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와 전북자치도의 상생금융
전북도민들에게 2024년은 매우 특별하다. 고려사에 따르면 고려현종 9년인 1018년 당시 큰 도시였던 전주(全州)와 나주(羅州)의 첫 글자를 따서 전라도(全羅道)라는 지명이 처음 사용되었고, 그후 1896년에 전라남·북도로 분할되어 전라북도가 탄생하였다. 이렇듯 128년(길게는 천년)을 이어온 전라북도가 전북특별자치도로 새출발하는 원년(元年)이기 때문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현황을 보여주는 몇가지 지표를 보면 도세(道勢)가 매우 허약함을 알 수 있다. 면적은 8,069㎢로서 8.0%에 이르지만 인구는 175만명으로 3.5%에 불과하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55조원으로 2.7%, 재정자립도는 23.8%로 17개 시도 중 최하위이며, 사업체수는 26만개로 3.4%를 점하고 있다. 더욱이 경제성장의 동력이라 할 수 있는 혁신·벤처기업은 2.4%, 창업기업은 2.9%에 불과하다. 이러한 지표들은 과거 풍요를 구가하던 전북이 그 영화를 되찾기 위해서는 분발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다행히 민선8기에 들어서면서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출범, 대기업 유치, 하이퍼루프 테스트베드 선정, 새만금 연결도로 예타 통과, 지역특화형 비자시범사업 선정,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 등 대형사업이 속속 유치되면서 전북자치도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전북신보는 작년부터 지자체·은행과 협력하여 희망더드림 특례보증제도를 운용중이다. 14개 시군(市郡)과 은행이 매칭 출연하여 종자돈(seed money)을 만들고 전북신보가 승수효과(운용배수 10~15배)를 발동하여 기업에게 자금을 확대 공급하는 상생의 금융시스템이다. 이 제도는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로 인해 시군·은행 모두에게 매우 유익하다. 예컨대 시군이 100억원, 은행이 100억원을 전북신보에 출연하면 전북신보가 종자돈 200억원의 12.5배인 2,500억원을 해당지역의 기업에 공급한다. 이럴 경우 시군은 100억원을 출연하여 2,500억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할 수 있고, 은행도 2,500억원의 대출을 실행하여 대출규모와 이자수익을 25배로 높일 수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 은행은 2.4년만에 출연금을 모두 회수하고 5년이면 106%(연평균 21%)의 수익이 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은행의 출연이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점이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전북신보는 금년 보증공급 1조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도(道)와 14개 시군이 모두 참여하여 135억원을 출연하고, 6개은행이 지자체와 매칭으로 165억원을 출연하여 총3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였다. 전북신보는 이를 재원으로 특례보증 3,000억원, 자체 재원으로 일반보증 7,000억원, 총 1조원의 보증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전년도 7,700억원 보다 2,300억원(30%)이나 증가한 금액이다. 이런 노력은 전국17개 지역신보중 가장 높은 보증공급증가율과 가장 낮은 보증부실률이라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전북자치도가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기업이 잘 되어야 한다. 기업은 세수(稅收)와 일자리의 보고(寶庫)이다. 세수의 증가는 재정을 튼튼히 하여 민복(民福)의 원천이 되고, 일자리의 증가는 인구유입을 촉진하여 전북자치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는 "긴 지렛대와 튼튼한 받침대만 있으면 지구도 들어올릴 수 있다"고 하였다. 지자체와 은행의 출연금을 받침대로, 전북신보의 승수효과를 지렛대로 전북에 돈이 돌게 하자. 전북신보의 희망더드림 특례보증제도를 더욱 발전시켜 지구(地球) 대신 전북경제를 들어올릴 수 있는 전북특별자치도만의 상생금융 모델로 키워 봄이 어떨까? /한종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