적 사례가 횡단보도 통행이다. 횡단보도에서는 우측보행이 원칙이다.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달려오는 차량과 보행자간의 거리가 그만큼 멀어 안전하기 때문이다. 생활 주변의 회전문이나 지하철 개찰구등도 우측통행이다.우리의 좌측통행 연원은 일제 식민시대와 연결된다. 1921년 조선총독부는 일본식 교통체계에 맞춰 좌측통행으로 바꿨다. 그에 앞서 1905년 제정된 대한제국 규정은 우측보행이었다. 일본의 좌측통행은 왼쪽에 칼을 찬 사무라이들이 마주오는 상대와 칼이 부딪치지 않도록 왼쪽으로 걷던 습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그럴듯하다. 해방후인 1946년 미군정은 차량통행을 우측으로 변경했으나 좌측보행은 그대로 두었다. 이것이 그대로 이어져 88년동안 원칙으로 굳어진 것이다.정부는 현행 좌측통행 보행문화를 내년 7월부터 우측통행 원칙으로 전환하는 개선방안을 지난 4월 발표했다. 이에 앞서 10월 부터는 서울 전체 지하철 역사 안에서 우측보행이 시행된다고 한다. 좌측보행에 맞게 설치된 시설물도 우측보행에 맞게 정비한다.80여년된 관습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의 보행방식은 차량과 마주보고 통행하는게 안전하기 때문에 그대로 좌측보행이 지켜진다. 자칫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아무튼 철저한 준비와 계도로 혼란을 최소화하고 사고도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의 안전이 가장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박인환 주필
23일부터 27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2009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신종인플루엔자로 인해 취소됐다.소리축제 조직위원회는 11일 조직위 임시총회를 열고 "신종플루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시책에 따라 소리축제 전면취소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취소로 인해 많은 손실이 예상되지만 축제보다 관람객들의 생명과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김정수 소리축제 총감독은 "축제를 일정 기간 유보하는 입장과 축소 진행 방안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지만 신종플루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과 연로하신 명인명창들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고민이 더 클 수 밖에 없었다"며 "올해 발산하지 못한 역량과 에너지를 그대로 이어 내년 소리축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국·공립과 사립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들이 처음으로 '일본한국어교육학회'를 설립한다. 학회 설립위원회 위원장인 강봉식(53) 이와테(岩手)현립대학교 교수는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는 26일 도쿄의 사립 메지로(目白)대학에서 마침내 학회 창립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메지로대학에는 2년 전 한국어학과가 개설됐고, 학회 사무국은 이 대학에 둘 예정이다. 창립식에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과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그는 밝혔다. 강봉식 교수는 "학회에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전임 교수 20명을 비롯해 시간강사 등 50-60명이 참여할 것"이라며 "앞으로 일본 내에서 활동하는 100여 명의 한국어 교수를 영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제시했다. 강 교수는 "학회는 학술지 출간을 비롯해 학술대회와 한국어 교사들 연수,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에 맞는 교재개발. 편찬 사업 등을 할 계획"이라며 "한국의 대학은 물론 정기적으로 국제한국어교육학회(회장 김중섭)와 공동으로 학술세미나를 여는 등 지속적인 교류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회 예산은 기본적으로 회원들의 회비로 하며, 나머지는 한국어 교재와 학습서, 참고서, 번역서 등의 출판에 따른 저자 인세, 연구비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평택 중·고등학교를 나와 군 복무 후 1985년 일본으로 유학을 간 강 교수는 요코하마(橫浜)시립대와 도후쿠(東北)대학 대학원, 경상대 일반대학원에서 한국어와 일본어학을 전공했다. 그는 최근 경술국치 전에 일본에서 현해탄을 건너와 한국 여성 교육의 선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후치자와 노에(淵澤能惠.1850-1936년)의 일대기를 다룬 책을 번역, 출간했다. 후치자와는 숙명여대의 전신인 숙명여자전문학교를 설립했으며 일본인으로는 유일하게 1927년 동아일보사 교육공로상을 받았다.강 교수는 "학회 이름에 '조선어'가 아닌 '한국어'라는 명칭을 쓰는 것에 대해 일본인들은 여기는 일본이니까 명칭 문제는 일본 사람들한테 맡겨야 하는 것"이라고 항의한다면서 "일본에는 지금까지 '한국어'가 들어간 관련 학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조선어연구회와 조선어교육연구회가 있었지만 한국어(남한어) 관련해서는 전문성이 약한 단체였다는 것. 그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일본인들이 늘어났지만 아직 전국 규모의 학회가 없었다는 것은 학자로서 부끄러운 일이었다"며 "지금은 배우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 모두 '조선어'(북한 또는 총련 동포가 사용하는)가 아닌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데도 일본에서는 '조선어'라고 공식 명칭을 써 10년 전부터 한국어로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일본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교수가 된 고 유상희 선생은 오래 전 한국어교육학회 설립을 주도했었지만 동경외대에 처음으로 조선어학과를 개설한 좌익들의 협박과 반대로 좌절했었다"며 "앞으로 '조선어'라는 용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노력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상의 모든 것이 수로 이뤄졌다는 것을 깨닫고 자기가 아는 모든 것의 수를 세기 시작한 소년, 심장이 뛰는 소리를 통해 1천 년이 흐르고 나서 다시 만난 모자, 구멍 나 버려진 양말 한 짝이 떠나는 모험…. 이란에서 날아온 철학 그림 동화책 '생각하는 크레파스' 시리즈가 15일 100권인 화리데 칼라트바리의 '천국 가는 버스, 지옥 가는 버스'를 끝으로 완간된다. 이 시리즈는 보통의 그림책과는 확연히 다르다. 권선징악의 줄거리보다는 인생을 꿰뚫어보는 듯한 철학적인 이야기, 예쁘장한 것만이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는 색다른 그림, 때로는 시적이고 때로는 노래 같은 글이 있다. 요술 알약을 먹고 투명 인간이 되지만,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고 싶은 소녀를 통해 '존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길(道)이 굽이굽이 앞을 향해 걸어나가면서 하늘과 강, 바다를 만나는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한 소년이 날아다니는 기차를 바라자 눈앞에 날아다니는 기차가 나타나고, 기차를 알록달록 색칠했더니 소년이 잠든 새 기차가 도망가 버렸다는 이야기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희망'을 형상화하기도 한다. 이 시리즈는 이란 출판사 샤버비즈의 그림책들을 국내 출판사 큰나가 번역, 출간하면서 '생각하는 크레파스'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샤버비즈 그림책 시리즈는 2004년과 2006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두 차례, 그것도 이례적으로 시리즈 전체가 수상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페르시아 문화의 이국적인 감성과 외국에 보편적으로 호소할 만한 철학적 이야기가 어우러져 국내에서도 2005년 출간된 이후 15만부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어 왔다. 출판사 큰나는 샤버비즈 그림책 시리즈는 100권으로 마무리하고, 국내 창작 그림책을 공모해 국내판 '생각하는 크레파스' 시리즈 100권에 도전할 계획이다. 큰나의 최명애 대표는 "그동안 주로 번역 출간돼 온 유럽, 미국 그림책에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는 독자들의 편지를 많이 받았다"며 "이 시리즈를 내면서 많은 것을 배웠으니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우리 창작 그림책을 발굴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제21회 인쇄문화의 날을 앞두고 인쇄물 품질 향상에 힘써온 ㈜대원문화사 조정석 대표가 문화포장을 받게 되는 등 정부 포상 대상자 19명이 선정됐다고 문화체육관광부가 11일 밝혔다. 대통령 표창은 ㈜웅선비즈네스 노웅선 대표, 국무총리 표창은 명성칼라 이우열 대표에게 각각 수여되며 문화부 장관 표창은 ㈜상지피엔아이 이창래 대표 등 16명에게 주어진다. 인쇄문화의 날은 한글 금속활자로 '석보상절'을 찍어 낸 1447년 9월 14일을 기념해 인쇄업계 결의로 1988년에 제정됐으며 문화부는 매년 인쇄 유공자를 선정, 포상해왔다. 올해 인쇄문화의 날 기념식은 14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미국 주요 신문들이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들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사례를 집중 보도하며 한글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이 사라져가는 토착어를 지키려고 한글을 사용하기로 했다면서 '한글섬' 사연을 소개했고, 뉴욕 타임스(NYT)는 12일 '한글이 한국의 새로운 수출품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훈민정음학회 이기남(李基南.75) 이사장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우선 WSJ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부톤섬은 문자가 없는 토착어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이를 표기할 문자로 한글을 채택하고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찌아찌아 문화가 사라지지 않게 돼서 이젠 행복합니다" 부톤섬의 초등학교 교사인 아비딘은 교과서에 있는 한글을 조심스럽게 칠판에 적은 뒤 수업중인 4학년 학생들에게 토착어인 찌아찌아어로 어떻게 읽는지를 물었다. 이들은 3천500마일이나 떨어진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을 만나본 적도 없지만 문자가 없는 토착어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이를 표기할 문자로 한글을 채택했다. 신문은 한국인들이 세종대왕이 1446년 발명한 한글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한자와 알파벳에 대항해 한글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언어는 있지만 문자가 없어 고유의 언어 자체가 사라질 위험에 처한 소수 민족들이 타깃이다. 서울대 언어학자들은 이들을 위한 교재를 직접 만들어 배포했는데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서울대 이호영 교수는 "그들은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90년대에도 한국의 음성학 전문가가 중국 남부와 동남아에 거주하는 종족의 언어인 '라우'를 위해 한글 기반의 문자를 고안한 적이 있지만 광범위한 한글의 사용을 이끌어내진 못했었다. 부톤섬 주민들은 이제 한글 사용을 넘어 아시아 경제강국중 하나인 한국과의 교류강화도 희망하고 있다. 작년 11월엔 부톤섬 최대 도시인 바우바우의 정부 관리들이 한국을 방문해 기업들을 탐방하고 관광개발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다. 바우바우시의 아미룰 타민 시장은 바우바우에 한국 문화센터를 건립하고 주변해역에서 생산되는 해초를 한국에 수출하는 방안도 희망하고 있다. 타민 시장은 "한국기업들이 바우바우에 투자해 이곳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부동산과 건설업으로 많은 돈을 번 이기남 여사가 훈민정음학회를 창설하고, 외국에 한글을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사연을 집중 보도했다. 한때 교사를 지냈던 이씨는 건설업으로 재산을 모은 뒤 2002년 아버지 원암(圓庵) 이규동 선생의 호를 따서 원암문화재단을 설립해 한글의 해외 보급사업에 착수했다. 경북대 사범대 학장을 지낸 원암 선생은 일제강점기 때 대구고등보통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학생들에게 몰래 한글을 가르치다 면직(免職)당했던 분. 이씨는 초기에는 네팔, 몽골, 베트남, 중국 등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을 통해 한글을 외국에 보급하는 활동을 전개했고, 2007년에는 서울대 언어학과 김주원 교수등과 함께 훈민정음학회도 창립했다. 2008년부터는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族)이 자신들의 언어를 표기할 문자로 한글을 채택하는 사업을 후원해 이들을 위한 한글교재를 펴내기도 했다. 이씨는 "국경없는 의사회라는 단체처럼 세계에 자기들의 언어를 표기할 문자가 없는 사람들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사업을 계속할 생각"이라면서 찌아찌아족에 대한 사업을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종대왕이 국민들을 사랑해 한글을 창제하셨듯이 한국인들도 인류애 차원에서 한글을 세계에 널리 보급해야 하며, 이것이 세계화시대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NYT는 그러나 무슬림 국가들이 한국 기독교 선교사들의 선교활동에 우려를 표시한데 이어 이씨의 한글 보급 시도에 대해서도 일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니콜러스 담멘 한국주재 인도네시아대사는 "찌아찌아족이 굳이 한글을 수입할 필요는 없으며, 로마자로 표기를 할수도 있다"면서 바우바우의 다른 부족들이 찌아찌아족에 대한 '특별대우'를 시기하고 나설 개연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고 NYT는 전했다.
신종플루로 인한 '2009 전주세계소리축제' 취소가 그동안 축제를 준비해 온 문화예술계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소리축제와 계약을 맺고 공연을 준비하고 있던 문화예술 단체들은 11일 축제 취소가 확정되자 이미 만들어 놓은 무대 세트와 의상 등을 놓고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소리축제에 초대받아 공연이 예정돼 있던 예술단체 관계자는 "소리축제에서 받을 개런티를 포함시켜 미리 예산안을 짰는데 축제가 취소되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며 "지금까지 연습했던 인건비는 그렇다 치더라도 공연에 필요한 세트나 의상 등은 이미 다 제작이 끝난 상황이라 개인 사비로 물어줘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축제 취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강행하기로 한 단체들은 공연장 대관 문제를 놓고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소리축제에서 지원해주기로 한 대관료를 공연단체들이 직접 지불해야 하기 때문. 그나마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수시대관을 받지 않고 축제에서 공연하기로 했던 단체들에 한해서만 대관을 해주기로 결정했다.그러나 소리전당도 손해는 마찬가지. 축제에 맞춰 소리전당 부족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함께 운영하고 있는 전북예술회관은 아예 대관을 받지 않고 비워뒀기 때문이다. 소리축제때문에 공연이나 전시를 미룰 수 밖에 없었던 다른 문화예술인이나 단체를 생각한다면 손실은 더 크다.김정수 소리축제 총감독은 "계약서에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취소됐을 경우 쌍방이 원만히 합의처리 하기로 돼있지만, 원만한 합의라는 것이 참 어려운 대목"이라며 "도의적으로 문화예술인들에게 피해가 덜 가도록 정산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김감독은 "축제가 취소되면서 사무국 역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다"며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직원들의 경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자료 정리나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올해 프로그램들 중 대규모 프로젝트나 연속성 있는 프로그램은 내년에 다시 추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또 대한민국 원로 명인명창들이 모이는 자리로 기대를 모았던 '백 개의 별, 전주에 뜨다'는 12월쯤 명인명창들이 전주를 투어하는 형식의 이벤트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한편 소리축제가 현재까지 집행한 예산을 포함, 축제 취소로 인한 수습 예산까지 약 10억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0년 6월 체코 프라하. 유네스코 문화위원회 소위원회는 한국의 고인돌을 심의한다. 결과는 부결. 발굴조사와 보존발전계획이 미비하다는 것이 그 이유. 그러나 다시 서류를 보강하고 외교전을 펼친 끝에 다섯 달 뒤 12월 2일, 강화 고창 화순 지역의 고인돌(Gochang, Hwasun, and Ganghwa Dolmen Sites)은 세계문화유산 등재(C-977)에 성공하게 된다. 이 문화유산 지정으로 고창 고인돌은 속된 말로 뜬다. 관광객의 증가는 물론 고용기회와 수입증대, 정부의 추가적인 관심과 지원에 이어 세계유산기금(World Heritage Fund)으로부터 기술적, 재정적 원조를 받을 수 있다. 지역 및 국가의 자부심 고취는 보너스다.고창의 고인돌군은 동북아에서 고인돌이 가장 밀집된 중심지역으로 '독특하거나 지극히 희귀하거나 혹은 아주 오래된 유산'이라는 유네스코 등록기준에 합당해서 지정되었지만, 속앓이를 하는 동네가 있으니 바로 전남 장흥이다. 장흥 역시 화순 아래쪽 서남해안권에 위치한 고인돌의 보고(2264기 산재)이지만 유네스코 지정에서 빠진 것. 문화유산등재 신청시 고창군수와 공무원들은 이 '돌무더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애를 쓴 반면, 그 동네는 다른 일로 바빴을까? 이 문화마인드의 결과로 고창은 관광부가가치라는 무한한 혜택을 입고 또 다른 쪽은 말할 것이 없다. 그래서 '온리 원(only one)'은 아닐지 몰라도 '넘버 원(number one)'임에 틀림없는 고창 고인돌에 대해 들여다보았다.▲ 세계문화유산과 고창고인돌박물관허준의 「동의보감」이 이참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보면 사실 고인돌군은 일반인의 가치인식보다도 문화유산 지정이 먼저 된 케이스다. 남북한 합쳐 약 3만여 기에 가까운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고인돌 군집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 바로 전라북도 고창이다. 고창 고인돌군에 오면 우선 그 사이즈에 혹하고 다음에는 그 숫자에 놀란다. 가마니만한 애기 고인돌에서 50톤에 이르는 탱크만한 크기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으며 탁자식, 바둑판식, 지상석곽형 등 다양한 형식의 고인돌이 공존하는 것이 그 특징.돌덩어리 아닌 이 보물덩어리는 고창군 죽림리와 도산리 일대에 매산마을을 중심으로 동서로 약 1764m 범위에 442기가 분포하니 가히 선사박물관이라 이를 만하다. 학자들에 의하면, 2000∼3000년 전의 무덤과 장례의식 기념물로서 선사시대의 건축술과 사회현상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문화유적이다.이 선사유적이 자리 잡은 위치를 보면 나즈막한 야산과 들과 강의 조화가 두드러진다. 한 눈에 봐도 이 지역이 곡창지역이자 어로채집 등 물산이 풍부한 곳임을 알 수 있다. 주위 산들이 버티고 있어 혹독한 겨울을 나는데 땔감도 풍부할 터이니 살기 좋은 동네였을 것.유적지 앞에는 전국 유일의 고인돌박물관인 '고창고인돌박물관'이 2008년 9월 5일 문을 연 이래 현재까지 약 2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한다. 향후 연간 60만명의 관광객 유치가 목표인데 새만금이 완공되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박물관 2층에는 고창 매산마을에서 출토된 청동기 시대의 마을을 섬세하고 흥미롭게 재현해 놓았다. 모두 고고학, 문화인류학에서부터 의상과 식생활까지 고증을 거친 것. 3층 체험관은 어린 학생들을 위해 불 피우는 방법부터 고인돌의 형태와 구조에 이르기까지 훌륭한 학습공간을 조성해 놓았다.유적지와 박물관을 잇는 전기자동차로 만든 탐방열차가 운행되고 있고 고인돌마다 철책보호대와 탐방로 정비, 포켓쉼터, 습지복원 등에 힘을 써 최대한 자연을 가깝게 느끼며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청동기인의 삶터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다섯 동의 체험움집과 2곳의 망루 등은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전국 최대의 선사마을 조성을 목표로 한다고.▲ 브랜드의 스토리텔링화고인돌 제작은 단순히 집권층의 대중동원능력을 보여주는 상징물만이 아니라 균형과 조화감각이 필요한 고난도 작업이다. 큰 돌과 작은 돌을 적절히 사용해 고창읍성 성곽을 만든 기술 그리고 전라북도의 미륵사지석탑과 왕궁탑의 조성의 힘과 미학은 어디서 왔을까? 고창 고인돌을 만든 선사인들의 기술이 DNA 속에서 전수돼 왔을 것이다. 한국 최고의 화강암을 주무르는 익산 황등 석공들의 피 속에는 도산리 지동 고인돌을 만든 석수장이의 맥이 흐르고 있을 터. 그러나 사회학 책을 읽은 청년은 계급사회의 시작인만큼 하층민들의 눈물과 땀의 결정체로 이 명품 묘지를 사치재로 읽을 것이다. 그럴 수 있다. 그러면 뭐냐? 스토리텔링이다.'헌화가'의 매력노인이나 수로왕비 모두 스토리텔링이 살찌운 것. 우리가 해야 할 숙제는 저 고인돌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주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풍천장어에 복분자를 먹은 사람이 힘을 써서 이 고인돌들을 날랐다'는 이야기는 과연 역사의 왜곡일까? 고인돌유적의 역사적, 학술적 가치는 이제 충분히 알려져 있고 박물관은 어린 학생들의 학습장으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시인과 소설가 그리고 가수와 화가 같은 문화인들이 나서야 할 때다. 어떻게? 고인돌에 감성을 불어넣는 것.힘의 상징인 장어와 요강을 엎는다는 스토리텔링을 가진 복분자는 사실 고창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이웃 정읍과 순창의 복분자도 질이 떨어지지 않지만 외지 사람들은 복분자 하면 고창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선점한 자의 이미지메이킹이 중요한 것. 광고도 그렇지만 복분자와 장어의 앙상블이 시너지 효과를 준 것이리라.무게가 50톤이 넘는 이 국가대표급 고인돌들을 보고 공책에 부지런히 뭔가를 쓰는 어린 아이는 탱크 같다고 하고 또 어른들은 고래 같다고 한다. 그러니 이 돌군락은 메타포를 뛰어넘는 무한상상력의 공간이다. 달랑 번호만 붙어있는 이 고인돌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이 필요할 시점이다.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그 결과를 서로 공유하는 공간인 것. 문제는 다시 스토리텔링이다. 송창식이 부른 '선운사'같은 노래를 지어 부를 가수는 없을까? '겨울연가'같은 드라마의 촬영공간으로 소개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서해안 고속도로가 나면서 고인돌과 선운사를 비롯한 유형의 자원과 신재효 선생의 판소리 같은 무형의 자원, 새로운 자원을 만들어가는 학원농장의 청보리밭 등이 지면과 매체를 장식하고 있지만 문제는 있다. 2007년 고창 장성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고창 지역민들이 전주권이 아닌 광주권으로 쇼핑과 레저를 즐기는 경향이 늘어난 것. 문화유산을 찾는 관광객은 증대하고 있지만 실제 주민들의 인구유출이나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전라북도 단위의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인돌 콘텐츠 활용 방안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문화판에서 자주 사용하는데, 고창은 워낙 빵빵한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아서 승자에게 밀어주기라는 비아냥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고인돌과 선운사 그리고 장어와 복분자 등이 자연스럽게 선택되고 집중된 케이스다. 거기다 청보리밭(봄)과 메밀밭(가을)으로 뜬 학원농장은 <웰컴투 동막골>을 비롯한 숱한 영화의 배경이 아닌가? 선운사 붉은 동백이 통으로 눕고 난 4월 청보리밭 초록바다에도 고인돌이고 배추싹과 선연한 황토자욱이 대비되는 9월 메밀밭 가는 길에도 고인돌이니, 대산면 상금리 고인돌군을 그냥 스치는 사람은 바보다.고인돌 콘텐츠 활용방안으로 2009 문화체육관광부 주최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에 '고인돌과 질마재 따라 100리길'이 선정돼 1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고창의 역사문화체험길로 조성된다고. 이 탐방코스는 '구불구불 강 따라 풍천장어길', '요강을 뒤집는 복분자길'을 비롯 미당문학관으로 이어지는 '국화길'과 '소금길'등 걷기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고인돌마라톤대회도 있지만 제주 올레길에 못지않은 걷기코스가 기대된다.고창 밖에서 시도되는 콘텐츠도 있다. 출판사 김영사에서는 '신나는 교과학습체험'시리즈로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 유적」이라는 책을 펴냈다. 박물관을 다녀오기 전과 다녀온 후의 학습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책으로 초등학교 4~6학년의 사회 교과 정보와 연계하여 견학 할 수 있도록 잘 소개되어있다. 이밖에 「이색마을 이색기행」, 「기분 좋은 1박2일」 등 여행정보 책들에도 고창 고인돌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전남 화순고인돌 유적지에서는 '고인돌 사람들의 마음알기' 라는 주제로 지난 8월 선사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포항에서도 '고인돌 탐방프로그램'을 통해 가족들이 동해바닷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면서 동해안 지역에 산재해 있는 고인돌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 행해지고 있다. 앞으로 고창에서도 즐거운 학습과 편안한 휴식이 되는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이 나오길 기대한다. /신귀백 문화전문객원기자(영화평론가)
고창의 랜드마크인 고인돌군락을 보러 가는 길은 서해안고속도로 이용 시 고창 톨게이트로 빠져나오면 박물관이 지척이다. 전주에서 출발한다면 정읍 지나 고창입구에 들어서면 곧바로 전용도로가 나온다. 고창은 고속도로 휴게소부터 시작해 택시회사, 찻집, 장의사에 이르기까지 고인돌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당연하다. 그리고 자랑스런 일이다.장관이란 표현은 고인돌 군락을 보고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석탑이 단아한 양장본 같다면 고인돌은 원고 뭉치 같은 느낌. 고인돌이 만들어진 시대를 원시인이 살았던 미개사회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공자나 석가가 살던 문명과 도덕이 발달된 정신문명이 활짝 꽃을 피운 시기다. 그러니 원시시대 복장을 한 박수동 만화의 고인돌 이미지는 그냥 농담으로나 들을 말이다.과연 이곳은 그냥 족장들의 무덤 아니면 제단이었을까? 동행한 고인돌 사랑회 정읍대표인 이진우씨(47)가 바라보는 관점은 독특하다."여수서 고창 부안에 이르는 고인돌 벨트는 인구밀집지역으로 이 동네가 요즘 말로 거의 '수도권'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고창 이곳은 해양선사문화권으로 문명의 시원지라 할 만하다."그는 전라북도에 있는 고인돌은 한 기도 빼지 않고 사진으로 담아 블로그(들메지기, 네이버)에 담아 둔 향토사 연구가이다. "단순한 지배계층의 무덤이라기 보다는 김대중이나 노무현 같은 집단의 훌륭한 일을 해낸 분들을 기리는 국립묘지 개념 아닐까요?" 의미있는 해석이다.고창읍에서 자동차로 한 20분 거리에 있는 대산면 상금리 고인돌 군을 못 봤으면 서운할 뻔했다. 청보리와 메밀밭으로 유명한 학원농장에서 그리 멀지 않다. 입이 딱 벌어질 국가대표급 고인돌들이 잘 관리되어 있었는데 마을 청년들의 손길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이대로 해안을 따라 화순과 장흥으로 이어지는 고인돌을 보고 싶었으나 해가 짧아졌다.장흥군은 유네스코 회의가 있을 적마다 장흥이란 지명을 넣기 위해 세계 거석문화 대회를 개최하는 등 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창과 더불어 당연히 등재되어야 할 일이지만 그것은 고인돌을 새로 축조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서울만 대한민국인가? 아니다. 전주만 전라북도일 리가 없다. 전주가 문화수도로 손색이 없지만 전북의 14개 시·군을 제치고 혼자만 치고나가지 않았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열 번 넘게 들른 외지 사람들은 아직도 막걸리와 가맥을 사랑하지만 더 이상 감동하지는 않는다. 이제 전주는 전주를 둘러싼 시군지역에 영화제 손님들을 모시고 갈 필요가 있다. 영화제 홍보 카탈로그에 내년은 고창, 다음해는 정읍 그리고 김제, 진안…. 그렇게. /신귀백 문화전문객원기자(영화평론가)
프랑스의 시 전문지 '포에지'는 1999년 여름호에서 이상, 김춘수, 고은, 기형도 등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을 특집으로 다뤘다. 특정 국가 시인의 작품만으로 '포에지'가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이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번역가로 한국 시에 깊은 관심을 둔 이 전문지의 편집위원 클로드 무샤르(68)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상실', '여기', '공기', '종이' 등의 시집을 발표한 그는 프랑스 파리 8대학 교수로 프랑스문학과 비교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16년 전 자신이 가르치던 한국인 제자들을 통해 처음 접한 한국의 시에 매료됐다는 그가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의 언어예술 부문 마에스트로로 초청돼 제주를 찾았다. 그는 10일 "제주델픽대회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이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어서 이에 대한 생각을 적느라고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제주를 찾은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시를 읽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시가 읽혀야 하는 것은 사회에 대한 저항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시가 다른 여러 예술분야와 함께 어우러지는 또 다른 표현방식이 창출되기를 바라며 그래서 델픽대회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故) 기형도 시인의 '포도밭 묘지'를 읽고 "완전히 그의 이미지에 포로가 돼버린 느낌이었다"는 그는 "한국 시는 슬프고 절망적인 시에서조차도 어느 나라의 시에서도 찾을 수 없는 희망에 대한 확신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 시에 대해 내가 아는 지식은 매우 부분적일 수밖에 없지만, 한국 시인 중에 내 삶에 매우 중요한 작가들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시인의 작품을 계속 읽을 것이고 한국 시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글도 계속 써나갈 생각입니다."한국 시와 깊은 인연을 이어온 그가 한국의 시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가르치던 학생들 덕분이었다. "수많은 외국 학생 중에서도 한국 학생들은 특히 한국의 문학을 이야기해주고 싶어했다"는 그는 "당시 기형도 시인 등에 대해 알게 됐고 한국 시를 번역하면서 한국의 시가 다른 어떤 시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고 인상깊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가 1999년 '포에지'에 소개한 한국 시는 프랑스 시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계기도 됐다. 그는 이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조정권의 '산정묘지' 등의 한국 시를 읽은 프랑스의 저명한 시인 필립 자코트에게 받은 편지 내용이었다. "10년 전에 예상하지 못한 편지를 받았어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위대한 시인인 필립 자코테가 입원한 병원에서 한국시 특집호를 읽고 편지를 보냈죠. '매우 아프지만, 한국의 몇몇 시들이 나에게 살 힘을 줬다'는 내용이었습니다."클로드 무샤르는 이번 대회에서 12일 열리는 시포럼에 참가하고 13일에는 '소통의 자유로움'을 주제로 강연한다. 그는 "어떻게 우리가 다른 언어로 쓰인 시를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흔히 '시는 번역될 수 없고 시는 오로지 언어를 공유하는 집단에만 말을 건다'고 해왔지만,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시의 힘이 존재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봄 발간 예정인 '포에지'에 다시 한번 한국시에 관한 특별 보고서를 실을 예정이다.
"아니 왜들 이렇게 급하게 걸으십니까? 누가 쫓아옵니까? 주위에 풀과 나무도 감상하시면서 천천히 걸으세요."10일 제주올레 1코스가 시작되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등학교 부근. 코스가 시작되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앞서 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엄홍길 씨가 웃으며 한마디 하자 소설가 김주영 씨가 받아친다. "우리나라 걷기 일인자인 엄홍길 대장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들 천천히 '놀멍 쉬멍'('놀며 쉬며'의 제주도 사투리) 걸읍시다." 습관적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사람들은 그제야 발걸음을 늦추고 주위를 둘러싼 까만 돌과 선명한 녹색 들판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제주도 도보여행길인 올레길을 명사들과 함께 걸으며 문학적 정취를 느끼는 제1회 제주올레 녹색문학투어가 문학사랑과 한국관광공사, 진에어의 공동 주최로 10일 열렸다. 2박3일간 진행되는 이번 투어에는 '길 위의 작가' 김주영 씨와 산악인 엄홍길 씨, 제주도 출신의 배우 고두심 씨가 함께 했다. 시흥초등학교에서 출발해 말미오름을 넘어 알오름에 오른 80여 명의 참가자들은 시원하게 펼쳐진 초원에서 명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함께 읽는 시간을 가졌다. 이미 제주올레 모든 코스를 한 번 이상 걸었다는 김주영씨는 "아무 생각 없이 걸어도 좋다"며 "아무 생각 없이 걷다보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게 있는데 그게 바로 진정한 내 모습"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어 엄홍길씨는 김씨의 상상우화집 '달나라 도둑'에 수록된 '히말라야 사과나무'를 낭독하며 자신의 히말라야 등정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뼛속까지 파고들어 육신을 뒤흔들어대는 배고픔과 추위, 그런 와중에도 끊임없이 얼굴을 할퀴는 칼바람과 갈개치는 눈보라, 퉁퉁 붓고 터진 입술과 살갗, (중략)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의 시간들이 두 사람을 껴안고 놓아주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나 고난을 이겨낸 다음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르기 마련입니다."('히말라야 사과나무' 중)고두심씨는 김씨의 우화 '달나라 도둑'을 낭독한 후 "제주도의 정신이 잘 살아있다"며 고훈식 시인의 제주방언시집 '할타간다 할타온다'에 수록된 시 '삼다도'를 낭송했다. "제주도에 / 비바리영 냉바리영 어서시민 / 누게가 귀양온 어헐을 초약으로 달래멍 / 혼짓내 곤밥에 귀한 옥돔을 구워주멍 / 차마이 안아 주곡 달래곡 대 이서주곡 / 족보에 체암으로 이름을 어떵 올려주코."고씨가 이어 표준어로 쓰인 같은 시를 낭독하자 제주도 사투리만의 감칠맛은 더욱 돋보인다. "제주도에 / 밭일하는 처녀와 물질하는 처녀가 없었다면 / 그 누가 대역죄를 짓고 귀양 온 죄인의 / 맷독으로 썩는 몸뚱이를 민간약으로 치료해주고 / 그래도 차마 불쌍해서 같이 살면서 / 평생 귀한 쌀밥에 최고급 옥돔구이 요리를 / 기꺼이 바치면서 / 고향산천 잊으라고 안아주고 대를 이어주면서 / 입도조상이 되도록 헌신했을 것이냐."낭독회 후 참가자들은 자연과 문학 이야기를 나누며 종달리 해안도로와 성산오일장 등을 거쳐 광치기 해변까지 총 15㎞를 함께 걸었다. 저녁에는 문학강연과 작품 낭독 등으로 이뤄진 문학의 밤도 마련됐다. 제주올레 녹색문학투어는 앞으로 정호승 시인과 소설가 박범신 씨, 배우 최불암 씨 등을 초청해 10-12월 세 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전북 문화예술인들, "문화예산 삭감 도의원들 사퇴 촉구"
하송 시인, '2024년 한국 예인문학 문학대상' 수상
추위 녹이는 클라리넷 연주⋯신재훈 독주회
박용근 의원 제기한 전북문화관광재단 본부장 심사 개입 의혹…법률상 '위법 사항 없음'
삭감된 예산에 뿔난 지역예술인, 반면 전북예총·전북민예총은 '무덤덤'
전주사진센터 부설 사진연구소 1983, 회원전 '새만금' 연다
정가 선율에 취하다, '시조와 가곡으로 듣는 우리 소리' 공연
전북특별자치도 콘텐츠융합진흥원 입주기업 ‘아가미림’, OTT 시장 진출
[안성덕 시인의 '풍경']까치밥
사회적기업 미소능력개발센터, 방화선 선자장 홈페이지와 쇼핑몰 제작 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