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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남성합창단 러시아 순회공연

전주남성합창단(단장 이한진·지휘 박상만)이 첫 해외공연 나들이를 떠난다.전주남성합창단은 24일부터 5박6일간의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보스톡과 스파스크시, 하바로브스크에서 순회공연을 펼친다. 이번 순회공연은 전주예수병원이 러시아 스파스크시와 진료협약을 맺고 의료선교단을 파견하고 있는데 따른 민간교류 일환으로 추진됐다. 남성합창단은 이번 공연에서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의 ‘사냥꾼의 합창’, 베르디의 오페라 ‘일트로바토레’의 ‘대장간의 합창’ 등을 무대에 올린다. 또 조념의 ‘보리피리’, 조두남의 ‘산촌’과 ‘뱃노래’ 등 한국음악도 선사한다. 전주여성중창단도 남성합창단과 함께 러시아 순회공연길에 오른다. 여성중창단은 ‘도라지’, ‘아리랑’, ‘울산아가씨’ 등 흥겨운 가락을 전한다. 특별 무대도 마련됐다. 남성합창단과 여성중창단 가족이 꾸미는 첼로 독주회(강보람·서울예원중 2년)와 부채춤을 부대 행사로 준비했다. 이번 순회공연의 답방 형식으로 러시아 합창단도 내한한다. 이한진 단장은 “러시아측에서도 민간교류 증진을 위해 합창단을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오는 11월 14일 예정된 정기공연에서 러시아 팀과 함께하는 무대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4.09.24 23:02

양적 증가속 기량도 '훌쩍' 전주대사습 학생전국대회 폐막

국악의 미래가 밝다. 22일과 23일 열린 제22회 전주대사습 학생전국대회는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참가자들의 양적 증가속에 기량도 평년작을 웃도는 수준으로 국악발전에 희망을 안겼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판소리부문이 신설돼 판소리 인구의 확산에 새로운 기틀을 마련했으며 초등학생들의 기량 또한 기대 이상의 수준을 보여 판소리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보여주었다. 올해 대회 꽃인 판소리 장원은 춘향가 중 ‘오리정 이별대목’을 부른 전주예고 3년 조준희양(18)이 차지했으며, 농악부문의 원주농업고농악단을 비롯, 윤하영(무용·계산여고 2) 이재하(기악·국립국악고 2) 김경희(가야금병창·광주예술고 3) 김현정(민요·서울 국악예고 3)이 각 부문 장원에 뽑혔다. 올해 신설된 어린이판소리부문은 이성현(서울동자초 3)이 장원의 기쁨을 안았다. 올해 참가자는 7개 부문에 2백3개팀 5백95명. 부문별 부침은 있었으나 비교적 고른 수준에 빼어난 기량을 갖춘 재목들이 발굴되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보다 두배 가깝게 늘어난 기악부문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많아 기악발전에 큰 기대를 안겼다. 역시 예년보다 많은 참가자로 치열한 예선을 치러야 했던 판소리 부문도 고른 기량의 명창재목들이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농악부문 차상을 수상한 부천 여월초등학교 농악반의 발굴은 올해 대회의 수확으로 꼽힐만하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전반적으로 기초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기량만을 앞세우는 국악교육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체계적인 국악교육의 아쉬움을 제기했다. 국악인재 발굴과 국악등용문으로 자리잡은 전주대사습학생전국대회는 해마다 그 권위가 두터워지고 있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청중들의 면면은 국악축제의 성격을 회복하지 못한 채 경연장으로 그 기능을 위축시켜가는 안타까운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각 부문 수상자◇판소리▲장원=조준희(전주예고3) ▲차상=권송희(국립국악고3) ▲차하=이현정(서울국악예고3)◇농악▲장원=원주농고 ▲차상=부천여월초 ▲차하=김제덕암정보고◇무용▲장원=윤하영(계산여고2) ▲차상=남기홍(남원정보국악고3) ▲차하=정순복(목포여고3)◇기악▲장원=이재하(국립국악고2) ▲차상=신명욱(서울국악예고3) ▲차하=김민정(국립국악고3)◇가야금병창▲장원=김경희(광주예고3) ▲차상=홍다정(전남예고3) ▲차하=박은비(광주양산중3)◇민요▲장원=김현정(서울국악예고3) ▲차상=윤미영(서울국악예고3) ▲차하=김현정(국립국악고3)◇어린이판소리 ▲장원=이성현(서울 동자초3) ▲차상=김해람(서울 우암초6) ▲차하=정민혁(나주초6) 판소리 장원 전주예고 조준희양“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소리꾼이 되고 싶어요.”제22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판소리 부문에서 장원을 차지한 조준희양(18·전주예고3). 동초제 판소리 ‘춘향가’ 중 ‘오리정 이별 대목’을 구슬프고 구성지게 풀어낸 조양은 어린 나이답지 않은 걸쭉한 창법과 몸짓 연기가 일품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양의 특기는 타고난 목소리.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천혜의 목소리’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경험삼아 참가했는데…. 꿈만 같다”는 조양은 스승 얘기로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조양은 이일주 명창과 지난 5월 전주대사습에서 판소리명창 장원을 수상한 장문희씨를 사사했다. 조양의 이번 학생전국대회 장원으로 3대의 소리물림은 더욱 탄탄하게 이어질 수 있게 됐다. 젊은 스승인 장씨도 대사습 결선에서 ‘춘향가’ 중 ‘오리정 이별 대목’을 불러 명창의 반열에 올랐었다. 조양은 목소리가 변하기 시작한 중학교 2학년때 판소리와의 운명적 만남을 가졌다.“허스키한 목소리 때문인지 판소리를 권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결정적으로 엄마의 권유로 판소리를 시작했고 당시 처음 접했던 ‘심청가’에 마음을 빼았겼어요.” 판소리 입문 5년만에 국악 신인 등용문을 화려하게 장식한 조양은 ‘심청이의 효도’를 소리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이번 대회를 위해 지난 7월부터 매일 5∼6시간씩 꾸준히 연습을 해온 노력파. 당분간 판소리 대회는 접어두고 대학 입시 준비에 매진하겠다는 그는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명창이 꼭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경연대회 성악부문 2등(2004), 국창 송만갑 선생 추모기념 전국판소리 경연대회 2등(2002), 박동진 명창·명고대회 장려상 등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4.09.24 23:02

"구도심 빈점포를 예술가 작업실로"

‘시민에게 문화를! 예술가들에게 작업실을!’공실률 22%, 급속한 쇠퇴 과정을 겪고 있는 구도심 활성화 대안으로 ‘스튜디오 지원사업’이 떠올랐다. 스튜디오 지원사업은 동문거리 빈 점포에 작가들을 유치하는 프로젝트. 과거 예술인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했던 동문거리였기 때문에, ‘동문’과 ‘문화’의 연결고리를 찾아 구도심을 활성화시키자는 방안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23일 오후 2시 문화공간 다문에서는 ‘Studio 東門-동문거리 스튜디오 지원사업 가능한가?’를 주제로 한 동문거리 스튜디오 지원사업 세미나가 열렸다. 갈수록 공동화현상이 우려되는 동문거리의 빈 점포를 활용해 거리환경을 개선하고 거리문화에 새로운 가치와 힘을 불어넣기 위한 공공작업소 심심(소장 김병수)의 기획이다. ‘도심의 빈 공간은 범죄의 온상이 되거나 지역 경제를 침체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막대한 투자를 할 수 없다면 문화로 푸는 것이 해답이다. 죽어있는 공간을 예술로 살려 다시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참석자들은 온기가 빠져나간 빈 공간을 문화예술공간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체로 공감했지만, 무엇보다 문화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련 지원 사업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전주독립영화협회 이미경씨는 “유럽의 빈 공간 활용사례가 시민들과 행정기관의 협조를 얻어내며 성공한 것은 예술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라며 “동문거리 스튜디오 지원사업 역시 지역 예술인들이 먼저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나서야 주변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심심 연구원 박진희씨는 “동문거리를 걷다보면 문화의 흐름이 느껴진다”며 “동문거리는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아 젊은 예술가들이 자주 방문하고 머물고 있으며, 책방 인쇄 문학카페 등이 업종의 주를 이루고 있어 문화 잠재 역량이 많은 지역”이라고 강조했다.‘동문거리의 활성화를 위해 옛 향수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행정, 예산 등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결국 구도심의 추억만 파괴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박씨는 “예술인들이 집단을 이루게 되면 예술과 삶이 조화를 이루고 경제적 효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거리가 활성화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한국 사회에서 자생적 레지던스의 가능성’을 발제한 김윤환 김현숙씨는 지난달 공사가 중단된 채 5년째 방치되고 있는 서울 목동 예술인회관을 점거하고 공사 재개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열었던 오아시스 프로젝트 회원.이들은 빈 건물을 예술가들이 재활용하는 서구 ‘스쾃예술’의 사례를 들며 “공간에 대한 새로운 사회문화적 해석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졌던 유럽의 스쾃예술은 이미 현대미술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시민들이 작가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교류하는 문화가 됐다”고 소개했다.도청 이전을 앞두고 구도심 활성화 방안이 절실해진 현실에서, 참석자들은 예술가들이 처한 어려운 창작조건, 정부의 일관성 없는 예술정책, 유휴공공건물에 대한 합리적 사용, 예술가와 지역문화를 살리기 위한 자생적인 창작 스튜디오 개발 등의 대안으로 ‘동문거리 스튜디오 지원사업’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09.24 23:02

동문거리 스튜디오 지원 '눈길'

과거 예술인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했던 동네, 동문거리. 쓸쓸함만이 남아있는 동문거리에 생기를 불어넣을 대안으로 ‘스튜디오 지원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동문거리 스튜디오 지원사업 세미나 ‘Studio 東門-동문거리 스튜디오 지원사업 가능한가?’가 23일 오후 2시 문화공간 다문에서 열린다. ‘스튜디오 동문’은 빈 점포가 늘어가며 침체돼 가고있는 동문거리에 작가를 유치하는 프로젝트. 작가 창작 활동의 공간으로 출발, 지역문화 발전을 견인해 나갈 수 있는 동량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또 빈 점포를 활용하면서 거리 환경을 개선하고, 거리 문화에 새로운 가치와 힘을 불어넣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김윤환씨(오아시스 프로젝터)가 ‘스튜디오 지원사업이란 무엇인가?’를 발제하고, 박진희(스튜디오 동문 프로듀서) 유대수(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기획자) 김현숙(오아시스 프로젝터) 소영권(공공작업소 심심 미술팀장) 김영춘씨(전주시의회 의원)를 비롯해 동문거리 상가 상인과 건축주, 지역 작가, 전주시 관계자 등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사회는 김병수 공공작업소 심심 대표.동문거리 내 문화 잠재 역량을 확인하고, ‘동문’과 ‘문화’의 연결 고리를 찾는 세미나다. 문의 063) 288-9406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09.23 23:02

도립국악원 목요 예술무대 '추월' 23일 소리문화전당

가을밤 휘영청 밝은 달 아래 전해오는 국악의 향기. 한가위를 맞아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오규삼)이 ‘추월(秋月)’을 주제로 목요국악예술무대를 연다. 23일 저녁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2004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을 맡은 도립국악원의 관현악단, 창극단, 무용단이 총 출연해 마련한 무대. ‘남도뱃노래합주’, 민요 ‘팔월가’, ‘25현 한오백년 변주곡’, '살풀이 춤’, 창작무용 ‘풍행’, 단막창극 ‘어사또와 나무꾼’ 등 가·무·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남도뱃노래’는 대표적 남도 민요 중 하나. 관현악단은 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 대금, 피리, 그리고 타악기가 한데 어우러진 기악합주로 흥겨움이 있는 무대를 전한다. 경쾌한 굿거리장단이 일품인 민요 ‘팔월가’는 여인네들의 생활상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근대 창작 민요로 창극단과 관현악단이 함께 꾸민다. 전통 가야금의 음계적·음역적 가능성을 넓힌 25현 가야금. 관현악단의 조보연씨가 전통 가락의 선율 속에 숨겨진 다양한 연주기교를 선사한다. 창극단은 춘향전에 나오는 방자 편지 대목을 해학적으로 새로 각색한 단막창극 '어사또와 나뭇꾼'을 무대에 올린다. 춘향의 소식을 묻는 어사또를 골탕먹이는 나뭇꾼의 익살과 재치가 흥미롭다.호기심 많고 수줍은 처녀들의 모습을 전위적으로 표현한, 이윤경 안무의 창작무용 ‘풍행’도 무대에 올려진다. 또 이화진 무용단은 곡선미와 여백미가 넘쳐나고 정(靜)·중(中)·동(動)의 미가 극치를 이루는 이매방류 살풀이로 한민족 정서의 '한(恨)'을 표현한다. 관람은 무료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4.09.23 23:02

"'아트 시네마'를 전주 시민에게 許하라" 김영혜 교수

전주의 예술영화전용관 개관 무산 위기가 알려지면서 이러한 사태를 자초한 ‘전주 시네마’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선정이 극장측의 일방적인 개관보류로 취소될 경우, 전주 지역의 관련 사업이 안게될 부담은 물론, 도시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문화계 인사들은 지적한다.우석대 연극영화과 김영혜교수가 예술영화전용관 개관 무산 위기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얼마 전 지역 언론들이 전주에도 예술영화 전용관(아트 시네마)이 생긴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영화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도 충분히 흥분할만한 뉴스였지만, 전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사뭇 가슴 설레는 일대 낭보였다.‘아트 시네마’라니, 전주는 유럽의 유명한 예술 도시도 아니고, 서울도 아니고, 부산도 아닌데, 여기에 아트 시네마가 생긴다니, 도대체 이게 믿겨지지 않는 것이었다.우리가 개봉관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 주로 헐리우드 영화 아니면, 한국영화, 그리고 극소수의 유럽영화인데, 그것도 매우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영화에 한정되어 있다. 아무리 극장 수가 많으면 무얼 하나. 시간대만 바꾸어가며 장사될만한 영화를 1관에서도 틀고 2관에서도 틀고 3관에서도 튼다. 이것이 바로 아트 시네마가 필요한 이유이다.영화의 편식과 독식을 막는 것,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정보를 확인하고 시간을 급히 내고 하지 않아도 언제라도 가기만 하면 보석같은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말로만 듣던 영화사의 빛나는 작품들을 황홀한 35미리 필름으로 볼 수 있는 곳, 그것이 아트 시네마다.한 도시에 아트 시네마가 있다는 것은, 그 도시에 뛰어난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있을 때처럼, 도시 전체의 문화적 품격을 단번에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의미를 가진다. 전주시민은 국제영화제 동안의 짧은 기간에 종종걸음을 치지 않으면 도무지 예술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라고는 없다. 굳이 보려면 서울로, 아니면 부산으로 가야한다. 해마다 국제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는 도시로서 남부끄러운 일이다. 전주시민들에게도 평소에 영화에 대한 감수성과 안목을 키우고, 다양한 영화를 즐기고 식별할 수 있는 감상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내가 아트 시네마의 개관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그런데, 듣자하니, 전주 아트 시네마 개관이 무산될 위기에 있다고 한다.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기로 하고 멀티플렉스 상영관 하나를 아트 시네마로 전용하겠다던 극장이 납득할만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갑자기 계획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약정체결에 불성실하게 임했다는 이유로 지원을 취소할 것이라고 한다.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해당 극장주는 전주시민 전체에게 심대한 손실과 타격을 입힌 셈이다.기껏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선정해서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없던 일로 만들어버린 이런 극장이 있는 한, 앞으로 전주의 어떤 극장이 영화진흥위원회의 아트시네마 선정공모에 응할 수 있단 말인가? 행여, 그들이 전주시민 전체를 우스꽝스럽게 여기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당사자는 어떤 식으로든 전주 시민에게 입힌 손실을 보상하고 전주시민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최선의 방법은 전주시민에게 다시 아트 시네마를 만들어주는 것이다.우리에게 굳이 서울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출시되지도 않는 비디오를 목마르게 기다리지 않아도, 비싼 돈 주고 외국에서 비디오를 구입하지 않아도, 언제든 그곳에 가면 황홀한 필름의 향연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마음대로 빼앗아가지 말라.그리하여 전주가 ‘소리문화의 전당’이 있고 ‘전통문화센터’도 있고, 더불어 ‘아트 시네마’가 있는 품격 있는 문화도시로 거듭 나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라!/김영혜(우석대 영화학과 교수)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9.23 23:02

도립미술관 개관전 준비하는 신시도 초등생

멸치를 말리는 동네는 오랜만에 분주했다. 유난히 씩씩해진 아이들의 웃음소리따라 회색빛이었던 섬도 밝은 빛으로 물들었다.아침 저녁으로 학교 뒷담까지 바닷물이 차오르는 신시도초등학교. 바다처럼 짙푸른 아이들의 눈망울이 호기심으로 일렁였다. 바다 끝, 이 섬 밖으로, 세상을 찾아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꿈이 거기 있었다.21일, 전날 쏟아진 비로 공사 중인 새만금 방조제 연결 도로는 진흙탕이다. 아직은 신시도 주민들만 다닐 수 있는 길을 타고 신시도에 닿았다. 이곳은 이제 곧 배가 있었던 흔적만으로 섬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중 나온 낚시어선 ‘쌕쌕이’를 타고 마을을 가로막고 있는 산을 빙 둘러 신시도초등학교에 도착했다.그림 재료들을 실러 리어커를 끌고나온 선생님, 담장 너머로 빼꼼히 쳐다보는 아이들과의 만남은 즐거웠다. 신시도초등학교는 유치원생까지 합해야 전교생 33명, 교직원 8명인 작은 학교다. 조각가 강용면씨와 미디어아트작가 고보연씨는 10월 중순 개관을 앞두고 있는 전북도립미술관 카페테리아를 이곳 신시도 아이들과 함께 꾸미기로 했다. 모악산과 신시도의 풍경을 담아 카페테리아를 ‘모악·신시도·休-산·섬·쉼’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한 프로젝트는 작은 섬에서 몰래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 작가들을 보자 조개 껍질에 색칠하고 있던 아이들 틈에서 작은 소동이 인다. 이제 세번째 만남인데, 아이들은 작가들의 팔다리를 잡고 늘어진다. 낯설었던 이들에게 마음을 내어준 건 아이들이 먼저였다.이번 시간은 ‘신시도의 갯벌 이야기’다. 지난 주말 내내 작가들이 제자들과 함께 짠 합판 위에 갯벌과 물감, 본드를 섞어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손이 붓이에요. 요렇게∼ 얼굴도 그리고, 눈썹도 그리고. 그렇지. 그리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하세요.” “우와∼. 선생님, 그림 잘 그리네요.”‘꽤 이름난’ 작가에게 아이들은 ‘용감하게도’ 그림 잘 그린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 앞에서는 ‘작가 선생님’들의 말투도 부드러워질 수 밖에 없다. 나무 조각에 그림을 그리거나 합판 위에 자신의 형상을 본뜨고 채색했던 그동안의 작업보다 아이들은 바닷가에서 진행하는 이날 작업이 더 흥미롭다. 손이 붓이라서 더 재밌단다. “갯벌에 들어가서 하면 더 좋겠다”며 작가들에게 건의도 한다. “새만금 공사는 현재 전북이 안고있는 발전프로젝트지요.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고요. 이러한 미래지향성을 바탕으로 모악산과 새만금을 연결시키고, 인간관계와 예술도 손을 잡는다는 의미를 담았어요.”늘 미술의 대중화를 고민해 왔던 강씨는 이 작업을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낮추고 먼저 다가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각은 어차피 막노동”이라며, 고된 과정을 감수해온 강씨에게도 이번 작업의 어려움은 적지 않았다. 섬에 들어오는 하루를 위해 3∼4일을 준비하고 다녀온 후에는 정리작업도 해야하는 것은 물론, 프로젝트의 세세한 부분까지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줄곧 ‘휴식’을 주제로 작업해 온 고씨는 강씨의 제안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지역작가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말하는 두 작가는 아이들의 작품 분위기를 보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선생님들과 학부형들의 도움이 없으면 절대 진행될 수 없는 일이예요. 단순하게 수업 몇 시간 더 하는 것 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에게 더 큰 것을 선물할 수 있다고 판단해 주신 것이지요.”다른 곳 같았으면 부모들이 반대했을 프로젝트에 이 곳 학부모들은 배를 내어주고 따뜻한 점심을 차려주며 작가들을 감동시켰다. “이 중에서 화가가 나올지도 모른다”며 넉넉한 웃음을 보이는 정판옥 학교운영위원회장은 “아이들이 성장해서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싶다”고 말했다. “지역의 특수성상 저녁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데, 흥미로운 체험학습이 생긴 것이지요. 미술관 한 번 가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서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예요.”“그동안 미술교육이 회화 중심으로만 이뤄져 아쉬웠다”는 최용순 교사는 이 프로젝트가 학생들이 새로운 문화에 접근해 나가는 통로가 되길 기대했다. ‘손으로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좋다’는 여섯살 지성이와 ‘처음 해 본 것들이 많아 재밌다’는 열세살 신영이. “예술이나 그런 거 한 번 느껴볼려고 했다”고 말해 사람들을 놀래켰던 여덟살 기혁이까지 33명 신시도 아이들은 10월 4일 작품 설치를 위해 전주에 온다. 이제 신시도 아이들의 꿈이 육지까지 연결된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09.23 23:02

[옛 문서의 향기]조선시대 '이혼합의서'

필자가 박물관에 근무할 때, 구입한 고문서 뭉치를 정리하다 조그만 수기 하나를 발견하고서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조선시대의 ‘이혼합의서’를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때 마치 신문기자가 특종을 하나 건진 것처럼 탄성을 지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우선 그 수기를 번역해 보면 다음과 같다.'수기 애통하구나. 가슴이 미어진다. 부부유별(夫婦有別)은 (사람이 반드시 지켜야 할 윤리 중) 세 번째로 큰 윤리[大倫]인데 무상(無常)하구나. 아내는 (그동안 나와) 함께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동고동락하여 왔는데[同?糟糠] 뜻하지 않게 오늘 아침에 나를 배반하고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버렸으니 슬프다. (아내와의 사이에서 낳은) 저 두 딸은 장차 누구에게 의지하여 자랄 것인가? 말과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말이 나오기도 전에 눈물이 흐른다. 그러나 그녀가 나를 배신하였으니 어찌 내가 그녀를 생각하겠는가? 칼을 품고 가서 그녀를 죽이는 것이 마땅한 일이나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장차 앞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십분 생각하여 용서하고 엽전 35냥을 받고서 영원히 우리의 혼인 관계를 파기하고 위 댁(宅)으로 보낸다. 만일 뒷날 말썽이 일어나거든 이 수기를 가지고 증빙할 일이다.’ -을유년(乙酉年) 12월 20일 최덕현 수표- 위 수기는 여러 가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데 그 중 하나가 위 수기의 작성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대부분 이 수기의 작성자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최덕현이라고 단정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만일 이 수기의 작성자가 최덕현이라면 수기의 본문을 모두 한문으로 작성한 후 자신의 이름만을 굳이 한글로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 수기의 실제 작성자는 누구일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최덕현의 아내이다. 그러나 최덕현이 겨우 한글로 자신의 이름 밖에 쓸 수 없는 처지인데 그의 아내가 유식하게 한문을 터득하여 수기를 작성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그 다음으로는 최덕현의 아내를 데려간 사람이거나 그의 측근일 가능성이 있다. 최덕현의 아내를 데려간 후 남의 처를 빼앗아 갔다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 뒷날 말썽이 생길 수 있는 여지를 서둘러 없앨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최덕현에게 35냥을 주고서 대신 수기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덕현으로부터 후일 뒷말을 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다짐을 받아놓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최덕현은 한글로 겨우 자신의 이름 정도 쓸 줄 모르고 또 이전에 문서를 작성해 본 경험도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최덕현의 아내를 데려간 사람이나 그의 측근 중의 한 사람이 수기를 작성한 후 이를 최덕현에게 주어 서명하고 수장을 그려 넣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그러나 수기의 내용을 곰곰이 살펴보면 그러할 가능성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위 수기에는 부부로서의 도리, 빈한(貧寒)한 가운데에서도 동고동락했던 기억, 배신한 처에 대한 원망 등이 절절히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최덕현의 아내를 데려간 측에서 이 수기를 작성하였다면 이런 표현들을 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또 굳이 하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 수기에 나타난 표현들을 근거로 판단한다면 이 수기를 작성한 사람은 최덕현의 아내를 데려간 측보다는 오히려 최덕현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측근 중의 한 사람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다./전경목(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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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4.09.22 23:02

김화권씨 첫 시집 '숲길을 걷는 자는 알지'

“수필로 시작했지만 항상 시를 마음에 두고 있었어요. 삶의 길모퉁이에서 넘어져도 나보다 먼저 용기있게 일어서는 건 언제나 시였습니다.”그래서 그의 시는 ‘도처에 상처투성이이고 각질져 있고 구겨져 있다’고 했다. 첫 시집 ‘숲길을 걷는 자는 알지’를 펴낸 김회권씨(45). 그는 개인적으로 “함축적이면서도 강하게 전달되는 시가 수필보다 매력적”이었다고 했다.“우리 삶에서 ‘승화’란 어둠에서 밝음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시를 쓰기 위해서는 일단 어둠 속에서 나를 볼 필요가 있었고, 평소 평범한 것보다 희망으로 어둠을 뚫고 나온 것들이 더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따뜻한 수필을 써왔던 그는 의외로 어두운 시들을 발표해 주변을 놀래켰다. 그러나 정작 김씨는 “어둠을 모르면 밝음의 소중함도 모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우석대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현재 광주 인화학교에서 장애아동들을 가르치고 있다. 제자들이 사회에서 받는 편견들을 풀어놓은 열다섯 편의 시도 있었지만, 이번 시집에서는 제외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자신의 시가 또다시 상처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은 시와 인생 모두에서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관계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노동으로 땀 흘리는 사람들의 건강한 이야기를 쓰고싶어요.”“내것을 주면서 더불어 사는 삶이 손해가 아니다”는 김씨는 그래서 시를 쓴다. 절제하고 축소하는 자세로 인간 내면을 응시하며, 가진 자보다 없는 자를, 높은 곳 보다 낮은 곳을 바라보며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전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씨는 2003년 ‘문화춘추’에서 시로 등단했다. 수필집으로는 ‘뜨락에서 꽃잎을 줍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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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4.09.22 23:02

전이곤교장 동시집 '청개구리도 풍년을 노래한다'

말 안듣기로 유명한 청개구리도 ‘흙탕물 털털 털고 집으로 가는 농부님’을 보면 ‘땀흘려 일하느라 개골개골 개애∼골 수고 수고 하셨어요’한다. 풀섶에 모여 ‘풍풍년년 풍풍년 개골개골 대풍년’하고 풍년을 노래한다.‘불그레한 얼굴로 활짝 웃는 둥근 해’가 뜨는 지리산 자락, 나이 지긋한 교장 선생님 눈엔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청개구리’다. 거꾸로 행동해도 밉지않은, ‘이쁜 청개구리들’이다. 아동문학가 전이곤씨(56, 남원 아영초등학교 교장)가 동시집 ‘청개구리도 풍년을 노래한다’를 펴냈다. 10년 만에 펴낸 두번째 동시집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풀풀 일어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이 자연과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특히 도시 아이들은 농촌의 일상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결국 자라서도 서로를 이해를 할 수 없게 되지요.”대학시절 시를 썼던 그는 35년 전 교단에 서게 되면서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부대끼며 느낀 감상들을 자연과 시골 풍경, 시골 인심에 빗대어서 노래했다.“동시는 아이들이 읽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다”는 그는 시어를 선택할 때도 외래어나 한자 등 어려운 말 대신 우리말을, 이왕이면 ‘아름다운’ 말을 택한다.“동시는 아이들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솔직히 성인이 동시를 쓴다는 게 쉽진 않지만, 아이들을 위해 밝고 명랑하게 쓰려고 노력해요.”아무리 요즘 아이들이 어른스럽다고 해도 이들을 이끌어주는 방법에 따라 동심이 살아난다는 전씨는 학부형이나 학생들에게 평소 시집을 선물해 인기다. 학교 곳곳에 동시집과 시집을 꽂아놓고 한달에 한번씩 동시 낭송대회를 열기도 한다.제4회 전북아동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전북아동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여름, 나무 그늘에서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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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4.09.22 23:02

안도현 시인 새시집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시 ‘간격’ 전문’안도현시인(43)의 새시집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창비펴냄)가 나왔다. 여덟번째 시집이다. 3년만에 만나는 그의 시들은 풍요롭다. 일상성으로부터 잘게 부서져 나오거나 더욱 깊게 침잠해 있는 그의 언어들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향한 아득한, 혹은 아늑한 그리움을 안고 달려온다. 시가 놓여있는 지점, 시가 아닌 글쓰기(?)에 오래 머무르고 있지는 않은가 걱정하며 시인의 심상에 목말라했던 독자들에게 시인은 보기좋게 화답한다. 이 시집에 발표한 시는 60편. 모든 시편들이 줄곧 시도해온 세상과의 ‘화해’위에서 태어나 생명을 얻었다. 세상의 어느것도 갈등의 국면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없을진대, 시인은 그 갈등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화해의 틈새를 찾아’내고, ‘화해의 소식을 전해’준다. 시인이 세상과 화해하는 풍경은 눈물겹다. 그 눈물겨운 노력을 황동규는 “세계와 자신을 가능한 한 밀착시키려는 의지”라고 해석한다.시인의 의지는 철저하게 객관적 관찰자의 입장을 견지하나 또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언어의 힘을 놓치지 않는다. 이러한 특징은 ‘보이지 않은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하고자하는’ 시인의 오래된 미덕이다. '나는 맨발이었고, 마루를 밟는 발바닥이 따뜻했다 아버지가 군불때고 들어와 내 어린 발을 잡아주시던 그 옛날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아득해져서, 나 혼자밖에 아낄 줄 모르는 나도 툇마루가 될수 있나, 생각했다'('툇마루가 되는 일') 일상의 도처에서 드러나는 시인의 의지는 때로 대상을 여유롭게 관망하는 듯 하면서도 철저하게 밀착하는, 그리하여 자기성찰의 의지로 진전시켜내는 탐색의 관점을 포기하지 않는다.숯불위에 올린 석쇠위의 곰장어를 보고 '일생(一生)이란, 대가리부터 꼬리까지/그 길이 몇뼘 늘리는 일이었구나'('곰장어 굽는 저녁')를 깨닫는 일이나 ‘쥐똥을 쓸어내고 어지러운 발자국을 걸레로 닦다가/방 구석구석 기둥이며 벽에 새겨진 쥐 이빨 자국’을 보며 ‘그놈은 출구를 찾고 있었던 것’(‘혈서’)을 알게되는 일은 시인에게 단순한 일상이 아닌 것이다. 적지 않은, 그러나 길지 않은 시편들을 읽다보면 시인이 끝내 지키려하는 시적 세계는 어디쯤에 존재할까가 궁금해지지만 시인은 '나'와 ''나 아닌 것'과의 사이에 놓인 '거리'와 '관계'에 대한 탐색을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언제쯤 바닥에 아무렇지도 않게 시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 시에 갇힌 나무와 꽃과 새를 풀어줄 수 있을까. 언제쯤이나 나를 정면에서 배반할 수 있을까.”시인은 시집의 과적 중량이 ‘버겁다’고 말하지만 독자들에게는 아름다움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눈뜸이 아닐 수 없다. 오롯이 글을 쓰는일로만 복무했던 시인은 지난 9월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되었다. '너에게 가려고/나는 강을 만들었다 -중략-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강’) 시인에게 시를 쓰고 또한 가르치는 일이 혹, 강을 만드는 일과 같은 것은 아닐까 싶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4.09.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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