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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녀의 '아름다운 추억 만들기'

"다연아, 한눈 팔지마고, 지휘자 선생님을 지켜봐야지.""엄마때문에 웃겨서 못하겠어. 정말 술 취한 사람 같애."어른과 어린이 등 50명이 넘는 출연진 모두 오디션을 통해 배역에 캐스팅된 ‘노아의 홍수’에는 특별한 주인공이 숨어있다. 노아 부인 역을 맡은 강명화씨(41)와 동물(토끼) 역의 백다연양(10·진북초4). 종교적 색채가 짙은 무거운 소재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게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시선으로 재각색된 가족 오페라 무대에 엄마와 딸이 나란히 섰다. 2일 오후 3시 전주대 예술관 중강당. 텅빈 객석 앞 무대는 닷새 앞으로 다가온 공연을 앞둔 ‘노아의 홍수’ 리허설이 한창이다. 시간이 맞이 않아 따로 연습해온 어른과 어린이 배우들이 한 자리에서 호흡을 맞춰보는 시간이다.“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싶어요.” 원광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로 7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강씨는 둘째 아이 다연이를 출산하면서 부터 전업주부로 돌아갔다. 지난 88년 호남오페라단의 ‘춘향전’ 무대에 서기도 했던 그는 자녀 육아 때문에 중도 포기했던 음악 열정을 교회 성가대를 통해 표출하곤 했다. “나이 마흔이 넘어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어요. 그것도 딸하고 나란히 출연하게 될 줄은….” 레슨을 하는 엄마 곁에서 줄곧 따라 부르던 다연이에게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하기 위해 오디션 장을 찾았다가 남편의 권유에 못이겨 그 자리에서 오디션 신청을 했던 강씨였다. “이만한 ‘가족 오페라’가 또 있을까요. 우리 가족을 위해 만들어진 무대 같아요.” 이들에게 둘만의 대사는 없지만, 나란히 한 무대에 서 4곡 정도를 합창하게 된다. 강씨와 다연이가 출연하는 이번 공연 덕분에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친지들이 다 모이게 됐다. 다연이도 무대에 선 엄마의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고 거부감마저 들었지만, 곁에서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엄마 덕택에 자신감을 찾았다. “평소 볼 수 없던 술 취한 엄마 모습만 떠올리면 웃음이 나요. 그래서 더욱 재밌어요.” 딸과 함께 출연하는게 더 없이 기쁘다는 강씨는 교육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노아의 홍수’가 아이에게 교훈이 되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4.06 23:02

'참여극' 객석-무대가 하나로

성서에 나오는 노아와 홍수 이야기. (사)예술기획 예루가 기획한 가족 오페라 ‘노아의 홍수’가 7일부터 9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무대에 올려진다. 영국 출신의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노아의 홍수’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아이들이 오페라와 클래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됐다.11명의 어른들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노아의 홍수는 어린이 47명이 출연, 23쌍의 동물 모자를 쓰고 숨겨둔 예술적 끼를 맘껏 발산한다. 모두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배우들이다.62명의 오케스트라 단원 중 40명이 넘는 어린이를 참여시킨 이 공연은 또 객석과 무대를 연결, 공연 전 합창을 배워 오페라가 시작될 때와 끝날 때 함께 부르는 ‘참여극’을 취하고 있는 것이 특징. 연출 김광순(전주대 교수), 지휘 이현우(전주대 강사), 안무 오문자(원광대 교수)씨가 함께 하는 이 작품에는 노아 부부로 김종대·강명화씨가, 세 아들 셈·야벳·함 부부에 주동환·이나라, 김학수·김혜미, 김사랑·현금화씨, 노아 아내 친구역은 정수희·유금정씨가 맡았다.예루 하지영 기획팀장은 “벤자민 브리튼의 작품으로는 이번 전주 공연이 초연”이라며 “종교적 교훈 뿐만 아니라 교육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7일 오후 7시30분, 8~9일 오후 3시·7시30분 등 모두 다섯차례 공연된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4.06 23:02

일반계 고입시험 12월 9일 실시

올해 고입을 치르는 평준화지역 일반계 고교 전형에서는 종전 3개 학교만을 선택, 선지원했던 방침을 바꿔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 대폭 확대된다. 전주지역은 11개 학교까지 선지원할 수 있게 됐으며, 군산지역은 4지망(여자 3지망), 익산지역은 3지망(여자 4지망)까지 가능해졌다. 도교육청은 4일 평준화지역 일반계 고교의 선택권을 확대한 2006학년도 고교 신입생 입학전형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도교육청은 고교 배정 결과를 놓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민원 해소를 위해 평준화지역 일반 고교 전형의 현행 3개학교 선지원 후추첨 방식을 보완, 시단위 지역내 있는 모든 학교를 학생들이 선지망할 수 있도록 했다. 평준화지역과 비평준화지역 일반계 고교의 전기 전형은 올 12월 9일이며, 실업계고와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자율학교, 자립형 자립고 등은 평준화지역 고교 원서접수 마감일인 11월15일 전까지 전형을 마치도록 했다. 평준화지역 일반계 고교 전형은 선발고사 성적 180점(72%)과 내신성적 70점(28%)을 합산하는 현행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며, 내신성적은 1학년 과정 20%와 2학년 30%, 3학년 성적 50%를 반영한다. 선발고사는 국어와 도덕, 사회 등 9개 교과에서 180문항이 출제된다.전주와 익산, 군산 등 3개시를 제외한 비평준화지역 일반계 고교에서는 선발고사와 내신성적을 합산한 성적으로 전형을 실시하거나 내신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토록 했다. 실업계 고교는 추천입학제를 원칙으로 하며,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자율학교, 자립형 사립고는 교육감 승인을 거친 학교 특성에 맞는 전형 요강에 따라 전형이 실시된다.비평준화 지역의 일반계 후기 전형은 내년 1월 13일이며 추가모집은 2월 1일이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4.05 23:02

시인 고은씨 · 가수 정광태씨

“외진 자식을 만나러 왔습니다.”‘우리 땅 수호 결의대회’를 위해 독도로 향하는 이리고(교장 임길영) 학생회 간부 30여명이 4일 한국시인협회 회원 120여명과 함께 ‘독도사랑 시낭송 예술제’에 참가한 군산 출신의 시인 고은씨와 ‘독도는 우리 땅’의 가수 정광태씨를 울릉도에서 만났다.울릉도에 첫 발길이라는 고씨는 오랫동안 보지 못한 ‘외진 자식’이라는 애틋한 표현으로 우리 땅 독도의 길목에 선 소감을 밝혔다. “훗날 우리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선조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울릉도 주민들의 생활권인 우리 땅 독도를 다시 확인하러 갑니다.”일본의 독도 망언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다시 불려지는 노래의 주인공인 가수 정씨는 “일본은 우리 나라 역사는 물론 자국의 역사까지 왜곡, 망언을 계속하고 있다”며 “초·중·고교생과 대학생은 물론 국민 모두가 독도를 가보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이날 이리고 학생들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은 정씨는 “독도가 대한민국 땅임을 재확인 하러 나선 한국의 대표 시인들과 동행했다”며 “국민 모두가 명명백백한 우리 영토임을 주장하고 내세울 때 독도는 영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독도에 일반인들의 발길이 허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씨의 독도방문은 벌써 열번째가 넘는다.지난 1999년 독도로 본적을 옮겼다는 그는 1984년 해경 경비선을 타고 독도에 들어간 이후 2002년 뗏목탐사에 이어 지난해 8월에는 울릉도에서 28시간 동안 헤엄을 쳐 독도까지 건너갔다고 설명했다. 학년초 간부 수련회 장소를 독도로 결정, ‘우리 땅 수호 결의대회’를 갖기로 한 이리고 학생과 교사 35명은 식목일인 5일 오전 독도에 입도할 계획이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5.04.05 23:02

[키워드-300자 책읽기] ‘명상’

웰빙 바람을 탄 출판계에 평온한 마음을 위한 ‘명상’이 유행이다. 요가와 참선 등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호흡과 명상을 소개하는 수양 서적들이 앞다퉈 발간되고 있는 요즘, 명상은 출판계의 대표적인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명상에 목말라 하는 현대인에게 청정한 샘물이 되고 큰 나무의 그늘 역할이 되어 주는 이들 서적은 세상을 관조하는 수련법을 소개하며 시대를 성찰하는 마음 수양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산색(山色) (운서 주굉 지음/ 호미)선가(禪家)의 최고 덕목은 묵언이다. 철저히 깨닫기만을 강구할 뿐 말로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1991년 완역본 형태로 처음 소개되었던, 중국 명나라 고승인 운서 주굉(1535~1615)의 수필집 「죽창수필」 3권 450여 편의 이야기 가운데 142편을 뽑아 엮은 책. 스님은 수행 중 떠오른 단상을 짬짬이 옮겨 적었다. ‘때때로 보고 느낀 것을 죽창 아래에서 붓 가는 대로 적었다’는 이 수필집의 글들은 단순 소박하면서도 삶의 본 모습과 인생의 참뜻을 되새겨준다. 역사 속 인물이나 당대 사람의 일화와 기담, 저자의 경험담, 깨달음이 담긴 단상, 구습에 대한 비판, 수행자들에 대한 질책, 올바른 수행법 등 다양한 주제가 있다. 승가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원숙하면서도 날카롭다. △감정의 연금술(타라 베넷 골먼 지음/ 생각의나무) 일상적 감정의 변화를 통해 영혼을 치유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사물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게 해주는 ‘깨어 있는 마음’이 우리의 일상 뿐만 아니라 사고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대 불교와 동양의 명상법, 미국 인지심리학의 성과를 엮어 ‘감정의 연금술’이라는 독특한 심리명상법을 만들어낸 그는 자신의 이론을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 기대어 설명하며, 현대인의 마음을 ‘벌레가 우글거리는 깡통’에 비유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욕망같은 벌레 때문에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자기 파괴적인 감정 습관들을 이겨낸 사람들의 내밀한 체험담도 담았다. △화(틱낫한 지음/ 명진출판사)‘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명상 서적으로는 최단 기간 최고 판매부수를 올린 책이다. 마음을 다스리면 평안을 얻을 수 있고 행복에 이른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치밀어오르는 화를 구체적으로 푸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와 함께 불교계의 상징적 인물인 틱낫한 스님은 그 어느 것도 화를 푸는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남을 탓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은 금물. 그는 ‘화’를 울고 있는 아기라고 생각하고 보듬고 달래라고 충고한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말하는 저자는 어떠한 자극에도 감정의 동요를 받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깨우쳐야한다고 강조한다. 온몸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해온 틱낫한 스님의 신념이 그대로 전해지는 책이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4.05 23:02

[양계영의 베스트셀러 엿보기] 전경일「마흔으로 산다는 것」(다산북스)

대부분 서점의 주 고객층은 학생이나 이삽십대 여성들이다. 그리고 성공한 책들, 이른바 베스트셀러도 상당수 이들을 고객층으로 하는 작가에게서 나온다. 반면 사오십대 남성들은 서점을 거의 찾지 않는다. 가끔 아이들 참고서를 사거나, 자기계발서 등을 둘러보기 위해 들를 뿐이다. 하지만 최근 서점가에는 중장년층을 위한, 그것도 마흔의 남성을 위한 에세이 한 권이 꾸준히 베스트셀러에 올라 작은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1964년에 태어나 우리 나이로 올해 마흔 두 살인 저자 전경일. 대학 때는 문학을 공부하였고 대기업 미디어부에서 일하다 IMF 시기에 회사에서 나와 인생의 쓴 맛을 톡톡히 경험한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중년이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다 어느 날 문득 텅 빈 들판의 허수아비처럼 느껴지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저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대 남자들의 삶의 애환을 진솔하게 고백하고 싶었다며 집필동기를 밝힌다. 저자의 말처럼 누구나 사십대에 들어서면 인생의 분수령에 선다. 마흔은 청년과 장년을 가르는 나이이며 동시에 인생의 대변혁을 온 몸으로 버티어 서야 되는 나이이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두려움도 몰려오는 시기이다. 이 책은 사십을 넘은 독자에게는 잔잔한 감동을, 그리고 아직 사십이 안 된 독자들에게는 곧 다가올 중년에 대한 따뜻한 공감을 주는 책이다. 본문의 내용처럼 대한민국 사십대여 ‘격려하라’,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사랑하기 시작하라’.

  • 문화일반
  • 홍지서림전무
  • 2005.04.05 23:02

'낡은 집'에 숨겨진 이념붕괴의 사회상

처마 아래엔 거미줄이 가득했고 유리창엔 금이 가 있다. 스무살 무렵부터 살아온 집으로 돌아가 문을 열어보니 온통 낡아있다. 처음 그 집에 들어왔을 땐 열정으로 착각했던 오만방자한 혈기로 똘똘 뭉쳐있었다. 그러다 문득 작가는 ‘낡은 것은 집이 아니라 내가 아닌가’라는 생각에 미치게됐다고 했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이 나이가 들면서 무서워졌다는 소설가 정도상(45). 스러져간 이념을 ‘낡은 집’이라고 말했지만, 민중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꼽히는 그의 단편집 「모란시장 여자」(창작과비평)는 여전히 시퍼런 칼날을 숨기고 있었다. “오래된 소설을 묶고보니 헌책방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있는 무명작가의 절판된 작품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민망하고 부끄러웠지요.”이 책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쓴 단편 여섯편을 묶은 것. 이념에 따른 지식인의 철학과 고뇌를 다뤘던 80년대 이야기와 이념 붕괴에 따른 정신적 혼란 같은 90년대적 서사 대신, 작가는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하류층과 자본주의의 쾌락에 빠져있는 최상류층의 이야기를 들여놓았다.표제 「모란시장 여자」는 첫 작품 「개잡는 여자」의 제목을 한결 순화된 언어로 바꾼 것.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작가의 성향은 매일 십여마리의 개를 올가미로 조여 죽이고 칼로 내장을 긁어내는 미자의 악다구니같은 일상을 극악스럽게 옮겨놓았다. 내 꿈과 달리 내 앞에 놓여진 삶. 다른 여자에게서 아이를 얻은 남편은 이혼을 요구하고, 아버지는 북에 두고온 젊은 여자의 사진만 들여다 본다. 정씨는 “미자의 모습은 무너지지 않고 힘겨운 삶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소시민의 슬픔”이라고 말했다. 보험업에 손을 댔다 가정 파탄을 부른 주부 「달빛의 꿈」, 아들의 병역비리를 눈감아줄 것을 청탁하는 대기업 중역 「오늘도 무사히」 등은 각각 하류층과 최상류층을 보고있지만, 결국 ‘하류인생’의 아픔이 깔려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통일운동을 하고 있고, 내 문학의 출발도 분단문제입니다. 분단체제에서 평화체제로 나아가야는데, 지금 우리는 그 과도기에 놓여있는 것 같습니다.”딸의 금고에서 조금씩 빼낸 돈으로 금강산 관광을 신청하는 아버지 「개잡는 여자」, 간첩 출신 장기수 아들에게 구순 노모가 보내는 편지 형식의 「부용산」, 월북했다 간첩으로 잠깐 다녀간 남편을 평생 그리워하는 어머니 「그토록 긴 세월을」 등 정씨의 관심은 여전히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서 휘둘리고 있는 남과 북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분단 문제는 이제 그의 마지막 소재가 될지도 모른다. 분단문제야말로 감정이 아닌, 사회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아무리 위대한 사랑도 완고한 이념도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것입니다. 나도 한 때는 영원한 것을 꿈꿨지만 시간을 견디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낡은 집이여, 낡은 ‘나’여, 안녕.’낡은 ‘나’를 떠나려는 작가는 이제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 정씨는 전북대 독어독문학과와 전북대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7년 광주항쟁소설집 「일어서는 땅」에 단편소설 「십오방 이야기」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누망」으로 제17회 단재상을 수상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4.05 23:02

모든 것이 사라져도 시는 기억한다

제주도! 난 아직도 이 낱말을 들으면 흥분되고 놀 생각부터 한다. 내 나라 땅이면서도 이국적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섬. 민족문학작가회의 문우들을 만날 기대와 전에 옹골지게 잘 놀다온 기억이 더하여 나를 달뜨게 한다.비행기에서 내린 첫날 따사로운 날씨는 우리를 풀어지게 했다. 노는데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 먹는 즐거움이다. 전북작가회의의 미식가인 안도현 시인이 안내해준 식당에서 싱싱한 고등어회, 갈치회, 자리물회를 안주 삼아 옴팡지게 먹었다.다음 날 늦게 일어나 구수한 깅이죽(작은 게를 ‘깅이’라고 부른다)을 아침 겸 점심으로 먹고 행사장에 도착했다. ‘을사늑약 100년·을유해방 60년, 그 질곡의 세월을 넘어 한라에서 백두까지’ 이번 행사 주제 펼침막이 봄바람에 흔들린다. 호·영남 문학인 대회를 전국문학인 대회로 발전 계승시킨 지 3년째다. 4·3문제를 다뤘다는 이유로 옥살이까지 한 「순이 삼촌」의 작가 현기영 문예진흥원장이 주제 강연을 했다. 그는 평화의 반대가 뭐냐고 묻는다. 전쟁이라는 대답이 나오자 고개를 젓는다. 평화의 반대말은 전쟁 뿐만 아니라 모든 폭력과 파괴행위란다. 수십 년 동안 자행되었던 국가폭력 그리고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개발의 탈을 쓴 자연파괴가 평화의 적이란다. 문학은 궁극적으로 평화를 지향한다. 팔레스타인에서 시인 손님 두 분이 찾아 왔다. 제주도 인구 26만 명 중 3만 명이 구천의 넋으로 떠돌던 해에 팔레스타인들도 이스라엘에 의해 인구의 절반이 조국을 쫓겨났단다. 그래서 제주도에 강한 애착을 느끼고 있다며 연대를 호소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피와 함께 떠났다면 봄에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따뜻하게 맞아야 한다. 사라졌던 그들을 시로써 기억하자-다음 날 참석한 ‘제57주년 제주 4·3 사건희생자 범도민 위령제’는 섬 전체를 들썩이게 했다. 바늘 하나 꽂을 곳 없이 꽉 찬 인파와 제주도에 있는 모든 카메라가 총 출동한 듯한 행사장. 너무 늦기는 했지만 떠돌던 넋들이 좌우를 떠나 이제야 상생한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빨갱이가 아니라 했습니다. 빨갱이가 아니라면 네 옆집에 사는 이 빨갱이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라 했습니다.’ ‘그의 목을 자르고 그 목을 부인 등에 지우고 서귀포 시내를 다 돌게 하였습니다.’야만의 세월 속에서 숨죽이고 살아온 그들이 울부짖는다. 동백꽃처럼 사라져간 넋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행사장 주변에는 까마귀가 날고 칼바람이 분다. 내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누구나 그렇듯 나도 늘 평화를 갈망하며 살고 있다. 평화로 가려면 억울하고 슬픈 사람이 없어야 한다. 그들을 다독이기 위해서는 진실을 알리고 위로해 주어야 한다. 노근리, 대구, 여수·순천, 거창, 양산이 그러하다. 과거사법 통과가 필요한 이유다.작가들이 국토 곳곳에서 가져온 흙과 물로 너분숭이 애기 유골터에 동백나무를 심는다. 우리가 가져간 황토현 붉은 흙도 그 속에 섞인다. 평화의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길….◇ 동화작가 김종필씨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작품집으로 「땅아 땅아 우리 땅아」, 「아빠와 삼겹살을」, 「제자리에 앉은 사람은 아름답다(대표공저)」를 냈다. 참교육문학상, 환경동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과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회원으로 활동중. 전주효림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5.04.05 23:02

[김준영 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 '재담하다 상처한다', '송도 외장수'

재담하다 상처한다허튼 농담을 진실로 듣거나, 그러할 가능성이 있을 때 인용되는 익은말이다. <근원설화>어느 촌에 사는 선비가 의관을 갖추고 외출하려니까 그 부인이 어디에 가느냐고 물었다. 선비가 농담으로 “왜 건넛마을 이과부 있잖아. 이과부에게 여러 사람이 재가(再嫁)하라고 하니 굳이 거절하면서도 오직 배우자가 나라면 모르겠다고 하더래. 얼굴도 예쁘고 솜씨가 좋다니 오늘은 가서 데려올까 해서” 하는 실없는 농담을 하고 외출했다.그런데 저녁때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대들보에 목을 매어 죽어 있었다. 그렇게 예쁘고 솜씨 좋은 여자를 첩으로 데려오면 남편이 나를 돌아보지도 않을 것이니 살아서 무엇하랴 하는 생각에서였다.송도(松都) 외장수이러면 좋을까, 저러면 좋을까 망설이다가 일을 그르치거나, 남의 말만 듣고 허둥대다 손해를 보았을 때 ‘송도 외장수 갔다’고 한다.<근원설화>송도 즉 개성 외장수가 한양의 외값이 비싸다는 말을 듣고 몇 수레를 싣고 갔더니 며칠 새에 값이 헐해져서 밑지게 되었는데 소문에 평양 외값이 크게 올랐다는 말을 듣고 다시 평양으로 싣고 갔더니 외가 다 썩어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5.04.05 23:02

"일본 태어나기전부터 독도 우리땅"

‘지증왕 십삼년 섬나라 우산국 세종실록지리지 오십 페이지 셋째줄. 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일본땅, 독도는 우리땅 우리땅.’섬나라 우산국은 어디는 말하는 것일까? 세종실록지리지 오십 페이지 셋째줄에는 정말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나오는 것일까?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형식)이 우리 역사 속에 숨쉬고 있는 독도를 재조명했다. 2일 오후 2시30분 국립전주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특별강좌 ‘우리 역사 속의 독도’. 이상태 연구관(국사편찬위원회 편사기획실)이 강사로 나선 이날 강좌에는 교복 입은 여고생 부터 연로한 몸을 이끌고 나온 노인까지 몰려 일본과 대립하고 있는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이연구관은 “우산국은 울릉도와 우산도(독도)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라며 “신라 지증왕이 이사부를 시켜 우산국을 우리땅으로 병합한 AD512년부터 독도는 우리의 영토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국사기를 보면 ‘일본’이란 국호는 610년 만들어진 것으로 나온다”며 “일본의 국가체계가 갖춰지기 이전부터 우리는 독도를 우리땅으로 편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측 문헌에 독도가 처음 나온 것은 1667년 편찬된 ‘은주시청합기’. 이 책은 독도를 송도로 울릉도를 죽도로 호칭하고 있지만, 독도와 울릉도를 모두 조선의 영토로 인정하고 있다고 있다는 설명이다. “울릉도와 독도의 거리가 멀지 않아 날씨가 청명하면 가히 바라볼 수 있다”고 나와있는 세종실록지리지와 “독도와 울릉도 두 섬이 행정구역상으로 강원도 울진현에 속한 조선왕조의 영토”라고 밝혀놓은 동국여지승람 외에도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만기요람 군정편 등 수많은 문헌사료를 통해 우리 역사 속에 뿌리내린 독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연구관은 근대에 들어 메이지정부가 일본 외교문서 제3권 ‘조선국교제시말내탐서’(1869∼1870)를 통해 울릉도와 독도를 조선영토로 인정한 것과 1876년 ‘울릉도와 독도가 일본과 관계가 없는 조선의 영토’라고 일본 태정관이 내무성에 내린 최종 판단 지령 등도 소개했다. 이연구관은 “일본은 우리의 국민성을 잘 알고있기 때문에 독도에 관한 국민들의 여론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국립영토문제연구소 건립을 서두르고 독도에 관한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4.04 23:02

[김준영 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 겨자김치 먹으러 다닌다

자기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와 관계하거나 기생집에 다니는 것을 주위 사람들이 누구는 “겨자김치 먹으러 다닌다” 고 한다.<근원설화>한 젊은이가 자기 아내가 있는데도 자기 집 젊은 계집종과 상관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에도 부부간에 같이 자다가 아내가 잠들자 남편이 슬그머니 빠져 나갔다.아내가 깨어보니 남편이 없는지라 또 종의 방에 갔으리라 짐작하고 나가서 종의 방문 옆에서 엿들으니 종이 “서방님은 찰떡같은 새아씨를 두고 어찌 나를 찾아오시오” 하니 남편이 “새아씨가 찰떡같다면 너는 겨자김치 같은 별미지” 하더란다.본시 찰떡을 먹을 때는 겨자김치가 제격이라는 말이 있어 한 말이었다.아내는 속이 상했지만 유교 사회에서는 아내가 남편의 다른 여자관계를 탓하면 투기한다 하여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의 하나인지라 분을 참고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그 날 아침에 남편과 시아버지가 겸상하여 아침식사를 할 때 남편이 쿨룩쿨룩 기침을 하니 시아버지가 “너 감기 들린 모양이구나” 했다.며느리가 그러잖아도 속이 상하던 차에 그 말을 듣고 “저녁에 찬바람을 쐬며 겨자김치 먹으러 다니니 감기인들 안들리겠어요” 했다. 겨자김치라는 말은 어제 저녁에 남편이 종에게 한 말이다. 시아버지가 그 말을 듣고 “겨자김치 같은 별미가 있으면 나도 좀 갖다 주지 너 혼자만 먹어” 하더란다.이 이야기는 장한종(張漢宗)이 쓴 어수신화(禦睡新話)중 ‘백병침채(白餠?菜)’조에 나온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이육(李陸)이 쓴 청파극담(靑坡劇談)에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우리의 진정한 '고사성어' 만나기오늘부터 연재하는 ‘김준영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은 김교수의 지난 30여년동안 수집하고 정리한 연구의 결실이다. ‘익은말’은 곧 선조들의 살아 있는 문화사다. ‘익은말’은 속담과 달리 간접적인 비유에, 그 말이 이루어진 설화나 역사적 사건이 반드시 따르는 말이다. 일상속에서 주고 받는 익은말은 지혜롭게 삶의 방법을 터득해온 선인들의 철학이 담겨 있다. 김교수는 ‘익은말’은 곧 ‘고사성어’라고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사성어의 대부분은 중국의 역사상 사건, 또는 기록된 설화에서 이루어진 것들일 뿐 우리 선인의 말이나 사건, 또는 입으로 전하는 설화로부터 이루어진 익은말은 고사성어로 정착되지 못했다. 김교수는 우리 고사성어가 전하지 않는 이유를 우리 한문학자들의 인식이 똑같은 뜻의 말이라 할지라도 우리말로 표현하면 사상성이 없는 하찮은 말로 여기고, 한문으로 표현하면 뜻이 깊은 말로 여기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방식에서 고사성어가 될 우리의 익은말이 거의 문헌에 전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지적한다. 오늘부터 연재하는 ‘재미있는 익은말’은 우리 것에 대한 무관심으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사이에 소멸되어가는 우리말의 새로운 발견이다. 우리 삶의 지혜가 담긴 ‘익은말’ 연재는 지금까지 어느 형식으로도 시도되지 않았다. 김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은 우리 일상에 웃음과 새로운 깨달음을 전하는 계기다. 그만큼 우리말에 대한 이해와 즐거움도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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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05.04.0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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