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8주년] 읽는 사람이 세상을 이끈다
2,500년전, 공자가 15세 때 배움에 뜻(志學)을 둔 뒤 70세에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논어 위정편)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뜻 하는 대로 행해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 없었다'고 말 할 수 있었던 자신감, 그것은 어디에서 나왔을까.그것은 바로 '책'이었다고 공자는 말했다. 공자는 '나는 날 때 다 알고 태어나지 않았다. 다만 옛 사람들이 남긴 '업적'을 사모하여 끊임없이 배우고 추구했을 따름'이라고 고백했다. ▲ CEO 월평균 2∼3권 읽어공자는 책을 통해 정보를 얻고, 지식을 쌓고, 또 업그레이드 하여 공자사상을 구축했다. 인간 사회에서 정보와 지식은 예나 지금이나 개인은 물론 조직, 나아가 국가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지난해 여름 휴가철 앞둔 삼성그룹. 당시 삼성그룹은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경제연구소가 만든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20선' 목록을 나눠주고 책을 통한 '지적 재충전'을 독려했다. 주요 추천도서는 '부의 미래' '위키노믹스' '미래의 물결' '생각의 탄생' 등.삼성그룹은 해마다 7월 말 휴가철을 앞두고 CEO들에게 정치, 경제, 사회 등 새로운 트렌드(추세)를 담고 있는 추천도서 목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CEO들은 '바캉스'에서 '북캉스'를 즐기며 사고의 폭을 넓히고, 미래를 선점해 가고 있는 셈이다.현대 지식기반사회에서 CEO의 지적 역량은 기업 경쟁력의 주요 가늠자. 삼성은 책 속에서 그룹의 위기 탈피 해법과 창조 경영의 실마리를 찾는다고 한다.그렇다면, 우리나라 CEO들은 책을 어느 정도 읽고 있을까.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004년 8월 초에 최고경영자(CEO) 1,05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CEO들은 월평균 2∼3권 정도를 읽었다. 62.3%가 '1~2권을 읽는다'고 답변했고, '3~4권' 정도 읽는다고 답한 사람은 21.1%였다. 이들이 가장 즐겨읽는 책은 경제·경영서(66.4%)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분야의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책을 통해 끊임없이 섭취하고, 또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일반 국민 4명 중 1명은 책 안읽어그러나 일반 국민 평균은 겨우 월 1권 정도만 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0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성인 독서율(1년간 1권 이상 책을 읽었다)은 76%, 학생 독서율(1학기동안 1권 이상 책을 읽었다)은 90.6%로 나타났다. 성인의 경우 10명 중 2명은 책을 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연간 독서량 조사에서, 성인은 월 1권꼴인 12.1권의 책을 읽었고, 학생은 13.5권을 읽었다. 학생의 경우 초등생 22.4권, 중학생 10.7권, 고등학생 7.4권이었다. 초등생은 전년 24권보다 감소했다.▲ TV·컴퓨터가 주범이처럼 우리 국민들이 겨우 월 1권의 책을 읽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가장 큰 원인은 TV와 인터넷 등으로 분석됐다. '2007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여유시간에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물음에 성인과 학생 모두 첫 순위로 TV를 꼽았다.성인의 경우 TV 24.1%, 독서 9.5%, 인터넷 9.1%, 신문·잡지 7.1%, 수면·휴식 6.9%, 친구·동료 모임 4.8%, 체력단련 4.4% 등 순으로 여가를 활용했다.초등학생은 TV 18.6%, 컴퓨터게임 16.9%, 책읽기 10.5%, 친구 어울림 8.1%, 인터넷 7.8%, 만화책 읽기 6.1%, 음악감상 4.8% 등으로 나타났다. 중·고생의 경우도 역시 TV시청이 1순위였고, 4위권 내에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하기, 음악감상이 포함됐다. 하지만 책읽기는 중학생 5.9%로 7위, 고등학생 6.9%로 5위를 기록했다.특히 초등생의 경우 책읽기 외에 만화책 읽기(6.1%)를 하고 있었지만, 중·고생의 경우는 저조한 책읽기 활동 속에서 신문과 잡지 등 다른 인쇄 매체 접촉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생활 주변에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이 많이 있지만, 지난 1년동안 공공도서관을 이용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성인 33.3%, 학생 52.6%(초 55.5%, 중 56.9%, 고 45.7%)였다. 조사 대상 학생들 중에서 '학교도서관이 있다'는 응답이 95%였지만, 정작 학교도서관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65%로 그동안의 상승률이 꺾인 것으로 조사됐다.▲ 스스로 읽기 활동 늘려야2007년말 현재 우리나라에는 문고를 포함에 총 1만 7000여개의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공공도서관은 607개. 도내에는 교육청 17개, 시·군 20개, 사립 1개 등 모두 38개의 공공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정부는 2002년 수립한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03∼2011)과 학교도서관 활성화 종합방안(2003∼2007)을 통해 기본시설과 장서확보, 전문인력 배치 등을 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은 2013년까지 해마다 50개씩 늘어나 900개가 될 전망이다.하지만 도서관 1개당 인구는 8만7000명으로 미국(3만5000명)과 일본(4만8000명)에 비해 적어 국민들의 도서관 접근성이 여전히 낮은 상황.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도 성인 응답자들은 공공도서관 증설 및 도서확충(33.1%), 대중매체를 통한 책 관련 정보 제공 확대(23.7%) 등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사회적 독서환경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교 독서교육 활성화, 양서 출판에 대한 지원과 독서 진흥 관련 정부예산 확대, 독서 전문인력 양성 등도 지적되었다.하지만 책읽기와 신문읽기 등 읽기 활동은 개인의 경쟁력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인 만큼 읽기 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전북중등국어교육연구회 최기재 회장(순창 제일고)은 "평소 학생들에게 읽기가 두뇌를 발달시키고, 논술과 구술, 면접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한다"라며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쓰기로 완성하려면 교과서는 물론 관련 도서, 신문 등 다양하게 읽는 습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