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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진 좋다…어? 그림이네' 최석우 나무 그림전

그림일까 사진일까. 신기해서 그림 가까이 다가가고, 손가락도 들이대 보게 된다. 그의 극사실화는 관객을 정말 속인다. 하지만 그의 나무 그림이 본래 나무와 똑같은 건 아니다. '최석우표 나무 그림'이 되었을 뿐이다. 전주 아카갤러리(대표 박지혜)의 전속 작가인 서양화가 최석우(43)의 나무 그림전이 선보이고 있다. 작가의 오랜 주제는 '생명'. 실물을 사진처럼 똑같이 그리는 극사실화를 정밀하게 재현 중이다. "자연을 인간을 위해 희생되어야 할 재물로 여기는 서양의 파괴적 미학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황폐함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신이 인간을 구원해주리라 하는 천박한 의식에서 한 발짝도 더 못 나가고 있어요."그에게 "생명은 우주의 순환 속에서 빚어진 정화". 자유롭진 못하더라도 하늘과 땅과 소통하면서 생명의 모습을 완성시키는 나무가 생명의 이미지에 적합하다고 봤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불규칙적인 무늬와 세밀한 질감 때문에 실제 나무를 들여다 놓은 것 같다. 제멋대로 뻗은 나뭇가지에 붙은 수많은 작은 나뭇잎 하나하나의 움직임까지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봄을 맞아 싱그러움을 머금고 막 솟아난 어린 나뭇잎들이 아직은 쌀쌀한 바람을 맞아 파르르 떨기도 하고, 지난 여름 뜨거운 태양과 맞서느라 지친 나무의 어두운 표정이 음영으로 드리워졌다. 이번 전시에선 조각가 국경오씨가 돌이 아닌 나무의 따뜻한 질감을 살려 양각과 음각으로 새긴 새로운 작품'관계'도 만나볼 수 있다. 익산 출생인 최씨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서양화가 최석우 나무 그림전 = 11월5일까지 전주 아카갤러리.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9 23:02

16. 남원 출토 사리기 - 연꽃 모양 독특한 조형미 뽐내

사리기(舍利器)는 사리(舍利)를 모시기 위한 장치이며, 주로 탑에 봉안되었다. 사리는 원래 석가모니의 유골을 일컫는 말인데, 석가모니 열반 후 이루어진 다비에서 수습된 사리는 처음에는 여덟 개의 탑에 봉안하였다가 이후 8만 4천 탑에 나누어 넣었으며, 불교의 확산과 더불어 중국을 거쳐 우리 땅에도 전해졌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사리가 모두 석가모니의 유골, 즉 진신사리(眞身舍利)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황룡사 목탑태화사 탑통도사 금강계단 등 극히 일부에만 진신사리가 봉안되었다고 한다. 희귀한 진신사리를 대신하여 법신사리(法身舍利)를 주로 봉안하였는데, 불상과 불경 같은 것은 물론이고 금은수정마노 같은 보석 등도 법신사리의 한 종류이다.이처럼 귀한 사리는 3중, 4중으로 장엄하였다. 사리는 수정이나 유리용기에 담았으며, 이는 다시 금이나 은으로 만든 사리내함에 넣었다. 이 사리내함은 다시 금동으로 만든 외함에 넣어 탑에 봉안하는 것이 통례였다. 국립전주박물관에는 매우 특이한 사리기가 있다. 이 사리기는 비록 금이나 은으로 만든 내함은 없지만, 다른 사리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조형미를 뽐낸다. 연꽃에서 가지가 뻗어 다시 활짝 핀 연꽃으로 구성된 대좌 위에 4과의 사리를 봉안한 사리병을 올려놓고, 그 위에 사모집 형태의 뚜껑을 덮었는데, 측면에는 넝쿨무늬와 보살상을 투각하였다. 아울러 연꽃에서 뻗은 4개의 작은 연꽃 위에 불법을 수호하는 존재인 사천왕이 올려져 있다. 투각된 사리외함의 뚜껑이 불국사 석가탑 사리기와 유사한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통일신라 8세기~9세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여겨진다.연꽃 위에 사리를 올려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진흙 속에서도 청초한 꽃을 피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연꽃. 이 연꽃을 불교에서는 근원적인 가르침으로 여겼으며, 이 꽃을 통해 극락세계에 태어난다고 믿었다. 아울러 진리의 부처, 비로자나불이 머무는 세계를 연화장 세계라고 불렀다. 부처 그 자체를 의미하는 사리를 가장 청정하게 봉안하고자 한 의지가 담겼을 것으로 여겨진다.이 사리기가 국립박물관에 오게 된 기록을 살펴보면, 1971년 7월 30일 최모씨에게서 압수하였다는 기록이 눈에 띈다. 아마도 최모씨가 불법적으로 입수하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언제 어디에서 입수한 것이 소상히 밝혀졌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남원 어느 절터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만 전한다. 현재 남아 있는 남원지역의 통일신라시대 석탑은 실상사 삼층석탑 2기와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이다. 이 사리기는 두 탑에서 나온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통일신라시대 사찰이 남원에 있었던 것일까. 진정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 문화일반
  • 기고
  • 2012.10.19 23:02

사랑의 기억과 망각…슬퍼서 아름다운 몸짓

"감수성이 다 말라버린 것 같아요."지난 16일 더 마른 얼굴로 나타난 현대무용가 강명선(43)씨는 "이번 공연이 부쩍 힘들었다"고 투덜댔다. 남자 무용수가 돌연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막판에 남자 무용수를 교체시키느라 힘을 뺐고, 결혼 이후 심심해진 마음에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아서였다. 무대를 준비할 때마다 펑펑 눈물을 쏟으며 한참을 앓아야 했던 그로서는 이런 상황이 낯설기만 했다. "예술가는 철이 들면 안되는데, 결혼한 뒤 그걸 알아버린 것 같다"는 행복한 하소연이 이어졌다. 결혼이 안겨준 선물도 있었다. 사랑을 주제로 작품을 올려오던 그가 적당한 부제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을 무렵 남편 이태호씨가 '레테의 강'을 제안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망각의 강'은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경계의 강. 죽음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두 남녀가 저승의 강을 건너면서 마신 강물로 인해 전생의 기억을 다 잊게 되는 '사랑아! 레테의 강'은 느릿느릿 처연한 춤 속에서 폭발하는 사랑의 몸짓을 찾았다. 어떤 사랑은 슬픔비탄집착질투가 동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미디어아티스트 탁영환 정상용의 영상이 완성도를 높인다.강명선 현대무용단 단원인 고현정 송주은 이윤희 강소영 김신주 국민희 엄소라 노우리씨와 안영준(PDPC 대표) 박시한(Dance Company 정단원) 정수동(아지드 현대무용단 정단원) 최낙원(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씨가 호흡을 맞춘 이들의 사랑의 드라마는 일직선으로 돌진해온다.강씨는 "이번 무대를 기점으로 지옥의 강 시리즈를 계속해볼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기쁨과 슬픔을 표현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러나 가슴을 젖게 하는 강명선 현대무용단의 몸짓은 슬퍼서 특히 더 아름답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강명선 현대무용단 '사랑아! 레테의 강' = 24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문의 063)275-6865. cafe.daum.net/ badawanabi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9 23:02

山民 50년 서예세계를 만나다

산민(山民) 이용(64)은 현재 전북을 대표하는 서예가다. '산민체'로 이야기될 만큼 그만의 독특할 필체로 치열한 창작 활동을 해온 그가 15회째 개인을 연다(19일부터 25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50여년간 다져온 작가의 응축된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산민은 한국현대서예협회 이사장으로서 초기 한국서예의 기틀을 다지는 데 주춧돌 역할을 했고, 세계서예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아 세계 미술계에 한국서예의 위상을 알렸다.특히 금문(金文) 서예(청동기에 새긴 명문)의 장중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펼쳐내 금문서예의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용진 월간 서예문인화 편집장은 "산민의 작품에는 균형미형태미가 있고, 동감(動感)이 있다. 기맥이 통하고, 시와 문장 속에 가춰진 운율이 끊어짐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고 보았다. 그래서 금문의 특징이 모필의 특성과 융합하면서 독특한 '산민 금문체'로 정착된다는 것이다.산민 서예의 또다른 특징으로 꼽히는 게 필획의 세련미다. 글자간의 호응과 면밀하게 이어지는 연결성의 품격을 현대적 감각과 정제된 필획으로 구사한다. 이와 함께 고전에 대한 깊은 조예가 산민의 문자에서 향(문자향)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이 편집장의 평가다.'하지 않으면 어찌 이루겠는가'는 부제를 단 이번 전시회에 노자도덕경금문10곡병, 금강경금문10곡병, 금강산시, 노산 이은상 조국강산, 퇴계 이황 성학십도 등 총 3만자에 이르는 60여점을 대작들이 출품됐다.△산민 이용 개인전=19일부터 25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제1전시실, 개막식 19일 오후 5시.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0.19 23:02

달빛에 고하는 구원의 마음 담아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 다 꿈이로다."작고한 박경리 선생 묘소 앞에서 통영 앞바다를 바라보며 수필가 최화경(55)씨는 남도의 '흥타령'을 불렀다. '토지' 초판이 나왔을 때 문학에 대한 열망과 절망이 가장 컸던 그였기에 선생이 눈물 나게 그리웠다. 폐암과 투병하면서도 끝내 담배를 끊지 못한 선생을 위해 담배 한 대를 바치고 휘적휘적 산을 내려왔다. 작가에겐 저마다의 힘겨운 매듭을 풀기 위한 처연한 매혹이 있다. 4년 만에 두 번째 수필집 '달을 마시다'(수필과 비평사)를 내놓은 그는 팔순을 맞은 친정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지난달 지인들과 찾은 변산 바람꽃 펜션. 소주 한 잔만 마셔도 불콰해지던 그가 창가에 놓인 하얀 욕조에 몸을 담그는 순간 품에 떨어져 안기는듯한 달을 봤다.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마신 듯한 취기가 올라왔다. 표제작'달을 마시다'는 그렇게 나왔다. 문학평론가 유안근씨는 달빛을 구원으로 여기는 작가의 성향을 볼 때 다분히 불교적이라고 적었다. '마곡사의 판타지'와 '마곡사 엘레지' 역시 삼라만상을 탐색해 문학적 방황을 끝낸 마음자리를 찾고자 하는 글쓰기의 연장선. 그의 작품은 도망가는 고요를 불러 세우고, 저 멀리 있던 서정을 품는다. 지나치게 종교나 사회로 빠지는 대신 예술장르로서 수필의 독립성을 지키려 노력한 면모에 대해 유씨는 수필계의 새로운 스타일리스트 같다고도 했다.출판 기념회 및 어머니 박순자 여사 팔순 기념식은 27일 오후 5시 전주 관광호텔 1층 백합실. 전주 출생인 최씨는 2003년 '좋은문학'으로 문단에 나와 수필집 '음악없이 춤추기'를 펴냈으며, '한국의 수필가상'(2005),'수필 문학상'(2010)을 수상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9 23:02

한식 본고장 어머니 손맛 깃든 잔칫상 풍성

전북 사람들은 특별한 '밥심'(心)으로 살아간다. 이는 어머니 손맛이 깃든 밥상이다. 18일 개막하는 '2012 한국음식관광축제'와 '2012 전주비빔밥축제'는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축제로 만나는, 전북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 여기에 직접 빚은 술까지 한 잔 곁들여지면, 천국이 따로 없다. 안팎에서 신(新) 한류 로드의 새로운 돌파구로 전북의 음식에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음식관광축제 기획추진단(단장 문윤걸)이 '한국의 맛'에 역사·문화사를 입힌 '코리안 푸드멘터리'로 한국음식관광축제 문을 연다. 18일 개막해 22일까지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이어지는 축제는 시대별 밥상 변화를 엿보는 '한국인의 밥상', 반세기 넘게 불끈 쥔 주먹 하나로 가업의 맥을 이어온 '대를 잇는 맛집', 인기 배우들이 이어가는 깜짝 푸드쇼 '맛의 비밀을 찾아서' 등이 어우러진다. 'B급 음식'의 반란, 길거리 주전부리도 관광객들을 맞는다. 호떡·떡볶이·강정·꿀타래 달인들이 벌이는 '생활의 달인열전'이나 세계의 거리 음식에 전북의 재료를 입힌 '세계를 요리한 K 드레싱'은 어느 세대에게나 두루 사랑 받는 추억의 맛. 어머니 손맛의 뿌리가 되는 장맛의 기원을 더듬는 '2012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는 관련 업체들로부터 장사가 잘 된다고 입소문이 난 덕분에 전국의 장류·김치류·유제품류·건강식품류 등이 모아진다. 전주비빔밥축제 기획연출단(단장 정성엽)은 '2012 전주비빔밥축제'로 전주 한옥마을 일대를 푸지게 비빈다.전주의 맛·멋이 응축된 비빔밥을 소재로 공연·경연·체험까지 다채롭게 꾸려지는 비빔밥 축제는 조리장선발경연대회'나는 쉐프다'(18·20일 오후 3시 공예품전시관)가 하이라이트. 놋그릇에 푸짐한 나물이 얹어진 전통 비빔밥만을 보아온 관광객들에게는 비빔밥축제는 색다른 문화 충격으로 다가온다. 입맛·취향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변신하는 '비빔밥 롤','다시마 비빔밥' 등은 비빔밥의 세계화를 위한 포석.술 한 잔만 마시면 얼굴이 홍당무가 되곤 해 사회생활 하는데 고충이 있었던 이들이라면, '2012 만추만취 한옥마을 술축제'를 챙겨보자. 전주 전통술박물관(관장 박소영 )이 직접 빚은 전국의 술 명인을 뽑는 '2012 국선생 선발대회'(19~20일)를 열고 전주의 명품 막걸리·모주 술독을 풀어 시민들과 나눈다. 전주 동문거리 일대에서 열리는 전통술교육관에서는 가양주 전문가반 수강생들이 직접 빚은 품평회까지 곁들여져 잘 나간다는 와인바도 부럽지 않을 듯.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8 23:02

쌀과 인류문명 다양한 시각서 조명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전북지회(지회장 진창윤)가'2012 아시아 그리고 쌀展'을 연다(20일부터 25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 2, 3층). '2012 아시아 그리고 쌀展'은 2008년부터 국내 작가와 아시아 지역 작가들의 쌀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바라보는 전시를 진행해왔다. 올 전시회에는 65명의 국내 작가와 3명의 아시아 작가(일본, 중국)들이 참여한다.진창윤 회장은 "인류의 삶과 죽음 그리고 평화인 동시에 문화의 총화며 예술의 뿌리인 쌀을 통해 이 시대 우리 자신의 얼굴을 볼 것이다"며, 오늘의 인류 문명과 쌀의 문제를 어떻게 교감해나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참여작가=고보연, 공기평. 김두성, 김미경, 김서경, 김영중, 김운성, 김원, 김윤기, 김윤숙, 김종도, 김종명, 김준기, 김천일, 김충호, 김태순, 나종희, 박대용, 박야일, 박영균, 박은주, 박은태, 박장근, 박진화, 박홍규, 박흥식, 배인석, 서고은, 서수경, 서희화, 송효섭, 안광준, 양미랑, 양성모, 위종만, 윤길현, 윤철규, 이구영, 이근수, 이기홍, 이말다, 이보미, 이보영, 이봉금, 이안수, 이인, 이종희, 이준규, 이홍규, 임승한, 장근범, 장우석, 장지은, 전미영, 전정권, 정세학, 정하영, 조헌, 진창윤, 천호석, 최춘근, 탁영호, 한숙, 황유진, 조신호, 문문(중국), 야마모토 유코(일본), 헌캐(중국)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0.18 23:02

버려진 책이 열어준 새로운 길

2년 전까지만 해도 서양화가 이정웅(46전주대 객원 교수)씨는 고심이 많았다. 중견 작가로 수많은 작품을 내놨으나, 스스로 만족을 못했다. 열심히 해도 주목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휩싸일 무렵 버려진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의 운명이 그것 같았기 때문이다. 꼬박 1년 간 작업실에서 두문불출했다. 제각기 다른 책의 단면을 잘라내고 긁어내 색을 입혔을 때 피어난 다양한 표정이 보였다. "아, 이거구나." 오랫동안 지켜봤던 문인화화조화를 접목시켰다. 책의 단면을 붙여 종이죽으로 채운 뒤 아크릴핸디코트를 섞어 덧칠하거나 색모래접착제 등을 혼합했다. 그의 작업을 지켜본 박영택씨는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상, 화면을 손으로 더듬고 싶은 입체감 있는 화면 등에 큰 점수를 줬다. 오랜 스승인 서양화가 유휴열씨가 좌도 농악의 질펀한 가락에 심취해 '생 - 놀이'로 한국적 미의식에 천착해왔다면, 그가 내놓은 '영원한 생명의 詩'는 가로 세로로 책의 단면을 엇갈려 붙여 나무풀꽃 등으로 환생시킨 한국적 생명력에 주목했다. 그는 책의 결을 깎아내 새기는 일련의 작업이 "마치 사군자를 치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 결과 각종 아트페어, 개인전에서 그의 작품을 사가는 컬렉터들이 늘어갔다. 엇박자처럼 책의 잔해들을 붙여낸 '영원한 생명의 詩 - 산'은 지난 겨울 정읍 내장산 설경을 담아낸 100호 짜리 큰 작품. 총 27점 중 산을 소재로 한 작품만 일곱 점이 된다. 그는 "나의 작업이 화조화에서 산수화로 옮겨지는 과정"이라고 했다. 올해 가을에만 벌써 네 번째 전시. 빡빡한 '마라톤 일정' 속에서도 성과를 제대로 정리하고픈 작가적 욕심이 엿보인다. 인기 작가로 거듭난 비결에 대해 그러나 작가는 "오랜 시간 묵묵히 뒷바라지한 아내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 이정웅 개인전'영원한 생명의 詩' = 18~24일 전주우진문화공간 전시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8 23:02

전주비빔밥축제 기획홍보 임갑정씨 "축제 주인은 주민…대중화 승부수"

'2012 전주비빔밥 축제'(18~21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기획홍보를 맡는 임갑정(43)씨가 등장할 때면 늘 시끌벅적하다. 사람들을 우르르 몰고 온다는 인상을 받는다. 혼자 등장할 때도 마찬가지. 알고 보니 지역 극단을 안 거친 데가 없는 연극배우 출신이다. 1989년 서울에서 대학 다닐 때 꽂힌 풍물 소리에 무작정 극단에 들어가서 버틴 게 10년. 자연스레 양반에 항거해 민초의 응어리를 거침없이 토해냈던 마당극 전문이 됐다. 연극이 좋아 죽어도 배우들이 밥벌이를 위해 기웃거렸던 곳이 축제다. 배우들이 지역 축제로 대거 흡수될 때 그는 (사)풍남문화법인으로 눈을 돌렸다. 2003년부터 풍남제, 단오제, 천년의 맛 잔치 등을 지켜보면서 잔뼈가 굵은 그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비빔밥축제를 홍보하는 얼굴이 됐다. "연극에서는 배우가 무대 주인공이잖아요. 그런데 축제는 달라요. 오신 분들이 축제의 주인공이고, 저는 방문객들이 잘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조연인 거죠. 축제 프로그램과 관객들을 잘 버무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비비기 기술'이 진짜 필요한 일입니다." 프로그램을 다 꿰고 있다고 해도, 방문객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것은 참 어려운 숙제. 지난해 적은 예산에서도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며 성공적으로 축제를 치러낸 비빔밥 축제는 '관광 명소 1번지'로 꼽힌 한옥마을의 덕을 톡톡히 본 감도 있으나,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다각도 홍보 전략이 주효했다. 더욱이 올해는 축제를 진두지휘하는 정성엽 사무국장과 음식업외식업 단체, 구청주민자치센터 등을 누비며 비빔밥 축제를 홍보하는데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었다. 여기에 매년 새롭게 시도하는 프로그램 역시 인산인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 이유. 특히 전주시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선정되면서 전주비빔밥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져 관련 홍보관 설치와 음식 전문가 초청도 빼놓을 수 없었다. "지난해 대박을 터뜨렸던 제2회 조리장원 선발대회'나는 쉐프다'는 비빔밥 도시락비빔밥 판매 단체 경연을 신설해 비빔밥의 진화를 엿볼 수 있도록 했어요. 4000인 분 비빔밥 시식 나눔 행사는 33개동 시민 6000여 명이 참여하는 '우리 동네 맛자랑 비빔 퍼포먼스'로 확장시켰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요. 제 애간장이 녹을수록 관람객들은 더 즐거워질 거란 기대로 일하고 있습니다."이런 마음가짐 때문일까. 이곳저곳에서 비빔밥 축제 참여 신청이 쇄도했다. 올해 신설된 어린이 비빔밥 레시피를 활용한 퍼포먼스는 일찍부터 동이 났을 정도. 그는 "도내 유치원에서 추가 신청을 묻는 문의가 빗발쳐 한동안 전화통에 불이 났다"고 했다. 여기에 지역 문화단체가 전주 비빕밥을 소재로 풀어낸 기획 공연을 비롯해 소리문화관의 '해 같은 마패를 달 같이 들어 메고', 전통문화관의 다문화 합동결혼식, 삼도헌의 대청음악회 등으로 지역과 하나되는 축제가 되기 위한 시도도 돋보인다. "나름대로 전주 비빔밥의 대중화를 위한 다각도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신경 쓴 만큼 좋은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그런 긴장감이 오히려 큰 보답으로 돌아올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저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빔밥 축제를 잘 치르기 위해 힘쓰시는 분들을 위해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18 23:02

군산 세계철새축제 11월 21일 개막

국내 대표적인 자연생태 축제로 자리매김한 '군산 세계철새축제'가 11월 21일 개막해 닷새간의 여정에 들어간다.올해 축제는 지난 8월 발생한 엄청난 폭우피해를 고려해 경비성 예산을 최대한 절감했기 때문에 축제 규모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축제 추진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2012 철새 축제 홍보 포스터와 주제'를 확정하는 등 축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이번 축제는 11월 2125일 성산면 금강철새조망대와 생태습지공원에서 열린다.올해로 9번째인 축제는 철새탐조와 생태관찰 중심으로 치러진다.추진위는 이벤트나 공연 위주의 관광축제를 지양하고 금강유역의 훌륭한 생태자원을 최대한 활용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행사의 주요 콘셉트도 '생태체험을 통한 힐링 축제'. 도시인들이 잠시 짬을 내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마련할 계획이다. 소음이 큰 무대공연이나 주민 동원행사를 배제하는 대신 60여개의 생태체험과 참여행사로 구성했다.이번 축제에는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맘껏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에 신경을 썼다. 1박2일 가족 생태캠프, 철새동물 먹이주기 체험 등이 대표 프로그램이다.21만㎡ 규모로 새롭게 조성된 생태습지공원에서도 조류 뿐만 아니라 곤충, 식물, 어류 등 다양한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군산시의 한 관계자는 "축제 예산을 줄여 지난 8월 폭우로 피해를 본 주민을 돕는데 보탤 계획"이라면서 "하지만 프로그램을 짜임새 있고 알차게 준비하는 만큼 역대 축제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12.10.17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