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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숙·이일주·민소완·조소녀 명창, 14일 심야 야외 완창무대

한 여름밤 별빛아래서 듣는 판소리 완창무대가 있다. 족히 8시간은 걸린다는 ‘동초제 춘향가’를 동초제의 살아 있는 계보인 오정숙·이일주·민소완·조소녀 명창이 바통을 이어가며 릴레이로 부르는 ‘야외 심야 완창판소리’다(14일 오후 9시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 국립극장이 매년 상설로 선보이는 ‘문화재급 명창들이 꾸미는 2004완창판소리’ 무대 중 한 테마인 이 날 공연은 한국 판소리사와 창극사에 큰 자취를 남긴 동초 김연수(1907∼1974)의 서거 30주기를 추념하는 특별무대. 동초제 소리의 정통을 잇고 있는 명창들이 직접 무대에 서는 이번 춘향가 완창무대는 유파별 소릿제의 교과서적인 판소리 공연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송만갑·정정렬 명창 등의 문하에서 판소리와 인연을 맺은 동초는 판소리 이론과 사설에 밝아 판소리 다섯 바탕의 오자(誤字)를 바로잡고, 장단과 성음을 정비하는 등 판소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업적을 남겼다. 가사와 문학성을 중시해 사설이 정확하고 가사 전달의 맺고 끊음이 분명한 특징을 지닌다. 특히 동초의 소릿제를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오정숙 명창(70·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예능보유자)은 발림에 감정이 풍부하고, 고음과 저음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이 시대 대표적인 소리꾼이다. 오후 9시에 시작돼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이 날 공연에서 명창은 스승으로부터 배운 소리의 원형을 유감 없이 들려줄 예정이다. 이날치에서 이기중으로 이어지는 가문의 대를 잇고 있는 이일주 명창(69·도무형문화재 제2호 심청가 기능보유자)은 소리에 대한 열정 자체가 삶인 소리꾼. 박초월·김소희 등 당대 최고의 소리꾼들에게 소리를 익힌 후 오정숙 명창에게 사사하며 독특한 서슬이 담긴 자신의 소리세계를 완성시켰다. 조소녀 명창(64·지방무형문화재 제2-9호)과 민소완 명창(61·지방무형문화재 제2-10호)은 오정숙·이일주 명창을 사사한 정통 소리꾼이다. 이 날 공연의 고수는 김규형(국립국악관현악단 지도위원), 조용수(국립창극단 단원)씨가 맡는다. 거친 맛과 부드러운 맛, 슬픔과 너그러움 등이 자유자재로 구사되며 관객들을 깊고 그윽한 소리의 세계로 안내할, 한 여름밤 판소리의 유혹. 마음놓고 빠져볼 만하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8.12 23:02

[박원길의 생생 한자교실]다이치(多移侈)- 多로 된 글자

세월이 빨라 저녁(夕)과 저녁(夕)이 거듭되니 많을 다(多) * 夕(저녁 석)못자리의 벼(禾)가 많이(多) 자라면 옮겨 심으니 옮길 이(移) * 禾(벼 화)사람이 많이(多) 꾸미니 사치할 치(侈)<참고> ①多 많을 다 (many) 多福(다복) 복이 많음. 많은 복. 多多益善(다다익선) 많을수록 더욱 좋음. * 福(복 복), 益(더할 익), 善(착할 선, 좋을 선) <3다(三多)> 이 말은 좋은 글을 짓는 데 필요한 세 가지를 이르는 말로, '많이 읽고(多讀), 많이 짓고(多作), 많이 생각하라(多商量)'입니다. * 讀(읽을 독), 作(지을 작), 商(헤아릴 상, 장사 상), 量(헤아릴 량), 상량(商量) 생각하다②移 옮길 이, 바꿀 이 (remove, change) * 벼는 일단 못자리에 씨앗을 뿌렸다가 어느 정도 자라면 본 논에 옮겨 심어요.移動(이동) 옮기어 움직임. 위치를 변경함. * 動(움직일 동) ③侈 사치할 치 (luxury) 奢侈(사치) 지나치게 향락적인 소비를 함. 필요 이상으로 치장함. <글자를 나누어 그 뜻을 합쳐 보세요> 사치할 치(侈)를 나누어 보면 사람(?)이 많이(多) 꾸몄다는 데서, 사치할 사(奢)를 나누어 보면 크게(大) 꾸민 사람(者)이라는 데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어요. 이렇게 글자를 나누어 생각하면 저절로 뜻이 나오는 것이 한자니, 무조건 통째로 외지말고 글자를 나누어 그 뜻을 합쳐 보세요. 재미도 있고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 大(큰 대), 者(놈 자, 사람 자, 것 자)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8.12 23:02

김경호 라이브 콘서트 14일 소리문화전당

‘열은 열로 다스린다.’ 무더위가 계절의 끝자락을 붙잡고 맹위를 떨친다. 어떻게 버티나, 걱정이 앞서지만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짜릿한 긴장을 선사하는 록의 세계, ‘7.5th 김경호가 전하는 8월의 크리스마스’가 14일 오후 9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열린다. 가수와 팬이 서로 숨소리를 들려주며 한 덩어리로 어우러지는 콘서트의 묘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뜨거운 감흥을 준다. 시원한 가창력으로 관객들에게 강한 에너지를 전하는 로커 김경호의 데뷔 10년을 기념하는 이번 콘서트는 록발라드에서 스피드 메탈까지 다양한 록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발표 곡은 ‘하우?’를 비롯한 신곡들과 김경호의 애창곡들이 다수 수록된 앨범 7.5집의 곡들. 눈길을 끄는 곡은 리치 블랙모어가 이끌던 80년대의 인기 록 그룹 레인보우의 ‘맨 온 더 실버 마운틴’. 라이브무대에서 김경호가 수시로 불러 팬들에겐 이미 귀에 익은 노래지만, 이 노래로 콘서트는 정통 하드록의 분위기가 짙어질 것이다. 장혜리의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와 인순이의 ‘밤이면 밤마다’는 예상을 뒤엎는 선곡. 김경호의 매니아라면 가끔 들을 수 있었던 노래지만 일반 팬들에겐 놀라움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콘서트는 밴드멤버인 박창곤(기타) 경호진(베이스) 이동엽(드럼) 신현수(건반) 등이 함께 한다. 공연문의 063)255-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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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우
  • 2004.08.12 23:02

[박원길의 생생 한자교실]구월석다(久月夕多)

사람(人)을 뒤에서 잡아당기는 모습을 본떠서 오랠 구(久)초승달의 모습을 본떠서 달 월(月)또 고기 육(肉)의 변형으로 봐서 육 달 월(月)초승달(月)이 구름에 가려 있음을 본떠서 저녁 석(夕)세월이 빨라 저녁(夕)과 저녁(夕)이 겹쳐 거듭되니 많을 다(多)<참고> ①久 오랠 구 (long time) * 뒤에서 잡아당기면 빨리 갈 수 없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데서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늙어서 허리가 굽고 지팡이를 짚은 노인의 모습으로 오래 살아 왔음을 나타내어 ‘오랠 구(久)’라고도 하지요. 永久(영구) 길고 오램. * 永(길 영, 오랠 영)②月 달 월, 육 달 월 (moon)月間(월간) ‘달 사이’로, 한 달 동안. 月刊(월간) ‘달에 펴냄’으로, 매달 한 번씩 간행함, 또는 그 책.* 間(사이 간), 刊(책 펴낼 간)③夕 저녁 석 (evening) * 해가 지고 어두워지는 저녁을 무엇으로 나타낼까요? 보이는 것은 초승달뿐인데 초승달을 본떠서는 이미 ‘달 월, 육 달 월(月)’을 나타내는 글자를 만들었고, 그래서 초승달의 일부가 구름에 가려 있음을 본떠서 ‘저녁 석(夕)’을 만든 것이죠. 朝夕(조석) ‘아침저녁’으로, 항상의 뜻. * 朝(아침 조)④多 많을 다 (many) 多福(다복) 복이 많음. 많은 복. 多多益善(다다익선) 많을수록 더 좋음. * 福(복 복), 益(더할 익), 善(착할 선, 좋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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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4.08.11 23:02

[새로나온 책]'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등

△ 문예연구 제41호민족시인 신동엽을 특집으로 엮었다. 김완하·김응교·조해옥·남기택 등 신진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기획돼 글이 새롭다. 문예지 ‘시와 사람’을 통해 등단한 시인의 작품도 엮었다. 문예연구사/8천원. △ 팔불출김제에서 태어나 지금은 전남 여수에서 살고 있는 심재근씨가 틈틈이 써온 수필들을 엮었다. 수필집 곳곳을 메우고 있는 서정적인 사진들도 운치를 더한다. 신아출판사/1만5천원. △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서남대 국문과를 졸업,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신용목 시인이 펴낸 첫 시집. 차분한 시선, 작지만 모래알처럼 빛나는 시어로 무장하고 있다. 문학과지성사/6천원.△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국내·외 언론과 기업은 왜 오마이뉴스를 주목하는가.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이 책은 인터넷 공간의 출현으로 인한 세상의 변화와 대응방법을 보여준다. 휴머니스트/1만원△ 100년의 기상 예측10간 12지를 통해 과학적으로 풀어낸 생활 기상예측 입문서. 대륙성 고기압에 관련된 기상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서양 기상예측 이론에 견주어 독특한 방법론을 제공한다. 중명출판사/1만8천원. △ 고대 올림픽의 세계2004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우승자에게 어떤 영예가 주어졌는지 신화와 여러 사료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며, 그리스인들의 특유한 관습들도 찾아본다. 살림/3천3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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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우
  • 2004.08.11 23:02

[옛 문서의 향기]조선시대 토지대장 '양안(量案)'

어느 사회이건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것만큼 온 국민의 관심사로 대두되는 것은 없다. 신행정수도 후보지역의 공시지가 이의 신청이나, 수도권 지역민들이 재산세(건물분)의 인하, 환급을 요구하는 이의신청을 무더기로 제기하였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세금제도가 있을까마는 언제나 받아야 하는 자와 덜 내려는 자들이 서로 끊임없이 묘안을 짜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지금처럼 복잡하지는 않지만 조선시대 역시 세금 문제는 위정자들의 고민거리 중에 하나였다. 조선시대 세금은 땅에 부과하는 전세(田稅)와 집집마다 부과하는 공납(貢納) 그리고 호적에 등재된 정남(丁男)에게 부과하는 군역(軍役)과 요역(?役) 등이 있으며, 이 밖에도 비중은 낮았으나 공업세, 광업세, 상업세 등 다양한 세금이 존재했다. 이들 세금 중 국가 재정에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땅에 부과하는 전세였다. 조선시대 전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20년 마다 한 번씩 전국적으로 토지조사사업을 벌이는 데 이를 ‘양전(量田)’이라 한다. 그러나 전국적인 토지조사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조선시대 500년 동안 4차례 정도 시행되었을 뿐이며, 그 외에는 필요에 따라서 지역별로 이루어졌다. 이런 조사를 바탕으로 ‘양안(量案)’이라는 토지대장을 3부 만들어 해당 읍면과 도, 서울의 호조에 각각 1부씩 보관하고 세금의 부과 기준으로 활용하였다. 이렇듯 공시지가를 조사하고 그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같지만, 조선시대에는 수확량에 따른 토지면적(결부수)을 함께 표시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왜냐하면 조선시대에는 토지면적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수확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므로 어느 규모의 토지에 얼마만큼의 쌀이 생산되는가가 중요하였기 때문이다. 고종대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부군 양안(전북대 도서관 소장)을 통해 보면 양안은 자호(字號, 양전의 단위로 천자문 순으로 표시), 지번(地番, 자호 내의 필지순서), 양전방향(양전을 실시하는 방향), 토지등급, 지형 및 실제 크기, 결부수(수확량에 따른 토지면적), 사표(四標, 전답의 인접지역), 진기(陳起, 농사를 짓는 起耕田, 짓지 않는 陳田), 소유자 등 일람표 형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양안은 농민의 경작면적, 소득 관계 등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자료로 활용된다. 이 고부군 양안 이외에 현재 우리 고장의 양안으로는 1719년에 만들어진 고산(11책), 남원(5책), 임실(10책), 전주(20책)의 기해양안과 광무년간에 작성된 전북 14개 군의 양안이 남아있다.공시지가를 낮추려는 것은 세금을 덜 내려는 것이다. 조선시대 전세(田稅)를 덜 내거나 내지 않으려면 마찬가지로 양안에 소유하고 있는 토지를 누락시키거나 생산량을 축소 등재해야 한다. 반면 악덕 수령은 과대 허위 기재함으로써 합법적(?)으로 세금을 강제로 거두어들이고 이중장부를 통해서 자신의 배를 채우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고부군 양안을 보는 또 하나의 시각은 이를 통해 동학농민군의 ‘배고픔의 저항’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8.11 23:02

김도수씨 '섬진강 푸른물에 징검다리'

‘섬진강 푸른물에 징·검·다·리’(전라도닷컴)는 섬진강변 진뫼마을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터넷 전라도닷컴에 연재하며 네티즌들을 울리고 웃겼던 김도수씨(46)의 글을 모은 산문집. 책장을 넘기다보면 아련한 추억과 멀리 떠나간 ‘깨복쟁이 친구들’, 흘러간 옛 일들이 한 발 두 발 징검다리를 건너온다. 오래 전에 모 청사의 신축건물 준공기념 표지석으로 끌려간 허락바위를 찾기 위해 벌인 ‘투쟁사’나 당숙 집에서 새마을담배 한 갑 건네주고 하던 까까머리 이발, 80년대 초반 14인치 흑백텔레비전에 얽힌 한바탕 소동, 고사리 끊어 동생이 초등학교 졸업식에 입을 점퍼를 사온 누나 등 중년의 남성인 저자가 풀어내는 ‘전라도식 수다’는 섬진강 물빛처럼 아름답지만 쓸쓸하고, 섬진강을 타고 뛰노는 물고기들처럼 경쾌하다. 푸른 안개가 낀 섬진강을 담은 책표지도 그렇지만, 책장을 넘기면 하얗게 눈이 쌓인 장독에서 막 꺼내 놓은 싱건지 한 사발은 가슴 깊은 곳부터 시원하다. 박남준 시인은 책 끝머리에 ‘강가의 작은 마을을 지키는 징글징글한 사랑의 이야기가 여기 있네. 여기 불이 꺼진 마을에 다시 들어와 따뜻한 불을 밝힌 사람이 있네’라고 소개했다. 전남 광양에 살고 있는 저자는 고향인 임실 덕치면 장산리 진뫼마을을 떠난 지 12년 만에 고향집을 다시 사서 주말마다 가족들과 농사를 짓고 있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8.11 23:02

유응교 교수 시집 '잠들지 않은 그리움'

“첫 시집에서 내 그리움의 대상은 어머니와 고향이었지요. 이번 시집에서는 가족으로, 그리고 세상의 모든 대상으로 그리움이 확장됐습니다.”전북대 유응교 교수(61·건축학과)가 6년만에 세번째 시집 ‘잠들지 않는 그리움’을 펴냈다. 평소 아름다운 사회를 위해 시집과 음반, 꽃을 선물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시에서도 따뜻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단시에 대한 그리움’은 17자 이내로 계절을 상징하는 단어와 감탄사가 들어가야 하는 일본 하이쿠 형식을 빌어 창작한 것들입니다. 짧지만 많은 뜻을 함축하고 있어 일상에서도 쉽게 감상에 젖을 수 있지요.”아내에 대한 사랑을 담은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첫시집에서 발췌한 ‘첫시집에 대한 그리움’을 비롯 ‘일상에 대한 그리움’ ‘꽃에 대한 그리움’ ‘손녀에 대한 그리움’ ‘단시에 대한 그리움’ 등 여섯개의 테마로 엮은 독특한 기획이 눈에 띈다.‘조수미의 노래’ ‘신영옥의 노래’ ‘파파로티’ ‘석률’ 등은 예민한 감수성으로 공연과 전시의 감동을 시로 옮긴 작품. 개교 50주년을 맞아 창작한 ‘오! 전북대여!’는 객관적인 학교 역사와 주관적 감성의 절묘한 결합을 보여준다. “건축에는 상징과 비유, 은유, 리듬과 반복이 있는데 시와 음악 속에도 이러한 요소들이 있어요. 건축이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지 못하고 세워질 수 없듯, 시나 음악도 인간의 원초적 내면의 세계를 표출해야 하지요.”유교수는 건축의 아름다움을 담은 산문집과 2백여편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발췌한 ‘아름다운 마음’ 등 책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08.11 23:02

전북문인협회, 전국 시ㆍ도 문인협회 임원 초청 심포지엄 개최

전국 각 시·도 문학인들이 전주에 모인다. 14일과 15일 전주에서 열리는 전북문인협회(회장 소재호)의 ‘전국 시·도 문인협회 임원 초청 심포지엄’. 문학의 바람직한 발전을 논의하고, 문학의 진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된 이 행사는 우수 작품 교환 등 각 지역 문인들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친목 도모를 넘어 해묵은 지역감정을 털어 내기 위한 소중한 시도다. 지역에서 추진하는 전국 문인협회장들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14일 오후 5시부터 전주 코아호텔 무궁화홀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은 자유발언 형태로 진행되며, 한국문인협회 신세훈 이사장을 비롯해 각 시·도 문인협회장과 전북문인협회 회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주제는 ‘문학교류 활성화 방안 모색’이며, 심포지엄 이후 시낭송과 판소리공연이 열리고, 15일은 타 지역 참가자들을 위한 금산사 기행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국악공연 등 전북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경험케 해 예향 전북의 위상을 널리 알리겠다”는 소재호 회장은 “전북에서 처음 시작한 문인협회 회장단의 교류행사를 내년에 다른 도가 이어받아 해마다 정례행사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의 063)278-2296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8.11 23:02

전집 출간하는 아동극 개척자 주평씨

‘석수장이’ ‘숲 속의 대장간’ ‘섬 마을의 전설’ ‘크리스마스 송가’. 1967년부터 1995년까지 28년동안 초등학교 4·6학년 국어책에 수록됐던 아동극본이다. 이 낯익은 희곡들은 당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무대나 대사 등 연극이란 장르를 처음 경험하게 했다. 저자는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아동극을 쓰고, 무대에 올리는데 바쳐온 아동극작가 주평씨(75·미국 샌프란시스코 거주)다. “아동극은 아이들에게 우리말의 올바른 화법을 전합니다. 또 다양한 장르가 모두 집결된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예술 각 장르를 이해하는 좋은 교과서가 될 겁니다.” 그는 오는 10월 전주신아출판사(사장 서정환)에서 ‘주평 아동극 전집’을 발간하며 삶의 한 결실을 맺는다. 지난 197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뿌리를 내렸지만, 그곳에서도 아동극단 ‘민들레’와 노인극단 ‘금문교’, 소극장인 ‘북가주 노인극장’ 등을 운영하며 무대극을 이끌어 온 그는 90년대 중반 미국에서 교환교수로 활동했던 백제예술대 김동수 교수를 만나면서 전주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지난 2002년부터 ‘월간 소년문학’에 세계명작동화 동극을 연재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신아출판사에서 국내 아동극의 기틀을 세운 작가의 업적을 인정해 전집 발간에 발벗고 나서게 됐다. 지난 7월 고향인 경남 통영시의 초청으로 재미 아동극단 ‘민들레’ 단원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 가족뮤지컬 ‘콩쥐팥쥐’를 올린 주씨는 지금 통영과 전주를 왕래하며 교정작업에 한창이다. 모두 1백80여 편의 작품 중 1백17편이 실릴 전집은 10권 분량. “생각하지도 못한 귀한 선물을 전주에서 받게 됐다”며 전주와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한 주씨는 “전주는 이제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조국에 돌아와 보니 교실에서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메마른 정서를 가진 어린이가 어른이 돼 이 사회를 움직인다고 생각해봐요. 얼마나 소름 끼치는 일입니까.”한국에 있으면서 연극이 사라진 학교 교육의 아쉬움을 느꼈다는 그는 “아동극은 희곡을 읽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연극무대를 만들어서 함께 어울리면 사람의 참된 진리를 얻을 수 있다”고 권했다. 특히 “전래동극은 서구문화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우리 정서를 키우는데 가장 좋은 매체”라고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한국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주들이 친해질 수 있어서 더 좋습니다. 극에 출연하는 재미동포 2·3세들이 한국말을 익히기 위해 노인들과 대화를 하기 때문이죠.”연세대 의대 재학 중 연극에 빠져 유치진의 문하에 들어가 희곡을 쓰기 시작한 주씨는 1953년 전국학생극 각본현상공모를 시작으로 국립극장이 공모한 희곡에 당선되는 등 연극계에 선풍을 일으켰다. ‘연극을 통한 어린이교육’이 그의 목표. 1962년 아동극단 ‘새들’을 만들고, 한국아동극협회를 조직해 전국아동극경연대회도 개최했다. 배우 임동진, 안성기, 윤여정, 서인석, 박원숙씨 등이 그의 극단에서 성장한 제자들. 송승환, 손창민씨 등은 경연대회를 통해 배출한 배우다. 아동극집 ‘파랑새의 꿈’ ‘숲 속의 꽃신’ ‘밤나무골의 영수’ 등과 이론집 ‘교사를 위한 아동극입문’, 이민생활의 소회를 적은 수필집 ‘민들레의 현주소’ 등의 저서가 있다. 1976년 국립 아동극극장 설립추진이 마지막단계인 국회에서 부결되자 그는 “어린이의 정서를 기르지 않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며 이민을 갔다. “그래도 이 땅에 남아 더욱 노력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후회를 했지만,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아동극을 알리는데 여념이 없는 그에게 ‘이민’이란 단어는 낯설게 느껴진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8.11 23:02

[문학기행]이병천의 '모래내 모래톱'을 찾아서

진안 ‘촌놈’이었던 필자가 기억하는 한에, 맨 처음 전주 나들이를 한 것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동북부 사람들에게 모래내란 지명은 단순히 전주의 입구를 의미한다기보다, 전주 그 자체와 사실상 동일시되는 곳이다. 얼마 전 안골사거리로 자리를 옮겼지만, 나는 전주에 올 때마다 ‘모래내 차부’에 내렸고, 또 ‘모래내’를 등지고 고향을 찾았었다. 고 3때 마침내 솔가(率家), 이주한 부모님이 정착한 곳도 모래내였다. 처음 내가 본 모래내의 풍경은 무엇이었던가? 꽉 낀 ‘전여고’ 하얀 교복을 입은 여학생 하나 막 빵집에서 나오던 것, 시장 통을 관류하던 모래내 양편으로 늘어선 순대국집의 흥건한 막걸리 냄새, ‘촌놈’ 눈에도 허름하기 짝이 없던 양복점이나 가구점 같은 것들… 모든 것이 정중했던 내 고향에 비하면 모래내는 너무 질펀했고, 상스러웠고 후텁지근했다. 함에도, 그때 한 번의 나들이는 나를 얼마나 신열에 들뜨게 하였던지… 1975년, 4학년 때였다. 일요일 아침, 동네형과 나는 무작정 모래내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전주 백리길, 한 시간에 십리씩 걸으면 저녁 참에 모래내에 도착하고, 거기 사는 동네 형 친척집에서 밥 얻어먹고 차비 구해 다시 진안으로 돌아오면 된다는 단순 산술만 믿고 벌인 일이었다. 하지만, 모랫재 구비 앞에 이르렀을 때,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앞으로 가도, 뒤로 가도 밤새 걸어야 하는 길… 우리는 결국 전주로 방향을 정했다. 모랫재에서 화심까지 기껏 십여리 남짓, 하룻밤이 다 새도록 걷고 또 걸었는데도 그만큼 밖에 못 갔었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나뭇가지 달빛에 떨 때마다 걸음을 재촉했고, ‘통금’을 어긴 ‘어린 범죄자’들은 드물게 만나는 차량 불빛만 보면 밤짐승처럼 길섶에 엎드려 바짝 숨을 죽였지만, 뿌연 흙먼지를 피할 수는 없었다. 다 풀린 다리를 질질 끌며 걸음 셈하느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수 천 번도 더 되뇌던 밤, 내 목소리가 왜 그리도 낯설고 무서웠던 것인지… 소양쯤이나 되었을까, 세상의 많은 뱀들이 밤새 도로 위에 제 몸을 던져 자살(?)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즈음, 우리 행색을 수상히 여긴 한 트럭 운전사를 만났고, 덕분에 모래내까지 우리는 트럭을 타고 입성할 수 있다. 진안을 출발한 지 꼬박 하루… 모래내의 아침은 1년 전보다 더 부산했다. 그 빵집에선, 분명히 아침부터 ‘땡땡이 치는’ 것이 분명한 여고생이 ‘얼빠진 까까머리’와 키득거리고 있었고, 문이 닫힌 선술집 앞엔 지난밤의 술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고, 아침 햇살 아래 흙먼지를 뒤집어쓴 모래내 시장은 더욱 싯누렇게 보였다. 하지만, 그 남루한 모든 풍경보다 ‘어린 여행자’였던 우리들의 행색이 더욱 누추했다. 모래내 물은 왜 그렇게 더러웠던가, 씻을 수도 없었고, 시장은 왜 그렇게도 미로 같은가, 금방 찾을 수 있다던 동네 형 친척집은 아무리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숨이 넘어갈 것처럼 밀려오던 허기와 노곤함 앞에 우리는 무방비였다. 삶은 그야말로 고단한 여행이고, 종착지에 도착하면 더욱 허기진다는 사실을, 난 그 날 아침 모래내에서 배웠다. 이병천 형의 ‘모래내 모래톱’(문학동네·1993)을 처음 접했을 때, 난 1975년 어느 월요일 아침 모래내를 떠올렸었다. 내가 보았던 모래내의 풍경은 ‘모래내 모래톱’ 시절보다 족히 20여년은 지난 뒤의 것이리라. ‘군수 할아버지 집’이 ‘마부의 집’으로 바뀌었으니 ‘세상에 많고 많은 마부’를 모래내에서 찾을 수 없었고, ‘곰배팔이 덕수 삼촌’은 이미 ‘은영이 누나’와 사혼(死婚)을 치른 뒤였으니 더더욱 만날 수 없는 일… 내가 고교 진학했을 때, 처음 하숙하던 곳이 ‘구 형무소’ 근처이긴 했지만, 간수와 죄수에 얽힌 이야기조차 들어본 바가 없었다. 그러고 생각하니, 그때 내가 본 여고생은 ‘길자’였을 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내가 간직한 ‘모래내’의 지형은 ‘용수’가 먼저 살았던 그 지층 위에 그려져 있다. 그렇다면 그 ‘모래내’의 현실적 좌표는 어떠한가? 좌판을 벌이는 시골 할머니들과 그들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모래내 시장의 현 풍경이 그러하듯, 전주 외곽 동북 산간부 사람들에게도 그 시장의 소비자인 도시민에게도 모래내는 여전히 점이지대이다. 시골 사람들에게 모래내는 ‘도시의 문턱(liminoid)’이며, 도시 사람들에게는 외곽 경계가 아닐 수 없다. 급격한 도시화의 진행에 따라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고, 사람들의 집산(集散)은 그들 삶의 내력을 교직(交織)케 한다. 그리고, 그런 도시엔 정치·경제적 상황을 반영하는 중심-변경(邊境)이 발생하기 마련이며, 변경은 언제나 드는 물과 나는 물이 뒤섞여 소란스러운 사연이 모래톱처럼 켜켜이 쌓이는 곳이다. 이병천 형은 그 기수역(汽水域) 모래톱에 그려진 삶과 죽음, 떠나는 자와 남는 자, 과거와 현재의 무늬를 보았다. 용진면 시천(詩川)을 배경으로 하는 ‘저기 저 까마귀떼’(문학동네·1996)는 이런 점에서 후속작이라기보다 ‘모래내 모래톱’의 ‘잃어버린 반쪽’이라 할 수 있다. ‘모래내’와 ‘시천’은 아득한 듯 가까운 곳이며, ‘용수,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커진다’는 ‘향희’는 ‘길자’의 성장태라기보다 용수의 ‘아니마’(융의 분석심리학에 나오는 개념, 남자는 여성적 무의식적 인격체인 아니마가 존재한다)에 가깝다. 그렇게 용수는 ‘꿈과 더불어’ 커나가고, 우리는 용수가 부리는 말(言語)을 통해 ‘시천’과 ‘모래내’, ‘5~60년대’와 ‘현재’ 사이를 주유한다. 한편에는 ‘단도의 집’이 또 한 편에는 ‘농약꽃’이 서 있는 사이, ‘용수’가 있다. 용수는 ‘작가 이병천’일 수도 있고, 모래내를 거쳐갔거나 모래내를 동경하며 동시에 환멸 하였던 모든 이들일 수도 있겠다. 그런 점에서, 이병천 형에게 말은 얼마나 ‘아름다운 약속’인가! 용수가 세상에 배달한 말은, ‘상집’이를 ‘한상준’으로 되돌아오게 하고, ‘어풍이 아저씨’ 대신 진짜 방송을 하게 하였으며, ‘설우형’을 또 만나게 해준다. ‘모래내 모래톱’과 ‘저기 저 까마귀떼’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소년 ‘용수’를 성장케 하는 두 개의 동력, 바로 삶과 꿈… 문학은 그 건강한 긴장 사이에서만 태어난다는 것, 세상의 입구와 출구 사이, 그 혼탁함 속에서만 맑은 눈물이 나온다는 것… 이걸 아는 자가 아주 없는 것 아니지만, 말로 그려낼 수 있는 작가는 정말 귀하다. 모래내가 작가 이병천을 키웠다면, 이병천 형은 ‘모래내’를 새로운 문화 지형으로 끌어올린다. 나는 그 모래내를 얼마나 부러워하고 또 그리워했던가. 작가 이병천의 문학세계지난 2월 이병천 형이 출간한 장편소설 ‘신시의 꿈’(한문화·2004)은 ‘소설가들이 존경하는 소설가가 이병천’이라는 ‘문단의 풍설’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작품이었다. 선배 작가인 조정래가 “이병천의 능숙하고도 신들린 듯한 장인의 솜씨를 타고 홍암(弘巖) 나철(1863~1916)은 현란하게 우리 앞에 부활한다”고 표현했던 이 작품은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을 적절히 배합하면서 춤과 노래, 해학, 무속 신앙, 해금 가락, 역사 의식을 펼쳐 보이고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전국단위 행사가 있을 때 다른 지역 작가들은 전북에서 온 일당(?)들 속에서 꼭 이병천을 찾아낸다. 술과 풍류를 아는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생명의 기운이 넘치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문학의 깊이를 한 수 배우려는 아슴찬 마음도 있으리라. 지금껏 그가 끌어올린 다양한 이야기 속에는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진지함과 연륜이 느껴지는 그윽한 맛이 우러나온다. 소설 미학의 진수. 1956년 전주에서 태어난 작가는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우리의 숲에 놓인 몇 개의 덫에 관한 확인’과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더듬이의 혼’이 당선됐다. 소설집으로 ‘사냥’ ‘모래내 모래톱’ ‘홀리데이’와 장편소설 ‘저기 저 까마귀떼’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전2권)’ ‘신시의 꿈(전3권)’, 어른을 위한 동화 ‘세상이 앉은 의자’를 펴냈다. 전북대 국문과 졸업, 현재 전주문화방송에서 근무한다. /김병용(소설가·백제예술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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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8.11 23:02

광주비엔날레 '비엔날레 에코메트로' 전북 3명 초대전

2004 광주비엔날레 현장(Sites)전 중 하나인 ‘비엔날레 에코메트로’에 전북에서 활동중인 조각가 강용면(47) 엄혁용씨(43)와 장수 출신 육근병 교수(47·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가 초대됐다. 11일부터 11월 13일까지 광주 지하철 차량과 역사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색적인 프로젝트 에코메트로는 시민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찾아가는 비엔날레’를 위한 광주비엔날레에서의 첫 시도다. 에코메트로는 ‘생명의 근원’ ‘무형의 자연’ ‘화장실 프로젝트’ 등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도내 출신 작가들은 지하철 차량 내·외부 공간을 활용하는 ‘생명의 근원’ 부문에 참여한다. 1997년 비엔날레 특별전에 참여하기도 했던 강씨는 전통적인 색채를 통해 한국적 정신을 보여준다. 오방색으로 채색된 목각 인물·동물·식물상과 구리선의 유연한 곡선으로 한국의 정체성을 찾는다. 쉬운 미술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엄씨는 시각적 접근에 촉각적 이미지를 더했다. 지하철 손잡이를 교차시키고 악수하는 ‘손’의 형상과 보료와 연꽃으로 꾸민 장애인석, 장미꽃으로 장식된 지하철 천장 등 긍정적 이미지를 표출해냈다. 동양 전통사상에 기반을 둔 유기적 우주관에서 현대의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갖는 가상현실의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결합을 시도해 온 육교수는 전통 샤머니즘과 현대 서구의 공간을 아우르면서도 이질적인 대립과 공존에 시선을 두고 있다. 회화·조각·사진·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소개되는 이번 에코메트로는 국내외 작가 24명과 대학생들로 구성된 5팀, 일반인 1팀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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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4.08.10 23:02

[리뷰]전주전통문화센터 '호남농악의 명인들'

‘쇠나 장구, 소고를 두드리면 젊어진다.’ ‘호남농악의 명인들’(8일 오후 7시30분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에 초청된 나금추·김종수·유명철·김형순·유지화·김동언·정인삼 명인. 60·70대 ‘어르신들’의 무대는 젊었다. 보는 이들의 어깨가 절로 들썩거려진다는 것을 체험시킨 ‘참 맛있는’ 공연. 연희자들에 전라도 가락이 녹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악기를 쥔 손은 생기 있게 리듬을 탔고, 발걸음은 가벼우면서도 절도가 있었다. 쥐불놀이 하는 아이처럼 쟀고, 오줌싸개 어린이의 새벽 발걸음처럼 조심스러웠다. 때론 못된 양반을 흉내내는 아이처럼 건들건들 하기도 했다. 한껏 여유를 부리다가 서서히 빨라져 질풍처럼 휘몰아치는 사래짓도 근사했다. 특히 바람이 불지 않는 무대에서 가오리나 해바라기를 연상시키며 쥐었다 폈다 반복하는 뻣상모 놀음은 인상적이었다. 명인들은 악기 하나로 진검승부를 걸기도 했고, 서너명의 제자들과 함께 푸진 대동마당을 연출하기도 했다. ‘깜짝 출연’으로 서로의 공연에 도움을 주는 모습도 정겨웠다. 한벽극장은 일찍부터 포화상태. 농악을 무대에서 만나는 기회가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소리전당 연지홀에 올려진 마당의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이 진안 웃놀음과 고창 아랫놀음의 대규모 만남을 통해 상생을 연출한 출발점이라면, 전라도 농악의 명인 6명이 무대에서 화려하게 개인기를 뽐낸 이번 무대는 전라도 농악도 판소리에 못지 않음을 확인시킨 자리였다. 그러나 이번 무대는 진안·임실 등 다른 지역 전라도 농악의 명인들이나 각 프로그램이 명인들의 개별 공연으로만 짜여져 각 지역 농악의 명인들이 한데 어울리는 무대가 마련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8.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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