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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 상장규정에 의하면 사외이사를 이사로서 상무(常務)에 종사하지 않는 자로 규정하고 있고 공기업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사외이사를 비상임이사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한 규정을 고려해 볼 때 사외이사는 업무집행기관으로부터 독립된 이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사외이사는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상법상 사내이사에게 인정된 권한과 의무 및 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에 사내이사와 그 법적 지위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상법상 이사의 자격과 관련해서 전문적 지식이나 능력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외이사제도가 지배주주의 경영독주를 억제하고 경영진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므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선임하도록 하고 있고 경영감시기능을 수행한다는 차원에서 최대주주나 사내이사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 회사와 이해관계에 있는 자 중에서는 선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정부는 1998년도 주주총회로부터 모든 상장회사에 한해 이사 수의 1/4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는데 우리의 제도는 미국의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이나 미국법률협회의 기업지배원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된 이사를 상징하고 있다.요즈음 사외이사제도가 과연 그 효과면에서 이사회제도를 활성화 시키고 회사의 건전한 경영과 주주 및 채권자 보호에 순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송 자 전교육부장관이 삼성전자와 그 주거래은행인 옛 한일은행의 사외이사를 겸직해서 증권거래소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있었고 최근에는 환경운동연합 최 열 사무총장이 기아자동차와 삼성SDI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월급을 받고 기아자동차로부터는 스톡옵션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위원들과 공정거래위원회 일부 비상임위원이 기업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것에 대해서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사외이사제도에 있어서 도덕적 해이가 만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당연히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시킨 진시황(秦始皇)은 오래 살고 싶은 욕망으로 신하들에게 불로장생(不老長生)하는 약초를 구하게 했다. 그러나 불로초는 구하지 못했고 그의 수명은 50세로 다 했다. 고대 그리스인의 수명이 19세였고 16세기 유럽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21세였다는 기록을 보면 기원전 2백10년에 죽은 진시황의 50세 수명이 결코 단명이라고 할 수는 없을듯 하다.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한다. ‘인생은 고해(苦海)’ 어쩌고 하지만 노인이 ‘지겨운 세상, 빨리 죽고 싶다’는 넋두리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 실 본능은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하는 쪽이다 생노병사(生老病死)가 다 태어날때 결정되는 운명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 들이기보다 영생불멸의 신의 축복을 더 기대하는 것이다.질병의 극복, 노화 원인의 발견과 예방, 생활조건의 향상 등으로 21세기에는 사람들이 훨씬 오래 살 수 있다는게 의학계의 보고이다. 우리나라도 오는 2020년께는 평균 수명이 85세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간 게놈의 발견 등으로 이론적으로는 10여년 뒤에는 1백20세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보건복지부가 98∼99년 실시한 국민건강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지난 71년의 62.3세에서 97년엔 74.4세로 26년동안 12.1세나 높아졌다고 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수명 85세 시대 달성이 결코 어려워 보이지 않는게 사실이다.그러나 문제는 삶의 질이다. 속말로 벽에 ×칠하면서 1백세까지 살면 뭣하겠는가. 치매나 암 등 불치병으로 가족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며 연장하는 삶은 축복이 아니라 그야말로 고해일뿐이다. 실제로 복지부 발표로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을 나타내는 ‘건강수명’은 98년 현재 64.3세로 국민들이 평균 10년 이상을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백명당 만성질환자수인 ‘만성질환 유병율’이 92년 20.5%에서 98년 41%로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오래 살되 건강하게’일 것이다.
‘어떤 사람이 거짓말쟁이냐 아니냐를 분간하려면 그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 자기가 정직하다고 대답하면 틀림없는 거짓말쟁이다’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 그루초 막스의 익살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대학에서 연구한 결과 사람은 하루에 대략 2백번 정도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평균 8분만에 한 번 꼴이다.먼 옛날 인류의 조상들은 몸집이 큰 다른 짐승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교활한 지혜가 필요했으며 그에따라 권모술수가 본능적으로 진화했다는 학설도 있다. 말하자면 인간은 타고난 거짓말쟁이인 셈이다.이런 거짓말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기 위해 고안된 기계가 ‘거짓말 탐지기(Polygraph)이다. 맥박·혈압·땀흘리는 상태(發한)등의 생리적 변화를 측정하여 테스트를 받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다. 플리그래프는 주로 범죄수사에 활용된다. 분명히 심증이 가지만 범인이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달리 증거가 없을때 이 기계를 사용하여 거짓말인지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플리그래프 조사의 정확성 여부다. 미국 거짓말 탐지기협회에 따르면 이 기계를 이용한 조사의 정확성은 90%정도라 한다. 말하자면 아무리 숙련된 조사관이 정확을 기했다 해도 10%정도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열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억울한 피의자를 만들지 말라는 수사격언이 성립된다.전주지법이 교통사고를 내 기소된 한 트럭운전기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은 거짓말탐지기 검사내용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재판부의 이런 판결은 아무리 거짓말탐지기라도 기계의 성능, 조작기술등에 있어 완벽을 기하지 못했다면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로 앞으로 범죄수사에 동원되는 거짓말 탐지기의 효능도 그리 기대할만한 수준은 못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죄를 짓고도 오리발을 내미는 범죄자에게 고문과 같은 비인간적인 수사기법을 동원하는 것보다는 여전히 거짓말탐지기 조사가 훨씬 이성적이란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하긴 거짓말과 진실의 구별은 신(神)의 소관사항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와 월드컵을 공동개최하는 일본은 여전히 가깝고 먼나라다. 일본의 DNP006이라는 랩가수는 치졸하게 한국을 비판하는 가사를 내뱉고 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의식을 적나라하게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국민감정을 과민하게 반응하여 나타난 노랫말이라고 생각된다.일본은 패전 이후의 역사관을 ‘자학사관’이라 비판하고 ‘민족에 따라 역사는 다른 것이 당연하다’는 이른바 제멋대로의 ‘자유주의 사관’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의 민족주의자들은 급속하게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미 역사적 과오로 평가되고 있는 제국주의 과거사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일본 문부성에 검정의뢰된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주변 국가들의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정식교과서가 된 것은 아니지만 이른바 일왕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황국사관에 맞춘 광고물 같다. 우리나라를 침탈한 것에 대해 ‘동아시아를 안정시키는 정책으로 구미열강의 지지를 받았으며 원칙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다’고 기술하여 강제합병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대동아 전쟁’을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의 독립에 대한 꿈과 용기를 복돋워준 유색인종국가의 백인제국에 대한 합당한 침략전쟁으로 미화되고 있다.우리역사의 기원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최초의 고대국가인 ‘고조선’을 뺀채 ‘한군현’을 처음에 등장시켜 우리역사의 상한선을 끌어내리고 있다. 그리고 ‘조선’을 ‘이씨조선’이나 ‘이조’로 표기해 일제가 식민통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만든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82년 역사교과서 사건이후 우리 정부와 학계의 노력으로 과거에 비해선 객관적인 서술이 어느정도 늘어났으나 아직도 제국주의 사관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일본군위안부에 관해선 범죄행위의 책임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젊은 여성들이 위안부로 전쟁터에 보내졌다’고만 간단하게 처리하고 있다.물론 각국의 교육주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 주권행사가 자국 이익만 추구하거나 왜곡된다면 물의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올림픽에서 일본만은 이겨야한다는 것이 피해받은 우리의 솔직한 감정 표현이다. 이번 일본 방문에서 김대통령이 국민감정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궁금하다.
호텔이란 용어의 기원은 고대로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에서는 큰 길을 따라 상인, 정부관리,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여관이 널리 번창했다. 중세에는 수도원이 여행자들에게 여관의 기능을 대신하기도 했다. 인도 중국 중동 우리나라 등에서도 여관이 존재했다. 전주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객사도 일종의 조선시대 VIP급 중앙관료를 위한 호텔인 셈이다. 서양에서 여관이 발달한 것은 18세기 역마차 여행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부터다. 그후 철도시대가 도래하자 근대적인 호텔이 철도역 부근에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많은 호텔들이 주요 공항 부근에 자리잡았다. 이들 호텔은 숙식 외에도 세탁등 각종 서비스와 나이트클럽 등도 갖추고, 대개 체인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한국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9월 현재 4백63개의 호텔이 있다. 이들 호텔은 특1급과 특2급, 1-3급등 5단계로 구분된다. 표시는 특1급(30개소)이 금색무궁화, 특2급(48개소)이 은색무궁화 5개씩이다. 1·2·3급은 무궁화가 4·3·2개다. 이러한 등급을 결정하는데는 현관로비, 객실, 식당, 종업원 서비스 등 수백가지 사항을 1천점 만점으로 환산해서 9백점 이상이면 특1급, 8백점 이상이면 특2급 등으로 판정한다. 전북에는 12개의 호텔이 운영되고 있다. 특1급 호텔은 없고 리베라·코아·무주 티롤이 특2급에 해당한다. 그런데 몇년전 부터 호텔앞에 ‘러브’자가 붙은 숙박업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말썽이다. xx파크, xx모텔, xx장 등의 이름을 달고 있는 호텔보다 격이 낮은 곳이다. 한동안 교외와 유원지 중심으로 번성하더니 이제 주택단지고 학교앞이고 마구 파고든다. 전국적으로 이같은 러브호텔이 1만개에 육박한다. 전주에도 중화산동과 아중지구, 최근에는 서신동 일대가 러브호텔 지역으로 꼽힌다. 중세의 성(城)을 연상시키는 멋진 모습이어서 아이들이 백설공주가 살고 있는 궁전쯤으로 아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잠시 쉬어가는(?) ‘부적절한 관계’의 불륜 남녀들이 드나들고 있다. 불륜의 끝이 비극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세상 만물 모든 것에는 각자 제 자리가 있게 마련인가 보다. 그래서인지 무엇이 제 자리에 있을 때는 가지런하고 아름답지만 제 자리에 있지 않을 때에는 오히려 무질서하고 추하게 보인다. 밥알이 밥그릇에 담겨져 있을 때에는 먹음직스럽지만 얼굴이나 옷자락에 묻어 있으면 지저분하고 칠칠맞게 보일 것이다.자리의 뜻을 이렇게 새겨 볼 때 사람들은 저마다 제 자리를 알고, 제 자리를 지켜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자리에는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앉아야 하는 것이다. 이리 저리 빙빙 돌아가는 회전의자라 해서 앉으면 다 주인인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얼굴에는 입과 코 그리고 눈의 자리가 있고, 가정에는 부모와 자식의 자리가 있듯이 사회에도 각자의 자리가 있는 것과 같을 것이다.또한 모든 자리에는 거기에 걸맞은 구실이 있고 몫이 주어지기도 한다. 어머니가 되기는 쉽지만 어머니의 구실을 하기는 어렵고, 스승이 되기는 쉽지만 스승의 몫을 다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저마다 제 도리를 다하고 제 역할을 다 할 때에 제 자리는 빛이 나고 의미가 더해지는 것이다.사람은 사람 구실을 하고, 학교는 학교 구실을 하고, 나라는 나라 구실을 다 할 때에 비로소 제 자리가 바로 서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저마다 제 자리를 찾고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기강은 무너지고 질서는 어지러워지며 혼란은 가중되는 것이다.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이는 우리의 현실이 말없이 이러한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즉, 가족은 있으나 가정은 없고, 선생은 많으나 스승은 드물고, 정치꾼은 범람하지만 진정한 정치인의 부재 현상을 드러내는 것이다.정의의 원리에 입각한 이상국가를 구현하려 했던 플라톤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제각기 제 자리를 지키면서 남을 침범하지 않는 것을 정의(正義)라고 하였다. 요즘, 원유가 인상에다 증시 불안 등으로 서민들은 그저 불안하기만 하고, 등이 휘어지려 하는 판에 정치판은 여전히 티격태격만 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모든 사람들이 제 자리 찾기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이다.
양궁은 고대시대부터 인간의 생존수단이었고 역사적으로 널리 사용된 무기였다.양궁은 고대시대의 인간들이 유능한 사냥꾼이 되도록 해 주었고 식량이나 안전한 은신처 등을 제공해 주었으며 세계문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윌리암 황제시대부터 수세기 동안 영국에서 양궁은 국가수호의 주요 무기였다. 1200년경 징기스칸을 비롯한 몽고인들은 양궁을 가지고 세계 정복을 시도했고 미국 식민지시대 양궁은 원주민들의 생존수단이었다. 총이나 대포같은 화력이 전쟁무기로써 양궁을 대체한 후 양궁은 스포츠로 활성화 되었다.오늘날 알려진 양궁 토너먼트는 영국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에서는 17세기 초 지역 축제의 일부문으로 양궁 토너먼트 경기를 개최했다. 1900년경 양궁은 올림픽 경기에서 주요 경기였으나 그 후 국제적 경기규칙이 결정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고 1972년까지 올림픽 경기에서 제외되어 왔다.국제양궁협회(FITA)는 양궁의 국제기구로써 1931년 창립되었는데 양궁경기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고 정규화된 규칙을 정했다. 그후 1972년에 양궁은 올림픽 경기에서 다시 정규종목으로 채택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 양궁이 들어온 것은 1950년대 말 체육교사로 재직중이던 고 석봉근씨가 양궁을 새로운 스포츠 종목으로 개발하면서부터이다. 이후 한국양궁은 1964년 첫 국내대회를 실시했고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정상의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시드니로부터 드디어 금메달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이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금, 은, 동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스포츠 강국 한국의 새천년 첫번째 금메달의 주인공 윤미진은 대표팀 선배 김남순을 꺾고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정치경제적으로 우울한 국민에게 모처럼 즐거움을 선사한 쾌거였다.
감사원이 엊그제 발표한 공기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보면 ‘고양이에게 반찬가게 맡긴 격’이라는 우리 속담이 딱 들어 맞는다. 정부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그토록 강조해왔던 구조조정이나 경영혁신은 나몰라라 하고 ‘대책없는 부실(不實)버티기’ ‘방만한 경영’ ‘눈앞에 보이는 돈 챙기기’에만 열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니 하는 말이다. 국민들은 국제통화기금 사태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동안 공기업은 정부지원을 받아 혈세를 물쓰듯하며 흥청망청 해왔다는 결론이다.이번 감사결과 행장 취임을 반대하는 노조를 달래기 위해 뭉텅이 돈을 쓴 은행이 있는가 하면 노조의 파업을 막기 위해 이면합의로 노조원 호봉을 일괄 승급해주고 민간 매각을 포기한 공기업도 있었다. 영업손실이 4년동안 1천4백억원이 넘는 기업이 여전히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임직원에게 수백억원대의 성과급과 격려금을 준 기업도 적발됐다. 무엇보다도 운전기사에게 6천1백만원의 연봉을 준 마사회(馬事會)의 경우는 감사 담당관의 말대로 ‘벌린 입이 다물어 지지 않을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일부 퇴출 금융기관과 공기업에서 거액의 퇴직 위로금을 줬다 해서 국민적 공분을 산 때가 바로 지난해이다. 그런데도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해야 할 공기업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돈 잔치’를 해왔다니 분통터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밀린 노임조차 받지 못한채 눈물을 흘리며 회사를 떠난 부도기업 근로자들이 이를 보고 과연 뭐라고 할까. 하긴 공기업 경영책임자들의 의식수준이 그정도 였으니 감사원 지적대로 부실해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 1백32개 공기업에서 7백88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했고 그중 19명의 기관장과 임원 등은 인사조치를 요구했다 한다. 차제에 따져 볼 것은 공기업 책임자 인사때마다 불거져 나온 낙하산 인사의 병폐이다. 민영화나 구조조정에 ‘배째라’식의 강심장을 갖고 있고 ‘내돈 아닌데 어쩌랴’싶게 인건비 등을 물쓰듯 하는 장(長)들은 분명 믿는(?) 구석이 있기에 이런 도덕적 해이현상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인간이 처음 기르기 시작한것은 BC3천년경 이집트 사람들에 의해서였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고양이에 대한 숭상은 대단해서 고양이가 죽으면 그 시체를 최고급 아마(亞麻)로 싸 미이라를 만들 정도였다. 그후 고양이는 각 문명권으로 퍼져나가 BC5백년경 공자(孔子)는 애완용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다. AD6백년경 모하매드는 고양이를 팔에 낀채 설교했으며 같은 시대 일본인들은 사원(寺院)의 중요한 문서들을 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를 키운 것으로 전한다.그러나 중세들어 일부 종교의 광신자들이 고양이를 악마와 결부시키면서 두려움과 저주의 대상이 되고 유럽 많은 나라들이 고양이를 잡아 죽이는데 혈안이 됐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여인들이 마녀라는 누명을 쓰고 화형(火刑)에 처해지기도 했다. 프랑스의 루이13세가 고양이 죽이는 관습을 종식하자고 공표한뒤에야 오늘날과 같은 애완동물로서 고양이의 목숨은 부지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 고양이’의 경우는 아직은 애호가들로부터도 그리 대우를 받지 못한다.17세기 우리나라 민화중 ‘야묘도추도(野猫도추圖)’를 보면 고양이가 병아리를 채가는 장면이 생생하다. 집안에서 개와 같이 귀여움을 받긴 하지만 들고양이의 행패는 당시에도 심각했던 모양이다.요즘 애완동물로 길러지다가 버려지거나 야산의 들고양이들이 주택가로 내려와 떠도는 이른바 ‘도둑고양이’들 때문에 피해가 늘고 있다 한다. 한때는 쥐약 먹은 쥐 때문에 고양이가 절멸(絶滅)하다시피 했으나 이제는 되레 고양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인간들 속을 썩이게 된 것이다. 음식물을 파헤치기 위해 쓰레기봉투를 찢거나 기분나쁜 울음소리로 인한 수면장애, 밤거리 출몰로 공포감을 주는 것 등이 피해 사례이다. 그러나 도둑고양이이는 현재 가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행정기관의 관리대상이 아니다. 다만 환경부가 야생 고양이만 유해조수로 규정하여 생태계 보호차원에서 처리하고 있을 뿐이다.고양이 덕분에 쥐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반갑긴 하지만 12간지(干支)에도 안드는 이 동물은 우리 정서로는 결코 친근한 동물이 아니다. 멸종까진 아니더라도 적극적인 박멸작전은 필요하다.
올림픽 개회식에는 각국의 선수단이 국가 표지판과 함께 국기를 앞세우고 입장한다. 또한 메달을 따면 국기가 게양되고 특히, 금메달이면 국가까지 연주된다.1906년 아테네 중간 올림픽에서 당시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하에 있었고 아일랜드 출신 선수들은 영국 국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에 출전해야 했다. 3명의 아일랜드 선수들이 메달을 땄으나 영국국기가 치욕스럽게 느껴졌다. 아일랜드의 피가 끓는 젊은이들은 용기있는 일을 꾸몄다. 높이 뛰기에서 우승한 리히의 시상식이 있던날, 3단 뛰기에서 은메달을 딴 오코너가 국기 게양대까지 올라가 영국 국기를 내리고 대신 아일랜드 국기를 매달았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한이 얼마나 풀렸는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는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 선수가 우승했을 때 식민치하의 우리가 겪었던 일장기 사건을 기억하기 때문이다.1908년 런던 올림픽에선 국기없는 입장도 있었다. 소련의 속국이었던 핀란드는 IOC회원국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다. 핀란드 국명으로 올림픽에 나갔지만 소련 국기를 들어야 했다. 그래서 핀란드 선수단은 올림픽 사상 최초로 국기없이 개회식에 참가했던 것이다.한 나라가 두 국기를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1964년 동경 올림픽때 영국의 통치하에 있던 아프리카 북로데지아는 올림픽 대회 중 독립을 쟁취하여 국호를 잠비아로 바꾸고 국기도 다시 만들었다. 그리하여 폐회식에는 새로운 잠비아 국기를 들고 나타났다.분단국이었던 동서독은 흑, 적, 황색 바탕에 오륜마크를 집어 넣은 깃발 아래 단일 팀으로 개회식에 함께 입장했으나 대회기간중 IOC가 두 개의 독일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폐막식에선 두 나라 국기를 나누어 든 적도 있었다.이번 시드니 올림픽에선 우리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함께 들고 입장하여 기립박수까지 받았다. 기쁜 일이지만 어쩐지 서럽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의 널리 알려진 시 ‘행복’이다. 이 시에서 편지는 ‘사랑의 메신저’역할을 하고 있다. 편지는 단순히 소식을 알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보내는 이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이 담겨있게 마련이다. 편지에 관한 기록은 여러가지가 있다. 영국의 국방상 겸 대법관 홀딩 공은 부친이 사망한 1887년부터 어머니가 1백세로 192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모친에게 문안편지를 냈다. 그러니까 38년동안 1만5천통의 편지를 쓴 셈이다. 또 미국 해군에 근무하던 패드 캐리라는 병사는 캘리포니아에 두고 온 아내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는데 타이프 용지가 무려 10m 20㎝에 이르렀다. 이 편지를 쓰는데 꼬박 한달이 걸렸고 자수는 2만8천자, 타이프 자판을 두드린 횟수는 14만번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편지에는 여러 이칭(異稱)이 있다. 서간(書簡), 서찰(書札), 서한(書翰) 등 많이 쓰이는 말부터 서척(書尺), 간독(簡牘), 이소(鯉素), 안족서(雁足書), 방찰(芳札) 등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까지 20여가지가 있다. 그 중 안족서는 중국 한나라 소무(蘇武)가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갇히게 되자 기러기 발에 백서(帛書)를 매어 한제(漢帝)에게 보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이처럼 편지는 문자가 생긴 이래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요즘 컴퓨터 세대는 전자우편(E-mail)이 더 편한 세상이 되었지만 말이다.곧 남북 이산가족 사이에도 서신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일단은 엽서형식으로 한달에 한번 정도 판문점에서 교환할 예정이다. 1천만 이산가족이 재결합하는 첫걸음이다. “꿈에 네가 왔더라/ 스물 세살 때 훌쩍 떠난 네가/ 마흔 일곱살 나그네 되어/ 네가 왔더라/ 살아 생전에 만나라도 보았으면/ 허구헌 날 근심만 하던 네가 왔더라”김규동의 ‘북에서 온 어머님편지’라는 시다. 어디 스물 네해의 세월뿐이겠는가. 50년 분단의 아픔을 실은 편지가 통일의 씨앗이길 빈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 중에서 가장 놀랍고 신비로운 발명품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거울이 아닐까 싶다. 만약 거울이 없다면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눈으로 분명히 볼 수는 있지만 지척에 있는 자신의 얼굴은 볼 수 없으며, 남은 볼 수 있으나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보려면 희랍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처럼 맑은 샘물에 자신을 비추어 보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이러한 거울은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며 마술상자 같기도 한 존재이다. 같은 사람이 똑같은 거울을 본다 할지라도 그 사람이 처해있는 상황이나 처지에 따라 거울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에 스스로 자기도취의 황홀한 기쁨을 맛볼때도 있지만 때로는 추악함에 자기혐오의 끝없는 실망감을 맛보기도 한다.우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외모를 보며 항상 자신을 살피고, 자신을 좀더 나은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서 시정을 한다. 어쩌면 거울의 생명은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춰주는 것보다는 그것을 시정하는데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이렇게 외관을 비춰주는 거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의 내면을 비춰주는 마음의 거울인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며 먼것은 볼 수 있지만 가까운 것은 정작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남에게는 지나친 관심을 보이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할 때가 있고, 때로는 겉만 보고 속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도 모두 우리가 마음의 거울을 갖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현대인들은 두가지 병에 걸려 있다고 하였다. 첫째는 나 자신을 잃어버린 병이고, 둘째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도 그것을 깨우치지 못하는 병이라고 하였다. 첫번째 병이 자아상실(自我喪失)의 병이라면 두번째의 병은 자각부족(自覺不足)의 병이라 할 수 있다.이제부터라도 겉모습을 꾸미느라 부실해진 자신의 내면을 충실하게 하고 잃어버린 자신의 참모습을 찾기 위한 마음의 거울을 하나씩 마련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독특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는 송이버섯은 수분,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섬유소 등이 함유되어 있고 특히 비탄민 B가 풍부하며 성인병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위암이나 직장암 같은 질병의 발생을 억제하는 크리스틴이라는 항암성분이 들어있기도 하다.송이버섯은 살아있는 소나무 뿌리 끝부분에 붙어사는 외생균 근균이 소나무로부터 양분을 공급받아 발아하게 되는데 8월말부터 10월초까지 약 40여일동안 소나무 군락지에서 솔잎낙엽을 뚫고 발아한다고 한다. 토양조건도 적당해야 하는데 화강암이 풍화한 푸석푸석한 땅이 좋고 너무 건조하거나 축축해서도 안되며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하루에 어느 정도 햇볕도 받아야 하므로 솔잎이 너무 많이 덮여 있어도 발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러 나라에서 자연산 송이버섯 인공재배를 연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인공재배에 성공하지 못할 정도로 송이성장은 환경에 대단히 민감하다.동의보감에는 송이버섯은 무독하며 맛이 달고 향이 짙은 버섯으로 산중 오래된 소나무 밑에서 소나무의 기운을 품고 자라며 나무에서 나는 버섯 중 으뜸이고 위의 기능을 돕고 식욕을 증진시키며 설사를 낫게 하고 기를 더해주는 버섯으로 기록되어 있다.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언론사 사장단 등에 송이버섯을 선물했다고 한다. 남북한 정상회담의 의의를 깊게 하고 6.15선언을 비롯한 남북한 합의사항을 이행하는데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서 남북한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취지라고 한다. 그러한 취지가 퇴색되지 않고 지속되어 남북한 화해협력이 심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다음 추석에는 남북한 이산가족간에 자유로운 선물교환도 이루어지고 남북한 소외된 계층에 대한 선물교환도 성사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는 지금 귀향전쟁을 치르고 있다. 굳이 ‘북쪽에서 온 말은 늘 북풍을 향해 서고, 남쪽에서 온 새는 남쪽 나뭇가지에 집을 짓는다.(胡馬依北風 越鳥巢南枝)’는 옛 시의 한 구절을 인용하지 않아도 우리는 수구초심의 장렬한 행렬에 참여하고 또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사람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자신이 태어난 곳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도시 생활에 찌든 사람일수록 어린시절 뛰어놀던 시냇가와 황혼에 물든 초가에 대해 진한 향수를 느끼게 마련이다. 아무리 잠자리가 불편하고 재래식 변소 냄새가 코를 진동해도 우리는 그곳으로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막무가내식 고향 사랑의 감정은 우리들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그러나 단지 태어나고 자랐고 살았기 때문에 고향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사정을 알고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기에 고향으로 가고 싶은 것이다. 나 밖에 모른 채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명절날이라도 그 소외감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고향과 부모는 어떤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동격이다. 옛말에 이르기를 ‘아버지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 나를 기르시니 그 깊은 은혜를 갚고자 한다면 넓은 하늘도 다함이 없다’고 했다. 고향이나 부모는 조건없이 우리를 품어주고 감싸준다.부모님께 아침저녁으로 안부전화를 올리지 못한 불효를 용서받으러 귀향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고향을 떠나면서 돈벌어 부모님을 호강시키겠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거짓말이었음을 명절날이 되어서야 깨닫기 마련이다.세상 인심이 각박하고 생존경쟁이 치열할수록 우리는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동체 세상을 본능적으로 그리워하는 듯하다. 그것은 사랑이 흐르는 고향과 부모에 대한 그리움인 것이다. 말도 그러하고 새도 그러한데 집 떠났던 우리 모두가 고향과 혈육을 사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음력 8월 15일은 우리의 고유명절 중 하나로 추석(秋夕) 이나 중추절(仲秋節) 또는 한가위라고도 한다. 한가위라는 말의 유래를 살펴보면 '한'이라는 말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라는 말은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옛말로 8월 15일인 한가위는 8월의 한 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한가위를 명절로 삼은 것은 삼국시대 초기였으며,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제3대 유리왕 때에 도읍 안의 부녀자들을 두 패로 나누어 왕녀가 각기 거느리고 7월 15일부터 8월 한가위까지 한 달 동안 두레 삼삼기를 하였다. 마지막 날에 심사를 하여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잔치를 벌이고 춤을 추어 한턱을 내고 회소곡(會蘇曲)을 부르며 놀았다고 한다. 이러한 한가위는 우리 민족에게는 풍요와 넉넉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봄에서 여름동안 땀흘려 씨뿌리고 가꾼 곡식과 과일들이 결실을 맺어 거둬들이는 수확의 계절이고, 기후 또한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아서 살기에 가장 적당한 계절이기도 한 것이다. 한가위 날은 일년 중 가장 크고 탐스러운 보름달이 떠올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절로 풍요로움을 느끼게 된다. 오랜 전통이 있는 한가위에는 여러 가지 놀이와 행사가 세시풍속으로 전승되고 있다. 햇곡식과 햇과일로 차례상을 차려 한 해에 거둬들인 수확을 조상들에게 알리고, 아침을 먹은 후 조상의 산소에 성묘를 하러갔다. 또한 각 지역에 따라 강강수월래, 씨름대회, 활쏘기 대회와 농악이나 거북놀이 등 많은 놀이를 즐긴다. 그런데 올해의 한가위는 잦은 비와 뒤늦게 불어닥친 태풍으로 자칫 농심을 멍들게 하고 시름의 골을 더욱 깊게 하지는 않았나 염려가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 하여라'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 되었다. 이번 한가위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감사함을 잊지 않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햇곡식 한 톨과 햇과일 한 알에도 조상들과 농민들에게 감사드릴 줄 아는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한 마음가짐이 곧 멍들고 상처난 농심(農心)을 달래주는 것이기도 하다.
성묘는 원래 1년에 4번을 했다. 섣달 그믐과 설날, 한식, 그리고 추석이다. 섣달 그믐 성묘는 한해를 보내면서 조상들의 음덕(陰德)에 감사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설날은 어른들에게 세배하는 것과 같다. 한식은 겨우내 언 땅이 녹아 묘(陰宅)가 무너지지 않았나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추석은 여름철 장마나 홍수에 묘가 무사한지를 보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조사의 묘를 살펴 보는 것”이 성묘다. 하지만 요즘은 성묘 풍속도 많이 달라졌다. 교통난으로 성묘일 한달 전부터 산소를 찾거나 벌초 등 묘지관리를 위탁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부모들이 서울에 있는 자식을 찾아가는 역(逆)귀성도 일반화 되었다. 또 추석 등 명절이 되면 콘도나 리조트 등 휴양지에서 맞춤차례상을 차려주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최근에는 ‘사이버 추모의 집’도 개설되었다. 해외출장 등으로 바빠 성묘를 못하는 경우‘하늘나라 우체통’을 통해 추모를 하면 된다. 고인(故人)의 이름과 생전의 활동 모습(동화상), 육성 등을 담아 놓은 ‘추모의 집’인터넷 사이트에 편지를 부치면 사이버 우체국이 이를 고인에게 가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또 지구가 아닌 달에 성묘하러 가는 시대도 다가온다. 미국의 한 회사가 내년 말, 유골을 달에 매장하는 사업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2백여개의 유골 캡슐을 상업용 로켓에 실어 달에 보낸다는 계획이다. 이 캡슐에는 유골 분말과 함께 사망자의 이름과 비문이 새겨지는데 비용이 1만2천5백달러다. 이같은 성묘 풍속의 변화는 장묘문화와도 무관치 않다. 전국적인 분묘수는 1998년에 2천만기를 넘어서 총묘지 면적이 전체 택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 40%가 무연고 묘지로 방치되고 있다. 가히 금수강산이 아닌 묘지강산인 셈이다. 올 2월 조사에 따르면 성묘도 1년에 한차례 이상 하는 사람은 52.3%로 매년 줄고 있는 반면 전혀 성묘를 하지 않는 사람은 10.9%로 매년 급증세다. 화장도 크게 늘어 61.4%가 화장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다보면 몇 세대가 지난 후 지금 같은 성묘행렬이 이어질지 의문이다.
현재 우리 나라 조세체계는 중앙정부가 부과하는 국세와 지방정부가 부과하는 지방세로 구분된다. 국세는 다시 내국세와 관세 및 목적세로 분류된다. 목적세란 조세수입이 일반적 정부재원으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용도로만 사용되도록 만들어진 조세이다. 현재 목적세로 운영되고 있는 세목으로는 1981년부터 부과되어온 교육세 외에 1994년부터 부과되기 시작한 교통세와 농어촌특별세가 있다. 교육세는 영구세이고 농어촌특별세는 2004년 6월, 교통세는 2003년 말에 종료된다.그런데 목적세로서의 명분이 이론적으로 뒷받침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 동안 논란이 많았다. 특히 예산의 경우 특정한 세입을 특정한 세출목적과 결부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목적구속금지(目的拘束禁止)의 원칙(non-affection)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목적세는 그러한 원칙에 위배된다는 사실이다.만약 예산이 목적구속금지의 원칙에 배치된다면 많은 독립적인 금고가 설치되어야 하고 정부는 국가 전체의 안목에서 정책을 수립할 수 없게 된다. 목적세는 공공재의 편익을 소비하는 지역이나 주민이 정확히 파악되는 경우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공원이나 상하수도시설, 교량 등의 건설은 목적세를 신설하여 그 편익수혜자로부터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조세이론에 부합된다.오랫동안 세제개혁차원에서 교육세와 같은 목적세 폐지가 추진되었다. 우리나라 전체 국세 중 목적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1.3%(작년예산기준)로 재정의 탄력적 운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1%에 비해 엄청나게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목적세 폐지방안이 극심한 부처 이기주의로 인해 이번에도 좌초되었다. 과거에도 목적세 폐지가 시도된 적이 있으나 추진의지가 약해 번번히 실패한 경험이 있다. 재경부는 3개 목적세를 본세에 통합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내년에 다시 목적세폐지를 추진한다고 한다. 세제개혁을 위해서는 김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노동부 산하 중앙고용정보관리소가 지난 96년에 펴낸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업의 종류는 모두 1만1천5백37개에 이른다. 그보다 꼭 10년전인 86년에 비해 1천86개가 늘어난 수치다. 그중 일부는 직업분류 방식의 변화에 따른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사회변화에 따라 새로 생겨난 직업들이다.기술혁신과 정보화의 발달로 첨단기술 분야에서 ‘인공지능연구원’ ‘광통신연구원’과 같은 전문직종이 새로 생겨났는가 하면 서비스업에서는 ‘행사도우미’ ‘이벤트전문가’ ‘애완견미용사’같은 직업이 명함을 내밀고 있다. 또한 90년대 들어 환경보호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생리연구원’ ‘폐기물이용기술원’ ‘폐기물재생설비원’이라는 직업도 등장했다. 그러나 말이 연구원이지 실상 이런 직업들은 고물상 수집상이나 고철덩어리 재생기술자 등의 ‘높임말’정도로 이해하면 될 수준이다.요즘 들어서는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불법투기하는 현장을 비디오로 찍어 포상금을 타내는 신종 직업도 생겨나 화제다. 굳이 ‘직업’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본격적으로 촬영장비까지 갖추고 ‘목’을 지키고 있다가 현장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꾼’이라고 해도 별로 틀리지 않을듯 하다. 얼마전 울산시에서는 닷새동안 이런 식으로 3백건의 불법투기 현장을 적발하여 구청으로부터 9백만원의 포상금을 지급받은 사람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된 후 불법투기를 막기 위해 제정된 포상금 지급조례에 따른 것이다. 시비가 적지 않았지만 시간과 장소, 투기장면 등이 비디오로 선명하게 찍히는 바람에 항의도 통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는 소식이다.그런데 그런 일이 비단 울산시만의 일도 아니다. 도당국에 따르면 8월 한달동안 도내에서도 무려 8백25건의 쓰레기 투기신고가 접수됐다한다. 서울과 광주 전주에 거주하는 4명의 전문감시단이 버스터미널 등지에서 택시기사들을 비디오로 집중촬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쯤되면 이들의 활동도 확실히 ‘직업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을듯 하다. 그렇게라도 해서 불법투기가 근절되고 거리가 깨끗해진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지만.
영어 퓨전(fusion)이란 단어의 사전적 풀이는 ‘용해’ ‘융합’이란 뜻이다. 정당의 합동·연합·합병과 같은 뜻을 담고 있지만 문학에서 시나 소설의 벽을 넘나드는 표현방식, 또는 ‘재즈와 록이 섞인 음악’을 의미할 때 접두어로 퓨전이란 단어를 붙여 쓴다. 한마디로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물들을 혼합해서 표현하는 이른바 ‘복합문화’의 한 형식으로 일상화 되고 있는 것이 퓨전이다.그런 퓨전 바람이 지금 우리 생활 곳곳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고 있다. 문화·예술분야는 물론 식생활에서 부터 패션, 마케팅,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클래식과 팝뮤직이 함께 하고 음악과 미술이 어울린 자리에 연극적인 행위예술이 행해지기도 한다. 휴대폰과 인터넷을 합친 ‘인터넷폰’이 등장하고 가전제품과 인터넷 정보기기의 결합을 의미하는 ‘인터넷 정보 가전(家電)’이란 새로운 산업도 꿈틀대고 있다.패션이나 음식의 퓨전화도 눈부시다. 정장(正裝) 바지에 캐주얼 상의 차림의 퓨전룩, 햄버거 대신 치즈버거, 라이스버거가 나오고 녹차피자와 참기름장을 끼얹은 샐러드가 젊은이들의 입맛을 바꿔놓고 있다. 시트콤과 교양프로그램이 만나고 정보·교육과 오락이 혼합되는가 하면 컴퓨터나 인터넷 게임이 방송에 등장한지는 이미 오래다. 증권과 부동산 금융이 결합된 재테크 상품도 저축의 수단으로 매력을 끌기에 충분하다.지금까지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하면서도 이질적인 것들의 공존을 통해 ‘어울림과 창조’의 새바람을 일으키는 퓨전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문화 흐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컴퓨터나 인터넷을 모르고는 21세기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들듯이 퓨전 바람에 동화하지 못하고는 변화하는 세태의 흐름을 따라잡기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겨우 개회식만 가진채 꼭꼭 닫혀 있는 우리 국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면서 실상 우리 주위에서 ‘퓨전의 바람’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정치인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논개는 진주목의 관기로 임진왜란 중 진주성이 왜군에게 함락될 때 왜장을 유인하여 순국한 의기(義妓)이다. 진주성이 왜적에게 짓밟힐 때 기녀인 논개가 적장과 함께 남강에 빠져 산화한 사실은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하여 널리 퍼지게 되었다. 사회의 멸시를 받던 기녀의 몸으로 나라를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바친 충성심에 감동한 유몽인이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채록함으로써 그 사실이 문자화되어 기록으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진주 사람들은 그녀의 애국적 행위를 기리고 전하기 위하여, 논개가 순국한 바위에 '의암(義巖)'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은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이렇게 그녀를 추모하는 지역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진왜란 중의 충신, 효자, 열녀를 뽑아 편찬한 '동국신속삼강행실도(東國新續三綱行實圖)'에는 논개의 순국 사실이 빠져 있었다. 보수적인 집권사대부들의 편견 때문에 그녀의 애국충정은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부 사대부들의 몰이해에도 불구하고, 진주성민들은 성이 침략된 날이면 강변에 제단을 차려 그녀의 의혼을 위로하는 한편, 국가적인 추모제전이 거행될 수 있도록 백방으로 노력하였다. 진주성민들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은 경종 이후의 일이었다. 진주성민들은 나라를 위하여 자신의 몸을 바친 논개의 의로운 행위는 마땅히 조정에서 표창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진주성민들의 요청을 받은 경상우병사 최진한은 1721년 경종 1년에 논개의 의열에 대한 조정의 포상을 비변사에 건의하여 공식적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의기 논개가 양반 가문으로 우리 고장 장수 출신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장수에서는 논개의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서 '논개대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축제에 앞서 전야제를 비롯하여 논개선발대회, 푸른음악회, 사과축제, 전국노래자랑 등도 함께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칫하면 논개의 참뜻을 선양하기보다는 단순한 볼거리나 관광객유치에 그치지 않을까 염려된다.
난 웹툰 작가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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