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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소장 장낙인)가 시민의 영상제작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시미는 시민들이 영상으로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도록 간단한 영상편집부터 제작능력을 키우는 강의까지 실시한다.겨울방학을 맞은 어린이를 위해 사진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는 ‘어린이사진만화제작교실’이 선보인다. 사진을 찍고 그 위에 만화를 그리는 ‘로토스코핑’ 체험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영시미 디지털 교육실에서 만화가 유영수씨의 강의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 ‘어린이영화제작교실’도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린다. 반지씨(영시미 교육담당)가 강의할 예정.포토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된다. 윈도 무비 메이커 프로그램을 이용해 누구라도 쉽게 영상편집의 기초 원리를 익힐 수 있는 강의다. 오는 12일과 13일까지며 김효정 영시미 강사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포토샵’ 강의도 이어진다. 카메라 사진을 가지고 색상조절, 여러가지 변형, 간단한 디자인을 해보는 프로그램. 이동진 전북대 강사가 진행할 예정이다.수강신청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 홈페이지(www.Osimi.org)에서 할 수 있다. 문의 063) 282-7942.
‘제31회 전국정가(시조 가사 가곡) 경창대회’에서 정혜숙(51·전주시 삼천동) 전주정가정악회 이사가 가곡 부문 금상(1등)을 수상했다.정씨는 (사)대한시조협회중앙본부(이사장 김대환)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시 동작구민회관에서 주최한 이번 대회에서 여창 15곡 중 우락(羽樂)을 노래했다.심사위원들은 “정씨가 부른 가곡 우락은 임을 그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정씨는 소리 놀림이 뛰어나고 정서를 제대로 소화했다”고 평가했다. 순창제일고 특별활동 교사로도 활동 중인 정씨는 “10년 동안 시조와 가곡을 불렀지만 이렇게 전국 대회에서 큰 상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며 “앞으로 더욱 노력해 정가의 발전과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한편 (사)대한시조협회중앙본부는 1992년부터 ‘전국정가경창대회’를 주최하고 있으며, 이번 대회는 대상부 가사부 가곡부로 이뤄졌으며 참가자들은 지역별 예선을 거쳐 선출됐다.정가(正歌)는 ‘아담하고 바른 노래’라는 뜻으로 정악(과거 궁중음악의 일부를 포함하여 민간 상류층에서 연주되어 오던 모든 음악을 지칭) 가운데 가곡(歌曲)·가사(歌詞)·시조(時調) 등 성악곡(聲樂曲)을 말한다.
새해, 신춘문예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이들이 있다. 올해 전국 신춘문예에 전북에서 당선된 이들은 문화일보 시 부문 문정희씨(47·전주 우석고 교사)와 강원일보 동화 부문 김인숙씨(45), 광주일보 시 부문 최일걸씨(41), 부산일보 시 부문 조연미씨(27). 문씨와 김씨, 최씨의 고향은 모두 진안. 묘한 인연이다. 조씨는 이번에 광주 무등일보 희곡 부문 가작으로도 당선됐다. ‘문정’이란 필명으로 당선된 문씨는 “몇 년 동안 꼭 안고 살아온 시의 그늘이 걷혔다”며 소감을 밝혔다. 당선작 ‘하모니카 부는 오빠’는 현실적 고통을 아픔이 아닌, 극복할 수 있는 힘으로 느끼게 하는 미덕이 있는 시로 평가받았다. “어둡고 가난하고 소외된, 작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는 그는 “허락도 없이 시의 소재로 차용한 이 땅의 그늘 깊은 사람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수업하면서도 시 생각이 나 미안할 때가 많았다”며 제자들도 잊지 않았다. 1995년 전북일보에 동화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온 최씨는 그동안 한국일보 동화(1997), 조선일보 희곡, 전남일보 희곡 가작(2006) 등의 소식을 전해왔다. 올해는 광주일보에 시 ‘구두 수선공’이 당선됐다. 최씨는 “시는 나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라며 “세상의 이면을 꿰뚫어 보고, 그것을 시어로 형상화해 하나의 세계로 견고하게 일으켜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동화 ‘동강할미꽃’이 당선된 김씨의 필명은 ‘이수’다. 현재 서울에 살고 있지만, 진안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산골의 어린 시절, 혼자 있을 때면 동화책 속에서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튀어나오곤 했다”며 “동화란 내게 기쁜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 읽는 것이 좋아 국문과에 들어갔지만, 글 쓰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아 내내 절망만 하고 졸업했다”며 “이제 동화를 써도 되겠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기뻐했다. 조씨는 숭의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 원광대 문예창작과에 편입해 현재는 같은 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올해 시 ‘예의’와 희곡 ‘꿈꾸는 심해어’로 동시에 이름을 올린 조씨는 “장르를 뛰어넘어 감동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문학도들만이 읽는 글이 아닌, 팔순이 넘은 할아버지에게도 ‘좋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글이야 말로 그가 쓰고 싶은 글. 좋은 글귀에서 느끼는 행복이 다른 이들에게도 가닿길 바라는 젊은 시인의 바람이다.
지역 예술계에 선거철이 다가왔다. 한국예총 전북연합회 회장선거와 전북예총 8개 회원단체 회장선거가 올초 실시되는 것.단체장의 위상이 단체의 향후 활동과 정체성의 가늠자라는 점에서 도내 문화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이번에 선거를 실시하는 곳은 전북예총 회원협회 10개 중 무용, 음악, 연예, 건축가협회와 9개 시군지부 중 전주, 군산, 부안, 남원 등.회원협회 선거에서는 음악협회가 눈에 띈다. 현 회장인 심춘택씨(60)가 사실상 연임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2∼3명의 후보들이 30일경 실시될 회장선거를 위해 뛰고 있는 상태다. 현 회장의 임기는 이달 말일로 끝난다.무용, 연예, 건축가협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무용협회의 경우 임기가 1월 말 끝나는 현 회장 김숙씨(59)를 이달 중 열리는 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는 분위기다. 연예협회는 차기 회장은 한국연예협회 이사진의 임면제로 선출되기 때문에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 건축가협회의 경우 활동하는 회원이 소규모이기 때문에 1월 총회에서 추대될 것으로 보인다.예총 시·군지부는 선거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전주예총은 현 회장인 최무연씨(56)의 출마가 확실시 되고 있다. 현 회장의 잔여임기는 1월 말까지며 임기는 4년이다. 아직 구체적인 선거일정은 확정되지 않았고 10일경 이사회를 열고 선거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자천, 타천으로 몇몇 후보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현 회장의 재출마를 놓고 지난해 풍남제 행사의 시 보조금 편법사용 말썽과 관련 도덕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군산예총은 정관상 회장의 연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거 열기가 더욱 뜨겁다. 현재 물망에 오르는 후보만 4∼5명 거론되는 상황. 현 김승중 회장(65)의 임기는 선거일과 같은 다음달 21일로 종료되며 후보등록 기간은 선거공고가 나가는 21일부터 2주 후까지다.남원예총은 24일에 선거가 실시되며 부안예총은 3일 열리는 간사회의에서 선거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수장의 적극성 여부에 따라 단체별 실리는 힘이 달라지기 때문에 수장 선출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예총 전북연합회(회장 황병근)의 제21대 회장 선거일이 18일로 확정되면서 ‘투표권’이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후보자 등록 마감일은 8일이지만, 현재로서는 오래전 부터 출마설이 나돈 황병근 현 회장(74)과 미술가 선기현씨(51)의 후보 등록이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 황회장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출마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선씨 역시 본격적인 선거 준비를 위해 전주문화재단 사무국장직에서 사퇴했다. 이들은 2004년 20대 회장선거에서도 3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벌여 이번 선거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선거에 대비해 물밑작업을 해 온 이들이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대의원 숫자. 총 116명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으로 확정됐지만, 일부 협회장이 시·군 지부 협회장을 동시에 맡고 있어 이에 대한 해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건축가·국악·연예·영화협회 회장이 전주건축가·국악·연예·영화협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것. 현 집행부 측은 “협회장은 당연직으로 투표권을 갖게 되며, 각 시·군 협회지부의 경우 회장이 투표권을 갖는 게 아니라 협회지부에서 선임한 1명이 대의원 자격을 갖게 된다”며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1인 2표의 권한대리 투표’가 아니냐는 논란을 일축했다. 후보자들의 투표권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회장의 경우 전북예총 회장으로서 당연직으로 투표권을 갖게 되지만, 나머지 입후보자들에 대한 투표권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선거위원회(위원장 김득남)는 18일 오전 10시30분 제47차 정기총회에서 제21대 임원을 선출할 예정이다. 후보자 공탁금은 300만원. 홍보물은 필요할 경우 개인적으로 만들어야 하며, 합동토론회는 아직 계획돼 있지 않다. 투표 당일, 간략한 정견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경기전 내 전주사고(全州史庫)에 보관 중인 조선왕조실록의 원본(原本)과 똑같은 부본(副本)을 전주한지로 만드는 '조선왕조실록 복본화사업'이 추진된다. 전주시는 전주한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올해부터 오는 2011년까지 4년간 국.도비 등 총 100억원을 들여 전주사고에 있는 조선왕조실록의 복본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복본화사업이 추진되는 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명종까지로 그 분량은 모두 614책 5만3천102쪽에 달하는데 이를 복본(10질) 하는데는 닥나무 껍질 120t이 소요될 예정이다. 시는 이를 위해 오는 2월 대학 교수와 사학자 등 각계 인사로 사업 추진위원회와 자문단을 구성하고 전문 인쇄업자 및 제작업체를 선정할 방침이다. 시는 이 사업이 완료되면 복본된 조선왕조실록을 경기전유물전시관과 전주역사박물관, 서울대 규장각, 국립중앙도서관, 고궁박물관, 국회도서관 등에 배부해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시는 또 전주한지의 수요를 늘리기 위해 전주 3대 성씨(이.최.유씨)의 족보를 한지로 제작하고 건설업체에 아파트 한지 인테리어 사용을 적극 권장할 예정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한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이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면 전주가 한지의 고장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의 행복을 위해서 좋은 조건의 사람이라 집을 담보로 해서라도 장가를 보냈더니, 결국 처가에 휘둘리고 아들의 인생을 망쳤어요. 돈 좇다가 자식에게 불행만 안겨주게 됐습니다.”원불교 전북여성회가 지난 28일 오후 3시와 오후 7시 두차례에 걸쳐 전주 오페라아트홀에서 공연한 '사랑이냐? 예단이냐?'의 혼수문화 바로잡기 토론연극이 관람 여성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이날 공연은 원불교 전북여성회 임원들이 직접 대본도 쓰고 극단 '하늘' 대표 조승철 연출가에게 지도를 받아 8명이 연극배우로도 출연해서 50분동안 열연을 벌였으며, 공연을 통해 회원들은 혼수의 양극화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김명화 회장은 “이번 토론연극은 저출산, 고부관계에 이어 세번째로 마련된 것으로, 대부분의 여성들이 문화적인 접근을 편안하게 받아들여서 연극을 시도하게 됐으며, 2008년에도 사교육에 관해 토론연극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새삼스럽지만, 소설은 '이야기(story)'와 '이야기하기(discourse)'를 양 축으로 하는 양식인 바, 스토리를 진술하는 문장 및 사건과 인물을 얽어내는 짜임새로 이루어진 그 후자에서 예술성이 확보된다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를 다시금 환기하게 되었다. 결선에 오른 일곱 편을 읽고, 대체적으로 그 스토리는 재미있었지만 그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그렇지 못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유달리 눈길을 끄는 문체도 없었고, 탄탄한 구성력을 찾기도 어려웠던 것인데, 이는 응모자들이 소설 쓰기를 쉽게 생각한 결과일 수도 있겠고, '글쓰기/글짓기'를 귀치 않게 여기는 사회풍조 탓일 수도 있겠다 싶다. 재독한 결과 다음 세 편으로 압축하였다. '깔깔대며 웃는 자작나무'(안금열)에서는 고양되거나 과장되지 않은 목소리로 시종 차분하게 화자의 심리 풍경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만만치 않은 솜씨가 확인된다. 허나 이야기 속 사건이 단조롭고 '당신'이란 존재가 관념화되어 있는 것까지는 이 작품의 특징으로 이해할 수 있으되, 그것이 너무 반복·강조되다보니 전체적으로는 스토리가 희석된 내적 독백 위주의 수필식 소품으로 읽혀질 수밖에 없다. '구경하는 집'(전석순)의 경우, 일상적인 소재에서 깊이 있는 주제를 끌어내는 작가의 안목이 눈에 띄고, 문장의 기본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소도구의 과장스런 부각과 다소 혼란스럽게 진술되고 있는 가족관계 등이 전체 구성상 불균형을 초래하고, 편지글 형식도 이 주제에 충분하게 어울리지는 않는다고 여겨진다. '낙서'(곽재동)는 우선 구성력이 돋보인다. 군더더기 없이 빠른 사건 전개와 반전, 독자의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함축적 문장, 영업사원들의 강박적인 삶이라는 시의적인 주제 설정, 그것을 숫자로 연결시키는 장치 설정 등에서 단편소설의 미덕을 고루 발견할 수 있다. 다만 문체상 치밀한 관찰과 섬세한 묘사가 더 강화되었으면 하는, 또 보다 더 면밀한 구성으로 주제가 작품 전반부에서 일찍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독서의 긴장을 후반까지 강하게 밀고 갈 수 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심사자들은 의논 끝에 '낙서'를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결정하였다. 크게는 앞에서 언급한 몇 가지 아쉬움 탓이지만 실제로는 작품 전체에서 뭔가 '2%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인데, 굳이 그게 뭣인가 밝히라면, 다소 상투적 표현이기는 하나, '치열한 작가의식과 지극한 장인정신'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임명진(문학평론가, 전북대 교수)·이병천(소설가, 전주MBC PD)
모니터를 바라본다. 19인치 화면에는 붓 모양의 커서가 움직이며 선을 긋고 색을 입힌다. 그림속의 인물들에게 슬픔이란 없다. 언제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완성이 된 그림은 세상에 나와 사람들에게 말할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서 당신은 보다 많은 것을 취해야 한다고. 내가 그린 그림들은 사람들에게 기쁨, 즐거움, 사치, 소비, 향락, 남보다 우월한 가치 등을 전해준다. 소비촉진은 주목적이자 사명이다. 매번 상업적인 그림을 그릴 때 마다 이면에 숨겨진 혹은 가려진 것들이 눈에 밟히곤 했습니다. 누군가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면 그 풍광을 만들기 위해 흘렸던 땀과 희생들을 떠올렸습니다. 항상 소설은 제 직업의 반대편에서 저를 부르곤 했습니다. 기대와 실망이 반복될 때마다 신춘문예는 저에게는 무관한 일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포기대신에 평생 짊어지고 갈 업이라 생각하고 매년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 지원과 딸아이 수연, 아버지, 어머니, 장인어른, 장모님께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영감을 준 친구 연태에게도 감사의 글 올립니다. 미숙한 글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약력1974년 서울 출생강남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졸업제1회 사이버 중랑 신춘문예 단편소설 장원2007년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수상한국추리작가협회 회원 현재 프리랜서 디자이너
베이지색 벽면은 하얀 얼룩들로 번져있었다. 환경미화 아주머니와 수백 번을 싸운 흔적이었다. 그 속에 과거의 낙서들이 화석처럼 흐릿하게 묻혀있다. 나는 휴지걸이를 들추어보고 변기물통의 벽면을 돌아봤다. 간혹 생소한 낙서들이 보였지만 글씨체가 달랐다. 며칠 전부터 그의 낙서가 보이지 않았다. 처음 그 낙서를 발견한 것은 6개월 전이었다. 그날은 유난히 사유서 제출 건이 많았다. 스트레스가 머리꼭지까지 올라왔다. 담배생각이 간절했다. 금연빌딩이 된 후로 밖으로 나가야 했지만 골초들은 여전히 화장실에서 공공연하게 담배를 피웠다. 구석진 곳에 있는 변기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바로 위에 공기정화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유서를 펼쳐보던 중 휴지걸이 뒤 벽면에 깨알 같은 글씨를 발견했다. 글씨는 대충 휘갈긴 듯 성의 없어 보였다. <당신은 탑 속에 갇혀있다.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 적어도 여기가 탑인 줄은 알고 있나?>낙서를 도서관이나 거리화장실에서 본 적은 있었지만 회사에서는 처음이었다. 어찌 보면 여러 회사가 사용하고 있으니 공중화장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분명 다른 건물의 회사 직원이 외근 나왔다가 심심풀이로 적고 간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 자기 회사에 버젓이 낙서를 하는 위인은 없을 터였다. 그렇다면 좀 아쉬웠다. 음담패설이나 보다 직설적인 표현도 괜찮을 듯싶은데. 나는 펜을 꺼내 답변을 썼다.- 이렇게 멋지고 높은 탑 보았소? 당신 혹시 이 탑에 들어오기 위해 안달이 난 건 아닌가? -별 생각 없이 적은 것인데 이틀 후에 가보니 내 글씨 밑으로 보란 듯이 답변이 적혀있었다. <바보 같은 놈. 진정한 바보는 스스로 돌아볼 줄 모른다. 내가 탑을 동경할 줄 아나? 나도 이곳에 살고 있다.>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배변도 이뤄지지 않았다. 펜을 가져오지 않은 탓에 담배만 한 대 피우고 당장 사무실에 달려가 펜을 가져왔다.- 탑 속에 갇혀있다고 믿는 당신이야 말로 정신병자다. 탑은 당신을 가둬놓은 적 없다. 당신 스스로 갇힌 것이지. 그리고 이럴 시간 있으면 사회봉사나 해라. 하긴 탑 속에 갇혀서 나가지도 못하겠구나. 무능력한 불만분자 같으니. - 이렇게 누군가와 낙서대화는 시작되었다. 그가 적어놓으면 내가 답변을 하고 또 2,3일이 지나면 어김없이 그가 답변을 했다. 날이 갈수록 표현은 과격해지고 상호 비난조가 되었다. <정신병자 낙서라면서 그렇게 진지하게 대꾸하다니……. 당신도 정상은 아닌 것 같군. 열심히 남의 의견을 무시하니 악플러 소질도 다분히 보이고. 혹시 온라인에서 뛰쳐나온 건가?>- 악플러라는 말을 쓰는 것 보니 인터넷에서 상처 많이 받았나보구나. 상처받아서 진출한 곳이 고작 화장실이냐? 이런 신성한 곳에서 더러운 입을 나불대다니. 회사에서 왕따인가 보군. 숨어서 낙서나 하고 있고. -한 달 정도가 지나자 깨알 같은 낙서들이 제법 벽면을 차지하였다. 유성 펜이 지워지지 않아 환경미화 아주머니들이 그냥 방치해 둔 것이었다. 낙서들은 휴지걸이 부근에서 시작해 벽면을 타고 올라갔다. 낙서 량이 증가한 것은 가끔씩 제3자도 심심풀이로 낙서를 했기 때문이었다. 벽면의 반 정도가 채워지자 아주머니들이 화학물질 같은 것들로 지우기 시작했다. 낙서는 가끔씩 희미하게 보이기도 하였다. <당신 때문에 낙서가 번지고 있다. 자제해라. 게다가 회사 아닌가. 당신은 애사심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것 같군. 청소 아주머니께 미안하지도 않나?>- 애초에 낙서를 시작한 건 당신이다. 가슴에 손을 얹어보아라. -<무지 덥군. 야근하는 데 에어컨도 안 켜주는구나.>- 무능력하니까 야근을 하지. 에어컨보다 당신 능력을 더 키워! -<지랄 같은 상사 때문에 오늘 완전히 헛물 켰다. 그 놈만 없으면 다닐만 할 텐데. 혹시 당신이 그 놈이 아닐까?>- 맞다. 내가 그 놈이다. 너 같은 놈을 부하직원으로 두어서 나도 다닐 맛 안 난다! -농담반 진담반 낙서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가까워졌다. 비꼬는 어투나 냉소적인 태도가 왠지 마음에 들었다. 마치 고등학교 단짝 같은 느낌이었다. 진한 욕설은 친근함이 배어 있고 죽도록 싸웠다가도 내일이면 거리낌 없이 어깨동무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낙서는 우리 둘만 보는 것은 아니었다. 같은 층에 불특정 남자 직원들도 보고 있었다. 입사동기인 정철도 그중에 하나였다. "너 혹시 화장실 낙서 봤냐?”"무슨 낙서?” 나는 짐짓 모른 체했다."담배 피우는 변기 있잖아. 구석진 곳에 있는 거.”정철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마른 체구에 새하얀 피부는 목소리와 제법 어울렸다. "봤어. 꼴사납게 나이 먹어서 무슨 짓인지 몰라. 벽만 지저분하게.”"누가 제우스 이야기는 안 써줄까?”정철의 표정은 자못 심각했다. 그러나 농담인지 진담인지 쉽게 구분이 안 갔다. 그것은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제우스? 우리가 쓰는 프로그램?”"응.”"그랬다간 단박에 들키지. 그거 사용하는 것은 우리 부서뿐인데. 팀장 귀에 들어가면 난리날 걸.”"누가 했는지 어떻게 알겠어?”"너 팀장 성격 알잖아. 누가 썼건 간에 분명 사무실 뒤집어 놓을 거라고.”낙서는 익명성이 보장되기는 했지만 상세한 회사 이야기는 자제해야 했다.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들은 적정선을 유지했다. 내용들도 대부분 업무 스트레스에 관한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참견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우리 글에 댓글을 달거나 대화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왈가왈부 떠들었다. 우리는 그들을 무시했다. 낙서의 원조는 우리였고 왠지 다른 글들은 정이 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낙서는 점차 신상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딸아이를 보면 눈물이 난다. 와이프를 보면 눈물이 난다. 왠지 아나? 나의 한계 때문이다.>- 나는 결혼 안 했다. 아니. 솔직하게 못했다. 결혼 못한 나를 위해서라도 힘을 내라. - 그는 가장이었다. 한계가 있다는 말은 대략 돈이나 회사 진급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벌이가 시원찮은가? 회사원 봉급이 많아 보았자 오십 보 백보 일 텐데.<숫자가 나를 짓누른다. 사람은 숫자로만 살 수 없지 않은가?>실적에 허덕이는 샐러리맨이 떠올랐다. 숫자는 샐러리맨에게 인격이다. 인격을 높이려면 숫자를 높여야 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신용카드 특수 관리팀이다. 신용카드 부정사용을 사전에 방지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적발건수를 높이는 것. 카드 사고를 방지하는 비율이 내게 부여된 숫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숫자를 높이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올해 초에 도입한 엉터리 시스템 때문이었다. 그 시스템은 카드사고가 아니라 사람을 잡았다."예전처럼 일일이 확인할 필요 없다. 이 프로그램이 속 시원히 해결해 줄 것이니까. 이제 인원도 줄이고 비용도 절감될 거야.”프로그램의 공식명칭은 '제우스 프러드 매니저(Zeus Fraud Manager)'였다. 팀장은 프로그램이 제우스처럼 사고들만 골라서 번개처럼 보내줄 것이라 했다. 처음에는 우리들도 그렇게 믿었다. "앞으로 이것만 사용해야 된다. 이 프로그램의 뛰어난 효율을 수치로 보여 달란 거다.”팀장은 연일 제우스의 우수성에 열변을 토했다. "미국에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 수입한 거야. 충분히 그 값을 할 거다. 카드 사고의 패턴들이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입력되어 있지. 제우스는 의심되는 카드 사용들만 골라서 실시간으로 쏴 줄 거야. 예스나 노만 결정하면 돼. 예전처럼 일일이 카드사용 목록 전부를 훑을 필요 없어.”그러나 제우스가 보내주는 사건들은 대부분 정상거래였다. 안 쓰던 카드로 오랜만에 100만원 대출받으면 어김없이 모니터에 부정사용이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제우스가 적발한 1000건 중에 2,3건 정도만 진짜 사고였다. 그런 무용지물의 제우스를 이용해서 수치를 높여야 되는 것이었다. 나는 답변을 했다.- 나 또한 숫자에 얽매여 있다. 그러나 별수 있는가? 숫자는 인격이다. -<숫자가 인격이라면 나는 패륜아 수준이다. 너무 심한 자학인가? 당신과 달리 나는 타인에게도 숫자를 강요한다. 만약 거부하면 맞출 때까지 다스려야 한다. 그 자체가 나를 괴롭힌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나는 매일 바위를 굴려야 한다.>그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남에게 숫자를 강요한다면 낮은 직위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높은 사람이 이런 곳에 쭈그려 앉아 낙서나 하고 있을까? 낮은 직위면서 남에게 숫자를 강요하는 사람이 있을까?20층 빌딩 중에 이곳은 15층. 이 건물은 신용카드 본사였다. 회사는 현재 타 은행에 인수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올해 안으로 이전될 계획이었다. 그래서 타 회사들도 이 건물에 이주를 한 상태였다. 15층에는 우리 팀이 소속된 리스크 본부가 있고 나머지는 위층에 있다. 같은 층의 타 회사라고 하면 온라인게임회사, 해운회사, 신용정보회사 세 곳이 있었다. 그는 어디 소속일까? 나는 게임회사 직원인 것처럼 글을 써보았다.- 지금 개발되는 게임이 완성되면 한몫 잡고 숫자에서 벗어날 것이다. 누구든지 희망은 있다. 당신과 당신이 강요하는 사람들도 어떻게든 희망은 있을 것이다. -<게임 속은 모든 게 허용된다. 괴물을 죽이고 사람을 해쳐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여기는 현실이다. 당신은 현실에서 그렇게 할 수 있나? 실제로 죽이고 죽는다. 그것은 유희가 아니라 생존이다. 나는 매일 보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그 낙서는 나를 망설이게 했다. 펜을 들었지만 쉽사리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문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실제로 죽이고 죽는다. 그것은 유희가 아니라 생존이다.' 한낱 낙서일 뿐이라고 되새겨 봤지만 계속해서 떠올랐다. 퇴근길 전철에서 책을 들었지만 내용이 읽히지가 않았다. 낙서는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매번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흔한 내용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문구가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역에 정차하며 퇴근길의 인파들이 꾸역꾸역 밀려들어왔다. 나는 구석까지 밀려들어갔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문득 이들 중에 몇 명이나 낙서 속의 사람들에 해당될까 생각했다.전철이 다음 역에 도착할 즈음에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멈췄다. 다음 역에 거의 다 도착해서 멈춰버린 것이었다. 내가 타고 있는 칸은 제일 앞쪽 기관차 칸이었다. 역내에 사람들이 기관차 쪽으로 몰려들었다. 전철 밖 곳곳에서 끔찍한 표정들이 보였다. 저마다 입을 막았지만 눈은 또렷했다. 게 중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이도 있었다. 몰려있던 무리들이 갈라지며 안전요원이 나타났다. 동시에 수습 중이라는 간단한 방송이 나왔다. 그때 전철 안에 누군가 말했다."자살했나봐.”"허…….”"왜 하필 이 시간에 자살하고 지랄이야.”"이유가 있었나보지.”"죽으려면 혼자 아무도 모르게 죽던가.”그들은 대학생들 같았다. 잠자리에 들기까지 여전히 낙서들이 떠올랐다.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 누워 TV를 켰다. 자정 뉴스에 퇴근시간의 그 자살사고가 나왔다. 모자이크한 누군가 플랫폼으로 뛰어들었다. 내가 탔던 전철이 두 눈을 부릅뜨며 어둠에서 나타나 그 위를 지나갔다. 흑백의 화면은 조금의 과장도 없이 담담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담담했다. 50대 가장의 자살 동기는 숫자 때문이었다."무슨 일 있어? 요즘 왜 이리 실수가 많아?”팀장은 내가 제출한 사유서를 허공에 휘저었다. "평소에 3,4건 하던 것을 하루에 7건이나 하면 뭔가 문제 있는 거 아냐?”"앞으로 잘 하겠습니다.”팀장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다. 제우스는 점점 우리들을 궁지에 몰았다. 목표치는 올라가고 사유서는 늘어갔다. 팀장은 수치가 낮게 나오는 것을 우리 탓으로 돌렸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이 검토하고 판단도 빨라야했다. 그것도 올바른 판단으로. 실수는 곧 사유서였다.나는 심호흡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모니터에는 이미 제우스가 보낸 사건이 떠 있었다. 사용자는 필리핀 마닐라의 백화점에서 400달러 값어치를 구매했다. 최근 구매내역은 보름 전 서울이었다. 해외여행 시 대체로 국내면세점에서 먼저 구매를 하고 해외에 도착해서 구매하기 마련이다. 해외에 나가면서 면세품을 마다하겠는가. 그런데 사용자는 해외에서 바로 400달러나 구매한 것이다. 사고가 아닐 수도 있지만 일단은 확인을 해야 했다. 사용자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회사번호도 없다. 이번 건은 사고일까? 정상일까? 머리 속에서 어제 보았던 TV속의 50대 남자가 떠올랐다. 스스럼없이 뛰어내리는 모자이크의 남자. 그리고 숫자……. 나는 정상으로 체크했다. 점심시간의 공원은 회사원들로 붐볐다. 따사로운 햇살이 사람들을 빌딩 밖으로 끌어낸 것이다. 정철과 나는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나는 요즘 회의가 들어.”정철은 햇살에 눈을 찌프렸다."너는 이번 달도 무난히 목표 달성할 것 같던데. 뭐가 걱정이야?”"왠지 이건 아닌 것 같아.”나는 정철의 표정을 살폈다. 여전히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었다."정철아. 네가 남 부러울 게 뭐가 있어? 집도 있겠다. 와이프에, 딸아이에, 갖출 거 다 갖추었지. 팀에서 실적도 제일 높지. 팀장한테 인정받지.”정철은 무언가가 목에 걸린 듯 계속 침을 삼켰다. "두려워.”정철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새하얀 정철의 얼굴이 문득 병자처럼 느껴졌다."뭐가 두려워?”"문득 어제 생각난 건데. 지난 삼십년 동안 나는 지시만 받아왔어. 부모님, 큰형, 선생님, 지금은 회사.” "누구나 그렇지. 안 그런 사람 있나? 이젠 너도 부모가 되었으니…….”정철은 손사래를 쳤다."아니야. 괜한 말 한 것 같다.”그리고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두렵다는 말은 정철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전철에 뛰어드는 사람의 심정을 정철은 이해할까? 괜한 허영심이었다. 세상물정 모르는 배부른 소리였다. 문득 낙서의 주인공을 찾아 정철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었다. 현재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불쑥 그를 찾아가 직접 대화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모든 것을 탁 터놓고 밤새워 이야기해보고 싶어졌다. 나는 그 동안의 낙서들을 떠올렸다. 그는 실적이 낮은 샐러리맨이다. 가족도 있다. 돈 때문에 사생결단난 사람들을 자주 접한다. 또한 그 사람들에게 돈에 관련된 것을 강요한다. 그것도 어쩔 수 없이. 그는 게임회사도 해운회사도 아닌 것 같다. 돈과 관련된 것은 우리 부서와도 연관이 있지만 강요를 한다는 점은 신용정보회사에 더 가깝다. 그 신용정보회사는 모 카드회사 채권추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나는 신용정보회사 사무실을 슬쩍 들어갔다. 대부분 외근을 나간 듯 사무실은 반수 정도가 비어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정면에 거대한 현수막이 보였다. 시뻘건 바탕에 흘려 쓴 서체가 마치 공산국가의 슬로건 같았다. '국가경제를 위하여 악착같이 회수하자.''독종같이 회수하여 위기극복 앞당겨라!'한쪽 벽면에는 커다란 보드에 개인 실적표가 붙어있었다. 개인마다 그래프가 할당되어 공개적으로 실적이 체크되었다. 아직 달 중순이었지만 목표치를 돌파한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 평균을 뜻하는 붉은 선 부근에 머물러 있었다. 그 중 한 명만 시작점 부근에서 멈춰있었다. 사무실을 둘러보며 그 이름이 붙어있는 책상을 찾았다. 그는 외근 중이었다. 대신 모니터 위에 사진액자가 놓여 있었다. 초등학생 딸과 아내와 같이 찍은 것이었다. 40대 초반에 작은 키와 마른 체격이었다. 고교시절 신경이 예민했던 수학선생과 닮았다. 항상 검정 정장에 도수 높은 커다란 금테 안경을 썼었던, 말수도 적고 가끔씩 농담을 던져도 사무적인 말투 때문에 분위기만 가라앉히는 그런 사람이었다.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세요?”커다란 덩치에 짧은 헤어스타일의 남자였다. 이곳의 관리자 같았다. "옆에서 왔습니다.”나는 명함을 건넸다. "채권업무에 관심 있으세요?” "아니요. 그냥 지나치다 저것이 눈에 띄어서 한번 들러봤습니다.”나는 현수막을 가리켰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니까요. 아까 보니까 이분 사진을 유심히 보던데.”그는 내가 보았던 사진 액자를 가리켰다."사실은 저 실적표를 보고 어떤 분인지 궁금했습니다.”"정말 열심히 하는 분이죠. 다만 이번 달에는 조금 부진하네요.”"그렇군요.” "아마 저분은 다음 달에 여기를 떠날 겁니다.”"무슨 일 있나요?”"요즘 채권업무가 많이 줄었어요. 신용도 많이 호전되었고요. 예전처럼 마구잡이로 발급을 안 하니까요. 대부분 채권보다 대출 쪽으로 많이 갈 겁니다.”"그러면 지금 업무보다 편해지나요?”"사람마다 다르겠죠. 그것도 영업이니까요.”과연 사진 속의 남자가 낙서의 주인공일까? 이제까지 낙서들을 봐서는 그 사람일 확률이 높았다. 최근 실적도 안 좋고 딸아이와 아내가 있으며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내는 업무까지 들어맞는 것 같았다. "그 분은 사실 나이가 좀 많아요. 다른 일을 하다가 이 일을 하게 되었는데…….” 신용정보 관리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렸다.나는 그동안 미뤄왔던 답변을 적었다. - 아직 미혼이고 업무도 당신보다는 자유롭지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도 매일 바위를 굴려야 하니까요. 지겹고 힘들겠지만 그러다보면 분명 탑을 떠날 때가 올 겁니다. -답변을 적고 나오려는데 누군가 화장실로 들어왔다. "팀장님. 그만 접어야 합니다.”"너 도대체 오늘 왜 이래!”정철과 팀장이었다. 둘은 흥분된 목소리였다."이럴 바엔 차라리 예전처럼 인원 늘리고 일일이 검토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활용을 못해서 그래. 너희가 너무 느리니까 결과가 그 따위로 나오는 거 아냐!”"저희 탓만 하지 마세요. 그리고 직원들 모두 같은 생각이에요. 제우스는 엉뚱한 곳만 번개를 때린다고요.”"모두들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런데 왜 너만 혼자 난리야!”"다들 입 다물고 있으니 제가 대표로 말씀드리는 겁니다.”정철의 말은 모두 옳았다. 제우스는 모든 팀원의 불만이었다. 다만 말을 못할 뿐이었다. "너 다시 봐야겠다. 조용하고 차분한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네.”팀장은 호통을 치고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에는 정철 혼자 남은 듯했다."정철아. 무슨 일 있냐?”정철은 아무 말 않고 세면대 거울만 바라봤다."나 정말 놀랐다. 이 안에서 정말 부들부들 떨었다고. 어떻게 팀장한테 그렇게 대들 수가 있니?”정철의 얼굴은 상기되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입사 후 처음이었다."네가 말한 거 팀장도 알고 있어. 효율 떨어진다는 거. 그런데도 폐기 못한다는 건 알잖아.”제우스는 수 억짜리였다. 매달 유지비도 몇 천 만원이 나간다고 했다. 만약 실패한 시스템으로 판명되면 도입한 책임자들은 목이 달아날 수도 있었다. 회사는 현재 다른 은행에 인수절차를 밟고 있는 형국이었다. 정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날 퇴근 후 나는 술자리를 마련했다."며칠 전부터 상당히 예민 해보여. 평소 네 모습이 아니야.”정철은 대답 대신 술잔을 들었다."아까 화장실사건도 그래. 그거 제정신으로 말한 거냐?”정철은 태연하게 대답했다."응.”"올해 진급심사인데 그렇게 초치면 어떻게. 진급이나 하고 말하던가. 아님 내년에 타부서로 옮기면서 말하던가.”"그냥 말하고 싶었어.”"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저 프로그램 팀장 목숨이 달린 거라고. 너 요즘 무슨 고민 있냐?정철은 말없이 고개만 저었다. 원체 말수도 적고 입도 무거워서 평소 내가 고민거리를 털어놓는 편이었다. 그런 점은 여전했지만 어딘가 달라 보였다. 그동안 참았던 것이 폭발한 것일까? 정철이 소주잔을 내려놓았다. 탁자가 심하게 울리며 주변 시선이 우리한테 쏠렸다. "너 요즘도 화장실에 낙서 보고 있니?”"예전에 말했던 그 낙서들?”"응.”"가끔씩 보기는 하지.”"누가 썼을까?”"글쎄. 왜 그렇게 낙서에 관심이 있는 거야?”정철은 꼬부라진 발음으로 말했다. "읽을 때마다 느낀 건데. 왠지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느리고 여린 목소리. 정철은 술에 취해도 톤이 높아진 적이 없다. "네 이야기? 글쎄. 나도 몇 번 읽어봤지만 너하고 어울리는 글은 별로 없던데. 써 놓은 것 보면 온갖 푸념에다가 열등의식만 꽉 들어차 있잖아.”정철은 말없이 술만 따랐다. 혹시 낙서를 읽고 심경의 변화라도 일으킨 것일까? 말 그대로 낙서에 불과할 뿐인데. 아마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상황으로 봐서는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 팀장에게 그렇게 심하게 대들지는 못할 것이었다. 그날 술자리에서 헤어지면서 정철은 꼬인 말투로 말했다. "성호야. 부탁이 있는데.”정철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나중에 그 낙서…….”"그거 왜?”"낙서 주인공을 찾아서 말해줘.”"뭐라고?”"나는 탑을 빠져나갔다고.”"탑?”"응. 제일 처음 누군가 거기다 썼었어. 탑이라고.”"넌 역시 심각해. 누가 신세한탄하면서 끄적거린 것 뿐이라고.”"그래. 알아. 반드시 말해줘야 해.”정철은 비틀거리며 거리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멀찌감치 정철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술 취해 걷는 모습이 속이 비어버린 허수아비 같았다. 그러나 그게 마지막이었다. 다음날 정철은 회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리고 그 다음 날도……."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글쎄요. 도통 연락이 안 되네요. 집에서도 모른다고 하구요.”팀장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말했다."그때 마지막으로 같이 술 마셨다면서 뭔가 없었어?”"특별한 건 없었어요. 팀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정철이 성격이요. 다만 기운이 없어 보이기는 했어요.”"회사는 그렇다고 쳐도 처자식 놔두고 어디로 내 뺀 거야?”팀장은 한숨을 쉬었다."집에 전화해보니 와이프가 일단 경찰에 신고했답니다.”"그래서 찾고 있데?”"그렇게 적극적이지는 않은가 봐요. 대개 이런 경우 제 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요.” 내가 전화를 했을 때 정철의 아내는 지쳐있었다. 아기울음소리에 오래 통화는 못했지만 아내는 남편의 실종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정철은 그날도 평소처럼 오전 7시에 출근했다고 했다."정철이가 상담을 받았었나봐.”"무슨 상담이요?”"거 있잖아. 열 받거나 짜증나면 가는 곳.”팀장은 회사가 운영하는 상담센터를 말하는 것 같았다. 업무로 스트레스 받는 직원들을 위해 회사 측에서 배려한 병원이었다. "혹시나 해서 거기 문의해 봤지. 처음에 알려주지 않으려고 하더라고.”"그렇죠. 대부분 비밀로 하니까요.”"불안장애가 있었데.” "불안장애요?”"별일 아닌데도 쓸데없이 걱정하는 거 있잖아. 직장에서는 가족 걱정하고. 집에서는 업무걱정하고.”"이해가 안 가네요.”"맞아. 내말이 그거야. 내가 알기로 그 놈은 아무 문제없어.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예쁜 마누라와 자식도 있잖아. 재무구조도 튼튼해. 빚도 없다고. 오히려 걱정이라면 내가 많지.”팀장은 눈을 찌푸렸다."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죠.”"그때 제우스 이야기할 때 알아봤어야 했어. 그런데 너는 이상 없지?”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전부터 정철의 행동이 이상했지만 이렇게 극단적일 줄은 몰랐다. 어쩌면 정철이 집과 회사에서 완벽했던 이유가 불안장애 때문은 아닐까 생각 들었다. 사소한 일도 걱정이 되고 걱정하면 불안하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철은 자신의 온 힘을 쏟지 않았을까 생각 들었다. 온몸의 신경들이 바닥 날 때까지. 어쩌면 그것이 정철을 막다른 곳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특이하게 정철이 무단결근한 날부터 화장실의 그 낙서도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쓴 낙서 이후로 답변이 없었다. 화장실 벽면은 낙서를 지운 화학물질로 하얗고 커다란 얼룩들만 남아있었다.나는 신용정보회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실적표의 주인공이 자리에 있었다. 누군가와 정신없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생각했던 만큼 과묵한 성격은 아닌 것 같았다. 목소리도 크고 말도 빨랐다. 벽에 걸린 실적표를 보니 그의 그래프가 평균을 넘어 제법 순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는 낙서의 주인공이 아닌 것 같았다. 혹시 정철이 낙서의 주인공이 아닐까? 단순히 그의 실종과 낙서의 소멸이 연관되었다. 보름이 지나자 결국 정철은 해고 처리되었다. 그동안 우리들은 정철을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다. 팀장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평소보다 말수도 적어졌고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충격은 우리 팀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정철의 행방불명을 나름대로 해석했지만 제우스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표면적으로 정철은 제우스를 반대했지만 정작 업무에서는 제우스를 이용해 가장 높은 실적을 냈기 때문이었다.낙서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정철이 해고된 날이었다. 화장실에 갔을 때 막 팀장이 그 변기에서 나오고 있었다. 변기는 팀장의 온기가 남아있어 따듯했다. 담뱃불을 붙이던 중에 휴지걸이 뒤로 낙서를 발견하였다. 귀찮은 듯 혹은 해탈한 듯 흐느적거리는 글씨는 예전 그대로였다. 나는 몇 년 만에 만난 단짝처럼 반가운 나머지 낙서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잉크가 손끝에 묻어나며 글씨가 두 동강이 나버렸다. 허리가 하얗게 잘린 글씨는 왠지 처량해 보였다. 그러나 낙서는 의미심장했다.<제우스는 죽어야 한다.>-끝-
성균관유도회 전북도본부(회장 윤재옥)가 지난 31일 ‘올해의 우수 어린선비’를 선정, 시상했다. 우수 어린선비에는 이수(금구초3) 외 11명이 선정됐으며, 우수향교 단체상에는 옥구향교가 선정됐다. 우수 어린선비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장원=이수(금구향교, 금구초3) 전효린(옥구향교, 옥구초5) 신민경(임피향교, 군산문화초6) △아원=노승종(전주향교, 전주중산초6) 김태현(고부향교, 고부초6) △차상=김화진(김제향교, 김제초6) 문가영(옥구향교, 군산용문초6) △차하=김동현(전주향교, 중산초5) 문용호(옥구향교, 군산용문초5) 이준우(무장향교, 무장초6) △삼중=류혜인(여산향교, 여산초5) 김혜지(옥구향교, 신흥초5)
‘정크(junk)’가 ‘아트(art)’로 변신한다. 폐기물, 쓰레기로 버려질 뻔한 물건들이 예술가들의 손을 거쳐 예술작품이 됐다. 망가진 오토바이가 나비로 변하고, 못 쓰게 된 손잡이가 로봇의 눈이 되어 움직이는 상상. ‘뚝딱뚝딱 정크아트 특별체험전’이 3일부터 3월 2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에서 열린다. 정크아트는 환경적 측면과 연관,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조형예술 분야의 한 장르. 전주에 오는 작품들은 세계 최초로 정크아트 갤러리를 설립하며 정크아트 대중화에 성공한 조형예술가 오대호씨의 작품들이다. 호원대 기계과를 졸업하고, 관동대 미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오씨는 미국 핸드 아트 크래프트와 대통령별장 청남대 전속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정크아트가 지닌 예술적인 면과 교육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대형작품들이 전시된 ‘느낌존’, 어둠 속에서 형광작품이 빛나는 ‘신비존’, 만화와 영화 캐릭터 작품들이 설치된 ‘재미존’, 자연물을 주제로 한 ‘환경존’, 직접 만지고 올라타볼 수 있는 ‘놀이존’, 정크아트와 재활용공예를 체험해 보는 ‘체험존’, 작가 소장 아이템을 전시하는 ‘작가존’으로 나눠 총 300여점이 전시된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정크아트 공모전’도 특별이벤트로 진행된다. 폐품을 이용한 정크아트를 만들어 오면 입체영화 무료관람권을 줄 예정. 매주 토요일 응모된 작품을 심사, 수상작은 전시장에 함께 전시된다. 키네틱작품 조종, 매직필름 금속 조립 등 놀이체험도 상설로 진행된다. 입체영화 ‘둘리의 나무 속 환상여행’은 유료상영(2000원). 전시기간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장한다. 전시장 입장료는 8000원. 문의 063) 270-8000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익산지부(지부장 유성수)가 시상하는 ‘2007 익산예술문화대상’에 시인 김문덕씨(65)가 선정됐다. 현재 익산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제5대 지부장을 지내며 「익산문학」을 창간하고 12년간 사비를 들여가며 백일장을 개최,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김씨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울 지 몰라도 정신적으로 황폐해진 요즘, 인간성 회복이 가장 중요한 화두”라며 “책임감을 가지고 문학의 힘으로 사회를 정화시켜 나가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2005년 익산 삼기중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김씨는 현재 한국문협 지회지부 위원과 한국자유시인협회 전북지회장으로 활동하며 익산을 소재로 한 노래모음집과 제10시집 등을 준비하고 있다. 창작예술대상은 손세창, 공연예술대상은 주성용, 공로상은 라기채(문인) 소순희(무용) 이현호(연예) 김영규(미술) 주성남(음악) 이희인씨(사진작가)가 수상했다. 시상식은 ‘2007 예술인의 밤 행사’와 함께 열렸다. 지난 29일 익산 복래원 웨딩홀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조배숙 국회의원과 이한수 익산시장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재)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가 2008년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 자막자와 번역자를 모집한다. 영화제 준비기간 동안 스포팅(타임코드가 있는 비디오본과 대본을 보고 대사 부분을 가려내는 작업)과 영화제 동안 오퍼레이팅(자막을 화면에 맞춰 영사) 작업을 담당할 자막자 응시 희망자는 다음달 1일까지 홈페이지(www.jiff.or.kr)에서 지원서를 다운받아 작성하거나 자유형식의 지원서를 온라인(tech@jiff.or.kr)으로 제출하면 된다. 근무기간은 최종 합격 이후부터 5월 9일까지다. 번역가 경우는 영어, 일본어, 독어, 중국어 및 기타 언어에 능통한 자이면 가능하고, 영화제 상영작 번역 경험자 및 영상 번역 관련 경험자를 우대한다. 응모기간은 18일까지.원서접수 방법은 자막자와 동일하며 제출서류에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전자우편주소, 주소, 전화번호, 학력, 경력 및 기타 경력에 대한 자기소개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문의 063) 281-4192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김정헌)가 ‘2008 문예진흥기금 정기공모사업’ 지원대상을 발표했다.전북에서는 창작극회를 비롯해 22개 사업이 3억2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도내에서 선정된 사업 숫자는 동일하고 지원규모는 3900만원 증가해 비교적 양호한 지원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다.올 문예진흥기금은 장르별 14개 분야로 나눠 지원돼 지난해와 같지만 세부 지원분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예술창작 및 표현활동 지원, 공연예술단체집중육성 사업, 청소년 문예지 발간 지원, 다원예술 지원, 예술보존조사연구 지원, 해외레지던스프로그램참가 지원 등은 변함이 없었고 국제예술기구활동 지원, 국제레지던스프로그램운영 지원, 비영리전시공간 지원, 예술전용공간 지원 등이 새로운 분야로 포함됐다. 또 지난해 1237개 사업에 163억61220원 지원됐던 것도 올해에는 1320개 사업에 184억5250만원이 지원돼 지원사업과 금액이 약10%정도 늘어났다.올해 전북에서는 창작극회가 ‘창작소극장운영’사업으로 지역 최고액인 5000만원을 받게 됐다. 지난해 창작오페라 ‘논개’로 최고액 3000만원을 지원받았던 호남오페라단은 올해에도 창작오페라 ‘흥부와 놀부’로 동일한 금액을 지원받게 됐다. 테마가 있는 전시장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계남정미소는 올해 두개 사업이 지원을 받는다.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 김지연 대표의 '우리동네 이장님은 출근 中' 사진전과 '추억의 전시, 우리를 돌아보다' 사진전 및 사진집 제작 사업이 각각 800만원과 100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하지만 개인 지원은 크게 줄어 아쉬움을 더했다. 특히 문학부문에서 올해 문예진흥기금의 지원을 받는 도내 작가들이 한명도 없었다. 지난해 개최된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전주’에 도내 작가들이 힘을 쏟아 신청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미당시문학관(1500만원)과 혼불정신선양회(1000만원), 최명희문학관(700만원)이 지원을 받게 돼 문학관련 지원 ‘제로’의 아쉬움을 달랬다.홍석찬 창작극회 대표는 “문예진흥기금 중 예술전용공간지원 분야로 지원해 5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며 “앞으로 쉬지 않고 공연을 해 관객들에게 다가가 소극장을 알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올해의 경우는 ‘5일장터’ 공연 등 5개 공연과 외부 공연을 초청해 한옥마을에서 전통색이 짙은 무대를 마련한다”며 “지역내 예술전용공간 살리기에 앞장 설 것이다”고 덧붙였다.
"연락이 없어 떨어진 줄 알고 포기하고 있었다”며, 전화기 너머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열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밀려오다가도 기쁨도 잠시, 이내 막막해 지고 만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새해를 특별하게 시작한 '2008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 이들은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이 표현되지 않을 때, 가장 힘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교단에 있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자주 이야기를 들려줬었어요. 그동안 30∼40명 아이들에게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다면, 이제는 전국의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 부풀어 있어요.”동화 부문 당선자 서성자씨(57·전주시 서신동)는 29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한 때는 '괜찮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었지만, 퇴직하고 보니 후회되는 것들이 더 많다는 서씨. 그는 "퇴직하고 나서 할 일이 없어 동화를 쓰게 됐지만, 쓰다 보니 퇴직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신춘문예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수필은 진실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지 글이 술술 나오진 않는 것 같아요.”당선 소식에, 전화를 끊자마자 소리를 질렀다는 수필 당선자 방민실씨(41·부산시 신평2동). 그에게 신춘문예란 '한마디로는 표현이 안되는 것'이다. 5년 전 수필을 시작해 올 여름 「수필과 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신춘문예는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생각에서 응모한 것. 방씨는 "이것 저것 늘어놓기만 하다 글쓰기의 줄기를 잡는 데 5년이 걸렸다”며 "글을 많이 고치는 편인데, 당선된 '항아리'는 가장 나중에 써 퇴고가 아쉬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수필을 택한 것은 소설은 너무 길고 시는 너무 짧기 때문.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호흡이 수필이라고 생각했다. 시 당선자 이지현씨(21·우석대 문예창작학과3)가 시를 택한 것도 "짧아서”. 긴 글은 깔끔한 맛을 내기가 어렵다고 했다. "당선 소식을 듣고 기쁘기 보다는 무서워 졌다”는 이씨는 아직은 배워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신춘문예는 문학인들에게는 1년에 한 번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했요. 하지만 아무리 잘 쓴 글도 운이 따라줘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제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1월 1일이 생일이라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는 그는 작고 하찮은 것에 집중하며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쓰고싶다고 했다. "파격적인 글이 많은 '신춘문예용'에 도전도 하고 싶었지만 능력이 부족했다”는 서씨도 사실 잔잔한 글을 더 좋아한다. 삭막한 시대 동화의 역할은 따뜻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씨는 요즘 한국적인 소재가 눈에 들어왔다. 읽었을 때 '그림이 그려지는 글'을 좋아하다보니 묘사에 치중, 글이 어렵다는 말도 듣지만 그 안에 소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담고 싶다. 누구에게는 간절한 '통과의례'로, 누구에게는 떨쳐버릴 수 없는 '미련'으로 남겨지는 '신춘문예'.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이들과 글의 인연은 더욱 질겨졌다.
새로 개통된 군산역의 역사 내에 지역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유적전시관이 마련됐다.1일 시에 따르면 대명동에서 내흥동으로 이전한 군산역사 2층(430㎡)에 선사시대 유적 등을 전시한 군산 유적전시관이 개관했다. 이 유적전시관에는 2002년 9월부터 2004년 8월까지 역(驛)을 조성하면서 발굴된 청자와 백자 등 49점, 선사시대 군산지역의 자연환경을 가늠할 수 있는 실제 토층 및 수혈 유구 등이 전시돼 있다.시는 이 유적전시관을 철새조망대와 채만식 문학관 등과 연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키로 했다.
익산시 문화기반시설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문인력보충, 조직재정비, 문화기반시설 집적화를 통한 문화네트웨크 등이 시급히 구축되어야 할것으로 지적됐다.원광대 지역발전연구소(소장 서휘석 교수)가 최근 원광디지털대학에서 익산 문화기반시설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지역의 문화기반시설에 대한 문제점과 활성화 전략 등을 논의했다.원광대 행정대학원 김병국 원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 원광대 지역발전연구소 소장인 서 교수는 지역별 문화기반시설의 우수 사례를, 연구원 류지원씨는 각 문화기반시설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을, 이주연 박사는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과 보석박물관 등에 대한 방문객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역의 문화기반시설의 문제점과 활성화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시의회 김용균 의원, 참여연대 황인철 씨, 시립무용단 김명신 씨, 예총 유성수 씨, 시민연합 박경철 씨, 익산고적연구회 김창고 씨 등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특히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익산의 문화정책이 목표나 방향성이 분명치 않아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면서 각 문화기반시설은 외로운 섬처럼 존재해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낮은 원인으로 지적돼 눈길을 끌었다.또한 솜리문화예술회관은 거의 대관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예술회관으로써의 특징을 상실, 시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거론됐다.보석박물관과 미륵사지 전시관은 잠시 머무르고 떠나는 형태의 방문이어서 익산 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됐다.
무자년(戊子年) 새해 첫날인 1일 전북도내 곳곳에서 새해를 맞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는 새해 첫날 0시에 맞춰 김완주 전북도지사와 송하진 전주시장 등 각계 인사와 작년 한해 전주를 빛낸 인물 36명이 '제야의 종'을 33번 울렸다. 전날 오후 10시30분부터 열린 이날 행사는 타종에 앞서 전주시립국악단 및 교향악단의 공연, 소망지 날리기, 비보이팀의 댄스 공연 등이 화려하게 펼쳐지기도 했다. 군산시 비응도 새만금방조제에서는 영하의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시민 1천500여명이 모여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덕담을 주고 받았다. 전날 오후 송년 메시지와 송년시 낭독을 시작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소지 태우기와 모닥불 점화, 새해 희망 낭송, 난타 공연, 소망 풍선 날리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정해년(丁亥年)을 보내는 아쉬움을 달랬다. 완주 모악산 대원사에는 이날 새벽부터 방한복 등을 갖춰 입은 등산객 1만여명이 모여 들었고 폭설로 입산이 통제됐던 덕유산에도 250여명의 탐방객이 찾아 겨울 산행을 즐기며 일출을 감상했다. 이 밖에도 익산과 장수, 진안 등 도내 시.군별로 다채로운 해맞이 축제가 마련돼 도민들이 새해 소망을 빌고 희망찬 한 해를 시작했다. 한편 나흘째 내린 폭설로 정읍 내장산과 남원 지리산 등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해맞이 행사가 일부 취소됐으나 이를 모르고 이른 아침부터 산을 찾은 수십여명의 탐방객이 아쉬움을 달래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재단법인 전주국제영화제(JIFF)는 내년 5월 열리는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의 자막 상영을 담당할 자막자를 모집한다고 31일 밝혔다. 자막자는 영화제 준비 기간에 스포팅(타임코드가 있는 비디오본과 대본을 보고 대사 부분을 가려내는 작업)을, 영화제 기간에 오퍼레이팅(자막을 화면에 맞춰 영사) 작업을 담당하게 된다. 지원을 희망하는 이는 JIFF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다운받아 작성하거나 연락처와 경력 등이 포함된 지원서를 자유롭게 작성해 내년 2월1일까지 이메일([email protected])로 보내면 된다. 서류와 면접을 거쳐 같은 달 16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문의 ☎ 063-281-4192.
전북 문화예술인들, "문화예산 삭감 도의원들 사퇴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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