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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함상원 대금 독주회 오늘 소리문화의 전당

판소리나 산조처럼 흥겹지도 않고 구슬프지도 않지만 언제 들어도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정악(正樂)이다.미동거리는 고요함.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이 살아 숨쉬는 대금이 단아함과 기품을 뽐낸다. 3일 저녁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함상원 대금 독주회’.부산 출생으로 우석대를 졸업한 함상원씨(32)는 전주시립국악단 단원. 독주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작 대금을 전공했으면서도 그 깊이를 최근에서야 깨닫게 됐죠. 올해 꼭 독주회를 갖기로 마음을 먹고 지난 4월부터 준비해왔어요.”첫 무대치고는 곡의 선택이 대담하다. 관악영산회상 8곡을 내리 연주하기로 한 것이다. 연주시간만 45분. “영산회상은 곡이 끝날 때마다 쉬는 게 보통이죠. 아마 도중에 멈추지 않고 전곡 연주에 도전하는 것은 전북에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어요.”첫 독주회인데다 쉼없이 연주하는 부담감 탓일까. 친구, 동료들이 그와 호흡을 맞춘다. 고향 친구인 부산시립국악단의 김경수씨(피리), 동료인 전주시립국악단 악장 장준철씨(장구)와 오정무씨(해금)가 가세한다. “영상회상은 전공자들 조차 생소한 곡이죠. 궁중에서 무용 반주곡으로 사용됐지만, 절제미가 강조되다 보니 다소 무겁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한결같이 느짓하고 담백하다 못해 심심하게 느껴지지만 한가로움 속에 느림의 미학과 진중함이 다가온다.피리 장구 해금 등과 조화를 이룬 이번 대금 독주회는 색다른 전통 선율을 전해줄 것이라며, 그는 기대에 부풀어있다. 영산회상(靈山會相)은 궁중에서 즐기던 풍류음악으로 상령산, 중령산, 세령산, 가락제지, 삼현환입, 하현환입, 염불환입, 타령, 군악 등 9곡으로 되어 있다. 영산회상에서 하현환입을 뺀 8곡을 향피리 중심의 관악곡으로 편성한 것이 바로 관악영산회상이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4.09.03 23:02

[문화광장]현대무용단 C.D.P 정기공연 5일 소리문화전당

1일 전북대 무용학과 연습실, 시간은 밤 10시를 넘겼지만 연습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5일 오후 6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리는 정기공연 ‘2004 C.D.P’를 앞두고 있는 현대무용단 C.D.P(Coll. Dance Project, 대표 최재희)는 마땅한 연습 공간이 없어 모교 연습실을 빌려쓰고 있었다. 연습은 계속되지만 지치지는 않는다. 건물 문 닫을 시간이 다가올 수록 조급한 마음에 눈빛은 강해지고 동작은 더 힘을 얻는다. ‘젊음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다’고 했지만, 이들에게 젊음은 그냥 놓아두면 녹이 슬어버리는 어떤 것에 불과하다.“10월이면 저희에게도 힘들게 마련한 연습실이 생겨요. 늦더라도 우리 공간에서 편하게 준비하며 공연을 올릴 수도 있었지만, 항상 이쯤 정기공연을 하기로 다짐했었거든요.”가을이 왔나 싶으면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도록, C.D.P는 항상 9월에 정기공연을 열기로 했다. 지역 무용계에 새 기운을 불어넣고 싶어 2002년 창단한 C.D.P는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현대무용을 택한 것도 다양한 것들을 과감하게 수용하고 새로운 실험이 가능하다는 믿음때문이었다. 햇수로는 이제 3년째지만, 이미 중앙에서도 ‘만만치 않은 그룹’으로 알려졌다.‘사회라는 커다란 공간 속에 덩그라니 놓여진 개인, 서로 다른 생각으로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타인과 타인의 관계’. 몸짓으로 세상을 읽는 이들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거침없이 발산한다. 다소 무겁고 부담스러운 주제, 혹시 모를 부족함은 노력으로 채운다.“단원이 너무 적어 작품을 할 때면 고민이 많아요. 단원이나 연습실 등 지금은 힘든 여건이지만, 그래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하고있다고 생각해요.”C.D.P의 정단원은 최재희 탁지혜 임은주 한유경씨 등 4명 뿐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서도 객원 안무가 윤명희씨와 전북대 무용학과 후배들의 도움을 받았다.전북대를 졸업하고 경희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서울서 활동하게 된 윤씨는 2년 전 다시 전주로 내려왔다. 참과 거짓, 긍정과 부정으로 설명될 수 없는 복잡한 사회의 다양성을 표현한 윤씨의 ‘마루밑 대화’는 이미지가 강한 작품이다. 제2회 전북 신인 안무가전 연기상 수상작 ‘PUZZLE’은 부대표 탁씨가 안무를 맡았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극복하자는 메세지를 각각의 조각들이 맞물려서 하나가 되는 퍼즐로 형상화시켰다. 최대표가 안무한 ‘벽(闢)’은 2003 젊은작가전 우수 안무가상 수상작. 반복되는 리듬과 동작으로 갈등과 거짓으로 견고하게 결합된 벽을 허물고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찾는다.세 작품에는 단순한 움직임이 아닌, 스토리가 있는 작품을 하고싶어 하는 단원들의 의욕이 녹아있다. 시각적 이미지가 강한 자유로운 몸짓도 치밀한 기획과 부단한 연습이 바탕이 됐다. “요즘 사람들은 웃을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현대무용은 어렵고 어두운 면만 부각되는 것 같아요. 관객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쉬운 작품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무거운 춤을 보여주면서 재밌게 보라는 주문이 틀렸다는 것은 알지만, C.D.P의 춤은 아직도 어렵다. 그러나 ‘쉽다’고 해서 ‘가벼운 것’은 아니다. 주제에 대한 깊이있는 시선은 유지하면서도 쉽게 표현하고 다가서는 것이다. 5일, 조금 쉬워졌지만 여전히 힘있는 C.D.P의 몸짓이 시작된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09.03 23:02

창무극 '황토현의 횃불 천명' 3ㆍ4일 정읍 황토현서 공연

1894년, 우리 근대사의 문을 연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형상화한 창무극 ‘황토현의 횃불 천명’이 3일과 4일 정읍시 덕천면 동학농민혁명기념관 앞 광장 특설무대에서 공연된다. 동학농민혁명 110주년을 기념한 무대다. 정읍시가 주최하고 정읍갑오농민혁명계승사업회(이사장 심요섭)와 정읍시립국악단이 주관해 제작한 이 작품은 갑오년, 폐정과 착취에 맞서 떨쳐 일어났던 민중들의 역사를 담은 것. 음악과 춤, 극의 예술성에 담긴 동학농민혁명의 역사가 오늘의 관객들을 110년전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천명’은 서울 중앙국립극장의 특별기획 작품으로 제작되어 호평을 받은 작품. 지난 99년 전주와 광주 공연에서 기립박수를 받았을 정도로 극찬을 받았다. 이번 정읍 공연무대에 올려지는 ‘천명’은 국립극장의 음악극에 바탕을 두면서도 극의 특성은 다르다. 극장 무대를 벗어나 야외 무대로의 공간변화를 살려 대사 전달의 측면보다 춤과 노래의 비중을 늘렸다. 음악극이 아닌 ‘창무극’으로 이름 붙여진 것도 그 때문이다.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한 예술작품이 농민혁명의 첫 승전지인 황토현 현장에서 공연되는 것도 큰 의미다. “천명은 이미 그 규모나 예술성 면에서 걸작으로 평가 받아온 작품이어서 부담이 적지 않았다”는 이화동 총감독(전북대교수)은 “기존의 작품이 극장 무대에서 그 예술성을 발휘했다면 야외무대에서 올려지는 이번 무대는 또다른 새로운 감흥을 전할 수 있도록 각색한 부분을 주목할 만하다”고 소개했다. 국립창극단 단원들이 대거 합류했지만 정읍시립국악단의 역량이 새롭게 조율되는 무대로도 관심을 모으는 이 작품은 역사물에 대한 예술작업의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올 김용옥 원작에 박범훈이 작곡한 ‘천명’의 주인공 전봉준은 국립창극단 운영위원인 왕기석이, 역시 국립극장 운영위원인 유수정이 복례역을 맡았다. 주호종 한승석 김학용 윤석안 이시웅 등 국립창극단 경력 단원들의 열연이 기대되는 이번 공연은 신두항 김찬미 김지영 등 정읍시립국악단 단원과 객원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 등 1백여명이 출연하는 대형 무대.규모도 그렇지만 스펙타클한 야외무대의 웅장함이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체험의 공연무대를 선사한다. 공연시간은 오후 7시 30분.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4.09.02 23:02

하재봉의 '영화ㆍ영상산업 바로보기' 전주시청서 열려

‘영화 필름이 장식된 밀짚모자를 기억하십니까?’국제영화제를 개최하고 영상산업도시를 꿈꾸는 전주시 공무원들의 '영화와 영상산업 바로 보기'. 영화가 '왜', 영상산업은 또 '왜' 중요한가라는 물음에 영화평론가 하재봉씨(47)가 유쾌한 답변으로 하나 둘 궁금증을 풀어헤쳤다. 그의 강연은 시청과 구청, 동사무소 직원 3백여명이 청원조회 참석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1일 오전 9시 전주시청 강당. 영화나 영상분야에 적을 둔 공무원은 아니더라도 영상도시를 지향하면서 한번쯤은 '영화, 영상 마인드'를 고민해볼 만한 전주시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지난 60년대 후반 '사치'로 여겨졌던 영화가 70년대 들어서는 TV에 밀려 고전을 되풀이하다 최근 다매체시대에 오히려 양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점에 하씨는 주목했다. 그는 "상영이 끝나고 난 영화 필름이 창고에 보관하기도 귀찮은 애물단지로 취급받거나 밀짚모자 장식품으로 쓰였던 시절을 뒤로 한 채, 영화는 현재 영상 산업의 핵심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영화는 변하지 않았지만, 영화를 중심으로 삶이 바뀌면서 놀라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영화는 바로 극장 안에서의 일시적인 흥미나 만족으로 부터가 아닌 관객 스스로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 그래서 '영화는 예술'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그는 "캐릭터와 게임 등 다양한 컨텐츠와 연계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는 앞으로 더 산업적인 경향을 띨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며 "영화 산업은 커지고 모든 산업 질서도 영상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영화가 지나치게 상업적인 측면을 강조하면 관객으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영화는 상업성에 치우친 블록버스터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다"고 못박은 뒤, "새로운 요소를 가미하지 않고는 흥행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실험정신을 지향하는 인디영화 등 다양한 시도와 병행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강연을 들은 전주시 정보영상과 김미정 과장은 "주무 부서 외 다른 소속 직원들에게도 '영화와 영상산업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한번 일깨워주는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4.09.02 23:02

창작 오페라 '정극인' 3ㆍ4일 소리문화전당

정읍 태인에서 말년을 보낸 조선시대 학자 정극인(1401-1481)의 생애가 오페라로 제작된다.예술기획 ‘예루’(대표 김광순)가 제작한 오페라 ‘정극인’이 9월 3일(오후 7시)과 4일(오후 2시,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막을 올린다. 소극장 예루로 출발해 전문예술법인으로 옷을 바꾸어 입은 ‘예루’가 지역 문화단체로 뿌리 내린지 18년, 그동안 꾸준히 이어온 소극장 공연과 콘서트 등 500회 공연을 기념해 의욕적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가사문학의 효시인 ‘상춘곡’의 작가이자 ‘불우헌집’의 저자인 정극인의 고난에 찬 삶과 사상을 조명한 이 작품은 지역예술인들의 열정과 역량을 집적한 창작 오페라 무대. 정극인이란 실존인물의 고뇌를 통해 당대의 사회상과 정치세계로 대변되는 현실적 삶을 긴밀하게 그렸다. 치열한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한 인간의 고뇌와 그 선택으로 인해 맞게되는 삶의 상처와 현실정치에의 환멸은 오늘의 관객들에게도 동질감으로 전해진다. 역사적 인물을 조명했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지역 문화단체의 창작오페라 제작 시도는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크다. 이 작품의 총감독인 전주대 김광순교수가 작곡을, 역시 전북 연극의 맥을 이어온 전주대 박병도 교수가 연출을 맡아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췄으며, 지방 교향악단의 역량을 끌어올려 주목받고 있는 군산시향 상임지휘자 신현길씨가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는다.“우리 음율에 서양악기 편성으로 우리 고유의 창법과 양악창법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한국적 오페라 양식을 창출하고 싶었다”는 김교수는 ‘정통오페라의 양식을 그대로 지키면서도 한국적인 색채가 강한 선율’의 음악, ‘조명과 무대미술의 효과를 살린 극적 배치’의 조화를 기대해달라고 밝혔다. 전북 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음악연주를, 전주쳄버콰이어(지휘 백성현)가 합창을 맡았으며, 원광대 오문자교수가 이끄는 오문자현대무용단이 ‘검무’ 등 화려함과 역동성을 더해주는 춤으로 결합했다. 주인공들의 면면들도 눈길을 끈다. 정극인 역을 맡은 바리톤 최관은 이미 지역에서 올려진 여러 편의 오페라 무대에서 역량을 발휘해온 중견. 연화역의 김정아와는 서울대와 같은 대학원 선후배 사이다. 최성욱역의 신윤정, 권씨 부인역의 박신, 김진용역의 김종대를 비롯, 강지훈 이용승 주동환 공동규 문영지 등 활동이 활발한 중견성악가와 신인들의 보다 새로워진 역량을 이번 무대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이들 모두가 전북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전주대와 전라일보가 공동 주최한 ‘오페라 정극인’은 전주 공연에 이어 10일 오후 7시 30분 정읍 정읍사예술회관에서 공연하며, 오는 11월 중국 공연도 추진중이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4.09.02 23:02

[새로나온 책]문학앞에

△ 문학 앞에김건중 한국문인협회 경기도지회장의 두번째 산문집. ‘창작이냐 문학활동이냐’의 두 길을 놓고 고민하는 작가들의 문학운동 신념과 문학정신을 주제로 2001년부터 현재까지 썼던 글들을 한 권에 엮어냈다. 그의 문학세계와 지역의 문학적 정서도 엿볼 수 있다. 서진각 펴냄/8천원△ 사십일의 일기가족과 신앙을 두 축으로 전개되는 익산 출생 박정례씨의 신앙소설. ‘사십일의 일기’ ‘별두점’ 등 구체적인 묘사와 설명으로 생활 속에서 느낀 종교의 힘을 소설화했다. 도서출판 들꽃 펴냄/8천원△ 고객웰빙기법‘소비를 촉진시키려면 고객을 진정한 왕으로 모시고 받들어야 주머니를 열고 신하에게 많은 상을 내린다’. 경영학 박사 권오철씨가 현재 및 잠재고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활동 요소들과 불황 속 성공브랜드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학문사 펴냄/1만원△ 잃어버린 시간들소수의 성공사례를 통해 해외이민이나 조기유학의 밝은 면만을 보고있는 이들에게 목적없는 무분별한 선택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미국 교육구청에 근무하고 있는 토니 박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한인 십대들의 어두운 면을 지적했다. 쉼터 펴냄/8천5백원△ 마케팅의 위력과 함정저자 임성룡씨는 비즈니스맨 경쟁력의 3가지 기본을 ‘자기 자신의 가치’와 ‘자기 회사의 가치’, ‘자기 상품의 가치’를 꼽는다. 마케팅의 분야를 개인비즈니스와 기업비즈니스로 구분, 마케팅 믹스전략과 마케팅지향 경영, 차별성 등을 논의한다. 학문사 펴냄/1만2천원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9.01 23:02

[옛 문서의 향기]아들을 두지 못한 양반의 제사 걱정

조선시대 사대부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제사 모시는 일(奉祭祀)이었다. 그 한 예로 양반들의 기록 가운데, 오희문이 쓴 『쇄미록』을 보면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그는 식솔들을 이끌고 이리 저리 피난을 다니며 먹을 것이 없어 굶는 지경에 이르러도 1년에 25차례나 되는 제삿날은 빠짐없이 지키고 있었다. 이처럼 사대부들이 제사 모시기를 생명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곧 충효사상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성리학에서의 효란 모든 행동의 근원(孝者百行之源)이며 충신은 효자의 가문에서 배출된다(忠臣求於孝子之家)는 생각 때문이다. 상제례는 곧 살아계실 때와 마찬가지로 효도의 연장행위이며 효행의 주요덕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사는 부모의 유산과 함께 상속되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장자에게만 제사의 의무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조선전기에는 아들 딸 가리지 않고 돌아가며 제사를 지낸(輪回奉祀) 경우가 일반적이었고 재산도 장자와 차자, 아들과 딸 구별없이 똑 같이 나누어 상속(均等分執)했다. 또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양자를 세우기에 앞서 딸이 제사와 재산을 상속받았으며, 그 딸이 죽었을 경우에는 외손자가 상속받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었다. 율곡 이이(1536-1681)는 외가인 신씨의 제사를 지내 외손봉사의 대표적인 예가 된다. 하지만 17세기 후반 성리학적 사회질서가 정착되면서 부계중심의 종법질서가 확고해짐에 따라 적장자 상속이 일반화 되고 이에 따라 가계 계승을 위해 양자를 입양하는 관행이 정착되어 제사도 양자에게 상속되었다. 16세기의 재산분급에 관한 기록들을 보면 제사를 봉행하는데 쓰일 비용을 제위전(祭位田)라 하여 재산의 일부를 별도로 몫을 지어 상속하였고 아들과 딸들이 균등하게 유산을 분배받았다. 그러나 17세기 중반 무렵의 재산분급 문기에는 여자의 몫이 3분의 1로 줄어들고 있다.사대부들의 제사에 대한 집념은 제기(祭器)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문서는 17세기 중반(1649년 2월) 전라도 남원부 둔덕방에 살던 이유형이 작성한 전급기이다. 이유형은 나이 60이 되도록 아들이 없자 동생의 둘째아들 문주를 양자로 맞아들여 대를 잇고 제기와 집기 등을 전해 주면서 어렵게 마련한 물건이니 지손(支孫)에게는 나누어주지 말고 오로지 종손(宗孫)에게만 물려주어 세세봉제(世世奉祭)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꼼꼼하게 제기의 종류와 개수, 용도와 매득의 경위, 사용자까지 밝히고 있어 제사와 제기까지에도 후일을 염려하여 문서로 기록해 두었음을 알 수 있다.이제 사회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조상들의 제사를 일년 중 한 날에 모아서 지내고, 제수음식도 주문하고 제상장소도 콘도나 호텔로 바뀌는 것을 보면 예전과 달리 제사는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어 보인다. 혹자의 눈에는 답답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예법에 따라 정성을 다해 제수를 차렸던 종손들의 고집스런 삶, 제사 때마다 닦고 닦아 윤이 나는 유기처럼 고달팠으나 긍지를 가졌던 종부들의 삶에서 타의든 자의든 제사모시기에 최선을 다했던 그네들의 신념을 현재의 잣대로 재는 것이 가능할지, 아니 타당할지 되묻는다.//정성미(원광대강사, 전북대박물관 고문서연구팀).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9.01 23:02

[양계영의 베스트셀러 엿보기]벤저민 양 '덩샤오핑 평전'

이 책은 개혁 개방 정책으로 중국의 21세기를 건설한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평전이다. 겨우 150cm 남짓한 키와 60년 동안 피워 댄 줄담배로 상징되는 덩샤오핑은 격동하는 중국 현대사의 최전선에서, 탁월한 정치력과 특유의 신념으로 13억 중국인을 이끈 대표적인 정치 지도자이다. 덩샤오핑의 두 아들과 베이징 대학의 동창이었던 저자 벤저민 양은 이 책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덩샤오핑 일가는 이 책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고, 나 또한 그들을 기쁘게 하자고 쓴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전반적인 접근법과 내용은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 크게 다르다.” 이 평전의 가치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아 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덩샤오핑 이래 100년 동안 중국은 무서울 정도로 성장하여 지금은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강대국의 위상을 어김없이 발휘하고 있다. 최근 고구려사 왜곡에서 보듯이 현재의 중국의 과거의 중국과 명백히 달라져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덩샤오핑이란 인물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공산 혁명, 항일 전쟁, 문화 대혁명, 천안문 사태에 이르기까지 세계 제2의 대국을 이끌어 온 덩샤오핑을 깊이있게 분석한다. 그리고 그가 중국에 무엇을 남겼으며, 오늘날 중국은 그의 유산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들려준다. 한민족 반만년 역사와 떼어 놓을 수 없는 나라 중국. “지금 중국은 덩샤오핑이 말한 그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라는 헨리 키신저의 이 말이 은유하듯 이제 우리는 중국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분석해야 할 때이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9.01 23:02

지역정서 녹아내린 삶...'영호남 수필'ㆍ'숲으로 가는 계단'

쉽게 쓰여진 듯 하지만 몇 번을 고민했을 진솔한 수필 한 편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용기와 희망을 준다. 동시에 세상 사는 재미도 느끼게 해준다. 한 여름을 뜨겁게 이겨낸 영호남수필문학협회와 수필과비평작가회의가 ‘제14집 영호남 수필’과 ‘제2집 숲으로 가는 계단’을 펴냈다.영호남 6개 지역 중견작가들이 수필을 통해 교류하고 있는 ‘영호남수필’은 지난 21일 시상했던 영호남수필문학상 특집으로 꾸몄다. 수필이 지닌 독창적 매력과 인간애를 전해주는 대상 수상자 김은숙씨의 ‘열매’를 비롯해 본상 수상자 안재진씨와 공로상 수상자 이병수씨의 작품을 소개했다. ‘광주 인심, 부산 인심’ ‘대구 서적계의 어제와 오늘’ ‘목포의 눈물’ ‘소록도의 밤’ ‘무등산 찬가’ ‘전주천의 갈매기’ 등 지역 정서가 부드럽게 녹아있는 영호남 1백20여명 작가의 삶을 엿보는 것도 흥미롭다. ‘숲으로 가는 계단’에는 전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웃집 아줌마와는 웃으며 인사 나누지만,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아내와는 늘 타지락거리며 사는 이야기’ ‘조상을 납골당에 모시기로 결심하고도 육중한 포크레인이 부모의 묘를 파헤치려는 순간 가슴이 철렁한 사연’ ‘남편과 영어 회화 공부를 하는 첫날 시집가는 새색시처럼 가슴이 설레였다는 고백’등 솔직한 떨어놓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정겹다. 권중대 김정길 김재희 김병규 김홍부 박귀덕 서순원 유윤섭 이광우 이용미 이정화 이종덕 이종택 정일묵 조윤수씨 등이 풍부한 생활 속 이야기들을 참신한 문장 구성으로 펼쳐놓았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09.01 23:02

시로 못한 글세계 표현...주봉구시인 산문집 '바람의 흔적'

“나이가 들고보니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발표했던 것들은 묶었습니다. 이제 산문은 그만 쓰고 앞으로는 시 쓰는데 매달리려고 합니다.”주봉구시인(62)이 산문집 ‘바람의 흔적’을 펴냈다. 글 중간 중간 의미있는 시를 넣어 산문이 가져올지도 모를 지루함을 피한 주씨는 생활의 담담한 이야기도 리듬감있게 엮어냈다. 수필 외에도 서평, 평론, 독서일기, 방송인터뷰 등 성격이 다른 다양한 글들을 포함시켜 글을 읽는 재미를 더했다. “그동안 시로서 다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산문으로 써왔어요. 문학성도 중요하지만 산문은 재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가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옛날 고3과 지금 고3이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는 주씨는 고3 시절 직접 쓴 ‘학창일기(1965)’로 빛 바랜 추억을 되살린다. 가난했지만 꿈이 있던 시절, 짧게 쓰여진 일기 한 편이 경쾌한 웃음을 이끌어낸다. “30년이 넘는 오랜 시력으로 끝까지 시를 써볼 생각”이라는 그는 ‘문예한국’ ‘대한문학’ ‘표현’ 기획위원과 편집위원으로 문단에서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다. 초기 향토적인 시에서 사회성 있는 작품으로 방향을 전환한 주씨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살아있고 역사성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정읍에서 태어나 1979년 ‘시와 의식’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김제지부장·전북불교문학회장을 역임하고, 문예한국작가상·전북문학상·전북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09.01 23:02

신석정 시인 30주기 추모 문학제 3일부터 전북예술회관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 여섯 해가 지내갔다’며 해방의 기운을 시로 먼저 전한 신석정 시인(1907∼1974). 올해로 30주기를 맞는 석정을 그리워하는 후배 문인들이 추모의 마음을 모았다.석정문학회(회장 허소라)와 전북문인협회(회장 소재호), 전북작가회의(회장 김용택)가 뜻을 합한 ‘신석정 시인 30주기 추모 문학제전위원회(공동제전위원장 허소라·김남곤)’가 3일부터 9일까지 석정의 문학정신을 되새기는 추모문학제를 연다. 이 지역의 문인들이 학연 지연 단체나 계파를 모두 초월해 추모의 뜻으로 마련한 행사여서 더욱 뜻 깊다. 3일 오후 4시 전북예술회관에서 개막하는 전시는 시인이 문예지를 통해 발표했던 작품들과 친필 시화와 서예작품, ‘촛불’ ‘슬픈 목가’ 등 역대 간행 시집의 초판본 및 30·40년대 주요작품을 소개한다. 서예가 여태명 교수(원광대)는 석정의 대표작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를 8폭 병풍으로 옮겨 선보이고, 지역 미술가들과 서예가들은 시인의 작품에 그림과 글씨를 곁들여 시화전을 펼쳐낸다. 유족들이 지니고 있는 시인의 미공개 사진과 석정이 지녔던 시계와 만년필, 낙관, 주민등록증 등을 전시, 시인의 체온을 전한다. 73년 11월 군산교육대에서의 문학특강 녹음을 통해 시인의 잔잔한 육성을 들을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문학제 기간 동안 석정 문학을 연구해 온 30년을 결산하는 문집과 우표도 발행한다. 4일 오후 3시 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신석정 시세계 재조명-문학특강 및 세미나’에서는 시인의 사위인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와 허소라 제전위원장(군산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신동욱씨가 발표하고 오하근(원광대) 양병호 교수(전북대)와 오창렬 시인이 토론에 참여한다. 시인의 문학적 토양을 찾아가는 기행은 5일 오전 10시 전주를 출발, 석정 시의 소재가 됐던 부안 동진강 다리와 시작활동을 한 부안읍 청구원, 석정 시비가 있는 변산 해창 석정공원 등을 둘러본다. 시인의 셋째아들 신광연씨와 양규태 부안예총 회장, 오하근 원광대 교수가 안내한다.허소라 제전위원장은 “시대와 더불어 변화·발전해 온 신석정 시인의 문학적 위상은 세월이 흐를수록 빛이 난다”며 “30주기 추모문학제를 통해 석정의 문학적 깊이를 되새겨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추모문학제 기간 동안 석정의 고향 부안에서는 신석정 시인 30주기 추모기념 ‘2004변산시인학교’가 열린다.(3일∼4일 국립공원 변산반도 부안댐) 문예연구사(발행인 서정환)와 부안문화원(원장 김원철)이 마련한 시인학교에서 허소라 제전위원장은 ‘신석정의 삶과 문학’을 강연한다. 석정시비, 신석정 고택 등 시인의 흔적을 더듬어 보는 기행과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과 시낭송 대회, 문학의 밤이 석정의 시세계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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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4.09.01 23:02

[박원길의 생생 한자교실]과과과라(果菓課裸)-果로 된 글자

나무(木) 위의 과일(田)을 본떠서 과일 과(果)또 과일은 그 나무를 알 수 있는 결과니 결과 과(果) * 田(‘밭 전’이나 여기서는 과일의 모습)나물이나 과일(果)을 넣고 만든 것이니 과자 과(菓) 말(言)을 들은 결과(果)로 세금을 부과하니 부과할 과(課)또 말(言)로 결과(果)를 물으니 시험할 과(課) * 言(말씀 언)사람이 옷을 벗고 난 결과(果)니 벌거숭이 라(裸)<참고> ①果 과일 과, 결과 과 (fruit, result) * 과일은 원래 田 모양인데, 일찍부터 있던 글자 ‘田(밭 전)’과 구별하기 위하여 밑에 나무 목(木)을 붙여 만들었어요. 果實(과실) 나무의 열매. 結果(결과) ‘맺은 열매’로, 어떤 원인으로 생긴 결말의 상태를 말함. * 實(열매 실, 실제 실), 結(맺을 결)②菓 과자 과 (sweets) 菓子(과자) 단맛을 위주로 만들어 먹는 음식.* 子(아들 자, 자네 자, 접미사 자)③課 부과할 과, 시험할 과 (imposition, test) 課稅(과세) 세금을 부과함. 課外(과외) 정해진 학과 과정이나 근무 시간 밖. * 稅(세금 세), 外(밖 외)④裸 벌거벗을 라 (nude) 裸體(나체) 아무 옷도 입지 않은 벌거벗은 상태. 赤裸裸(적나라) ‘붉게 벌거벗은 모습’으로, 부끄럽거나 욕되거나 추한 것까지 다 드러냄. * 體(몸 체), 赤(붉을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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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4.08.31 23:02

도립국악원 '목요국악예술무대' 9월 2일 소리문화전당

‘11회 전좌석 매진, 상반기 객석점유율 106%’ 30·40대 가족과 젊은 연인들을 끌어들여 전통문화예술의 외연을 넓히는데 성공한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오규삼) ‘목요국악예술무대’가 하반기 공연에 들어간다. 8월 한달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단원들은 소리와 무용, 관현악 등 11가지 테마를 주제로 하반기 공연을 준비했다. 첫무대는 9월 2일 저녁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리는 가을을 부르는 소리 ‘추상 (秋像)’. 국악관현악단(지휘 류장영)의 무대다.박지중씨가 협연하는 ‘창부타령 주제에 의한 피리 협주곡’은 경기민요 창부타령이 관현악 반주의 피리 협주곡으로 새롭게 작곡된 곡. 다양한 전조와 변청 가락이 곡의 재미를 더하고, 피리의 독특한 음색이 살아있다. 지휘를 맡은 류장영씨가 직접 편곡한 ‘남도 뱃노래 주제에 의한 관현악 협주곡 여명’은 젊은 소리꾼 김공주 김경호 박영순씨가 참여한다. 김소희 명창의 소리재에 의한 남도뱃노래를 국악관현악 반주에 맞춰 편곡하고, 파도를 관악기와 현악기로 대비시켰다.치밀한 구성 속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신세대 작곡가 원일의 ‘새’와 역동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선율이 흐르는 ‘거울나라’, 여유로운 가을 하늘이 떠오르는 ‘추상’이 힘있는 연주를 전한다. 공연기획 담당 신용주씨는 “관현악, 창극, 무용 등 각 장르마다 비중을 골고루 두고, 세 팀의 색깔을 뚜렷하게 내면서도 합동무대에서는 조화를 이뤄낼 수 있는 공연을 준비했다”며 “전통의 보전은 물론, 실험과 대안이 함께있는 무대”라고 소개했다. 좌석 예약이 필수가 됐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고있는 목요국악예술무대를 위해 공연 당일 저녁 7시 무료 셔틀버스가 경기장 앞에서 출발한다. 문의 063) 254-2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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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4.08.3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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