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토정비결 한번 볼까
'작은 화를 피하고 나니, 큰 화가 당도한다. 작은 일을 탐하다가 큰 일을 잃는다' 여우를 피하니, 호랑이가 나타나고, 작은 욕심 때문에 큰 것을 잃을 운수를 경고해주고 있는 토정비결의 한 구절이다, 설이 가깝기 때문일까. 서점에 들렸더니, 다른 책은 잘 안 팔리는데 토정비결과 책력은 그런대로 나간다며 서점 주인은 불경기도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라고 한숨을 쉰다. 그만큼 요즘 서민들의 삶은 곤궁하고, 그 곤궁함에서 언제 쯤 풀릴까하는 해답을 찾으려고 토정비결을 보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토정비결은 조선중기의 학자이자 기인인 토정 이지함이 가난한 민초들에게 삶의 희망을 심어주기 위하여 지었다고 전해지는 도참서이나, 어떤 사람은 다만 토정이라는 이지함의 호를 빌렸을 뿐, 저술은 다른 역술가가 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토정비결이 언제부터 민초들에게 새해의 운수를 가름하는 도참서역할을 했는가도 확실하지 않다. 실상 토정이 살았던 조선중기에는 오행점으로 일년신수를 보았으며, 정조 이후에야 토정비결로 일년 신수를 보았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토정이 지은 토정비결이 암암리에 민간에 전해져오다가 조선후기부터 세상에 얼굴을 드러냈는지, 아니면 조선중기 이후의 어떤 역술가가 토정의 호를 빌려 도참서를 지어 민간에 퍼뜨렸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토정비결은 태세와 월건과 일진을 숫자로 따져 괘를 계산하여 신수를 보는데, 주역의 음양설에 근거해있을 뿐, 오행설과는 관련이 없다. 주역이 인간의 수양과 덕목을 중심으로 저술된 반면 토정비결은 인간의 길흉화복이 중심이 되고 있다. 따라서 토정비결에는 인간의 삶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귀와 공명, 화복, 구설, 여색, 가정, 질병, 득남 등의 일상사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고 토정비결의 예언들이 모든 사실을 단정짓지는 않고 있다. '기쁨과 근심이 상반하니, 먼저 길하고 뒤에 흥하다'고 하여 운수가 길하다고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는가, 하면 '손재가 있으니, 친구를 믿지 말라'고 했다가 '봄바람 삼월에 백화가 다투어 핀다'고 하여 운수의 흉함에 낙망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토정비결 속의 길함은 길함만이 아니고, 토정비결 속의 흉함은 또 흉함만은 아닌 셈이다. 길함이 있으면 흉함을 경고하고, 흉함이 있으면 곧 따라 올 길함을 희망으로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요즘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고 난리들이다. 서민들이 한 푼을 아끼기 위하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을 때에 나만 살면 된다는 사람들의 부정한 돈은 차떼기로 옮겨 다니고, 그걸 바라보는 서민들은 다시 한번 절망으로 빠져드는 세태이다. 토정비결은 조선말 민초들의 곤궁한 삶이 극에 달하였을 때 가장 많이 읽혔다고 전한다. 서점에서 토정비결이 잘 팔리는 까닭이 혹시 지금 우리 민초들의 삶이 그때처럼 절망적이기 때문은 아닐까? 로또복권 한 장으로 일주일을 희망으로 살듯이 '곤궁하다 낙망하지 말라, 동쪽에서 귀인이 온다'고 희망을 노래했던 그 귀인을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설을 앞두고 다시 토정비결을 생각해 본다. /윤영근(소설가. 예총남원지부장)●윤영근씨 약력경희대 한의대졸, 원광대학교 대학원졸문예지 「월간문학」 소설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등단전북 소설문학회장 역임, 현 한국예총남원지부장, 남원 윤한의원 원장저서 : 남원 항일운동사, 소설집「상쇠」, 장편소설「동편제」,「의열 윤봉길」, 평설「흥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