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인구감소는 곧 지방소멸을 의미한다. 인구감소의 원인은 생산가능 인구, 더 구체적으로 청년인구의 수도권 집중에 있다.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청년들은 생존의 욕구에 집중하느라 결혼과 출산이라는 자아실현 욕구를 포기한다. 이들은 왜 수도권으로 몰려갈까. 성장과 성공의 기회, 다시 말해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도권에 청년을 빼앗기고 있는 지방도시가 추구해야 할 바는 명확해진다. 양질의 일자리, 정확하게는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도 많이. 그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단 말인가.
과거 지방도시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절대 주체는 대기업과 그 협력 또는 하청업체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수도권 규제 완화로 지방에서 운영하던 사업장을 대거 수도권으로 이동시키고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로 해외로 이전시키기도 하면서 대기업이 떠받치던 지역경제는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을 바꾸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대기업으로는 안 되니 그 다음에는 산업단지 유치가 지방 정부의 목표가 되었다. 그러나 지방의 산업단지는 텅텅 비어가고 있다. 누군가가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건다면 예산 낭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방법은 도저히 없단 말인가.
있다. 바로 창업이다. 오늘날 전세계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모두 창업으로 시작했다. 21세기는 이들을 ‘스타트업’이라 부른다. 통계적으로 보아도 스타트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압도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2천개 사의 전년 대비 고용증가율은 전체 기업의 무려 12배 수준인 29.8%였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MZ라 부르는 요즘 세대에 맞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은 혁신과 빠른 성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몇 년 고생을 감수하더라고 성공하기만 한다면 창업자 뿐 아니라 구성원들까지 적지 않은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 혹 실패하더라도 실패 경험이 개인의 커리어에 플러스로 작용하기 때문에 몸값을 올릴 수 있다. 심지어 정부가 안전망을 갖춰놓은 덕분에 부모 세대가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사업하면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러니 이제 지역이 살려면 창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예산을 늘려 지역창업생태계를 조성하고 활성화시켜야 한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단기간 내에 성과를 거두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늘 심은 씨앗에 오늘 열매를 기대할 수 없듯 물 주고 거름 주면서 수확의 시기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창업생태계는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임기 4년만에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의 꽃이라고 하는 상장에 이르기까지는 평균 12년이 걸린다. 그러나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그 파급력은 심대해진다. 미국은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이 체결된 후로 80년간 세계의 패권국으로 흔들리지 않는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전세계 혁신을 주도하고 있고 실리콘밸리에서 성장한 기업들은 전세계의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힘은 이 혁신을 통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들어선 동네는 당시만 해도 과수원을 운영하던 시골 동네였다. 그 곳에 비전을 가진 모험가, 혁신가들이 씨앗을 심은 것이다.
△양경준 대표는 (재)헤이스타트업 이사장, (사)한국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