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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한 섬진강 기슭/아버지의 뼛가루를/바쁜 물살에 뿌려 날린 뒤/소년은/노고단 쪽을 바라보았다//노고단은 구름 속//이제 열네살 준호는/어디에서도/아버지 없이 사흘 굶어 살아갈 것이다/바람은 앞에서 불어올 것이다//소년의 얼굴은 아버지의 얼굴을 빼다 박았다//빨갱이 새끼/빨갱이 새끼/그 이름이 평생 따라붙을 것이다'(만인보 16권 중 '소년 준호' 전문) 1950년 한민족을 갈라놓은 이념의 전쟁이후, '빨갱이 새끼'라는 원치 않는 이름을 얻은 것이 어디 준호 그 한사람이겠는가. 고은 시인(71)이 '만인보'(萬人普·창비 펴냄) 16권부터 20권까지 5권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1986년 첫 권을 낸 '만인보'는 1997년까지 15권을 펴낸 연작시집. 7년만의 노작(勞作)이다. "저는 전후 세대로서 살아 남았고, 죽은 자들을 가슴에 품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1950년대 전후를 산 행리(行履)에서 인간상을 얻어왔습니다” '사람과 사람들'이라는 부제로 묶인 이번 다섯 권의 '만인보'는 식민지시대에서 해방공간을 거쳐 한국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7백19편의 시에 담긴 절망 이후의 연대기. 삶과 맞닥뜨린 죽음의 상황, 전래사회가 무너진 곳에서 일어나는 상황, 실존과 폐허, 이데올로기의 습래(襲來), 민족이동과 인간의 비인간화를 몰고 온 전쟁, 그 전쟁 속의 인간적 가능성이 비극의 풍광으로 그려진다. 김일성·성혜랑·이휘소·이종찬·채병덕·신성모·이상룡·이승만·조소앙·김달삼 등 좌·우익 정치·혁명가와 선우휘·오영수·김소희·김규동·'폐허'동인·임화·이쾌대·최승희·노천명 등 예술가들, 그리고 벽지산촌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더해졌다. 이 시기가 갈등과 전쟁, 살육, 폐허로 얼룩졌던 만큼 인물들의 내력도 처절하기 짝이 없다. '군용트럭에 탄 인부들/산산조각으로 솟아올랐다/솟아올라 흩어져 다 떨어졌다//자욱이 먼지 내려앉았다//한 아낙이 처박힌 머리 들고 일어섰다/왼쪽 팔이 남아 있다/어서 피 멎어라'('그 아낙' 부분) 선배문인이 전한 슬픔과 분노에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고통스러운 역사를 되새김질하고 그에 짓밟힌 만상의 인간들을 사랑하며 껴안고 뺨 비비며 삶의 진의와 세계의 진수를 손가락으로 끄집어내고 있다”는 말을 헌사했다. 1980년 여름, 시인이 신군부 세력에 의해 내란음모 및 계엄법 위반혐의로 남한산성 밑 육군교도소 특별감방에 갇혀 있을 때 구상했던 '만인보'는 우리 근·현대사에서 시인이 직·간접적으로 만났던 인물들을 각자 한 편의 시로 형상화함으로써 '시를 통한 한국 인물현대사의 복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30년대 인물에서 시작해 70년대 민주화운동의 주역들로 내려왔다. 올 하반기에 낼 다섯 권에서는 60년대와 70년대의 못 다한 이야기를 전한 뒤, 내년에 펴낼 마지막 다섯 권은 80년대로 완결될 예정이다. 시인의 말이 실현되면 30년대부터 80년대까지 60년간의 한국사가 고스란히 시에 담기는 셈이다.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세계 각 국의 대표시인 초청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31일 미국행 항공기에 몸을 실은 시인은 이어 하버드대에서 강연하고 10일 스페인으로 건너간다. 그곳 살라망카 대학의 초청행사에 참석한 뒤 2월말 귀국할 예정이다.
'천자문(千字文)'은 이름만 널리 알려진 책이다. 명필 한석봉의 글씨로 쓴 '석봉 천자문'은 예나 지금이나 어린 학생들을 들볶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일천 개의 글자를 다 익히는 이가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소설가 박범신씨(58·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천자문'(김성동 지음·청년사 펴냄)을 읽고 있다. 변함이 없던 고전에 '하늘의 섭리 땅의 도리'란 부제를 달았고, 요즘 시대에 맞게 재해석해 새 옷을 입힌 현대식 천자문이다. 박씨는 한자를 공부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읽어야 하며, "저자가 여덟 개의 글자마다 붙여놓은 짧은 에세이를 꼭 챙겨야 한다”고 권한다. "짧은 단문들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세상사는 도리와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 일러주는 책입니다. 정치가들이라면 더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명문들이 있을 겁니다” 천자문을 다 읽지 않으면 종아리에 멍이라도 내겠다는 '훈장식 언급'은 아니었지만, 박씨의 나지막한 목소리에선 책에 대한 강한 믿음이 엿보였다. 그의 말처럼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범위와 소재는 다양하고, 친근하다. 박씨는 특히 "저자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고백한 부분들은 감동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또 책은 다양한 고서들과 내용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이미지들이 실려 있어 '한자' 하면 낯설고 고루하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먼저 들었던 독자들이 좀 더 쉽게 한자에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박씨는 현재 강원도 원주에 있는 토지문화회관에서 단편소설 '별똥별' 연작과 올해부터 일간지에 연재를 시작한 소설 '나마스테' 집필에 힘을 쏟고 있다.
역사는 기록이다. 기록되어야만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기록되고서도 역사가 되지 못한 예는 많다. 왕조와 중앙정부의 시각으로 역사가 이루어져온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더더욱이 그렇다. 주목 받지 못한 채 방치되거나 묻혀지는 옛 기록들은 의외로 많다. 당대를 살았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숱한 기록에는 정치와 경제, 문화와 삶의 역사가 숨쉰다. 전북대박물관이 2002년부터 '호남지역 고문서와 향토자료의 수집과 활용방안'을 주제로 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놓치기 아까운 기록들, 당대의 역사와 사회상에 새롭게 눈 뜨게 하는 기록들이 적지 않다. 연구 작업만 2년, 오는 7월 고문서의 목록 정리부터 해제와 번역을 거쳐 자료로 입력하는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1차 작업이 끝난다. 책임연구원인 하우봉교수(전북대박물관장)는 "이들 문서들은 지역의 독자적인 삶과 문화를 오롯이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지만 그동안 연구 자료로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해제를 통해 자료화하는 이번 작업으로 당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규명할 수 있음은 물론, 지역사 연구도 새로운 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북대 박물관의 고문서 연구팀과 함께 옛 문서가 남긴 의미와 그 가치를 소개하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매주 화요일에 연재될 '옛 문서의 향기'는 가족생활과 교육, 사회상과 경제는 물론 일상생활 등 우리 삶과 관계된 그 모든 것을 당대사람들의 기록으로 전해준다. 조선시대 여자도 호주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흥미로운가. 옛 문서의 향기, 그것은 기록이자 우리 자신의 역사다. 연재는 고문서연구팀의 하우봉책임연구원 전경목공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전임연구원인 유호석 송만오 최윤진 정성미 홍성덕 이병규씨가 맡는다.
남원·순창에서 민주당 후보로 총선에 나설 예정인 박문석 전 문화관광부차관의 출판기념회가 지난달 31일 오후 5시 남원시 향교동 자유빌딩 3층(옛 미래예식장)에서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박 전차관의 문화산업정책 평론집인 '부드러운 것이 강하다'의 출판 기념회에는 6대 종단 대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법장 큰 스님, 설악산 신흥사 회주 오현 큰 스님, 백도웅 한국기독교단체 총연합회 총무, 조정근 원불교 전 교정원장, 지명관 전KBS이사장, 박범훈 중앙대 부총장, 김우룡 외국어대 교수, 이종철 전통문화학교총장, 오홍근 전 국정홍보처장, 박준영 전 청와대대변인 등 학계 인사들과 남원, 순창지역민 등이 참여했다.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수사 문제로 당 관계자들은 이날 행사에 참석치 못했다.박 전차관은 인사말을 통해 "30여년의 풍부한 행정 경험과 전문지식을 살려 고향과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한편 이날 행사에는 지역민들이 대거 참여, 당내 경선을 앞둔 박 전 차관은 강력한 세과시를 하기도 했다.
박배엽 시인이 투병 2년 2개월만인 지난 30일 새벽 4시 영면했다. 향년 47세.경남 구미출신으로 전주고등학교를 졸업, 남민(南民)지를 통해 등단했으며 문예지에 '백두산 안가요' 등을 발표했다. 1980년대 전북민주화운동협의회·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 등 지역시민사회단체에서 전북지역 민주화를 위해 투신하기도 했다. 유족으로 미망인 차복훈씨와 아들 박하연군이 있다. 발인은 다음 달 1일 오전 10시, 효자동 승화원에서 화장한 후 김제 금산사에 위패를 모신다. 장례는 '전북작가회의장'으로 치러지며, (사)전북작가회의(회장 김용택)가 주관한다. 빈소는 전북대병원 영안실(1층 4호실 251-8229).
중견수필가 김은숙씨(54·전북문인협회 부회장)가 '지구문학'(2003 겨울호)에서 수여하는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 시인의 이력을 보탰다. 수상작은 5장으로 구성된 '고인돌'. 고인돌에 대한 사실적 묘사와 미적 감동이 한 데 어우러져 은은한 향기를 풍기며, 시의 안정감 있는 구도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1990년 '현대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데뷔한 김씨는 전북여류문학회장을 역임하고 전북문인협회·전북수필문학회·국제펜클럽·문학동인 현수회 등 지역과 중앙에서 왕성한 문단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내온 여성문인. 수필집 '그 여자의 이미지'(1995·문학관 펴냄)를 펴냈으며, 올해 두 번째 수필집을 준비중이다. 김씨는 "먼발치에서 사랑했던 시를 가까이에서 쓸 수 있게 돼 기쁘지만, 격려해 주는 손길은 여전히 부끄럽다”고 말하면서도 "온 힘을 다해 시에 대한 최상의 예의를 지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새천년민주당 남원순창 지역 경선 출마를 준비 중인 이종률 전 국회의원이 자신의 삶과 권력 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책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를 펴냈다. '이종률 박사 대권의 주변 2'를 부제로 한 이 책에서 이 전 국회의원은 자신을 '정치권 안에서 활동해본 이른바 신재야'라고 규정하고 앞으로의 정국 전개에 대한 분석과 정치 변화에 대한 의견을 솔직하게 밝혔다.이 전 국회의원은 또 책에서 "이제 지역감정을 넘어 통일 한국의 비전과 정보화, 국제화 마인드를 가진 새로운 세력이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통일시대 연구소가 펴냈다.
△ 외딴 곳 그 작은 집수필의 소재로 기피되어 온 분단의 문제, 무거운 좌우익의 이념에서 애끓는 모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진솔한 표현으로 풀어낸 양미경씨의 수필집.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망각의 강을 넘어' 연작을 비롯해 마흔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수필과비평사 펴냄 / 9천원. △ 무궁화 - 무궁화란 어떤 꽃인가?1998년 임업연구관으로 명예퇴직한 송원섭씨가 나라꽃 무궁화에 대한 총서를 출간했다. 산림청 산하 임목육종연구소에서 10여년간 무궁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3백품종에 달하는 무궁화를 일목요연하게 집대성했다. 나라꽃이 된 유래, 식물학적 특성, 재배방법, 품종설명 등 총5편으로 엮었다. 세명서관 펴냄/2만원. △ 작골 이야기전형민씨의 첫번째 소설집. '작골'과 '도라지'를 '작골 이야기'로 묶어냈다. 작가의 출생을 전후한 1920년대 말에서 1930년대 후반 진안이 배경. 당시 시골의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냈지만, 짧은 문장이 사건의 진행을 빠르게 한다. 도서출판 나라 펴냄/8천원.△ 든든이의 발칙 깜찍 일기 '아이큐는 두자리 잔머리는 세자리''든든이'는 작가 정상영씨의 또다른 이름. 올해로 열여덟이 된 '든든이'의 초등학교 6년동안의 일기다. 발렌타인데이 이야기나 포경수술 할 때 일기는 어린이다운 순수함이 묻어나지만, 몸살이 난 엄마를 묘사할 때는 어른스러움도 엿보인다. (주)강마을 펴냄/9천원
전북시인협회(회장 정희수)가 2003년 제5집 '詩의 땅'을 펴냈다. 회원들의 부지런한 시작활동으로 신작시가 두툼하게 실린 연간사화집이다.첫 장을 펴면 최승범 시인의 권두시 '日向寒蘭記'가 조용히 가슴에 와 안긴다. 작촌 조병희 선생의 '한벽당 외 4편'·백양촌이란 필명으로 잘 알려진 신근 선생의 '신생 외 4편'·김민성 선생의 '바다는 외 4편'·이세일 선생의 '구름 외 4편'등 유고시인들의 귀한 작품들을 모아 특집을 마련했다. 전북시인상 수상자 최영 시인의 작품을 통해 시인을 집중조명하고, 우리 고장 출신 김년균·문두근·민경헌·박종철·이충이·정복선씨 등 출향시인들의 작품을 한 데 묶었다. 온갖 유혹들이 난무하는 시대, 새로운 정의의 칼날을 세워 보통 사람들에게 구원을 줄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일 것이라는 정희수 회장의 권두언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문예·문학창작교육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전문적이고 밀도있는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학 장르별 특성에 따른 대응 양식이나 접근법이 고려되지 않고 현장에서 교육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표현문학회(회장 이동희)가 문예·문학창작실기 교육의 전문적이고 효율성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론화 장을 마련했다. '表現' 2003 하반기 제43호 특집 '문예창작 교육의 현황과 전망'.한양대 이상호 교수가 대학 문예·문학창작교육 현실과 바람직한 방향을 담은 논문 '대학의 시창작 교육의 실상과 전망'을 발표했다. 이교수는 "시인 배출 목표에 급급한 나머지 지나치게 창작기술을 습득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시문학의 기능이나 가치를 현대적 의미로 확장하고, 문학창작교육의 범주를 시적 상상력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로 대폭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몇몇 대학 문예창작학과에 개설된 교과목들을 분석해 사례 중심으로 현장성을 살렸다.문학평론가 노창수씨는 '사물시조의 분석 이해를 통한 생활시조 쓰기'를 통해 시조 장르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전통적 양식의 시조가 생활문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이동희 회장의 '문화교육, 시문학 교육론'은 학교교육의 입장에서 논의를 전개, 문학교육의 원론적 방법론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방법론을 시도하고 있다.문학과 미술의 조화로운 발전을 기대하는 '표현화랑'은 표지화를 장식한 서양화가 이동근씨의 '아프리카를 가다'전으로 꾸몄다. 이회장이 '객체에 투영된 원숙한 정신미'라는 글로 생생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아름다움을 읽어준다.느즈막하게 내놓은 이번 호는 회원들의 반년간의 결실이 그 어느때보다 알차다.
현대 문명사회는 '과학'의 힘으로 만들어 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하면 차가운 실험실과 하얀 가운을 입은 무표정한 과학자를 떠올린다. 그리고 과학은 딱딱하고 차가운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태평양 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는 이 책의 저자 이은희 씨는 그동안 차갑게 인식되어 온 과학에 자유롭고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입혀 부드럽게 설명해 주는 남다른 이야기꾼이다. 다음카페의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운영자로 이미 그 능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이 책을 통해 과학의 속성을 도전정신, 다양성, 아름다움, 창조성 그리고 휴머니즘으로 세분하여 들려준다. 책 속에는 수많은 과학 이야기가 우리의 고정관념과 호기심, 상상력을 자극하며 등장할 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과학의 남다른 재미를 저자만의 톡톡 튀는 언어로 예쁘게 포장하여 읽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해 준다./홍지서림 전무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 연초에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읽고 있죠. 페이지마다 침묵이라는 단어가 수도 없이 들어가지만 그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안도현 시인은 몇 일 전 막스 피카르트의 산문집 '침묵의 세계'(까치글방 펴냄)를 다시 펼쳤다. 시인의 독서습관은 '잡독'(雜讀). 닥치는 대로 읽고, 굳이 끝까지 읽으려고 고집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눈에 뜨이거나 생각이 날때 다시 읽으면 되기 때문이다. 시인마저 이런저런 소음에 시달리는, 침묵이 은폐됐거나 몰수된 소음의 대량 생산시대. 이 책은 시인의 책장에 정해진 자리가 있다. '시는 침묵에서 온다. 그리고 침묵을 동경한다. 그것은 인간처럼 하나의 침묵에서 다른 침묵에로 여행한다… 침묵은 대화자 사이에 있는 것이며 그것을 듣는 자가 침묵이며 침묵은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시와 침묵' 부분) 시인은 사물과 침묵, 사랑과 침묵, 시간과 침묵, 자연과 침묵 등 여러 주제로 침묵을 예찬하는 이 책은 읽을 수록 잊혀지지 않는 여운이 있다며 "눈 내리는 겨울밤에 읽으면 더 어울리는 깊이 있고 아름다운 책”이라고 소개한다. "침묵이란 단어 하나로 책을 가득 채우고 있어요. 침묵을 거론하면서 작가는 침묵에 대한 수다쟁이가 된 셈이지만 오히려 시적이죠. 산문집이 아니라 산문시집이라고 할까…” 침묵의 세계를 전하는 시인도 침묵의 수다쟁이가 됐다.
시(詩)의 해석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그렇다고 제멋대로 해석될 수도 없다. 시의 언어는 해석의 범위를 제한해 그 한계를 긋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오하근 교수(원광대 국어교육과)는 최근 펴낸 '한국 현대시 해석의 오류'(집문당 펴냄)를 통해 "시의 말은 다른 말과는 달리 꼭 해석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의 현대시는 유명 시인의 작품조차 해석되지 않은 것이 많고 해석이 되었다고 해도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힌 오교수는 "해설로 해석을 대신해 전체 윤곽만을 추상적으로 설명하면서 작가론이나 문학사의 예문으로 삽입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강조한다. 오교수는 '해석의 오류' 대표적인 예로 민요론과 한의 정서로 먹칠된 김소월의 시를 꼽았다. 이 책은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이거나 그 자체가 뛰어난 작품, 해석에 논란을 일으킨 작품 등을 골라 지금까지 고정화되어 있던 통설에 문제를 제기하고, 반론하고, 스스로 해답을 구한다.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정형시와 자유시의 중간형태인가, 신체시나 신시인가, 모작시나 번안시인가, 아니면 단순한 구호에 불과한가 등 구체적인 궁금증을 작가의 행적과 당시의 시대상을 살펴 시어와 시의 내포적 의미를 치밀하게 분석했다. 주요한의 '불노리', 김소월의 '초혼',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 서정주의 '꽃밭의 독백' 등 한 시대를 호령했던 작품들도 이 책을 통과하며 새로운 옷으로 말끔하게 갈아입었다. 특히 익산출신 가람 이병기 시조시인과 부안출신 신석정 시인은 고인의 삶과 철학을 정감 있는 어조로 세세하게 거론하며 쓰여졌다. 가람의 시조를 전기와 후기로 나누는 것은 편의상 시대구분이 아니라, 고인이 시를 쓰지 못했던 시기의 원인과 시대가 그의 시풍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가람은 1942년부터 1년 동안 옥고를 치르고 낙향한 뒤 농사에 전념하던 중 해방을 맞았다. 그가 시를 쓰지 못했던 5∼6년의 세월 동안 급변한 시대적인 환경은 가람의 시풍에 충격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던 것. 오교수의 주장처럼 가람의 후기 시조는 옥중의 감회와 해방의 감격으로부터 시작된다. 1930년대 최고의 평론가인 김기림으로부터 '목가시인'으로 불려진 신석정 시인은 1947년 자신의 두 번째 시집을 '슬픈 목가'(낭주문화사 펴냄)로 이름 붙이며 화답했다. 하지만 석정은 훗날 이른바 '목가시'를 쓴 자신을 부끄럽게 여겼다고 한다. 오교수는 영국의 목가문학과 중국 남북조시대의 한시, 우리의 고전문학 등에서 찾아지는 목가적 경향을 분석해 "'촛불'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등 시인의 작품은 허무주의의 현실도피적 은둔사상의 목가시가 아니라, 원시주의의 현실비판적 인간 본성의 자연시”라고 주장한다. 석정의 시는 일상을 아름다운 시의 언어로 새겨 넣은 '생활을 승화시킨 시'라는 것. 오교수는 부정적인 현대 문명과 일제하의 조국 현실이 목가시나 전원시라는 아이러니의 언어를 산출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현대시 해석의 오류'는 이론서·연구서의 성격이 강해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는 않지만, 밑줄 그으며 읽다보면 시에 대한 또다른 해석과 해설에 구미가 당긴다. 수능세대에게도 적절한 답을 내려줄 수는 없지만, 문학전공자나 학력고사세대, 논술을 준비하려는 이들에겐 특별한 가치를 안기는 책이다.
책을 펼치니 '심안(心眼)'이란 시가 눈에 들어온다. '아침이 더이상 아침이 아닐 때' '들을 수 있는 것만도 축복일까' '삶을 바라볼 심안이라도 찾을까 더듬거리며' 1997년 투병중이던 시인이 실명위기를 맞고 쓴 시 한 편에 회색빛 쓸쓸함이 가득 묻어난다. 군장대 박충식 교수(61·산업시스템경영학과)가 시 속에 자신의 감상들을 고스란히 담아 첫번째 시집 '심안(心眼)'을 펴냈다. "투병생활로 지난 10여년을 보내며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절규하듯 중얼거리는 버릇이 생겼다”는 그는 "그때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일기 쓰듯 짧은 글로 적게 됐다”고 말했다. '이럴 수도 있을까!' '어느 병실 이야기'등 투병생활의 희망과 좌절을 담고있거나 생활 속에서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찾아낸 시들이 '인생의 아주 어려운 대목을 지내왔다'는 그의 고단한 삶을 말해준다.섬세한 은유나 복합적인 심사를 역설적인 시어로 연결한 시적 표현이 돋보인다. 음악성을 살려 큰 감동의 울림으로 남는 서른편의 시가 실렸다.전남 완도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남광주 세무서장·교보생명 기획조정실 이사를 지냈다.
우리는 설과 추석에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제례를 차례(茶禮) 또는 차사(茶祀)라 부른다. 그런데 이름은 차례라 하면서도 제상에 차(茶)는 보이지 않고 술이 오른다. 술을 올리면서 왜 주례라 하지 않고 차례라는 말을 그냥 쓸까.이런 궁금증은 전통 생활문화 전문가인 이연자 선생의 새책 "명문종가 이야기”에 의해 말끔히 풀린다. 기록에 의하면 이미 1600년 전부터 제례에 차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많은 세월 동안 수없는 변란을 겪으면서 차는 쇠퇴기를 맞고 차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숭늉이나 물, 또는 술로 차를 대신 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저자가 전국 여기저기에 자리 잡은 명문 종가 18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굳게 닫힌 솟을대문 빗장을 열고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의 내력을 담아낸 이 살아있는 답사기록을 통해 선조들의 생활문화를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 보자./홍지서림 전무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십여년. 늦깎이 작가 여산 이영자씨(60)가 첫 수필집 '아름다운 인연'을 세상에 내놓았다.그는 "서투른 자화상을 그려 서둘러 책을 내려니 망설여지고 부끄러워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지만, 부지런한 습작 과정을 거친 그의 글은 목구멍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달콤한 차 한잔 같다. '글은 곧 그 자신이다'라는 뷔퐁의 말을 가슴 속에 묻고있는 이씨는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소재 삼아 고해성사라도 하듯 경건하면서도 담담하게 글을 풀어낸다. '우리 집도 일레븐' '할아버지와 손자'등 가족간의 끈끈한 정과 유대관계를 보여주며 가정사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도 이씨 작품의 특징이다. 수필을 주로 써왔지만 열린시창작회 회원인 그는 시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맑고 깨끗한 시어와 단순명료한 이미지를 탄탄한 구조 속에 담아낸다. 이씨는 전북 여산 출생으로 2000년 '지구문학' 봄호 신인상 수필부문에 당선, 등단했다. 현재 한국문협·지구문학작가회의·전북문협·전북수필문학·전북여류문학 등 여러 문학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현대문학이론연구현대문학이론학회(회장 김춘섭·전남대 교수)에서 펴낸 스무번째 학술집. '소설 혼불의 텍스트성'을 특집으로 윤평현·임환모·김동근씨의 글이 실린 것을 비롯해 장창영씨의 '다매체시대의 문학교육론', 문호성씨의 '김용택 시의 서정미학' 등 곱씹어 볼만한 논문들이 많다. 1만5천원. △ 유·초등 연계교육의 이론과 실제유·초등교육의 과제가 시급한 현실에 꼭 필요한 책. 유·초등 연계교육의 배경과 발전과정, 본질과 특성, 교사의 자격과 교육,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교육과제 등이 세밀하게 담겼다. 서해대 유아교육과 고정곤·최태식 교수 공저. 양서원 펴냄/1만8천원. △ 김용택 선생님이 챙겨주신 3학년 책가방 동화 초등학교 1·2학년에 이어 7달만에 펴낸 3학년을 위한 동화집. 섬진강가 김용택 선생님이 어린이들에게 꼭 읽혀 주고 싶었던 '달님은 알지요'의 작가 김향이 등 국내 유명 작가들의 단편동화 7편을 엮었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창작 동화. 김용택 특유의 감상문도 덧붙여져 있다. 파랑새어린이 펴냄/8천원. △ 야구방망이를 들고있는 남자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한 이 지역 출신 작가 신현근씨의 소설집. 한국사회가 안고있는 이데올로기 비극을 다룬 '우기의 늪', 인생을 느끼게 하는 '추가', 작가의 치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탈바꿈', 삶의 집념과 처절한 인간애를 밀도있게 짠 '떡국'등 열한편의 단편소설들을 묶었다. 푸른사상 펴냄/1만원.△ 무궁화 - 무궁화란 어떤 꽃인가?1998년 임업연구관으로 명예퇴직한 송원섭씨가 나라꽃 무궁화에 대한 총서를 출간했다. 산림청 산하 임목육종연구소에서 10여년간 무궁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3백품종에 달하는 무궁화를 일목요연하게 집대성했다. 나라꽃이 된 유래, 식물학적 특성, 재배방법, 품종설명 등 총5편으로 엮었다. 세명서관 펴냄/2만원. △ 작골 이야기전형민씨의 첫번째 소설집. '작골'과 '도라지'가 '작골 이야기'로 함께 묶였다.작가의 출생을 전후한 1920년대 말에서 1930년대 후반 진안이 배경. 당시 시골의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냈지만, 짧은 문장이 사건의 진행을 빠르게 한다. 도서출판 나라 펴냄/8천원.△ 든든이의 발칙 깜찍 일기 '아이큐는 두자리 잔머리는 세자리''든든이'는 작가 정상영씨의 또다른 이름. 올해로 열여덟이 된 '든든이'의 초등학교 6년동안의 일기다. 발렌타인데이 이야기나 포경수술 할 때 일기는 어린이다운 순수함이 묻어나지만, 몸살이 난 엄마를 묘사할 때는 어른스러움도 엿보인다. (주)강마을 펴냄/9천원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5일 오후 3시 전주우석빌딩 7층에서 열린다. 올해 수상자는 시 부문 문신(31·'풍경(風磬) 끝에 매달린 물고기나 되어'), 소설 부문 최영두(38·'흰 닭이 날아가는 곳'), 수필 부문 김성구씨(55·'오카리나'). 당선자들의 가족·친지를 비롯해 지역 문학인 1백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전주문화원(원장 김광호)이 발행하는 향토종합지 '갈재'2003년 겨울호가 나왔다. 지난해 '노령'에서 이름을 바꾼뒤 두번째 선보인 '갈재'는 구수한 전주이야기들로 지난호보다 훨씬 풍성해졌다. '전주 사당(祠堂) 순례'의 첫번째 순례지는 완산칠봉 산기슭에 자리한 '완산사'. 신라 흥덕왕 10년에 흥무대왕으로 추봉된 김유신 장군의 위패와 영정을 봉안한 곳이다. 농민운동에 평생을 바친 이수금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의 '조카에게 들려주는 농부이야기'와 '문화예술인들에게 들어본 전주의 한 꼭지'는 우리 고장 사람들의 따스함이 새삼스레 묻어나는 지면이다. '교동·풍남동 한옥마을' '아산 외암리의 민속마을' '서울의 북촌한옥마을'을 함께 엮은 기획특집 '도시의 한옥마을'은 전통이 조용히 흐르는 곳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소개한다.지난 호에 이은 '동문거리 워크숍', 이종진 전주문화원 사무국장의 '우리시대에 만들어야 할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주의 명장 순례' 등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전주의 소중한 것들이 가득하다.
전북시인협회(회장 정희수)가 수상하는 제4회 전북시인상(회장 정희수)에 시인 송희씨(47)가 선정됐다.전주 출생으로 96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한 송씨는 지난해 첫 시집 '탱자나무 가시로 묻다'을 펴냈다.지역사회에서 활동중인 향토시인 중 시 창작성과 문학성이 높은 시인을 발굴·시상하고 있는 전북시인상은 송씨 특유의 언어의 조탁성과 이미지성을 높이 평가했다. 전북시인협회 이사로 활동중. 시상식은 24일 오후 5시 민촌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군산 선유도 해역서 조선시대 유물 220점 추가 발굴
[안성덕 시인의 '풍경']까치밥
아트컴퍼니 두루 '런어비스', 뮤지컬 불모지 전북에서 전 회차 전석 매진
사라지는 것의 쓸쓸함과 공허함…박찬웅 사진전 제35보병사단
그림에 정신을 담아내다... 미술관 솔, '해강 김규진․보정 김정회 사제 전'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전하는 '조화와 공존'⋯관현맹인전통예술단, 아리랑 세상에 울리다
군산 영광선교합창단, 스승‧제자가 함께하는 정기음악회 '호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