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은 그들의 돈과 완.전.히. 다.른., 소중한 것
사기꾼 한명이 수백 명의 인생을 담보로, 2700채의 집을 지어, 돈을 쓸어 담다가 붙잡혔다. 이런 부동산 사기꾼들에게 ‘빌라왕’, ‘빌라왕자’, ‘빌라의 신’, ‘건축왕’, ‘원조 빌라왕’ 등의 별명을 붙여준 언론의 어휘력과 뒤떨어진 감수성에 기가 막힌다. 새로운 봉건 빌라 국가가 탄생하고 몰락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마을, 특히 청년이 많이 사는 동네가 이들의 주 무대이다. 왕들은 여러 명이 동업하는 방식으로 통치력을 발휘한다. 지도를 촥~ 펴 놓고는 건축회사, 투자 컨설팅, ~하우징, ㅇㅇ주택 대표들과 함께 찜한 곳을 나누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서로 신용을 만들어준다. 이들 패거리들은 값싼 신축 빌라를 만들고, 보증금과 빚을 담보로 새 빌라를 무한정 만들어 ‘세’를 받아먹는다. 결국 보증금보다 집값이 싸지고, 빌라가 경매로 넘어가는 깡통주택이 되면서 돈을 떼이는 사람들이 폭증한다. 이들 대부분은 청년들이고, 독거노인이다. 전셋돈이 전 재산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렵게 모은 인생 첫 목돈을 사기꾼에게 맡긴 채, ‘그래, 이렇게 묶어두지 않으면 (방탕한) 나는 돈을 막 다 써버리고 말거야’라며 죄 없는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탓하며 살아왔다. 그런 그들이 지금 벼랑 끝 죽음에 몰려있다. 힘든 몸 누일 공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보증금은 ‘돈’이 아니고, ‘돈’으로 바뀐 그 ‘무엇-인생의 어떤 모든 것(달리 묘사할 단어가 없다)’이다. 누군가는 이들의 무지를, 전 세계 유일한 우리나라 전세 제도를, 중개인과 탐욕에 눈먼 자들을 탓한다. 과연 그게 진짜 이유일까? 모든 것은 ‘갓물주('신'을 뜻하는 영단어 '갓’과 '건물주'의 합성어로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한다는 뜻)’에서 시작했기에 여기서 끝내야 한다. 아이들의 장래 희망이 ‘건물주’인 국가라면, 빌라왕이든 상가왕이든, 황제든 뭐가 등장해도 이상할 게 없다. 어린 아이들이 건물을 소유하고, 세를 받아, 불로소득으로 즐기는 인생이 최고라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 부모도, 선생님도, 좋아하는 연예인도, 검사, 판사, 대통령, 정치인, 그들의 배우자, 가족까지 총동원 되어 열심히 추구한 결과다. 이런 세상에서는 투기를 해서라도 ‘돈’은 무조건 많아야 하고, 다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니냐며, 너희들도 그러고 싶으면서 못 해놓고 왜 나한테만 그러냐며, 당당히 따져 묻는 자들이 권세를 누린다. ‘갭투자’라는, 마치 최신의 투자 기법인 것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투기를 조장하고, 영리한 투자라며 부채질하는 자들. 그들에게 매달 노동을 통해 모아가는 적금은 멍청한 짓이고, 그렇게 모인 전셋돈은 먹잇감일 뿐이다. 감옥에 잠깐 들어갔다 나오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갓물주다. 그런가하면, 대기업 사원 중에는 월급을 100% 용돈으로만 쓰는 부류도 있다. 이들은 집을 사거나 미래를 위해 돈을 모을 필요가 없어서-부모나 조부모가 이미 이들 소유의 집과 돈, 건물을 마련해놨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부모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재산까지 결국 내 것이 될 테니, 지금 자신이 번 돈은 소비와 자기 계발에만 계획적으로(?) 사용한다. 미래 역시 이들의 것인 셈이다. 부동산에서 시작해, 주식∙가상화폐 등으로 이어지는 투기 광풍은 대부분 보통 사람과 공동체를 훼손하고도, 여전히 ‘내가 지금 들어갈 타이밍을 내가 놓치고 있지 않나?’라는 집단 불안감을 퍼트린다. 위험 신호는 한참 전부터 시끄럽게 울리고 있는데, 국가는 침묵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들에게 돈을 어떻게 벌고, 쓰는 게 공정한지 친절하게 알려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노동 이외의 재산, 불로 소득, 상속 재산에 대해서는 기업, 개인 할 것 없이 철저하게 감시하고 높은 세금을 물리고 징수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벌어도 벌어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끝도 없는 빈곤감과 피로, 주위를 둘러보면 샘솟는 박탈감, 경쟁심에서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박형웅 전주대 실감미디어혁신공유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