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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 인사이드] 변화하는 도서관...운영은 낙제점

최근 몇년새 학교도서관이 달라졌다. 예전의 케케묵은 책들만 가득했던 도서관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교육인적자원부의 리모델링 계획에 힘입어 ‘멀티미디어도서관’ ‘디지털도서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가야할 길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도서관 자체는 현대화됐지만, 이를 운영하는 인력과 장서는 태부족한 상태다. 하드웨어는 업그레이드된 반면 소프트웨어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화를 꾀하고 있는 학교도서관의 현주소를 들여다 봤다.‘로렌조 오일’이라는 영화가 있다. ALD라는 불치병에 걸린 아들 로렌조를 위해 부모가 직접 치료약을 만든다는 내용으로, 로렌조의 부모가 처음 달려간 곳이 도서관이다. 굳이 영화를 들먹이지 않아도 도서관은 생명도 살릴 수 있는 지식의 보고이자, 교육의 정수리다.△학교도서관 리모델링이란일선 학교도서관이 최근 변신중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2002년 ‘학교도서관 활성화 종합방안’을 추진하면서 부터다. 교육부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초·중·고의 도서관 신축 및 리모델링을 위해 해마다 600억원씩 3000억원을 투입중이다. 일선 학교마다 3000∼50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되는 이번 사업을 통해 도서관에 수업공간이 들어서고 PC나 전자칠판 등도 비치되는 등 ‘디지털화’를 꾀하고 있다. 도내의 경우 지난해까지 초등 184곳, 중학교 122곳, 고교 81곳 등 모두 387개 학교의 도서관이 신설 또는 리모델링됐다. 전체 초·중·고교 760곳 가운데 절반가량이 혜택을 본 셈이다.△다양한 형태 도서관 수업 가능단순한 리모델링에 그치지 않고 교사들을 중심으로 디지털도서관수업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일선 학교에서는 도서관수업이 정착된 상태. 아직은 국어나 작문수업이 대부분이지만, 나머지 과목 수업도 도서관과의 ‘조우’(遭遇)가 가능하다. 전주지역 학교 가운데 도서관 운영면에서 모범사례로 꼽히는 온고을중학교의 경우 1∼2학년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27시간을 도서관수업에 할애하고 있다.학생들이 다소 딱딱하게 느끼는 과학수업의 경우 도서관의 참고자료들을 활용하면 보다 심도있는 수업이 가능해진다. 학생들이 교과서의 정제된 내용은 물론 교과서밖의 다양한 시각과 지식까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선진국처럼 학교도서관과 지역도서관이 결합하면 ‘도서관=수업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정착될 것이라는 게 일선 교사들의 설명.지난 2005년까지 전주남중에서 학교도서관운동을 주도했던 최병흔 교사(장계공고)는 “학교도서관은 운동장 만큼이나 중요하다”면서 “학교수업-도서관의 결합을 통해 ‘암기위주 주입식 및 천편일률적인 교육’이라는 그동안의 병폐를 해소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문제점은 무엇인가‘하드웨어’는 달라졌는데 ‘소프트웨어’업그레이드가 상대적으로 부실하게 이뤄지면서 ‘속빈 강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사서교사 또는 계약직 사서가 부족해 실질적인 ‘도서관수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도내의 경우 사서교사는 21명에 불과하고, 계약직 사서 16명을 포함해도 전담인력은 37명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배출한 학부모도서관도우미 활동도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결국 나머지 학교는 국어과 교사들이 도서관 관리를 맡고 있으며, 과목간 경계를 허무는 선진형 수업은 요원한 실정이다.전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전주남중처럼 학교자체예산을 들여 사서를 채용한 사례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사례”라면서 “도서관 전담인력의 확보여부가 학교도서관 성패의 열쇠”라고 말했다.턱없이 부족한 장서수도 문제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도서관은 1만권 안팎을 보유중이지만, 이 정도로는 심화수업이 어렵다는 것. 현재 도내 일선 초등의 연간 평균 도서구입비용은 280여만원으로, 학교당 300여권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도교육청은 ‘도내 학생 1인당 장서량은 13.6권’으로 집계했지만, 문고판 수준의 구간(舊刊)이 상당수준 학생들이 선호하는 신간는 극히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전주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도서관마다 3만권 이상, 최소 2만권은 갖춰야한다”면서 “학생들의 베스트셀러 쏠림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감안해도 장서수가 부족한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방과후나 주말 등의 도서관 이용이 힘들고 △PC 등의 디지털기기를 갖춰놓고도 실질적인 이용이 힘들다는 점 등도 개선점으로 꼽힌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7.04.16 23:02

[에듀 프런티어] 전북과학고 출신 이세웅씨 미국 명문대 합격기

남이 가지 않은 길을 헤쳐가는 일은 쉽지않다. 무수한 시행착오와 맞닥뜨려야하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쑥 튀어나올 난관들 앞에서 가슴 졸이기 일쑤다. 하지만 저만치에 종착지가 보이면, 그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수가 없다.올해 전북과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핵물리학과 1학년에 다니는 이세웅씨(20)가 미국의 명문 대학에 잇따라 합격했다. 버클리(Berklee)대와 아이비리그인 브라운(Brown)대를 비롯해 일리노이어바나대, 위스콘틴대, UCLA, 미시간대, 버지니아대, 노스웨스턴대, 웨슬리안대, 카네기메론대 등이다. 이씨는 이 가운데 오는 9월 버클리대 물리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이씨에게 ‘미국 명문대 합격 성공기’를 들어봤다.미국유학생 10만명 시대에, 강원도의 한 자립형사립고는 미국 대학에 80여명을 합격시키는 등 이제는 국내 고교졸업자의 해외명문대 입학이 드물지않은 게 사실. 하지만 이씨의 경우는 척박한 환경속에서 가족과 지도교사의 박수에만 의지한 채 묵묵히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관심을 모은다.전북과학고의 경우 미국 명문대학에 직접 진학한 졸업생은 지난 2003년 프린스턴대에 진학했던 권영대씨가 유일했고, 이후 4년만에 이씨가 바통을 이었다. 더욱이 이씨는 미국땅을 한번도 밟아본 적이 없는 ‘토종’이다. 그동안 이씨가 겪었을 마음고생을 짐작해볼수 있는 대목이다.이씨는 “고3 시절 시간을 쪼개 여러분야를 준비하는 데 적지않은 공력을 들였다”며 지난해를 되돌아봤다.△외로웠지만 보람찼던 유학준비“지난해 수능준비에도 소홀하지 못했고, 미국 대학에 지원하기 위해 내신관리도 집중해야했고, SAT(미국 수능시험) 준비도 해야하는 등 삼중고에 시달렸었죠. 무엇보다 다른 친구들이 안가는 길을 혼자 헤쳐가는 게 여간 외롭지않았습니다. 혼자 SAT관련 교재를 펴놓고 있으면 친구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불안감도 컸죠. 고교시절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유익승 선생님 등이 계셔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어요”이씨는 “권영대 선배가 방학때 한국에 들어오면 많은 정보를 줬는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공부시간을 쪼개 빈틈없는 생활을 하라는 충고를 한시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유학을 준비하면서 지방이라 불리하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면서 “인터넷이 발달해 정보접근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농협에 근무하는 부친(이원평·52)을 따라 4학년때 광주에서 전주효림초등으로 전학온 이씨는 우전중을 거쳐 전북과학고에 입학했다. 이씨가 유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우전중 3학년때 읽은 책과 부친의 조언 때문이라는 것.“초등학교때부터 독서를 좋아했는데, 한 과학관련 만화책을 통해 핵융합발전에 대해 알게 됐어요. 핵융합발전은 방사능유출 등 환경오염도 없는 거의 완벽한 에너지 발전이라는 점을 알게됐습니다. 당시 무작정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의 교수님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한 교수님이 답장을 주셨고 그때부터 핵물리학을 평생전공을 삼겠다는 결심을 굳혔죠. 또 어차피 유학을 떠날 생각이면 조금이라도 일찍 떠나는 게 나을 것이라는 부친의 조언도 컸고요”△반복과 반복…선택과 집중이씨는 전북과학고 입학이후 미국유학의 꿈을 조금씩 키워갔다. 무엇보다 영어공부에 집중적으로 매달렸다. 이미 중3때 토플성적이 233점(300점 만점·현재는 253점)으로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거침없이 영어를 구사하는 해외체류경험자들에 비해선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이씨가 택한 영어공부 비법은 ‘반복’과 ‘반복’이었다. “40권짜리 영어소설 전집을 구입해 처음에는 이틀에 한권씩 읽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소설책을 통째로 외웠는데 2년정도 걸렸죠. 영어신문도 꾸준하게 읽었습니다. 이후에는 꾸준하게 원서를 읽었는데 모르는 단어를 찾는데 주력하기보다는 문장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회화공부는 인터넷 회화사이트를 이용했습니다”이씨는 또 수학경시대회 참가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3년동안 고교 2학년때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등 수상경력이 수두룩하다.동아리활동과 봉사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교내 클래식동아리와 신문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그는 “고3때 코피언(세계청년봉사단)의 일원으로 러시아를 찾아 우슬리스크 고려인들의 정착을 지원했었다”면서 “단순한 봉사활동에 그치지않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이씨가 미국 대학 지원을 위해 선택한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학교공부와 AP(Advanced Placement·고교에서 심층공부를 통해 대학학점을 미리 따는 제도) 및 SAT를 병행해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3학년 들어서야 SAT와 AP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는데 수학·물리·화학 등이 포함된 SATⅡ는 2400점 만점을 받았지만, SATⅠ는 2400점 만점에 2080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결국 SAT 대신 AP와 R&E(Research & Education)에 집중했고, 이씨는 AP 10과목 가운데 6과목에서 5.0 만점을 받아 우수상을 받는 성과를 올렸다.△빈틈없는 시간관리에 ‘올인’어릴 때부터 수학과목을 무척 좋아했다는 이씨는 “초등 4학년때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면서 수학에 자심감을 얻었다”면서 “미국 대학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수학성적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이씨는 무엇보다 시간관리에 적지않은 공력을 들였다. 1년단위·일주일단위 계획표를 작성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디지털다이어리를 구입해 하루에 해야할일, 일주일에 끝내야할 목록을 정하고 계획대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대한 낭비하는 시간을 없애려고 노력했죠. 그런 노력이 한달씩 일년씩 쌓여서 결국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이씨의 고교성적은 전체 46명 가운데 10위 안팎으로 4.0만점에 3.8점. 수능점수는 450점 안팎이었다. 여기에 자신이 희망했던 미국 대학의 합격통지서까지 받은 만큼 지난 3년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은 셈이다.“이과출신 가운데 상당수가 의대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저는 처음부터 의대진학은 고려하지 않았어요. 앞으로 세계적인 핵물리학 과학자로 성장해 우리나라의 에너지 부족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디에 가든 전북출신이라는 자부심을 잃지않겠습니다”이씨는 “아직도 미국대학에서 빈틈없이 수업을 받기에는 영어실력이 부족하다”면서 “오는 9월 입학에 앞서 6월께 어학연수를 떠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처럼 긍정적인 생각만 앞세운다면 어려운 난관도 뚫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7.04.16 23:02

[작가가 만난 작가] 정양 원로시인 만난 기명숙 시인

정양 선생님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가슴이 저릿해지며 말문부터 막힌다. 그 큰 사랑과 기대를 저버리고 징징대며 살아가는 미욱한 제자의 어깨를 토닥여주시던 선생님의 따뜻한 손길 때문이다. 정양 시인은 어떤 분인가. 김병용 소설가의 답이 참 명쾌하다. “정양 시인이라는 가치중립적인 호칭을 사용할 수 없는, 정양 선생이 아니었다면 최소한 술자리의 삼분의 일쯤은 소집되지 않았거나, 미국이나 총칼로 집권한 군인들을 덜 미워했을지도 모른다. 육회나 바지락죽의 깊은 맛도 몰랐을 것이고 이병천 형이 수도 없이 막걸리값을 치르는 일도 없었을 것이며 늘 바쁜 안도현 형이 집에 들르지도 않고 ‘새벽강’으로 달려오는 일도, 정양 선생이 안 계셨다면 정양 선생이 아니었다면······.” 문학의 숲에 뿌리깊은 나무되어문학만큼 정제된 자기표현 방법이 또 있을까. 눈물도 사랑도, 세상의 어깨에서 춤추는 신명도 문학의 프리즘을 통해 증폭되기도, 때로는 소리없이 잦아들기도 한다. 그리하여 문학은 한 떨기 꽃잎에도 성난 눈발 속에서도 오롯이 존재해 왔던 것. 문학의 숲, 그 박질의 땅을 뚫고 깊게 뿌리를 내리고 서서 세상을 향해 따뜻한 눈길을 나누어주는 한 그루 나무 같은 이가 바로 정양 시인, 내게는 이제 평생의 선생님이시다. 꼭 두 해 전, 정양 선생님을 처음 뵙던 날도 오늘처럼 벚꽃이 흐드러졌던가.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요.”그날 내 첫마디가 그랬던 것 같은데, 선생님께서는 넉넉한 미소만 수북히 담아내 주셨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벚꽃이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우석대학교 교정에서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다. 선생님은, 진달래가 어디 있을랑가, 하시면서 걸음을 재촉하신다. “세상이 온통 벚꽃 천지다 보니 나는 촌스런 아낙 같은 진달래가 한결 곱고 귀합니다.”선생님의 옆모습이 첫사랑을 앓는 미소년 같다. 뜰에 옮기려고 진달래 캐러 왔다가진달래꽃 흐드러진 산자락, 삽자루에 기대어넋놓고 꽃구경만 한다 마음 다 비운 듯이아무리 바라보아도 아무래도 꽃들이 심상치 않다화장기도 화냥기도 없이 그냥 바람난바람난 게 무언 줄도 모르고 그냥 바람난아슬아슬한 여자애들만 같다 (‘진달래 캐러 왔다가’의 일부)벚꽃보다 진달래라시는 데 대해 민족의식을 슬그머니 들이댔더니 선생님은 손사래부터 치신다. “꽃은 꽃일 뿐이지요. 벚꽃과 민족감정을 연결시키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이데올로기야 당연히 우리네 인식의 복판에 있겠지만 그걸 정치적으로 악용하거나 독선과 아집의 효용물로 삼는 건 좋지 않다는 것이지요.”내친 김이라는 듯 선생님은 한 마디 덧붙이신다.“우리가 ‘저항시인’이니 ‘목가시인’이니 하고 부르는 것도 당사자들한테는 일종의 가시면류관이 아닐까 싶어요. 그걸 벗겨주어야만 시인들도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러려면 우리 자신부터 어둡고 답답한 굴레에서 벗어나야지요. ”잔잔하게 말씀하시는 데도 어딘지 모를 힘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선생님의 시에는 대체로 동시대적 삶의 풍경들이 가득하다. 특히 시집 「살아있는 것들의 무게」에서 시인은 풍경과 객관적인 거리를 두면서도 땅바닥에 퍼질러앉아서 그들과 함께 어깨동무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한때는 시 쓰는 걸 그만두고 암실에 처박혀 지낸 적이 있어요. 정치적으로 참 암울한 시기였는데, 거창하게 말하자면,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안쓰러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카메라를 둘러메고 참 많이도 헤메고 다녔어요. 인간의 불행과 고통을 사진 속에 담아서 그 삶의 음영들을 재현하는 일에 심취했었다고 할까요.”선생님이 우리 전통문화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보내시는 것도 그와 무관해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은 ‘판소리의 이해’라는 과목을 강의하시면서, 판소리를 ‘시’로 접근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저 유명한 ‘쑥대머리’와 ‘사랑가’도 선생님의 손에 몇 편의 시로 거듭났으니······. “우리 옛 노래 대부분이 음악은 없어지고 가사만 달랑 남았다는 걸 생각하면, 판소리는 음악도 가사도 온전히 살아있는 훌륭한 우리 성악문화의 자산입니다. 그런데도 아름다운 우리 소리문화가 홀대받는 현실이 안타까워 죽겠어요.”주욱겠어요, 하시는 시인의 얼굴이 낙조처럼 안타깝게 붉어진다. 선생님은 어느새 춘향이가 변학도의 모진 형장을 맞고 옥중에서 고생하는 대목을 소리로 만든 십이잡가의 한 대목쯤 거뜬히 해내실 태세이신데, 그건 컬컬한 막걸리 한 사발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훗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고맙고 행복한 시인선생님은 얼마 전에 26년간 몸담았던 우석대학교 교수직에서 물러나셨다.“내가 늙어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하니까 아무렇지 않은데, 아끼는 후배나 제자들도 나처럼 늙어간다는 것이 불현듯 느껴질 때는 그것처럼 안타깝고 아깝고 서글픈 일이 없어요.”후배와 제자들을 향한 선생님의 사랑이 큰 만큼 그들이 갖는 선생님에 대한 애정 또한 몹시 크다는 것을 공자와 그 제자들과의 관계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분위기를 바꾸려고 재작년에 수상하신 백석문학상 이야기를 슬그머니 꺼냈다. 그랬더니 웬걸, 이번에도 후배들 이야기다.“나름대로 권위도 있고, 상금도 많아서 좋았지요. 그래도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상은 우리 후배들이 만들어 준 상입니다.”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후배 문인들이 제정해서 선생님께 제일 먼저 드린 ‘아름다운 작가상’을 두고 하시는 말씀이었다. 그건, 문학적 성과는 물론이고, 후배 문인들이 존경하고 믿고 따르는 선배에게 드리는 상인데, 시인은 수상 당시나 지금이나 그 상만 생각하면 더없이 고맙고 행복하시단다. “등단한 후배 시인들이 글을 열심히 쓰지 않는 걸 볼 때가 제일 죽겠어요.”또 주욱겠어요다. ‘순결’이나 ‘안쓰러워 죽겄어’는 선생님이 즐겨 쓰시는 표현들인데, 이 또한 제자와 후배를 아끼시는 선생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 아닌가.문득 선생님 홈페이지의 ‘글 입원실’이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선생님의 작고 예쁜 소망 앞에 코끝이 다 찡해 왔다. 시인이 시를 쓴다는 것“1990년대 이후 우리의 문학적 상황도 많이 변했고, 또 다양한 관점들이 등장하다 보니 기존의 진보적 사유들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세상이 많이 변했으니 문학적 상상력도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그래도 시인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봐야 하고, 또 그렇게 해서 우리 사회를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예술적인 완성도는 생각하지 않고 속에 있는 비분강개를 여과없이 쏟아내는 작품들을 대할 때가 있는데, 시에서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느끼는 슬픔과 분노의 진정성이지요.” “정직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말씀이신가요?”나의 우문에 선생님은 그저 빙긋이 웃으시면 한 마디 덧붙이셨다. “그저, 어둡고 고단한 시대를 견뎌온 사람들의 열정만은 쉽게 지나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거지요.” 겨우내 투전판에다 나락 마흔 섬 날려먹고속 터지는 만석이는 그 속 차리느라 고개 숙이고새벽마다 고샅길 개똥을 줍는다 (중략)미나리꽝에서 건진 젖은 개똥 속에는막 돋아난 미나리싹도 묻어 있다 (시 ‘이른 봄’의 일부)개똥을 줍는 행위는 시작하는 마음으로 시작(詩作)하려는 선생님의 깊은 속내를 뜻하는 건 아닐까. 불행을 말하되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고통스럽지만 그 같은 고통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치유되었으면 하는 것들.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선생님은 ‘시인이 시를 쓸 때는 광인(狂人)과 같다’라고 했던 프로이트의 말을 인용하시면서 시작의 치열함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슬그머니 내비치셨다. 시작에 게으른 제자로서 가슴 한끝이 뜨끔했다. 때마침 만개한 벚꽃이 흰눈처럼 펄럭이는 교정에는 시인이 사랑하는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학생들이 잇몸을 드러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시인도 학생들도 만화방창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정양 시인은1942년 전북 김제에서 사회운동가인 아버지와 보통학교 교사인 어머니의 2녀 3남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당신의 가슴 속에 사무친 한을 오롯이 삭이려고 자식들에게 아버지에 대해서만은 평생 함구로 일관하셨다고 한다. 부패한 정권과 불합리한 사회구조가 아버지를 향한 시인의 그리움을 더욱 사무치게 했는데, 시집 「빈집의 꿈」은 그 문학적 결과물이다.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까지 도내의 중·고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였으며, 1981년부터는 우석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시작(詩作) 등을 가르쳐오고 있다. 한때는 전라도의 농경언어에 담긴 삶의 애환을 한 데 모으는 작업을 하기도 했고, 전북작가회의 회장도 지내셨다.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평생 시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1977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기도 했다. 시집으로는 「까마귀떼」,「수수깡을 씹으며」,「빈집의 꿈」,「살아있는 것들의 무게」「눈내리는 마을」「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나그네는 지금도」가 있고, 시 선섭「동심의 신화」와 판소리 평론집「판소리 더늠의 시학」, 그리고 「두보시의 이해」, 「한국리얼리즘 한시의 이해」등의 저서를 펴냈다. 제9회 모악문학상, 제1회 아름다운 작가상, 제7회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금년 봄에 우석대학교에서 정년퇴임하였다. 나어린 제자들이 장성하여 사춘기로 접어든 그 자식들에 대한 고민을 토로할 때 선생님은, “나는 인제 사춘기인데 니 자식들도 사춘기냐?” 하시면서 웃으시곤 한다는데, 그 모습이 영락없는 열다섯 살짜리 소년 같다. 지금은 삼천천과 전주천이 만나는 두물머리 근방에서 해오라비도 보고 천변을 뛰는 사람들의 모습도 바라보면서 아내와 함께 오붓하게 살아가고 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7.04.13 23:02

우진문화재단 미술기행 앤디워홀 팩토리 찾아

우진문화재단 4월 미술기행지는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고 있는 ‘앤디 워홀 팩토리’와 소마미술관의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 미술은 물론 광고, 디자인 등 시각예술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앤디 워홀(1928~87)은 미국의 대표적인 팝아트 작가다. 그는 일상사물과 대중문화를 미술에 끌어들여 순수·대중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린 팝아트의 진수를 보여줬다. 올해로 작고 20년을 맞지만 그의 작품은 지금도 전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기 예술품이다.리움 전시에는 그의 대표작들이 전시된다. '브릴로 상자' '캠벨수프 통조림' '코카콜라병' 등 사물, '마릴린 먼로' '재키' '마오쩌둥' 등 대중스타·정치인들을 소재로 삼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찍어낸 작품들이 중심이다. 이밖에도 50년대 상업디자이너로 활약하던 시기의 작품들과 자화상, 사진, 그가 만든 영화 등도 상영된다. 20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6월10일까지. ‘반고흐에서 피카소까지’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돼 호응을 얻은 전시다. 미국 클리브랜드미술관 세계 순회전으로 앵콜전시다. 마네·모네·르누아르·드가 등 인상파에서부터, 반 고흐·고갱·세잔느 등의 후기인상파, 근대조각의 선구자인 로댕, 그리고 피카소·마티스·모딜리아니 등 20세기 현대미술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5월20일까지 소마미술관. 기행은 28일 오전 8시 전주우진문화공간 앞에서 출발한다. 원광대 조은영교수가 길잡이로 참여한다. 참가비는 2만∼3만5000원. 063)272-7223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7.04.13 23:02

'전주화전놀이' 전통차에 취하는 한옥마을

진달래꽃이 폈다.찹살가루 반죽 위에 보드라운 꽃잎을 따서 올리고 기름에 지지는 화전(花煎). 시원한 오미자 국물에 분홍 진달래꽃을 띄워 먹어도 좋다. 봄을 알리는 삼짇날 즈음, 전주전통문화도시조성위원회(위원장 이종민)가 전주시, 사단법인 한국차문화협회(이사장 이귀례)와 함께 전통차(茶)와 함께 즐기는 ‘2007 전주화전놀이’를 연다. 1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 문화마당 등 한옥마을 일대. 선조들의 삶이 담겨있는 세시풍속을 현대적으로 재현, 전통생활문화의 원형을 이어가기 위한 ‘전주화전놀이’는 전통다례예절을 배우며 마음의 고요를 얻고 몸과 정신을 깨끗하게 맑힐 수 있는 기회. 헌공다례를 시작으로 비빔밥 이벤트, 들차회 및 화전놀이, 전주전통문화 팸투어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진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한국차문화협회 소속 회원 500여명이 고운 한복 차림으로 나서는 들차회 및 화전놀이는 그 자체로도 황홀한 풍경. 차향과 진달래꽃빛에 마음이 편안해 진다. ‘전주화전놀이’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종민 위원장은 “전주가 구상하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는 외형적인 개발 보다는 민족의 얼과 문화, 전통생활문화가 시민들 삶 속에서 계승되는 도시”라며 “전통생활문화의 원형을 담고있는 한옥마을에서 꽃전을 만들고 차를 나누며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7.04.13 23:02

[전시속으로]이성현 개인전 등

이성현 개인전20일까지 전주서신갤러리이성현씨의 열세번째 개인전. 작가는 “오늘의 동양화가는 스스로의 역량 크기에 따라 세상을 관조하고 표현하려는 소박한 자세를 통해 소재주의를 극복하고 평정심을 회복시키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작가관을 피력한다. 홍익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어디에서 보아도 나는 모악이다 5월 6일까지 도립미술관도립미술관의 전북 미술 11인전 3차 전시. 13일 개막해 5월 6일까지 이어진다. 전북화단을 지키며 서양화 발전에 기여해온 박남재, 전통적 산수화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정승섭, 한국화의 전통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송수남작가가 참여한다. 세 작가의 작품세계를 되돌아보는 회고전의 형태로 꾸며진다.‘소통’ 16일부터 5월 6일까지 전주교통아트센터전주 한옥마을에 들어서는 교동아트센터 개관전.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원로작가 58명을 초청했다. 서양화 한국화 공예 조각 부문을 아우른다. 전주의향기30일까지 갤러리공유'전주의 향기'를 주제로 한 기획전. 전주의 도시 정체성을 작품을 통해 찾아본다. 서희화 이경태 이흥재 전량기 지용출 차유림씨가 참여한다. 건지전 19일까지 도청사갤러리전북대 사범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동문들의 모임인 건지전의 아홉번째 전시. 강정숙 고진욱 김연주 김철곤 노해남 박성철 박진영 송창영 이경순 정미라 한병기 표영웅 등 35명이 참여한다. 한국화 서양화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전시된다.

  • 문화일반
  • 미디어팀
  • 2007.04.13 23:02

[함께 떠나요] 쪽빛 바다서 밀려온 '봄 교향곡' 절정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 쪼이는 남도의 봄은 팔색조처럼 화사하다.부드러운 흙에서 솟은 푸른 유채 싹과 딱딱한 나뭇가지에 돋은 붉은 동백꽃망울은 이미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지 오래일 만큼 봄기운이 곳곳에 가득하다. 항구 한 켠 언덕에서 쪽빛 바다를 향해 핀 매화도 봄을 일깨우는 화신(花信)이다.뭍과 달리 남도의 봄은 쪽빛 바다에서도 밀려온다.스멀스멀 섬과 섬 자락을 돌고 돌아 가쁜 숨을 하얗게 몰아쉬는 파도에 실린 해초는 갓 자라난 듯 파릇파릇하다.한려해상국립공원의 관문인 거제도의 봄은 섬과 바다에서 이렇게 펼쳐지고 있다.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는 10개의 유인도와 52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거제시의 본도다.1971년 길이 740m의 거제대교에 이어 1999년 길이 940m의 신거제대교가 개통돼 육지와의 통행이 원활하다.거제도에서 만난 남도의 첫 봄 풍경은 진입도로 초입에 있는 유채꽃 밭. 푸른 바다와 색조대비를 이룬 노란 유채꽃들이 온화한 남도의 햇살을 받아 벌써 꽃대를 높이 세우고 노란 꽃잎을 터뜨리고 있다.본격적인 봄맞이 남도 기행의 첫 시작점은 장승포항이다. 도로가 해안을 따라 자연스럽게 굴곡이 지면서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고 700리 뱃길 따라 펼쳐지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첫 관문인 거제 해금강과 동백 숲, 맑은 해조음이 귀를 간지럽게 하는 몽돌해변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남도에서 만난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도 반공의식을 고취시키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해금강과 해상농원 외도의 봄맞이거제도 남쪽 500m해상에 위치한 해금강은 두개의 섬이 바짝 붙어 있어 마치 한 개의 섬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섬 모양이 칡뿌리가 뻗어 내린 형상을 띠고 있어 갈도(葛島)라고 불렸지만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명승지로 이름이 나면서 ‘해금강(바다의 금강산)’이라는 이름이 오히려 널리 애용되고 있다.오랜 해식작용으로 섬 둘레가 기암절벽과 동굴을 이뤄진 해금강은 배를 타고 주위를 둘러보면 천혜의 절경을 선사한다. 특히 서로 붙어 있는 두개의 섬이 자연적으로 만들어 낸 십자동굴은 안에서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이 십자형으로 보인다. 십자동굴 옆에는 부엌의 아궁이를 닮은 80m 길이의 부엌굴이 뚫려 있으며 그 주변으로 사모관대를 쓴 신랑의 모습을 한 촛대바위, 선녀가 합장을 한 선녀바위, 사자바위와 절벽 위에 홀로 핀 천년해송이 모두 해금강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해금강을 둘러 본 후에는 해상농원 외도로 향한다. 거제도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둘러보는 유람선의 대부분은 중간 기착점으로 삼을 정도로 외도는 남도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94년 개방한 이래 외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해상공원에 버금갈 만큼 아름다운 조경을 자랑한다.푸른 바다 길을 가로 질러 도착한 외도는 선착장에서부터 관람로를 따라 동백 숲길이 이어진다. 외도는 동백꽃 이외 야자과의 이국적인 당종려나무를 비롯해 희귀 선인장을 모은 식물원과 비너스가든, 에덴가든, 천국의 계단, 조각공원 등 테마별 관람로를 1시간 30분에 걸쳐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지중해 풍의 건축과 정원조경이 두드러진 비너스 가든은 눈이 시릴 정도로 봄빛 완연한 남도 바다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도 유명하다.관람료는 어른 5000원, 중고생 4000원, 초등생 2500원.△몽돌이 들려주는 봄의 교향곡파도가 들이쳤다 빠져나갈 때마다 동글납작한 돌 틈 사이로 ‘차르르 차르르’하는 특유의 해조음이 청각을 싱그럽게 자극하는 학동 몽돌해수욕장은 봄의 교향곡이 한창이다.까만 몽돌과 맑은 파도가 빚어내는 봄의 소리에 해변은 연인의 데이트 장소 혹은 상춘을 즐기려는 가족들의 나들이 명소가 된다. 손을 잡고 밀려오는 파도를 피해 찰그락거리는 몽돌 위를 뛰어다니는 풍경은 멀리서 보면 마치 왈츠를 추는 모습과 흡사하다.그 뒤로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로 살포시 고개를 내민 많은 섬들과 파란 하늘빛이 만나 아름다운 해변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풍광 좋은 탁트인 해안도로 학동 몽돌해수욕장을 나와 여차 몽돌해수욕장으로 가는 14번 국도는 거제도에서 가장 풍광이 좋은 해안도로이다. 해안절벽 아래로는 가슴이 탁 트이는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고 그 바다위에 병태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가왕도, 다포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떠 있다.특히 해안 절벽을 끼고 숲을 이룬 천연의 동백나무는 또 다른 장관이다. 동백꽃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도 잠시. 국도에서 작은 표지판을 따라 접어든 오솔길 끝에 다다르면 반원형의 작은 해변에 해송과 기암괴석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여차몽돌해수욕장이 나타난다. 거제도의 숨은 비경이다.

  • 문화일반
  • 강현규
  • 2007.04.13 23:02

올해 JIFF 학술행사 풍성해진다

올해는 전주국제영화제 학술프로그램이 더욱 다양해진다. 영화관련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문가를 초청해 경험을 나누는 '마스터클래스'와 영화관련 전문 세미나와 특별강연 등의 '시네마클래스', 전주지역의 영상·영화산업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로컬클래스', 영화감독들과의 보다 깊은 만남을 주선하는 '씨네토크' 등이 준비된다. 영화에 대한 이론적 또는 현장의 풍성한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다. △마스터클래스올해는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초청됐다.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세트 색감 구도 빛 배경 의상 소품 활자 등 영화의 시각적인 부분을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전문가. 한·중·일 3국을 대표하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양홍삼, 후오 팅샤오, 이소미 도시히로가 참가한다. 양홍삼은 <유령>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혈의 누> <괴물> <타짜>등 20여편이 넘는 영화 미술감독을 했다. 후오팅샤오(Huo Tingxiao)는 첸카이거와 장이모우 등 중국의 유명감독들과 줄곧 작업해왔다. <패왕별희> <시황제 암살> <무사> <영웅> <연인> <황후花>에 이르기까지 대작들을 통해 화려하고 웅장한 영화미술을 보여주고 있다. 이소미 도시히로(Toshihiro Isomi)는 2004년 <피와 뼈>로 제28회 일본아카데미상 최우수 미술상을 수상하는 등 일본 최고의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시네마 클래스영화학회가 주관하는 세미나와 영화제 프로그램과 관련된 영화인들의 특별강연 등으로 진행된다.올해 경쟁부문으로 전환한 '한국단편의 선택:비평가주간'섹션을 정리하고, 그동안 상영됐던 작품들을 되짚어보며 한국단편영화의 흐름을 짚어보는 '한국단편영화세미나'가 열린다. 최근 100번째 영화 <천년학>을 개봉한 임권택감독의 영화세계를 조명하는 세미나도 열린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전주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임권택, 한국과 세계의 의미'를 주제로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영화제의 중심에 두고 있는 디지털영화와 다큐멘터리에 대한 감상법을 일러주고, 영화제의 특성을 짚어보는 '전주국제영화제 제대로 즐기기'세미나도 한국인문콘텐츠학회 주최로 열린다. 사회풍자 코미디와 체코 사회풍자 코미디감독인 이리 멘젤의 영화를 중심으로 영화가 그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고찰해보는 한국영화학회 국제세미나 '60년대 사회풍자 코미디의 시선'과 문학과 영상학회가 주최하는 '매체/이미지/텍스트'를 주제로 한 세미나’도 영화제를 풍성히 한다.이밖에도 '영화보다 낯선' 특별전에 초대된 하룬 파로키 감독과 아르타바즈드 펠레시안 감독은 특별강연을 통해 자신들의 영화세계를 소개하며, 다니엘위예 추모 특별대담과 피터왓킨스의 작품세계 특별대담도 준비된다.△로컬클래스전주지역의 영상·영화산업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주지역 관련 기관·단체들이 주도적으로 마련한 학술행사다.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오프로드> 제작사례를 통해 전주의 HD영화 제작 시스템과 정책을 짚어보는 '전주 영상산업의 현황과 전망:HD 영화 제작 시스템과 정책'세미나와 현재 전주시민미디어센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안미디어 상영 배급의 문제도 '전북지역 대안미디어 상영배급 관련 세미나:지역공동체상영운동의 의미와 전망'을 통해 짚어본다. △시네토크지난해부터 신설된 시네토크는 기존 '감독과의 대화(GV)'를 확대시킨 프로그램이다. <오래된 정원>의 임상수 감독과 <행진하는 청춘>의 페드로 코스타 감독, <줄 위의 종달새>의 이리 멘젤 감독이 시네토크에 참여한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7.04.12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