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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던 전주 이야기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다

전주 서학동엔 300여년 된 당산나무가 있었다. 마을의 복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내온 게 10여년 째. 고덕산 자락에 위치한 전주이씨 묘소는 두 아들이 잘 되라는 명당이었단 말이 전해온다.전주의 관문인 동산동. 동산은 미쓰비시 상회(현 미쓰비시 모터스) 창설자 손자가 이곳에 농장을 지으면서 할아버지 어릴적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인근에 장이 서자 시민들이 조그마한 꾸러미로 사다 팔았기에 쪼꾸래미로, 풍수지리학적으로 편월(쪽구름)이 있던 자리였기에 편월로도 불려졌다고도 한다.전주시평생학습센터(센터장 김수현)와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이 '세상으로 나온 전주이야기'를 추진한다. 각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에 주목해 정체성을 살리는 주민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취지.연구조사단은 그 지역의 토박이들의 가정을 방문해 자연환경, 지명의 유래, 역사, 문화유산, 민속과 생활상, 성씨 및 인물, 사진자료 등 현장 및 문헌조사를 진행한다. 전주시평생학습센터는 자료를 토대로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시회 등을 통해 작은 축제로 풀어낼 예정.전주 완산구 서학동과 덕진구 동산동이 첫 출발지다. 서학동의 법정관할구역은 동서학동과 서서학동, 대성동, 색장동까지 포함되며, 동산동은 관할법정구역이 동산동, 여의동, 고랑동, 만성동, 장동까지다. 9월까지 이 두 곳에 관한 자료집이 출간되면, 또다른 지역을 선정해 예비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은 "도시와 농촌이 혼재된 데다 장릉유적지, 남고산성 등 문화유적이 남아 있는 곳이라 선정하게 됐다"며 "단순한 조사사업에 그치지 않고, 프로그램 개발사업과 지역홍보사업 등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지난 23일 서학동 주민간담회에 이어 오는 30일 동산동 주민간담회를 통해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는 자리도 마련된다.김수현 전주시평생학습센터장은 "지역 문화자원을 재발견 하기 위한 자리"라며 "지역 특성화 프로그램 개발에 모범이 되는 사례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9.06.25 23:02

[강준만의 책으로 읽는 세상] ⑫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

'제주도의 '올레길'처럼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둘레길' 조성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전북도는 (…) 녹색성장을 주도할 둘레길을 7월부터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전북일보 6월 15일자 기사의 일부다. 바야흐로 '걷기의 시대'가 온 것인가?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걷기가 '이벤트'를 넘어서 우리의 일상적 삶에 정착하기까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땅 걷기 운동' 이사장 신정일의 「꿈속에서도 걷고싶은 길」(랜덤하우스, 2009)을 읽는 것에서부터 출발해보면 좋겠다. '길의 시인, 신정일의 우리 땅 걷기 여행'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이 책은 '시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글과 그림이 아름답다. 신 시인의 서문부터 들어보자."꽃 피는 봄날 이 꽃 저 꽃에 눈길을 주면서 아무런 생각 없이 걸으면 좋은 길이 있다. 뜨거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걸으면 제 격인 길이 있다. 온 산천이 단풍으로 붉게 물드는 가을 혼자서 휘적휘적 걸어가면 좋은 길이 있다. 눈이 내리는 겨울, 헐벗은 겨울나무들을 벗 삼아 걸어가면 안성맞춤인 길이 있다. 계절에 따라 걸어가면 저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길, 그 길을 찾아 나서거나 문득 걸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세상이라는 요지경 속에 그렇게 많은 길들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끊어지는지를. 알 수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 그 길들이 숨어서 언젠가 올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 길을 혼자서 혹은 누군가와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전주시민으로서 매일 걷기의 축복을 누리고 사는 내겐 이 말이 가슴에 팍 와 닿는다. 송천동에서 덕진공원을 넘나들며 전북대까지 가는 길은 짧지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길이다. 뭐 대단한 호수는 아닐망정 때론 연못 위를 뒤덮은 안개까지 맛볼 수도 있고, 공원 특유의 한적함과 아늑함까지 보너스로 더해진다. 그 길을 휙휙 자동차로 내달리는 사람들은 물론 자전거로 지나치는 학생들마저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다. 내가 자전거에서 걷기로 '전향'한 건 바로 그런 '여유'라고 하는 점에서 걷기가 자전거 타기보다 훨씬 더 우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길에도 자주 감격할진대, 신정일이 말하는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은 도대체 어떤 길이란 말인가? 책에 소개된 40개의 전국 코스 중 전북은 6개를 차지하고 있다. 내 식으로 해설하면 글 버린다. 신 시인의 시적 묘사와 함께 그 6개 코스를 음미해보자면 다음과 같다.(1) 고창 해리 홍골에서 선운사까지 : 누구나 마음 속에 간직한 소망이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가슴 설레는 그런 소망, 그 소망을 풀어내기에 알맞은 곳이 바로 해리에서 선운산을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동백꽃이 피어나고 녹음 무성한 시절이 지나면 새빨간 상사화가 길을 물들이고, 곱게 단장한 단풍이 서럽도록 흩날리는 그 길을 걷노라면 사랑도 그리움도 깊어간다.(2) 장수 천천에서 용담댐까지 :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도보답사를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역사적 현장을 찾아 잊고 살았던 그 사건을 뒤돌아보는 일도 의미가 있다. 특히 당시의 상황과 주요 인물들을 유추해보는 것은 역사의 현장 답사에서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금강의 최상류천인 장수천과 장계천이 합류하는 천천교에서 기축옥사의 현장인 죽도와 천반산 일대를 따라가는 여정에는 역사가 살아서 움직인다.(3) 문수사에서 장성의 측백나무 숲으로 가는 길 :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곳 하면 사람들은 정읍의 내장산을 떠올리고 단풍이 절정일 때면 그 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단풍이 아름다우면서도 그렇게 번잡하지 않은 곳은 없을까? 있다. 그곳이 바로 고창군 고수면 문수사 일대의 단풍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단풍 숲에 몸을 내맡기고 있다가 고개만 넘어가면 축령산 편백나무 숲길이 이어져 황홀하리만큼 아름답다.(4) 지리산 둘레길 1·2구간 : 이중환은 "세상에서는 금강산을 봉래산, 지리산은 방장산, 한라산을 영주산이라 하는데 소위 삼신산이다"라고 하였다. 조용헌 선생은 육산(肉山)인 지리산과 골산(骨山)인 설악산을 빗대어 "사는 것이 외롭다고 느낄 때는 지리산의 품에 안기고, 기운이 빠져 몸이 쳐질 때는 설악산의 바위 맛을 보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지리산을 바라보면서 지리산 품에 안겨 걸을 수 있는 장거리 도보답사 길이 바로 지리산 둘레길이다.(5) 김제 귀신사에서 원평까지 : 모악산을 일컬어 위대한 어머니의 산이라 부른다. 드넓게 펼쳐진 호남평야의 동쪽에 자리 잡은 평지돌출의 모악산에는 후덕한 어머니를 닮아서 그런지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사연을 안고 찾아들었다. 미륵사상을 전파한 진표율사, 조선의 혁명가 정여립, 그리고 한말의 종교사상가인 강일순. 계룡산과 함께 기도처가 많기로 소문난 이 산자락에 위치한 귀신사에서 원평에 이르는 길에는 그들의 흔적이 구석구석 남아있다.(6) 회문산 자락 지나 섬진강 적성강변까지 : 이른 봄 선진강변은 매화꽃이 피는 광양의 매실마을, 산수유꽃 피는 구례 산동 등 온통 꽃들의 향연이다. 그러다 보니 섬진강은 하류만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섬진강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 회문산 자락을 지나 순창군 적성면으로 이어지는 적성강변이다. 김용택 시인의 절창 섬진강이 구구절절 흐르는 천담, 구담, 장구목을 걸어가면 섬진강이 그대에게 건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미처 소개하지 못했지만, 이 책엔 시적 언어만 있는 게 아니다. 역사 이야기는 물론 이 길에선 무슨 영화가 촬영됐다는 식의 대중문화 정보까지 들어있다. 장구목 부근의 요강바위가 지난 94년 도난 당해 경기도까지 갔다가 되돌아온 사연 등과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수두룩하다.이 책을 감상하면서 하나의 역설이 떠올랐다. 우리의 속전속결식 압축성장이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을 보호해준 게 아니냐는 역설이다. 많은 나라들이 정부 정책 차원에서 국내 자동차 여행을 '애국심'과 연결시켜왔다. 20세기 초반 유럽 국가들은 자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함으로써 애국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이론하에 도로는 그런 시각적 볼거리를 많이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건설되었다. 반면 '공기 단축'을 최대 목표로 내세워 건설된 한국의 도로는 그런 '사치'를 부릴 겨를이 없어 그 어느 곳에서건 직선을 선호했다. 그 덕분에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 볼 게 별로 없지만, 차에서 내려 걷기로 돌입하면 보물같은 곳들이 무수히 많다. 언제 이 가설을 입증하는 논문이라도 한 편 써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1993년에서 94년까지 한국사회를 강타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문화적 사건'이 되었지만, 그건 당시 찾아든 '마이카시대'의 안내서 역할을 했다. 이제 신정일의 '우리땅 걷기 운동' 시리즈는 '걷기 시대'를 여는 복음서가 되고 있다. 뒤로 돌아간 것 같지만, 실은 우리는 그만큼 진보한 셈이다. 도시에서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을 찾는 건 어렵겠지만, 적어도 '마스크 쓰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길'이라도 많아졌으면 하는 꿈을 가져본다.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과)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6.25 23:02

[오목대] 마음 비우기 - 백성일

욕심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사람은 욕심 때문에 온갖 번뇌와 망상이 다 생겨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두려움과 괴로움에 시달린다.욕심을 버리면 마음의 안정을 찾아 고요해지고 근심 걱정이 없으면 번민의 수렁에서 벗어나게 된다.법구경에 나와 있는 말이다.욕심은 개인의 발전을 가져오게 하는 기폭제임에는 틀림없다.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도 있지만 욕심이 지나치면 안된다.사람의 눈,코,귀,혀,마음 등 6관을 통해 일어나는 번뇌가 좋고(好),나쁘고(惡),좋지도 나쁘지도 않은(平等) 3가지 작용을 거치면 18가지의 번뇌가 된다.탐(貪)과 불탐(不貪) 2가지가 있기에 36가지가 되고 이것을 전생과 금생,내생 등 3가지 세상에서 겪게 되므로 모두 108가지가 된다고 한다.불교에서 108배를 올리는 까닭은 이 같은 108가지 번뇌를 씻기 위함이다.또 욕심을 버리는 수행법이 될 수 있다.'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의 저자 앨런 코헨은 '인생을 바꾸려면 욕심을 버리라’고 충고한다.그는 또 '거짓과 환상을 벗어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모든 사나운 운세의 씨앗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들어 있다.그것이 어떤 계기를 만났을 때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사나운 운세를 풀고 씻는다는 것은 내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석가모니가 남긴 '유교경’에도 이런 말이 있다.'욕심이 많은 사람은 이익을 구함이 많기 때문에 번뇌도 많지만,욕심이 적은 사람은 구함이 없어 근심 걱정도 없다’고 했다.두 손을 꼭 움켜 쥐고 있다면,이젠 그 두손을 활짝 펴십시오.가진 것이 비록 작은 것이라도 그것이 꼭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나누어 주십시오.이는 두 손을 가진 최소한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말로는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욕망은 끓어 오르는 용광로처럼 뜨겁고 솟아나는 샘물처럼 줄기차기 때문이다.심신이 지쳐 있는 사람들은 이번 휴가철에 템플 스테이에 나서는 것도 좋을성 싶다.모든 것 잊고 마음을 비우면 얼굴이 달라진다.오랜 명상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길을 되 짚어 보며 살길을 다시금 설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마음 비우기는 사랑의 실천이다.잃었던 건강도 되찾을 수 있다.마음을 비우면 평화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백성일 수석논설위원

  • 문화일반
  • 백성일
  • 2009.06.24 23:02

[일과 사람] CBS전북방송 신임 손호상 본부장

"CBS 전북방송은 전국적으로 대단한 지역으로 손꼽힙니다. 48년의 역사가 지켜온 문화적 토양이 탄탄하기 때문이죠. 이곳 PD들이 상이란 상은 다 휩쓸었어요. 유명해요."22일 새로 취임한 손호상 CBS 전북본부장(52) 집무실을 들어서니, 수십 여개의 트로피와 상패가 진열대를 장식하고 있었다. 손 본부장은 영광의 자산들을 가리키며 "그래서 이 자리가 기쁘면서도, 부담 가는 자리"라고 말했다.1986년 CBS방송에 아나운서 겸 PD로 발을 들인 이후 그는 줄곧 CBS 사람이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CBS방송 첫 보도 소식을 접하면서, 바로 이 회사라는 생각에 입사원서를 넣었다고 했다."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회사는 참 가난하더군요.(웃음)"그렇지만 치열하게 살았다. 한 번 굳힌 생각은 쉽게 꺾지 않는 편. 시사다큐'오늘과 내일' PD를 맡으면서 방송심의위원회에서 딴지를 거는 통에'쌈닭'이 됐다."정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면 성역 가리지 말자고 했더니, 방송위에서 매번 저를 찾더군요. 이 프로를 맡았다는 것 자체가 프로듀서들에겐 최고의 명예였거든요. 제 신념이고 자존심인데, 쉽게 굽힐 수가 없지 않습니까. 결국 6개월 만에 내려왔습니다."소문만 무성하던'5·18 광주 민주화 항쟁' 희생자 시신을 '땅군(뱀 잡는 사람)'의 제보로 처음 발견, 방송으로 내보낸 것도 그에겐 결코 잊을 수 없었던 사건이었다. 1970~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방송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종교적 신념을 내건 CBS방송 정체성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때문에 CBS방송이 방송선교기관인지, 언론방송기관인지를 두고 정체성을 운운하는 문제에 관해 분명한 답은 없지만,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손 본부장에겐 CBS 프로듀서협회장, 제작부장, 총무국장, CBS 대전본부장에 이은 두번째 수장 자리. 언론관계법 통과,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경쟁 체제, 광고시장 급감 등 방송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지역 현안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특히 CBS전북방송의 경우 문화 관련 프로그램 많이 제작되고 있는 만큼 전통문화중심도시의 탯자리를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 기획·운영에 힘쓰겠다며 한국 교회와 함께 기독교방송의 발전을 위해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9.06.23 23:02

문화계 "표현의 자유 보장하라" 촉구

문화계가 현 정부 들어 문화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하며 표현의 자유와 집회ㆍ시위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 인권운동사랑방, 우리만화연대, 한국독립영화협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 등 10개 단체는 22일 오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를 향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표현의 자유 억압을 애도하는 뜻으로 검은 옷을 입고 진행됐으며, 자유로운 생각이 갇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 참여자는 '표현의 자유 보장하라', '언론악법 반대' 등이 적힌 상자를 머리에 쓰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정부가 "조금이라도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무조건 반정부적 정치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이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시민의 정당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과 세계인권선언 등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탄압된다면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신고제인 집회와 시위가 이명박 정부 들어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고, 기자회견도 집회로 간주해서 소환한다"면서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가 불법으로 인식되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긴급한 사안이 아니면 영장 없이 사진 채증을 할 수 없는데도 무차별적으로 집회 사진을 찍어 소환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지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활동가는 황장엽 씨에게 협박 우편물을 보낸 김모 씨와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 관련 게시물을 올린 양현수 시인 등 개인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구속하거나 처벌하는 등 "이명박 정부 들어 공안탄압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시민단체 소속 활동가도 아닌 일반인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며 "그 종착지는 '정부와 다른 의견은 말하지 말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동일 영화감독은 여고생과 이주노동자의 사랑을 그린 자신의 영화 '반두비'가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데 대해 "청소년이 주인공인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은 것은 영화에 현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상상의 자유까지 억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일부 참여자들은 표현의 자유가 죽어간다는 뜻으로 바닥에 드러눕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9.06.23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③동학농민혁명

전사를 만드는 것은 낫이나 괭이나 죽창 같은 무기가 아니다. 저항의 정신이 전사를 만든다. 조선의 농민군. 그 아름다운 정신에 기꺼이 동의한 갑오년 조선의 민중은 전사인 동시에, 현실의 불리함에 굴복하지 않는 삶의 가치를 보여준 진정한 이상주의자이기도 했다. 혁명의 끝은 처참한 고통을 안겼지만, 그들의 함성은 '파랑새'로, '녹두꽃'으로 옮겨져 입에서 입으로,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졌고, 그들이 가졌던 희망의 싹은 미래의 터전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피고, 거대한 나무가 되고 있다.한민족의 역사에서 한 시대를 뒤흔든 사건들 가운데 동학농민혁명만큼 각광받는 사건은 드물다. 우리 근세사 최대의 개혁운동이며 사상운동인 동학농민혁명. 이 혁명은 민중의 자각에 의한 최초의 전국적인 농민항쟁으로 기억된다. 왕조시대의 모순을 타파하고 만민평등의 근대시민정신을 추구한 이 혁명은 한국 근현대사의 대표적인 문화원형적 소재다.동학의 귀함을 먼저 깨달은 예술인들은 동학농민혁명을 통해 억눌린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꺼진 혼불을 환하게 지펴 올리는 해원의 한마당을 선사하고 있다.'먹구름 속에 잠깐 내비친 하늘'로 동학농민혁명을 회상한 신동엽의 장편 서사시 「금강」을 시작으로 이 땅의 시인들도 그 역사에 동참했다. 김남주는 '죽창'으로, 김지하는 '핏발 선 눈'으로, 최형은 '녹두새 울던 여름'으로, 김용택은 '눈 내리는 모악'으로, 박두규는 '돌멩아 돌멩아'로, 박남준은 '전라도 사내'로, 안도현은 '척왜척화 척왜척화'하는 물결소리로, 사람의 이치를 나지막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귓가에 읊조려 주었다. 1970년대 이후 활발하게 쓰인 이러한 시들은 혁명의 주역인 전봉준·김개남 장군이나 동학의 시조였던 최제우 등 주요인물과 동학의 전개과정에 대한 회상, 전적지를 돌아본 기행, 농민운동이 가진 반외세 반봉건적인 요소에 대한 재평가 등을 주요 소재로 선택했다.우리 역사에서 반복되는 수탈과 저항을 동학으로 되살려 낸 박태원의 소설 「갑오농민전쟁」과 최인욱의 「전봉준」, 박연희의 「여명기」, 이용선의 「동학」, 유현종의 「들불」, 이병천의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도 그 뜻은 한결같다. 특히 송기숙의 「녹두장군」은 우리에게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답적인 질문에 명확한 해답을 들려줬다.'동학'은 시와 소설뿐 아니라, 연극·영화·창극·뮤지컬·무용 등으로 다양하게 창작되고 극화돼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자원이 되고 있다.1988년 극단 아리랑에서 제작한 <갑오세, 갑오세>는 먹쇠·춘복·판동 등 혁명에 참가한 평범한 농민들을 이야기 중심에 놓고, 전봉준·김개남 등 농민 전쟁을 이끌어 간 지도자들의 갈등, 외세와 결탁한 조정의 무능함, 청·일 전쟁을 일으키는 청국, 일본의 움직임 등을 주변에 배치해 다양한 측면에서 동학 농민 전쟁의 전 과정을 보여줬다. 또한 풍물과 민요, 꼭두각시놀이, 판소리 등 우리 고유의 연희 양식과 18기, 가부키, 일본 검도 등을 다양하게 활용, 작품을 풍성하게 했다.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인 1994년에 공연된 음악극 <천명>은 안숙선·왕기석 등이 주요 배역으로 참가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천명>은 전봉준을 주요 소재로 극을 전개하고, 연극과 창극, 음악이 결합된 형태로 제작됐다. 신동엽의 동명 서사시를 바탕으로 한 가극 <금강>은 서양의 오페라와 뮤지컬에 우리의 창극을 접목했다. 안도현의 시를 극화한 마당극 <서울로 가는 전봉준>(창작극회)과 오페라·창극·무용극이 결합된 <녹두꽃이 피리라>(전북대학교), 창작오페라 <녹두장군>(호남오페라단), 무용극 <파랑새>(전북도립국악원예술단)도 동학을 매개로 한 대표적인 공연작품이다. 특히 동학을 소재로 창작된 시와 소설을 활용해 제작된 칸타타 <새야 새야 파랑새야>(정읍시립국악단)는 가슴 저린 시의 언어와 소설의 구조가 무대의 언어로 스며들어 더 귀한 감동을 선사했다.이처럼 꽤 많은 작품이 동학의 깃발을 앞세우며 무대에 올랐고, 오르고 있다. 문화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증거다. 하지만 '동학'을 떠올릴 때 첫 손에 꼽을만한 작품은 아직 없다. 제작비와 공연비 부담 등으로 대부분 일회성 공연에 머무르고, 재공연이 된다고 해도 특별한 재창작의 과정 없이 다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동학'을 한국 대표 무대극으로 성장시키고자 할 때, 먼저 살펴봐야 할 작품이 뮤지컬 <명성황후>다. 19세기말 외세의 틈바구니 속에서 쇠락해가는 조선의 왕비로 간택된 민자영의 일생을 다룬 이 작품은 제작비 12억 원과 제작기간 4년을 들여 1995년 무대에 올렸다. <명성황후>는 한국적인 군무와 노래, 화려한 무대 의상과 회전무대를 이용한 빠른 장면 전환 등은 첫 공연부터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 후 이 작품은 12년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창작 뮤지컬로는 드물게 장기 공연을 했기 때문이지만, 그 성공의 바탕에는 끊임없는 재창작의 과정이 있었다. 대본과 작곡, 연기, 무대 등 공연에서 지적되는 문제들을 꾸준히 다듬어 공연 횟수가 쌓여가면서 더욱 튼실해진 것이다. 또한 <명성황후>는 작곡가 미셸 쇤베르와 의상디자이너 왈라 킴 등이 기획과정부터 참여한 국제적인 프로젝트로 진행됐다.단일 작품으론 최초로 전용관을 운영, 개관 6년 만에 외국인 국내 관람객 100만 명을 돌파한 <난타> 역시 기획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제작됐다. 뉴욕 브로드웨이나 런던 웨스트엔드 관객의 70~80%가 외국인인 것에서 가능성을 찾았다고 한다.1999년에 공연된 한국오페라단의 <황진이>는 우리 창작 오페라 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1990년 원로시인 구상에게 대본을 의뢰한 것을 시작으로 10년 가까운 준비 끝에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 뮤지컬의 대표작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도 오랜 공연기간 동안 꾸준하게 작품을 다듬어 왔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작품은 더 오랜 산고를 거쳐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동학'도 마찬가지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라는 군목 같은 노래를 통해 우리는 동학과 민중항쟁의 역사의식을 은연 중 익히게 되었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21세기의 선진국은 '문화의 세계화'를 이룬 나라다. '문화의 세계화'는 민족 고유의 독창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이를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일이며, 지역 주민의 삶이 문화적 삶이 될 때 가능할 것이다. 한민족의 사상적 기반인 동학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알려나가는 일은 전북의 가치와 힘을 재확인하고, 세계 속에 빛날 우리 문화의 밝은 미래를 전망해 보는 기회다. '꽃심의 땅'곳곳에서 펄럭이는 동학의 깃발을 우리 문화의 앞선 콘텐츠로 삼고, 시와 소설로, 연극과 영화로, 뮤지컬과 오페라로, 창작판소리와 창극으로 알려내는 일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1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에도 생생하고 뜨겁게 느껴지는 동학농민군의 숨결과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 외치며 들풀처럼 일어났던 그들의 혁명정신. 민중의 역사는 동학을 소재로 오래 기간 다듬어진 무대극을 통해 새로운 희망의 역사로 진화될 것이다. (……) 그러나 조금은 서둘러야 할 일이다. /최기우(극작가·전북일보 문화전문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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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22 23:02

모스크바 발레콩쿠르서 한국인4명 입상

'발레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 9회 모스크바 국제발레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4명이나 입상, 날로 높아지고 있는 한국 발레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지난 9일부터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진행된 이번 대회의 19일(한국시간) 입상자 발표에서 국립발레단 무용수 이동훈(23)과 김리회(22)가 시니어 남녀 듀엣부문(19세 이상)에서 나란히 은상을 수상했다. 주니어부문(15-18세)에서는 김기민(16. 한국예술종합학교 2학년)군이 금상 없는 은상을, 채지영(17. 한국예술종합학교 2학년)양이 특별상을 각각 수상했다. 이동훈-김리회는 콩쿠르 예선에서 '해적', 준결선에서 '돈키호테', 결선에서 '고집쟁이 딸' 중 2인무 그랑파드되를 짝을 이뤄 춰 나란히 남녀 듀엣 부문 2위에 올랐다. 여자 듀엣 부문 1위는 중국의 관원팅(중국국립발레단), 남자 듀엣 부문 1위는 러시아 자그레빈 드미트리(볼쇼이발레단)가 차지했다. 1969년 창설돼 4년마다 열리는 모스크바콩쿠르에서 한국 무용수가 은상을 탄 것은 사상 최고의 성적이다.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는 국립발레단 단원 김용걸(1997년.동상)과 김주원(2001년.동상) 등이 있었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 각국에서 시니어 부문 72명, 주니어 부문 40명이 참가해 경연을 펼쳤으며 심사위원은 전 볼쇼이 총감독 유리 그리고로비치(위원장),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 발레리노 훌리오 보카 등 17개국 17명이 맡았다. 한국에서는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최 단장은 "한국 참가자들의 높은 기량에 대해 서양인들이 놀라워하고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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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22 23:02

中 7월1일부터 엑스포 입장권 판매

다음달부터 상하이엑스포의 개인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다. 상하이에서 발행되는 신문신보(新聞晨報)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 세계박람회 사무국은 7월1일부터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중국우체국, 교통은행 등에서 개인 입장권을 판매한다. 입장권 가격은 지정일 보통표 180위안(약 3만3천원), 평일 보통표 140위안(약 2만5천원) 등이다. 이번 입장권 판매는 구매자의 개인정보를 기록하지 않는 비실명제 방식이 적용돼 신분증 등 관련 증빙서류를 휴대하지 않아도 된다. 작년 베이징 올림픽이 입장권의 불법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실명제 구입 방식을 도입했으나 입장권 판매에 장애가 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개인 입장권은 단체입장권과 달리 칩이 내장된 종이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구매 즉시 현장에서 교부된다. 판매방식은 오프라인 판매와 동시에 온라인, 전화, 우체국 택배 등 각종 예매 방식이 동원된다. 중국우체국 관계자는 "엑스포 입장권은 수량이 충분하지만 지정일 입장권 중 일부는 구매자가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서둘러 구매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애인과 노인, 학생, 아동, 현역 군인 등은 개인 입장권을 할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지만 아직 할인폭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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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22 23:02

조선족 민속악기제조장 中무형문화재 선정

전통민속악기 제조장인 조선족 김계봉(73) 옹이 제3회 국가급무형문화재 민속악기 제조부문의 대표자로 선정됐다고 연변일보가 21일 전했다. 김 옹은 지난 12일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 화상전화회의센터에서 열린 '전국무형문화재 보호와 문화박물사업 걸출인물 표창 및 증서 수여식'에서 제3회 국가급 무형문화재항목 대표적 보유자에 뽑혔다. 현재 옌지(延吉)시 민족악기연구소 소장인 그는 1958년부터 지금까지 반세기 동안 가야금과 장구 등 민속전통악기 연구에 나서 20여 종을 새로 개발했다. 그는 중국 개혁 개방 이후 2만여 개의 전통악기를 제조해 중국과 남·북한 등에 보급했다. 1985년 '중국 악기전문가'라는 칭호를 받은 김 씨는 12현의 가야금을 21현, 23현, 25현으로 개조해 중국 내 예술단체에 제공했고, 그가 제작한 오동나무 원통북과 농악북은 매년 5만 개씩 남한에 수출하고 있다. 그는 옌지시에서 악기공장을 경영하고 있다. 2000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연변 조선족민속문화관광회 집단무용과 2002년 연변 조선족자치주 창립 50주년 집단무, 2008년 중국북방관광교역회의 2만 명 집단무용 그리고 2008년 올림픽 개막식 공연 등에서 쓰인 전통악기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쳤을 정도다. 중국악기협회 이사로 활약하는 그는 현재 20여 명의 수제자를 양성하고 있으며 악기 제조 이론을 정립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 김 옹은 "사람들이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서양악기는 잘 알고 있지만 우리 민족 악기는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 참대에 구멍을 뚫어 사용하는 퉁소처럼 비록 원시적인 악기이기는 하지만 우리 악기는 세계에 으뜸가는 악기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민족이 생존하는 한 우리 민족악기가 존재하고, 민족문화가 없으면 그 민족이 존재할수 없다"며 "백성의 맘에 드는 악기라야 진정한 악기이며 그렇지 않으면 악기는 악기가 아니라 공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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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22 23:02

그들만의 잔치도 못 된 전북민족예술제

19일 오후 7시30분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 열린 '2009 전북민족예술제' 개막식. 객석이 절반도 차지 않아 식이 20분 정도 지연됐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해 '사람 사는 세상'을 주제로 한 공연이 막바지로 치닫자 100명도 안 되던 객석에 시민들이 하나 둘 모여 들어 분위기가 추스러졌다.19일부터 21일까지 경기전 담에 마련된 설치미술전. 문구도 잘 보이지 않는 낱장의 현수막이 담에 걸렸고, 작은 제대에 달걀을 올려놓은 알수 없는 작품 등이 전부였다. 이번 예술제 주제인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취지를 제대로 못살렸다는 평가다. 시민들은 이를 무심히 지나쳤고, 비 맞은 작품들은 을씨년스러워 보였다.20일 오후 5시 경기전 앞 무대에서 열린 거리 음악회. 비가 오자 천막 친 간이무대가 마련됐으나, 50석 남짓한 객석도 다 채우지 못했다. 빗물을 이기지 못한 천막은 객석에 물벼락을 뿌려 그나마도 앉아있는 시민들을 몰아내는 인상이었다.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전주 공예품 전시관, 경기전 앞 광장에서 열렸던 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전북지회(이하 전북민예총·지회장 신형식)의 '2009 전북민족예술제'. 이 땅에 발 딛고 설 자유를 되찾기 위한 전북 민족예술인들의 의지도, 시민들의 동참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인 자리였다.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6·15 공동 선언의 역사성을 이어가는 자리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썰렁한 객석으로 그들만의 잔치도 되지 못했다. 10개 분과 중 풍물, 음악, 미술, 영상등 4개 분과 만이 행사에 참석, 회원들을 위한 통합과 화합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민족예술제 홍보 자체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회원들은 행사 3일 전 행사가 열린다는 통보를 받아 참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신형식 회장은 "민족예술제가 '전라도의 전북'을 주제로 지난달 개최 예정이었으나,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주제가 변경되고 비가 오는 바람에 운영상 미흡한 점이 많았다"며 "회원들의 의지를 결집시키고, 민족소통과 통일기운을 북돋는 고민을 하는 단체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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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09.06.22 23:02

"아주 작은 선행이 세상 바꿀 수도"

17일 저녁 전주오거리광장의 '인문학 강좌'의 열기는 뜨거웠다.KBS 전주방송총국과 전북도교육청이 주최한 '인문학 콘서트'에 초청된 인물은 박경철씨. 그는 외과의사이자 소위 전망을 팔아먹지 않는다는 신념을 고수하는 경제전문가다. '위기에서 희망을 찾는다'를 주제로 그는 주식투자, 펀드투자, 부동산 투자에 휘둘린 한국 경제에 대해 날카롭게 진단했다.그의 강연의 핵심은 눈앞에 기회처럼 보이는 것이 진짜 기회인지 아니면 기회를 가장한 위기인지 분별해야 한다는 것.1980년대 일본이 경제거품이 꺼지면서 위기가 초래됐던 예를 비춰볼 때 한국 역시 그와 같은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고 경고하며 투기바람에 뒤흔들리는 나라일수록 그 나라의 운명은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이어 그는 "현재의 위기는 IMF 때 위기와도 분명히 다르다"며 "IMF는 중·상류층의 붕괴였다면, 현재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사회 밑바닥에 있는 계층의 붕괴"라고 꼬집었다.하지만 한국인들이 위기 때마다 뭉치는 힘을 발휘했던 경험에 비춰 볼 때 해결책은 분명히 있다며 거시적인 흐름에선 잠재된 문제점은 많지만 미시적으로 볼 때 우리 모두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아주 작은 선행을 베푸는 일에서부터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얼마 전 예멘에서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이들이 바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게 하는 덕목을 실천한 이들이라며 먼 나라에서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사랑을 베푼 그들의 죽음이 뜨거운 교훈으로 남았다고 전했다.그는 "이처럼 어려운때 인문학이 가뭄 속의 비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며 "향후 20년간 이런 광장에서 강의를 하게 될 수 없을 것 같아 전주의 경험이 특별하게 다가온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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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09.06.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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