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봉칼럼] 전주국제영화제와 전주
제 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시에서 개최된다. 전주 시민들의 세금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주인은 전주 시민들이다. 국내외의 영화인과 관객들이 전주로 모여 영화 축제를 벌이는 것이지만, 그 중심은 전주 시민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 시민들의 삶과 어떤 관련을 갖고 있는가. 전주국제영화제가 개최된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문은, [독립 자유 소통]이라는 핵심 화두를 갖고 디지털 대안 영화제를 표방하는 개최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이, 전주라는 주최 도시의 정체성과 일치하느냐 하는 것이다. 국제영화제 개최 도시의 시민이라는 자긍심만으로는 영화제의 존재 의의를 설명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영화제와 시민들의 연결고리다.전주는 한국 전통문화의 중심 도시다. 해마다 5월 단오가 되면 소리축제가 열리고 판소리 명창을 꿈꾸는 소리꾼들이 전주로 집결한다. 이조 5백년의 출발이 된 경기전이 도시 한 복판에 자리 잡고 있으며, 선비문화의 근본이 되는 전통 한지가 생산되고,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옥마을이 우아한 자태로 도시의 장구한 역사를 드러내고 있다. 기품 있는 문화적 전통과 역동적 기운의 현대가 조화로움을 빚어내고 있는 전주의 매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삶의 총체적 표현인 영화를 통하여 시민들에게 문화적 즐거움을 주고 산업적 이익을 창출하여야 한다. 모든 축제가 그렇듯이, 갈등을 해소하고 다양한 욕망들 사이의 길트기를 시도하며 시민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위대한 공감대를 창출해야 한다. 영화제의 중심인 전주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만나야 하고 전주 시민의 뜨거운 가슴을 열어젖혀야 한다.지금까지 전주국제영화제는 대안 영화제로서의 어려운 작업을 성실하게 수행해왔다. 대중들이 위치한 현재의 정서보다, 소재의 확보나 표현 영역에서 위험하지만, 가능성 있는 새로운 문화들에 관심을 보였다. 결국 이것은 전통 문화의 한 복판에서 성장한 전주 시민들이, 영화제에 대해 큰 호감을 갖지 못하는 이유로 작용했다. 시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영화제는 성공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국내외 영화인들과 관객들이 왜 전주로 와야 하는가라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전주라는 도시의 문화적 특성과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이 만나는 접점을 찾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일이다. 그 첫 번째 작업은, 우리가 극장에서 함께 만나는 것이다. 영화는, 극장이라는 유통 시스템을 통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대중들이 하나의 정서적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시장님과 함께 영화보기, 혹은 시인과, 화가와, 명창과, 함께 영화보기, 내 지역의 국회의원 시의원 등의 정치인들과, 초등학교 동창들과, 조기축구 회원들과, 함께 영화보기 운동이 전주국제영화제 기간동안 펼쳐져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그 영화가 나에게, 우리에게, 각각 무슨 의미를 갖는가를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영화를 통한 삶의 발견은 매우 직접적이다. 우리는 나 자신의 모습을 좀 더 명확하게 보기 위해 거울을 본다. 스크린은 정보화 시대의 전자적 거울이다. 스크린에 비치는 허구의 삶, 허구의 인물들을 통하여 우리는 현실 속에서 오히려 볼 수 없었던 나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영화제는 바로 그 소중한 자기 발견, 내 삶의 터전이 되고 있는 전주라는 공간의 발견, 문화의 발견, 역사의 발견으로 이어져야 한다. 함께 영화보기 운동은, 그 소중한 출발이다. /하재봉(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