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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레저] 가볼만한 곳 - 김제 망해사

온 산하가 풍성한 가을이다. 삼천리 금수강산 그 어디로 떠난들 마음의 풍요를 찾지 못할까마는 발길을 돌려 김제 망해사로 향해보자.넉넉한 금만평야의 끝자락, 서해와 만나는 만경강 하류에 위치한 망해사. 만경출신의 고승 진묵대사의 전설이 서린 유서깊은 망해사는 국내에서 바다를 향한 몇 안되는 사찰 중 한곳이다.가족끼리라면 망해사를 거쳐 인접한 심포항을 찾아 바닷내음도 맡아보고 갯벌체험에 나서보는 것도 의미있는 여행이 될 수 있다.토요일 오전, 간편한 복장으로 준비를 마치고 초등생 2명을 포함한 4명의 가족은 차에 올랐다. 미리 획득한 정보를 통해 심포항의 물때를 파악한 후였기에 느긋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박스기사 참조)김제시우회도로에서 만경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자 수킬로미터에 달하는 코스모스 꽃길이 길손의 마음을 흔들어 댔다.자식들에 매우 엄한 아내의 입에서 동요가 이어지자 아이들도 기분이 좋아진듯 보였다.10여분가량 시골길을 감상하다보니 어느새 만경면소재지 초입, 심포로 향하는 도로로 들어서자 잘 익은 벼이삭들이 만이랑 춤을 추는 평야가 시선을 압도한다.쨍쨍한 가을 빛에 꽉찬 내력을 뿜어내는 만경의 출렁임은 땅이 가지는 축복이요, 넉넉함으로 다가온다. 논두렁에도 무성한 콩잎들이 싱싱함을 뽐내고 수로에 흐르는 물조차 ‘곡식의 여뭄은 내덕이요’ 하듯이 자랑스럽다.평야를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진봉농협미곡처리장을 돌아나서면 망해사까지 5㎞. 은행나무 가로수가 노란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는 틈새로 호박꽃이 함빡 웃는다.마을앞 고사정미소는 벌써부터 바쁜 일손을 놀리고 있다.망해사는 해발 100m의 진봉산 기슭에 바다를 향하고 자리한다. 소나무숲이 무성한 진봉산 정상에는 전망대가 축조돼 있다. 망해사로 내려가기 전 전망대에 올라본다.북쪽에는 만경강이 서해와 만나는 하구가 장쾌하게 펼쳐되고 남쪽으로는 드넓은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몇차례 심호흡으로 이 땅의 정기를 들이 마신다. 충만감이 온 몸을 사로잡는다.야트막한 야산에 불과한 진봉산이 그렇게 좋은 전망대 노릇을 하고 있다.망해사는 아담한 암자수준이다. 극락전과 낙서전이 옛 자취를 엿보이고 절벽에 세운 범종각은 끝없이 밀려오는 바다물결을 다스리고 있다.수백년 묵은 듯한 미류나무 두그루가 정겹다.서기 671년 신라 문무왕때 부설거사가 망해사를 지었으나 후에 바다에 잠겼다는 역사를 가지고 있고 낙서전은 진묵대사가 1589년 건축했으나 소실됐다가 77년 개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망해사를 뒤로하고 5분거리인 심포항에 들어섰다. 소형어선 사이로 갈매기들이 욕심껏 물 속을 염탐하고 방파제에는 낚시꾼 한둘이 따가운 햇볕을 견디고 있다.심포항에는 가을을 맞아 꽃게와 대하가 풍성하다.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싱싱한 해물을 맛보기 위해 줄나래비를 선다. 10여년전 위판이 금지돼 항으로서의 역할은 축소됐지만 찾는 이들은 더욱 늘었다.물때를 맞춰 음식점에서 갈쿠리를 빌린 뒤 갯벌에 들어갔다. 신이 난 아이들은 더 많은 아사리와 바지락을 수확한 아빠를 뒤로하고 자꾸 먼 곳으로 향한다. 돌아오는 차 속에는 상당량의 수확물이 함께 했다.

  • 문화일반
  • 정대섭
  • 2005.09.23 23:02

[템포-맛&멋] 맛있는 이야기 - 이종민 전통문화도시추진단장의 매실주

“술 한 잔 걸치면 내가 노래도 하고, 춤도 추지.”완주군 화산면 화평리. 어머니가 살고 계신 시골 마을로 그는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좋은 사람들과 시골 풍경을 안주 삼아 매실주 한 잔 마시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풍류를 아는 이종민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49·전북대 교수). 시골집 매실나무는 전부 그의 ‘술감’이다. “가끔 내 수업받는 학생들이나 문화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일꾼들과 함께 시골집에서 파티를 엽니다. 흙 있는 시골 마당에서 숯불에다 돼지고기를 구워먹는데, 그때도 제가 담근 매실주가 제 격이지요.”매실에다가 같은 양의 설탕을 넣고 백일쯤 숙성시키면 맑은 매실즙이 나온다. 그 즙을 걸러내고 소주를 붓고 다시 백일을 기다리면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매실주가 된다. 매실즙은 희석시켜 음료수 대신 마셔도 좋다. 이단장은 직접 담근 매실주 덕분에 인기 좀 얻고 있지만 사실 요리에는 자신이 없다고 한다. 그나마 맛깔나게 할 수 있는 것이 매실 장아찌. 통통하게 여문 매실에서 씨를 발라내고 된장에 박아놓는다. 3∼4개월 지난 후 참기름과 다진 마늘 조금을 함께 버무려 그 위에 깨를 흩뿌려 먹으면 매실의 새콤함과 된장의 구수함이 어우러진 ‘이종민표’ 매실 장아찌가 완성된다.평상시 고기가 ‘땡기지만’ 의식적으로 매실 장아찌와 같은 식물성 음식을 많이 먹으려고 노력한다는 이단장. 아침밥 빼고는 집에서 밥 먹을 일이 거의 없을 만큼 바쁘지만, 방금 해서 뜨근뜨근한 밥과 두부와 버섯을 넣고 끓여낸 된장찌개는 외식에 길들여진 입맛도 금방 집으로 돌아오게 만든다.“음식도 어머니가 해준 것이 제일이라고 하잖아요.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들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해도 전통문화를 잃고서 뿌리가 흔들려 살 수가 없지요.”이단장은 10월 15일 문화의달 행사에 맞춰 전통문화중심도시 선포식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적 차원에서 전통문화도시로서 전주를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지, 문화관광부 발표도 있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9.23 23:02

[템포-맛&멋] 맛있는 집 - 꽃게장 전문 군산 '유성가든'

‘밥도둑 게 섯거라’뚜껑에 있는 알을 긁어 밥에 쓱싹 비벼 먹으면 어느새 밥이 뚝딱 비워진다고 해서 ‘밥도둑’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꽃게장.푸짐한 속살, 적당히 배인 간장 양념맛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특히 서해안 청정지역에서 잡힌 꽃게는 그 부드러움과 신선한 맛이 일품이다. 그렇지만 비린내 가득하거나 너무 짠 꽃게장은 오히려 거북스럽다. 군산'유성가든’(대표 주복실)에서는 그런 걱정은 잠시 덮어두자.상 위에 차려진 꽃게장 빛깔이 이상했다. 꽃게장은 간장에 숙성시켜 거무스름하기 마련인데 이 집의 꽃게장은 별로 검지 않았다. 숙성이 덜 된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한입 맛을 보고난 뒤 그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그 비결은 죽염이었다. 간장 대신 우리나라 천일염만으로 숙성시킨다. “이건 저희 어머니의 비법이죠. 어려서부터 죽염에 숙성시킨 게장을 먹어서 자연스럽게 만들게 됐어요.” 주복실 대표가 소개한 비법이다. 그래서인지 너무 짜지도 떫지도 않다. 유성가든의 맛의 비결은 죽염만이 아니다. 5월의 서해안에서 잡아올린 살이 토실토실하고 알이 꽉찬 암꽃게만을 사용한다. 국내산 꽃게는 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값도 만만치 않다. “손님들의 입은 까다롭습니다. 그들을 속이는 일은 없어야죠. 아무리 비싸도 국내산 꽃게만을 사용하는 것은 저희 집의 자부심입니다.” 수입산 꽃게는 크기도 작고 알이 꽉 차 있지 않아 먹잘 것이 없다는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꽃게장 뚜껑의 알을 그릇에 긁어내어 뜨거운 밥과 들깨를 조금 넣고 비벼 살짝 구운 김에 싸먹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꽃게장이 밥도둑인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두 그릇을 비우고도 아쉬움이 남는다. 꽃게장이 맛있기도 했지만 방금 지어낸 솥단지밥도 한몫 한다. 그만큼 주방에서 손이 번거롭지만 손님에게 최고의 맛을 대접해야 한다는 주복실 사장의 고집에는 변함이 없다. 솥단지 밥을 다 먹고 끓여낸 누룽지는 꽃게장에 자극받았던 속을 개운하게 달래준다.된장으로 맛을 낸 꽃게탕도 이집의 별미. 시원하고 담백하여 애주가들에게 인기가 좋다. 찬바람 불고 속이 허한 날에는 뼈속까지 든든한 꽃게탕을 즐겨보자. 문의 453-6670.꽃게장(1인분)- 20,000원꽃게탕- 21,000원꽃게무침- 21,000원꽃게튀김(1Kg)- 60,000원꽃게백숙찜(1Kg)- 6,000원

  • 문화일반
  • 전나임
  • 2005.09.23 23:02

[템포-맛&멋] 스타 따라잡기 - 이태란

‘반대’란 뜻을 가진 라틴어 ‘Contra’와 성을 의미하는 ‘sexual’을 조합한 신조어 ‘콘트라섹슈얼’(Contrasexual). 결혼과 육아보다는 사회적 성공과 고소득을 인생의 큰 가치로 삼는 여성들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이태란이 ‘콘트라섹슈얼’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다. 남편은 바람 나고 죽을 병까지 얻은 언니 최진실(맹순이)과는 대조적으로 결혼한 남자와 연애를 하면서도 사랑 앞에서 당당한 여자 이태란(맹영이). 화장품 회사 이사로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했지만, 친구의 남편인 애인 장동직(이정도) 앞에서는 ‘냉철한 로맨티스트’가 된다. ‘결혼보다는 일’을 중시하는 당당함이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지만,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그의 스타일이다. KBS ‘노란 손수건’, MBC ‘결혼하고 싶은 여자’ 등 데뷔 이후 줄곧 단정한 캐릭터를 보여온 이태란에게도 ‘맹영이’는 과감한 변신. 커리어우먼 답게 정장 차림을 기본으로 하지만, 대담한 선택과 화려한 액세서리로 섹시함을 더했다. 블라우스 하나를 고르더라도 몸에 피트되는 ‘타이트 패션’으로. 목선이 시원하게 드러나도록 반드시 ‘브이넥’이어야 하며, 스커트도 평범한 ‘H라인’ 보다는 앞쪽이나 뒷쪽, 혹은 옆쪽이 트여있어 걸을 때마다 늘씬한 각선미가 드러나야 한다. 혹 바지를 입는다면 상의는 타이트하게, 하의는 헐렁하게. 활동성을 강조하면서도 섹시함을 버리지 않으려는 욕심이다. 옐로우와 블루, 바이올렛과 실버, 핑크와 화이트, 레드와 블랙 등 색의 선택도 도발적이다. 긴 머리를 한갈래로 높이 묶어 시원하게 보이는 이마, 살짝 드러나는 가슴의 굴곡은 현대여성의 또다른 자신감인 것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9.23 23:02

[템포-맛&멋] 포근하고 아늑하게...가을이 넘친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편안하고 따스한 실내가 그리워진다. 청량감을 줬던 여름 소품을 정리하고 아늑한 가을용품이 자리를 꿰찰 때다. 우리집 클래식하게 꾸며볼까인테리어도 패션처럼 유행이 있다. 올 가을엔 반짝임의 골드톤과 와인, 브라운색을 주조로 한 클래식한 분위기가 인기다. 그러나 획일적인 공간구성보다는 가족들의 개성과 연령대에 따라 다양하게 꾸미는 것이 좋다. 또 최근에는 전체보다는 부분에 포인트를 주는 부분 인테리어가 유행하므로 커튼이나 벽지 러그 쿠션 등 소품을 이용하는 것도 실용적이다. 거실을 최신 유행스타일로 꾸미려면 황금빛과 와인빛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거실이 대세다. 특히 황금빛은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색상이어서 더욱 인기라고 한다. 거실에서는 커튼과 소파 쿠션 등을 활용하면 된다. 전체적으로 가을분위기로 꾸미면 자칫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질 수 있다. 커튼은 브라운이나 골드 와인빛깔을 사용하면 좋다. 소파색상을 바꾸고 싶다면 그린과 레드를 배합하면 그윽하면서 산뜻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쿠션은 화려한 것이 인기다. 침실은 이불이나 침대커버교체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편안하게 잠을 청해야 하는 공간인 만큼 편안함이 중요하다. 자극적인 색상보다는 아이보리나 크림색 등 자연스러운 색상의 침구로 차분하게 정리하고 침대머리쪽에 실크같은 광택의 패브릭패널을 붙여 고급스러우면서 안정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침대 아래쪽에 와인빛이나 골드 브라운빛깔의 베드스툴만 놓아도 침실분위기가 달라진다.주방도 전반적으로 안정된 분위기로 꾸민다. 브라운계열의 식탁과 의자로 안정감을 주는 대신 한쪽 벽면을 화사한 벽지로 장식하면 생기가 돈다. 파스텔톤의 식탁보에 카키나 브라운계열의 냅킨을 매치해도 가을분위기가 물씬 난다. 디쉬매트 방석 앞치마 냉장고손잡이 등을 같은 색상계열로 맞추는 것도 방법이다. 욕실은 자연스럽게 재단장한다. 바닥에 나무발판을 깔고 나무로 만들어진 수납장을 넣으면 자연친화적인 분위기가 난다. 샤워헤드나 수도꼭지 변기커버만 바꿔도 분위기가 달라진다.소품으로 멋내볼까집안 인테리어를 전체적으로 바꾸려면 시간과 비용의 문제부터 걸린다. 마음은 앞서지만 주저하게 되는 이유다. 그러나 작은 소품 하나만 바꿔도 색다른 분위기 연출이 가능하다. 조명이나 쿠션 패브릭 등으로도 개성있고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최근 주목받는 것이 조명. 책상이나 침대옆외에도 거실 테라스 코지코너에 활용되는 조명인테리어는 비용에 비해 효과가 크다. 가을에는 전구주변을 감싸 한번 거른 상태의 빛을 내는 간접조명과 부분조명을 한껏 활용하는 것이 운치있는 공간을 만드는 요령이다. 할로겐램프를 부분조명으로 사용해 거실 액자 등에 비추면 마치 화랑이나 레스토랑에 온 듯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식탁위의 펜던트형 조명은 따뜻함과 식욕을 동시에 준다.조명갓도 유행이 있다. 꽃무늬패턴이나 주름, 비즈장식 갓이 인기디자인. 철재와 목재는 주변 가구와의 어울림이나 장소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쿠션과 러그 패브릭은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대표적인 가을소품이다. 큼직하고 넓은 러그는 바닥의 차가움을 완화시켜주는 실용적인 소품. 소파아래, 침대발치 또는 빈 공간에 포인트로 깔면 포근한 분위기가 난다. 벨벳이나 실크원단의 쿠션도 고급스럽고 따스한 느낌을 준다. 가을 유행색인 와인-퍼플, 카키-브라운, 골드-옐로 계열로 여러개를 겹쳐두면 세련되면서도 아늑한 가을분위기를 낼수 있다. 소파와 침대, 의자 등에 포인트로 두면 가을느낌이 풍성해진다.  이밖에도 옹기나 도자기 목기 등을 부분적으로 사용하면 운치가 있다. 도자기나 토기에 갈대나 들풀을 꽂으면 자연을 그대로 집안에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가 난다. 따뜻함이 전해지는 나무와 금속소재를 어울리는 것도 의외로 조화를 이룬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5.09.23 23:02

[템포-영화] 정진우 기자의 Film in - 벌써 열살 된 부산국제영화제

몇년전 전주국제영화제(JIFF)를 찾은 한 영화평론가에게 ‘영화사 관계자들의 전주행은 뜸한데 영화평론가들은 많이 찾는 이유가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이랬다. “본인들이 보고싶어하는 영화들이 많잖아요. 전주영화제 소개되는 영화중에서 좋은 영화가 많아요” 영화전문가들이 JIFF를 마음에는 두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그의 대답이 싫지는 않았다.그렇다고 평론가들과 일반 관객들의 영화 선호도가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많은 시민들이 아직도 ‘JIFF는 우리 영화제’라는 살가운 감정을 갖지 못하는 밑바탕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은 아닐까한다. JIFF가 소수의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교적 후한 점수를 얻으면서도 ‘다중의 축제’‘영화생산기지’로 발돋움하지 못하는 이유는 협소한 예산과 척박한 토양이라는 물리적 환경과 함께 시민들이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영화제의 정체성도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이렇게 장황하게 JIFF 얘기를 꺼낸 이유는 벌써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열돌을 맞았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다. 지난 96년 국내에서 첫 국제영화제로 출범한 PIFF가 다음달 6일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14일까지 열번째 잔치를 펼친다. 이번 PIFF에는 73개국 307편의 작품이 대거 선보이고, 이 가운데 63편은 전세계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월드프리미어다. 개막작은 대만 뉴웨이브 선두주자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스리타임스’가, 폐막작은 황병국감독의 장편데뷔작인 ‘나의 결혼원정기’다. 사실 PIFF도 첫발을 뗄때만 해도 말못한 사연이 적지않았다. 제2의 도시라는 부산에서조차 영화제를 처음 만들겠다고 김동호 위원장과 김지석 프로그래머 등이 각계에 도움을 요청하자 ‘무슨 영화제냐’라고 했단다. 하지만 PIFF는 부산시민의 열성적인 성원과 함께 지난 98년부터 설립된 부산프로모션플랜(PPP·제작되지 않은 상태의 영화프로젝트를 사고파는 프리마켓)을 앞세워 생산적인 축제로 자리잡았다.주변에서는 ‘우리는 언제쯤 PIFF와 어깨를 견줄 수 있을까’라는 푸념도 들린다. 하지만 그런 단순비교 이전에 ‘우리 JIFF’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되새겨봤으면 한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5.09.23 23:02

[템포-영화] 이 영화 - 너는 내운명

지난 6월 ‘너는 내 운명’의 촬영진과 박진표 감독을 만났을 때만 해도 이렇게 슬픈 영화가 만들어질 줄은 몰랐다. 당시 전주지법을 배경삼아 여주인공인 전도연이 재판받는 장면을 화면에 담았는데, 출연배우는 물론 스탭들의 표정이 그렇게 밝아보였다. 박진표 감독은 ‘잘 돼가느냐’는 질문에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예감이 좋다”라고 답해줬다. “뻔뻔한 멜로극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전주지법외에도 강원도 동해의 묵호항, 충남 당진의 외목마을,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 등이 모습을 드러낸 ‘너는 내 운명’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대로 된 신파극이다. 어지간히 눈물이 메마른 사람이라도 영화 후반부에 터지는 강력한 최루장면에 눈물·콧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억지눈물도 아니다. 영화관을 나와서도 좀처럼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제대로 된 신파극이기 때문이다.이야기는 상투적이다. 그리고 감독이 귀띔한 대로 뻔뻔하다. 시골 노총각(황정민)이 사랑에 빠졌다. 동네 다방에서 일하는 레지 은하(전도연)다. 노총각은 그녀에게 지극정성으로 구애에 나서고, 그녀도 그런 그가 싫지않다. 젖소목장을 꿈꾸는 착한 노총각이 은하에게 수줍게 건네는 선물이라야 자신이 직접 짠 소젖과 하얀밤과 맞바꾼 구애편지가 고작. 은하는 어떤가. 겉옷을 벗기니 총천연색 물방울무늬의 팬티와 브래지어를 입고 있다. 그렇고 그런 여자라는 얘기다. 우여곡절 끝에 은하는 남자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결혼식을 올리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은하는 에이즈선고를 받고, 자신이 떠나면 그가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고 남자곁을 떠난다. 남자는 은하를 찾아 헤맨다. “어차피 죽을 거, 은하씨랑 살다 죽을래요”라고 울부짖는다.‘너는 내 운명’은 제목도 줄거리도 신파조다. 하지만 뻔한 내용인데도 사람들의 심금을 후벼판다. 그 이유를 곱씹어보니 감독의 진실성과 연기자들의 군더더기 없는 호연이 밑바탕에 깔려있다.영화는 현란한 스타일도, 자극적으로 눈물을 강요하는 통속적인 장치로 포장하지 않는다. 카메라도 그저 인물들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사건들을 좇아간다. 다만 감독은 영화 초반부터 보는 사람의 감정선을 차근차근 건드리고 종반부에 한껏 부풀려진 눈물샘을 터트린다. 감독이 지향하는 건 진정성이다. 결코 과장하지 않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 한다. 역설적으로 그런 어눌한 연출력이 두고두고 가슴이 와닿는다. 여기에 영화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도연·황정민의 물오른 연기가 녹아들면서 ‘절대신파’를 완성한다. 팔색조 전도연에 대해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겠지만, 황정민의 우직한 연기에 더 눈길이 간다. “이쁜 것만 봐도, 맛있는 것만 봐도 은하씨 생각만 난다”며 하얀 이를 드러내는 황정민은 사랑에 눈이 먼 시골노총각, 그대로다.참고로 박진표 감독은 전주국제영화제가 낳은 스타감독. 지난 2002년 제3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소개돼 큰 화제를 모았던 ‘죽어도 좋아’를 연출했던 그는 여태껏 직설화법을 추구해왔다.방송사 다큐멘터리PD 출신인 그는 실제 노인 커플을 등장시킨 ‘죽어도 좋아’에서 성행위의 소리까지 카메라에 담아 노년의 성을 파격적으로 들춰냈다. 국가인권위원회프로젝트 ‘여섯개의 시선’에서는 영어발음을 제대로 내기 위해 혀수술을 감행하는 치맛바람을 고발하면서 실제 수술현장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너는 내 운명’에서도 직설화법을 꺾지 않고 애절한 순애보의 전과정을 압축·비유·생략없이, 가감없는 사랑을 보여준다.혹자는 파격적인 형식과 내용으로 무장한 첨단 애정영화들이 난무하는 이때에, 뜬금없는 신파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너무 요란하게 포장해 정작 내용물은 눈길도 안주는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시대의 반작용은 아닐까. 무엇이든 5분안에 끝내야하는 인스턴트 세상에 일체의 과장없이 애절하고 정직한 사랑을 해봤으면 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춘 영화라고 본다.며칠째 가을비가 그치면 곧바로 가을이다. 이 가을에 뭉클한 신파를 만나고 싶다면 ‘너는 내 운명’이 제격이다. 상영시간 122분. 18세이상 관람가.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5.09.23 23:02

[템포-해외여행] 웃비아의 샛길로 빠지는 배낭여행 - 실크로드를 가다 (10)

콜레스탄궁전무작정 걷다가 17세기 이란 정원과 건축양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골레스탄궁전을 발견했습니다. 바자르를 갈 때 대로변에서 본 시계탑과 모스크가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바로 궁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다람쥐처럼 쳇바퀴를 돌고 있는 중입니다. 도저히 호메이니 광장 주변의 길들은 감이 안 잡히네요. 세부분으로 나누어진 궁전 박물관을 다 돌 시간이 안 된다며 친절한 직원이 더 나은 두 곳만 표를 끊으라고 했습니다. 30,000리알. 아무 정보도 없이 눈에 보이는 곳부터 어슬렁 어슬렁 걸어 들어갔죠. 지극히 화려했던 흔적이 남아있지만 관리가 허술했습니다. 왕실에 대한 현 정부의 반감일까? 왠지 문화재를 방치해둔 느낌이 팍팍 듭니다. 오늘도 새벽부터 너무 많이 걸었나 봅니다. 나무 그늘진 벤치에 누워 한참을 졸았습니다. 잠을 확실히 깨우려고 담배를 한 대 붙여 물자 경비를 선 군인이 다가 와 아는 척을 하여 담배 한 개비를 서슴없이 헌사 했습니다. 가늘고 긴 에쎄 담배를 다들 신기하게 생각합니다. 바자르 골목길에서금요일이라 바자르(시장)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슬람 국가의 공휴일은 일요일이 아니고 금요일입니다) 꼬불 꼬불한 골목길을 걸으면서 맨발로 뛰던 영화 "천국의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그 녀석들 이 근처에 살 텐데 잘 크고 있겠지?” 몇 편의 이란 영화가 나를 이곳까지 오게 한 겁니다. 이젠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픕니다. “에라 쉬어가자.” 김이 오르는 걸쭉한 스프가 먹음직스러워 주문을 했습니다. 토마토와 보리, 야채를 넣고 끓였는데 새콤하고 뜨거운 맛이 시원합니다. 주인이 신기하게 쳐다보며 맛있냐고 물었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대답하지? "good?" " nice?" "Hot?"...아닌데... "cool~!" 뜨거운 죽을 먹으면서 시원하다고 표현하는 우리의 관습을 외국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주변 사람들이 처음 보는 하얀 음료수를 많이 마셔서 나도 하나 주문했습니다. 역시 겁 없는 호기심은.... 너무 시어서 마시기 어렵네요... "플레인 요구르트" 에고~~ 피 같은 돈 날렸다. 팩에든 체리 주스를 다시 주문했습니다. 과일은 어느 나라든 좋~죠.^^ 헤미드 가족을 찾아서어제, 에스파한 카쥬다리에서 일입니다."Where are you come from?" 삼각대 아래 가방을 놓고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며 묻습니다. "아까부터 죽 지켜보았는데 가방 조심하세요. 이곳은 소매치기가 많습니다." 그렇지... 친절한 사람들 틈에서 긴장이 풀렸었나 봅니다. "감사합니다...방심하지 않겠습니다." 자리를 옮기며 사진을 찍고 오는 길에 그 사람들을 또 만났습니다. 자연스럽게 함께 온 가족들과 풀밭에 앉아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헤미드 베이크씨 가족은 이곳에 사는 딸집을 방문하고 내일 오후면 테헤란으로 돌아간답니다. 큰 딸 마샤와 의사인 사위 레자의 아들 마니가 너무 귀엽네요. 주소를 적어주면서 저녁 5시 이후에 자기 집에 와서 머물다 가라며 친절을 베푸는데... 어제 밤 메디네 가족 기억도 있고, 현지인들의 사는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 내심 기뻤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을 범위에서 처신한다면 하루쯤 신세를 진다해도 큰 폐는 되지 않을 것 같아 쾌히 응했죠. "오늘 밤차로 테헤란 가면 내일 저녁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세정거장, 호메이니 광장에 다시 왔습니다. 헤미드 가족에게 전화를 해야겠는데 코인 전화기는 보이지 않아 공원을 어슬렁거리며 카드 전화기 옆에서 영어가 될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익스큐즈미... 이곳에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죠?" (너 카드 잠시 빌리자는 뜻이었습니다.) 역시나 친절한 이란 사람들 자기 카드로 전화를 걸어서 바꾸어 줍니다. (여행을 몇 번 떠나 보면 사람이 이렇게 영악스럽게 변한다니까요.) 헤미드씨가 5시전에 도착하여 연락을 기다렸다며 반가워합니다. "땡큐~ 주소대로 찾아 갈 테니 걱정 말고 기다리세요." 최대한 간단히 통화하고 카드를 빌려준 사람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통화료로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괜찮아... 그 카드 몇 통화 더 할 수 있으니 너 가져. 요긴할 거야." 역시 오늘 일진은 이상한 날입니다. 버스로 테헤란 역에 와서 배낭을 찾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 택시 기사에고 주소를 주고 흥정을 하자 50,000리알을 달랩니다. "거기가 그렇게 머니? 지도에서 짚어 봐." 아~ 헤미드씨 집은 북쪽 신시가지 구역입니다. 그렇다면 부자 동넨데... "그래도 5만은 너무했다. 4만에 가자." 옥신각신 4만 5천에 흥정하여 택시를 탔습니다. Tip ; 이란은 주소체계가 잘 되어있어서 택시기사들이 바로 길을 찾아 근처에까지 갈 수 있습니다. 번지를 확실히 알면 그곳에서도 찾기 쉬운 시스템이죠. 우리나라 주소체계는 우편배달부도 헷갈리는데... 역시나 택시기사들은.... 영악스러운 기사가 문 앞에서 기다리는 헤미드씨를 보더니 50,000리알을 달라고 합니다. "왜 또 5만이야... 4만5천에 온다고 했잖아?" 길이 생각보다 멀고...어쩌고 저쩌고... 이 사람 참... 헤미드씨만 없었으면 한 대 쥐어박는 건데... 택시비를 계산하려는 헤미드씨가 부담스러워 50,000리알을 들려주고 얼른 쫓았습니다. 헤미드씨는 3만이면 되는데 5만이나 받아 갔다고 옆에서 속을 끓였죠. "노 플러브럼 미스터 헤미드... 어디를 가든 미터기가 없으면 택시 기사는 외국인에게 다 그래요." 첫 인사 치고는 좀 너무했습니다./김흥수(배낭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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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23 23:02

[템포-문화광장] 공연...얼쑤 신나네

전주대교수음악회23일 오후7시30분 소리전당 연지홀전주대 음악학과 교수들이 참여하는 음악회. 작곡전공 교수들의 창작곡을 연주한다. 김광순교수의 '시편 3편' 한광희교수의 '플룻과 피아노를 위한 향 No.3' 이유교수의 '겨울바다풍경' 등 창작가곡과 연주곡을 성악 기악전공 교수들이 들려준다. 전주시향정기연주회 23일 오후7시30분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전주시립교향악단의 132번째 정기연주회. ‘베토벤’의 작품만으로 연주회를 끌어간다. 서곡 '에그몬트' 바단조, 피아노협주곡 제4번 사장조, 교향곡 제6번 전원 바장조 등. 김용윤 상임지휘자가 지휘하며, 연세대 피아노과 김용호교수가 협연한다. 해설이 있는 판소리23일 오후7시30분 전주전통문화센터 경업당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단원 이연정이 심청가 눈대목 ‘주과포혜’ ‘심청이 임당수에 빠지는 대목’을 강산제 보성소리로 들려준다. 이연정은 안애란 성우향 김일구명창을 사사했으며, 현재 중앙대 한국음악과에 재학중이다. 김경호 도립국악원 창극단 부수석이 북장단을 맞추고, 류장영 국악원 관현악단 단장이 해설을 맡는다. 한벽예술단 창작타악 ‘소희난행’ 24일 오후7시30분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 전주전통문화센터 전속풍물단 한벽예술단의 창작 타악극. 중부 호남 영남지방 장고 명인들의 가락을 모아 정리한 설장고와, 창작무용, 국악가요 가시버시사랑 검정고무신을 연주한다. 양진환 이재정 김지영 박종대 최만 박세련 이용선 양옥란 최동준 최재희 유한철 소리나라(김현민 정지웅 오정무 유승열)가 출연한다.일요풍류한마당 영산작법25일 오후 5시 전통문화센터 놀이마당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8호 영산작법이 선보인다. 영산작법은 석가가 영취산에서 행한 설법회상인 영산회상을 오늘날에 재현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대표적인 불교천도의례. 복청게-천수바라-사방찬-도량게-다게작법-기성가지 순으로 진행된다. 실상사 일암스님 등 영산작법 보존회가 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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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23 23:02

[템포-문화광장] 전시...뭘 보러 갈까

△ 전북현대조각회전29일까지 민촌아트센타. 열일곱번째 전북현대조각회전의 주제는 ‘공간’. 자연 그대로의 질서 또는 인간이 만들어낸 질서 등 공간 안에 존재하는 질서와 인간의 삶을 읽어냈다. 다양한 재료를 소화해 내는 작가의 개성을 엿볼 수 있다. △ 구상회화 11인 초대전31일까지 전주 수갤러리. 강승완 김동명 김명식 고기현 나인하 송재명 이석중 이철규 오병기 전량기 조현동씨 등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다져가고 있는 중견작가들이 최근작을 선보인다. △ 평화와 통일 염원전 ‘베를린에서 DMZ까지’23일부터 10월 20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지금은 붕괴된 베를린 장벽에서부터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의 상징물 비무장지대(DMZ)까지, 평화와 통일의 기운이 가득하길 바라는 미술가들의 다양한 조형언어다. 전북에서는 조각가 채우승, 한국화가 조병철, 서예가 김두경이 출품한다. △ 전북여류화가회전23일부터 29일까지 전북학생회관. 전북여류화가회의 열두번째 정기회원전. 자연의 풍경이 여성들의 섬세한 눈으로 되살아났다. 참여작가는 김연주 정정애 정영숙 김금자 김영민 안순덕 방순덕 이건옥 서혜연 김영남 김정희 이정란 양혜경 이선옥 백인선 이경욱. △ 풍경-空 Ⅲ28일까지 우진문화공간 전시장. 서양화가 이정웅의 여덟번째 개인전. 무질서하게 쌓여있는 책들에서 자연스러운 조형성을 느끼고, 이 시대 문명의 코드 책의 단면에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 전북 산하(山河)10월 7일까지 전북도청사 기획전시실. 자신이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곳. 우리 지역 작가들이 작품 제목에 구체적인 전북 지역 명칭이 들어가는 작품 27점을 내놓았다. 화가의 눈으로 그려낸 생생한 삶의 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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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23 23:02

[템포-문화광장] 먹이주는 고요한 휴식 산묵회·담묵회전

필묵과 함께하는 시간은 늘 여유롭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앞두고 ‘산묵회(山墨會)’와 ‘담묵회(潭墨會)’가 먼저 먹이 주는 고요한 휴식을 전한다. 27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산묵회전’(회장 송규상)은 먹과 색의 조화다. 15년의 세월을 나눠온 만큼, 전통 회화를 이어가려는 회원들의 의지도 하나로 모아졌다. 올해로 열네번째를 맞는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한 것은 몸이 불편해 미술관을 찾기 힘든 이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전북재활학교 교사인 회원 백재영씨의 제의로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전북재활학교를 찾아간다.전시에서 얻게 되는 수익금은 학교에 후원금으로 전할 계획. 송규상 회장은 “전북재활학교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는 동시에 평생을 함께할 회원들의 삶의 작업에 인간애가 묻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로 일곱번째를 맞는 ‘담묵회전’(회장 권창환)은 먹의 맛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서예전이다. 전통을 우선시하는 백담 백종희씨로부터 글씨를 배우고 있는 이들. 먹을 갈고 붓끝을 세운 힘으로 필력을 높여가려는 노력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권창환 회장은 “묵향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 장의 작품을 이룰 때까지의 한 획, 한 점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회원들의 마음을 먼저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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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5.09.23 23:02

[템포-문화광장] 상처받은 인간 무언의 외침

극장안은 고요하지만 무수한 언어가 떠다닌다. 침묵 뒤로 많은 말들이 오간다. 관객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작품에 몰입한다. 느끼는 대로 상상하고 이야기를 엮어간다. 배우와 관객은 더욱 내밀한 교감을 나눈다. 소리전당 9월 막토일 연극은 마임극이다. 극단 호모루덴스 컴퍼니의 ‘4-59번지’. 사무엘베케트의 작품 ‘승부의 종말’중 일부를 확대, 재구성한 작품이다. 환상과 현실이 뒤엉킨 생활속에서 삶의 기쁨을 알지 못하는 현대인들에 꿈을 일깨워주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쓰레기통에서 사는 두 남자. 이들은 세상에서 상처받은 자들이지만 희망을 기다리고, 찾아나서는 용기를 가졌다. 반복되는 삶에 지친 어느날, 희망을 찾아 우주까지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찾아헤매던 희망은 보이지 않고 어두운 현실의 그림자만 따라다닌다. 쓰레기통으로 돌아온 두남자. 한명은 쓰레기통안에 안주하기를, 다른 한명은 다시 꿈을 찾아 떠나려한다.이 작품은 쓰레기통이라는 오브제를 이용해 관객들에 웃음과 울음을 안긴다. 마임과 춤 곡예 연극 등 다양한 형식의 요소를 결부해 메세지를 전한다.극단 호모루덴스 컴퍼니는 1999년 창단, 마임 그룹작업을 적극 벌이고 있는 단체다. 기존의 개인 중심적 작업에서 발전해 함께 배우고 창작하는 그룹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보다 폭넓고 다양한 마임창작활동을 통해 마임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극단 남긍호대표가 연출했으며, 남긍호 이준혁 이훈재 조상아 구선진이 출연한다.24일 오후 3시 6시 소리전당 명인홀. 063)270-7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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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수정
  • 2005.09.23 23:02

[템포-문화광장] "다양한 삶 얼굴로 담아냈죠"

이 시대의 미술가들이 걸어나왔다. 서양화가 김성민씨(39)가 동료 미술가들을 소재로 한 테라코타전 ‘두(頭)’를 30일까지 서신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2005서신갤러리 공간지원 기획 두번째 전시다. “왠 입체냐고 낯설어들 하겠지요. 그냥 화면 속 모델들을 밖으로 끄집어 냈을 뿐입니다. 근래들어 미술 분야가 세분화되고 있지만, 과거 우리 선배나 화가들은 이것 저것 다양하게 했었거든요.”인물에 대한 평면 작업을 해온 김씨가 내놓은 것은 인물 테라코타 작업. 그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테라코타는 의외일지 몰라도 틈틈이 흙을 만져온 김씨에게는 작업의 연장선이다. 그의 동료들에게도 기다려온 전시다.“몇 년 전부터 테라코타전을 염두하고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주위 선생님들이나 선후배들을 사진으로 찍어왔어요. 회화 속 주인공은 별로 안 좋아하더니 테라코타 작품을 보고는 흡족해 하는 분들도 있고, 반대로 자기 얼굴은 없다고 서운해 하는 분들도 있어요.”“그린다는 행위에서 벗어나 조물락거리는 느낌이 재밌었다”는 김씨는 거칠게 변형시킨 인물의 두상과 인체가 많이 드러나는 전신상 등 올 초부터 작업한 작품 50여점을 내놓았다.닮게 만드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대상에 충실하다 보니 사실적인 묘사가 됐다. 원로화가 박민평씨와 서양화가 유휴열 이종만 조헌 최정환, 한국화가 조병철, ‘동문액자 사장님’ 이승헌 등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테라코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독일의 판화가 케테 콜비츠와 쿠바의 사상가 체 게바라도 있다. 그는 10여년 전부터 인물만을 다루고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표정은 얼굴 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벌거벗은 몸을 그리기도 했다. “인물을 통해 내 생각이나 시대 상황을 표현하고 싶다”는 작가는 테라코타전에서도 역시 고개를 떨구거나 웅크리고 있는 슬픈 나체로 현대를 살아가는 삭막한 인생을 나타냈다. 원광대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하정웅 청년작가 초대전’ ‘청년작가상 수상기념전’ 등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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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5.09.23 23:02

[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돌팔매와 물수제비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자주 쓰고 있는 말 가운데는 그 말의 뜻에 어울리지 않게 쓰는 것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 하나가 ‘다르다’와 ‘틀리다’가 아닌가 싶다. ‘다르다’는 ‘같지 않다’는 뜻을 가진 그림씨(형용사)이고, ‘틀리다’는 ‘맞지 않다’는 뜻의 움직씨(동사)이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다르다’라고 말해야 할 때 ‘틀리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틀리다’가 움직씨니까 현재형으로 말 할 때는 ‘틀린다’고 해야 맞는데도 그림씨로 생각해서인지 ‘틀리다’로 쓰는 경우도 많다.다음에 소개하는 ‘돌팔매’와 ‘물수제비’라는 말도 자칫 혼동하기 쉬운 말이니 앞으로는 틀리지 않도록 조심할 일이다.언젠가 모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아이들이 좋아하는 ‘기인열전’에서, 일본의 ‘돌팔매 소년’이 소개된 적이 있다. 자막 소개만 보고 돌팔매를 얼마나 잘 던지기에 저러나 하고 봤더니, 주인공 소년이 잘 하는 것은 돌팔매질이 아니라 물수제비였다. 물수제비란 어렸을 때 아니면 커서도 물가에 가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보는 장난, 즉 얇고 둥근 돌을 물 위에 빗던져서 수면을 탐방탐방 스치면서 뛰어가게 하는 장난이다. ‘물수제비를 뜬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다른 말로는 북한에서 쓰이는 물찰찰이, 물종개 그리고 물팔매 같은 것들이 있지만, 어쨌든 돌팔매는 아니다.돌팔매는 무엇을 맞히려고, 돌팔매를 멀리 던지는 것이 돌팔매질이다. 그래서 팔매선은 곧 포물선과 같은 말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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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5.09.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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