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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정마을추진위원장 "마을 사람들 내일의 희망 발견"

"모두 반깁니다. 이틀 전엔 동네 이장님이 주민 설명회를 위해 마을길을 쓸자고 예고없이 방송했는데, 모두 나와서 싸리비를 들고 서 있지 뭡니까. 덕분에 저 역시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졌습니다."'2009 신문화공간조성사업 비비힐 프로젝트' 중심에 있는 김영두 비비정마을추진위원장(61). 15일 오전 6시 완주 비비정마을에서 열린 '신문화공간 조성사업 주민설명회'를 앞두고 그는 "'비비힐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비비정 마을이 익산과 전주 사이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만경강 생태자원을 비롯해 비비정, 호산서원, 양수장 등 문화자원을 갖춘 공간이라는 사실을 재평가할 수 있어서다."비비정 일대는 곶감, 딸기 등을 재배할 땅조차 없는, 참 가난한 동네였습니다. 생계를 위해 만경강 지류에서 모래, 자갈을 주워다 골재업체에 팔기도 했고, 물고기를 잡아서 먹고 사는 이들도 많았죠. 물고기만 먹다가 간디스토마에 걸려 돌아가신 어르신도 많았으니까요."김 위원장은 그간 움츠러들었던 마을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로 인해 이젠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업을 찾아 떠난 청년들을 불러 모으고, 귀농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본 것.그는 완주농업기술센터와 공공작업소 심심, 희망제작소가 함께 참여하는 만큼 관과 민, 문화예술인이 함께 머리를 맞대 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번 주민설명회를 계기로 밑그림부터 다시 그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본래 빈 집을 활용해 농가레스토랑, 농가 민박 등 문화공간 조성을 염두에 두었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먼저 수렴한 뒤 가장 현실적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이다.이어 김 위원장은 "현재 KTX 익산역 건립 공사가 진행되면서 LED 야간조명시설 설치 여부가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명시설이 들어서서 이 일대가 랜드마크적인 곳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9.06.16 23:02

변산 마실길 18km 잇는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을 휘감아도는 옛길이 생명력을 이어받아 '변산 마실길 1구간'으로 거듭난다.사단법인 우리땅걷기(이사장 신정일)가 옛길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새만금 전시관에서부터 변산해수욕장을 거쳐 적벽강, 채석강이 있는 격포항까지 총 18㎞에 이르는 옛길을 좇은 것.신정일 이사장은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에 이어 변산 마실길이 탄생됐다"며 "변산 마실길은 둘레길과 올레의 장점을 모두 갖춘 형태"라고 말했다. 특히 1구간은 새만금에 대한 기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아 가장 기 막히게 아름다운 코스로 정하게 됐다며 30번 지방국도 아래 위치한 아기자기한 오솔길이 압권이라고 설명했다.또한 1구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우반동 골짜기 정사암. 조선시대 혁명가이자 문장가인 허균이 공주목사에서 파면된 뒤 잠시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고, 「반계수록」을 지은 실학자 유형원이 살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신 이사장은 "우반동은 골짜기와 우거진 덤불, 탁 트인 들판 등이 빼어나 풍류마을로 만들자고 제안했을 정도로 수려하다"고 말했다.마을굿이 이름난 우동리, 백제 부흥운동의 역사적 현장이자 아름다운 절이 있는 개암사 역시 손에 꼽는 풍광을 자랑하는 곳.현재 변산 마실길은 5구간까지 마련된 상태다. 2구간은 격포에서 내소사까지, 3구간은 내소사부터 곰소를 거쳐 개암사까지, 4구간은 개암사에서 시작해 구암리 고인돌, 새만금전시관까지다. 마지막 5구간은 구암리 고인돌을 거쳐 우슬재, 내소사에 이르는 구간.그는 "결국 변산 마실길을 시작으로 '모악산 마실길', '내장산 마실길', '덕유산 마실길' 등을 차례로 만들 것"이라며 "걷는 것은 곧 자연 사랑이고 자연 속으로 내가 들어가는 하나의 첩경"이라며 옛길 복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변산 마실 1구간' 답사는 21일 오전 10시30분 새만금 전시관에서 출발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9.06.16 23:02

[행사·축제] 500여년 이어온 농경문화예술 들녘 한가득

500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의 한과 혼이 어우러진 들녘의 소리를 재현한 '제7회 순창농요 금과들소리 공연'이 15일 순창 금과들소리 전수관 광장에서 펼쳐져 관심을 모았다.순창농요금과들소리보존회(회장 김봉호)가 주최하고 전북도, 순창군, 순창군의회, 순창문화원, 금과면민회, 금과면이장단협의회, 금과청년회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강인형 군수를 비롯 양승종 군의장, 김석명 고성농요보존회 회장, 고성옥 제주 소리문화예술단장, 김동언 광주지산용전들소리 회장, 지역주민, 기타 출향인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금과들소리는 지난 2006년 3월 전라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32호로 지정된 바 있으며 지난 2002년 제43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후 올해로 7회째 현장공연을 실시했다.특히 이날 공연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경남고성농요보존회(중요무형문화재 제84호)와 제주 소리문화예술단, 광주지산용전들소리에서 초청공연을 펼쳐 영·호남과 제주도의 소리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또한 광주시립국악원의 부채춤, 장고춤, 풍류속 그향기, 우리가락한마당 공연과 임실필봉농악, 금과면 아미농악, 금과초등학교 무용 등이 다채롭게 펼쳐져 관객들의 흥을 한층 고조시켰다.김봉호 금과들소리보존회장은 "영호남, 제주인과 함께 순창농요금과들소리 공연을 펼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도 후대에 500여년전 농경문화예술을 깊이 전수하기 위해 순창농요 금과들소리 보존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임남근
  • 2009.06.16 23:02

[행사·축제] 작가의 육성으로 느끼는 단편소설의 맛

작가의 육성을 통해 단편소설의 참맛을 느끼고 작가로부터 생생한 작품 이야기도 듣는 제1회 단편소설 페스티벌이 13일 경기도 고양시 선유동 느티나무숲에서 열렸다. 문학인물사 연구모임인 분단문학포럼(대표 민병모)이 소설가 이호철 씨 집필실에서 정기적으로 가졌던 독회를 발전시켜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것으로, '국내 유일 독자 주도의 단편소설 축제'를 표방하고 있다. 주최측은 "단편소설은 치열한 작가정신의 소산"이라며 "단편의 시대가 가고 장편의 시대가 도래했다고들 하지만 단편소설은 작품 완성도나 그 언어적 기반에 있어 최후의 보루가 아닐 수 없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매년 한 차례씩 개최될 단편소설 페스티벌은 크게 문학성과 작가정신을 갖춘 작가들을 초청해 갖는 단편 낭독회와 작고 문인 가운데 한 사람을 선정해 그의 문학정신을 되새기는 세미나 등으로 이뤄진다. 문인과 고양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올해 첫 행사에서는 작고 문인으로 현진건(1900-1943)을 선정, 소설가 현길언 씨가 '현진건의 생애와 문학세계'에 대해 발표했다. 현씨는 "현진건은 작가로서의 문학적 열정과 그가 이루어놓은 문학이 근대 조선사회의 변동기 지식인으로서의 삶과 괴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인물"이라며 "오로지 작품으로 자신의 존재를 생각했던 그는 문학과 삶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성찰하고 탐색해온 흔치 않은 작가였다"고 말했다. 이어 원로부터 신진까지 다섯 명의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낭독하고 독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했다. 이호철 씨가 '이산가족 친족타령', 윤흥길 씨가 '장마', 윤영수 씨가 '광고맨 강과 그의 사랑하는 아들'을 독자들과 함께 읽었다. 또 이순원 씨와 지난해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현진현 씨는 각각 최근작 '멀리 있는 사람'과 '러브 수프림'을 낭독했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민병모 대표와 뜻을 모아 2년 전부터 매달 낭독회를 가져왔던 이호철 씨는 "독일에서 몇 차례 독회를 다니면서 역시 문학의 뿌리가 민중 속에 박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매년 문학의 맛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작가들을 엄선해서 독회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9.06.15 23:02

[문학] 전북문인 대동제 4년만에 부활하다

그늘지고 낮은 자들의 말에 꽃등을 달아주기 위해 전북 문인들이 4년만에 다시 모였다.전북문인협회(회장 이동희)가 주최하고 전북문인대동제추진위원회(위원장 김정길)가 주관하는'2009 전북문인 대동제'가 13일 오전 10시 전주대 JJ아트홀에서 열린 가운데, 문학적 결기와 예술적 책임을 함께 하고자 의지를 굳건히 한 자리로 거듭났다.올해 주제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문학의 힘!'. 허소라 고문이 개막 서시'저 늠름한 모악을 머리에 이고' 낭송을 통해 문인들의 작품이 한 시대의 정수리에 바치는 최상의 공양미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연수의 장'에 초대된 오탁번 한국시인협회 회장과 소재호 전 전북문인협회 회장은 특강을 통해 문학의 향기를 이어갔다.오 회장은 '시적 상상력과 언어'를 주제로 "늘 나를 외면했던 시였지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썼더니 당선돼 40년 넘게 사전을 끼고 살게 됐다"며 "시인이 언어가 지닌 속살을 왜곡하지 않고 시어로 차용할 때 시적 상상력과 언어가 운명적 해후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이어 오 회장은 "시 따로, 동시 따로인 관습적 구분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라며 "어린이처럼 철없고 꾸밈없는 시선이어야만 자연의 오묘한 스펙트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시인들 역시 어린 아이의 말씨와 눈높이를 지니는 게 필요하다"고도 했다.소 전 회장은 '문학이 거느리는 것들 또는 특질들'을 통해 "문학은 일반적 인식체계, 도덕윤리의 의구한 틀이나 종교 이념 등을 깨뜨릴 줄 알아야 한다"며 "작가들이 예술적 영감을 집요하게 이끌어내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만남의 장'에서는 표수욱 전북시낭송회장이 신석정 선생의 시'어머니,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낭송을 시작으로 다른 문인들이 김해강 선생의 시'새벽의 기원', 서정주 선생의 시'자화상', 이병기 선생의 시'풍란', 소설가 채만식씨의 장편소설 「탁류」, 김완동 시인의 동시 '분꽃', 평론가 김환태씨의 '시와 사상' 등 향토 작고문인들의 대표작을 낭독하면서 문학적 애향심을 되새겼다.전북도와 전주대, 전북일보, JTV 전주방송이 후원하는 이날 행사엔 김완주 도지사, 김희수 전북도의회 의장,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 박동수 전주대 부총장, 김남곤 전북일보 사장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9.06.15 23:02

[행사·축제] 무주 반딧불축제 막올라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무주 반딧불축제가 지난 13일 '반딧불 빛으로 하나되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막을 올렸다.이날 무주읍 한풍루 등나무운동장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스칸드 따얄 주한인도대사, 국회 정세균 의원(민주당)과 김완주 지사 등 국내외 인사들을 비롯한 지역주민과 관광객 등 5000 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친환경 뮤직퍼포먼스 등 개막선포 쇼 등의 순으로 진행된 이날 개막식은 '환경'이라는 주제 안에서 흥미와 감동을 함께 안겨줬다는 평가를 받았다.특히'자연회복과 반딧불이의 부활'이라는 테마로 무주읍 시가지 전체가 암전시간을 갖고 살아있는 반딧불이 1만3000여 마리의 환상적인 반짝임을 감상할 수 있었던 개막선포 쇼가 하이라이트로 꼽혔다.이날 홍낙표 무주군수는 "무주의 청정 환경을 배경으로 '지구환경보존'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무주반딧불축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환경축제"라며,"올해는 10회 연속 정부지정우수축제, 한국지방자치브랜드 대상 최고축제의 자존심으로 무주인의 혼을 담았다"고 말했다.또한 김호진 제전위원장은 "무주반딧불축제에서는 자연의 소중함과 인류의 행복을 함께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며, "살아있는 반딧불이와 함께 하는 9일 간의 대향연이 넘치는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오는 21일까지 펼쳐질 제13회 무주반딧불축제는 반딧불신비탐사를 비롯해 생태관 체험과 낙화놀이, 수상무대 공연 등 환경과 전통, 문화와 체험학습이 조화를 이루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 문화일반
  • 고달영
  • 2009.06.15 23:02

와인터널엔 와인의 모든 것이 있다

무주 반딧불축제에 맞춰 13일 또하나의 지역 명소가 될 머루와인 터널이 문을 열었다. 적상면 북창리 적상산에 자리잡은 머루와인터널은 무주양수발전처의 작업터널로 사용되던 곳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무주산 머루와인의 숙성 및 저장, 판매 공간으로 이루어진 터널은 와인 하우스와 머루와인 비밀의 문, 기타 편의시설을 갖췄다. 지상 2층에 조성된 와인하우스(163.73㎡)에는 반딧불농특산물 판매장과 와인카페 겸 찻집이, 그리고 머루와인 비밀의 문(270m)에서는 와인카페와 와인시음 및 저장고 등을 설치됐다.이날 개소식에서 홍낙표 군수는 "머루와인터널은 무주군의 관광 및 농가소득을 높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전라북도, 나아가 대한민국의 명소가 될 것"이라며,"많은 분들이 무주 산머루와인의 참맛을 느끼며, 무주군의 아름다움에 매료될 수 있도록 연계 관광코스 개발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특히, 머루와인 비밀의 문에서는 연인들을 위한 와인 키핑장을 비롯한 결혼과 만남, 승진에 관한 축하 문구를 와인 병에 새겨 선물할 수 있는 애칭 조각와인 택배 이벤트도 운영할 예정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한편 이날 행사에서 무주군청 마케팅팀 박희랑 팀장과 산업경제과 최영길씨가 머루와인터널 조성사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군수표창을 받았고 국립공원덕유산사무소 강동원 소장을 비롯한 시공사 대표 등이 감사패를 받았다.

  • 문화일반
  • 고달영
  • 2009.06.15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살려 쓰고 싶은 전북 사투리

▲ 추억을 끌어올리는 벼리 같은 어휘어떤 어휘는 떠올리는 순간, 우리의 인식을 과거의 한 장면으로 회귀하게 만든다.생활에 묻혀 잊고 지냈던 '꾀복쟁이' 같은, 그래서 듣는 순간 꽃불 같은 추억이 되살아나는 어휘가 있다.'깨금박질', '빠꾸매기', '둥게', '삔따먹기', '땅개비', '깨구락지', '칼시엄' 등 '탯자리, 쌈터'에서 나고 자라며 써왔던 코 묻은 말, 고단한 삶의 찌꺼기 때문에 가슴이 답답할 때, 팔을 휘두를 때마다 고개를 함께 젖혀가며 '칼시엄' 치던 그 '또랑물'을 떠올려 보라. 거기 '꾀복쟁이' 친구 같은 방언들이 망각의 강물을 거슬러 아름다운 시절을 되돌려 주리니…….▲ 작가가 따로 없는 감각적 표현날이 새는 순간을 보면 어둠이 빼곡한 밤하늘 어느 한 귀퉁이에서부터 하얀 기운이 피어오르다가 어느 순간 천지가 그런 기운으로 가득 찰 때가 있다. 그 순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희부윰허게'라는 어휘가 있다. 색감과 질감이 한꺼번에 담겨 듣는 순간 그렇겠다 싶은 그러나 컴퓨터 자판이 한글 입력을 거부할 정도로 낯선 이 어휘의 정체는 전북 방언 몇몇 어휘에서 접미사 '-옴/움허-'의 조어 방식으로 통해 명백히 확인된다.포리-+-옴허다 = 포룜허다, 반들-+-옴허다 = 반도롬허다쌉쌀-+-옴허다 = 쌉쏘롬허다, 맨들-+-옴허다 = 맨도롬허다'포리-'는 '푸르다'와는 '작거나 옅은 어감'으로 짝을 하는 '포르-'에서 '르>리'가 변화한 다음에 여기에 '-옴'이 붙어서 보기도 민망한 '포룜헌'이란 글자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 괴상한 말 역시 '포룜헌' 색깔을 만나면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대원사 무제치기 폭포수로 모은 계곡물이 저렇듯 '포룜헌' 것은 '물이 참말로 포료오옴허다'하고 표현해 본 사람만 아는 느낌이다.도대체 누가 이런 말들을 만들었을까. 포마드 말라서 반들반들한 몰골에 대고 '생긴 것은 반도롬허게 생깄는디 허는 짓은 꼭 부사리(고삐 안 꿴 망아지)맹이네잉'라든가, '어띃게 문댔는가 손잽이가 맨도로옴허드랑게'하는 등에서 싱싱하게 제 성정대로 살아 숨쉰다. 철들어서야 알게 되는 들꽃의 '작살나는' 매력만큼이나 현란한 이 표현 장치 덕분에 배웠다고 껍죽대는 치들의 자존심은 그저 '옴시래기' 담아다가 개나 줘야 할 일이다.▲ '홍엇속맹이로' 속을 화하게 만드는 어휘"'아이고매, 사랑잠 한 번 지대로 못 히보고 평생을 늙어 버맀으니…….' 말이 그렇지 평생을 '어심어심허니 살다 봉게' 참말로 그 꼬순내 나는 사랑잠 한 번을 지대로 못 자 보고 늙어버린 저 바람 빠진 삭신을 어찌야 쓰꺼나."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이 그냥 느끼기만 해도 좋은 말 '사랑잠'이란 말도 구이 평촌 사는 할머니한테서 들은 말이다. 소설가 최명희씨가 찾아서 꽃피운 '꽃심' 역시 '사랑잠'만큼이나 그냥 들어도 이미지가 홍어 뱃속 같이 화하게 달려드는 어휘이다.재래시장, 들녘, 산골짜기, 갯벌 전라도 산야 어디를 가든 잠시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 보시라. 전라도의 혼이 '봉울봉울' 피어날 터이니…….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6.15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②전라북도 사투리

우리는 문화가 돈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꾸 해도 재미있는 것,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것 그것이 상품이 되고 돈이 되는 시대다. 음식도 맛있는 집이라면 거기가 어디든, 기다려야 하든 말든, 진짜를 즐기기 위해 겪는 불편함 정도는 기꺼이 감내할 만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모든 지역 사회가 가치 있고 재미있는 소재를 찾아 문화적 자원으로 개발하고 있다.방언은 문화적 산물이다. 그래서 방언 역시 그 자체로 재미가 있다. 가령 '근다고'와 '머덜라고' 같은 말장난 역시 참 재미있는 예이다. '붉은 우체통 편지 한 장 없네 / 근다고 편지 한 통 없냐 이 년아 / 붉은 우체통 청첩 한 장 뒹구네 / 머덜라고 보냈냐 이 년아'. 시의 형식을 빌린 장난 같은 이 말 역시 '근다고'와 '머덜라고'라는 방언 어휘의 맛을 살려 생각하면 그 정황 때문에 '추리닝스러운' 시적 화자의 처량함이 더 실감난다.경상도, 전라도, 평안도 방언 차이를 소재로 하여 삼국시대의 상황을 배경으로 만든 '황산벌'이란 영화에서 신라군 첩자가 백제군의 '거시기' 때문에 벌이는 소동이라든가 신라군에 잠입한 백제군 첩자가 전라도 사투리 때문에 덜미를 잡히는 것 등도 방언이 주는 재미였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최양락의 '삼 김 퀴즈' 역시 방언 말투의 구사를 희화화하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 그밖에도 방언 퀴즈 프로그램 '얼룩말'도 방언의 재미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최근의 영화들에서도 방언 사용의 빈도와 효과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 역시 방언이 현대 문화의 한 요소로 자리한 예다.판소리나 고대소설이 일대를 풍미한 문화의 주역이었던 까닭 역시 마찬가지다. 흥부와 놀부, 춘향이와 이도령, 방자와 향단 등이 장면 장면에서 들려주는 생생한 방언들 '하따, 그 놈의 양반, 넘의 규수 내방 편지는 머덜라고 볼라고 그런당가, 참, 그 놈의 양반', '나 나만 사는 디 사요. 아 남안(남원의 방언형) 산께 나만 산다고 그러지', '무단시 비암맹이로 고 방정맞은 셋바닥 조깨 날룽거리지좀 말어.', '나도 쇡이 삭어 비어 문드러져서 바람 든 무시맹키로 쌔깜허당게.' 등 해학과 재치, 적확한 비유 등 전북 방언의 매력은 참 다양하다.전북 방언은 지리적으로 여러 지역과 인접해 있지만 경상도와 충청도는 말할 것도 없고 전라도 말로 싸잡아 넘기는 전라남도 말과도 역시 명백히 다르다. 아마도 '내버려 두다'라는 말을 남도 사람들은 '냅둬 부러.', 충청도 사람들은 '내비두어유우'로 한다면, 전북 사람들은 '내비둬, 내비두랑게' 정도의 차이를 보일 것 같다. 다른 지역에 비해 넓은 들녘과 온순한 바다 그리고 적당한 산야를 가져 넉넉한 인심과 풍류를 누릴 줄 알았던, 그러나 옳고 그름을 '까락까락' 따져야 할 때는 또 '솔찬헌' 사람들의 말인지라 전북 말에는 그 정도의 사회·문화적 특성이 담겨있다.방언 사용의 백미는 진실함에 있다. 남의 눈치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가슴으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상황에서 방언이 제 몫을 발휘할 수 있다. 건널 수 없는 마음의 벽을 허물며 눈물로 마주하는 부모와 자식의 만남, 인생의 출발점을 함께 했으나 세월을 건너뛴 '꾀복쟁이' 친구들과의 회포, 간절한 마음을 아끼고 접어두며 던져야 하는 절체절명의 말 등에 방언이 있다. 방언을 '탯말', 어머니의 말 등으로 부르는 까닭 역시 모든 겉치레를 벗어버리고 가장 인간답게 만나야 할 그 자리에 어울리는 말이기 때문이다.방언은 모든 지역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문화유산이다. 방언은 촌스럽고 못 배운 사람들이 쓰는 몇몇 단어가 아니라 한 언어의 변종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통은 지리적 조건 때문에 다른 지역과 차이를 보이는 말로 인식되지만 같은 지역 내에서도 사회적 요인에 따라서 말의 차이를 보이는데 전자를 지역방언, 후자를 사회방언이라 부른다. 그래서 방언에는 자연·지리적 배경 위에서 사회·문화적 삶을 영위해 온 다양한 자취들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여러 시대의 사람들이 일정한 공간 안에서 태어나고 사라졌으며 그 때마다 방언으로 배우고 생활하며 그것을 계승하고 유전해 왔던 점을 고려한다면 방언이 오래된 시간의 깊이를 가진 그 지역의 가장 기본적인 문화유산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소설가 최명희는 자신의 언어적 자산이며 정신의 고향이 바로 전라도 산천, 가락, 말이 베풀어준 음덕이라 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판소리와 한국 고대문학의 정수인 '춘향전', '흥부전' 등의 언어적 자산이 바로 전라북도 방언인 점에서 최명희의 고백은 전북 방언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하기에 충분하다.문화를 상품화 할 때 그것을 향유하는 주체가 먼저 그 가치를 인식하고 생활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삶과 괴리된 문화는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갖는 파급력 또한 미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언 역시 우리의 생활 속에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그 생명력을 보장할 수 없으며 우리에게 버림받은 것을 남들이 좋아할 리 만무하다. 그래서 답답한 가슴에 시원한 바람 같은 우리의 말을 아끼고 즐겨 그 말맛을 느끼며 사는 것이 우리가 우선해야 할 과제이다. 이를 위해 전라북도 말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기관이 설립돼 사라져 가고 있는 이 지역 말을 찾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 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전라북도는 서해 도서와 해안 지대, 서부 평야지대 그리고 동부 산간지대가 서로 상이한 문화적 바탕을 형성하고 있다. 각 지역의 자연, 생활 도구, 민속, 설화와 민담, 인물, 사상 등속에 남아있는 전통 문화 자원을 조사하고 거기서 사용되는 모든 방언 어휘를 표준어와 병기하되 표준어에 없는 어휘들은 그 자체로 표준어화 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삶과 문화가 살아있는, 명실상부한 전라북도의 방언 사전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이러한 연구 기관을 통해, 새로 만들어지는 주소, 아파트, 길, 가게 이름 등에 방언 어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한번 지은 새주소, 아파트, 길, 가게 이름 등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시대를 풍미하는 지역 문화의 대표적 코드가 된다. 따라서 전국 어디를 가나 비슷한 방식의 것으로는 이 지역의 문화적 독자성을 구가할 수 없다.그뿐만 아니라 전라도 말밭 위에 꽃 핀 예술혼, 판소리, 고대소설, 현대소설, 시를 우리가 제대로 즐기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작품의 일부를 전라도 땅 곳곳에서 만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기차, 버스, 택시 정류장처럼 자투리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곳에 전라도의 혼이 살아 있는 글들을 정기적으로 바꿔가며 전시해 주는 방안도 한 좋은 예이다. 그래서 전라도의 관문에 들어설 때 그리고 전라도 곳곳에서 이곳이 예술혼의 '꽃심'이로구나 하는 확실한 차별성을 느끼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전통문화의 도시 전주' 대신 '전통 문화의 꽃심, 전주'라든가, 전라도 톨게이트의 어딘가에 '욕봤소, 하이카나 재미지게 지내다 가시쇼잉'이라든가 등의 전라도 말들이 생활 곳곳에 살아 있게 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전통 문화의 '꽃심'을 지향하는 전주, 예술혼이 살아 숨 쉬는 우리 땅에서조차 어정쩡한 서울 흉내 내기나 여타 지역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방식을 지향하는 것은 제 집 마당에 묻힌 광맥을 버리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주가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웨일즈의 카디프처럼 진정한 전통 문화의 '꽃심'이 되는 일차적 과제는 전라도의 혼과 전라도의 말을 회복하는 일에서부터일 것이다./김규남 문화전문객원기자(전주대 국제교육교류원 한국어문화교육센터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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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15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연재를 시작하며

월트디즈니의 서른다섯번째 장편 만화영화는 '뮬란'이었다. 한 번도 동양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던 디즈니가 중국 설화로 만화영화를 만들고나니, 우리나라의 '청이'나 '춘향이'도 곧 디즈니에서 만들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뮬란'이 탄생한 해는 1998년. 우리는 이 때 이미 문화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했다.현재 전 세계는 '문화콘텐츠 전쟁' 중이다. 누가 더 많은 콘텐츠를 확보해 얼마나 재미있게 상품화하느냐가 전 세계의 관심사.디즈니가 '뮬란'을 만든 것은 이미 미국과 유럽은 소재 고갈 상태였고, 상대적으로 세계에 덜 알려졌으며 신비하고 풍부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 동양의 전통문화를 문화콘텐츠로 주목해야 했던 것이다.2006년 정부는 우리문화의 원형으로서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발굴, 문화예술적 콘텐츠로 활용하겠다며 '한국 100대 민족문화 상징'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전주비빔밥이나 한옥, 판소리, '춘향전' 등 전북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상징들도 포함됐었다.제주특별자치도에서도 지난해 향토문화산업 콘텐츠 활용을 위해 제주의 고유문화를 함축하는 문화상징을 담아 '제주문화상징사전'을 펴냈다.우리 지역도 전북만의 고유한 문화콘텐츠를 정리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이 때, 전북일보가 '전북의 문화콘텐츠 50'을 선정한다.전북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키워나갈 수 있는 키워드들을 정리하는 이번 작업에는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전북일보 문화전문객원기자단이 함께 한다.그동안 지역적으로만 한정돼 왔던 지역의 역사와 문화의 가치는 크다. 2000년 전 '뮬란'이 오늘날 되살아난 것처럼 전북의 문화콘텐츠 역시 한국 내에서, 더 나아가 전 세계 안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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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15 23:02

[생활과 건강] 건강관리

필자는 많은 환자들에게서 "예전에 그렇게 건강했는데,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특히 중풍환자들에게서는 이런 푸념을 듣는 것이 일상적이다.중풍(中風)이라는 병 자체가 '바람을 맞았다' '바람에 적중되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듯이, 커다란 고목나무가 태풍에 쓰러지는 것처럼 병세가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오늘날에서야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나누고, 고혈압과 당뇨, 동맥경화와의 연관이 있는 뇌혈관의 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정설이지만, 한의학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몸과 마음의 불균형이 중요한 원인으로 본다.밸런스(balance), 균형이라는 개념은 한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개념이다. 우리의 인생은 평행봉 위를 걸어가는 선수와 같다. 늘 좌우로 넘어질 듯 넘어질 듯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한 고비를 넘어가면 다음 고비가, 하나의 위기가 지나면 다음 위기가 지나간다.건강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모두 크고 작은 건강의 고비와 위기를 넘어가며 살아간다. 물론 타고난 체력, 또는 체질을 무시할 수는 없다. 「황제내경(黃帝內經)」이라는 고전에서는 사람의 기운을 '선천지기(先天之氣)'와 '후천지기(後天之氣)'로 나누는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체력은 '선천지기'에 해당한다. 이것은 내가 어쩔 수 없다. 타고난 것을 어쩌겠는가.사람이 같이 나이를 먹지만, 누구나 똑같이 나이를 먹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 간에도 머리가 일찍 벗겨지거나, 또 희어지는 것을 쉽게 본다. 반면에 또래에 비해서 피부도 얼굴도 젊고 더 건강한 친구들이 있다. 또래에 비해서 더 젊은 것이다.이런 사람들은 생체 시계도 더 느리게 간다. 나이도 더 늦게 먹고, 노화도 더 느리게 오는 것이다. 주변의 친구들이 보기에는 부러운 일이다.그러나,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선천지기'가 좀 부족하더라도 '후천지기'로 이것을 보충할 수 있다. 타고난 체력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을 관리하는 것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내가 조절할 수 없는 것에 아쉬워만 할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 내가 집중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보자. 소식(小食)과 규칙적인 운동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강 문제가 얼마나 많은가.규칙적인 운동과 마음의 평정을 오래도록 지키는 것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 얼마나 많은가.한의학의 대표적인 고전 중에 하나인 「경악전서(景岳全書)」에서는 "사람 중에 진짜 건강한 사람은 열에 한두 명에 불과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여 몸을 망친다"라는 구절이 있다.내게 맞는 운동을 하나 골라보자.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서 오래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나 찾아보자. 운동선수가 아니라면, 내게 맞는 운동 한 두 가지는 반드시 찾을 수 있다. 시간과 돈이 문제라도, 내가 즐길 수 있는 운동은 분명히 있다. 기억하자.'내가 무슨 운동을 했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지금 무슨 운동을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장인수 교수(우석대한방병원 한방2내과 과장)▲장인수 교수는한의학 박사제2회 대한한의학회 학술상 수상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의과대학 연수우석대 한의과대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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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12 23:02

[생활과 건강] 급성 A형간염

전국적으로 A형간염 환자가 올해에만 이미 수 천 명에 이른 가운데 전북에서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부터 A형간염 백신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소아인구의 예방접종이 증가한 반면 청소년과 젊은 성인층은 위생환경개선으로 자연면역 획득이 안되고, 예방접종으로 인한 면역도 없는 상태로 감염가능성이 높은 고 위험집단에 해당한다.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0년 전염병예방법에 지정전염병으로 추가되고, 표본감시 후 보고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01년 105명에서 2006년 1937명으로 증가하였고, 2008년 이후 발생신고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지역(인천, 경기, 서울), 전남, 전북, 충청 등에서 신고건수가 높고, 시기적으로는 4월부터 6월 사이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주로 20~30대가 전체 신고 건수의 79%를 차지하고 있다.A형간염은 A형간염 바이러스(HAV, Hepatitis A virus)에 의해 발생하는 간염으로 주로 급성 간염의 형태로 나타난다. 바이러스의 전파경로는 대변·구강 경로를 통한 개인 간 전파가 가장 흔하며, 대부분 가족 간의 접촉을 통해 이루어진다. 분변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로 인해 집단발병이나 산발적 감염도 발생할 수 있는 수인성 질환이다. 잠복기는 15~50일(평균 약 28일)이며, 황달이나 간효소 수치 상승이 되기 전 2주 동안이 대변에서의 바이러스 농도가 가장 높으며 황달이 나타난 후로는 빠르게 감소한다.A형간염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심한 임상 경과를 보인다. 아동에서는 불현 감염이 많은데 비해 성인에서는 심한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발병초기에는 피로, 무기력, 식욕부진, 열, 근육통, 복통, 오심, 구토 등의 급작스런 증상이 나타난다. 어린이의 경우 설사나 드물게 호흡기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전구증상은 다른 감기나 장염과 유사하여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이후 수 일 내지 일주일 정도 지나면 간염의 특징적인 증상인 짙은 소변과 황달 등이 나타나며, 간비대와 우상복부의 압통이 관찰되기도 한다. 질병을 앓는 기간은 다양하지만 급성 A형 간염의 경우 85%는 3개월 이내에 임상적, 혈액학적으로 회복되며, 이후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과 달리 만성화되지 않고 대부분 완전히 회복된다.합병증으로는 급성신부전이 5%미만에서, 재발간염이 2%에서, 3개월 이상의 황달과 소양증을 동반하는 담즙정체간염이 0.6%, 급성 췌장염이 0.6%로 보고되었고, 전격 간부전으로 진행할 확률은 0.1% 정도이다. 치사율은 연구에 따라 다양한데 평균 치사율은 0.5% 이다. 치명적인 전격 간부전은 드물지만 나이가 많거나 만성간염과 같은 기저질환을 가질 경우 위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A형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은 끊여먹거나 안전한 물을 음용하여야 하며, 음식은 익혀 먹고, 손은 항상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A형 간염 발생이 많은 지역(동남아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또는 저개발국)으로 여행시 음식물과 개인위생에 주의해야 한다. 현재 A형간염 예방접종은 A형간염의 풍토성이 높은 지역으로 여행하거나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 혈우병환자, A형간염 환자와 접촉하는 사람, 만성 간질환 환자(B형간염 보균자 포함) 등의 경우를 대상으로 접종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A형 간염이 급격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고, 주로 10~30대가 항체보유율이 낮은 고 위험군임을 고려할 때, 이들 연령층의 경우는 보다 적극적인 예방접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인희 교수(전북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인희 교수는전북대 의과대학 졸업, 전북대 대학원 의학 석사·박사대한소화기학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간학회, 대한췌담도연구회 정회원대한간학회 보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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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12 23:02

[음식의 비밀] (35)장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등장하는 메뉴에 올려진 것이 양고기가 아니라 장어 구이라는 새로운 주장이 얼마 전 제기됐다.음식문화연구자 존 바리아노가 식문화잡지 「개스트로노미카(Gastronomica)」 를 통해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최후의 만찬 메뉴가 장어 요리였다고 주장했다. 예수로부터 좌우 4번째 인물 앞에 있는 두 개의 접시에 물고기가 5마리가 쌓여 있는데, 오렌지 슬라이스를 얹은 구운 장어 요리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동·서양을 막론하고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알려진 장어. 자양강장에 좋다고 알려져 남성들에게 선호되는 요리다. 양질의 단백질과 불포화 지방산으로 영양가는 높으면서도 살이 찌지 않고, 허약 체질에 좋기 때문.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남성들은 장어 구이에 좀 묘한 집착이 있다. 정력에 좋다는 속설 때문에 꼬리 부분을 높이 치는 것. 부드러운 살점이라면 당연히 장어의 등 부위가 으뜸이지만, 장어만은 늘 예외다.남성들 못지 않게 여성들에게도 선호되는 요리가 장어다. 비타민A, B, E가 풍부해 시력보호 및 암 예방에 효과가 있고, 난소를 건강하게 하며, 주름을 방지하고 피부탄력에도 좋아서다.장어 요리 중 가장 많이 선호되는 것이 장어 구이. 양념장을 발라 구워낸 장어를 가스불 위에 올려놓고 데워가며 먹는 맛이 일품이다. 노릇노릇 변해가면서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입안에 침을 가득 고이게 한다. 몸통을 한조각 입에 넣으면 부들부들한 살이 녹아들면서 쫀득쫀득한 껍질까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장어와 궁합이 제일 맞는 복분자는 장어가 기름지다는 느낌이 없도록 하는 촉매제.장어 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양념장이다. 배, 사과 등 천연 재료와 각종 한약재, 장어뼈 등을 48시간 정도 푹 고아 만들어 양념장을 만들면 제대로 된 장어 맛을 느낄 수 있다.일본식 보양식으로 꼽히는 장어초밥은 입에서 살살 녹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장어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장어초밥 위에 산초잎을 올리기도 한다.장어는 일반적으로 민물장어보다 바다장어가 영양이 더 풍부하다. 너무 굵고 크면 맛이 떨어진다. 1년반 정도 자란 50cm 이상 되는 것을 고르는 것이 적당하다. 배를 갈라 놓은 장어의 경우 속살 부분이 선명한 색을 띠는 것이 좋다.하지만 요즘 장어는 자연산은 물론이거니와 국내 양식산도 흔치 않다. 주로 중국이나 대만, 뉴질랜드 등 양식장어를 수입해오는데, 국내 양식산보다 살이 푸석하고 맛이 떨어지기 때문.자연산 장어와 양식 장어의 구별하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자연산은 주로 물고기 잡는 기구 중 하나인 주낙으로 잡기 때문에 장어의 입을 유심히 보면 배속으로 삼킨 바늘과 이어진 주낙 줄이 보인다는 점도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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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09.06.12 23:02

[오향녕의 인문학 에세이] 생명과 권력

한 분이 유명을 달리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애도하고 있다. 영결식이 끝난 뒤에도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서거'가 아니라 '사거'라고 해야 한다고 토를 다는 것도 있다. 근엄한 충고는 종종 옹졸함을 감추는 수단이다. 또한 거기에는 이번 '자살'에 대한 이해방식의 차이가 끼어들어 있다.닭을 쫓던 개는, 닭이 지붕으로 올라가면 멀뚱멀뚱 쳐다볼 수밖에 없다. 개는 그 닭이 자신의 먹잇감이 아니라는 것을 동물적 감각으로 알아챈다. 그래서 검찰은 '공소권 없다'며 수사를 종결한다고 신속하게 발표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분의 투신은 현 정권과 검찰이 뒤에서 떠민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가 빠져 있는 함정소식을 듣는 순간 필자의 뇌리에 스친 건 맹자(孟子)의 말이었다. '목숨도 내게는 중요하고, 이상도 중요하다. 둘 다 보전할 수 없으면 목숨을 내놓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生, 亦我所欲也; 義, 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누구나 죽기는 싫지만, 세상에는 죽기보다 싫은 상황도 있다고((死亦我所惡, 所惡有甚於死者, 故患有所不?也)'. 2,300여 년 전에 살았던, 너무도 현실적이고자 했던 이상주의자. 수모, 좌절, 절망, 그러나 그 바닥에서 다시 우뚝 서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말하고 실천했던 불멸의 영혼!'역사 앞에서, 목숨을 던질 만하면 던질 수 있지요' 라고 그분이 말한 적이 있다고, 김어준은 지난달 28일 한겨레신문에서 전해주었다. 그 말에서 다시 너무도 현실적이고자 했던 또 한 명의 이상주의자를 본다.'맹자님 말씀'을 전하려 함이 아니다. 그분이 맹자와 동격이라는 말은 더욱 아니다. 필자는 그분이 부안 핵폐기장 건설,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때 국민들에게 했던 짓을 기억하고 있다. 다만, 이런 해석은 가능하지 않을까? 이상과 현실은 그렇게 대립되는가, 현실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이상은 과연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상을 품지 않은 현실의 허접한 맹목성을 어떻게 견디라는 말인가, 이게 맹자 말의 본의였다고. 현실에서 눈 돌리고 이상으로 숨거나, 이상을 외면하고 현실을 합리화하는 교활한 논리조작과, 그 이분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것, 정작 메시지는 이게 아니었을까? 이 보편적인 질문이 2009년 한국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다시 던져졌다고 받아들이면 조금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명을 관리한다는 것이번 사건은 이런 보편성과 함께 역사성이 있다. 그 중 푸코의 '생명에 대한 권력'이 보여주는 통찰이 도움이 된다. 그는 생명이나 삶이 다른 것들로부터 추상적으로 분리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도 존엄한 그 무엇이 아니라 사법권력-위생권력-규율권력(학교나 감옥)이라는 권력의 네트워크 속에서 작동된다고 보는 것이다.우리가 생명과 권력을 생각할 때는, 보통 권력의 생사여탈권을 떠올린다. 죽음을 명령하고 집행하는 왕정시대의 군주권의 행사인 사약(?)이나 처형이 그것이다. 근대의 경우에도 생명을 제한하거나 빼앗는 방식의 사법권이 있다. 감옥이나 교수형 등이 그것이다.그러나 죽게 하거나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권력의 근본적 성격이 아니라, 권력의 특수한 작동양상에 불과하다. 즉, 죽게 하는 권력의 작동도 있지만, '살게 하는' 권력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권력이 생산에 개입한 근대에 더 중요하다. 과거 권력의 본질이 이미 생산된 재화를 '합법적으로 수탈해가는' 데 있었다면, 근대 권력은 아예 그 재화를 생산하는 조건(노동과 시간)을 관리한다. 죽이는 것은 낭비다. 잘 키워야 한다. 인구통계가 시작되고, 우리가 영화 ??괴물??을 통해서나, 최근에 신종인플루엔자가 발생하였을 때 확인하듯이 의사 같은 위생전문가들의 '위생권력'이 절대적인 힘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는 자본주의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 자본의 축적에 맞춘 인력 축적의 조절, 생산력의 확대와 이윤의 차별적 배분이 생명에 개입한 권력으로 인해 가능해졌다. 살아 있는 육체가 중요해지고, 그 육체의 힘에 대한 배분 관리가 이 시기에 불가결하였다.이런 맥락에서, 예전에는 이승이건 저승이건, 그 지배자만이 행사할 수 있었던 죽음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이었다는 이유로 범죄로 인식되었던 자살이 19세기에는 사회학적 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 뒤르켐이 「자살론」을 쓴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권력-앎이 자살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살은 사회의 집합적 성격을 띤 것으로 포착되었다. '대부분의 자살에는 동기가 있다. 그 동기는 현실 속에 있다.' 자살률은 그 사회의 건강성의 척도가 된다.신체형을 위주로 하던 사법권력도 규율을 통해 죄인을 순화시키는 방향으로 변해갔다. 이를 인도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근대 국민국가의 형성과 발맞추어 국가권력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었다. 근대의 감옥도 훈련을 시키기 위하여 고안된 것이다. 그래서 감옥에서도 일을 시키는 것이다.▲ 정작 당혹스러운 것은생명을 제한하거나 빼앗던 시절의 사법권력의 관점에서도 물론 자살은 당혹스러웠다. 조선시대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심문한 뒤 판결에 따라 처형되어야 제대로 된 형벌이었지, 죄인이 심문을 받던 중에 고문을 당해 죽거나(物故란 말은 이 뜻이다) 자살하면 그것은 잘못된 형벌로 인식되었다. 사법권력이 죄인의 몸에 시행될, 죄인을 처형할 여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죄인을 훈련시키려고 했던 근대 사법권력이 자살에 대해 당황한 이유는 그 '죄인'을 길들일, 훈련시킬 여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그러므로 달리 보면 자살은 생명에 대해 행사되는 권력의 경계와 틈에서 확보한 개인적인 죽을 권리의 출현이기도 하였다. 여기에는 맹자의 말처럼 '죽기보다 싫은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도 들어 있을 것이다. '이 죽으려는 고집은 생명의 관리가 권력의 책무로 대두된 사회에 대해 최초로 경악스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의 하나였다.'결국 자살은, 근대의 '생명을 관리하는 권력'의 작동에서 보면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다. 그분의 자살 앞에서 청와대나 검찰이 멍하니 아무 말을 못했듯이. 그들이 애도의 뜻에서만, 안타까움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당혹스러웠다.이쯤에서 필자는 궁금하다. 그 정치-사법권력은 '죄인이라고 판단한' 그분을 처형하고자 했을까, 길들이려고 했을까, 아니면 둘 다였을까? 어느 쪽이든 닭 쫓던 개는 당황스러웠을 것이며, 둘 다였으면 더 당황, 허탈했을 것이다. 그것도 '죽음으로 맞섰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끼어들기에 머쓱한 몇 줄 유언만 남기고, 닭 쫓던 개가 알 수 없는 세상으로 떠났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개는 닭을 쫓던 이유를 몰랐던 게 아닐까? 그러면 이번엔 우리가 허탈해지는데…. 그래도 필자의 질문은 계속된다. 우리는 지금 그 개와 함께 이 세상에 살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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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12 23:02

[오향녕의 인문학 에세이] 관련 책 소개

이번에는 「맹자」, 「자살론」, 「성의 역사1」 등 세 권의 책이 등장하였다. 「자살론」은 미루자. 「맹자」는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자(1130-1200)가 해석을 붙여 '사서(四書)'의 하나로 만들기 전까지 권력자들이 꺼리는 책이었다. 본문은 그 중, '고자상(告子上)'에 나오는 말인데. 이 편명은 고자와 맹자의 논쟁이 들어 있어 이렇게 되었다. 본문에서 인용한 내용만 보더라도 그의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맹자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이 그의 인간 됨됨이를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되기도 하겠지만. 여기서 하나만 되짚어보자. 우리의 선입견은 어떤 것인가, 그 선입견은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근거는 있기나 한가?「성의 역사 1(Histoire de la sexualit)」는 푸코(1926-1984)의 1976년 저작이다. 우리는 그 중, 제5장 '죽음의 권리와 생명에 대한 권력'을 보았다.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차안에서 이 책을 들고 있는데 자꾸 옆에 앉은 사람이 기웃거리더라는 거다. 그러면서 책과 자기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란다. 이유를 몰랐는데, 나중에 이 책이 제목 때문에 많이 팔렸다는 말을 듣고 사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개별자의 욕망으로 나타나는 성(exualit?)은 권력의 배치라는 관찰을 통해 억압된 듯 넘쳐나는 현대 성-생활의 실체를 발견하게 된다. 앞으로 우리는 푸코와 자주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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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12 23:02

[오향녕의 인문학 에세이] 연재를 시작하며

쉽고 재미있게! 종종 전문서적이 아닌 글을 쓸 때 요구하는 덕목입니다. 그러나 저는 동의하면서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쉽고 재미있는 글이 있는가 하면,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글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글은 우리 삶과 밀착되어 있을수록, 우리의 경험 속에서 무릎을 치게 만들고, 거기서 그렇겠구나 하면서 희망을 길어 올릴 수 있으면 재미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이는 쉽고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인생은 쉬울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그렇기에 그 재미는 가슴 아플 수도, 한껏 뿌듯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이 글은 그런 얘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인문학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 살며(人)남기는 무늬(文)'입니다. 또한 앎은 삶에 대한 앎입니다. 비록 그 연관의 단계와 고리가 필요하더라도 말입니다. 글의 형식은 편안한 에세이로 하되, 주제에 따라 몇 권의 책을 묶기도 하고, 한 권의 책을 놓고 몇몇 사례를 묶기도 하려고 합니다.또한 이 글은 경기전 뒤에 있는 한국고전문화연구원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독서모임 '봄'에서 주고받은 토론이나 대화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저의 손을 거쳐 실리게 되지만, 여러 사람의 견해와 고민이 들어간 공동 작업이기도 합니다. 물론 글의 잘잘못에 대한 책임은 무엇보다도 저에게 있습니다.◆ 오향녕 박사는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에서 실록을 만든 사관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문제의식을 인연으로 국가기록관리운동에 참여하여 연구와 현장활동에 기여한 바가 있다. 근대문명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조선사를 탐구하고 있다. 고려대, 전주대 연구교수,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 전문위원, 팀장으로 기록정책을 담당했다.지곡서당에서 한학을 배웠고, 현재 한국고전문화연구원, 연구공간 수유+너머, 충북대학교 우암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다. 「역주선조실록수정청의궤」(2003), 「기록학의 평가론」(2005), 「조선초기 성리학과 역사학」(2007), 「한국사관제도성립사」(2009), 「조선, 역동성을 찾다」(2009) 등의 저서와 여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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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12 23:02

[히말라야 힌두교 성지를 가다] 신화와 함께 하는 타보반 사람들

사바 링가의 줄임말인 쉬블링. 링가는 성기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다. 해발 6,543m로 타포반 일대를 가장 확연히 굽어보는 으뜸 봉우리다.본래 토속신 출신인 시바는 파괴와 생식의 신으로서 우주의 최고원리로 여겨지는 힌두교의 주요 신이다. 초기 리그 베다에서는 가축들의 지배자로 등장하지만 후대 서사문학에서는 고행, 요가, 청빈을 상징하는 수행자 모습으로 변한다. 현재에는 남근의 형상을 상징으로 삼아 생식과 다산의 신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힌두교인들이 가장 많이 섬기는 최고의 신이 됐다. 비록 파괴의 신이라지만 가장 강력하기 때문에 고묵을 찾은 순례자들도 멀리서 쉬블링을 보며 '옴 나모 시바하'를 외친다.쉬블링이 굽어보는 넓은 초지를 중심으로 수행자들이 머무는 몇 개의 동굴과 돌집, 그리고 아쉬람이 있다. 차가운 얼음물 속에서 수행하는 요기들과 텐트를 쳐놓고 격렬한 수행을 거듭하는 구도자들도 있었다.2년 전 타포반에 들어와 겨울에도 이 곳을 떠나지 않은 채 묵언 수행중인 40대 중반의 산자야시가 아쉬람을 지키고 있다. 산자야시는 속세에서 출가해 사회와 단절한 채 주로 숲이나 산에서 수행하며 신을 섬기며 신과 함께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대부분 겨울에는 혹한으로 타포반 뿐 아니라 강고뜨리까지도 폐쇄하고 멀리는 리시케시까지 철수하는데 반해 이 산자야시는 타포반을 떠나지 않은 채 돌집에서 수행정진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단호하게 거부해 같이 생활하고 있는 다른 사람을 통해 몇 가지 사항만을 알아볼 수 있었다.큰 바위 밑의 공간에 돌멩이만 얼기설기 쌓아놓은 돌 움막집에서 수행하고 있는 '마타지'는 타포반에서 가장 존경을 받는 수행자로 타포반에 온지 20년 정도 됐다고 한다. 이들은 시바신의 상징, 쉬블링 앞에서 시바 신만큼 정진하며 수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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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12 23:02

[히말라야 힌두교 성지를 가다] 가르왈 히말라야 트레킹

네팔 서부 국경지대에서부터 파키스탄과 중국 국경지역의 동부 카라코룸까지 히말라야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 히말라야는 산군에 따라 난다데비, 강고트리 등을 포함하는 가르왈 히말라야, 펀잡 히말라야, 시킴 히말라야 등으로 나누어진다.힌두교의 성지인 가르왈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산군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가르왈은 산스크리트어로 가운데라는 뜻. 인도의 우타르 프라데시주에 속하며 이 지역 최고봉이자 성역인 난다데비(7,816m)가 이곳에 솟아 있다. 강고뜨리 지역 최고봉인 차우캄바(7,138m)를 비롯하여 '악마의 붉은 성벽'이란 의미의 험봉이자 미봉인 탈레이 사가르(6,094m), 표고차가 1,000m 이상 나는 벽들이 기둥처럼 서 있는 바기라티 파르밧 연봉(I 6,856m, II 6,512m, Ⅲ 6,455m), 5개의 연봉으로 이루어진 '하늘로 통하는 입구'라는 뜻의 메루(6,600m), 인도의 마터호른으로 통하는 쉬블링(6,543m), 이외에도 케다르나트 돔, 샤토판스, 수다르산 파르밧 등 6~7천m급들이 즐비하다.가르왈 히말라야는 접근이 쉬운데다 등반의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빙·설·암 혼합등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많아 혼합등반의 매력에 빠진 세계 산악인들이 많이 찾는다.강고뜨리 지역의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로는 가장 대표적인 강고트리-보즈바사-고묵-타포반 (쉬블링 베이스캠프)이나 난다반 코스와 탈레이 사가르의 눈이 녹아 만들어진 케다르 탈까지 가는 코스가 있다. 특히 케다르 탈 코스는 한국산악계를 대표하는 고산 거벽 등반가 최승철, 김형진, 신상만 세 대원이 북벽 직등루트를 뚫었지만 정상을 100m 앞두고 눈사태로 추락.사망, 충격을 준 바 있는 탈레이 사가르를 설산속의 호수와 함께 만끽할 수 있다.가르왈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어 쉽게 설산을 즐길 수 있다. 히말라야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트레킹과 힌두교 성지로서 힌두 문화까지 접할 수 있는 가르왈 히말라야는 이미 외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진 명소다. 트레킹 적기는 5-6월과 9-10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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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12 23:02

[히말라야 힌두교 성지를 가다] ②근원 넘어선 신들의 땅

갠지스강의 근원, 고묵을 넘어선 곳. 해발 4225m에 자리한 거대한 강고뜨리 빙하는 바위 덩어리들만을 품고 있었다. 성스러운 강을 낳는 빙하는 그렇게 척박함으로 다가왔다. 집채만 한 바위로 이루어진 돌산 사이로 군데군데 얼음 덩어리가 속살을 드러내고 있어 이곳이 빙하 위임을 느끼게 할 뿐이다. 고도의 황량함은 걸음걸음마다 가쁜 숨을 몰아치게 한다. 그러다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위로 꼭짓점을 찍은 만년 설산들이 종교적인 성스러움과 엄숙함으로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돌산과 빙하, 척박함과 경건함, 그 모든 것들과 융화되며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발걸음은 강을 거슬러 발원지를 찾아 오르는 길만큼이나 자신의 근원에 회귀하는 길이다. 24km에 달하는 빙하 속에서 품어진 강의 근원처럼 시간을 뛰어넘어 자신의 상류와 비밀스럽게 만나는 길이다.고묵에서 타포반까지는 5km. 강고뜨리 빙하 계곡의 끝자락, 설산과 설산 사이를 잇는 깊은 주름은 경사 60도 정도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으로 깎아내려져 앞서 가는 사람이 돌을 잘못 밟기만 해도 우르르 무너질 듯한 위험한 지형을 자아냈다. 근원을 넘어선 곳, 신화속의 신들이 살고 있는 땅은 호락호락한 접근을 거부했다. 초목이 없어 산소가 더욱 희박한 고도. 바위덩어리의 가파른 절벽을 네발로 기다시피 오르는데도 몇 발짝을 떼기 힘들다. 지그재그로 난 바위길, 겨우 다섯 발짝을 떼고도 거칠게 숨을 몰아쉬길 2시간여. 마침내 하늘이 열렸다.신들의 땅, 신화와 함께 하며 2000여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 넘은 공간. 타포반.줄지은 6천m급의 순수 백색 봉우리 사이에 잔뜩 웅크린 분지에 실개천이 흐르고 핑크빛 야생화가 활짝 핀 초지가 펼쳐진다. 도리어 깊은 저지대처럼 느껴지는 해발 4463m.금욕과 고행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타파스를 행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타포반은 성지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곳이다. 정면에는 해발 6,543m의 쉬블링(Shivling), 오른쪽에는 6,600m의 메루(Meru), 왼쪽에는 6,940m 케나리나트(Kedarinath)와 6,831m의 케다르돔(Kedar Dome), 뒤로는 6,856m, 6,512m, 6,454m의 바기라티 I II III 연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숙연해진다. 강고뜨리에서 24km, 이틀간 꼬박 걸어 들어온 히말라야 첩첩산중. 히말라야의 신성은 만년 설산처럼 높고 커져 힌두교 최고의 신 시바의 링거(남성의 상징)라는 뜻의 쉬브링 앞에서 최절정에 달한다.설산에 몰입된 자신은 내면 깊게 자리한 자아와 공명한다. 신화속의 신들이 살아 나온다. 주체와 객체가 무너지고 대상과 하나 된 자아, 그 자아 안에 감추어진 신성이 감응한다. 인도 베단타학파의 주요 가르침 중의 하나가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네가 그것이다'(Tat twam a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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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1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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