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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경기 하락세 뚜렷해졌다

올 상반기까지 절정을 향해 치닫던 미술 경기의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하락세는 9월 서울옥션과 K옥션이 실시한 대형 경매에서부터 감지됐고 K옥션이 지난 달 28일 실시한 올해 마지막 경매에서는 더 확실해졌다. 205점이 나온 경매의 낙찰률이 70.7%, 낙찰총액이 70억원이라는 실적부터가 예사롭지않다. K옥션이 224점을 냈던 5월 경매 낙찰률이 86.2%, 낙찰총액 118억원, 207점을 냈던 7월 경매 낙찰률이 90.34%, 낙찰총액 100억원, 이틀간 476점을 경매했던 9월 경매 낙찰총액이 203억원에 달했던 것과는 확연하게 비교된다. 이번 경매에서는 이른바 '블루칩' 작가의 작품들이 줄줄이 유찰되는 등 경매 전체의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특히 현대 작품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이우환 작품의 부진은 두드러졌다. 이우환의 작품은 18점이 나왔지만 절반인 9점이나 유찰됐다. 초반 '점'시리즈 한 점이 유찰된 것을 시작으로 '점', '바람', '조응' 시리즈와 수채화, 테라코타 까지 이우환의 모든 경향의 작품이 줄줄이 유찰된 것은 최근에는 보기드문 장면이었다. 1억원대에서 7억원대까지 비싼 이우환 작품이 무더기로 유찰된 것은 낙찰총액 감소에 직접적으로 연결됐다. 또 작품가격이 1억원 안팎인 이대원의 작품 2점이 유찰되고 3억5천만-4억5천만원에 나온 백남준의 작품이 유찰된 것을 비롯해 권진규, 이숙자, 고영훈, 이강소, 권옥연, 유영국, 박서보, 김흥수, 윤병락, 김은진 등 유찰작품은 작고작가, 원로작가에서부터 젊은작가의 작품까지 광범위했다. 경매회사들이 너무 비싸진 국내 작가 작품을 대신할 투자대상으로 부각시킨 해외작품도 저조했다. 최고 인기의 중국 현대미술작가 장샤오강의 '동지'(추정가2억5천만-3억원), 웨민쥔의 1억-1억5천만원짜리 작품 2점, 베르나르 뷔페, 요시토모 나라 등의 작품이 무더기로 유찰됐다. 경매 분위기 위축은 신정아씨 사건, 삼성 비자금 사건 등의 영향도 없지 않지만 지나친 가격 상승세에 대한 경계심리가 커졌고, 유명작가의 작품이라도 잘된 작품이 아니면 구매하지 않는 등 작품의 질을 따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술경기가 정말 진정되고 있는지는 이달 5일 실시되는 서울옥션의 경매에서 다시 한 번 진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7.12.03 23:02

"소리축제 시ㆍ공간 재검토 필요" 곽병창씨

전주세계소리축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축제의 시공간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연 공간 외 축제장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축제성 증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전라북도가 주관하고 전주대 X·edu사업단과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위원장 안숙선)가 30일 오후 4시 전라북도청 3층 중회의실에서 공동 주최한 '2007전주세계소리축제 발전방안 및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이날 토론자로 나선 곽병창 2007전주세계소리축제 전 총감독은 "축제 마당을 폭넓게 만들기 위해서는 소리축제를 봄·가을로 나눠 개최할 필요가 있다"며 "봄 축제는 전주에서 열고 가을 축제는 도내 명승지 순회 개최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곽 전 총감독은 "축제를 이원화해 마니아층을 위한 공연,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공연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그는 "축제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해외의 많은 공연처럼 축제 마당에 아티스트 클럽, 노천 카페, 성인 대상 휴식 공간 등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전주세계소리축제의 예술성을 강화와 전문 프로그래머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김선태 한국민예총 전북지회 정책위원장은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예술축제답게 개최돼야 한다"며 "특히 축제의 얼굴인 개막공연 만큼은 더욱 예술성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오 전주대 영상예술학부 교수는 "언론이 지적한 것처럼 공연의 안정된 운용과 효과적인 배치를 위해 전문 프로그래머는 필수적이다"고 주장했다.한편 토론에 앞서 열린 발표에서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왜 열리는지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권두현 안동축제관광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은 "만들어진 축제는 이벤트로 치우칠 가능성이 높아 대중들이 빠져들고 열광하기 힘들다"며 "시민들이 소리축제에 대한 공감대를 느낄 때 소리축제에 호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한동숭 전주대 문화산업연구소장, 김병오 전주대 교수, 권두현 안동축제관광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이 발표를 맡았다. 곽병창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전 총감독, 김선태 한국민예총 전북지회 정책위원장, 배승철 전라북도의회 의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 문화일반
  • 이덕춘
  • 2007.12.03 23:02

임실 하가유적 "국가 차원서 관심가져야" 이융조 원장

“대표적인 후기 구석기 시대의 유적이 잔뜩 나오고 있는데 조사 여건이 어렵습니다. 임실군 뿐 아니라 전라북도의 지원, 더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의 관심이 필요합니다.”지난달 30일 임실군 신평면 가덕리에서 발견된 하가유적 현장을 찾은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원장은 구석기 유물이 대량으로 출토된 것에 대해 가치를 부여했다. 현재 임실 하가유적은 5만㎡의 지역 중 330㎡를 한달간 조사 2,300여점이 출토된 상태. 하가마을에서는 일본에서만 발견됐던 각추상석기를 비롯해 구석기 전기부터 제작되던 주먹찌르개 등 다양한 석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발견이 중요한 것은 일본과 우리나라의 땅이 붙어있던 구석기 시대에 어떤 경로로 사람들이 이동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의 이야기가 더 지어지지 않겠습니까. 후기 구석기 시대의 유물로서도 훌륭하지만 일본과의 연계를 생각해보면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이원장은 “그동안 대부분의 구석기 시대 유물들은 금강과 남한강, 임진강 선상에 집중 됐으나 이제 섬진강 유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며 “임실군이 우리나라 구석기 문화의 센터가 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하가마을을 중심으로 섬진강 주변에 여러 유적지를 찾아놨습니다. 이번 하가마을의 조사가 잘 끝나야 관련 유적지들이 이를 모델로 삼아 계속적인 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하가마을 유적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 단양 수양개는 사적 398호로 지정, 박물관을 조성하는 등 연구와 관리가 계속되고 있는 점을 들며 “하가마을 또한 사적이 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현재 월평 유적지의 경우 지역 주민들이 박물관을 세워달라고 먼저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가마을은 그동안 경작 활동으로 집터며 여러 유물들이 파괴되고 조사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 부터 관심을 쏟아 훌륭한 유물들을 지켜야 할 것 입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7.12.03 23:02

[임실 하가유적 발굴 의미]한ㆍ일 구석기 문화교류 중요한 가치

임실 하가유적에서 일본에서만 나오는 각추상석기가 발굴돼 학계와 지역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기구석기시대 일본 열도와 한반도와의 교류를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했다. 임실군 신평면 가덕리 일원인 하가유적은 문화층 분포 범위가 약 5만㎡에 이르는 대규모 구석기시대 유적. 구석기시대 문화층을 파고 만들어진 신석기시대 유구 일부가 조사돼 구석기시대 이후 신석기시대에도 사람들이 살았던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가유적은 2000년 조선대 박물관의 금강·섬진강 유역 학술 지표조사 도중 처음으로 발견됐다. 지난해 호남문화재연구원 지원으로 1차 시굴조사를 마쳤으며, 올해 임실군 지원을 받아 10월 중순부터 2차 발굴조사를 진행해 왔다. 1차 조사는 하가유적의 평·단면상 문화층 분포 범위를 확인하기 위한 것. 2차 조사는 후기구석기 문화층의 성격을 보다 자세히 밝히는 데 목적을 두고 후기구석기 문화층이 잘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조원천변에 가까운 언덕 마루 부분의 330㎡를 조사 범위로 했다. 확인된 구석기 유물은 돌날몸돌을 포함한 몸돌류 50여점, 격지와 돌날 800여점, 조각돌과 부스러기 1300여점 등 총 2300여점. 다양한 돌날몸돌과 돌날 등이 포함돼 있어 전문가들은 이 곳을 돌날 생산 및 이를 활용해 도구를 만든 석기제작터로 추정했다. 또한 한 면이 곱게 갈린 자갈에서 갈은 줄자국이 관찰되고 흡집들이 남아있는 자갈은 무엇인가를 깨는 데 받쳤을 것으로 짐작, 석기제작과 관련 다양한 행위를 했던 곳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7.12.03 23:02

"멋지고 위대한 작업보다 공부하는 마음가짐으로" 대상 김현주씨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생각합니다. 멋지고 위대한 작업 보다는 하루하루 꾸준히 하는 마음가짐으로 활동 하고 싶습니다.”‘제 8회 익산 한국공예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현주씨(28·서울시 방이동).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는 학생이면서 아이가 있는 가정주부다. 전남대 미술학과에서 공예를 공부하고 학부시절 느꼈던 금속 작업의 매력을 더 공부하고 싶어 대학원까지 선택하게 됐다.“대상을 받은 작품 ‘소통’은 대학원을 입학하면서부터 준비한 논문 작업의 일종입니다. 은과 백동을 사용해 현대인들의 내적 결핍을 발견, 진정한 나로 거듭하는 회복의지 과정을 형상화 하고 싶었습니다.”김씨의 작품은 알코올 램프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링들을 움직여 모양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매력. 기능적인 면과 예술적인 면을 적절히 조화시켜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이처럼 값진 경험 뒤에는 보다 큰 책임감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더욱더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모습으로 모든 일에 감사하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부끄럽지 않은 공예인이 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너무 행복해서 작품을 만들며 힘들었던 일은 기억이 안난다”고 말하는 김씨는 앞으로도 금속공예의 다양한 장르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7.12.03 23:02

익산 한국공예대전 '돋보인 예술성·세련미' 호평

‘제8회 익산 한국공예대전 전국공모전’이 공예가들이 주축이 된 민간 주도 공모전으로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전국에서 고르게 출품돼 지역에서 열리는 공모전으로서 한계를 극복했으며, 기성 작가들의 출품 비율도 높아 예술성에 무게를 둔 공모전으로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단법인 한국공예문화협회가 주최한 한국공예대전은 지난해 책임심사제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는 최고상 상금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려 개최 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올해 공모전에서는 금속공예 부문에 ‘소통’을 출품한 김현주씨(28·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가 대상을 차지했다. 심사위원들은 “계란을 깨서 세우기란 쉽지만, 그와 같은 발상과 시도를 처음 하기란 쉽지 않다”며 “대상 수상작은 작품의 형태를 임의대로 바꿀 수 있어 아이디어와 실험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1000만원의 상금이 걸린 최우수상은 이상훈씨(34·원광대 출강)가 수상했다. 수상작 도자공예 ‘안과 밖의 서로 상호관계’는 모던한 작품으로 크기와 재료 등이 우수했으며, 작가적 표현도 돋보였다는 평가다. 올해는 금속공예 112점, 도자공예 104점, 목칠공예 51점, 섬유공예 110점, 기타공예 62점(한지 13, 매듭 4, 유리 12, 침선 6, 칠 9, 석공예 10, 기타 8) 등 총 439점이 출품됐다. 이는 지난해 428점 보다 약간 늘어난 숫자로, 전반적으로 공예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결과다. 지난 24일 열린 1차 슬라이드 필름 심사에서는 각 부문별 심사위원 5명이 개별심사를 통해 최고점과 최하점을 제외한 점수를 합산해 응모작품의 30% 이내로 입상작을 선정했다. 30일 열린 2차 심사는 원로공예인들의 책임심사로 진행됐으며, 최현칠 디우다 금속조형연구소장(금속)과 정담순 대한산업미술가협회 고문(도자), 박형철 홍익대 명예교수(목칠), 백태호 현대염색작가협회 회장(섬유), 전병관 석공예가(기타)가 심사에 참여했다. 분야별로는 도자부문이 특히 주목받았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미감의 작품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적인 표현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주로 가구가 출품된 목칠부문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작가의 노력이 보이는 작품이 많았다는 평가다. 금속부문은 세공보다는 대공이 많았으며, 기타부문은 전통적인 작품과 현대적인 작품이 균형을 이뤄 출품됐다. 그러나 타피스트리에 편중된 섬유부문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릴 수 있는 직조 보다는 독자적인 작업이 될 수밖에 없는 염색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이광진 운영위원장은 “전국적으로 슬라이드 필름을 찍는 곳이 별로 없어 출품자들이 불편을 호소, 내년부터 컴퓨터 파일로 받아야 할 지 고려해 보겠다”며 “향후 익산 한국공예대전을 국제 공예대전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익산시에 한국공예대전 전시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7일 오후 2시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 전시실. 수상작 전시는 7일부터 16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계속된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7.12.03 23:02

[고창] "고창동학농민혁명 전국화 모색"

고창지역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의 방향을 설정하고 무장기포지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제3회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 대토론회가 30일 고창 청소년수련관 소극장에서 열렸다.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회장 이강수)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충북대 신영우 교수의 사회로 역사학자를 비롯해 향토사학자, 지역문화 전문가들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여해 고창동학농민혁염의 전국화를 모색했다.원광대 신순철 교수는 “무장기포는 동학농민혁명이 전국적인 농민전쟁으로 승화한 기반이자 농민의식의 성장을 보여준 사례”라며 “우리나라 근대 민중운동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만큼 전승되어야 한다”고 발제했다.이어 ‘주요 국가의 역사기념물과 기념사업’을 주제로 발표한 고려대 최호근 교수는 독일과 이스라엘,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주요 국가의 역사기념물과 기념사업에 대한 의미, 시사점 등을 말했으며 (주)메모리얼 김용문 대표이사는 “고창동학농민혁명과 무장기포일의 관광화를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창군은 이날 고창지역이 동학농민혁명의 성지로써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핵심 5대 과제를 선정, 역점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군에서 밝힌 5대 과제는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고 국민적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스토리 텔링 개발 △동학농민혁명의 학술 및 연구, 문화사업 활성화를 위한 동학대상제 운영 △동학 학술회의 정례화 △무장기포일 기념행사의 전국화 △동학 유적지 성지화 사업 추진을 위한 동학농민혁명지원조례 제정 등이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7.12.03 23:02

임실서 구석기 사냥도구 '각추상석기' 첫 발굴

일본에서만 출토되었던 구석기시대 사냥 도구인 '각추상석기'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북 임실군 신평면 가덕리에서 발굴됐다. 조선대학교 박물관은 30일 임실군 신평면 하가구역 구석기 유적 발굴조사 현장에서 각추상석기를 비롯하여 슴베찌르개, 창끝찌르개 등 다양한 사냥용 도구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주로 나오던 각추상석기가 슴베찌르개, 창끝찌르개 등과 함께 발견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어서 후기 구석기시대에 일본열도와 한반도와의 교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임실 하가 유적은 문화층 분포 범위가 약 5만㎡ 이르는 대규모 구석기시대 유적으로 지층 단면에서는 후기 구석기 문화층 아래에 더 이른 시기의 문화층이 확인돼 구석기시대 이후 신석기시대에도 사람이 살던 곳으로 추정된다. 특히 330㎡의 좁은 면적의 조사에서 2천300여 점의 구석기 유물이 발굴돼 높은 밀집도를 보였으며 유물 구성으로는 돌날몸돌을 포함한 몸돌류 50여점, 격지와 돌날 800여점, 조각돌과 부스러기 1천300여점 등이다. 책임조사원인 이기길 교수는 "하가유적은 인류 거주의 역사가 유구함을 입증하고 그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할 자료가 될 뿐 아니라 후기 구석기시대의 한.일간 교류를 밝힐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유적으로 평가된다"며 "지역사회의 꾸준한 관심 속에 연차 발굴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7.11.30 23:02

[전북문화의 발견] 지역사회 소통ㆍ연대, 지역문화 브랜드화 앞장

생거부안(生居夫安)! 변산과 채석강을 떠올릴 만큼 산과 바다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변산반도는 남쪽 줄포에서부터 북쪽 동진까지 해안선의 길이가 무려 99킬로미터에 이른다. 여기 새만금과 방폐장의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해안선이 닳도록 발로 뛰는 문화계 일꾼들을 만났다. "고증없는 옛 이야기 브랜드화는 천박한 일"허철희(56) 씨는 사진작가다. 부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화면보호기 달력을 제공하여 사용하는 사람들도 무척 많다. 최근에는 『새만금, 갯벌에 기댄 삶』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모르는 척, “허작가는 어떤 분입니까?” 라는 우문에 김영표씨의 현답이 돌아왔다. “부안에 관한 자료가 제일 많으신 분이죠.” 향토사학자로 땅이름연구부터 부안 곳곳을 다니면서 사람과 식물 동물들을 어마어마하게 찍어 놓았단다. 허씨만큼 방대한 자료를 소장한 이가 없는데 그는 ‘부안21’이라는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태문화활력소’를 설립하고 이 활동의 결과물인 『변산바람꽃』이라는 무크지를 발행하고 있다. 부안은 어떻게 가야하느냐고 허씨에게 물었다. “생태문화로 가야지요. 주민이 원하는 것은 골프장 100개가 아닙니다. 경관을 파괴하며 건물 짓고 아이디어 경쟁하듯 고증도 없이 옛 이야기를 브랜드화 하려는 것은 천박한 일입니다.” 허씨가 공을 들이는 ‘생태문화활력소’에서 역점을 두는 사업은 뭘까. 그는 부안 해양문화지도그리기 사업을 이야기했다. “하늘에 북두칠성이 있다면 변산엔 칠산바다가 있고 여길 지키는 수성당 개양할미가 있습니다. 여기 죽막동 제사유적이나 어로방법으로서 어살 그리고 대항리 패총 또 곰소 소금밭에 이르기까지 정말 콘텐츠가 풍부한 곳이고 이것을 스토리텔링화 하는 일 등 할일이 너무 많습니다.” "이주여성 따뜻하게 해줄 사회적 분위기 필요"“부안은 어떤 곳입니까?” “신이 내려준 땅이지요.” 농사를 지으며 4년째 이주여성 한글학교 교장을 역임하는 김영표(39)씨의 대답이다. 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이렇게 답했다. “어렵지요. 하지만 재밌어요, 한국 음식만들기나 한국에 대한 문화를 소개하는 것은 아주 즐거운 작업입니다.” 가장 필요한 것을 물었더니, 재정 또 건물 같은 공공 장소도 문제지만 한글학교 교사가 가장 필요하단다. 역시 문제는 사람이다. “이분들이 이제 한글을 잘 압니다. 그런데 ‘베트남 처녀 교환 가능합니다’ 라는 현수막을 보고 그들이 막 울 때, 한국인이란 것이 부끄럽습디다. 이들을 따뜻하게 해줄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합니다.” 부안에 300여 쌍의 다문화 가정이 있는데 자신은 모든 이주 여성의 처남이라며 활짝 웃는데, 정작 자기 자신은 미혼이란다. "부안 생태문화 체험할 학습의 장 마련돼야"부안 포럼에서는 어떤 것들을 의제로 삼을까. “부안지역사회의 주민자치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올바른 군정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공론장 형성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향후 부안영화제의 정체성에 대한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부안시민시회네트워크 대표인 문화평론가 고길섶 씨(41)의 말이다. 문화란 무엇이냐고 포괄적으로 물었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문화라 생각합니다. 지역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고향에 돌아온 지 4년이 되었는데, 오직 개발주의 겉핥기 식 관광이벤트화 또 상품화 이데올로기만 판을 치고 있습니다.” 지역문화연구는 어떻게 가야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첫째 지역 커뮤니티 구축을 위해 이야기를 발견하고 생성해야지요. 그러기 위해서 지역 자산의 관리를 위해 지역학적 생태문화 정보지도 그리기 또 부안의 생태문화를 지속적으로 체험 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 소통이 된단다. 그는 올해부터 태동된 변산면 마포리의 마을 만들기 라는 자생적 실험을 주목하고 있다고. 새만금과 방폐장 사태는 부안주민들에게 뼈아픈 고통이었다. 이 문화일꾼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이 갈린 것에 대해 아파하며 관계의 복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들의 부안에 대한 사랑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유도를 위해 애쓰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들의 문화작업의 진지함에는 품격이 느껴졌다. 이제 이들이 벌이는 문화운동이 조금씩 외연을 넓혀갈 때 천만년 살아갈 생거부안의 매창과 신석정 그리고 박영근이 살아오리라. "주민 영상미디어 가르칠 미디어센터 있었으면"인구 6만 오천의 작은 시골에서 어떻게 부안영화제가 탄생되었을까. 이미 4회에 걸쳐 민의와 소통하는 작업을 해온 김화선 사무국장(35)은 “부안항쟁 과정에서 영상의 사회적 발언의 중요성을 고민하면서 2004년 여름 지역주민영화제로 출발했다. 1,2회 때는 상영장소를 군에서 불허해 아픔이 많았다” 고 말했다. 지역 언론과 매체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 억울해서 자연스런 분출통로로 영화제를 선택한 것. 영상·영화가 더 이상 개인적 취미나 오락거리가 아니라 지역사회 공통의 관심사나 공공의 사회문제들을 발언하는 미디어라고 인식하는 김국장은 부안항쟁의 성과와 의미가 군민들의 사회적 소통과 연대를 불러일으켰듯이 그 과정에서 영상의 역할 또한 매우 컸다고 자부한다. 특히 부안영화제는 그동안 생명, 환경, 사회, 삶의 공간들을 주제화 해왔다고. 소망을 물었다. 장비를 대여해 줄 공간, 시민에게 영상미디어를 가르칠 공간으로 작은 미디어센터가 하나 있으면 좋겠단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7.11.30 23:02

목정문화상 라대곤(문학)·하반영(미술)·강정렬씨(음악) 영예

제15회 목정문화상’ 수상자로 소설가 라대곤(67·문학부문) 서양화가 하반영(87·미술부문) 가야금병창 강정렬씨(57·음악부문)가 선정됐다. 재단법인 목정문화재단(이사장 김광수)은 29일 전주코아호텔에서 심사위원회(위원장 최승범)를 열고 수상자를 선정해 발표했다. 문학부문 수상자 라대곤씨는 「한번만이라도」,「취해서 오십년」등 수필집을 주로 내놓았으며 활발한 창작활동으로 전북지역 수필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군산 출신으로 한국문인협이사, 한국 펜클럽협회이사 등을 역임하고 현재는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아름다운 이별」「망둥어」, 수필집「물안개 속으로」「황홀한 유혹」 등 다수가 있다.미술부문에서 수상한 하반영씨는 우리나라 서양화단 한 세기의 산 증인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지난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 최고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대한민국미술전람회 7회 입선, 한국 예총 창립 20주년 미술부문 공로 대상 수상(1983), 대한민국 광복 50주년 미술부문 대상 등을 수상했다. 국외에서는 미국 미술평론가협회 공모전 우수상, 일본 ‘이과전’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30여회의 국내외 초대전을 펼쳤으며 한국 예총 부회장, 한국 일요화가회 지도교수 등을 역임했다. 음악부문의 강정렬씨는 가야금병창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공을 인정받았다. 8살 때 고모인 강순영 선생에게서 줄풍류 및 산조 신관용류를 사사했다. 1967년 성금련 선생에게 가야금 산조를 사사했고 1985년 제1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기악부 장원을 차지했다. 2001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제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로 지정됐다.지난 1986년부터 전라북도립국악원 현악부 교수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다.한편, 목정문화상은 목정문화재단(이사장 김광수)이 전북지역 향토문화 진흥을 위해 공헌한 문화예술인들에게 시상하는 상이다. 1993년부터 매년 문학과 미술, 음악 등 3개 부문에서 시상하고 있으며, 각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0만원이 지원된다. 시상식은 21일 오후 5시 전주코아리베라호텔 백제홀에서 열린다.

  • 문화일반
  • 이덕춘
  • 2007.11.30 23:02

올해 童詩 "풍요속 빈곤, 빈곤속 풍요"

올해는 주목할 만한 동시집이 어느 때보다 많이 출간돼 침체됐던 동시단(童詩壇)에 활력을 불어넣은 해로 기억될 듯 하다. 최명란, 박성우, 김륭 등 시와 함께 동시를 겸하겠다는 젊은 시인들의 선언이 줄을 잇는가 하면, 최승호, 김기택, 안도현, 신현림 등 기성 시인들이 쓴 동시집도 잇따라 출간돼 평단의 관심을 끌었다. 이안 시인이 계간 '창비어린이' 겨울호를 통해 우리 동시계를 날카롭게 진단했다. 이 시인은 비평문 '풍요 속의 빈곤, 빈곤 속의 풍요'에서 "올해처럼 동시단을 많은 기대를 가지고 바라본 때가 없었다"면서 "올해의 동시단은 양에서나 질에서나 어느 해보다 수확이 풍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2년 만에 네 권의 동시집을 쏟아낸 최승호 시인의 경우 비룡소에서 출간된 '말놀이 동시' 시리즈로 기존 동시관을 크게 흔들어놓았다고 지적했다. 동시의 언어와 동시 속의 어린이를 일정하게 억압해왔던 도덕과 당위, 착함의 강박으로부터 시인과 동시, 어린이, 독자를 해방시키고, 자유로운 놀이 속으로 이끌었다는 것. 하지만 같은 출판사가 올해부터 기획, 출간하기 시작한 '동시야 놀자' 시리즈에 참여한 신현림, 김기택 등의 동시집에서는 한계를 발견해냈다. 신현림의 '초코파이 자전거'는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로 우리말의 맛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기획됐으나 의성어, 의태어 운용이 억지스럽고, 작위적이라는 지적이다. "설설 눈을 부라리며/ 나는 눈뭉치를 던졌다/ 와장창장 유리창을 깨 먹고/…."('사고뭉치' 전문)라고 노래한 시에서 눈을 "설설" 부라린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않고, '유리창을 '와장창창' 깨트리는 것은 상투적이다. 김바다의 동시집 '소똥 경단이 최고야!'(창비)에 실린 일부 시들의 일차원적인 발상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똥만 주면 내가 대신/ 싹싹 용서 빌어 줄게."('똥파리' 전문) 등의 시는 발상이 지나치게 일차원적일 뿐 아니라 시가 환기하는 바도 표피적이다. 반면 시조 시인 정완영의 '가랑비 가랑가랑 가랑파 가랑가랑'(사계절)에서는 동시를 담는 그릇으로서 시조가 갖고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염소는 수염도 꼬리도 쬐꼼 달고 왔습니다/ 울음도 염주알 굴리듯 새까맣게 굴립니다/ 똥조차 분꽃씨 흘리듯 동글동글 흘립니다"라고 쓴 '염소' 같은 시는 대상에 대한 정확한 관찰과 우리말의 능란한 구사가 운율의 친숙함과 맞물려 시조 특유의 상투성을 가뿐히 넘어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이번 호에서는 아동문학 관계자와 '창비어린이' 독자 등 모두 108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를 통해 선정한 '올해의 책'도 발표됐다. 어린이문학 부문에서는 유은실의 단편동화 '만국기 소년', 청소년문학 부문에서는 정유정의 장편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가 각각 선정됐고, 그림책 부문에서는 백석이 쓴 시에 김세현이 그림을 곁들인 '준치 가시'가 뽑혔다. 이밖에 우리 조상들이 '아동'을 어떤 존재로 인식했고, 그런 인식이 교육과 문학에 반영된 양상을 살핀 심경호의 비평 '전근대 시기의 아동관과 아동의 문학' 등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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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7.11.30 23:02

계원필경 완역본 이젠 볼 수 있나?

내달 4일 민족문화추진회(민추)의 간판을 내리고 공식 출범하는 한국고전번역원은 국가기관으로 거듭 나는 것은 물론 그에 걸맞게 고유 업무인 번역 업무 또한 "예정된 순서"를 밟게 된다. 이는 무엇보다 번역원 설립과 운영 근거가 되는 한국고전번역원법과 그 시행령에서 번역원의 고유 업무와 그 수행을 위해 '고전번역위원회'를 두도록 강제했기 때문이다. 번역원법 제11조는 번역사업과 그 대상의 선정 및 우선 순위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고전번역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그 시행령 제2조에서는 위원회를 번역원장을 포함해 15인 이내로 구성토록 했다. 박석무 초대원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번역위원회 설치를 번역원 출범의 중요한 의의 중 하나로 거론하면서 "이제는 우리가 주도하는 국가번역사업도 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수행하는 단계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과거 민추는 40여년간 척박한 풍토에서도 한국의 한문고전 번역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냈지만, 번역대상 선정에서 일정한 기준이 없다시피 했으며, 이 때문에 특정한 성향을 지닌 특정한 시대의 문집에 번역이 치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민추 사정에 정통한 한 한문학자는 "민추를 설립하고 오늘날 번역원이 있기까지 초석 역할을 하신 분들의 업적을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그분들의 성향에 따라 번역대상이 선정되다보니, 이상하게도 조선 중기 퇴계 학파의 문집이 집중적으로 번역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존 한국 최고(最古) 문집이면서 조선문집의 시원이라 일컫는 신라말 최치원의 '계원필경'(桂苑筆耕)조차 아직까지 국내 완역본 하나 없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고려 중기 때 문인 남양(南陽) 백분화(白賁華)의 시집이자 현존하는 국내 가장 오래된 한국문집 목판본(해인사 소장)이 남아있는 남양시집(南陽詩集), 고려 후기 문신이자 시인인 민사평(閔思平.1295-1359)의 급암선생시집(及菴先生詩集), 같은 고려후기 때 인물인 정포의 문집인 설곡집(雪谷集)을 비롯해 한국 문헌의 기라성 같은 국보급 문헌도 번역대상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고전번역원 출범과 더불어 민추 시절과 같은 주먹구구식 번역대상 선정이라든가 특정 시대, 특정 학맥에 치중한 번역대상 선정은 종언을 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관계자는 "번역 우선 대상 선정은 조만간 출범할 번역위원회에서 논의할 사안이겠지만, 이 시점에서 하나 확실한 것은 시대, 학파, 문헌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번역대상 순위가 정해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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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7.11.30 23:02

사라예보에 울려퍼진 '아리랑'...국악단 첫 보스니아 공연

28일 저녁 7시30분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의 국립 극장. 관객 300여명의 박수 갈채와 환호성이 극장에 울려펴졌다. 잠시 후 여성 10인조 국악 실내악단 '다스름'이 연주하는 국악의 선율이 극장 밖으로 흘러나온다. '신(新)수제천' '가야금 산조' '수룡음' '천년만세'에서 '아리랑'에 이르기까지 한국 전통음악의 구성진 가락에 벽안의 보스니아 관객들은 호기심에 가득 찬 시선을 떼지 못했다. 계속되는 국악 연주. 그러나 이번에는 귀에 익은 멜로디가 난생 처음 본 악기로 연주된다. 서양의 하모니카 같은 소리를 내는 생황이 '리베르탱고'의 빠른 리듬을 숨가쁘게 토해내고, '다뉴브강의 잔물결'이 국악기로 합주 되자 탄성이 절로 나온다. 1992년 옛 유고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직후 1995년까지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한국 문화 공연단의 초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금까지 지방의 작은 무용단이 사라예보에서 열린 국제 페스티벌에 다른 나라 연주단과 함께 참가한 적이 있지만, 한국 공연단이 단독으로 콘서트를 가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보스니아는 아직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곳이다. 400만 인구가 무슬림계, 크로아티아계, 세르비아계로 갈라져 갈등과 반목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세르비아계 주민으로 구성된 스르프스카 공화국은 코소보가 독립하면 연방에서 분리, 세르비아에 병합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불안한 정정에 지리적인 거리감까지 겹쳐 한국-보스니아 관계도 이렇다할 전기를 마련하지 못해왔다. 현재 보스니아에 살고 있는 한국 교민이 단 한 가족뿐인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통상부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문화문(文化門)의 찬조로 이뤄진 이번 '다스름' 공연은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싹을 틔웠다는 평가다. 이날 공연에서 선보인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는 보스니아의 첼리스트 베드란 스마일로비치가 내전 당시 폭격으로 희생된 22명의 죽음을 추모하며 연주했던 곡이다. 흉금을 울리는 아다지오의 선율이 대금과 소금으로 연주되자 청중들의 표정은 숙연하다못해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듯 감상에 젖는다. 공연에는 에유프 가니치 전 대통령, 안토 도마제트 전 총리, 세미하 보로바치 사라예보 시장, 그라디미르 고에르 문화부 장관, 세나드 셰비치 내무부 차관, 파루크 차크로비차 세르비아 국립대학 총장, 등 보스니아의 고위급 인사 20-30명이 줄지어 객석을 메웠다. 사라예보 국립극장에 이렇게 많은 VIP들이 한꺼번에 몰린 것도 보기 힘든 장면이라고 한다. 가니치 전 대통령은 공연을 본 뒤 "너무 아름다운 한국 악기의 선율에 반했다. 경제적인 교류 외에도 한국은 문화적으로도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1990년 창단 이후 17년간 다스름을 이끌어온 유은선 단장은 "다스름은 지금까지 해외 공연에서도 한국과 특별한 교분을 가지지 못했던 국가들을 주로 방문해왔다"며 "국악이 가진 고유의 특성에 많은 외국인들이 공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 단장은 "'다스름'이 원래 '음(音)을 다스린다'는 뜻인 것 처럼, 내전으로 상처받은 보스니아인들의 마음을 음으로 달랜다는 이번 공연의 취지가 실현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7.11.30 23:02

광화문 복원용 금강소나무 벌채 위령제

"명(命), 본 금강송을 대한민국 사적 제117호 경복궁 광화문 복원 역사에 쓰임을 명함"김용하 동부지방산림청장이 명령서를 낭독한 뒤 톱질이 시작됐다. 신응수 대목장의 지도로 전기톱의 톱날이 돌아간 지 10여 분만에 지름 94㎝, 높이 20m, 수령 150년에 달하는 소나무가 기우뚱했다. 누군가 "넘어간다"하고 소리쳤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금강소나무가 경복궁 광화문에서 부활한다. 문화재청과 산림청은 29일 금강소나무 벌채 현장인 강원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해발 700m 곤신봉 기슭에서 산신과 소나무의 영혼을 달래는 위령제를 거행하고 광화문 복원에 쓰일 목재를 벌채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과 서승진 산림청장, 도편수, 벌목부 등 10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는 벌채 대상 소나무 중 직경이 가장 큰 소나무 한 그루를 선정해 위령제를 지내고 주변 나무에 북어와 창호지를 묶는 소지 매기, 나무의 영혼을 달래는 헌시낭독, 산신과 나무의 영혼을 달래는 산신굿에 이어 벌목을 거행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광화문은 서울의 광화문이 아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광장으로서의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사용할 기둥은 반드시 백두대간의 금강송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광화문의 기둥으로 쓰인다는 것은 나무로서도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령제에서는 산림청장과 문화재청장이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 제주(祭酒)를 올리는 초헌관(初獻官)과 아헌관(亞獻官)을, 행사를 실질 주관한 동부지방산림청장이 마지막 잔을 올리는 종헌관(終獻官)을 맡았다. 헌시낭독은 관동대 엄창섭 교수가 했으며, 산신굿은 민애순씨를 비롯한 강릉 단오제보존회 산신굿 예능보유자 6명이 연출했다. 행사 하이라이트인 벌목은 벌채 대상 소나무 1그루를 선정해 강릉국유림관리소 관계자가 손도끼인 자귀로 "어명이요!"를 3번 외치며 그 껍질을 벗긴 뒤 다시 강릉국유림관리소장이 "어명이요!"를 3번 외치고 '산'이라는 극인(도장의 일종)을 찍은 후 나무를 베는 순서로 진행됐다. 나무를 베어내는 벌도는 처음에는 2인1조가 되어 재래톱으로 자르기 시작한 뒤 기계톱을 사용했다. 벤 나무는 기계톱으로 가지를 쳐서 다듬는 지타와 조재가 행해졌다. 나무는 산림청이 산불진화에 사용하는 초대형 헬기에 실려 보광리 벌채 현장에서 중토장이라는 곳까지 운반될 예정이었으나 이날 강릉 일대에 내린 비로 헬기를 이용한 운반은 취소됐다. 이 목재를 포함해 광화문 복원을 위해 벌채되는 금강소나무는 직경 50-90㎝에 이르는 특대재(特大材) 26본(本)으로 건조 처리 과정 등을 거쳐 광화문의 기둥과 보 등에 사용된다. 문화재청은 당초 조선 태조 이성계의 선조인 이양무 무덤이 있는 강원 삼척 준경묘 일대 국유 송림에 자라는 황장목을 벌채하려 했으나 이 지역 환경단체 등의 거센 반발로 무산되자 북한의 백두산 소나무를 제공받는 방안까지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올 봄부터 산림청과 공동으로 강원 지역 국유림 현장조사를 통해 강릉 보광리 일원에서 6본, 같은 강원 양양군 일원에서 20본을 각각 찾아냈다. 이 소나무들은 사람 가슴높이에서 잰 지름인 흉고(胸高) 직경이 90cm 이상인 목재가 2본, 80cm 이상이 11본, 50cm 이상이 4본으로 구성되며, 수령은 80-250년으로 추정된다. 보광리에서 이날 벌채된 소나무는 수령 150년 안팎에 재적은 5.2㎥로, 시가 800만원에 이르러 1㎥당 가격은 154만원이다. 강원도와 경북 북부 일원에서 잘 자라는 금강소나무는 재질이 단단하고 잘 썩지 않으며 껍질은 얇고 붉을 색을 띠며, 심재부(深材部)는 붉은색 혹은 적황색을 낸다. 나이테가 조밀하고 잘 썩지 않아 예부터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을 만드는 데 사용됐으며 현존 국내 최고(最古) 목조건축물인 부석사 무량수전과 봉정사 극락전에도 이 소나무가 쓰였다. 산림청 추산에 의하면 문화유산 복원용으로 공급 가능한 소나무는 20만본, 9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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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11.30 23:02

[이 영화 한편!] '히트맨' - 깔끔한 액션의 대향연 그저 즐겨라

'툼레이더'에서 시작해 21세기 들어서도 여전히각광받는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소재는 게임이다. 컴퓨터 게임을 영화로 옮기는 작업은 종종 내용의 빈약함을 지적받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히트맨'은 프랑스와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프로듀서들이 만들어낸 영화. 2000년도 '코드네임 47'로 출시한 '히트맨' 게임은 현재까지 모두 4종류가 나와 전 세계적으로 1천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히트상품이다. 게임은 복잡하면서도 촘촘한 시나리오로 인기를 얻었지만 영화로 옮기자 단순해진다. '함정에서 빠져나오려는 킬러'로 요약되는 드라마 전개는 밋밋할 정도이지만 깔끔한 영상과 매끈한 액션이 상업영화로서는 그리 나쁘지 않다. '본 얼티메이텀'이액션의 새로운 교본이라는 평을 받으며 가을 초입 관객의 눈높이를 높여 놓았음에도지하철 내부, 비좁은 통로 등 좁은 공간에서의 총격전을 비롯한 액션신의 수준은 상당하다.내용을 복잡하게 꼬거나 등장인물을 마구 펼치는 등의 과욕을 부리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볼거리에 치중한 것이 이 영화의 장점. 굳이 상업영화에게서 철학적 문제를 끄집어낼 필요는 없다는 듯 특별히 생각할 것 없이 그저 즐기라고 권유하는 영화다.여러 국가의 야욕으로 거리의 부랑아들이 살인기계로 키워진다. 그중 늘 빡빡 깎은 머리에 말끔한 정장, 붉은색 넥타이를 차려입은 No.47은 뛰어난 존재. 의뢰에 따라 러시아 대통령 벨리코프를 제거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분명히 정확하게 살해한 벨리코프는 살아있고 오히려 그가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 과정에서 벨리코프의 애첩인 니카와 만난다.인터폴 역시 단 한 차례의 실수도 저지르지 않고 암살에 성공한 히트맨을 쫓는다. 인터폴 요원 마이크의 집착은 대단하다.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챈 벨리코프는 까닭없이 그를 돕는 본부 요원의 결정적 제보로 사건의 개요를 파악한다. 히트맨은 그를 제거하려는 본부, 인터폴, 러시아 보안국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는 와중에 니카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히트맨의 목표는 벨리코프 대통령.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그가 만든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 호랑이굴로 진입한다. 프로듀서의 면면이 눈에 띈다. '그랑블루' '레옹' '제5원소' '잔다르키' '니키타' 등 프랑스 뤽 베송 감독이 고몽사에서 만든 대부분의 영화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피에르 앙즈 르 포감과 '다이하드' '다이하드2'를 제작한 찰스 고든이 주로 유럽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를 프로듀싱했다.자비에르 젠스 감독은 뮤직비디오와 CF감독이었던 전력을 살려 커트가 분명한 영상을 만들어냈다.배우들도 친숙하다. '다이하드 4.0'에서 브루스 윌리스와 맞선던 똑똑한 테러리스트 토마스 가브리엘을 연기했던 티모시 올리펀트가 냉정한 킬러 No.47을 깔끔하게연기했다. 자신을 함정에 빠트린 적과 싸우는 한편 처음으로 이성의 감정을 갖게 한여자에게 마음이 흔들리면서도 감정적인 흐트러짐을 크게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 역할의 매력을 드러낸다. 히트맨을 추격하는 인터폴 소속 마이크 역의 더그레이 스콧은 '미션 임퍼서블2'로 낯익으며, 러시아 보안국 요원 유리 역의 로버트 네퍼는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악역 중 악역인 티백을 연기해 친숙하다.팜므파탈인 니카 역의 올가 쿠릴렌코는 '사랑해, 파리'에서 뱀파이어 역을 연기한 배우. 남성적인 이 영화에서 철저히 남성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눈요기용' 팜므파탈이다.영화는 다양한 무기의 향연을 보여주고, 그것만으로도 희열을 느낄 남성관객도 있을 듯. 2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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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7.11.3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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