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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용의 멋과 혼을 한무대에

한국무용의 다양한 모습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무대가 열린다.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이 17일 목요국악예술무대로 준비한 ‘일곱무늬 민속 무용의 밤’은 정중동의 미를 간직한 전통무용의 아름다운 동선과 섬세한 춤사위를 한 무대에서 관람할 수 있게 준비한 자리다. 전라삼현 음악의 특징을 바탕에 둔 ‘전라삼현승무’를 중심으로, 화사한 동작과 복색이 매력적인‘화관무’‘양산사찰학춤’‘부채춤’‘태평무’, 역동적인 모습의‘강령탈춤’‘장고춤’ 공연이 조화를 이루는 무대다.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단장 문정근)은 한국무용이 가지는 정중동의 미를 살리고, 전통무용을 토대로 재창조와 현대화를 통한 창작무용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간직한 전문무용단체. 국내외 순회공연을 통해 청소년부터 일반인,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우리 춤의 멋을 선보이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유지한 공연으로 뜨거운 호응을 받아왔다.목요무대의 처음을 여는 ‘화관무’는, 백성의 태평성대를 기리는 춤으로 화려하고 정중하며 규율이 내재된 전통성을 그려내고 있다. ‘양산사찰학춤’은 양산 통도사에서 수행중인 스님들이 몸의 움직임을 수련과 결합시키는 과정에서 우아한 학의 동태를 민속무로 표현한 춤이다. ‘부채춤’은 여성의 곡선미를 살린 화려한 의상이 눈길을 사로잡으며 민속음악의 경쾌한 반주에 맞춰 양손에 쥔 부채로 물결치는 모양, 꽃잎이 떨리는 모습 등의 다양한 춤사위를 연출한다.‘태평무’는 왕실의 번영과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춤으로, 발로 원을 그리며 돌리고 굴리는 기교적인 발짓은 태평무만이 가진 멋이다.‘강령탈춤 中 미얄할미과장, 말뚝이춤’은 중요무형문화재 제34호 해서형 탈춤으로 양반계급에 대한 모욕, 일부다처제의 갈등과 서민생활상을 주제로 해학과 풍자의 진수를 보여준다. 국악원 무용단 문정근 단장의 ‘전라삼현승무’는 전라삼현 음악의 특징을 바탕으로 파계승 내면에 감춰진 정과 심리적 갈등을 투박하지만 치밀하고 당차면서도 멋스럽게 승화시킨 춤이다. 공연의 대미는‘장고춤’이 장식한다. 풍물굿 中 , 설장고 개인 놀이에서 발전된 춤으로 치맛자락으로 날렵하게 허리를 감싸 매고 장고를 맵시 있게 둘러메고, 역동적인 춤사위가 독특한 장고춤의 매력이다.도립국악원 홈페이지(www.kukakwon.or.kr)에서 예약이 가능하며, 무료다. 김원용기자kimwy@△‘일곱 무늬 민속무용의 밤’(도립국악원 목요예술무대)=17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1.11.16 23:02

전주의 음악 다시 만나다...내일 전주시립국악단 정기연주회

전주시립국악단의 제173회 정기연주회는 전주를 상징하는 소재로 창작된 곡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무대다. ‘한벽루’(조원행 작곡, 156회 연주회 위촉곡)는 전주천이 흐르는 물이 바위에 부딪혀 그 흩어지는 모습이 흰 옥처럼 차고 시리다 하여 붙여진 이름 처럼 가을 밤의 서정성과 고요함, 갈등과 고뇌를 정중동으로 표현한 곡.‘온’(안은경 작곡, 151회 연주회 위촉곡)은 오랜 역사 속에 ‘온’에 의해 자리잡아온 전주의 이상을 동경하며, 젊은이들이 건강하고 온전한 뜻을 꿈꾸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관현악곡인 ‘온 다라’(신윤수 작곡, 151회 연주회 위촉곡)는 전주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토속민요와 노동요 가사를 주된 소재로, 전주의 대표적 명소들을 가사로 구성했다.‘공존’(정동희 작곡, 162회 연주회 위촉곡)는 태조어진을 지켜온 경기전의 과거와 현재 삶의 모습을 그렸다. 이번 정기연주회 지휘는 신용문 국악단 상임지휘자가 맡는다. 김흥업씨(군산제일고 음악교사)와 안혜란씨(전주판소리합창단)가 소리꾼으로 참여한다. 김원용기자△전주시립국악단 173회 정기연주회=11월 17일 저녁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1.11.16 23:02

배우의 표정, 몸짓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최근 전북 곳곳에서 소극장이 잇따라 개관하면서 소극장 시대가 열렸지만 관객층이 두텁지 못해 명맥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다. 19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어져온 소극장 연극제는 정통 연극의 정수를 만나게 하는 자리. 전북연극협회(회장 류경호)가 다시 소극장 붐을 일으키기 위해 12월 31일까지 전주와 남원, 익산, 군산 등에서 ‘제19회 전북 소극장 연극제’를 연다.올해 참여단체는 극단 까치동의 ‘추파를 던지다’(20일까지 전주 창작소극장), 황토레퍼토리컴퍼니의 ‘마녀사냥’(25일~12월4일 전주 아하아트홀), 극단 둥지의 ‘아빠들의 소꿉놀이’(12월2~14일 남원 지리산소극장), 극단작은 소리와동작의 ‘우리 동네 이야기’(9~18일 익산 소극장아르케), 극단사람세상의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12월14~25일 군산 사람세상소극장), 문화영토판의 ‘해질역’(12월15~24일 전주 문화영토 소극장판), 달란트연극마을의 ‘더 바이블 세이’(12월17~30일 한솔문화공간). 여기에 홍석찬 창작극회 대표의 연출로 첫 선을 보이는 ‘얼굴 없는 천사-노송동 엔젤’(12월9~25일 창작소극장)과 창단 10년을 맞은 재인촌 우듬지가 창단한 극단‘우리 아트 컴퍼니’의 ‘아주 치명적인 두 여자’(25~27일 정읍예총 창작스튜디오)가 전주와 정읍에서 각각 축하공연을 올린다.황토레퍼토리컴퍼니의 ‘마녀사냥’은 아서 밀러의 연극‘크루서블(The Crucible·시련)’이 원작. 비밀리에 악령을 부르는 의식을 준비하다 목사에게 발각된 소녀들이 악령이 나타났다고 거짓 증언을 하면서 선량한 주민들이 권력자들에게 땅과 아내를 빼앗기는 음모의 희생양이 된다. 반면 창작극회의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전주 노송동주민센터에 모두 1억이 넘는 현금을 두고 간 남성을 소재로 한 작품. 두 작품은 거짓과 위선으로 둘러싸인 이 시대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물음을 던진다. 극단둥지의 ‘아빠들의 소꿉놀이’는 해고 당한 가장‘꾸부정’이 ‘대머리’와 함께 회사 다니는 척을 하는 이야기로 사진사의 눈으로 본 가족의 소중함을 그린 극단작은소리와동작의 ‘우리동네 이야기’와 함께 삶의 포기 선언이 아닌 웃음과 희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문화영토판의 ‘해질역’에서는 황혼기에 아픈 기억을 추억하는 부부가 서정적으로 그려지고, 극단 까치동의 ‘추파를 던지다’는 젊은 남녀가 서로에게 작업을 걸고 걸리는 유쾌한 만남이 이어진다. 극단사람세상의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에서는 달동네 옥수동에서 도박판에 미련을 못 버린 젊은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의 화두를 던진다. ‘이웃을 내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구절을 쉽고 재밌게 푼 달란트연극마을의 ‘더 바이블 세이’도 따뜻한 감동을 선물한다. 류경호 회장은 “전주, 군산, 익산, 남원을 비롯해 이번에는 처음으로 정읍에서도 참여했다”면서 “전북 소극장 연극제가 연극의 소명과 예술의 사회적 기여에 연극의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극장만의 연극적 참맛을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소극장 연극제 일정 및 시간△극단 까치동 ‘추파를 던지다’ 20일까지 전주 창작소극장△황토레퍼토리컴퍼니‘마녀사냥’ 25일~12월4일 전주 아하아트홀 △극단 둥지 ‘아빠들의 소꿉놀이’ 12월2~14일 남원 지리산소극장△극단작은소리와동작 ‘우리 동네 이야기’ 12월9~18일 익산 소극장아르케△극단사람세상‘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12월14~25일 군산 사람세상소극장 △문화영토판 ‘해질역’ 12월15~24일 전주 문화영토 소극장판 △달란트연극마을의 ‘더 바이블 세이’ 12월17~30일 전주 한솔문화공간 △창작극회 ‘얼굴 없는 천사-노송동 엔젤’ 12월9~25일 전주 창작소극장△우리아트컴퍼니 ‘아주 치명적인 두 여자’ 25~27일 정읍예총 창작스튜디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11.16 23:02

도립국악원 ‘민간인 원장’ 논란 재점화

전북도립국악원이 내년 공로 연수를 앞둔 원장 후임을 둘러싸고 술렁이고 있다. 아직 논의에 불과하지만, 대한민국 국악의 수도인 전북을 대표하는 관립 예술단체라는 위상 때문이다. ‘원장 교체론’의 진원지는 국악원 안팎이다. 공무원 원장으로는 전문성과 지속성을 담보하는 전통예술을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도립국악원이 노사갈등을 해결하고 예술단 체질 개선을 위해 공무원 원장이 요구됐다. 이에 전북도는 지난 2008년 국악원 실무자, 노조와의 조율 없이 국악원 원장에 공무원만을 임명한다고 조례를 개정해 비난을 샀다. 도가 ‘전라북도 행정기구 설치 조례 시행규칙’을 통해 국악원 원장 자격 요건을 ‘4급 상당 별정직 지방 공무원’을 뺀 ‘지방서기관’만으로 바꾼 것. 일부에서는 “국악원 노조도 모르게 공무원 원장만 앉히게 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반대론을 피력했으나 유야무야됐다. 게다가 국악원 원장은 사실상 전권이나 다름없는 예산권과 인사권을 쥐고 있는 반면 관현악단·무용단·창극단 단장은 단원들을 통제할 권한이 없어 ‘원장에게 줄서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내부 불만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문화계는 “이제는 민간 전문가가 국악원 원장을 맡아 지역의 전통문화를 발전시켜야 할 때”라면서 “공무원 원장이 행정의 전문성은 발휘할 수 있으나, 전통예술에 대해 아는 바가 적고 짧으면 6개월 길면 2년 남짓 머물다 가는 자리로는 책임감이 경감 돼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민간인 전문가가 답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원장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인사권·예산권을 좌지우지 하다 보면 가까스로 갈등을 봉합해온 도립국악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민간 전문가든 퇴직한 공무원이든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이들이 원장을 맡아 성과를 평가 받도록 하는 책임 경영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학예연구실의 역할론도 논란의 대상이다. 학예연구실은 전북의 실정에 맞는 전통예술 활성화를 위한 연구 대신 세미나 개최, 교재 발간, 명인 조사 등을 비롯해 단원들의 근무 평정표 제작, 국악원 활성화 전략 등 엉뚱한 사업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학예연구실이 관련 연구사업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학예연구실 본연의 업무가 아닌 내부적으로 지시받은 일을 처리하는 부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 문화계는 전북도가 늦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국악원 원장으로 민간 전문가 확보하든, 책임 경영제를 시도해 제3의 인물을 영입하든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문화계 인사는 “도립국악원이 다소 안정화 되어가는 시점에 ‘원장 교체론’이 나온 만큼 이를 기점으로 전환점을 마련하는 게 낫다”면서 “도립국악원 활성화를 위해 각 단별로 진행한 사업에 관해 평가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11.16 23:02

“도지사가 대답하라” 들끓는 문화계

속보= 전북도가 전북문화재단 출범을 유보키로 결정하면서 전북 문화 지형도에 대한 중·장기적 비전 없는 행보를 이어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도의회 반대로 일단 유보되기는 했지만, 최근 전북도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과를 만드는 등 사실상 문화체육관광국을 강화한 조직 개편안을 두고 애초부터 문화재단 출범에 뜻이 없었던 포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북도의 문화재단 유보 방침은 최근 전북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종석 문화체육관광국장을 통해 처음 드러났다. 그러나 문화재단 출범이 김완주 도지사의 민선 4기 문화정책 핵심 공약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도지사가 직접 나서 어떤 사정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설명하고 문화예술계와 도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도리가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창윤 전북민예총 회장은“도지사의 사과는 고사하고 해명 한 마디 없이 문화재단 출범을 무산시키면서 어떻게 하겠다는 대안을 내놔야 할 게 아닌?굡箚?따져 물으면서 “끓어오르는 지역 문화계에 대해 성의 있고 책임 있는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발끈했다. 배승철 도의원(문화관광건설위원회 위원장) 역시 “도의 이같은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면서 “지역의 문화예술 창달을 위한 중·장기적 정책이 요구되는 데다, 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조례까지 만들고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까지 하다가 다시 유보하는 것은 일관성 없는 행정력 낭비”라고 꼬집었다. 문화체육관광국이 종전 3개 과에서 5개 과로 늘어나는 이번 개편안을 보면 삶의 질 정책과와 관광레저과가 신설되고, 문화예술과는 문화향유과로 이름을 바꾼다. 전북발전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내년 신규 핵심 사업으로 문화코디네이터 배치, 시민예술촌·문화예술의거리 조성 사업 등 문화 복지 확대 방안을 제시해 문화향유과 사업이 확장됐다. 삶의 질 정책과에서는 슬로시티 지구 구축 시범 사업, 로컬푸드 공동체 지원 사업 등이 추진된다. 문제는 전북도가 전발연이 내놓은 중·장기 계획안을 토대로 내년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2년 순환 보직 공무원이 맡게 되면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문화기획자 김선태씨는 “전북은 대체 언제까지 장기적인 문화정책 없이 갈 것인?굡箚?물은 뒤 “문화재단 출범의 답은 결국 문화의 주권이 누구에 있느냐로 요약된다”면서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향유권(창조권)을 결국 민간 전문가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행정이 쥐고 흔들고 있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전북도가 문화재단 출범의 부정적인 요소로 일부 문화계 인사를 내세워 문화권력화를 운운하고 있으나, 실제 문화권력은 행정권력이라는 입장이다. 지역 문화계 역시 전북문화재단 설립 무산을 두고 “그럴 줄 알았다”는 회의적인 입장으로 일관하면서 이와 관련한 결집된 목소리나 생산적인 논의 구조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화예술계가 어느덧 관료화됐다”고 지적하면서 “열악한 여건에서 관의 지원금에 의존하다 보니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누군가 문화재단 출범 공론화를 위한 깃발을 꽂기만 기다릴 뿐, 다들 책임 있는 노력은 하려 하지 않고 뒷공론화 하기에만 바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실정에서 도가 문화재단을 통해 민간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지원하기 보다는 행정이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게 관리하기도 쉽고 리스크도 작다고 보는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문화재단 출범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1.11.15 23:02

장엄함 속에서 피어난‘역동의 미학’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정기공연 ‘팔만대장경’(10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지휘 류장영·연출 오진욱)은 억겁의 비밀을 풀어내려는 듯 대형 타악의 울림으로부터 시작됐다. 올해 고려가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1011~1087)을 만들기 시작한 지 1000년을 맞아 시작된 이번 공연은 완판본의 고장에서 올려졌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서곡은 그렇게 객석 가득한 관객의 가슴을 터질듯 고동치게 했다. 오히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이 비좁다는 것을 항변하는 듯 했다. 으레 국악관현악 연주는 서양의 오케스트라와 비슷하게 음향반사판을 쳐놓고 질서정연이 앉아 작곡자의 지휘에 맞추어 악보를 보며 ‘점잖은’ 연주를 기대하는 것이 상례였던 터라 적지 않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다른 방식으로 듣기만 하는 연주회와는 다르게 상당한 볼거리가 있었다는 얘기다. 무대를 가득채운 합창단과 관현악단, 오케스트라 무대에서 펼쳐지는 타악의 울림과 무용뿐만 아니라 무대 곳곳에서 사용되는 소품과 후면의 영상은 보여주는 음악회로서 손색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극을 보는 것 같은 음악적 배치는 한마디로 공연의 역동적 효과가 두드러져 보였다. ‘팔만대장경’은 그리 쉽지 않은 내용을 간간히 창극단 배우들의 에피소드식 연기·진행과 어려운 가사 전달을 용이하게 한 영상의 도입은 낯선 특정 종교 관련 음악이라는 거부감을 걷어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무대장치나 소품의 적절한 활용과 무용·창극단원들의 연기는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공연을 살펴보더라도 우리가 평소 자주 들어오던 곡이 아니다. 교성곡 ‘붓다’, 피리협주곡 ‘바라지’, 관현악곡 ‘다르마’, 창작 판소리‘팔만대장경’, 피아노 협주곡 ‘신모듬’, 판소리 합창 ‘근심 없는 나무들’ 등 불가에서 주로 다뤄지는 언어와 내용을 소재로 한 창작곡 혹은 박범훈 작곡의 기성곡이었지만,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곡들을 관객의 관심을 끌어오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다. 그 노력의 하나로 재치 있는 연기자의 진행이 그 간극을 채웠고, 다소 무거운 소재가 되는 불교용어를 가볍게 하면서 공연의 주제를 전달하려는 시도를 했다. ‘신모듬’은 원래 사물놀이를 위한 협주곡이다. 그런데 이번에 임동창과 국악관현악의 협연으로 공연의 백미가 됐다. 관현악과 타악, 피아노가 어우러져 한판 놀이의 기능을 살려내고,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보여준다는 의미의 연출 방식은 현대인의 시청각적 감성을 충족하려는 공연의 미학처럼 다가온다. 현대의 공연예술은 청각적 만족을 위한 감상의 성격을 벗어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장관(spectacle)을 기대하는 관객을 사로잡는 게 관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늘어나는 뮤지컬의 추세는 이를 잘 방증한다. 현대인의 오감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치열한 흥행의 세계에서 밀려나고, 결국 수많은 제작비를 투자하고도 적자를 감수해야만 하는 냉혹한 현실에서 자칫 관객들의 시야에서 멀어진다면 아무리 공연의 전문성을 확보한 단체라 하더라도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팔만대장경’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적 성격을 통합하고, ‘들려주는 음악회’가 아닌 ‘보여주는 공연’의 성격을 잘 드러냈으며, 역동성이 강조된 무대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또 이번 연주회는 기존의 음악과 새롭게 작곡된 작품들을 적절히 안배하고, 이를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을 섭외해 각각의 주제에 걸맞게 음악적 특성이 잘 융화된 국악 관현악적 성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류경호 전북연극협회 회장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11.15 23:02

깨달음을 원했다…그래서 부처 완장을 찼다

조각가 강용면(54)씨가 플라스틱 계열 재료를 녹여 만든 조각 부처를 화려한 색감으로 환골탈태시켰다. 우주적 깨달음을 얻은 부처를 형상화한 ‘부처의 완장’은 다소 가벼운 소재인 플라스틱을 통해 존재의 무거움을 보여주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플라스틱류 재활용 쓰레기를 녹여 만든 서식지를 잃어가는 북극곰이나 우레탄 닭을 소재로 한 ‘완장 - 북극곰’,‘새벽’은 환경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조각가 강용면씨를 내세운 전주서신갤러리(관장 박혜경)가 17일부터 20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AAF(The Afordable Art Fair) 싱가포르 아트페어’에 참여한다. 그는 지난 20여 년 간 오방색의 소조가 담긴 조왕신의 거대한 놋 밥그릇, 십이지 간지나 옛 상여 조각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색감의 목조각들로 구성된 설치 작품, 투명 아크릴과 폴리카보네이트판, LED를 통해 만든 발광 조각 등을 통해 ‘온고지신’을 시도해왔다. 조각에 화려한 오방색을 덧입혀 전통의 현대적 변용에 힘써온 그는 이번엔 ‘온고지신 - 완장’으로 또다른 파격을 줬다. 레진, 우레탄, 스테인레스 스틸 등에 무채색 계열의 색을 입힌 조각으로 권력과 자유를 오가는 인간 욕망의 이중성을 시각화했다.조은영 원광대 교수는 “그의 작업은 자화상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초상”이라면서 “다변화되는 시대에 어떻게 우리의 욕망을 조율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고 평가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11.15 23:02

메스를 잠시 놓고 다시 무대에 선 내과의사

성악 전공자가 아닌 아마추어가 클래식 전문가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려면 얼마나 부담이 클까. 그것도 사회적 위치가 있고,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라면 그 부담은 배가될 것이다.내과의사로 진료를 하며 독창회를 준비하고 있는 테너 신우종씨(58). 지난 99년 독창회 이후 10여년만에 두 번째 독창회를 준비하면서 몇 번이나 그만두려 했다. 취미로 15년 넘게 음악을 해오기는 했지만, 막상 독창회 자리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그로선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것은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작용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이 있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나 저로서는 이번 무대에 대한 부담이 커 즐거움과는 먼 이야기 입니다.” 그는 이번 무대를 위해 1년 전부터 준비하면서 매주 두 차례 전문가들에게서 레슨을 받고 있다. 진료가 끝난 뒤 레슨당 1시간 반씩 연습을 하고 나면 녹초가 된다. 앞으로 더이상 기회를 만들기 힘들 것이며, 연주회가 끝났을 때 성취감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 속에 그런 부담과 어려움을 딛고 나섰다.틈틈이 수채화 작업을 통해 그룹전 등에도 참여하고 있는 그는 문화예술활동이 정신건강에 아주 좋다고 했다. 미술이나 음악 모두 자신의 감성과 욕구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지만, 그는 음악쪽을 더 선호한다. 그룹간 활동과 공동작업이 좋고, 음악은 몸을 쓰는 것이기에 몸과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다.그의 소리는 ‘레체로’(테너 가운데서도 소리가 가볍고 질감이 부드러우며 음색이 밝은 것이 특징)로 평가받는다. 이번 독창회에서는 성가곡·이태리 가곡·독일 가곡·한국가곡 3곡, 오페라 아리아곡 등을 선곡했다. 고전시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장르와 시대의 곡들로 짜였다. 피아노 반주는 한양대 음대 출신의 박찬근씨가 맡는다. 김원용기자kimwy@△ 테너 신우종 독창회 = 19일 오후 7시30분 전북예술회관.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1.11.15 23:02

손때 묻은 추억을 넘기다

전주 한옥마을과 동문거리는 바로 인접해 있으면서도 문화적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그중에서 특히 연극 창작공간과 콩나물 국밥, 서점들이 밀집한 점이 동문거리의 가장 큰 특징이다. 3년 전 한옥마을에서 동문거리로 공동작업실을 옮긴‘두레공간 콩’이 ‘책’을 꺼내든 것도 동문거리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동문거리에는 많은 헌책방과 서점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시대적 변화에 따라 하나 둘씩 자리를 비우고 지금 몇 곳 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최근 관통로 사거리의 민중서관의 폐업도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동문거리 ‘보물찾기’ 두 번째 기획전(‘전주동문거리 그리고 책book’)으로 책이 나온 배경이란다. 전시회 기획을 맡은 동양화가 이영욱씨는 “콩 패밀리들이 각자의 표현 방법으로 책을 주제로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어 가기로 하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책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두레공간 콩의 공동작업실을 활용하는 작가는 5명. 서양화가 김민자 최희경 노지연 임승한씨 등으로, 모두 70년~71년생이다. 요즘 같은 뉴미디어가 세대가 아닌, 주로 책을 통해서 꿈을 키웠던 세대이기에 책에 대한 향수도 더 클 수 밖에 없단다. 갖고 싶었던 책을 쌓아서 헌책방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작품, 책에 눌려서 신음하는 이미지, 동화책을 읽어주며 아이가 꿈을 키워주길 바라는 아버지의 심정들이 작품으로 담겨졌다. 김원용기자kimwy@△ 전주 동문거리 그리고 책(book) 기획전 = 23일까지 전주 동문거리 소재 두레공간 콩 2층 전시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1.11.15 23:02

한옥마을 숙박·체험관 설예원·아세헌, 누구 품으로

전주시의회가 한옥마을 숙박·체험관인 설예원과 아세헌에 대한 체험 확대를 주문하고 나선 가운데 15일 이들 두 문화시설의 민간위탁 수탁자가 결정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전주시는 이날 오전 10시 한지지원센터에서 설예원과 아세헌의 민간위탁 수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심사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설예원의 위탁 운영을 신청한 수탁자는 전주문화재단을 포함한 4개 업체가 참여했고, 아세헌의 수탁 참가자로는 6개 업체가 참여했다.시는 이날 업체의 사업계획서, 경제 능력, 체험과 운영 계획 등에 대한 종합적 심사를 거쳐 두 곳 문화시설을 각각 운영할 수탁자를 선정한다.전주시의회는 그간 두 곳 문화시설의 활용에 있어 공공성이 가미된 전통 체험활동 확대를 강조해 왔다.실제 전주시는 지난 6월 의회 회기에서 설예원과 아세헌을 전주 3대문화관에 끼워 전주문화재단에 맡기려 했다가 다음 회기로 미룬 바 있다.또한 다음 회기인 지난 9월 시의회에서도 이들 문화시설에 대한 민간위탁 동의안을 가결하면서 “숙박시설과 상관없는 전주문화재단이 수탁자 경쟁에 참여할 경우, 공개경쟁 취지에 맞게 다른 단체를 들러리를 세워 놓는 격으로 선정절차를 진행하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하지만 시의회의 우려 속 전주문화재단이 설예원 운영을 위한 수탁자 모집에 참여, 이날 선정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와 관련 전주시는 수탁자 선정기준과 관련, 임대료를 많이 써 내는 단체에 주는 가산점은 10%로 제한하는 반면 체험 등의 운영 내실을 제안한 단체는 60%를 주는 등 문화시설이 상업용으로 전락되는 행위를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한편 아세헌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집 혹은 우아한 세상의 집이라는 뜻의 테마한옥민박으로 전통 생활예절 체험이 가능하며, 설예원도 다례체험, 다식체험 등을 할 수 있는 테마한옥 숙박시설이다.

  • 문화일반
  • 이강모
  • 2011.11.15 23:02

‘곶감술’·‘석탄주’ 제조자, 국선생에 선발

전주시가 주최하고 전주전통술박물관이 주관한 2011 ‘만추만취 국(麴)선생선발대회’결과 청주부문 전북도지사상에 ‘곶감술’을 출품한 권옥자(경상북도 상주, 57세)씨가, 막걸리 부문 전북도지사상에 ‘석탄주’를 출품한 김진희(경기도 양주시, 36세)씨가 각각 선정됐다.12일 전주전통술박물관 일대에서 청주와 막걸리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대회 본선는 지난 3일 예심을 통과한 각 부문 10종(총 20종)의 주품들이 출품돼 관능평가 심사를 거쳐 수상작에 뽑혔다.곶감술은 색이 맑고, 맛과 향이 전체적으로 균형 잡혀 있으며, 우리 술의 가장 모범적인 방향(천연 발효에서 나오는 꽃이나 과일 향)을 지닌 술이라는 평과 함께 심사위원단의 최고점을 받았다. 막걸리 국선생 김진희씨의 석탄주(惜呑酒)는 ‘음식방문’이라는 문헌에 기초해 멥쌀과 찹쌀로 두 번 빚은 술로, ‘향기와 달기가 기특하여 입에 머금으면 삼키기가 아깝다’는 술 이름의 뜻에 부합하는 가장 전형적인 맛과 향, 탁도 등을 유지하였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청주부문 전주시장상은 ‘박문주’로 출품한 임해월(전남 장성)씨가, 막걸리부문에서는 ‘청연’으로 출품한 박영운(제주시)씨가 수상했다. 전주전통술박물관장상에는 청주법주를 빚은 박희숙(대전시)씨와 감향주 막걸리를 빚은 송현호(충남 천안시)씨가 선전됐다. 한편 특별상으로 마련된 ‘국(麴)선생과의 인터뷰상’에는 정의현(청주-백하주, 경기도 가평), 성세진(막걸리-석탄주, 경기도 여주)씨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1.11.14 23:02

전북문학상에 전병윤(시)·양점숙(지조)·양봉선(아동문학)·장세진씨(문학평론)

전북문인협회(회장 이동희·이하 전북문협)가 시상하는 ‘2011 전북문학상’에 전병윤(76·시) 양점숙(62·시조) 양봉선(53·아동문학) 장세진(56·문학평론)씨가 선정됐다.심사위원회(위원장 소재호 시인)는 “‘전북문학상’은 전북문협이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가람 석정 미당 등을 배출한 문향 전북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고자 이어오고 있는 상”이라면서 “작품성과 등단 년도, 문단 기여도 등을 고려해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전병윤 시인은 1996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 시집 ‘그리운 섬’,‘산바람 불다’ 등을 펴냈다. 현재 한국문협과 전북문협·전주문협·전북시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국제펜클럽 전북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양점숙 시조시인은 1989년 ‘한국시’로 등단했으며, 가람기념사업회 수석부회장을 맡아 가람 선생의 향기가 머물 수 있는 시조문학관 건립을 위해 힘쓰고 있다. 아동문학가 양봉선씨는 1994년 월간 ‘아동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와 ‘울어도 좋은 날’을 비롯한 일곱 권의 아동문학집을 펴냈고, 동화를 쓰고 받는 원고료는 불우이웃을 위해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첫 여성 전북아동문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문학평론가 장세진씨는 1989년 ‘표현’과 199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역사현실과 문학’을 비롯한 5권의 문학평론집, 4권의 문학해설집, 10권의 산문집, 8권의 영화평론집 등을 펴내며 쉼없이 다작해왔다. 현재 전북문협 평론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군산여상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2011 전북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2월10일 오후 5시 완산구청 8층 강당에서 열린다. 전북문학상 상금은 이종희 시인(부연문학상 운영위원장)이 매년 1000만씩 3년째 기탁해오고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11.14 23:02

막 내린‘새만금 상설공연’… 풀어야할 과제는

중국 광둥성 오페라하우스는 지난해 건립된 문화명소다.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우주선을 옮겨놓은 듯한 독특한 외관으로 지었다. 이 극장에서 현재 중국어판 뮤지컬 ‘맘마미아’가 공연 중이다. 최고가 티켓값은 약 12만원임에도 불구하고 한달 남짓 공연의 유료 객석 점유율은 80%. 이같은 대박 행진의 배경에는 중국 문화부 산하 공사와 라이선스 뮤지컬 경험이 풍부한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노하우가 접목됐다. 민·관의 파트너십이 발휘된 이 공연은 125억의 매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1월11일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 새만금 상설 공연은 흥행이 아닌 새만금의 볼거리를 위해 마련된 공연이라는 점에서 중국어판 ‘맘마미아’와는 다르다. 하지만 결국 새만금 상설 공연의 성공 역시 지자체와 민간 전문가들의 파트너십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 새만금 볼거리 강화해야전북도는 입찰을 통해 지난 2월 열린컴과 연하나로커뮤니케이션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새만금 2호 방조제 신시도 배수갑문 33센터 앞에 사업비 5억을 들여 500석 규모의 공연장‘아리울 아트홀’을 건립했다. 불과 3개월 만에 완성한 창작 공연으로 흥행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 “어린이 공연 아니냐”는 혹평에도 불구하고 주말 창작 공연 60회, 평일 기획 공연 94회, 부대 행사 13회 등 160회 공연과 행사를 이어갔다. 업체는 5월과 6월 관람객수가 평균 1만여 명을 넘기면서 장밋빛 전망을 가졌으나, 7월부터는 관람객 수가 1/5 수준으로 급감했다. 티켓 수익은 최고 400만원, 최저는 20여 만원으로 유료 관람객은 거의 없었다. 반면 전북발전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공연 만족도가 4.10점(5점 기준)으로 높게 나온 것은 무료 관람객들이 더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새만금 상설 공연의 ‘실패 아닌 실패’는 실험성과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창작 공연으로 유료 관객들을 많이 끌어오려 한 데 있다. 지역 문화계는 “전북도가 새만금 상설 공연을 흥행이 아닌 새만금에 볼거리를 강화하자는 취지로 마련했다면 지역의 검증된 예술단체들의 기획 공연을 올리면서 별도로 창작 공연을 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창작 공연을 사장시키기 보다는 좀 더 보완해 관광객들이 많은 여름 혹은 가을을 목표로 올리거나 새만금용·일반극장용 등 2개의 버전으로 만드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유료보다 무료 공연이 적합문제는 새만금 상설 공연장에 관람객들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새만금 방조제 개통 이후 방문객들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이 일대에 레저·편의시설, 숙박시설 등이 없어 관광지로서도 매력도가 낮다. 윤영래 아리울 아트홀 홍보팀장은 “대개 관광지에는 보고 먹고 쉴 곳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새만금 방조제에는 상설 공연장 밖에 없다”면서 “신시도나 선유도 인근에 해양 레저 시설과 함께 식당·휴게시설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새만금 상설 공연장을 찾는 관광객들을 분석해 평일·주말 관객들을 위한 맞춤 공연을 하면서 지역 내 목적 관객을 유도하는 공연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목적 관객이 아니더라도 유료 공연 보다는 무료 공연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향미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콘텐츠사업부 운영팀장은 “소리전당의 ‘찾아가는 예술무대’처럼 관람객들에게 언제 어디서 어떤 공연을 원하는 지 신청을 받은 뒤 해당 예술단체를 연결해주다 보면 목적 관객은 쉽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관객들을 선호도를 면밀히 분석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선유도·새만금 유람선과 연계해 유람선 이용객은 50% 할인 혜택을 주고 있으나 유람선 운행시간과 공연시간이 차이가 많지 않아 보완이 요구되며, 관광객의 80%를 차지하는 수도권과 부산 경남권에서도 새만금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 소리축제 조직위, 공연장 맡게 되나전북도는 지난 8월 초 새만금 상설공연 연구를 맡은 TF팀을 통해 향후 방향에 대한 논의를 해왔다. TF팀은 각종 논란을 빚은 입찰 대신 책임있는 법인에 맡기는 것을 전제로 한 대안을 검토한 결과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에 별도의 팀을 만들어 위탁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소리축제 조직위는 일단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새로 꾸려진 조직위는 일단 소리축제를 본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책임감과 함께 논란을 빚었던 새만금 상설 공연장의 성공 여부도 장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문화기획자는 “도가 별도 추진단(팀)을 만들어 추진단장이나 팀장을 선발한 뒤 소리축제 조직위원회든 별도의 조직에 맡기는 방식으로 책임감을 경감시켜줘야 한다”면서 “도가 잘못 추진한 일을 다른 단체에 맡기고 알아서 책임지라는 식으로 하면 답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11.14 23:02

‘착하게 살았던’ 농촌 공동체를 꿈꾸다

2010년 11월 31일. 그 해 처음으로 눈보라가 춤을 추듯 왔다. 겨울 초입, 임실에서 펼쳐진 때아닌 진경이었다. 그 무도는 겨울 내내 이어졌다. “골목에 쌓인 눈을 치우다 겨울을 다 보냈다”고 할 정도였다.‘고향을 떠나 나도 모르게 뛰어서 출근하는 전철역 어디쯤에서 내 얼굴을 잃어버렸을까’(시 ‘반명함 사진’ 중에서) 고민하던 장현우 시인(46)이 임실로 들어온 것은 2008년.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그가 예행 연습 없이 지은 대추·매실 농사는 이상 기온으로 번번히 실패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그나마 시집 한 권이라도 건졌으니 다행”이라고 했다. 늦깎이 등단 5년 만에 펴낸 첫 시집 ‘귀농 일기(모아드림)’는 각박해진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착하게 살았던’ 농촌 공동체 복원을 마음 속 화두를 끄집어낸 시집이다.‘방앗간 형님은 찹쌀 한 말을, 오십줄 노총각 뒷집 형님은 맥주와 소주를, 과수원 형님은 수박과 참외를 들고 나온(시‘백중’ 중에서)’ 백중의 옛 풍광은 농촌 공동체의 따뜻함과 순박함에 대한 그리움이다. 대개 시인들이 농촌의 현실을 그려낼 때면 구태의연하다는 비판을 받기가 쉽다. 농사를 생계 수단으로 치열하게 하는 사람들이 천지인데 시인이 나서서 농사 얘기를 한다는 게, 빤한 서정으로 자연과의 합일을 노래할 것 같아서 식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인은 ‘지금, 여기’의 농촌의 현실을 모호한 언어나 의미의 과잉을 불러올 것 같은 언어 대신 담백한 언어로 그려냈다. “시에 욕심이 없고, 담백해서 좋다”,“참 맑다” 등 축하를 받은 시인은 “그래도 읽을 만한 갑다”고 위안했다. 시인은 말미에 “홀태나 산태미 똥장군 등이 물고 있던, 가난했지만 살만했던 날들이 돌아올 지 만무하지만 나는 생활의 뒷전에 내몰린 이것들과 씨줄날줄로 얽혀 물렁하고 약아빠졌고 그러면서도 헐거운 세상을 단단히 동여매려고 한다”고 썼다. 연민·진정·사랑으로 열심히 살아라 도닥거려 주는 그의 시로 인해 겨울이 따뜻해질 것 같다. 전남 고흥 출생인 시인은 2008년 ‘문예연구’로 등단했으며, 전북작가회의 와 동인‘젊은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11.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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