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화장품도 다이어트 합시다
클렌징 폼, 아이 리무버, 샴푸, 린스, 바디 클렌저, 바디 오일, 스킨, 에센스, 로션, 크림, 자외선 차단제, 메이크업베이스, 파운데이션, 볼터치, 아이섀도, 하이라이터,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매니큐어…. 한 리서치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화장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30대 여성은 평균적으로 기초 제품 8개와 색조 제품 7개를 사용한다.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다 회의를 느끼고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화장품을 연구한 구희연, 이은주 씨는 무분별하게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은 '온몸에 독을 바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침저녁으로 최소한 두 번씩 기초 제품을 바르고 그 위에 메이크업을 하고 때때로 화장을 고치고 다시 지우고 샤워를 하고 바디제품을 바르고 핸드크림과 풋크림을 사용하고 매니큐어를 바르고 지우다 보면 "독성 성분이 첨가된 화학제품들을 하루에 무려 36번 흡수시키는 꼴"이라는 것이다. '바를수록 노화를 부르는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거름 펴냄)은 이들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밝히는 '화장품 고발서'다. 저자들은 책을 통해 화장품 회사의 상술과 화장품의 문제점,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잘못된 믿음을 꼬집는다. 특히 지난해 시행된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는 '소비자의 생명줄'이라며, 브랜드나 가격, 광고, 입소문에 의존하지 말고 화장품에 들어 있는 화학 성분을 꼼꼼히 따지라고 충고한다. 다른 아시아 국가 여성보다 두 배 이상의 색조화장품을 사용하는 한국 여성들에게 '스킨-로션-에센스-크림'이라는 기초 4종 세트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 또한 많은 제품을 한꺼번에 판매하려는 '한국형 마케팅 전략'의 결과라고 단언한다. 네 종류의 제품은 점성과 탄성에 차이가 있을 뿐 결국 다 같은 제품이라는 것이다. 대신 저자들이 제안하는 '기초 4종 세트'는 클렌징 제품과 화장수, 크림, 자외선 차단제다. 유성과 수성 두 종류의 클렌징 제품과 향이나 색소가 없고 방부제가 최소한으로 들어간 용량 많은 화장수, 에센스와 세럼, 로션을 모두 대신할 크림, 일상생활용(SPF15)과 외부활동용(SPF30) 자외선 차단제 두 종류면 충분하다. 이밖에 '미백 기능성', '주름 개선' 등 기능성 제품들은 화장품 회사의 돈줄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이기에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에서 많이 팔리는 미백 기능성 화장품의 경우 그것이 효과가 있다면 "대부분 산화납이나 수은화합물, 과산화수소, 하이드로퀴논 등 사용이 금지된 원료로 만들어진 것들"이라고 주장한다. 모공 관리 제품 역시 모공을 줄여주지는 않으며 알코올 성분으로 일시적인 착시효과를 일으킬 뿐이다. 모공이 커지는 것은 과도한 피지 분비와 노화에 원인이 있는 만큼 날마다 하는 정성스러운 세안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또 비싼 아이크림은 얇은 눈가 피부가 수용할 수 있는 이상의 유수분을 공급해 오히려 피부가 쳐지고 주름이 빨리 생기고 오돌도톨한 비립종이 생기는 '영양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피부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각질 주기 관리와 자외선 차단, 보습을 꼽는다. 특히 보습은 잔주름이나 잡티를 예방하고 관리하는데도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저자들이 제안하는 또 하나의 팁은 화장품을 살 때 넘쳐나는 제품과 광고에 현혹되지 말라는 것. '베스트셀러'보다 '스테디셀러'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232쪽.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