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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 1차 전문가 포럼

지난 5월 여성가족부의 전북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로 지정된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소장 허명숙·사진)가 제1차 전문가 포럼을 갖는다.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성 주류화 정책에 따라 지자체가 정책 전반에 성별영향평가·성인지 예산제도 시행과 성별 분리 통계 구축 등을 하려면 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가 필요해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부산광역시의 경우 성별영향평가를 시행한 결과 공원이 여성을 비롯해 아동·노인·장애인 등이 편안하게 보행 가능한 여성 친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25일 오후 2시 전북발전연구원 세미나실에서는 '전라북도 성 주류화 거버넌스 구축 방안'을 주제로 한 포럼이 마련된다. 강남식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의 주제 발표에 박신규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김경주 전주비전대 교수, 이현주 도의원, 구형보 전북도 여성일자리 담당자, 노현정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조상진 전북일보 논설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허명숙 소장은 "성 주류화 기반을 마련하고 양성평등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문가, 공무원, 의원 등 역량 있는 주체들의 협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25 23:02

33. 신오위장본집 - 판소리 집대성한 신재효의 역작

영국에 세익스피어(1564-1616)가 있다면 한국에는 신재효(1812-1884)가 있다. 비록 250여 년간이란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공교롭게도 태어난 날(4월 26일)과 작고한 날(4월 23일)이 모두 같은 세익스피어와 신재효는 각기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모국어로 빚어낸 언어의 연금술은 문화국가를 지향하는 하나의 꼭지점이 되었다.1812년 고창에서 태어나 1884년 작고한 조선 후기 판소리의 이론가이자 후원자가 바로 신재효다. 신분 상승을 꾀하면서도 한시가 아닌 판소리에서 정신세계를 찾은 그는 판소리를 즐기는 동시에 자신의 넉넉한 재력을 이용하여 판소리 광대를 모아 생활을 돌보아 주면서 판소리를 가르치기도 했다. 특히 신재효는 판소리사에서 동편제와 서편제의 장점을 조화시키면서 판소리의 청각과 시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점을 강조한 당대의 뛰어난 예술가였다. 진채선 등의 여자 광대를 길러 내어 여자도 판소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춘향가를 남창과 동창으로 구분하여 어린 광대가 수련할 수 있는 대본을 마련하기도 하여, 판소리의 다양화를 시도했다. 더욱이 이 땅에 광대가를 지어서 판소리의 이론을 수립하였는데, 인물·사설·득음·너름새라는 4대 법례를 마련하기도 하였다.무엇보다 신재효가 한국 판소리사는 물론 문화예술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는 것은 바로 판소리를 집대성한 신오위장본집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구성은 동창춘향가를 시작으로 여창춘향가·남창춘향가·심청가·적벽가·횡부가·토별가·박타령·치산가·오섬가·허두가·성조가·호남가·갈처사십보가·추풍감별곡·도리화가)·어부가·광대가·방아타령·권유가·명당축원 등의 노래를 수록했다는 점에서 서민문학의 귀중한 보물과 같다.특히 교육자로서 당대의 명창을 배출했고, 기록으로써 판소리의 지평을 열었던 신재효의 역작이기도 한 이 고서는 6책, 필사본으로 구성돼 있으며 서울대학교 도서관 등에 있다. 또한 1969년 연세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에서 영인·간행한 바 있다. 신오위장이란 신재효가 제수 받았던 관직명이다소외당한 민중의 편에서 울고 웃었던 당대를 빠짐없이 기록해 놓은 고서적은 판소리뿐만 아니라 낡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 세상을 열고자 했던 시대의 선각자 신재효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명저이기도 하다.신재효 전집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이 책은 판소리의 형성과 발전을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북의 땅에서 전북인이 혼으로 빚어낸 노작은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까지 판소리의 바이블로 존경받고 있다./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25 23:02

미션 풀고 도장 8개 찍으면 푸짐한 상품

전주전통술박물관(관장 박소영), 미션 하나.'조선시대의 ○○○는 말 그대로 '집에서 담근 술'을 말한다.'여기서 '땡땡땡'은 무엇일까.어지간한 문학적 식견을 가진 전북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상식. '언어는 정신의 ○○. 나의 넋이 그 무늬를 어찌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의 정답을 알고 있다면,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으로 향할 것. 지난 이번엔 난이도가 높은 세번 째 미션. '한양 이남에서 제일 큰 전주부성의 총 둘레는 과연 몇 ㎞일까.' 전주부채문화관에서는 방화선 선자장의 작품과 함께 인증샷을 찍은 뒤 방명록을 써야 하고, 전주전통문화관(관장 안상철)에서는 제기차기를 이틀간 연속 10개를 차는 수고로움도 기다리고 있다. 이는 개관 10주년을 맞은 전주 한옥마을 문화시설들이 의기투합해 준비한 스탬프 릴레이 행사다. 27~28일 관광객들이 전주 전통술박물관·한옥생활체험관(관장 노선미)·전통문화관·최명희문학관·부채문화관·전주 디지털체험관 '끌림'(대표 원종규)·공예품전시관(관장 안상철)·완판본문화관을 들러 각각의 미션을 수행한 뒤 8개 스탬프를 모두 받으면 우승 상품을 받는 프로그램.아직도 한옥마을 문화시설을 가보지 않았거나, 가봤다 하더라도 건성으로 넘겼을 공간의 쓰임새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즐겁게 '마실' 다닐 수 있는 기회. 우승 상품은 비빔밥 식사권(전통문화관), 막걸리·칵테일 무료 시음권(전통술박물관), 부채 엽서 및 북마크(부채문화관) 등으로 준비된다.지난달부터 발권된 내일로(Railer) 티켓을 이용해 1주일 동안 전국을 여행하는 '내일로 프로그램'에도 이곳 스탬프 릴레이가 이색적인 체험으로 소개되고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25 23:02

김학곤 전북국악협회장 징계 절차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전북지회(이하 전북예총) 회장 선거와 관련, 당선 무효 소송 등을 제기한 김학곤 국악협회 전북지부장에 대해 전북예총이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전북예총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전북예총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 낙선한 김 지부장의 법정 소송으로 전북예총의 명예와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전체 20명의 이사중 13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이사회에서는 또 이해 당사자인 김 지부장이 현재 예총 이사인 만큼 징계 절차 돌입시 김 지부장의 이사회 참석을 제한할 지 여부를 서면 투표로 가리기로 결정했다.당사자인 김 지부장이 참석하는 이사회에서 징계절차를 밟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어 소송 결과에 따라 막상 징계 절차에 들어갈 경우 김 지부장을 제척하기 위한 절차라는 게 예총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북예총 이사회는 선기현 회장과 김학곤 국악협회 전북지부장을 포함한 장르별 10개 협회 지부장, 시군 예총회장 등 20명으로 구성됐다. 전북예총 운영규정상 예총의 명예를 실추시켰을 때 징계 사유가 되며, 징계는 경고에서부터 제명까지 가능하다. 징계 결정은 이사회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된다.문제가 된 소송은 김 지부장이 지난 1월 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후 당선자인 선기현 현 전북예총 회장을 상대로 지난 5월 전주지방법원에 '당선 무효 소송'과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 김씨는 당시 선거에서 83대 42로 졌지만, 대의원의 자격과 투표권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소를 제기했다.이에 대해 선 회장측은 한국예총이나 전북예총 운영규정상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직무집행 관련 소송은 지난달 1차 심리가 진행됐으며, 다음달 17일 2차 심리가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25 23:02

애니메이션 제작자 배효상 대표 - 상상력 하나로 아이들 맘 속에 꿈 '쏙쏙'

지난 23일 전주영화제작소 내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배효상 올빼미 하우스 대표(38)는 빨간 토끼 눈이었다. 밤새 일하느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8년 전 처음 컴퓨터 그래픽 회사를 차릴 때만 해도 밤을 꼴딱 새는 걸 밥 먹듯이 했다. 회사 이름을 '올빼미 하우스'로 붙인 것도 직업상 야근이 많은 탓이었다. '올빼미 하우스'가 3년 만에 내놓은 3D 애니메이션'수빈 스토리'는 그렇게 탄생됐다.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사업을 하면서도 지역에서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내놓고 싶었던 그가 두 아이 아빠가 되면서 애니메이션으로 눈을 돌린 것. 흥행은 거뒀으나 일부 장면이 지나치게 폭력적인 애니메이션 등을 보면서 아이들의 정서에 도움이 되는 만듦새에 대한 아쉬움이 애니메이션 제작자로 거듭나게 했다."초반엔 전주정보영상진흥원의 스타 프로젝트에 선정 돼 2편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것만으론 사업성이 없더라구요.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면서 남는 시간을 쪼개 작업하다 보니 3년이나 걸렸습니다."딸 수빈이의 이름을 따서 만든 '수빈 스토리'는 5분짜리 영상 12편이 모아진 3D 애니메이션. 주인공은 천방지축 '수빈이'와 '개구리 왕눈이'가 연상되는 욕심 많은 장난꾸러기'프롱','장화 신은 고양이'를 본 땄으나 다감한 '아롱이', 착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한 '퍼피멍', '쿵푸팬더'를 연상시키는 '타오밍'까지 일부러 눈에 익은 친근한 캐릭터로 콘셉트를 잡았다. 초록마을에 사는 수빈이와 친구들이 청소하고 쿠키를 만드는 왁자지껄한 소동을 60분 간 매끄럽게 꿰맨 이 작품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등과 같은 교훈적 메시지를 은근슬쩍, 거부감 없이 던진다. 그러나 "3차원 공간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3D 도구로 그린 작품에 가깝다"는 배 대표 말처럼 평면의 감옥에 갇혀 있다는 근원적 한계는 어쩔 수가 없다. 다만 지역에서 제작됐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세련된 캐릭터와 성인이 보더라도 지루하게 느끼지 않을 소소한 즐거움을 안기는 이야기 등이 잘 맞물린 편. 지난 6월 DVD 개발이 끝난 '수빈 스토리'를 처음으로 즐긴 이는 딸 수빈이(7)가 아닌 아들 승빈이(4)다. 4살이었던 딸은 그새 다 커버렸고, 아들이 대신 60분 간 화면을 뚫어져라 봐준 덕분에 아빠는 자신감을 찾았다. 현재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투브'(kr.youtube.com)에 시연판을 올린 결과 2만 건이 조회됐고, 스마트폰 앱으로 일부를 무료 공개하면서 체험단을 선착순으로 250명 온라인 모집(cafe.daum.net/subin-story) 중이다. 지역에 애니메이션 성우가 없어 서울에서 목소리를 빌린 것을 제외하면, '수빈 스토리'는 몇 안 되는 직원들의 피땀으로 거의 100% 전주에서 제작된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값진 성공이다. 제작사의 패기가 빚어낸 이 작품은 번뜩이는 창의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교감하며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뛰어난 성취도를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데, 돈이 없어" "우리 회사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곳이 없어"라고 투덜대는 제작자들을 위한 일종의 카운터펀치. 비로소 '영화·영상의 도시, 전주'라는 수식어에서 늘 제외 돼 아쉬움이 컸던 애니메이션계에 돈 보다는 상상력으로 승부를 건 작품이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줬다. 그러므로 돈이 없다고 투덜거리기 전에, 일단 찍기 시작할 것. 물론 아이들의 관심사에 대한 냉정한 판단은 필수다. 이들이 지난 3년 간 쏟아 부은 5억은 분명 적은 돈은 아니니까.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25 23:02

음악이 된 새벽 빗소리

서재는 북향이 좋고 풍경은 등 뒤에 두어야 한다. 글을 쓰고 책을 보는 방은 반 폐쇄적이고 조금 어두워야 안정적이고 친구들과 담소를 나눌 장소는 바람과 햇살이 풍부한 곳이어야 한다. 생각이 오고 머물면 생각을 풍경과 바람에게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우는 일은 세상을 다 담은 힘의 원천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과 잘못된 내 생각은 사심 없이 버리고 상대의 의견을 따라가는 허심탄회함은 맑은 선비들의 토론 문화는 사랑방과 정자문화의 꽃이었다. 해맑다는 말은 세상이 바로 보인다는 다른 말이다. 한국의 정자들이 다 그렇게 사방으로 널리 열려있다. 정자들이 생각을 바람에 날리고 자기를 비우는 곳이라면 서재는 책을 보다가 답답하면 뒷짐 지고 걸어가 어딘가를 내다보며 생각을 다듬어야 할 곳이다. 생각에 지치고 글에 지친 마음을 고를 그 곳에 자연을 두면 좋다. 넓은 정원이나 산이나 강이나 바다가 아니어도 좋다.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은 한 송이 꽃을 보고도 세상의 이치를 끌어내고 세상에 대한 사랑이 싹틈을 눈치 챈다. 모두 본다고 모두 얻는 것은 아니다. 깨달음을 주는 것들은 크기가 아니다. 맑고 깨끗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깨달음이 순간에 온다. 나뭇가지 하나에 찾아 든 바람을 보라! 햇살을 보라!가늘고 굵은 빗줄기를 보라! 그것들을 다 받아 든 나뭇가지의 사랑을 눈치 채는 일은 일상에서 시 몇 편을 얻는 일보다 크다. 자연은 나를 다스리고 가다듬게 하는 순간의 거울이다. 한 치의 거짓 없는 냉혹한 자기 거울을 갖고 살던 옛 선비들의 세상을 향한 애정이 그립다. 흘러오는 물과 잠시 머문 물과 흘러가버리는 물, 저기 마른 풀잎에 이는 한 줄기 소슬 바람 결 곁에 서 있는 그런 무심함이 그리운 시절이다. 아파트에 산지 오래 되었다. 높은 층에 살 때는 눈이나 비가 오는 게 아니라 눈비가 내려갔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애들아 눈 내려간다"고 하며 웃곤 했다. 낮은 2층에 산지도 2년 쯤 지났다. 어느 날 새벽에 나는 저절로 눈이 떠졌다. 생전 듣지 못한 소리들이 창가에 자고 있는 나를 깨웠던 것이다. 소란스러웠다. 그 소란스러운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빗소리였다. 마음이 조용한 새벽이라 나는 그 빗소리들을 따라 갈 수가 있었다. 그래, 저 빗소리는 아마 마로니에 넓은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다. 지금 저쪽에서 들리는 저 빗소리는 단풍잎에 떨어지는 빗소리지. 가까이 들리는 저 빗소리는 풀잎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지. 그래, 저 빗소리를 물 고인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소리지. 저 소리는, 저 소리는, 하며 나는 세상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따라다니다가 귀를 기울여 그 빗소리들을 다 모아 함께 들었다. 빗소리는 내 마음 바다 위에 떨어졌다. 수도 없이 많은 동그라미들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파문이었다. 내 마음에 이는 파문의 물무늬는 아름다웠다. 나는 파도를 타는 조각배처럼 바다 위에 떠돌아 다녔다. 몸은 가볍고 마음은 한없이 평화로웠다. 빗소리들은 아름답고도 감미로운 음악이 되어 나는 행복의 바다 위에 띄웠던 것이다. 눈을 뚝 떴다. 음악이 따로 없다. 빗줄기들이 아파트 정원 나뭇잎 위에 수도 없이 떨어진다. 음악은 세상의 소리를 골라 곡을 붙이는 일 다름 아니다.나는 내 책방 창가에 앉아 그렇게 빗소리를 듣거나 나뭇잎에 수도 없이 쏟아지는 햇살들을 바라보며, 그것들의 속도를 따르고 그것들이 하는 일을 따르며 마음을 고른다. 순환과 순리를 따르면 세상의 이치를 터득한다. 농부들이 씨들이 너무 깊거나 얕게 묻히지 않고 적당하게 묻히게 하려고 밭을 고르는 것처럼, 이른 새벽 나를 찾아 온 시어들을 골라 평평한 종이 위에 한편의 시를 써 내려가듯 그렇게 말이다. 벌써 풀벌레가 운다. /본보 편집위원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24 23:02

한·중 민간 교류,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

한중문화협회 전북지부(회장 이근재·이하 전북한중문화협회)가 '제4회 한·중 민간 우호 포럼'과 '한여름 밤의 합창 콘서트'를 연다. 2005년 상호 교류 협력을 맺은 한중문화협회(회장 이영일)와 중국국제우호연락회(회장 리자오싱)가 중국과 한국을 번갈아가면서 열던 민간 교류 행사를 올해 한·중 수교 20주년과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전북한중문화협회에 바통을 넘겨 이뤄진 것이다. 27일 오전 9시30분 전주대 스타센터 온누리홀에서 열리는 이번 포럼은 '한·중 민간 교류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한다. 축사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 김완주 도지사, 등문경 중국국제우호연락회 부비서장 등이, 기조연설은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맡는다. 전홍철 우석대 교수의 발제'한류와 한·중 양국의 문화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이어 한헌동 중국법정대 교수와 신정우 목포대 교수, 천옥진 한중문화협회 이사, 박세구·김호운 중국국제우호연락회 이사가 토론에 나선다. 포럼의 기념 행사 격에 해당되는 '한여름 밤의 합창 콘서트'는 최무연 전주예총 회장이자 전주아버지합창단 단장의 주선으로 성사됐다. 전주아버지합창단(지휘 강연모·반주 신현아)과 중국 청도백령여성합창단(지휘 팽도)이 26일 오후 7시30분 전북예술회관에서 교류 협약을 맺은 뒤 초청한 전주늘푸른합창단(지휘 송일용·반주 이한나), 전북CBS소년소녀합창단(지휘 윤영문·홍민지), 전주한울림합창단(지휘 김재명·반주 김규원)과 함께 무대에 선다. 김정렬(전주어머니합창단 지휘자) 김재명(테너) 윤경자(피아노) 김현미(바이올린)가 특별 출연한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24 23:02

"'나꼼수 식 '증오정치 대안은' 안철수'"

팟캐스트 방송'나는 꼼수다' 열풍을 마주할 때 떠올렸던 게 강준만 전북대 교수(56)다. 그가 왜 침묵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한 때 실명 비판과 전투적 글쓰기로 저널리즘을 대신했던, '나꼼수'와 같은 역할을 했던 그가 아니었던가. 강 교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밝힌 '안철수의 힘'(인물과 사상사)을 통해 증오의 정치를 넘어서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안철수를 무조건 끝까지 지지하는 팬덤형 지지자는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자신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를 맞은 뒤 비판을 가하면서 하루 아침에 원수가 됐던 경험을 통해 우리 정치의 발목을 붙잡는 게 바로 '증오의 정치'임을 확인했다고 적었다. 주류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꼼수 신드롬'은 분명 대단했으나, '반 MB'에 갇혀 맘에 드는 정치인은 적극 지지하고 맘에 들지 않은 정치인은 낙인찍는 등 이분법적인 구도로 싸웠다는 데서 한계를 찾았다. '내가 지금 끝장내자고 외치는 건 증오 자체가 아니라 증오가 정치적 주요 동력과 콘텐츠가 되는 '증오 시대'다. (중략) 증오 시대를 끝장내지 않는 한 아무리 비전과 정책이 화려해도 무의미하다. 그 비전과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국력이 증오의 싸움질에 탕진될 것이기 때문이다.'강 교수가 주창한 것은 나꼼수 식으로 하자면 '닥치고 정치'가 아닌, '닥치고 소통'이다. 나꼼수의 적극적인 옹호 혹은 비판이 아닌, 양 극단에서 소통의 가능성을 찾아보자는 것. 여기서 '안철수 현상'이 안철수의 대통령 출마당선과 무관하게 증오의 시대를 종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봤다. 첫째, 안철수는 상대방을 지지하는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고,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는 낡은 프레임과 낡은 체제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꼽았다. 둘째, 시장주의자이면서도 경제 민주화에 꼭 필요한 정의공정공생을 강조해온 철학과 삶이 일치했다는 점이다. 셋째, 디지털 시대로의 격변기 앞에 선진국 진입 여부를 결정할 패러다임의 전환을 잘 주도할 사람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면서도 '안철수 현상'이 던지는 메시지가 아닌, 안철수 대선 출마 여부에만 관심을 보이는 언론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을 나타냈다. 특히 '안철수 현상'은 한국 민주주의가 과도하게 폄하되고 있다는 긍정적 관점 위에, 다른 한편 '개판'이 돼 버린 한국 정치판의 출구 전략으로 제시된 것으로 노무현 정권이 만든 역사적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지속 가능한 정치에 대한 치명타를 입힌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당 덕분에 정치판이 엉망이 된 상황에서 '안철수 현상'이 등장할 수 있었다고 본 것. 그러나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 하는 정치 공학적 게임에 중독된 언론 때문에 한국사회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성장 동력으로 삼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강 교수는 앞으로 대선 정국이 '박원순 방식'(투 샷 경선)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 자신이 민주통합당 후보로 지지하는 손학규 상임고문과 안철수가 멋지게 경쟁하고, 누가 후보 자리를 차지하든 성숙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적었다. 물론 그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선거의 룰은 '증오의 종언'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24 23:02

山, 전북사람의 길을 묻다

전북의 '명산'들이 전북도립미술관으로 옮겨졌다.'산들바람'전을 통해서다(26일까지). 도립미술관이 미술로 보는 전북탐사의 일환으로 올 선택한 것이'산'이다. 2010년 '강', 그리고 지난해 '들과 갯벌'에 이은 전시이다. 전북의 산들울 미술인들은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한국화·서양화·조각·공예·사진 작가 등 39명이 전북의 역사학적·인문학적 흐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회문산·호남의 삼신산(방장산·두승산·내변산)·지리산을 탐방, 이들 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았다.참여 작가들은 저마다 다양한 화두를 던지며 '산'에서 얻은 영감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한국전쟁과 동학농민혁명, 의병항쟁 등의 역사가 숨쉬는 현장의 아픔을 대변하기도 하고, 산이 주는 경외스러움, 고향의 따뜻한 품 등을 각자의 기법으로 표현했다, 이흥재 관장은 "이번 전시가 전북사람들의 삶의 역사와 그 안에 뿌리 내린 문화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를 제시하자는 데 뜻을 두었다"며, 동시에 여러 방면에 포진해 있는 전북의 작가들에게 전시의 환경, 소통과 참여의 여건을 마련해주기 위한 취지다고 덧붙였다.강정이, 김문철, 김선애, 김성석, 김완순, 김이재, 김혜원, 노시은, 박계성, 박부임, 박재연, 박정신, 송관엽, 송수미, 양만호, 엄영섭, 유경희, 유봉희, 이강원, 이병로, 이상조, 이재승, 이정웅, 이창규, 이호철, 장호, 장영애, 장지성, 전병관, 정문배, 정유란, 조헌, 조병철, 진창윤, 차두아, 최용진, 황찬연씨 등이 참여했다.· 김원용기자 kimwy@△山들바람전=26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전관.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23 23:02

'강수진과 친구들' '말을 걸다 Ⅳ - 아! 거기 당신'…'몸'은 최고의 예술

■ 춤 넘는 내면연기의 몸짓 '강수진과 친구들'무용은 가장 솔직한 예술이다. 사람의 '몸' 하나만 가지고 모든 것을 표현한다. 지난 주말 주목할 만한 두 공연, '강수진과 친구들'과 김화숙 & 현대무용단 사포(대표 김자영이하 사포)의 '말을 걸다 Ⅳ - 아! 거기 당신'은 인간의 몸이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이라는 것을 수많은 미술 교과서에서 본 누드화보다 훨씬 와닿게 해줬다. 우아한 강수진의 무대는 한국의 자존심, 매력적인 사포 카페 공연은 전북의 자존심이었다.장밋빛 검은 보석의 매혹. 짙고 까만 눈썹 밑으로 입을 다문 채 살짝 반기는 듯 그윽한 미소는 말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것을 말해줬다. 사랑의 정점에도 있어봤고, 사랑의 나락에도 떨어져 봤음직한, 아파본 자만이 지을 수 있는 모호하고 비밀스런 표정. 미천한 신분의 여성 마르그리트와 귀족 청년 아르망의 애절을 사랑을 그린 '까멜리아 레이디'나 잃어버린 첫 사랑 티티아나와 오네긴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오네긴'에서 발레리나 강수진(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 무용수)은 매혹 당한 존재의 치명적인 슬픔을 보여줬다.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과 전주MBC(사장 전성진)가 지난 2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올린 '강수진과 친구들'. 공연 전날 리허설에서 만난 강수진은 창원 공연을 마치고 전주에 오자마자 몸을 풀기 위해 다시 무대에 섰다. "지역 관객들에게도 무용의 시야를 넓혀 드리는 게 제 임무 같아요. 클래식과 네오드라마컨템포러리 발레, 현대무용까지 다양하게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무대에서의 강수진은 느리지만 우아했다. 마흔 다섯의 나이에 줄리엣(16세)을 소화한 강수진은 '파드되'(남녀 2인무)에서 애절함으로 가슴을 붙드는 움직임을, '오네긴' 의 3막 파드되(남녀 2인무)에서는 티티아나가 오네긴의 사랑을 거부하는 차고 매몰찬 티티아나의 표정 연기로 커다란 울림을 남겼다. 객석에서의 탄성과 박수는 길었다. 강수진이 선택한 LDP무용단의 'No comment Ⅱ'는 격렬했다. 무용수들이 전력질주하다 쓰러지고 뒹굴고 발을 구르는 모습을 통해 우리 안에서 몸부림치는 진실 혹은 거짓을, 속수무책의 자유로움을 떠올려보게 했다. 미국 워싱턴발레단의 무용수 채지영과 윤전일, 어린 무용수 윤 별 박소연 홍호림의 연기 또한 성장한 한국 무용수들의 기량을 보여주는데 손색이 없었다. "한국 발레가 이만한 수준으로 올라온 것은 커다란 축복이에요. 언젠가 내게도 '그 날'(은퇴할 날)이 오겠지만, 내 몸에 쌓인 발레 언어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죠. 은퇴는 내 춤에 에너지가 없다고 판단하면 그 날로 내려올 거예요."막이 내려갈 무렵 강수진은 다시 웃었다. '그날'이 영영 오지 않았으면 했다.■ 공간의 새로운 해석사포 카페 무용 '말을 걸다'지난달 사포 공연을 마친 김화숙 원광대 교수는 "다음달은 그냥 가자"고 했다. "또 어떻게 각색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서울로 돌아온 그날 저녁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방학도 없이 주말마다 전주행 기차 안에서 고민 끝에 내놓게 된 사포의 '말을 걸다' 네 번째 시리즈 '아! 거기 당신'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특히 "야외 공연은 음악으로 압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선곡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21일 전주 한옥마을 공간 봄에서 열린 이번 공연에서 11개 장면이 이어지는 동안 쇼팽의 '6월에는', 비제의 '진주 조개잡이' 중 '귀에 익은 그대 음성', 에디뜨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 등이 펼쳐지면서 무용수들이 카페의 공간을 새롭게 해석했다. 여성 무용수 셋, 여성 무용수 다섯이 카페의 서로 다른 공간에서 손짓하며 '안녕하세요'를 건네는 장면을 시작으로 가깝고도 목마른 사랑의 그리움을 풀어냈다. 저절로 눈이 가는 끌림, 마음이 얹혀 지는 쏠림, 가닿고 싶어 넋이 나가는 홀림의 몸짓. 그러나 결국 이뤄지지 못한 사랑 앞에선 절망의 몸짓까지 사포는 모든 종류의 사랑을 표현했다. 그것은 남녀 간의 사랑, 부모에 대한 사랑, 나 자신을 위한 사랑일 수도 있다. 상징적이면서 표현력 강한 춤을 보여준 사포의 이날 공연은 크고 웅장한 무대가 아니라, 문턱을 낮춘 카페에서도 무용을 충분히 열린 무대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값진 시도. 다만, 다음 공연'등을 기대요'(8월25일)를 제대로 관람하고 싶다면, 좋은 자리를 '찜'해 둘 필요가 있을 듯. 공연 도중 무용가와 눈이 마주쳤다면, '씽긋' 웃어주는 센스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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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2.07.23 23:02

약혼녀 변심 다룬 모차르트 희극

모차르트의 후기 오페라'여자는 다 그래'(코지 판 투테)는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었다. 지금으로 하면 남자친구를 군대를 보낸 여자친구가 고무신 거꾸로 신었을 때,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가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을 표현했다고 보면 딱 맞는 작품. 열렬히 사랑해 결혼까지 약속한 약혼녀들의 변심을 다룬 대표적 희극이다.소극장 오페라로 오페라 대중화에 힘써온 뮤직 씨어터 슈바빙(대표 이은희 제작·예술 감독)이 오페라 초보 관객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여자는 다 그래'(연출 최이순·지휘 이일규)로 지역 순회 공연에 나선다. 올해 전라북도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 지원사업 일환으로 열리는 공연은 김제문화예술회관(21일)을 시작으로 전주 우진문화공간(27~29일) 익산솜리문화예술회관(8월3일) 정읍사예술회관(8월10일)으로 이어진다. '여자는 다 그래'는 가장 여성적이고 관능적인 음악이다. 성악가들이 가장 아름다운 레가토(둘 이상의 음을 이어서 부드럽게 연주하는 기법)를 구사할 수 있도록 악곡의 유연함을 최대한으로 살렸다. 유명한 대본작가 로렌초 다 폰테는 이 작품으로 욕도 많이 먹었지만, 젊은 연인들의 사랑을 통해 관습이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억압하는가를 위트있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대를 이어가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전북 출신의 젊은 유학파 성악가로 소프라노 송주희·신선경(피오르딜리지 역) 소프라노 박신·고은영(도라벨라 역) 소프라노 신선영·이은선(데스피나 역) 테너 김성진·조창배(페르난도 역) 바리톤 최강지·박영환(굴리엘모 역) 베이스 이대혁·이대범(돈 알폰소 역)이 무대에 선다. 여기에 전북대 학생들이 의상 제작과 홍보, 일러스트 디자인 등을 맡아 완성도를 더했다.△ 뮤직 씨어터 슈바빙'여자는 다 그래' = 21일 오후 7시30분 김제 문화예술회관, 27일 오후 7시30분·28일 오후 4시·7시30분·29일 오후 4시·7시30분 전주 우진문화공간, 8월3일 오후 7시30분 익산솜리문화예술회관, 8월10일 오후 7시30분 정읍사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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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2.07.20 23:02

5. 남원 두락리 고분군 출토 원통모양그릇받침 - 균형미·실루엣 유연함 탁월

지금으로부터 약 23년 전인 1989년 7월 25일은 남원 두락리 고분군에서 전북대 박물관이 조사를 시작한 날이다. 고분군의 분포 범위와 연대를 파악하는 조사였다. 그런데 전북대 조사단은 1982년 남원 월산리 고분군 발굴조사(원광대)와 1988년 남원 건지리 고분군 발굴조사(전북대)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전라북도 동부지역 가야 문화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북지역 가야 문화의 성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조사 결과 6세기경의 가야계 토기와 함께 무덤 만드는 방식에서 두락리 고분군의 독창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두락리 출토 원통모양그릇받침은 당시 1호분에서 출토되었다. 그릇받침은 삼국시대 백제, 신라, 가야지역에서 널리 쓰였던 기종이다. 그 위에는 대개 바닥이 둥근 항아리가 올려졌다. 두락리 1호분의 원통모양그릇받침은 항아리를 닮은 윗부분과 원통 모양의 중간 부분, 종을 닮은 아랫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곳곳에 삼각형과 사각형의 구멍(透窓)이 뚫려 있고, 세로 방향으로는 뱀 모양 세로장식이 부착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의 원류를 찾는다면 대가야의 그릇받침을 꼽을 수 있다. 대가야계 원통모양그릇받침은 다른 나라의 것에 비할 때 특히 안정감과 조형미가 뛰어났다. 그중에서도 두락리 1호분의 원통모양그릇받침은 균형미와 실루엣의 유연함에서 비교 대상을 찾아보기 어렵다.원통모양그릇받침은 그 범상치 않은 생김새만큼이나 특수한 용도를 가졌을 것이다. 가야에는 삶을 위한 그릇과 죽음을 위한 그릇이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가야의 주거지 유적에서 발견되는 그릇과 무덤에서 출토되는 그릇의 종류가 다르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중 원통모양그릇받침이나 바리모양그릇받침, 긴목항아리처럼 무덤에 묻혔던 그릇은 화려한 문양과 다양한 장식을 가졌다. 또한 높은 온도에서 구워 표면이 매우 단단하고 회청색을 띄었다. 따라서 장례 의식과 같은 특별한 때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두락리 고분군을 만들었던 옛사람들이 백제와 가야 그리고 신라의 점이지대였던 전북 동부지역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했을까는 자못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문헌기록에서는 그들의 역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직 조사되지 않은 그곳의 수많은 유적들에서 새로운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형제들에 앞서 세상 빛을 다시 본 두락리 1호분의 원통모양그릇받침이 우리의 관심을 재촉하는 듯하다. /최경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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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7.20 23:02

발레리나 강수진, 전주 온다

"발레는 몸으로만 하는 건 아니고 정신으로도 하는 거니까 아무리 아파도 즐거워요. 나한테 중요한 건 '오늘'이에요."다가올 '그날'(은퇴)을 앞두고 하나씩 매듭을 지어가는 것일까. 발레리나 강수진(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 무용수)이 전주에서 처음으로 '강수진과 친구들'을 갖는다. 한 달에 30~40켤레의 토슈즈를 쓸 정도로 혹독하게 연습해온 이 '춤벌레'는 오래 전부터 지역 공연을 염두에 뒀다. 더 늦기 전에 지역민들도 좋은 공연을 즐길 수 있었으면 했던 바람이 성사되기까진, 2000만원이나 되는 값비싼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무용수들이 휴가까지 반납한 사연이 숨어 있었다. 그는 직접 기획한 무대에는 드라마 발레를 대표하는 명작 '까멜리아 레이디','오네긴','로미오와 줄리엣'이 올려진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간판 레퍼토리이자 이미 서울에서 전막 공연을 가졌던 '안전 운행'에 가깝지만, 돋보기를 들이대고 보면 쏠쏠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국내 공연은 10년 만인 '까멜리아 레이디'는 1999년 무용수에게 가장 영예로운 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안긴 작품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오네긴'과 함께 강수진 드라마 발레의 대표작. 미천한 신분의 여성 마르그리트와 귀족 청년 아르망의 애절을 사랑을 그린 '까멜리아'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기교와 완성도 면에서 뛰어난 슈투트가르트발레단 2명의 주역 무용수 마레인 라데마케르와 제이슨 레일리와 호흡을 맞춘다. 1980년 어머니의 권유로 발레를 시작한 그는 1982년 모나코 왕립발레학교에 입학했고 1985년 스위스 로잔 발레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1986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해 1997년 수석 발레리나가 됐으며, 또다시 동양인 최초로 독일 궁중무용가 '캄머 탠처린'으로 선정된 주인공이다.한국소리문화의전당·전주MBC 주최 공연.△ 강수진과 친구들 내한 공연 = 21일 오후 6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VIP 10만원,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문의 1544-1555. 063)270-8000. www.sori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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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2.07.20 23:02

전북 미술 이끈 '큰 별'들이 모였다

서양화가 하반영 화백(95)은 5년전 순천부산대구에서 순회전으로'90세 기념전'을 열었다. 당시 50년대 구상계열부터 2000년대 초현실주의 화풍까지 50여년간 그린 작품의 궤적을 드러냈다. 7세때 붓을 잡기 시작해 13세 때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미술전람회 최고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79년부터 85년까지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국전인 '르 살롱'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그는 한국적인 미를 화폭에 담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 다니며 풍경화를 그리는 등 유화뿐만 아니라 수채화, 서예, 도예, 수묵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활동을 벌였다. 후학 양성을 위해 제정한 반영미술상이 15년째 이어지고 있다.전북의 서양화에 하반영 선생이 어르신이라면, 한국화에선 청곡 권병렬 선생(88)이 버팀목이다. 전주예총 초대 회장을 지낸 청곡 역시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며 전북 미술을 반석 위에 올렸다.하반영권병렬 선생의 개인사는 곧 전북미술의 역사다. 이들뿐아니라 척박한 작업 환경 속에서도 예술의 혼을 불태운 원로 작가들을 풍부하게 갖고 있는 게 전북 미술계의 자랑이다. 이들 원로 작가들의 작품들을 다시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전북미술 원로작가 초대전'이 준비됐다(20일부터 26일까지). 올해로 6번째 자리다.전북미술협회 전현직 회장으로 운영위원회(위원장 이형구)가 꾸려져 2008년 이후 전북의 미술계 어른들을 모시고 있다. 초대 대상은 70세 이상으로 전북지역에서 30년 이상 활동하며, 전국규모 공모전 초대작가들이다. 한국화서양화서예 작가 23명의 대표작과 최근들을 만날 수 있다. 하반영 박남재 장령 조윤출 이승백 박종남 김종범 최상기 홍순무 권병렬 임동주 원창희 박민평 김영성 방의걸 이용휘 최종인 정승섭 소병순 김윤태 임섭수 박주현 정정애 선생(무순)이 참여했다.이형구 초대전 운영위원장은 "원로 작가님들께서는 갖은 열악한 여건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독창적인 미의식과 흥과 멋이 풍부한 감성으로 높은 예술혼을 세우고 개척해 오셨다"며, "그것이 우리고장 화단의 자양분이 되어 질서가 세워지고 맥이 이어져 왔다"고 전시회에 의미를 부여했다.△전북 미술 원로작가 초대전=20일부터 26일까지 전북예술회관 1층 1실(개막식 20일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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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2.07.20 23:02

영어로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생활영어 한 마디. 영화'터미네이터'에서 배우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가 한 "I'll be back"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남자는 등짝이다."이 말에 웃게 됐다면, 영어와 친해질 수 있다는 증거다. 머리 싸매고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영어를 시작하면, 영어울렁증이 생기기 십상. 하지만 영어로 재밌게 놀자고 덤볐다면, "No Problem"(문제 없다)는 게 이인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56)의 소신이다.그가 펴낸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지식여행)은 자기개발서에 영어 공부의 중요성을 양념으로 얹은 책. 수십년 된 전문직 경력을 갖고도 외국인 앞에만 서면 눈만 끔뻑거리는 직장인들이 아직도 많다고 본 이 대표는 '드뤼임'(dream)을 이루려면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도 영어, 둘째도 영어, 셋째도 영어를 외쳐온 그가 자신의 성공 비결과 행복의 원천으로 영어를 꼽았기 때문이다.외국인들로부터 (토종 한국인치고) 영어를 잘한다는 칭찬과 함께 '영어 박사'라는 애칭까지 받았다는 자화자찬이 전혀 얄밉게 보이지 않는 건 '영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실사구시 핵심전략' 등이 영어실력을 일취월장하고픈 이들에게 어떤 태도로 접근하는 게 좋은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비법은 영어를 꼭 공부해야만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 에브리데이(everyday)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는 과정이기 때문에 연습에 연습을 더해야 한다는 이 대표는 '영어를 왜 해야 하는가에 관한 명확한 인식부터 가다듬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그것을 뚜렷하게 제시해주고 싶었다'고 적었다. 언제까지나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을 게 아니라면, 연습 또 연습을 거듭해 영어를 내것으로 만들어보는 판타지를 던져주는 책. 꼭 메이저리그(성공하는 인생)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영어 울렁증은 대다수 직장인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니 말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2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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