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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책으로 읽는 세상] '컨버전스 컬처'

"전북의 대표 음식이 비빔밥이라고 하는데, 나라면 외지에서 온 손님들께 권하지 않겠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맛도 없거니와 질린다. 너무 뻔하다고나 할까. 배 고플 때 집에서 반찬 남은 것으로 대충 쓱쓱 비벼먹는 것보다 못하다."어느 학생의 주장이다. 비빔밥을 만드는 분들이나 비빔밥에 지역적 자긍심을 느끼는 분들은 펄펄 뛰겠지만, 소수 의견이나마 이런 의견도 있다는 걸 참고해서 나쁠 건 없을 것 같다. 비빔밥 애호가로서 내가 평소 아쉽게 생각하는 건, 종류를 좀 다양화해보는 건 안될까 하는 점이다. 그건 '비빔밥 표준화'에 반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그건 표준화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달린 문제이리라.최근 정부는 비빔밥 재료나 조리법을 표준화해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농촌진흥청은 비빔밥에 들어가는 고추장의 매운맛 등급을 10가지로 분류해 다양한 외국인의 입맛을 공략하겠다는 계획하에 '매운맛 측정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해서 다양한 조합의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즉, 표준화는 다양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좀 엉뚱하긴 하지만, 미국 MIT 인문학부 교수인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의 「컨버전스 컬처」(김정희원·김동신 옮김, 비즈앤비즈, 2008)를 읽으면서 해본 생각이다. '컨버전스(convergence)'란 '한 곳으로 모임(집합), 집중성, 통합'이란 뜻으로, IT업계에선 "다양한 미디어의 기능이 하나의 기기에 융합되는 기술적 기능"이란 뜻으로 쓰고 있다. 컨버전스 컬처(convergence culture)란 그런 기술적 기능이 가져오는 새로운 문화를 의미한다. 내 생각엔 '비빔밥 문화'로 번역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컨버전스 컬처의 원리는 비빔밥의 원리와 닮은 점이 많다.젠킨스는 기존 개념이 문화적 요소를 배제한 채 지나치게 기술적 요소만 강조했다며 컨버전스의 핵심요소는 '상호작용'이라고 주장한다. 과거와 달리 콘텐츠가 다수의 매체를 넘나들며 미디어 생산자(미디어 기업)와 소비자의 힘(참여문화)이 복잡하게 얽히며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는 상황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로 꼽히는 것은 소비자의 역할이라며, '컨버전스 문화 시대'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요소로 참여 문화와 집단 지성을 꼽았다.컨버전스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화하는데, 비빔밥이라고 해서 진화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참여'와 '집단 지성'에 무게를 둔 비빔밥은 안될까? 뷔페식 비빕밥 업소에선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이지만, 여기에 스토리텔링을 덧붙인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예컨대, 체질별로 비빕밥의 유형을 여럿으로 나눠 골라 섞는 재미에 다양한 의미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건강 강박'에 걸려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건강에 집착하는 소비자들에게 그건 하나의 즐거운 게임이 될 수 있지 않을까?미래에 모든 미디어 콘텐츠가 하나의 블랙박스를 통해 우리 거실로 유통될 것이라고 믿었던 때도 있었지만 젠킨스는 이러한 예측이 빗나갔다면서, 이를 가리켜 '블랙박스의 오류'라 부른다.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는 노트북과 휴대전화, 아이팟과 게임보이 등 블랙박스가 더 늘어나는 식으로 하드웨어가 분화되었고 콘텐트가 유통되는 방식만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이 점을 포착한 미디어 기업은 다양한 미디어 채널로 콘텐츠를 유통시키며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젠킨스는 1999년에 대중 담론에 처음 등장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관객과 평론가들은 <블레워 윗치 프로젝트>(1999)의 경이적인 성공에 대한 설명을 시도했다. 저예산 독립영화가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였다. <블레워 윗치 프로젝트>를 하나의 영화로만 생각하면 큰 그림을 놓치게 된다. <블레워 윗치 프로젝트>는 극장에 개봉하기 1년도 더 전에 인터넷 상에서 팬들을 만들어냈다. (…) 많은 사람이 온라인으로 모든 디테일에서 완벽히 진짜처럼 보이는 이 신기한 웹사이트를 통해 영화의 핵심을 익혔다."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뒤에는 강력한 경제적 동기가 있다. 그래서 시너지 스토리텔링(synergistic storytelling)이라고도 한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는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며, 각각의 새로운 텍스트가 전체 스토리에 분명하고도 가치 있는 기여를 한다는 것이 젠킨스의 주장이다. 평론가들이 이 점까지 꿰뚫고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대중은 환호하는 데도 평론가들은 자기들만의 아집에 사로잡혀 헛발질을 하기도 한다."영화 평론가들은 영화 비평에는 익숙해도 영화 주변의 기제를 보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 매트릭스가 좋은 평을 못 받은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게임을 해보거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본 평론가는 거의 없었고, 결과적으로 거기 포함된 핵심 정보를 섭렵한 이들도 거의 없었다."이 말은 비빔밥 전문가들에게도 해당될 수 있겠다. 비빔밥만으론 부족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예컨대, 비빔밥 재료들에 대한 이야기거리는 어떤가. 각종 나물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좋을 것 같아 누군가에게 권한 적이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음식 전문가는 물론 나물을 직접 생산해내는 분들, 조리·영양학자들까지 인터뷰를 해가면서 발로 써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지만, 누군가 꼭 이 일을 해주면 좋겠다. 비빔밥 업소들이 작게나마 서서히 이런 일까지 겸해서 고객들에게 정보 서비스로 제공하면 안될까?비빔밥의 최대 강점은 무엇인가? 무한대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식당 뿐만 아니라 비행기 기내식에서부터 이동용 포장형에 이르기까지, 또 지금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방식으로, 비빔밥의 '미디어 플랫폼'도 더욱 다양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건 비빔밥의 본질적 속성, 아니 정신이다.젠킨스가 "미디어 컨버전스는 단순히 기술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한 건 백번 옳다. "컨버전스는 기존 기술, 산업, 시장, 장르, 그리고 시청자 간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컨버전스는 미디어 산업이 운영되는 논리를 변화시키고, 미디어의 소비자들이 뉴스와 엔터테인먼트를 받아들이는 과정 또한 변화시킨다."비빔밥 이상으로 그런 컨버전스 정신을 잘 구현할 수 있는 음식이 또 있을까? 단지 먹는 걸로만 그치지 말고 생활 전반에 걸쳐 비빔밥 정신의 생활화가 필요하다. 그건 우선적으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실천일 것이요, 개방을 통한 혁신일 것이다. 1960년대에 250만명을 넘었던 전북 인구는 오늘날 180만명대로 쫄아들었다. 출산 장려도 좋겠지만, 고향에 불문하고 개방과 혁신과 화이부동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전북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오늘도 비빔밥을 먹으면서 그 오묘한 이치를 잘 생각해보자.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9.25 23:02

전주지역 도서관이 달라졌다

도서관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하게 책만 보는 공간에서 배우고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영어와 중국어 학습은 기본이고 영화도 보고, 난타도 즐긴다. 어린이와 청소년·노인·이주여성·주부·시각장애인 등 이용자의 연령과 특성에 맞춘 전문 도서관도 등장했다. 점자도서관과 노인전용도서관 등 이색 도서관도 더이상 낯설지 않다.▲ 주민 밀착형 도서관으로전주지역 도서관 수는 20개. 완산과 금암·인후·삼천·송천·서신 등 6개 공공도서관에, 최근 14개 작은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주민들의 독서 수요에 따른 주민 밀착형 도서관들이다. 이들 도서관은 주민자치위원회나 사회복지단체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용자의 특성과 수요를 고려한 개성 있는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민자치형 마을도서관인 '인후비전센터'와 '호성·팔복', '삼천 꿈드리 작은도서관' 이 대표적이다. 시는 도서관을 동별 1개씩, 최소 30개 이상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걸어서 10분이면 찾아가는 '생활 속 문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색깔 있는 도서관으로지난 7월 송천동에 '책마루 어린이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어린이와 청소년 특화형으로는 태평동 '맑은 누리 작은 도서관'과 서신동 '꿈이 있는 나무 작은 도서관'이 있고, 지난해에는 평화동에 유·청소년층을 위한 '평화 꿈틀 도서관' 이 들어섰다.노인·이주여성·장애인 전용 도서관도 있다. 전주 덕진 노인복지관에 들어선 '큰나루 작은 도서관'과 옛 남노송동사무소에 자리한 '노송 작은 도서관'은 노인들을 위한 도서관이다. 동산동 천주교재단에서 운영하는 '무지개 작은 도서관'은 이주여성 전용이고, 지난 6월 개관한 '열린 점자 작은 도서관'은 시각장애인 전용 도서관이다.▲ 멀티플레이 도서관으로도서관마다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특색이 있다. '평화 꿈틀 도서관'은 청소년과 대학생, 노인자원봉사자 등과 연계해 사자소학과 독서교실, EQ 과학교실, 미술치료활동 등의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 독서교실과 점핑 클레이, 영화감상과 주부독서클럽 등 눈에 띄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도서관도 많다. 단순한 도서 대출이나 열람 업무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아이들의 공부방으로 변신하고 있는 도서관이 주목을 받고 있다.

  • 문화일반
  • 구대식
  • 2009.09.24 23:02

[전주 재발견 현장답사] ⑪동학농민혁명의 길을 쫓아

가을의 향기가 물씬 나는 26일 전북일보와 전주문화사랑회는 전주시민들과 함께 '동학농민혁명의 길을 따라'라는 주제로 답사를 떠난다. 김제 원평과 구미란 전투지, 전봉준 생가터, 무장기포지, 무장읍성, 선운사도솔암 마애불 등이 이번 답사코스이다. 그동안 정읍 고부를 중심으로 진행해오던 답사코스에 변화를 주어 김제 원평과 고창지역으로 코스를 정하였다.▲ 김제 원평과 구미란 전투지김제 원평은 동학농민혁명과 관련이 많은 지역이다.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인 1893년 3월 동학교단이 주도한 집회가 보은에서 있었을 때 전봉준을 비롯한 호남지역 동학지도자들이 바로 원평에서 집회를 개최하였다. 원평집회를 통해 전봉준 등은 농민봉기를 구체화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원평은 농민군 진영의 총참모를 맡았던 김덕명 대접주의 관할지역으로도 유명하다. 김덕명은 전봉준보다 나이가 많지만 동학농민혁명 기간 내내 전봉준을 심적 물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전봉준이 어린 시절 김덕명의 집에서 식객으로 생활하면서 인근마을 서당에 다녔다는 구전도 전해지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이 실패하자 김덕명은 결국 체포되어 전봉준과 함께 재판을 받고 같은 날 서울에서 처형당하였다. 원평은 또한 무명농민군들의 무덤이 남아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동학농민군은 공주 우금치전투 패배이후 후퇴를 거듭하다가 이곳 원평 구미란에서 관군과 일본군을 상대로 큰 전투를 벌여 결국 많은 사상자를 내고 패배한 곳이다. 농민군들의 시신이 산을 덮었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마을 사람들은 그 시신을 구미란 뒷산에 묻었다고 한다.▲ 봉준 생가터동학농민군의 최고 지도자인 전봉준에 대해서 알려진 내용은 많지 않다. 전봉준의 생애에 대해 그래도 자세하게 알려진 것은 동학농민혁명 이전 3년 정도이다. 전봉준은 그렇게 3년 동안 역사에 등장했다가 사라져 갔다. 그렇게 짧은 기간 활동했지만 한국사의 발전과정에서 영향은 매우 크다. 전봉준과 관련하여 특히 논란이 많은 부분이 출생지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주장된 출생지는 전주 출생설, 고창 당촌, 고부 조소리, 정읍 산외 지금실, 정읍 덕천 시목리설 등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전봉준의 출생지는 고창 당촌이라는 데 어느 정도 의견접근이 이루어졌다. 오지영의 「동학사」에 '전봉준선생은 본래 고창현 덕정면 당촌 태생으로 세대 사림가의 집안이다'라고 기록되어 있고, 천안전씨 족보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확인된다. 또한 전봉준 선대의 묘가 이곳 당촌에 남아 있으며 전봉준이 어릴 때 부친이 이 마을에서 서당 훈장을 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2001년 고창군에서 생가를 복원하였다.▲ 무장기포지고창군 공음면 구암리 당산마을에 위치한 무장기포지는 전봉준이 이끄는 동학농민군이 포고문을 발표하고 동학농민혁명을 시작한 곳이다. 1894년 3월 13일 고부 농민봉기가 해산되자 전봉준은 탄압을 피해 당시 동학의 최대 세력을 가지고 있던 손화중을 찾아가 대규모의 봉기를 일으켜야 한다고 설득하였다. 손화중은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결국 전봉준과 뜻을 같이하여 태인의 김개남 대접주, 원평의 김덕명 대접주 등과 뜻을 모아 이곳 구수마을에서 1894년 3월 20일 창의문을 선포하고 본격적인 동학농민혁명으로 나아가게 된다. 포고문이 세상에 알려지자 농민의 호응은 대단하였고 이후 전국적인 사건으로 전개되었다.▲ 선운사 도솔암 마애불선운사 도솔암에는 마애불이 있다. 마애불(磨崖佛)은 글자 그대로 바위를 갈아 부처를 형상화한 것이다. 바위의 높이는 대략 20m 정도이며 부처는 그 위에 새겨져 있다. 부처는 약간 눈을 감고 있으며 두 손을 앞으로 모아 앉아 있으며 특이하게도 사람으로 치면 배꼽 정도에 큰 구멍, 즉 감실(龕室)이 있다. 그런데 이 감실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져오고 있었다. 이 감실에는 신비한 비결(秘訣)이 들어 있어서 그것이 세상에 나오는 날에는 한양이 망하는데, 비결과 함께 '벼락살'이 있어서 여기에 손을 대는 사람은 벼락을 맞아 죽는다는 것이다. 1820년 전라감사로 재직하던 이서구가 마애불의 감실을 열어보니 책이 들어 있었는데 별안간 벼락이 쳐서 '이서구가 열어 본다'는 대목만 얼핏 보고 도로 넣었다고 한다. 그런데 1892년 8월 어느 날 손화중 대접주 휘하의 동학교인들이 이 마애불의 배꼽을 도끼로 부수고 그 속에 있는 것을 꺼냈다고 한다. 이후 무장, 고창, 흥덕, 영광, 장성 등 여러 고을 사람들이 손화중 포(包)에 들어왔다고 한다. 이후 손화중 휘하의 동학교도들은 전봉준이 이끄는 동학농민군의 주력으로 활동하였다.과거의 역사적 흔적을 찾아다니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알기 위함만은 아니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100여년전 전라도에서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확대된 동학농민혁명은 바로 우리들의 삶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리고 우리들의 삶의 내용과 방향은 미래 후손들의 삶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동학농민혁명은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병규(동학농민혁명참여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심사담당관)※ 이번 답사는 '동학농민혁명의 길을 따라'(안내 이병규 동학농민혁명참여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심사담당관) 26일 오전 9시 전주역사박물관 출발금구→원평 구미란→원평 장터→ 학수재→고창고인돌공원&박물관→전봉준 생가→모양성→무장기포지→무장읍성→선운사→도솔암 마애불→장성 황룡촌 전투지※ 다음 답사는 10월 10일 '일제시대 전주의 기억들-억압과 저항'(안내 홍성덕 전주대 교수)※ 답사신청은 전주문화사랑회(www.okjeonju.net)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9.24 23:02

[문학] 동화작가 故 정채봉 전집 29권으로 완간

동심을 살린 따뜻한 동화로 어른들까지 독자층으로 끌어들인 작가 정채봉(1946∼2001)의 작품을 모은 전집이 3년 만에 29권으로 완간됐다. 출판사 샘터는 2003년부터 '샘터 정채봉 전집'을 기획해 2006년 에세이 '눈을 감고 보는 길'을 처음 출간했으며 최근 장편 동화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를 마지막으로 전집 29권을 완간했다고 23일 밝혔다. 전남 순천 출신의 작가는 1973년 동화 '꽃다발'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다. 그의 문학이 본격적으로 꽃피기 시작한 것은 샘터 입사 이후로 '물에서 나온 새', '오세암' 등 울림이 있는 작품을 내놓았다. 그의 작품들은 세상에서 사라져 가는 동심을 끄집어내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따뜻하게 위로하고 현실 속에서 소박하면서도 소중한 가치를 찾아냈으며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집에는 '오세암', '꽃그늘 환한 물', '하늘새 이야기' 등 동화들과 생전에 마음에 품고 좋아했던 인물들을 정리한 인물평론 '내가 좋아하는 슈퍼스타', 성장소설 '초승달과 밤배',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가 포함됐다. 또 '나는 너다', '향기 자욱' 등 '생각하는 동화' 시리즈와 묵상집 '간장종지', 에세이 '스무 살 어머니', '단 하나뿐인 당신에게' 등도 있다. 전집의 마지막을 장식한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에 해설을 실은 원종찬 평론가는 "변화는 본질에서 멀어질 뿐이라는 '동심 곧 고향'의 회귀의식이 이 작품에서도 강하게 풍긴다"며 "정채봉 선생은 자연에서 멀어진 세상의 질서를 보고 안타까워했다"고 평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9.09.24 23:02

[문학] "보편성ㆍ특수성 갖춘 한국문학 소개해야"

한국문학을 세계에 소개하는 전도사 역할을 하는 각국 번역가, 출판인, 번역이론가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주연)이 23-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제3회 세계번역가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미국, 프랑스, 중국, 독일 등지의 번역ㆍ출판 관계자들은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한국문학을 세계에 널리 알리려면 각국 독자들의 취향에 맞춰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갖춘 문학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번역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하의 소설 중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출간하고 '빛의 제국'의 출간을 앞둔 미국 하코트 출판사의 제나 존슨 편집장은 "도시인의 소외감을 묘사한 김영하의 작품을 접하고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공통점과 차이점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작품이라고 생각해 소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유의 문화를 이국적인 대상으로만 그리지 않는 대신, 어떤 식으로든 인간은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 예컨대 대한민국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미국인들에게 보여주는 이야기를 찾을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파리 통번역대학원에서 소수언어 특별과정을 맡고 있는 주느비에브 루 포카르는 "한 권의 책이 외국에 알려지기 위해서는 그 나라 독자의 취향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문학을 처음 접했을 때는 남북분단이 한국문학에 있어 중요한 주제라는 것을 실감했고, 다른 작품들을 읽으면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흥미롭고 열린 문학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한국의 문화적 특색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을 읽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문학 번역가들은 한국문학작품을 다른 언어로 소개하는 데 어려움을 소개하며 한국문학 번역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권혁률 중국 지린대 교수는 "중국 학생이 한국어과 대학원까지 나와도 한국문학을 번역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며 "가령 한국의 수난사를 한 편의 소설로 녹여 넣은 하근찬의 '수난이대'의 경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지하의 시와 박완서, 윤대녕의 소설 등을 독일에 소개해온 양한주 독일 보훔대 교수는 "독일이 제3세계 문학을 받아들이는 데 보수적인 탓도 있겠지만, 아직 한국문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국내 번역 지원을 통해 번역해도 현지 출판사를 찾는 데 난항을 겪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번역가대회에는 쉬쥔 중국 난징대 교수, 더펑 리 영국 런던대 교수, 알브레히트 후베 독일 본대 교수, 데니스 부스켓 캐나다 번역가협회장 등도 참석해 번역의 질적 향상을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하게 된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9.09.23 23:02

문화부 '새 저작권 구상' 추진

정부가 디지털 시대에서 저작권 권리자와 이용자의 상생 및 균형을 모색하려는 '신(新) 저작권 구상'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22일 정동극장에서 '저작권 상생협의체' 및 '저작권포럼' 발족식을 열고 이런 구상을 공개했다. 문화부는 저작권 상생협의체 및 포럼을 통해 ▲사회적 합의에 기반을 둔 공정이용 가이드라인 수립 ▲저작권 집중관리체제의 선진화 ▲확대된 집중관리제의 단계적도입 ▲공공저작물에 대한 공유 확대 등 방안을 모색,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인촌 장관은 "복잡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깊이 있는 토론도 필요하다"며 상생협의체와 포럼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새 저작권 구상은 복제와 전송이 자유로운 디지털 시대에서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과 소송이 끊이지 않음에 따라 저작권 권리자와 이용자의 상생을 모색,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저작권 상생협의체와 포럼은 구체적인 대안을 찾고갈등을 대화로 풀어나가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날 출범한 상생협의체의 상임위원은 안문석 고려대 교수ㆍ정홍택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회장ㆍ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ㆍ윤종수 대전지법 논산지원장ㆍ이해완 변호사ㆍ유병한 문화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 등 6명으로 구성됐다. 포럼에는 이상정 한국저작권법학회 회장ㆍ홍승기 엔터테인먼트법학회 회장ㆍ이대희 고려대 교수 등이 참여한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9.09.22 23:02

[문학] 국제해운문학상 대상에 시인 전병윤

열린시문학회(대표 이운룡)와 (주)국제해운(대표이사 윤석정)이 시상하는 '제3회 국제해운문학상' 대상에 시집 「산바람 불다」를 상재한 전병윤 시인(74)이 선정됐다. 본상은 시 '불협화음'을 비롯해 한 해 동안 20편의 시를 발표한 양순금 시인(60)이 선정됐다. '제20회 열린시문학상' 금탑상은 채정 시인(52)이 받게됐다.지난 15일 작품성과 문단 활동 등을 기준으로 후보자들을 심의한 심사위원회는 "전병윤 시인의 작품은 지적 탐색과 발견으로 역사현실에 대한 재인식, 종교적 심상과 고향 회귀의 원초적 향수 등이 향토적 이미지로 농축돼 메시지 전달이 명쾌하다"고 말했다. 전 시인은 1996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 현재 한국문협과 전북문협, 전북시협, 전주문협, 열린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2007년 「문예연구」로 등단한 양순금 시인의 작품들은 현실에서 망실된 꿈과 체험들을 미적 감각으로 재생시켜 독자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서정의 힘과 리듬이 자연스럽게 형상화돼 있다는 평을 받았다. 200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당선, 문단에 나온 채정 시인은 참신한 현대 감각을 바탕으로 탄탄한 언어구조와 치열한 시 정신으로 명상과 사색의 시를 보여준다는 평가다.'국제해운문학상'은 바다에 대한 관심을 문학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것. 전북 출신으로 포항해운항만청장, 목포해양수산청장, 바다살리기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을 역임한 윤석정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주)국제해운이 창작지원금(대상 300만원, 본상 2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열린시문학상'은 열린시문학회 시창작교실을 설립한 문학평론가 이운룡 박사의 가족이 창작지원금(3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시상식은 열린시문학회 시창작교실이 20주년이 되는 10월 7일 오후 6시 완산구청 8층 강당에서 열린다. 20주년을 기념, 회원이 발간한 개인 시집과 회원 단체시집 전시회가 함께 열리며 시낭송가 표수욱(전북시낭송협회장) 김서운씨(전주시낭송협회장)의 시낭송과 소프라노 강양이 전북성악회장이 부르는 가곡이 이어진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9.09.22 23:02

[일과 사람] '전주 가을 세미나' 참석 정연희 한국소설가협회장

"전주에 오니 아름다운 인연이 떠오릅니다. 유종근 도지사 때 였던가요? 여성문학인 100여명과 함께 이곳을 찾았는데, 그가 저희를 위해 피아노 연주를 선물한다 했습니다. 무척 기대했죠. 그런데 급히 오다가 교통사고가 났지 뭡니까. 참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는데, 간만에 오니 새삼 그런 추억들이 떠오르네요."지난 18일 오후 4시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한국소설가협회 전주 가을 세미나'에 참석한 정연희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72)은 "전주는 문기(文氣)가 깃든 곳"이라며 모처럼의 전주 나들이를 반색했다. 사실 그는 출발 직전까지 한국소설가협회 회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거리시위를 나서는 등 마음 고생이 심했다. 전임 임원의 국고보조금 횡령 조치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부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스토리뱅크' 사업으로 협회에 지원한 20억 중 전임 집행부가 5억여원을 횡령한 것. 법정싸움 끝에 전임 집행부로부터 4억여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지만, 문화부가 환수 조치를 내리는 바람에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문인들입니다. 5억여원은 회원들 원고료지요. 그런데 문화부가 회수된 4억여원만을 받겠다는 우리와의 약속을 뒤집고, 전액 회수하겠다고 나선 것은 부당한 거죠. 사무실 압류, 검찰 수사 의뢰와 함께 저와 부이사장은 각각 징역 1년, 10개월 선고까지 받았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자리가 협회를 응원하는 축제로 여겼기 때문에 올 수 있었다며 더욱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결국 문학의 정수는 삶의 진실에 다가가는 길 아니겠냐"며 이젠 문인들이 거리로 나설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이번 세미나의 화두가 되는 전주 정신 핵심은 바로 선비 정신입니다. 이는 도덕성의 재발견이기도 하지요. 현 집행부의 위기 극복은 전주 정신의 부활과도 일맥상통하기에 의미가 깊습니다."그는 "소설가협회 전용건물인 '소설가의 집' 마련은 물 건너간 것 같아 아쉽다"며 "이 정부가 문화강국만을 외치지 말고 정말 피부에 와닿는 정책 마련에 고심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전주문화재단(이사장 라종일)과 전북소설가협회(회장 김상휘)가 주최한 이번 가을 세미나에 참석한 한국소설가협회 회원들은 전주의 맛과 멋을 즐기는 한옥마을 투어로 1박2일간의 일정(18~19일)을 갈무리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9.09.21 23:02

[행사·축제] 세계음식관광축제 도내서 열린다

한국을 대표하는 아시아 3대 메이저급 음식관광축제인 '세계음식관광축제'가 2010년 전북에서 열린다.전북도는 최근 열린 '한국방문의 해'위원회 특별이벤트 선정심사위원회의 심의에서 전북이 '2010 세계음식관광축제'개최지로 최종 선정됐다고 20일 밝혔다.세계음식관광축제는 한국방문의 해 위원회가 내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추진할 4대 특별 이벤트(세계음식관광축제, 한류축제, 세계문화축제, 인바운드 박람회)중 하나로, 전북도를 비롯하여 대전, 전남 등 3개 시·도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여왔다.특히 정부 차원에서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한식 세계화'와 연계해 지역 음식과 관광자원을 국내·외에 홍보할 수 있는 계기 마련은 물론 개최지역은 한식 세계화의 '본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 초미의 관심이 되어 왔다.도는 이번 유치경쟁에서 한정식과 비빔밥을 비롯한 전통 한식이 모두 '맛의 고장'인 전주가 원조라는 점과 한옥·한지·한식·한복 등 전주의 '한(韓)브랜드'와 국가식품클러스터가 들어서는 익산 등과 연계해 세계음식관광축제를 아시아 3대 메이저급 음식관광축제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세계음식관광축제는 내년 11월께 전주한옥마을과 전주월드컵 경기장에서 7일간 일정으로 개최되며, 한국방문의 해 위원회와 전북도가 공동 주최하고, 농식품부와 한국관광공사·한국음식업협회중앙회 등이 협조기관으로 참여하게 된다.도는 세계음식관광축제를 2010국제발효식품엑스포와 2010 전주비빔밥 축제, 전주 중소·벤처산업대전, 완주 로컬푸드 축제, 부안 젓갈 축제, 고창 수산물 축제, 순창 장류 축제 등 지역의 음식관련 축제와 연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도는 축제기간 동안 관광객이 1일 평균 3만여명 등 총 21만여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관광소비 지출액 250억여원 등을 포함해 경제적 파급효과는 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도 관계자는 "세계음식관광축제는 현재 조성 중인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 등에도 시너지 효과를 줄 것"이라면서 "한국의 음식과 전통이 어우러진 축제도시 실현, 한국 음식관광의 미래상 제시 및 녹색성장을 견인할 세계 일류 식품산업 수도로서 거듭날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민주당 장세환 의원(전주완산을)은 "한식에 머무르지 않고 한옥, 한지, 국악 등 전주가 갖고 있는 전통문화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관광자원화해 전주시가 세계적인 명품관광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김준호·정진우
  • 2009.09.21 23:02

[문학] 꿈의 언어로 기록한 꿈

소설이라는 장르의 형식 요건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배수아(44) 씨의 신작 장편소설 '북쪽 거실'(문학과지성사 펴냄)을 소설이라고 부르는 데에 이의가 있을 수도 있겠다. 줄거리를 요약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서사는 온데간데 없고, 그렇다고 묘사만 길게 이어지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문장을 따로 따로 읽자면 서사문과 묘사문이 적당히 배치돼 있는데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뚜렷한 서사도, 묘사도 남지 않는 식이다. 소설엔 몇 사람의 인물이 등장한다. 오디오북 성우를 하다가 수용소에 들어가 수용소내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는 여자 수니, 수니의 애인인 전직 신문기자 희태, 희태의 또다른 애인인 대학원생 린, 실버타운에서 일하며 수니의 오디오북 팬이 된 순이 등. 여기에 남자나 여인a, 노인 등으로 호명되는 인물이 더 등장하는데 작품 속 여러 등장인물들이 어떤 관계인지, 별개의 인물이긴 한 것인지는 뚜렷하지 않다. 시간과 공간적 배경, 인과관계가 모호하고, 서술방식 역시 정체가 분명치 않은 '나'나 '우리'가 등장하는 1인칭과 3인칭을 정신 없이 오간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식의 전개가 낯설지만은 않다. 시간적 배경이 학창시절과 성인이 된 현재 시점을 넘나들고, 내 옆에 있던 인물이 내 친구였다가, 느닷없이 어떤 영화배우도 되는 식의 전개는 '꿈'에서라면 꽤 익숙한 방식이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반복되는 '꿈'에 대한 진술은 말 그대로 탈장르적이고 몽환적인 이 소설에 접근하는 데 실마리를 제시해준다. "비전문가일지라도 이제는 꿈 하면 자동적으로 가장 먼저 정신분석을 떠올려요. 하지만 그 이론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배제하고 본다면, 꿈은 어쩌면 문학일 거예요. 자신이 낭독자이자 청자가 되는 오디오북 말이죠. 우리는 꿈을 해독할 필요가 없어요."말하자면 꿈의 언어를 사용해 꿈을 기록한 이 소설은 해독을 필요치 않는 몽환적인 느낌 그 자체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삶의 목적어는 단연코 오직 꿈이라는 것"(120쪽)이나 "우리는 우리가 꿈꾸었던 것들을 헤엄치며, 꿈에서 들은 것들을 기억하고, 그것을 말하며, 그리고 우리의 꿈과 연이어진 타인의 꿈에 등장하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살아갈 수"(267쪽) 있다는 말은 현실과 꿈, 내 꿈과 타인의 꿈의 경계를 허문다. '현실과 꿈'을 다시 '삶과 죽음'이라는 말로 치환해보면, 작가가 파격에 가까운 글쓰기를 통해 던지고 있는 절실한 물음이 보다 분명해진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치명적으로 선명하지 않다면, 지금 이 말을 머리에 떠올리는 우리들 자신이 분명히 삶의 영토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줄 사람은 누구인가."(202쪽)수년 전부터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현재 독일에 체류 중이다. 288쪽. 1만원.

  • 문화일반
  • 연합
  • 2009.09.21 23:02

[행사·축제] 한일 문화 한자리서 즐기는 축제 열려

한일 양국의 전통문화와 대중문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한일축제한마당 2009 인 서울'이 20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지난 2005년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한 '한일 우정의 해'의 기념행사 가운데 하나로 시작된 한일축제한마당은 한국인과 일본인이 함께 만드는 최대 규모의 교류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지난해까지 서울에서만 열렸지만, 올해는 '함께 하는 서울-도쿄! 함께 가는 미래!'를 테마로 삼아 처음으로 서울과 도쿄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이날 서울광장에 설치된 무대에선 공식 개막식에 앞서 '야! 오마츠리다! 다함께 춤추자' 페스티벌이 열렸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세일러문의 캐릭터 복장을 하고 세일러문을 뮤지컬 형식으로 무대에 옮긴 '문스톤'의 공연을 비롯해 판타지 밸리댄스 공연단, 서울일본인학교 학생들의 율동 등이 펼쳐져 서울광장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광장 주변엔 주최측과 한일의 지방자치단체가 차린 각종 부스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일본 다도 시연 부스는 차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100명 분의 예약 번호표가 금새 동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쪽에서는 일본의 전통의상인 유카타를 직접 입어보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족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장광섭(43.서울 은평구 수색동)씨는 "일본 전통의상을 처음 입어봤는데 아주 이색적이고 좋은 경험이었다. 오늘 한국과 일본의 문화공연을 마음껏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홋카이도, 시즈오카, 돗토리, 규슈, 니가타, 오키나와 등 일본 지역별로 차려진 부스에서는 관광 안내책자와 지도를 무료로 나눠줘 일본 여행에 관심 있는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으며 한국도 한국관광공사, 경기도, 강원도, 서울시, 포항시 등이 부스를 차려놓고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렸다. 일본 관광국이 마련한 경품행사에선 일본의 전통놀이인 와나케(줄던지기)를 하고 기념품을 받아가려는 시민들이 긴 줄을 만들었고 한일 전통주 체험, 전통놀이 체험 등 양국의 문화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한일축제한마당 서울 행사는 30개 단체에서 500여명이 참가해 한국의 김덕수 사물놀이, 정명숙 살풀이춤 등과 가수 윤하의 공연을 비롯해 일본 민요가수 카즈미의 전통문화 공연 등 한일 양국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이세환과 요시오카 호가쿠샤의 전통악기 연주, 김뻑국 예술단과 카즈미의 민요 공연, 뿌리패 예술단과 바치홀릭의 타악 공연 등 양국의 전통 공연이 함께 진행돼 화합의 장을 연출했으며 한국과 일본의 작사ㆍ작곡가가 함께 만든 노래 '파란꿈'을 국악인 정준태와 일본의 카즈미가 함께 불렀다. 이 행사는 한일축제한마당 2009 실행위원회가 주최하고 주한일본대사관, 외교통상부,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등이 후원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9.09.21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춘향 흔적을 쫓는 남원 기행

남원은 곳곳에 춘향의 사연이 얽혀 있다. 전주에서 남원 시내로 들어오는 17번 국도. 한양으로 떠나는 몽룡과 춘향이 애절하게 이별했다는 '오리정', 한양으로 떠나는 이몽룡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버선발로 돌을 비볐다는 '박석터', 버선을 벗어 던져 생겼다는 '버선밭', 눈물깨나 흘렸다는 '눈물방죽'도 오리정과 한 몸이다. 가슴 아린 이별을 나눴던 이곳들을 일컬어 '박석고개'라 하는데, '춘향고개'라고도 불린다. 이 고개를 지나는 터널 이름도 '춘향터널'. 안도현 시인이 시 '춘향터널'에서 '누군가 문득, 자기는 춘향터널 입구에 당도하기만 하면 거시기가 왈칵 묵직해지더라'고 너스레를 떤 곳이다. 지리산 정령치로 향하는 길목, 비가비 명창 권삼득이 득음을 했다고 알려진 주천면 구룡계곡(육모정)에는 춘향묘가 있다.춘향의 이야기가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 '광한루'가 남원의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춘향전이 이곳을 배경으로 삼고 난 후, 광한루원에 춘향과 관련된 여러 유적이 들어섰다. 광한루에 서면 호들갑스럽게 춘향의 '그른 내력을' 읊던 방자의 목소리가 여전히 귀에 쟁쟁한 그네터가 멀리 가까이 보인다. 이팔청춘 춘향과 몽룡이 손깍지 끼고 다녔음직한 광한루 앞 돌다리 오작교는 처녀총각들의 발길에 많이도 닳았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대숲이 울창하고, 요천 하늘 달덩이도 휘영청 밝았을 터이니, 남녀가 만나면 정분날 만도 했으리라. 여기서 속정을 속삭인 이들의 사랑은 또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완월정', '영주각', '삼신산' 등 여러 정자와 누각들은 500년 묵은 때가 통기둥 속까지 배어 감실감실하다. 광한루는 초록빛 산과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비경이 절정인 봄과 가을이면 나들이하기에 더없이 좋다.요천 건너 '춘향테마공원'에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세워진 '춘향촌'이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과 인기 드라마 '쾌걸춘향'을 촬영한 곳이다. 영화세트장은 그대로 남아있다. 부용당은 이몽룡과 성춘향이 백년가약을 다짐한 곳. 이몽룡이 "좌편은 청송, 우편은 녹죽. 운간월색(雲間月色)을 희롱허고, 화간(花間)의 푸른버들 장히도 좋다"고 읊었던 곳이다. 연못을 만들고 그 한가운데 세운 사랑방은 아담하다. 전생, 현생, 후생을 걸고 월매 앞에서 춘향의 치마폭에 불망기로 쓴 '여일월동심'(與日月同心, 해와 달같이 한마음이다), 이도령이 댓겹이나 되는 춘향 저고리를 급하게 헤치고 비단이불 속에 숨어들어가 치르는 농한 첫날밤, 열예닐곱 선남선녀가 병풍 뒤에서 해죽 웃음을 짓다가도 금세 숨이 탁 막히게 벌이는 사랑놀이…. '사랑가' 한 대목 절로 흐른다.관광객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인 '춘향마당'과 방문객들이 소원을 적어 기원하는 '돌탑', 사랑을 맹약하는 옥가락지를 형상화환 조형물 '옥지환', 조선중기의 형태로 복원된 '동헌' 등이 각각의 테마를 지니며 방문객을 맞는다. 특히 '춘향마당'의 기둥들은 춘향전의 주요 등장인물들을 이미지와 문자로 나타내 특별한 재미를 안겨준다. 춘향의 옥중생활을 재현한 '옥사정'에선 사랑과 정절을 지켜낸 춘향이 이몽룡과 재회하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된다.매년 봄에 펼쳐지는 '춘향제'는 연륜이 깊은 세계적인 사랑축제다. 사랑과 절개의 상징인 춘향을 기리기 위한 이 축제는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돼 2009년 79회의 역사를 썼다. 1999년 이래 10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 문화관광 축제로 선정돼 그 명성을 인정받고 있는 축제다.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는 대신, 춘향과 몽룡이 처음 만난 단오날을 '사랑의 날'로 정하고, 두 사람이 사랑의 언약으로 주고받았던 거울과 옥지환을 선물하자는 말이 꽤 오래전부터 회자되었지만, 아직 이 시대 연인들은 그 특별한 '놀이'를 창조해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춘향의 흔적을 쫓는 남원에서라면 굳이 단오날이 아니어도 그 특별한 '선물'이 가능하다. 365일 사랑꽃이 피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기우 문화전문객원기자(최명희문학관 연구기획실장)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9.21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일상에서 만나는 '춘향'

레크리에이션 박수게임 중 하나로 '춘향이박수'가 있을 만큼 '춘향'은 우리와 가깝다.그 예는 방송광고에서도 찾아진다. 몇 년 전, 토끼의 간보다 더 좋은 '유산균'을 찾은 용왕이 TV-CF에 등장하면서 판소리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졌는데, 최근 '춘향전'을 패러디 한 광고도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 '우유'를 마셔 춘향보다 더 아름다워진 향단과 사랑에 빠진 몽룡, 변사또의 수청을 거절하려다 그가 우유를 즐겨 마시는 꽃미남임을 확인하고 곧 반해버리는 춘향. 결말을 뒤집는 기발한 반전이다. 지면광고도 마찬가지다. 판소리 춘향가 중 '형산의 백옥덩이가 춘향에 비길쏘냐'라는 표현을 빌려 '우리의 춘향이는 과연 무엇을 먹었기에 피부가 고왔을까'하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결국 '피부미인'은 남원의 대표 먹을거리인 미꾸라지에서 비롯됐고, 미꾸라지의 미끈한 점액질 콘드로이틴황산이 함유된 화장품 광고로 끝을 낸다.쌀, 한과, 제기, 들기름, 메론, 꿀, 갓김치, 베게, 포기김치, 총각김치, 백김치, 고들빼기김치, 찐빵, 만두 등 상품의 이름에 '춘향'이 붙는 경우도 꽤 많다. 남원을 '춘향골'이라 일컬어 '춘향골 ○○'나 '춘향골남원 ○○'식으로 상품 앞 수식어로 붙여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는 남원이란 도시의 대표 브랜드로 춘향이 선택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예다. '춘향이 사과', '춘향이 쫄면', '춘향이 앨범'처럼 '춘향'이란 단어가 상품에 직접 붙은 경우도 있다. 남원 명품 중 하나인 '식도(食刀)'마저 '춘향'을 앞세웠으니, '춘향'이란 단어는 한계가 없다. 여기에 몽룡도 한 몫을 한다. '이몽룡이 먹던 합격엿'.상호에서도 춘향은 자주 노출된다. 서울, 강원, 경기 등 전국단위로 분포하는 '춘향'이란 이름이 들어간 상점은 슈퍼, 자동차공업사, 한복집, 다방, 자동차운전학원 등 다양하지만, 대개 음식점이다. '맛의 고장'으로 손꼽힌 고장이기에, 추어탕집이 가장 많고, 다음은 한정식집이다.'춘향'은 아무런 경계(境界)도 없이 쓰인다. 다만, '억지춘양'이 '억지춘향'으로 잘못 쓰이는 것만 경계(警戒)하면 된다. /최기우 문화전문객원기자(최명희문학관 연구기획실장)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9.21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22)'춘향'- 우리 시대 '춘향 재창조' 주목

'춘향'은 이몽룡만의 연인이 아니다. 남원 사람들이나 소리꾼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한민족의 가슴에 '영원한 사랑의 동반자'로 새겨진 춘향은 누구에게나 한 줄기 청신한 바람으로 다가온다. 춘향을 떠올리면 춘향이 웃음 같은 봄바람이 가슴에 살랑거린다. 화들짝, 춘향꽃도 피어난다….'한국인의 애정관이 고스란히 담긴 열녀', '사랑과 절개의 상징'…. 춘향을 지칭한 표현들은 한결같지만, '춘향'은 끊임없이 창조되어 왔다. '춘향전' 만큼 이본(異本)이 많은 작품은 흔치 않으며, 20세기 이후로는 시·소설뿐 아니라 연극·창극·마당극·뮤지컬·오페라·영화·드라마·만화 등으로 확장되며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 그만큼 깊고 넓기 때문이다.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영국의 작은 도시 스트랫포드 어펀 에이븐은 작가 셰익스피어만을 위한 도시다. 셰익스피어라는 한 가지 상품에서 파생된 다양한 문화상품을 만들어내면서 원소스 멀티유스 산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셰익스피어는 지구상에서 그의 작품이 매일 공연되고 있을 만큼 사랑 받는 작가이며, 왕립 셰익스피어 극장에서는 1년 내내 그의 작품만 상연한다. 400여 년 전 사람인 그의 작품이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주목받는 이유는 보편성 때문이다. '고소설의 백미', '한민족의 고전'으로 불리는 '춘향전'도 마찬가지다. '춘향전'은 시대를 거쳐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스토리가 바뀌기도 하고, 살도 더 붙었지만, 그 보편성만은 변하지 않았다. 이것은 작품에서 말하는 주제가 당대의 사회상과 염원을 반영해왔다는 증거이며, 이것이 '춘향'이 가지고 있는 생명의 근원이다. '춘향전'에는 사랑이라는 주제의 보편성과 당대 사회의 모순에 대한 비판적 저항을 다룬 사회적 측면, 서사·서정·극적 구성을 조화롭게 연결한 구조 미학적 측면이 어우러져 있다. '사랑'을 내세웠기에 보다 현대적인 표현이 가능하고 폭 넓은 감정 공유도 가능하다.우리는 '춘향'을 통해, 모든 인간은 근원적으로 평등하다는 것을 확인해 왔다.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근대 세계의 이념은 이미 '춘향전'에서 싹트고 있었으며, 이 점에서 우리는 모두 춘향의 후예다. 따라서 우리 시대의 춘향을 재창조하는 일 역시 우리의 당연한 몫이다.다들 아는 '춘향전'. 그대로인 것 같지만 구성이나 전개가 다르고, 전혀 딴 판인 것 같다가도 제 줄기를 찾아가는 '춘향전'의 재구성. 판소리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이 자신의 고유성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지금 시대의 사람들과 만나고, 아쉬움 많은 세상을 풍자하며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는 것. 콧등이 시큰한 감동을 그대로 살려, 아지랑이처럼 아련한 슬픔은 곧 승화되고, '봄날의 향기'처럼 발랄하게 혹은 발칙하게…. 춘향의 온고지신(溫故知新). 이 역시 시대와 한 호흡을 유지하기 위한 대중적인 전통문화운동의 한 방법이다. 다행히 '춘향'은 저작권도 없다. /최기우 문화전문객원기자(최명희문학관 연구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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