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 전북, ICA 한국총회를 준비하자
2011년 10월 스페인에서는 아주 의미있는 행사가 있었다. 세계기록문화에 관한 세계기록관리협의회(ICA, International Congress on Archi ves) 가 톨레도에서 개최되었는데, 바로 이 총회에서 2016년에 열리게 될 제18차 총회 개최지로 한국이 선정되었다. 본선에 오른 최종 경쟁자는 현존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과 외규장각 도서를 가져간 프랑스였으니, 이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조직인 국제기록관리협의회(ICA, Internatio nal Council on Archives)는 1950년 발족되었고, 전 세계 195개 국가에서 1,500여 회원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기록관리 분야 최대 국제기구이다. 세계기록관리총회는 올림픽과 같이 매 4년마다 열리며, 기록관리 관련 국가기관은 물론 전문 학회·협회, 단체 및 개인 전문가 등이 참석한다. 현재 계획으로는 2016년 9월 중 1주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한다. 2016년 총회를 통해 조선왕조실록, 직지심경, 훈민정음 등 한국의 우수한 기록문화 전통을 전 세계에 알리고, 전자기록관리 등 IT 분야의 강점을 집중 부각한다면 유관산업의 육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총회행사에는 195개국 3,000여명에 달하는 기록 관련 인사의 참석으로 숙박, 음식업, 관광 등 경제적 측면에서도 그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읍에서 지킨 조선왕조실록‘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다’는 말처럼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는 일은 사건 생산과도 맞먹는 작업이며 후세에 남겨야 하는 책무가 있는 만큼 중요하다. 기록을 보존하는 일 또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우리 고장 정읍에는 역사 기록물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했던 선조들의 유명한 기록 관리의 역사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소멸될 뻔한 위기에 처한 〈조선왕조실록〉을 몸소 지켜낸 선비들의 이야기는 지역민들에게 자긍심을 갖게 하는 정신적 자산이 되었다. 그간 정읍은 칠보출신의 안의와 손홍록이 중심이 된 ‘조선왕조실록지키기’의 역사는 기념관건립 등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행사나 문화기념사업에 관한 성과는 아직 미흡하다. 역사 드라마의 소재로 충분할 만큼 다이나믹한 그들의 행보는 내장산의 단풍에 가려 아직도 조용하기만 하다. 어느 여행전문가는 전북지역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 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역사는 바로 “민초들이 자진해서 당시 가장 중요한 역사책인 조선왕조실록을 지킨 역사”라고 주장했었다. 필자도 여기에 ‘소중한 것을 지킬 줄 아는 전북인의 상징’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왜냐하면 제 몸 하나 간수하기도 어려운 전쟁 중에 정읍의 선조들만큼은 후손들을 위해 기록을 지키려했고 이런 역사는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근대 이전의 세계사 속에서의 기록은 그 시대 지배층의 역사로 인식될 뿐이었지, 후손들에게 넘겨줘야 할 소중한 가치로 인식되지 않았다. 더욱이 민초들이 자진해서 벌인 사료 보호 활동은 세계기록관리의 역사를 훑어봐도 찾아보기 힘든 예일 것이다. 그럼 이러한 소중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역의 후손으로서 할 일은 그 가치에 어울리는 기념을 찾아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전주사고~내장산~묘향산‘기록관리인의 길’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역사적 사실을 기리는 행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의 규모나 초청자가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선조들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는 경건한 예를 갖추고, 당시 선조들의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하면서 걷는 답사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 선조들이 걸었을 그 길, 애국애족의 한결같은 마음으로 오르고 내렸을 등성이들을 따라 걷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왕조실록은 전주 사고에서 출발하여 정읍 내장산 그리고 아산, 황해도 해주 그리고 강화도와 평안도 영변 묘향산 보현사에 이르게 된다. 즉 당시의 안의와 손홍록의 길을 답사코스로 개발하여 학생들과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 걷는다면 ‘조선왕조실록로드’가 되는 것이다. 물론 북한지역의 답사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민족의 역사문화의식 함양’을 취지로 북한의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할 북한지역의 답사를 요청한다면, 그 자체로 큰 이슈가 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의외의 대북협력의 성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코스를 2016년 세계기록관리총회의 주요한 행사의 하나로 건의해서 ‘기록관리인의 길’이라 명명, ‘소중한 역사를 지킬 줄 아는 한국인의 정신’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소중한 역사를 기리는 상을 만들어야 한다. 기록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 학자나, 기록관리 수준을 증진시킨 전문가에게 주는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안의 손홍록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문맹률을 줄이는 데에 노력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유네스코의 세종대왕상처럼 기록관리에 관한 최고의 상을 수여하자는 것이다. 이는 2016년 이전이라도 정읍에서 시작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총회 때는 수상타이틀이 바뀌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북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 한옥마을이다. 하지만 최근 상업화되어 전통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지적이 많다. 갈수록 전북을 대표할만한 콘텐츠의 개발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렇다. 한옥마을이 단순히 한옥과 전통의 지역이 아니라 바로 세계적인 기록문화의 콘텐츠가 있다는 것을 정읍에서 신선한 새 싹을 틔워 보내주자. △정읍-전주-전북도 사업단 꾸려야지금부터 준비하면 올해는 한옥마을의 전주사고를 시작으로 6월 22일 정읍 내장산에 조선왕조실록이 도착한 것을 기념하는 작은 답사행사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킬 줄 아는 사람들, 전북인’을 상징하는 행사를 정읍에서 전주와 함께 치른다면 가장 한국적인 지역 전북을 상징하는, 가장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기념행사는 바로 2016년 세계기록관리총회에 정읍의 스토리가 반영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러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사업의 추진주체이다. 정읍시는 완판본의 고장 전주시 그리고 도와 협력하여 또 하나의 한류인 한국의 기록문화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특별한 사업단을 빨리 꾸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