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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풀과 같은것/ 들에 핀 꽃처럼 한번 피었다가 바람이 불고 지나가면 이내 사라져 그 있던 자리조차 알 수 없는 것/ 사람이 하늘 아래서 아무리 수고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한 세대가 가면 또 한 세대가 오지만 땅은 영원히 그대로이다/ 사람의 운명은 짐승의 운명과 다를바 없어… 둘다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고야 만다’류시화의 자연에 대한 잠언시집에 나오는 구약 시편과 전도서의 한 대목이다.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풀과 같은 인생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현대 왕회장 정주영(鄭周永). 그는 지난 20일 와병설을 잠재우려는듯 현대건설 창립 53주년 기념 체육행사장에 나타나 직접 입상자들에게 시상했다. 회사측이 준비한 상금에다 자신이 준비한 봉투를 얹어 주기까지 했다. 자신이 아직 건재함을 알리기 위해 깜짝 쇼를 연출한 것일까? 아니면 최근 현대에 자구책을 강구하라는 압력에 대한 무언의 항변일까.1915년생으로 황혼기의 정주영. 한 때는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가 김영삼정권의 괘씸죄에 걸려 5년여동안 숨직이고 살아야 했던 그가 세인들의 생각을 뛰어넘어 소떼를 몰고 북으로 화려한 외출을 할줄을 누가 감히 추측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분단 반세기동안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김정일과의 두번 만남, 금강산 관광을 성사시켰고 남북정상회담 분위기를 조성했던 그가 다시 위기를 겪으며 재기할 수 있을까가 세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그도 역시 풀과 같은 인생이다. 아무리 재기의 몸부림을 친다할지라도 지나간 세월이 다시 찾아와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그래서일까. 왕회장이 끝내 무릎을 꿇고 말았다. 어제 현대는 왕회장을 비롯해서 왕권다툼에 나섰던 정몽구, 정몽헌회장이 모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왕회장 일가는 회사경영을 세계적인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앞으로는 대주주로서의 권한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드디어 현대의 세습경영 체제가 무너진 것이다. 이제 왕회장이 할 일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이다.
지난 88년 정부가 군산항 서쪽 2백㎞ 해역을 해양 쓰레기 투기장으로 지정한 이후 이 일대 해역이 심각한 오염 현상을 빚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해양연구팀이 인공위성을 통해 바다의 부영양화(富營養化)상태를 특수사진으로 촬영하여 판독한 결과이다.현재 이 일대는 1백㎞에 달하는 광범위한 해수면이 적조띠를 형성하고 있으며 마치 호수에 고인 물처럼 썩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 지난 10여년간 버려진 슬러지(하수종말처리후 남는 찌꺼기)만 무려 50만t이 넘는다니 미루어 짐작할만 하다. 이 슬러지에는 구리·카드뮴등 환경오염에 치명적인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어류나 플랭크톤이 고사하는 사태가 닥치지 말란 법이 없다.지난 98년에는 중국의 양쯔강 홍수로 서해에 대량의 담수를 쏟아내는 바람에 이미 서해안과 남해, 제주 근해까지 염분 농도가 크게 떨어져 양식장의 어패류가 집단으로 폐사하는등 큰 피해를 입었는데 우리도와 연해있는 서해의 중심부가 이렇게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다행히 내년부터는 이 해역에 슬러지를 버리지 않기로 환경부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렇게 되면 슬러지 처리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 각 자치단체의 부담이 걱정이라는 또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한다.그렇더라도 서해 바다는 지켜져야 한다. 지금 새만금 방조제 축조공사를 둘러싸고 환경문제로 시비가 그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서해 외역마저 죽음의 바다가 된대서야 말이 안된다.적도에서 출발한 쿠로시안 난류가 연안 한류와 교차하면서 서해에는 풍부한 어자원이 형성되고 있으며 갯벌에는 게 바지락 생합등의 서식이 왕성하다. 그래서 옛날부터 호남평야가 비옥하듯이 우리 전북의 서해안은 어복(魚腹)이 즐거운 바다로 불리어 왔었다. 그런 바다가 날로 황폐화 되는 일이 더 진행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오늘은 마침 바다의 날이다. 새삼 바다의 소중함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술은 잘 마시면 몸에 보약이 될 수도 있지만 잘 못마시면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패가망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동·서양에 술에 대한 경구(警句)나 속담도 많다. ‘술과 안주를 보면 맹세도 잊는다’‘주석(酒席)이 길면 수명은 짧다’‘첫 잔은 갈증을 풀기 위하여, 둘째 잔은 영양을 위하여, 세째 잔은 유쾌하기 위하여, 네째 잔은 발광하기 위하여 마신다’등등.술을 마시면 기고만장해서 영웅호걸이 되고 위인·현사(賢士)도 안중에 없을 수 있으니 주정만 보고도 그 사람의 인품과 경력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주도(酒道)에도 단(段)이 있다. 애주(愛酒)나 기주(嗜酒)의 자리에 이르면 비로소 주도의 초단이 되지만 탐주(耽酒)나 폭주(暴酒), 장주(長酒)에 빠지면 술의 진미(眞味)를 모르는 사람으로 초급의 경지에 겨우 이를 정도라는 것이다. 하물며 군사문화의 유산인 폭탄주야말로 주도에 있어서는 낙제점일수밖에 없다.술이 패가망신의 원인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 요즘 연이어 언론의 매질을 당하고 있다. 386세대 국회의원들과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이 나라 지성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5·18전야 광주에서 룸살롱 술판을 벌여 지탄을 받더니 이번에는 시민운동단체의 핵심 멤버중 한 사람이 술에 취해 여대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돼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공인(公人)들이 술때문에 줄줄이 망신을 당하는 이런 꼴을 보면서 국민들은 이 사회의 도덕률이 무너지는 공허함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망연해 하고 있다.이들이 마신 술이 애주였는지 폭주였는지 아니면 폭탄주였는지는 모른다. 본인들의 해명을 빌리면 일정부문 부풀려진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공인의 도덕성에 흠집을 남긴것만은 분명 잘못이다. 법화경(法華經)이 가르치는대로 ‘사람이 술을 마셔야지 술이 사람을 마시는’ 지경에까지는 가지 않았어야 한다. 서양 속담에 ‘달걀위를 걷는다(walk on eggs)’라는 말이 있다. 공인은 매사를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건을 팔고 사는 차액금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은 우리는 상인이라 부른다. 지난 날 왕조시대에는 그 행위가 천박스럽다해서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 신분의 하위에다 두었다.상(商)은 중국 고대사의 요순 이후로 이어지는 ‘하’,‘은’,‘주’중 은나라의 본래 이름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라가 망한 이면에는 원인이 있는데 폭군, 요즘으로 보면 독재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은나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주왕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달기라는 여인의 치마폭에 싸여 직언하는 충신을 죽이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이를 보다 못한 ‘발’이라는 신하가 쿠데타를 일으켜 주왕을 몰아내고 새왕조를 세웠으니 이가 곧 주나라의 무왕이다.하루 아침에 망국의 백성이 된 은나라, 즉 상나라 사람들은 가축이나 물건을 사고 팔아서 연명했다. 당시 그들을 두고 주나라 사람들은 상나라 사람들, 즉 상인(商人)이라 불렀던 것이다.상인의 달인은 역시 일본이다. 현재 일본 최고의 상술을 자랑하는 오사카 상인들은 막강한 힘을 가진 도쿠가와 막부에 돈을 빼앗기면서도 번영을 계속했다. 그들은 뛰어난 원가계산, 인색, 알뜰, 절약, 빠른 눈치, 고객중심의 서비스 정신, 단합과 희생, 연구와 공부 등 상인의 기본 덕목을 충분히 갖추었던 것이다.게다가 그들은 인내 및 올바른 상도덕과 금전관이 있었다. 그들의 최종 지향점은 신념과 지혜를 지닌 성숙한 인간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어려울수록 더욱 강해지는 비결이었던 것이다.대형할인점의 진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래시장과 영세소매상인들이 일본 상인들의 기본 덕목 중 근검 절약보다는 이제는 서비스정신, 단합과 희생, 공부와 연구를 한번쯤 깊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행정도 스스로 돕는자를 지원하고 밀어준다는 것이다.
그제는 주식시장이 반짝했다. 그러나 그것은 고작 하루였고 어제는 다시 폭락했다. 일반 투자가들의 손실이 크다. 연초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었을 때 비하면 불과 5개월 사이에 반토막이 난 주식들이 태반이다. 심지어 IMF 사태 때 보다 더 떨어진 주식도 있다고 한다.코스닥은 더 심하다. 한때 ‘묻지마 투자’ 대상으로 까지 여겨졌지만 지금은 옛날 이야기이다. 현재 코스닥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보였던 지난 3월 10일 283.44에 비하면 무려 59%나 폭락한 것이다. 이밖에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했던 정보기술(IT) 테마주도 거품논쟁의 태풍으로 인해 최고 94%가 급락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실제로 전주에 사는 K씨는 “이제 마음 편히 살자”며 연초에 회사를 정리하고 받은 돈 27억원을 통신주에 투자했다가 지금은 5억원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주위에서 “약간 손해를 보고라도 팔아야 한다”고 매도를 권유하면 “언젠가 대박이 터진다”며 7∼15만원대 주식이 2∼4만원대로 떨어져도 쥐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지병마저 깊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고 한다.그런가 하면 주부 C씨는 연말께 남편 퇴직금 3억원을 남편 몰래 주식에 투자했다가 2억원을 날리고 현재 1억원도 안될 뿐 아니라 남편까지 알게 돼 가정불화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증권사객장마다 이런 류의 이야기는 수 없이 많다. 별의별 기막힌 사연들도 많다고 한다.이처럼 기관 투자가나 외국인들과는 달리 일반 개미군단들만 손해를 보게 되는 첫번째 이유는 바로 손해를 보고도 주식을 파는 이른바 ‘손절매’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를 때는 더 오를 것 같아서 팔지 못하고 반대로 내릴 때는 더 내릴 것 같아서 사지 못하는 것이 일반 투자가들의 심리이다. 주식투자 격언에 ‘매입 가격은 잊어 버리라’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가 문제이지 지나간 미련에 얽매이지 말라는 뜻이다. 세상 사는 이치가 다 그렇겠지만 주식시장에서도 미련을 버리는게 돈 버는 일이라고 한다. 일반 투자가들은 한번쯤 새겨둘 말이 아닌가 싶다.
모든 생명체의 생성 근원과 존재 근거는 자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삶은 자연에서부터 시작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되어 있다. 자연은 원래 막힘이나 닫힘이 없이 언제나 열려있는 거대한 생명체임과 동시에 그 자체가 곧 생명의 젖줄이기도 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모든 생명 또는 삶은 자연의 흐름속에서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하며 죽음이란 자연의 흐름이 막히거나 닫혀있는 상태를 뜻하게 된다.예로부터 우리 삶의 터전은 다름 아닌 공기와 물 그리고 땅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과학문명과 기술은 자연의 극복을 뛰어넘어 이제는 자연을 지배하기에 이르렀으며, 자연의 파괴와 환경오염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본래 하나였던 인간세계와 자연세계는 서로 딴 세상처럼 분리되어 등을 돌리고 대립관계에 서서 갈등을 겪게 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자연의 질서 속에서 생명체가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 지 아니면 아 지구상에서 생명 그 자체의 존속이 가능할 것인지 마저 가늠할 수 없는 현실이 도래할 지도 모를 것이다.삼천리 금수강산을 노래하던 이 땅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어줍잖은 개발의 논리에 밀려 지금 이 땅의 산하(山河)는 온통 멍들어가고 신음 소리를 내고 있으며, 그 도가 지나쳐 위험수준에 달하고 있다. 민족의 정기가 서려 있고 혼이 담겨 있다는 백두대간은 곳곳이 파헤쳐져 민둥산의 모습으로 볼썽사납게 변해버렸고, 허리가 잘려져 하얗게 뼈를 드러낸 곳에는 시멘트 콘크리트 터널과 건물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산을 자르고 깎아 내리는 데 어디 물인들 그대로 두겠는가. 큰 강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을과 부락의 작은 샛강마저 오염되고 더렵혀져 물마저 죽어가고 있다. 천년고도(千年古都) 경주도 개발의 바람을 타고 옛 모습을 잃어버리고 있다니 우리의 자연훼손과 환경파괴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자못 안타까운 일이다.그러나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면 할수록 더 큰 재앙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인류 사회도 함께 파괴된다는 분명한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 장동, 여의동일대에 월드컵경기장 건설이 한창이다. 그동안 부족한 재원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재원문제도 결말이 났고 경기장 신축에 건설사업관리제도가 최초로 도입 시행되어 공기가 단축되고 체계적인 사업관리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월드컵 경기장 건설과 관련해서 그동안 그늘에 가려져 공론화되지 못한 문제가 있다. 기존의 체육시설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월드컵경기를 앞두고 도민의 관심은 경기장건설에 집중되어 있었고 기존 체육시설 활용문제는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분위기였다.전주시 체육시설관리사무소의 주된 수입원은 체육시설 사용료 수입이다. 그런데 모든 체육시설이 적자운영되고 있고 체육시설 이용객수도 만족스럽지 못한 형편이다. 전반적으로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의 수는 증가하고 있으나 각 체육시설마다 이용하고 있는 시민의 숫자도 다르고 이용객수도 정체되어 있는 시설이 많다. 체육시설중 가장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시설은 실내수영장이고 비교적 이용객수가 증가하고 있는 시설은 실내체육관, 화산체육관, 빙상장등이다. 이에 반해서 테니스장이나 자전거 경륜장의 경우는 그 이용객수가 미미한 실정이다.더욱 심각한 것은 각 체육시설의 재정자립도이다. 평균 약 40%정도의 재정자립도를 나타내고 있는데 자전거 경륜장의 경우는 3.1%에 불과하다. 시설이 노후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재정자립도가 낮아 앞으로 적자규모는 증가할 전망이다. 종합경기장이나 실내체육관도 운영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전주 월드컵경기장 건설이나 사후관리문제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체육시설을 어떻게 관리하는가도 중요한 문제이다. 최근 전주시는 몇몇 체육시설에 대해서는 민간위탁이라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소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도 해결해야할 난제가 많다. 방만한 행정으로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달초 인터넷을 강타하여 세계 유수의 사이트들을 일시에 마비시킨 ‘러브레터 바이러스’는 컴퓨터 후진국이나 다름없는 필리핀의 한 직업소년학교 출신 구스만이란 학생이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이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단지 다른 인터넷 사용자의 비밀번호를 뽑아내 돈 안들이고 빌려 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위법인지도 모르고 그저 장난삼아 해 본 것이 세계 국방을 담당하는 미 펜타곤의 전략 프로그램까지 파괴하는등 전 세계적으로 1백억 달러 가까운 피해를 입혔다니 놀라운 일이다.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열린 컴퓨터 경진대회에서 우리나라 고교생이 컴퓨터 바이러스백신 개발부문 대상을 차지하여 화제를 모은 일이 있다. 경남 과학고등학교에 재학중인 그 학생은 평소 컴퓨터 다루기를 즐겨 했고 그러다 보니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지더라는 소감을 담담히 밝혔다. 방송에 출연하여 앵커와 나눈 그의 대화에 감명을 주는 대목이 있었다. ‘내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는 사실이 알려지면 우리나라에서는 또 나같은 성공을 거두기 위해, 그래서 좋은 대학에 특례입학이나 하려고 학원에 다닌다, 개인교습을 받는다 하여 법석을 떠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저 꾸준히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틈틈이 컴퓨터와 친해지면 누구나 할 수 있다’.수학을 잘 해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했다는 그 학생은 과외란 것은 생각해 본적도 없고 컴퓨터로 대성(大成)해야 겠다는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저 학생으로서 주어진 과제를 성실히 공부하고 취미를 가진 분야에 관심을 가졌을 뿐 상 탈 욕심으로 매달린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필리핀 신문들은 ‘러브레터 바이러스’를 만든 해커가 자국 학생으로 밝혀지자 그를 ‘필리핀의 자랑’이라고 연일 추켜 세우고 있다 한다.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그러나 인터넷 대국(?)답게 우리는 그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한 컴퓨터 영재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넘어갔다. 하긴 우리 도에도 과학고가 있긴 하다.
요즘 우리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제수지 악화, 미지근한 재벌개혁, 금융권 구조조정의 미흡, 증권시장 불안정등 도처에 지뢰밭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2의 IMF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실제로 90년대 초 금융시장 불안으로 IMF구제금융을 지원받아 경제가 회복됐던 멕시코가 개혁작업의 차질로 3년후 금융위기를 다시 겪었던 사례와 우리가 비슷하게 가고 있는것 아니냐는 위기의식마저 싹트고 있다. 그런데도 정책 당국자들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틀이 튼튼하기 때문에 멕시코와 같은 제2의 금융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들었던 얘기다.살인적인 물가상승과 금리인상, 한계기업의 도산에 따른 실업등으로 전국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줬던 97년 IMF위기때도 우리경제 관료들은 펀더멘틀 타령만 늘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환란(환亂)청문회때는 화려한 경제논리를 동원해 가며 책임 모면에만 급급했었다. 지금 상황이 꼭 그때와 같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각종 경제수치들이 IMF위기는 일단 극복됐고 기업과 금융권 구조조정만 성공적으로 매듭지어지면 우리 경제가 안정권에 들어선다는 설명도 틀리지 않다.그래서일까? 요즘 우리 국민들의 씀씀이 행태가 벌써 IMF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호화 해외여행이 봇물이 이루고 여행객들의 쇼핑백이 사치품으로 그득하다는 것이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도시근로자의 1분기 소비지출이 12.7%나 급증하여 82년이래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렇게 흥청망청하는 과소비 풍조가 다시 살아났다가 언제 또 뒤통수 맞는 일이 생길지 지레 겁이 난다. 돌 반지 뽑아 금 모으는 정성으로 외화를 아끼고 10원짜리 동전모아 회관을 짓던 IMF초기의 근검절약 정신은 다 어디로 갔는가. 섣부른 ‘샴페인 망령’보다는 지금은 아직 ‘파이’를 더 키울때다.
출세(出世)라는 글자 풀이가 흥미롭다.출 (出)자는 산(山)이 겹쳐진 것으로 보기 쉬운데, 사실은 반지하 움집과 발자국(止)의 변이 형태인 철(凸)을 합친 것이다.발자국이 집 밖을 향하고 있으니 ‘밖으로 나가다’는 의미다. 그리고 세(世)자는 십(十)을 세 개 합친 것이다. 그래서 30년을 일세(一世)라 했다. 따라서 세대차이는 30년을 단위로 하는데, 요즘에는 쌍둥이도 세대 차이가 있다는 말이 들린다.하여간 출세는 입신출세(立身出世)의 준말이고, 입신양명(立身揚名)의 뜻으로 널리 쓰인다. 쉽게 말하면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린다는 것이다. 총리라면 출세했다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데 총리가 부동산 명의신탁 문제로 자리를 내놓았다. 자신의 이름 대신에 남의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름을 드러내기에 바쁜데 이름을 숨기려한 것은 뭔가 찜찜한 것이다.무슨 부동산이기에, 어떻게 해서 획득한 것이기에 그랬는지 궁금하다. 범법이라면 응당 처벌돼야 한다. 하지만 출세하신 분의 입장을 생각해 속죄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자신이 지은 죄를 다른 것으로 대신하는 것이 속죄다.옛날 순(舜)임금 때에는 속죄는 죄를 지어 형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황금을 내놓으면 방면해 주는 제도였다. 특히 높은 신분의 귀족들은 직접 형벌을 받지 않는 관례가 있었다. 이 관례를 보장해 주는 것이 바로 속죄의 제도였다. 그리고 원래 속죄를 하려면 반드시 황금을 바쳐야 했던 것이다.기독교가 중국에 전파되면서 인류를 위한 예수의 희생을 속죄라 번역하게 되었다. 인류는 그 조상인 아담과 이브가 지은 죄를 유산으로 받아 벌을 받아야할 운명에 처해 있는데 예수가 인류를 위하여 하느님에게 스스로의 목숨을 저당잡혔다는 것이다. 이 예수의 속죄는 기독교 정신의 근간이다.목숨으로 저당잡히는 진정한 속죄의 정치인이 왜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조선시대 선조(宣祖) 때 일이다. 선조가 어느날 밤 민정을 살피기 위해 암행에 나섰다. 남산골을 지나다가 한 선비의 청아하고 낭랑한 글 읽는 소리에 이끌려 발길을 멈추었다. 선비는 학식도 풍부했고 됨됨이도 비범했다.선조는 그 선비를 등용시키고 싶은 생각에서 “만일 정6품인 이조좌랑(吏曹佐朗)을 시켜준다면 할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다. 선비는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에는 정5품인 정랑(正郎)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해서 품계는 정1품인 영의정까지 올라갔고 그것도 할 수 있다는 대답이 나왔다.왕은 최후로 물었다. “그렇다면 왕도 할 수 있겠느냐”고. 그러자 지금까지 대답만하던 선비는 벌떡 일어나 “이런 역적놈! 성군(聖君)이신 우리 임금을 배반하고 날더러 반역을 하란 말이냐”며 선조의 뺨을 후려치는 것이 아닌가? 그만 혼비백산해서 도망나온 선조는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그 선비는 충성심도 대단한 것이었다.이튿날 대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말 정6품인 좌랑에 임용했다. 임금의 뺨을 때리고도 벼슬을 얻었다는 일화 한 토막이다. 조선시대 관직은 종9품 참봉(參奉)에서 정1품 영의정(領議政)까지 18등급으로 돼 있다. 벼슬길에 나서기도 어려웠고 승급도 어려웠다. 지금은 별정직 공무원을 제외한 일반직 공무원은 9급 서기보에서 1급 관리관(차관보급)까지 9등급으로 돼 있다.그런데 이르면 내년부터는 중앙부처 국장급이며 부이사관급인 3급이상은 계급제가 폐지되고 직무내용과 성과에 따라 등급과 보수를 결정하는 이른바 미국식 ‘직위 분류제’가 도입될 것이라는 중앙인사위의 방침이 발표돼 공무원들은 물론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만일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왕조(王朝)시대 이후 수백년간 유지돼온 관료 인사제도의 골간을 바꾸는 것으로 그에 따른 파장과 진통도 만만치 않을 예상이다. 상급자가 없는 마당에 지휘통솔도 문제이고 공직사회 불안도 무시할 수 없는 점이다. 시행에 앞서 보다 치밀하고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는 많은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조직과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조직의 맨 하부구조에 가정이 있다. 사회의 한 구성체로서의 가정은 비록 그 규모는 작지만 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그러면서도 기본적인 단위라 할 수 있다.따라서 모든 사람의 사회생활은 가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가정은 사회생활을 위한 일종의 교육장이고, 훈련장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하루의 일과를 가정에서 시작하고 하루의 일과를 가정에서 마감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만큼 현대사회에서 가정생활은 사회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돌아간다. 그래서 한 사회가 얼마나 건강하고 건전한지를 판단하려는 잣대를 찾을 수 있는 곳은 바로 가정이다.산업화와 더불어 등장하게 된 핵가족제도는 이제까지의 대가족제도를 붕괴시켰으며 가족의 해체현상으로까지 몰고 가는 세태가 되었다. 특히, 여성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양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그동안 우리 사회의 가정은 역할분담이 비교적 잘 이루어져 왔었다. 아버지가 가정의 튼실한 울타리라면, 어머니는 밝고 따뜻한 햇빛이었다. 또한 아버지의 근엄한 헛기침에 옷매무새를 가다듬면서도 자애로운 어머니의 미소에 넉넉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곳이 우리네 가정이었다.매년 5월이 되면 어린이 날이다, 어버이 날이다 하여 판에 박은 붙박이처럼 행사들을 치르고 있지만 진정으로 가족의 따뜻함과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지는 못하는 것 같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각 가정에서는 가족들이 가정의 수호천사인 가족 ‘마니또’를 정해 놓고 서로 기쁨과 희망을 심어주는 ‘가정 지킴이’놀이라도 해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하늘 아래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다 정해진 때가 있다/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다/죽일 때가 있고 살릴 때가 있으며 부술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다/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다/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모을 때가 있으며 껴안을 때가 있고 껴안는 것을 멀리 할 때가 있다/얻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다/침묵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싸울 때가 있고 화해할 때가 있다/‘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는 류시화의 잠언시집에 나오는 글이다. 류시화는 구약성서 전도서에 나오는 글을 인용하고 있다. 오늘은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한 적정한 보상과 대우를 받기위해 노력한지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들의 노력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제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자 등 민주화운동과정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을 민주유공자로 지정하고 교육, 의료, 취업 등 측면에서 지원해주는 민주유공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역시 이회창총재의 광주 망월동묘역 참배를 계기로 독립유공자, 6·25와 베트남 참전자 등 기타 유공자들과 형평성문제등을 고려해서 5·18 유공자에 대한 적정한 대우와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야의 합의가 가능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이제는 늦출 수 없는 때가 되었다. 광주민중항쟁정신이 국가적으로 인정받기까지 너무 많은 세월이 흘렀다. 너무 때가 늦었으나 이제 늦출 수 없는 때가 온 것이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혼전 순결관이 점점 희박해져 10명중 6명 정도는 혼전순결을 꼭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전에 모대학 교수가 국내에서 발간된 청소년 성의식 관련 연구보고서 20편을 분석한 결과이다.분석 결과를 보면 ‘혼전 순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식은 81년 82%였으나 97년에는 39%로 줄어 들었고 ‘경우에 따라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반응은 17%에서 44%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 성경험 비율은 남고생이 16.2%, 여고생이 7.5%였으며 놀라운 것은 97년 한해동안 전체 여고생의 0.4%인 4천7백여명이 임신을 해 이중 64.3%가 낙태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이다.순결은 남녀 모두 결혼전까지는 반드시 지켜야 할 계율로 가르쳐 온 부모 세대들에게 이런 조사결과는 충격일 수 있다. 하지만 성의 개방화·상품화가 만연하고 있는 요즘 세태에 ‘순결강요’자체가 진부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성에 대한 기초지식마저 차단하는 학교와 한 발짝만 나가면 상품화 된 성이 활개치는 우리의 2중문화 속에서 건전한 성문화를 확인하려는 발상자체가 무리인 것이다.그러나 그렇다고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순결관이 반드시 위험수준이라고만 비관할 일은 아니다. 그들이 대학에 진학해 순결의 가치에 눈을 뜨는 ‘건전한 성 모럴’의 고리가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모대학이 순결학과를 신설하자 여학생뿐 아니라 남학생들도 지원자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미성년자 매매춘이 사회문제화 하고 환락가를 중심으로 퇴폐행위가 극에 다다른 이 즈음에도 아직 ‘순결의 선교’를 자임하는 젊은 대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성문화가 급속한 추락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엊그제 성년의 날 행사로 일부 대학에서 가진 남녀 학생들의 ‘순결선언’은 그런 의미에서 보기 흐뭇한 정경이 아닐 수 없다.
신문에 시사만평을 그리는 한 화가가 미군을 ‘점령군’으로 표현했다가 당국에 불려가 혼쭐이 난 일이 있었다. 미군이 저지르는 범죄행위에 대해서조차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불평등을 꼬집은 내용이 문제가 된 것이다. 서슬 퍼렇던 5·6공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문민정부이후 한미(韓美)관계에 있어서 미군의 역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일이 많아졌고 미군 주둔지역을 중심으로 반미(反美)감정이 싹트는 현상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주한 미군에 대해 친선·우의·국토방위와 같은 선린의 감정보다 횡포·갈등·범죄와 같은 부정적 측면의 인식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미군이 범죄를 저질러도 주둔군지위협정(SOFA)때문에 우리의 사법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고 있고 주둔지역 일대의 환경파괴등 주민생활에 피해를 주는데도 적절한 대책이 수립되지 못하는데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요즘 경기도 화성의 미공군 폭격훈련장 피해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오폭(誤爆)과 불발탄 폭발로 인한 인명피해는 물론 50년동안 소음과 진동으로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매향리 주민들의 생존권 투쟁이 국민들의 공감을 살만하다. 그러나 그런 피해지역이 비단 매향리뿐만도 아니다. 우리 도내의 군산 미공군기지도 매향리 못지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군산의 ‘우리땅 지킴이’모임이 그동안 기지내에서의 오·폐수 무단방출, 군용기의 이·착륙에 따른 소음공해, 교통사고후 뺑소니등 미군이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 강력한 항의시위를 벌여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미군측으로부터 어떤 해명이나 개선책등을 통보받은 일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주둔군지위협정의 장벽이 그만큼 높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약한듯 하지만 강한 시민사회의 이런 결집된 힘을 미군측이 얕잡아 봐선 안된다. 한 방울의 낙수(落水)가 모여 바위를 뚫을 수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이제 군산 미공군기지 문제도 좀 더 확대하여 공론화 할 시점에 이르렀다.
우리 나라의 교육열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러한 교육열이 때로는 과열 양상을 불러일으켜 각종 부작용이나 역기능을 초래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가 지금의 모습으로 발돋움을 하는 데에는 교육의 힘이 그만큼 큰 것이었다.교육현장은 배움의 장임과 동시에 가르침의 장이다. 배움이 있기에 가르침이 있고, 가르침이 있기에 배움도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교육의 장에서 다른 무엇보다 가르치는 사람 즉 스승의 역할은 중요하며 그 비중 또한 매우 큰 것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종전에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스승을 나랏님이나 아버님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그 은혜는 다 같은 것이라 하였다. 또한 스승은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었기에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말라고 하였다.하지만 요즈음의 우리 세태는 이와는 조금 동떨어진 면이 많다. 흔히들 시쳇말로 ‘선생은 많은 데 스승은 없고, 학생은 많은 데 제자는 없다’고들 말한다. 교육의 현장에서 사제관계가 흔들리고있다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일 것이다. 과연 누가 그 무엇이 스승의 자리를 끌어내리고 폄하시키고 있는가? 그것은 단순히 교육현장의 책임만은 아닌 것 같다.학력만을 중시하는 사회풍토는 자연스럽게 일류병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으며, 성적에 따라 줄을 세우는 대학입시제도는 교실을 붕괴시켜 버리고 말았다. 공교육이 무너져 내린 자리에는 온당치 못한 사교육이 독버섯처럼 자라나다 못해 이제는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 과외나 학원과 같은 사교육을 통해서 학력신장을 꾀하다 보니 학교는 그저 내신 성적을 받는 평가기관으로 전락하게 되었다.이래서야 어찌 교권이 바로 서겠는가? 이제 우리는 스승의 자리를 다시 찾아주어야 할 때이다. 교육이란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는 일이며, 세상의 이치를 깨우친다는 것은 곧 이 세상과 사회 속에서 자기자신을 바로 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은 학교와 사회, 그리고 모든 기성세대와 학부모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사회적 과제인 것이다. 학교는 바로 사회의 축소판이고 거울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때이다.
지금은 시골에서나, 그것도 아주 드물게 볼 수 있는 것중의 하나가 상여이다. 도시에서야 상사(喪事)도 편의주의에 밀려 장의차가 그 자리를 차지한지 오래다. 그 상여가 나갈때 소리꾼이 메기는 향두가에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에게 신문받는 대목이 나온다.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 하였는가/ 깊은 물에 다리놓아 월천공덕 하였는가/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 하였는가/ 좋은 곳에 집을 지어 행인공덕 하였는가…’우리 조상들은 이처럼 살아 생전에 망자(亡者)가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했는가에 따라 저승에 가서도 화복(禍福)이 결정되는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구성진 가락에 맞춰 상여꾼들이 부르는 소리는 북망산천으로 가는 망자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뿐 아니라 적선지가 필유경(積善之家 必有慶)이라는 우리의 도덕률을 일깨우는 경고의 의미도 담겨 있는 것이다.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하는 미풍이 얼마나 살아 내려오는지는 의문이다. 따뜻한 온정이 완전히 사라진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이웃에 시선을 돌리는 ‘마음이 여유로운’ 부자들을 찾기가 그리 쉬운 세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해마다 자선단체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을 모금하지만 그 액수가 갈수록 빈약해지는 것도 그런 현상의 하나이다.엊그제 미국의 두 노인의 선행은 그런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평생을 근검절약으로 어렵게 생활하면서도 임종때 2천7백만 달러나 되는 거금을 적십자사와 어린이병원에 기증했다는 부자 구두쇠들의 이야기는 무엇을 뜻하는가. 바로 부(富)란 어떻게 모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 것이라 할 것이다.어떻게 쓰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한 푼이라도 더 지킬 것인가에 간지(奸智)를 모으는 우리나라 부자들은 ‘부자가 천당에 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보다 어렵다’는 성경 말씀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솔로몬은 ‘부정으로 재산을 모으는 것보다 가난해도 정직하게 사는 것이 낫다’는 말도 남겼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생명을 가진 법적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지위의 완결은 어디까지나 출생신고다. 출생신고와 함께 아이는 이름과 고유의 번호를 부여받는다. 만6살이 되면 최초의 의무로 부과된 학교를 다녀야하고, 18세가 되면 국민역에 편성된다. 신성한 병역의무와 함께 근로의 의무가 지워진다.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에 일정한 방정식과 같은 사회적 틀을 만들어 놓고 대입시킨다. 그건 교육이나 사회화, 제도화라고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억압과 순치라는 지배의 질서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한마디로 나이의 논리에 순응해야 하는 것이다.그런데 서구사회는 레이디 퍼스트라는 말이 상징하는 여성과 어린이를 우선으로 여기는 사회다. 어떤 위기상황이 다가오면 그들은 어린이와 여성, 노약자를 먼저 안전지대로 피신시킨다. 그것을 그들은 기사도 정신으로 부르기도 한다. 반면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유교사회는 모든 일에 어른이 우선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지난번 IMF 초기에 어린이와 여성은가장 큰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어려울수록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함이 선진사회의 조건이다. 힘이 들수록 가진자가 없는자를 생각해줘야 함이 마땅하다. 그것은 힘있는자와 가진자가 가져야 할 베풂의 정신이며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공동체 정신이다.무와 채소를 밭에서 캐오던 여인이나 바다에서 잡은 고기를 한 꾸러미 들고 오던 어부들은 가난한 이웃집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수확중에 얼마를 떼어 울타리에 몰래 걸쳐놓고 갔던 것이다. 춥고 긴 겨울을 보내는 새들이 쉬어 가며 먹을 수 있게 감을 모두 따지 않는 우리의 따스함이 그것이다.대형할인점이 진출하려하자 지역상인들이 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할인점이건 지역 상인이건 진정으로 지역을 위한다면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불기(佛기) 2544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불기는 부처님이 열반하신 해가 원년이니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지는 2천6백24년이 된다.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의미는 크고도 넓지만 그중에서도 첫째가 자비의 정신이다. 부처님이 스스로 깨달은 진리를 처음으로 들려준 사람도 자신을 비판하던 비구니였다. 그 다섯 비구니를 시작으로한 중생구제는 바로 대자대비한 부처님의 실체인 것이다.부처님의 오신날을 맞아 우리가 불전에 등을 다는 것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의 하나이다. 불교에서 등은 법 즉 진리, 진리중에서도 불지혜(佛智慧)를 상징한다. 불자들이 공양을 하는 것은 촛불이 제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듯 우리도 몸과 마음을 바쳐 내 가정과 우리사회를 밝히겠다는 서원을 담는 의미도 있다.화엄경의 법계품에서는 등불의 심지는 믿음이며 기름은 자비심이며 등잔 그릇은 염불심, 빛은 공덕이며 그 공덕의 빛이 탐·진·치(貪嗔痴) 삼독(三毒)으로 가려진 무명과 번뇌의 어둠을 밝혀준다고 풀이 했다.석가모니 부처님 당시 아사세왕이 백섬의 기름으로 궁문에서 기원정사에 이르기까지 켜놓은 1만개의 큰 등은 하룻밤이 지나자 다 꺼졌으나 가난한 여인 난타(難陀)가 밝힌 1개의 등은 더욱 빛났다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설화는 유명하다. 목련존자가 다음날 아무리 끄려해도 가난한 여인의 등을 끄지 못하자 부처님은 “그만 두어라. 정성으로 기름을 삼아 태우는 불이니 바닷물을 기울여도 끄지 못할 것이니라”고 했다.이런 연유로 부처님 오신날에는 등을 달았다. 우리나라는 신라때 부터 관청과 여염집, 사찰에 모두 등을 달았다. 또 갖가지 모양의 등을 만들어 강에 연등배를 띄워 온누리가 환한 불야성을 이루게 하는 관등행사가 매년 정월 보름에는 성행했다고 삼국사기 신라본기는 기록하고 있다.올해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전주를 비롯한 경향각지에서는 제등행렬이 있었고 전국 사찰과 암자에는 형형색색의 등이 내걸렸다. 탐·진·치의 삼독으로 물들어 칠흑 같이 어두운 우리 사회를 밝혀주는 등이 되길 빌어 본다.
‘밤을 새워가며 한다’ ‘안하면 초조하고 불안하다’ ‘잃은 돈을 되찾으려고 한다’ ‘이혼을 하거나 승진 기회를 놓친다’ 노름 중독증에 걸렸는지를 측정하는 기준중의 몇가지다. 정신과 의사들이 만든 자기진단 방법에는 이밖에도 많은 항목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마약을 연상시키는 것들이다. ‘이번 꼭 한 번만’이라고 다짐하는 것이나 결국에는 공금에까지 손을 대는 것까지 비슷하다.이렇듯 도박이나 마약은 한 번 빠져들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속성이 있다. 심한 중독증세 때문이다. 도박을 하다가 적발돼 처벌을 받은 사람중 70%가 풀려나자 다시 도박을 한 것으로 조사된 통계도 있다. 정신의학적으로 보면 도박은 개인의 의지로 고칠 수 있는 습관이 아니라 뇌의 충동조절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일종의 장애 현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정신의학자는 ‘돈을 잃고 싶다’는 자기파괴 본능이 도박 중독의 원인이 된다는 역설적인 설명도 하고 있다.그렇다면 내기 바둑 한판이나 내기 골프에 몇억원씩을 거는 노름꾼들은 도대체 얼마나 돈을 잃어야 자기파괴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 일까. 그러고도 돈을 잃으면 다시 찾겠다는 욕심으로 도박판을 키우는 증상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것이 노름 중독증이 아닌가 싶다.IMF위기로 한창 어려웠던 시기에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도박판에서 비카라, 블랙잭 도박으로 하룻밤에 몇억씩 날린 졸부들이 국민들의 분노를 산 적 있었다. 아무리 내 돈 내 마음대로 쓴다지만 정도를 벗어나면 손가락질 받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주(駐) 이스라엘 대사가 카지노 도박으로 수천만원을 잃은 사실이 알려져 엊그제 소환되기도 했다. 공직자의 윤리의식마저 마비시킨 도박중독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입증시킨 사건이다.전자오락실이 도박의 온상이 된지는 오래다. 요즘에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네티즌이 급증하면서 각종 내기와 도박성 게임을 할 수 있는 사이트들마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회 여기저기 널려있는 도박 증후군을 차단하는 일도 마약 못지 않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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