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포-문화광장] 맹사들의 서예술·서예유산과의 소중한 만남
△ '우리서예유산 임서전''우리서예유산 임서전'(국립전주박물관)은 우리나라 서예유산을 법첩 삼아 그것을 임서한 작품들이다.그동안 중국의 서예를 법첩으로 공부해 왔다면, 우리 조상들의 서예유산도 면밀히 검토해 보면 우수성과 독창성을 발견할 수 있다.우리 것을 법첩으로 삼는다는 것은 한국서예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고구려 광개토대왕비, 백제의 무령왕릉 지석, 신라의 봉평비와 추사 김정희, 창암 이삼만 등 중국 서예가를 능가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골랐다. 우리 서예의 독창성을 찾아 우리 서예유산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드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명사들의 글씨는 어떨까 '명사서예전'예로부터 선비들은 글씨를 쓰며 수양을 해왔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 명사들의 서예술은 어떨까. 김명곤 국립극장장, 김영광 안중근의사숭모회장, 체육인 김영준씨, 김지하 시인, 김택곤 전주방송 사장, 마광수 연세대 교수, 이광철 국회의원, 안숙선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이용숙 전주교대 총장, 이해인 수녀, 최규호 전북도교육감, 최승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 한병태 전북도의원, 황병근 전북예총 회장 등이 자신의 좌우명, 가훈, 좋아하는 글귀를 붓글씨로 썼다.△ 서예도 즐길 수 있다. '부대행사'와 '특별이벤트'"서예가 어렵다고? 지겹다고?"소리전당에서 열리는 부대행사와 특별이벤트에 참여해 보자. 서예와 컴퓨터 게임이 만나는 '영상서예', 컴퓨터용 한글 폰트 시안을 제작해 컴퓨터 문자의 예술화를 추구하는 '한국서예의 새로운 글꼴전', 40m 종이에 서예가 2005명의 작품을 담은 '만남 2005', 묵향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체험, 나도 서예가', 유명서예 작품을 탁본해 보는 '탁본체험', 유명서예가들과 대화하며 서예의 매듭을 풀어보는 '작가와의 만남'(10월 15일, 22일 예정), 초대작가가 관람객에게 가훈을 써주는 '가훈 써주기'(매주 일요일 오후)도 마련됐다.특별이벤트는 비엔날레를 더욱 즐겁게 만든다. 남서울대 유리조형학과 교수와 재학생들이 내려와 '서예술을 이용한 유리공예 시연 및 체험'(매주 토요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을 진행한다. 공짜로 유리공예의 아름다움에 빠질 수 있는 기회. 자신이 만든 작품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관람객을 위한 경품도 있다. 한 주 동안 모인 경품응모권을 매주 일요일 오후 5시 추첨, 2명에게 유명서예가 작품을 선물한다.최승범 조직위원장 "동양예술의 극치 서예술 함께 나누어 가고 싶다"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5회를 맞으면서 전북은 자연스레 세계 서예의 중심지가 되었다. 묵의 자리를 돋보이게 하는 동양화의 여백과도 같은 사람. 서예비엔날레를 만들어온 최승범 조직위원장(74·전북대 명예교수)이다. 세계 어디에도 없었던 서예비엔날레를 작은 도시에서 자리잡게 한 그는 “전북 서단의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창암 이삼만으로 시작해 강암 송성용과 석전 황욱으로 이어지는 전북 서단의 뿌리는 이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와 함께 뻗어나가고 있다. “나 부터도 그렇지만 사회전체가 여유가 없어요. 마음의 여유, 정신적인 여유를 누려야 하는데 우선 눈 앞에 드러나는 것만을 쫓고 있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먹을 갈고 붓을 드는 것은 깊이 생각하고 여유를 가지는 일이다. 최승범 조직위원장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통해 동양예술의 극치인 서예술을 나누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만남은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만남에는 ‘선연’(善緣)도 있고 ‘악연’(惡緣)도 있지만, 착하고 나쁜 것이 다 나의 스승이라고 생각하고 만남으로서 자기 성장을 꾀하는 것이지요.”최위원장은 “모든 예술은 만나게 돼있다”며 “만남은 재밌는 주제”라는 말로 올해 서예비엔날레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올해 주제는 ‘만남’. ‘시서화 삼절’(詩書畵三絶)이라는 말 그대로 시인과 서예가, 화가가 만난다. 젊은층의 신진작가와 연륜이 있는 원로작가가 만나고,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또 자연과 사람이 만난다. 그는 “눈으로 감상하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올해 비엔날레를 열면서 최위원장이 간곡하게 바라는 것이 또하나 있다면 빛을 잃어가고 있는 전주한지에 대한 관심이다. 좋은 닥나무가 나기도 했지만, 예부터 서예와 그림, 책이 발달해 종이의 수혜자들이 많았던 땅. 그는 “종이 없이는 서예가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지 한 장 뜨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듭니까. 그래도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서예가들 아닌가 싶어요.”최위원장은 “우리 힘이 얼마나 미칠 수 있을 지 몰라도 서예비엔날레를 통해 전주한지를 위해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서예비엔날레가 틀을 잡아가면서 내실을 기해간다고 생각합니다. 전주 시내만 돌아봐도 예전에 비해 간판들 서체부터가 많이 달라졌어요. 서예비엔날레가 차츰차츰 영향을 미친 것 아닐까요?”그가 서예비엔날레가 지방문화축제로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비엔날레에 참여했던 해외 작가들의 반응 덕분이다. 지난 비엔날레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나카무라 운류와 참여작가 모모세 타이부가 전일본서도연맹 회보에 서예비엔날레의 세계적 규모와 한글 서예의 아름다움을 극찬해 놨기 때문이다. 서예비엔날레 열리는 도시에서 전용관을 찾는 외래객들에게서 관심도 느낄 수 있다. “기획하는 사람이 어느 것 하나 꼽기가 그렇지요. 보는 분들이 이야기 해 주면 더 열나서 그 방면으로 어떻게든 키워가려고 노력해야지요. 많이 보고 많이 이야기 해주십시요.”전북 서예의 전통으로 보거나 현재 활동하고 있는 서예가들만 보더라도 서예비엔날레의 미래는 밝다. 지금까지가 토대를 다지는 과정이었다면, 조직위와 사무국 사람들의 열정 뿐만 아니라 전체 서예인들의 마음과 지역민들의 애정으로 이제는 일어서야 할 때다. 그가 문자향(文字香) 흘러넘치는 곳으로 초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