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8 22:37 (목)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경제칼럼

서해의 맑고 푸른 섬 어청도(於靑島), 이제는 편하게 가자

눈부시게 푸르고 맑은 섬. 어청도. 전라북도에서 가장 서쪽 끝에 있는 섬이다. 2200여년 전 중국의 제나라가 망하고 한나라가 들어서자 제나라 재상 전횡이 군사 500명을 거느리고 돛단배를 이용하여 망명길에 올라 서해를 떠돌다가 바다 위에 갑자기 푸른 산 하나가 나타나 푸를‘청’자를 따서 어청도(於淸島)라 하였다고 한다. 어청도는 볼 것과 먹을 것이 많다. 전횡 장군을 추모하는 치동묘 사당이 있고 1912년에 만들어져 2008년에 국가 등록 문화재 제378호로 지정된 역사적·조형적 가치가 있는 어청도 등대가 있다. 이 섬의 최고점인 당산(해발 198m)에는 고려 때 세워 조선 숙종 때 폐쇄된 원뿔꼴 봉수대의 형태가 아직도 남아 있다. 또한, 먼 바다에 위치하고 파도가 높아 갯벌이나 양식장이 없어 주민들은 소규모의 어업이나 낚시로 우럭, 숭어, 놀래미, 광어, 도미 등을 잡고 해삼, 전복, 홍합, 돌김 등도 채취한다. 그래서 섬 주변에서는 자연산 횟감을 이용한 음식과 백반이 주류를 이루고 이 중에서도 우럭찜과 물회는 일품이다. 이 섬에 가기 위해서는 작년에만 해도 3시간 정도 소요되었으나 작년 말에 ‘어청카훼리호’가 투입되면서 2시간에서 2시간 30분이면 어청도에 갈 수 있다. ‘어청카훼리호’는 국내 최초의 알루미늄 재질 여객선으로서 안전성과 편의시설이 크게 개선되었으며 최대 속력은 20.5노트(38km/h)이며 여객 194명과 1톤 화물차 3대 운송이 가능하다. ‘군산-연도-어청도 항로’ 여건에 맞는 여객선을 건조하기 위하여 섬 주민들과 관계전문가들이 참여한 선박 건조 추진협의체를 구성하여 선형을 새로 개발하고 이를 적용하느라 설계에서 건조까지 1년 9개월이 소요되었다. 그 결과 선박의 감항성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파도를 견디는 능력과 선체의 좌우 동요를 줄이는 장치를 설치하여 승선감을 향상시켰고, 항로에 있는 어망 등 항행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운항의 안전성과 접안 능력을 크게 강화하였다. 여객들의 승선 편의성을 위해서 여객실은 1층과 2층, 2개소로 만들었으며 1층은 안락하고 편안한 88개의 의자가 놓여 있고 2층은 온돌식으로 되어 있어 누구나 불편 없이 승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넓고 쾌적한 화장실, 선내 곳곳에 다양한 포토존과 바다 조망이 가능한 여객실에 광폭 유리창을 배치하여 이용객들이 즐거운 여행이 가능해졌다. ‘어청카훼리호’의 운항은 수산업 침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청도 주민의 이동 편익은 물론 섬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군산지방해양수산청과 군산시가 국가 예산 확보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이루어낸 성과로 정부와 지자체의 성공적인 협력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어청카훼리호’는 연도를 경유하고 있어 연도항의 수심 등 여건으로 시간 지연이 빈번해서 운항시간 단축에 어려움이 있다.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은 현재의 ‘군산-연도-어청도’항로를 내년부터는 ‘군산-연도’항로와 ‘군산-어청도’항로로 분리하기 위해 예산 확보를 추진 중이다. 항로가 분리되면 군산에서 어청도까지 1일 2항차가 가능해져 연도와 어청도 주민의 이동 편리성 뿐 만 아니라 관광객 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올 여름에는 볼거리 먹거리가 풍성한 어청도에 많은 방문객들이 들러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내년에는 1일 2항차도 기대해 본다. /김해기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김해기 청장은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 가족지원과장,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주해양수산관리단장 등을 지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2.07.04 14:00

현명한 수입주류 구입 전략 팁

코로나 팬데믹으로 홈술, 혼술 등 다양한 음주 방법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술에 취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한 잔을 마셔도 다양한 향과 맛을 알아가며 개인 SNS에 알릴 수 있는 와인, 위스키, 리큐르 등 수입 주류에 집중하고 있다. 2021년 와인, 위스키 등 수입주류 매출은 40% 이상 급상승하였는데 이는 기존 소수 특권층의 소비가 아닌 훨씬 더 많은 대중이 구입하고 경험하고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현명한 와인 소비를 위한 팁으로 첫째, 대형마트에서 부담 없는 데일리 와인을 구입하기 좋다. 여기서 말하는 데일리 와인이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박리다매 정책으로 와인 원가를 현저하게 낮게 책정하여 납품한다. 와인에 처음 입문할 때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기 때문에, 가벼운 저가형 와인을 다양하게 마실 것을 권한다. 둘째, 가장 좋은 방법은 단골 와인전문샵을 정하는 것이다. 믿을 만한 와인전문샵이 있는지 찾아보고 일정하게 방문하고 전문가 수준의 와인 매니저들이 있다면 관계를 맺고 자주 대화하는 게 좋다. 그들은 단골고객에 대한 충성도가 높으면 차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와인 매니저들과 꾸준히 교류하다 보면 좋은 와인을 추천 받는 것은 물론 좋은 기회가 된다면 고급 시음회 같은 알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자신이 원하는 와인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자기 취향을 표현하는 데 소극적인 편인데, 판매하는 사람으로서는 고객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줄수록 좋다. 무턱대고 잘 모르는 와인을 샀다간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평소 원하는 스타일이나 가격대가 무엇인지 솔직하게 어필해야 한다. 셋째, 와인시음행사는 새로운 와인을 찾을 수 있는 기회다. 다양한 와인을 시음하며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무엇보다 평소에 접하기 힘든 와인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이러한 행사는 와인 장터, 시음회, 와인축제 등 매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넷째, 해외에 나갈 일이 생기면 고급 와인을 한 병 정도 사는 것이 좋다. 어차피 입국 시 반입할 수 있는 주류는 한 병뿐이라, 기왕이면 프랑스 및 이탈리아 고가의 와인을 구매하면 좋다. 잘 보관했다가 특별한 날 오픈해서 마시면 의미 있는 여행 기념품이 될 것이다. 특히 홍콩은 주세가 없고 일본의 경우는 보통 우리나라보다 주세가 낮으므로 우리나라보다 와인 가격이 저렴하다. 간혹 온라인으로 와인을 구할 방법이 있으나, 한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와인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으로 구입해서 이득을 보는 경우보다 파손 또는 상품의 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기에 권장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는 스마트한 세상에 살고 있어 와인을 검색할 수 있는 관련 앱과 사이트를 통해서 이름만 검색하면 바로 현지 가격을 알 수 있듯이 소비자를 속이며 폭리를 취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그만큼 거품이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 그러니 이제 와인 가격에 대한 선입견을 어느 정도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 우리가 와인을 마시는 이유도 결국 삶을 즐겁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송민각 호남주류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2.06.27 13:50

청년 소셜 벤처와 나비효과

뜨거운 6월 강남 코엑스는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넥스트라이즈 인파로 열기가 더 뜨거웠다. 그 중 스타트업 채용박람회에 대해 말하려 한다. 첫 번째는 채용을 원하는 80개의 기업 수이다. 기업리스트에는 창업 2년차에서 11년차까지 다양했지만, 1명 혹은 3명까지 인턴을 거쳐 정규직 즉 고정비용에 속하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매출을 올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부분에 창업의 확대가능성을 엿보았다. 두 번째는 정량지표가 아닌 질적인 성장이다. 질적 성장이라는 표현은 상대적이다. 취업보다 자유도와 책임도가 높은 창업이 어렵고 고객의 마음 뿐 아니라 고용, 수익환원 등에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소셜 벤처창업은 고려할 점이 더 많아 어렵다. 그리고 20대 청년이 친구와 동료 사이를 오가며 팀을 구성하고 기업비전에 맞춰 그들만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유지하는 것은 녹록치 않다. 그러나 시작과 과정이 힘든 만큼 결과물이 주는 파급력이 작지 않다. 왜냐하면 경제에 속하는 창업에 사회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다시 코엑스로 가보면 두핸즈 인사팀장은 기업비전부터 기업문화 및 채용분야와 인재상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였다. 두핸즈의 전신은 두손컴퍼니이다. 2011년 노숙자를 포함한 일자리 취약계층을 종이 옷걸이 제작에 참여시키고 임금을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초기 사업모델은 물량에 따른 제조가 핵심인데, 주문량이 일정치 않아 개인 판매자들을 고객으로 하여 물류통합관리 서비스로 전환하였다. 온라인 거래와 제작자와 소비자간 직접 거래가 급증하면서, 회사규모가 커짐에 따라 취약계층의 일자리도 안정화되었다. 필자가 4년 째 맡고 있는 창업교양수업 중 소셜벤처 창업 관련 수업은 문화예술 혹은 1인 브랜딩 창업과 달리 해마다 창업사례의 부침이 유독 심하다. 다양한 이유들로 1-2년 안에 많은 소셜 벤처가 사라진다. 제품의 순수익 일정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초기의 신념과 달리 그 부분이 지켜지지 않거나, 동업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신체적 장애를 지닌 사용자로 한정되어 수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거나 등이다. 두손컴퍼니는 이 모든 장벽들을 넘으며 창업 11년차를 맞이했고 개발자를 신규채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핸즈 채용설명은 왜 우리 회사의 이익을 취약계층과 나눠야 하고 일자리에 연결해야 하는지 모르겠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두핸즈를 지나가셔도 된다라는 말에 방점을 찍었다. 창업은 명사이고 소셜 즉 사회적이라는 단어는 형용사이다. 형용사는 명사의 성격을 자세하게 설명하거나 꾸며주는 말이다. 다시 말해 형용사는 그 위치를 굳이 분리하자면 꼭 있어야 할 명사에 추가된 단어이다. 창업가를 포함한 모든 기업가는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을 의무가 있다. 그러나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적 기여 및 영향력까지 고려할 의무는 없다. 즉 창업자의 선택이다. 시대변화에 따라 창업의 목적과 형태도 달라진다. 지금을 사는 20대들의 선택이 창업비전이 되고 창업자 신념이 되어 시간을 견딘 후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보이는 수치들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경제•사회•문화적 효과는 상상 그 이상이 된다.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구인 구직 매칭, 재도전 기회, 청년 창업자 간 소통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더 활성화 되어야 할 것이다. /윤진영 원광대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2.06.20 15:51

영농철 농작업 안전에 주의해야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은 6월, 농촌 들녘에서는 보리 수확과 모내기가 한창이다. 또 매실, 양파, 감자 등의 농작물 수확으로 농민들은 추수 시기와 더불어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농민들이 분주한 만큼 농기계 이용도 많은 시기이다. 농작업에 필수인 경운기·트랙터 등의 농기계는 영농의 편의성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농기계 안전사고 증가라는 부작용도 끊이질 않고 있다. 요즘처럼 바쁜 시기, 농가들은 농작업 안전사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농기계 사고는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농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농촌진흥청에서 지난달 발표한 ‘2021년 농업인 업무상 손상 조사결과’에 따르면 농작업 관련 사고로 고령, 남성, 넘어짐 손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업무상 손상 발생률은 2.4%로 2019년 2.7%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성별로는 남성 2.8%, 여성 1.9%로 남성이 높았고, 나이별로는 50세 미만 1.3%, 50대 1.8%, 60대 2.7%, 70세 이상 2.9%로 고령일수록 높아졌다. 발생 상황을 살펴보면 넘어짐이 26.4%로 가장 높았고, 무리한 동작 등의 신체 반응 손상 17.1%, 추락사고 15.9%, 충돌·접촉 사고 15.3% 순으로 나타났다. 농기계 관련 손상은 29.3%, 농기구 관련은 23.2%의 수치를 보였다.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한 농기계는 경운기가 35%였고, 예취기 17.2%, 트랙터 12.3% 순이었다. 농기구 관련 사고는 대부분 사다리(51.9%)와 낫(18.6%)과 관련하여 발생했다. 작물별로는 과수 3%, 논 2.4%, 밭 2.1%, 시설 1.6%로 과수를 경작하는 농민에게서 발생률이 높았다. 청년농업인, 귀농인 등 농업에 종사한 기간이 길지 않은 초보 농민들은 농작업에 서툰 경우가 많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데 농촌진흥청 조사결과만 보더라도 농작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사고 가운데 넘어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경운기, 예취기 등의 농기계와 사다리, 낫 등의 농기구를 사용할 때도 사고가 발행하는 경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있다. 기상청의 기후 전망에 따르면, 올여름 온도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돼 불볕더위로 인한 건강관리에도 신경써야한다. 특히, 고령농일수록 사고 발생 시 사망 및 중증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미끄러짐과 넘어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농작업화를 착용하고, 신체 반응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작업 전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고 무리한 작업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 농작업 전후 장비 점검은 필수이며, 도로를 주행하는 농기계에는 후면과 옆면에 야간안전 반사판을 부착하여 차량 등과의 충돌을 피해야한다. 물론 술을 마신 후 운전하거나 농기계 조작은 절대 삼가야 한다. 국제노동기구는 농업을 광업, 건설업과 함께 3대 위험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농민의 업무상 사고 발생률이 타 직업군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업 현장 특성상 언제나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6월, 그 어느 시기보다 마음이 바쁜 우리 농민들은 하루해가 짧게 느껴질 수 있다. 농사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시기이지만,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주의를 기울여 우리 농민들이 사고 없이 안전한 영농철을 보냈으면 한다. /정재호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6.13 15:42

시간과 건축공간

가까운 미래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노화를 멈추고 몸에 새겨진 시계에 1년의 유예 시간을 제공받는다. 이 시간으로 음식을 사고 버스를 타고 집세를 내는 등 모든 것을 시간으로 계산한다. 부자들의 금고에는 세대를 거쳐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보관되어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퇴근 버스를 탈 2시간이 없어 심장마비로 죽고 동네 불량배는 다른 사람의 시간을 훔치는 게 일상이다. 소수의 영생을 위해 다수가 죽어야 하는 시스템으로 빈민가에 사는 많은 사람은 매일 오르는 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죽어 나갈 수밖에 없다. 삶에 필요한 비용이 모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간으로 결제가 되는 시간의 상상력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우리는 눈앞에 닥친 시간만을 급박하게 대하며 살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보내고 있는 시간은 순환한다. 아침이 되면 닫혀 있던 건물들이 문을 열고 회사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다가 날이 저물면 도시의 길에는 사람이 종적이 줄어들게 된다. 매년 더 뜨겁고 습해지는 여름이 다가오지만 때가 되면 지나간다. 같은 건물이라도 새벽녘의 모습과 저녁노을이 비칠 때의 모습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 건축설계 자체는 평면에 그리는 2차원적인 작업이나 그것은 3차원적으로 지어질 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사람은 찰나가 아닌 지속하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므로 건축 공간은 사람이 머물고 움직이며 생활하는 긴 시간을 위해 수많은 물질로 지어진다. 땅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주 천천히 그 어떤 것보다도 깊이 변하는 것이며 이렇듯 물질을 통해 시간을 불러내고 이어가는 일이다. 어떤 건물이든 특정한 사회를 위해, 특정한 장소에, 특정한 용도를 위해 지어지게 되어 있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주문생산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용도를 단지 편리함의 측면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짓고자 하는 시설의 본래 목적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집과 집 사이의 간격처럼 가까운 거리만 보고 살지만,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면 먼 산과 하늘을 보게 된다. 건축공간은 크건 작건 그것이 서 있는 주변과 거리를 두고 대립하고 있으며 우리의 공동생활을 위한 규칙으로도 작용한다. 물리적 가치나 경제적 가치가 충분하더라도 사람들이 잘 가지 않게 된다든지 딱히 분명한 용도가 없으면 건물의 사회적인 가치가 사라진다. 고유한 지역성이나 역사성이 희박해진 우리의 건축과 도시에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으려면 지금 있는 흔한 주택들을 이 도시의 시간적인 삶의 일부로 여기고 시간이 어떻게 공간에 누적되는지를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집은 자기가 살아갈 현재를 위해 설계하고 짓지만 일단 지어지고 나면 미래를 향한 긴 시간이 그 공간에 누적되기 시작한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집과 길과 주변의 사물들과 함께 눈비를 맞으며 바람에 맞서며 다양하게 변화하는 시간을 경험한다. 예술적으로 잘 지은 집을 감상하기 위해 존재하는 건축이 아닌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건축의 근본을 말하고 실천하는 것이 좋은 건축이고 그것을 잘 만드는 사람이 좋은 건축가다. 우리 공동의 생활을 지탱하는 질서를 세우고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건축설계의 가장 큰 매력은 오래된 미래를 발견하는 것이다. 커피 한잔에 4분, 버스요금 2시간을 벌기 위해 오늘도 바삐 뛰어다니는 우리에게 건축은 시간을 짓는 이들의 노력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게 한다.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2.06.06 13:55

창업의 달콤한 유혹

며칠 전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테라-루나(UST) 폭락사태’로 인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업체 대표를 고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테라-루나 사태’는 한국산 가상화폐인 ‘테라’와 ‘루나’가 하루 만에 119달러에서 1달러 채 되지 않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사건이다. 이에 대표적인 유행성 암호화폐 중 하나인 도지코인의 공동 창업자 빌리 마커스는 SNS를 통해 ‘테라-루나’ 사태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지코인 또한 작년에 폭락사태를 겪으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적이 있다. 암호화폐에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과 시장 상황들로 미루어봤을 때 암호화폐 시장은 아직까진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에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조치 이후로 불안정한 암호화폐 시장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시장이 있다. 바로 ‘창업 시장’이다. 2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유통, 교육, 서비스 등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생겼으며, 외식업의 소비형태가 재편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탈(脫)배달’ 현상을 들 수 있다. 영업시간 및 인원 제한 조치가 모두 해제된 4월 18일부터 30일까지 배달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일반음식점 매출이 12% 감소했다. 또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앱 3사의 총 이용자 수가 전월 동기 대비 11% 감소했으며, 배달 주문은 약 2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호황을 맞았던 배달업계가 정부 방역지침 전환으로 수요 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러한 ‘탈(脫)배달’ 현상으로 인한 이탈 인구가 창업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소자본 창업 행렬에 합류한 것이다. 전문 프랜차이즈 업계에 의하면 최근 몇 달 동안 배달업 종사자들의 문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주류업계 또한 창업 컨설팅 및 신규 납품 상담 중 배달업 종사자들의 비중이 전년 대비 10~20% 증가하고 있다. 배달업체 특징상 낮은 진입장벽에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높은 급여와 원할 때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유연한 근무환경에 익숙해진 이들이 기존의 고착화된 업무 형태에 다시 적응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돈을 쫓기 위한 일부 단순한 회피성 창업이 그들에게 새로운 요람이 될지 무덤이 될지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창업 시장이 과거와는 다른 형태를 보여 연일 불안정한 형태를 보인다. 과거에는 자신의 업(業)과 생계를 위해 다년간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시작하는 ‘독립 창업’의 형태가 많았다면 최근 몇 년간은 다양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등장으로 낮아진 창업 문턱과 정부의 창업지원으로 일명 ‘어부바 창업’의 형태가 많아지고 있다. ‘어부바 창업’은 사회적 경험이 적은 청년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좁아지는 취업 문턱과 자기주도적인 노동 가치관의 변화가 청년층을 창업 전선으로 이끈 것이다. 이런 현상이 그저 유행을 좇거나 대박을 꿈꾸는 성격이 강하게 느껴져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창업 시장은 10년 이내 폐업률이 80%가 넘을 정도로 리스크가 큰 시장이다.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심리의 변동요인이 과도하게 많기 때문이다. 창업으로의 진출이 쉬워졌다고 하더라도 그 준비 마저 소홀히 한다면 정작 어부바가 끝나 혼자 나아가야 할 때 원치 않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보다 철저한 준비와 리스크 대비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암호화폐 시장이 불안정한 이유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창업도 마찬가지이다. 창업은 망망대해를 항해하며 폭풍우를 뚫고 가는 것이다. 단순히 수익을 내기 위해,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남들이 하니까 유행처럼 몸을 맡기는 정도로 받아들인다면 신대륙에 도착하기도 전에 난파되고 말 것이다. 진출하는 분야의 업(業)을 경험해보고 그 가치를 진실로 받아들인다면 어느새 세찬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송민각 호남주류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2.05.30 14:23

가문의 영광: 새로운 창업모델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다. 가정을 만드는 가족구성원은 인류역사에서 변치 않는 시간적 구조를 가진다. 바로 어버이에서 자녀로 전수된다는 것이다. 오늘은 한 가정을 기반으로 대대로 다듬어진 기술력이 지역사회의 문화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말하려 한다. 2000년대 중반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상점은 가죽 메모지함과 가죽커버 노트 등을 팔았다. 필자의 눈길을 끈 첫 번째는 상점 현판과 진열장이 주는 웅장함이었다. 피렌체의 대표적인 메디치 가문은 아니지만 출입문 위쪽에는 금속의 문장이 솟아 있었다. 두 번째는 주인의 위풍당당이다. 깔끔한 셔츠를 차려입고 상품이 아닌 그 자리가 5대 째 내려오는 자신의 가문을 자랑한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온 지구에서 하나뿐인 창살모양의 문장이 전체에 박힌 메모지함과 주인의 자신감은 잊히지 않는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물건을 사고 기억하게 만드는 힘은 물건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학자 롤프 옌센은 그 이야기의 변치 않는 키워드는 가족, 우정, 사랑이라고 말한다. 피렌체에서는 손님에게 직접 가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태도와 분위기로 직접 전달했고, 지금은 스마트폰 화면의 글과 그림으로 전달하는 차이일 뿐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다양하게 기호식품을 구매하고 배송 받게 되면서 신선식품이 아닌 가공식품은 3대에 이르러 브랜드화가 활발해지고 있다. 충남 딸기농장의 할머니는 설탕이 딸기보다 비쌌던 시절, 할머니가 저장을 위해 설탕을 거의 넣지 않고 딸기잼을 만드셨다. 설탕첨가율과 무가당으로 건강에 신경 쓰는 요즘, 손녀는 시대가 원하게 된 할머니의 기술력에 비대면 판매와 유통을 위한 예쁜 포장과 가족들의 이야기, 브랜드 이름을 더한다. 그 결과는 한 개의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서만 1억 넘는 매출이다. 제주 해녀집안의 무용을 했던 손녀는 상경했다가 귀향하여 해녀를 주제로 한 공연을 보면서 뿔 소라 등 해녀의 식재료로 만든 식사를 즐기는 해녀의 부엌으로 브랜드화 한다. 제주 해녀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연, 특산품 판매, 맞춤형 식사 등이 복합된 참신한 아이디어는 듣기만 해도 설레지만 실제로도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의 우수사례가 된다. 로컬크리에이터를 비롯해 지역혁신 청년가 등 전북 내 각 관할지자체에서도 유사 주제의 창업들을 지원한다. 전국적으로 각 지역의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확대에 비해 그 개념에 대한 정립은 현재진행중이다. 그만큼 로컬, 즉 물리적으로 구분된 공간적 영역에서 문화와 경제효과가 나도록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것이 어렵고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본고에서 소개된 사례 외에도 우수사례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은 발견된다. 단순한 로컬 메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창조의 기반을 만들어준 나의 부모, 조부모 그리고 선대들이 일군 가업과 기술력에 대한 이해와 자부심을 토대로 한다. 여기에 트렌드를 읽는 감각과 제품 개선, 디지털 기술 등이 하나씩 더해져 매출로 연결된다고 하겠다. 결국 창조는 순식간에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라 과정인 것이다. /윤진영 원광대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2.05.23 10:24

곡물가격 상승과 식량안보

최근 세계 곡물 가격이 큰 변동 폭을 보이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곡물가격이 원유, 비료 등 국제원자재 가격과 동조화되며, 생산과 소비 등의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IMF는 물가충격을 경고하면서, 식량과 에너지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 등이 더욱 압박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곡물 가격의 변동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인 현상으로 고착화되고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곡물생산의 지역 편중성, 교역의 특수성, 독점적 곡물시장 구조 등 구조적 요인이 곡물 수급불안을 상시 야기하고 가격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곡물가격의 변동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정적 식량확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곡물 수요량의 80%수준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세계 곡물 가격 변동성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준 1,717만톤의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7번째 곡물수입국으로, 곡물자급률은 20.2%에 불과하다. 여기서 쌀을 제외할 경우 3.2%에 그친다. 특히, 밀 0.5%, 옥수수 0.7%, 콩 7.5%의 자급률은 크게 우려되는 수준이다. 국가별 식량안보 수준을 비교 평가하는 세계식량안보지수(GFSI)는 2021년 32위로,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생산, 해외농업개발과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 등 식량안보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소기의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목표 자급률을 2008년부터 5년 마다 설정하고 있으나, 매번 하향 조정 하고 있다. 2022년 곡물자급률 목표치 27.3%는 당초 2013년에 32.0%로 설정하였으나, 2018년에 다시 △4.7%p 하향 수정하였다. 2008년 세계 곡물 가격파동 이후 해외 식량조달사업을 추진하였으나, 답보 내지 중단 상태로 2018년 기준 국내 누적 반입물량은 3만톤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법적 구속력과 국가재정의 뒷받침 부족에 기인한다. 세계 곡물 가격파동의 주기적 순환구조와 주식인 쌀 자급의 착시 현상으로 인한 낙관적 인식도 한 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세계 곡물가격 변동성 심화는 식량 대외의존도가 큰 국가일수록 물가불안은 물론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발생시킬 수 있다. 특히, 금번 곡물파동은 세계 각국이 자국 식량수요 충족을 위해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등 이른바 ‘식량무기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위기가 현실이 되기 전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첫째, 식량문제를 국가안보로 인식하고 식량안보 규정을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기초식량의 안정은 사회 안정성 유지의 기본조건이며, 적정 식량재고와 일정 수준의 국내 생산 유지는 국가의 기본 책무이기 때문이다. 둘째, 식량안보 강화, 지속가능한 생산·소비, 먹거리 접근성 보장 등을 위한 정부의 ‘국가식량계획’의 실효적 추진으로 식량위기 대응을 위한 국내 식량자급능력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 셋째, 농업진흥지역 중심으로 우량농지를 보전하여 농지 이용율을 제고하고, 논·밭 활용 다양화로 쌀 자급기반은 유지하되, 기초식량 생산 장려를 위한 직접지불제 도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해외 사료곡물의 안정적 국내 반입을 위한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해나가야 한다. 국가는 농업생산의 기초 보존, 식량 생산 및 자원의 효율적 사용, 농업 및 식품사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식량자원의 낭비 방지 등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으로 우리 국민의 식량안보를 지켜나가야 한다. 식량이 무기가 되는 불안한 미래에 맞서 탄탄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재호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5.16 14:31

소통과 균형

새벽기도를 다녀오신 어머니 손에 이끌려 동네 초등학교로 향했다. 학교에는 환하게 불이 켜있고 추운 날씨에도 동네 어르신들은 벌써 길게 줄을 서 있다. 이웃 동네 분들도 곳곳에서 모이고 서로 간밤의 안부를 물으며 어머니와 차례를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고 6시가 되자 학교 강당의 문이 열리고 투표가 시작되었다. 안내하는 분이나 감독관도 다 동네 분들이라 여기저기 서로 인사 나누고 난로 주전자에 있는 커피믹스 한잔 받아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이른 아침 몇 시간만 지나고 가면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투표할 수 있는데도 새벽부터 너무 분주했고 피곤했던 그리고 설레고 긴장되었던 내가 막 성인이 되었을 때 처음 투표하는 날의 기억이다. 선거철이 되면 대선이건 총선이건 항상 나오는 공약 중에 지역 균형 발전이 빠지지 않는다. 진보나 보수정당 모두 균형발전 정책을 오래도록 추진해왔는데, 갈수록 지방 소멸과 수도권 집중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역 주력산업, 특화산업 육성을 지향하고 있지만 지역의 혁신과는 연결이 부족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두루뭉술해진다. 지방정치는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며 또 얼마만큼 진행되고 있으며 어떻게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보편적인 의견을 추론해 봐야 한다. 그나마 중앙정부가 지역을 위해 추진해온 정책과 사업에는 현장성이 부족하다. 우리는 모두 현장에서 답을 찾고 현장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지 못하고 산업 중심, 중앙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에 익숙해 있다. 지역의 역량과 자산은 지역에 있는 산업체, 대학, 출연연구기관, 공공기관, 각종 단체, 지역의 인프라와 자원, 문화와 역사 이 모든 것의 총합이다. 균형발전 정책의 실제 적용 대상이 되는 지방의 관련 주체인 지자체, 지역주민 등의 참여와 역할은 상대적으로 미흡하고 수도권 집중으로 이익을 축적해 온 기득권 세력이 쥐고 있는 중앙에서 만든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지금까지 중앙의 간섭이나 신 중앙집권이 논의되는 것을 보면 완전한 지방자치의 실천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지만 법과 제도의 완전한 정비와 그 실천을 중앙정부에 꾸준히 요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단순한 일보다는 많은 사람의 지혜가 모일 때 제일 나은 선택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진다. 소통의 방향과 마음의 움직임을 생각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가진 리더의 정책은 구성원의 만족을 끌어낼 수 있고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는 필수적인 요소이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각종 현안을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해결하고 따뜻하고 진솔한 지도력을 보여준다면 리더는 권력이 아닌 서로 존중해주는 대상이 될 것이다. 모든 정책은 사람들의 안녕을 위함이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이다. 사라져가는 우리의 고향, 일자리, 학교, 아이들을 위해 쉼 없이 앞으로 나가야 한다. 놀이터에서 시소를 타는 아이들은 상대 친구와 무게를 맞추기 위해 앞뒤로 옮겨가며 앉아보고 그래도 안 되면 자기 가방이라도 올려서 균형을 잡는다. 호남의 절반인 우리 지역이 가진 자산을 기반으로 다시 한번 확고한 목표를 정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도민 모두가 스스로 우리 지역을 가꾸어 나가는 정성으로 서로 소통하며 조금은 파격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지금이다.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2.05.09 13:49

노동 가치의 왜곡

전주시 완산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그토록 기다렸던 코로나 거리두기 완화 소식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거리두기 완화 이후 몰려오는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나, 부족한 일손과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인건비로 달리기도 전에 지쳐버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완주군 3공단에서 자동차부품 제조업을 경영하는 대표자 B씨는 오늘도 한국을 떠난 외국인 노동자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구직사이트에 몇 차례 들어가 봤지만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현재 대한민국의 구인난은 왜 심각해지고 있을까? 노동의 가치가 변화된 것이 아니라 왜곡되고 있다. 자산가치가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등 변동성이 높은 자산들이 큰 폭으로 요동치다 보니 한 방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즉 노동을 통한 소득으로 자산을 갖기보다는 투기에 가까운 투자로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의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노동의 가치마저 잃어버리고 오로지 한 방에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노동이 재산 형성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노동의 참된 가치는 노동 환경 속에서의 사회화 과정을 통한 사회성과 인격의 성장이다. 노동이 결여된 일부 과도한 투기 행위들로 하여금 일확천금의 환상을 좇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올바른 가치인지 우려스럽다. 플랫폼 배달업체로 인력이 몰리고 있어 구인난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SNS통해서 ‘일당 수십만 원을 벌었다’라는 배달 인증 글이 유행할 정도로 배달 아르바이트에 관심이 높다. 플랫폼 배당업체에 종사하는 인력들은 유연한 근무환경과 높은 급여로 모두가 선호하고 있는 직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배달업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고 원할 때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장점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고수익 배달업이 유지될 것인가? 코로나 이후 새롭게 변화된 산업에서 플랫폼 배달업은 새로운 변화를 겪을 것이고 단기간 유연하게 근무하는 노동자는 언제든지 일이 끊기게 될 것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새고있는 정부지원금이 문제다. 최근 몇 년 전부터 국가 및 지자체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권장하고 나아가 기업의 안정적인 고용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이러한 사업들이 고용시장의 숨통을 틔워준다. 하지만 정부의 궁극적인 사업 목적과는 다르게 일부 청년층은 최소한의 노동으로 최대한의 혜택을 받기 위한 일명 ‘꼼수’를 부리고 있다. 업(業)을 통한 생산과 그로 인한 세금으로 정부지원금이 운영되는 순환구조를 망가트리는 이러한 움직임에 정부와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노동은 삶의 필연적인 조건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코로나로 한국을 떠난 외국인노동자가 줄어들며 노동시장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농가, 공장 등 외국인 노동자를 확보하려는 경쟁까지 생겨나면서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인건비가 올라가고 있다. 농촌과 공장뿐만 아니라 유통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비자 발급의 문을 더 열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안정적인 외국인노동자의 입국과 채용에 대한 대책이 나오지 못하면 모든 생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에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부상하고 있으며,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있다고 하여도 노동이 없는 가치는 허구에 불과하다. 즉 우리는 땀 흘려 얻은 작은 결실이 주는 가치가 우연히 얻어진 행운 이상의 행복감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노동과 함께 직업에 대한 일을 배워야 한다. 노동의 가치가 중시되는 건전한 사회를 창출한다는 기본 개념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세계적인 강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열악하고 어려웠던 환경에서도 꿋꿋이 노력했던 노동의 가치가 없었다면 불가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송민각 호남주류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2.05.02 14:21

빛이 된 그림자: 쓰레기의 변신

4월은 추운 날씨가 풀림으로써 여행이 시작됨을 알린다. 여행이라는 단어는 듣는 이에게 휴식, 오랜만의 외출, 일상에서 벗어나기 등 기대감을 준다. 오늘의 주제는 여행의 즐거움에 가려진 흔적, 쓰레기의 변신이다. 여행의 핵심은 이동이고 이동 시에는 먹고 마시는 일들이 편리하고 행장이 가벼워야 한다. 한 사람의 1일 바닷가 여행에는 플라스틱 생수병, 알루미늄캔, 비닐봉지 등이 함께한다. 1972년 달에 착륙한 아폴로 16호에서 찍힌 지구사진의 이름은 청량한 바다와 대륙이 어우러진 ‘푸른 구슬’이다. 1997년 미국의 환경운동가는 남태평양 근처에서 우연히 커다란 섬을 발견한다. 남한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섬은 안타깝게도 플라스틱 아일랜드로 불린다. 이름 그대로 각종 플라스틱과 비닐로 덮인 섬이다. 2022년 강의실에서 필자는 학생들에게 생수병을 납작하게 눌러 분쇄 후 열로 응축하여 뭉친 펠트필통 상품을 보여주며 공정과 가격을 설명했다. 최근에는 여행 시 가볍지만 잡동사니가 많이 들어가고 잘 늘어나는 니트 손가방을 구입했다. 주말에는 그동안 마셨던 음료수 병들을 플라스틱 칸에 열심히 분리수거한다. 캔류가 섞였는지 재차 확인까지 하면서. 니트 손가방 1개는 500ml 생수병 16개를 잘게 잘라 실로 만들어 니트원단을 주름잡아 주름이 펴지면서 물건부피에 따라 가방이 늘어난다. 기존 실보다 페트병에서 나오는 실은 길이가 짧고 불규칙 하여 실을 뽑는 공정이 훨씬 힘들다. 그리고 물병이라도 세척과정을 다시 거친다. 지금까지 내용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의문이 들 것이다. 만들지 않고 쓰지 않으면 쉽지 않을까. 제 1의 물결인 농업혁명에서 제 3의 물결인 정보화혁명을 넘어 4차 산업혁명까지 인류가 이룬 진보와 풍요를 역류할 수는 없다. 가장 오염이 덜 된 천혜의 환경은 원시시대이기 때문이다. 다만 속도의 조율이 필요하므로 덜 쓰고 버리며, 버려진 것들을 자원으로 순환시켜 상품화하는 방법이 포함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내세운 것이다. 이 발전은 결국 새로운 시장형성과 연결된다. 잔반을 남기지 않으려는 노력이나 폐지로 동물 만들기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개인의 실천과 달리 이윤을 창출하는 수익모델과 연결된다. 친환경 제품으로 접근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페트병 니트 가방을 사도록 만든 상품성과 가방의 스토리가 퍼지도록 한 소셜 미디어가 있다. Z세대가 사회와 환경이슈에 민감한 특성을 가졌다고 하여 무조건 구매클릭을 누르지 않는다. Z세대가 아닌 필자도 가격, 형태, 무게, 색, 활용도까지 따져 볼진데, 이전 세대들보다 친환경 제품정보 공유와 트렌드에 더 익숙한 이들은 세탁관리까지 추가할 것이다. 서울 새활용 플라자를 비롯해 전주 다시봄 센터, 광명 업사이클 센터 등 친환경 창업지원과 보육기관이 확산중이다. 한 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재활용인데 왜 비싸냐는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데 10년 가까이 걸렸다고 말한다. 관심이 있다면 시장은 형성되고 있으니, 고객 및 유사제품, 설계, 재료수급, 디자인, 공정, 품질표준화까지 꼼꼼히 따진 후 시작하길 권한다. /윤진영 원광대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2.04.25 19:12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봄을 기다리며

얼마 전부터 주유소의 가격표시판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2년 전 리터 당 1,100원 하던 경유가 어느덧 2,000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유가 사태 이후, 14년 만에 폭등이다. 일각에서는 경유가 휘발유의 가격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고, 서울 일부 지역은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역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산 경유 수급에 문제가 심각한 글로벌 경제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나토(NATO)’의 동진에 대한 러시아의 불안과 우크라이나를 병합하려는 팽창주의 등 복합적인 이유로 발발된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전쟁이 어느덧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후 우크라이나의 물질적, 인명피해는 물론 침략국인 러시아의 경제 또한 서방세력의 강력한 경제제재로 위협받는 실정이다. 그중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에너지 문제이다.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의 45%와 원유의 25%를 러시아가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에너지 수입 비중을 낮추며 경제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러시아와 연결된 가스관인 '노드스트림2'의 승인을 보류했으며, 미국 및 동남아시아 등에서 급하게 LNG선으로 천연가스 수송에 나섰다. 하지만 단기간에 유럽으로 천연가스 공급량을 늘릴 수 없어 에너지 대란은 피할 수 없다. 보통 가스 및 원유는 파이프를 이용해 수출입이 이루어지는데, 관을 통하는 국가에 막대한 수수료를 지급한다. ‘노드스트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수수료를 주지 않기 위해 바다를 통해 독일로 연결한 가스관이다. 미국과 독일은 지난해 완공된 ‘노드스트림2’의 승인을 철회하여 러시아를 향한 경제제재를 가한 것이다. 이에 러시아도 제재가 계속되면 현재 공급하는 ‘노드스트림1’을 끊겠다는 주장이다. 천연가스 공급을 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더욱 과열되고 있으며, 이러한 공방전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에너지 전쟁으로 평가하는 이유이다. 위와 같은 분쟁 속에서 우리는 과거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에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백년전쟁의 표면적인 원인은 공석이 된 프랑스 왕위를 쟁탈하기 위함이지만, 그 내막은 프랑스 최고의 와인 생산지인 보르도 지방을 얻기 위한 와인전쟁이다. 보르도 지역에서 나온 와인으로 거둬들이는 세금이 당시 프랑스 전체 세금보다 많았을 정도이니 보르도를 차지하기 위한 양국의 전쟁은 예견된 것이다. 백년전쟁 이전에 보르도 지방은 당시 프랑스 남서부의 아키텐 공국에 속했다. 아키텐 공국의 지배권은 엘레아노르 공주에게 있었는데, 프랑스의 왕 루이 7세와 결혼으로 보르도 지방을 프랑스가 소유하게 된다. 하지만 그 둘의 이혼으로 아키텐 공국은 엘리아노르가 다시 가져간다. 이후 영국의 왕인 헨리 2세와 결혼하며, 프랑스 내에서 아키텐 공국의 땅이 영국령으로 귀속되게 된다. 프랑스는 자신의 영토에서 영국이 보르도 지역을 소유하는 것이 달갑지 않았고, 결국 100년 동안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국가 간 상충하는 이해관계와 영토분쟁 그리고 권력층의 이권다툼으로 장기화되어 가는 전쟁의 양상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백년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공통점은 전쟁의 공포와 고통일 것이다. 전쟁이 끝나도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안길 것이며, 그 아픔은 보상받지 못할 것이다. 오는 4월 5일 화요일은 24절기의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晴明)’이다. 완연한 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은 우크라이나는 5~6월은 되어야 봄이 온다. 그렇기에 우크라이나의 4월은 춥다. 하루빨리 전쟁이 종식되어 그들에게 봄이 오길 바란다. /송민각 호남주류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2.04.18 18:50

탄소중립, 농업·농촌의 새로운 기회로

농업은 날씨 변화에 민감하다. 예나 지금이나 농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기후인 것이다. 기후변화는 농산물의 생산량 감소, 품질 저하, 병해충 발생 빈도·강도 증가, 재배 적지 변화 등 우리 농업 생산기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도 최근 10년간 이상기온이 지속되는 현상이 증가하고 고온, 다우 등의 이상기후 발생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기상이변이 늘어나면서 농작물 재해 발생도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기후변화 영향으로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채소가 크게 감소하고, 과수 재배 적지도 북상하는 등 농산물의 주산지도 변화하고 있다. 농업은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 온실가스 감축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 토양, 과수, 산림 등의 농림자원은 대표적 탄소저장고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토양의 탄소저장량은 대기의 2~3배로 가장 효과적인 탄소 감축 수단이다. 특히 토양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며, 탄소농사는 토양 속 이산화탄소 저장을 확대할 수 있는 등 농업은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토양의 탄소저장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핵심 산업임에 분명하다. 물론, 농업부문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요 배출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농업의 탄소배출 현황을 살펴보면, 농경지 경종(벼재배)과 축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2018년 기준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9%를 차지한다. 경종은 55.6%, 축산은 44.4%를 차지한다. 경종 분야에서는 화학비료 투입과 논물의 혐기성미생물 분해, 작물잔사소각 등에서 배출되고 있으며, 축산은 가축의 장내발효 및 가축분뇨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1990년 대비 경종은 22.3% 감소, 축산은 62.0% 증가한 수치로, 이는 벼재배 면적의 지속적 감소와 가축사육두수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농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수단은 대부분 정부 정책사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농업부문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총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적고, 타 산업에 비해 영세하고 불특정 다수의 소규모 농가가 배출원이라는 특성상 규제 중심의 정책보다는 지원사업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 경종 부문은 간단관개, 논물얕게대기 등 논물관리, 축산 부문에서는 가축분뇨 처리시설 확충과 양질의 조사료·저메탄사료 보급으로 장내발효 개선을 통한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부문에서의 효과적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농업생산 뿐만 아니라 농식품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탄소중립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저탄소·친환경 농산물 및 국산농산물 소비(탄소발자국 감축)와 음식물쓰레기 감축 등 친환경 소비 실천을 위한 소비자의 공감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투입·자원순환형 농업 확산과 에너지 이용 효율을 개선하고, 무엇보다 농업인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직불금 연계 등의 지원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농업분야 자연재해 발생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상기후 대응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 증가와 농업인 부담 가중으로 농업 전반의 경쟁력 상실은 불가피하다. 탄소중립 실현의 주체로서 농업·농촌의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기후변화를 농업환경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 체계 구축을 위한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농업 전후방의 적극적인 탄소저감과 환경보전 활동이 농업소득 증대와 농산업 및 농식품 전반의 경쟁력 향상의 새로운 기회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정재호 전북농협 본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4.18 11:44

길을 사랑한 건축가

가벼운 운동복에 물 한 병 들고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봄바람과 함께 달리니 코에 봄기운이 가득해진다. 건물을 벗어나 천변을 따라 내려가니 화려한 봄꽃과 우아한 몸짓의 새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한 무리의 까치가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유유히 걸어 다니고 통통해진 오리들도 사람을 피해 도망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물속에도 물고기가 있는지 수중발레 선수처럼 두 다리만 물 밖으로 내놓고 머리는 바닥을 탐색하고 있다. 오리 구경도 하면서 봄에 취해 한참 달리다 보면 내가 목표했던 반환점을 지나쳐 돌아올 때는 온몸이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다. 요즘 도시는 자전거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인도와 자전거길이 구분되어 있고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로 주말에는 제법 북적거린다. 의자에 앉아 잠시 쉬어가면 주변의 풍경들에 눈이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바로 옆 높은 빌딩을 가로지르는 자동차들 사이로 자전거 길을 벗어나면 오래된 단독주택들이 보인다. 좁고 오래된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가면 내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예쁜 수채화 그림을 보는 듯하다. 그 작은 공간이 주는 친근함과 포근함에 길을 걷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도시에 살면서 고개를 들어 편안하게 하늘을 보는 게 몇 번이나 될까. 사무실에서 컴퓨터나 문서 더미에 쌓여 있다가 낡은 골목길에서 만난 사소한 만남이 지친 몸과 마음을 해방한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이 만든 구조물과 다양한 형태의 공간에서 그에 맞춰 적응하며 살아간다. 정보기술의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고 역동적이라 질 좋은 장소로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도시 간의 격차, 도시 내의 격차도 점점 커진다. 가상공간은 처음에는 현실 공간과 정반대로 구상되었지만, 점차 현실 공간과 비슷해지고 있고 온라인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하지만 새로운 고립과 불평등도 만들어 낸다. 현실과 가상이 혼재하는 정보화 시대에 기술과 정보는 풍성하지만 건조한 기술의 세계에 갇히지 않도록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을 조율해야 한다.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현재를 분석하고 진단한다면 건축가는 공간을 통해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변화하는 건축의 중심에 서서 도시 진화의 기반을 마련하며 정보 교류의 장으로서 관련 조직 간 화합을 유도해야 한다. 옛것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방향과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재해석하여 창조하는 방향이 공존해야 한다. 삶과 건축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이고 건축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이며 우리 삶의 본질적 요소이기도 하다. 오늘날 경쟁과 자본사회의 집적공간인 도시에서 생존을 위한 요소들은 저절로 제공되지 않는다. 도시를 이루는 다양한 요소 중 시민의 삶을 담는 건축은 중요한 물리적 환경이며 새롭게 변화하는 건축을 통해 도시는 더 나은 환경으로 진화 할 수 있다. 길과 광장을 예찬한 많은 역사학자와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무미건조한 산업도시를 비판한다. 도시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새로운 변화 요구에 부응하는 건축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도시는 변형을 거듭했지만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걷는 수고를 받아들이고 얻은 뿌듯함과 돌아서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세월의 흔적 하나하나가 정겹고 사랑스럽다. 등줄기로 흐르는 땀을 식히기 위해 길모퉁이 그늘에 앉아 나른한 피로와 함께 도시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2.04.11 14:44

영농철 농촌인력 부족 문제의 해결을 바라며

농촌인구 감소와 급격한 노령화 등으로 영농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 농촌의 일손부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근로자의 입국이 제한되면서 영농인력난 심해졌고 인건비 상승에 따른 농가의 경영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오는 6월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인해 농촌의 가용 인력이 농업 현장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어 인력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농촌에서는 영농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커졌다. 외국 인 계절근로자는 2021년 7월말 기준 배정인원 6,216명 중 입국인원은 493명 약 8%에 불과했다. 고용허가제도 상황도 마찬가지로 배정인원 6,400명 중 실제 입국은 약 1,350명(10월말 기준) 남짓이었다. 이로 인해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근로자 체류인원은 2019년 12월 기준 3만 2,289명에서 2021년 8월 기준 2만 8,020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올해 외국인력 공급 여건은 고용허가 외국인근로자와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 확대로 전년보다 양호할 것으로 생각되나,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변동성이 존재할 수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농업인의 71.5%가 코로나19 이후 영농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는 비공식 경로를 통한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 고용이 만연한 상황이고, 외국인근로자 주거시설 기준 강화도 고용농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영농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밭농업 기계화율은 61.9%에 불과하다. 특히 파종과 정식 작업은 12.2%, 수확 작업은 31.6%로 저조한 실정이다.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본격적인 농번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농촌 인력수급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농촌인력중개센터 확대 운영, 도시지역 구직자와 국내 체류 외국인력의 농작업 참여 활성화,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 시범사업 등을 통해 영농철 농업 인력 공급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단기간에 가장 많은 인력이 필요한 품목으로 매년 인력수급에 가장 취약했던 마늘·양파 생산 전(全)과정 기계화 사업도 지속해서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전북도에서는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시군 인력 수급 대책을 점검하고 농가의 일손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농촌인력중개센터를 30개소에서 32개소로 확대 운영하고, 도 단위 자체 농촌인력중개센터를 신규 운영한다. 또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활성화를 위해 산재보험료, 파견근로자 차량 임차비 등을 도비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전북농협에서도 지자체 협력 영농작업반 28개소 운영, 법무부 협력 사회봉사대상자 농촌지역 집중 투입, 범농협 임직원 농촌일손돕기 활성화, 전북도민 농촌일손돕기 참여 캠페인 등을 통해 농번기 농업 인력을 집중 투입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무주군·임실군과 협력하여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여 단기 근로인력이 필요한 농가에 공급하는 방식의 공공형 계절근로 시범사업에도 참여한다. 정부, 지자체, 농협 등의 기관들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농업 인력이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나가고 있다. 기관·단체, 자원봉사자 등의 적극적인 농촌일손돕기 참여를 기대한다. 실제 농가가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규모의 인력이 지원되어 농번기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농민이 없기를 기대해본다. /정재호 전북농협 본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3.21 14:09

숨바꼭질

첫눈 내리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 올 것 같은 초겨울의 기다림이 지나고 오래 정들었던 겨울나무 사이로 바람 끝에 봄이 묻어왔다. 봄이 오니 그동안 가지 못한 여행 생각이 간절하다. 오래전 이맘때 친구와 처음 해외여행을 간 나라는 일본이다. 경차가 많고 도로는 좁아 보였다. 작은 집들과 겸손해 보이는 사람들의 몸짓이 인상 깊었던 첫 여행이었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각종 홈쇼핑에서 여행상품이 많이 나왔을 텐데 요즘은 건강식품이나 명품 방송이 많아졌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시대, 먹고 싶은 것은 언제든 먹을 수 있고 구입하고 싶은 것은 클릭 한 번이면 가질 수 있는 세상이다. 비록 잠시의 행복이지만 상대적인 우월감도 가질 수 있다. 집안은 물건들로 점점 가득 차고 빚도 늘어난다. 자기 능력 이상의 것을 소유하면서 물질적 풍요는 누리지만 정신적으로 공허해지고 외로워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바쁘게 사는 것이 잘사는 거라고 착각하며 밤새 불이 켜져 있는 도시와 더불어 잠들지 못하고 바쁜 것을 핑계 삼아 가까운 이들에게도 이기적이고 무관심하게 행동하며 시간을 내어주는 일엔 늘 인색하다. 많은 사람이 경제적 자유를 꿈꾸지만, 돈이 많든, 적든 여부와 상관없이 경제적으로 자유를 얻기는 힘들다. 다만 경제적인 여유를 위해 노력하고 노력할 뿐이다. 보고 듣고 말할 것이 많은 요즘 우리의 눈과 귀와 입은 늘 쉴 틈 없이 피곤하다.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각자의 도덕관, 윤리관 등 모든 가치관에 대해 확신이 없고 주변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너무 바쁘게 살고 있다면, 주말조차 여유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면 스스로 정원을 가꾸듯이 마음의 여유를 위해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의 결핍이 일어나면 쉽게 화를 내고 지치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많이 있지만, 가치관의 부재,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 지나친 욕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성취의 기쁨 또한 찰나의 한순간이기 때문에 금세 또 다른 기준을 찾게 될 것이다. 비교하지 않고 온전하게 나 자신을 위해서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걸 얻기 위한 시간을 즐기고 싶다. 물리적인 최소화한 삶뿐만 아니라 내 삶에 시간적 공간적 최소화한 삶을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또 나를 지지하고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기준을 찾는데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숨바꼭질하는 마음으로 외부와의 약속을 잠시 미루어 두고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내가 나와 사귀는 시간, 내가 나와 놀아주는 여유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만 주변 사람들, 주변 풍경들을 돌아보고 다툴지언정 잘 풀어나갈 수 있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일 년의 두 달은 부지런히 지나갔지만 내가 맞이하는 시간은 그 공간에 물질적, 시간적 여유를 담아 손잡을 수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음을 깨닫고 앞으로 해야 할 힘든 일들도 더욱더 슬기롭게 꾸려가며 가끔 술래를 피해 나만의 숨을 곳을 찾아 짧은 고독도 즐겨야겠다. 다시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 첫 목적지로 터키를 꼽아 두었다. 사랑과 욕망이 가득했던 터키의 역사를 보면서 위대했던 술탄이 숨 쉬는 화려한 모스크도 궁금하고 저마다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비워진 나의 공간에 사람 냄새나는 여유를 담고 싶다.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2.03.14 13:56

와인의 명품, 샴페인

“형제들이여,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소.” - 돔 페리뇽(Dom Perignon) ‘매장이 오픈(Open) 하면 바로 달려간다(Run)’라는 의미의 ‘오픈런(Open Run)’이란 용어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연이은 명품의 가격 상승으로 줄을 서서 구매하는 현상에 새롭게 생겨난 신조어이다. 주류 업계 역시 가격 상승과 품귀현상으로 줄을 서서 구매하는 ‘오픈런’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와인의 명품 ‘샴페인(Champagne)’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샴페인은 다른 와인에 비해 특별함과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샹파뉴 지역에서 특정한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에만 샴페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샹파뉴 지역은 대서양의 영향을 받아 예측 불가능한 기후조건과 포도나무의 뿌리가 깊게 내려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백악질 토양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조건 덕분에 포도가 신맛이 강하며, 세심하고 예리한 맛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큰 탱크나 수조에서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각각의 병에서 최소 18개월의 숙성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포도부터 숙성까지 많은 제약과 복잡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다른 와인에서는 볼 수 없는 부드럽고 작은 기포와 깊고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샴페인은 맛과 품질을 보장받기 때문에 다른 와인보다 안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런던국제와인거래소(Liv-ex)는 상위 50개 샴페인의 가격 변동성을 나타내는 ‘샴페인 50지수’를 발표하는데, 매년 8~10% 정도 상승하는 지수가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약 33.8%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 당시 런던증권거래소에서 발표한 세계 주가지수 상승률(15.4%)보다 높은 수치라고 한다. 샴페인 투자자들이 웬만한 주식 투자자들 못지않게 큰 이익을 거두었다는 의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2020년에 비해 코로나19 위협의 점차적인 완화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찾는 수집가와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샴페인은 단순히 그 맛과 향으로만 세계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명품브랜드 그룹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이하 ‘LVMH’)의 성장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LVMH는 18세기 ‘끌로드모에’의 와인 사업과 모엣&샹동의 샴페인 하우스로부터 출발하였고, 20세기에 코냑 회사인 헤네시와 패션 회사인 루이뷔통의 합병으로 현재의 LVMH가 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와 명성 아래 그들이 보유한 ‘돔 페리뇽’, ‘모엣 샹동’, ‘크루그’와 같은 샴페인 브랜드는 명품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존재감을 보인다. 이들의 지난해 와인 및 스피리츠 부문 실적은 전년 대비 약 25.3% 증가한 5,974백만 유로(약 8조 1천억)로 그들이 가진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 입증됐다. 우리가 고작 술 한 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샴페인이 ‘루이뷔통’, ‘디올’ 등과 같은 명품브랜드와 나란히 서서 독자적인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샴페인은 고유한 맛과 품질면에서 세계적으로 많은 애주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나아가 특정 집단에게는 하나의 가치 있는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샴페인을 찾는 의미는 제각기 다르지만, 결국 샴페인이 주는 의미는 하나라고 생각한다. 바로 ’행복과 기쁨을 나눈다‘라는 점이다. 샴페인의 오랜 역사와 명성과 같이 투자 상품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과 기쁨을 나누는 와인의 명품이 되기를 바란다. /송민각 호남주류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2.03.07 14:04

우리의 한복, 변형만큼 중요한 원형

2월은 한복으로 시작한 달이다. 한민족 최대명절인 설은 옷장 속 한복을 꺼내게 했다. 색동저고리와 복주머니를 단 아이들에게 한복은 연례행사의 꽃이자 축제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색동저고리도 변화했다. 조선시대 염색한 양단이 귀했던 시절 소매부분만 오방색을 각각 이어 붙여 아이의 건강을 빌었다. 너무 귀한 천인지라 만들고 난 자투리는 작은 삼각형의 잣으로 만들어 장식처럼 덧대었다. 2022년 해외 럭셔리브랜드 구찌는 구찌상회를 열고 색동원단을 활용한 복고풍 상품들을 진열했다. 한편에서는 청년창업가가 색동원단으로 만든 운동화, 미니스커트를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소셜 미디어로 매일 대중들과 소통하는 일을 잊지 않는다. 색동 운동화와 설날의 색동저고리는 간극이 크다. 한편에서는 한 번씩 꺼내 입는 전통한복보다 매일 입고 소비할 수 있는 변형이 나은 방향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일상 속으로 들어온 상품도 좋지만 활용된 한복의 원형과 가치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두 입장 모두 옳고 그름을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한국 그리고 전통문화가 잘 보존된 도시에 사는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에 관한 것이다. 구찌를 비롯해 외국 디자이너와 명품 브랜드들은 특히 색동의 색감과 형태를 선호했다. 아마도 화려한 색들의 어울림과 서양에서도 익숙한 줄무늬가 주는 시각적 효과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표면적인 부분이 선택에 영향을 준 것이다. 그러나 강렬한 색동의 표면이 색동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색동의 오방색이 지닌 상징성과 색동저고리의 유래를 모르더라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5년 전 이탈리아 밀라노의 도서관에서 찾은 세계 민속복식 책에 한복저고리 깃이 차이나 칼라로 표기되어 있었다. 책을 다시 출판할 수는 없지만 정확한 사실은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입구 쪽 책상에 앉아있던 관리자에게 페이지를 보여주며 코리안 칼라라고 설명하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해외에서 더 강해지는 자국 전통에 대한 자긍심이 아니더라도 현재 국내외에서 한류패션의 이름으로 한복을 활용해 퍼져 나가는 상품들은 기체와도 같다. 기체는 그 가벼움으로 인하여 멀리 퍼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활용된 색동으로 비유한 문화 자산의 가치는 무거워야 한다. 원형은 그 자체로무게를 지니고 흔들림 없이 보전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구찌상회를 통해 젊은이들이 색동을 아는 것과 색동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 구찌상회를 접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한옥마을로 와보자. 한옥마을은 한옥과 한복 그리고 한식이라는 의식주가 동시에 가능한 독자적 브랜드다. 그렇기에 한복을 차려입고 한옥마을을 거니는 사람들 자체가 브랜드 광고이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광고는 무엇일까. 경복궁, 민속촌에서의 한복체험보다 기억에 남아 내 친구와 이웃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한옥마을 대여상점에서 한복을 빌려입는다. 체험 후 탈의하더라도 입었던 한복이 배자인지 당의인지 머리에 꽂았던 것이 비녀인지 떨잠인지는 기억하도록 하자. 대여상점에서 각 아이템별 그림과 명칭 그리고 쓰임새가 적힌 엽서를 비치하거나 판매한다면 한복체험의 추억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입었던 것들의 엽서모음이 곧 나만의 한옥마을 컬렉션을 완성할 것이다. 우리만이 한복의 가치를 정확히 알리고 지킬 수 있다. /윤진영 원광대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2.02.21 14:12

공익직불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 농업·농촌은 많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장둔화와 활력저하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고투입 관행농업, 고밀도 축산 등으로 농업의 환경부하가 가중되고, 농촌공간의 체계적 관리 보전 미흡, 환경오염원 관리 부실로 농촌경관과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환경, 생태보전과 안전한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높아지고 농축산물 안전성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지는 등 국민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농촌 환경보전, 농촌 공동체 유지, 식품 안전 등의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인 소득안정을 위해 기존 직불금 제도를 보완한 ‘농업농촌 공익증진직불제(이하 공익직불제)’가 시행되었다. 공익직불제는 ‘기본형 직불제’와 ‘선택형 직불제’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직불금을 받기 위해서는 ‘농지요건’과 ‘농업인 자격’ 등을 모두 갖춰야 한다. 종전의 쌀고정·밭고정·조건불리직불 대상 농지이면서, 대상농지가 2017년부터 2019년 기간 중 1회 이상 직불금 수령실적이 있어야 기본직불금을 신청할 수 있다. 또한, 기본직불금 신청자는 지급대상 농지를 경작하면서, 농업경영체에 등록하고, 2016년부터 2019년 기간 중 직불금을 1회 이상 수령한 실적이 있어야 한다. 공익직불제 시행 2년차인 2021년 기본직불금 지급 대상은 112만 농가·농업인으로, 지급 총액은 총 2조 2,263억원이다. 사전 검증 강화, 농지의 자연감소 등으로 지급 대상 면적이 줄어 지급 총액이 2020년보다 506억원 감소하였다. 공익직불금 수령농지는 108만 3천ha로 전체 농경지(156.5만ha)의 69%만 직불금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 48만 2천ha(전체 농경지의 31%)는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쌀고정·밭고정·조건불리직불 대상 농지가 아니거나, 직불금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영향이다. 공익직불제의 성공적 안착과 농업인 만족도를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첫째, 실경작자가 직불금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자격요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신청자가 2016년부터 2019년 기간 중, 신청한 농지가 2017년부터 2019년 기간 중 직불금을 지급 받은 실적이 없으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농사를 짓고 있음에도 과거 특정 기간에 불가피한 상황으로 신청하지 못해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농업인에 대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둘째, 지역 특성과 탄소중립 정책을 고려한 선택형 직불제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의 공익직불제는 기본형 직불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보다 높은 수준의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창출을 위해서는 청년농업인직불, 식량안보직불, 탄소중립직불 등 다양한 선택형 직불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셋째, 공익직불제 예산 확대가 절실하다. 2022년 공익직불제 예산은 지난해와 동일한 2.4조 원으로 동결되었다. 선택형 직불제를 강화하고 수혜농가 대상 확대 등을 위해서는 예산 확대가 선결되어야만 한다. 공익직불제는 농업인들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가장 중요한 농업정책 중 하나이다.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 농업인 소득안정 등 소기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고 농정의 핵심수단으로의 자리매김을 위해 현장 농업인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나가야 한다. /정재호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2.14 14:16

이웃과 함께하는 공간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 ENG대표 아파트 게시판에 공고가 붙었다. 옆 단지 아파트를 가로지르지 말고 우회해서 다니라는 것이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와 옆 단지는 경비실만 있을 뿐 별다른 경계가 없다. 등하교하는 학생들, 강아지랑 산책하는 사람들 자유롭게 왕래하는 길이다. 어느 때부턴가 옆 단지 가는 길목에 자전거나 유모차가 다닐 수 없게 도로 경계석이 생기고 지금은 입주민들의 사유재산이니 출입을 금지한다는 배너와 함께 흙을 쌓아 막아 놨다. 많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보니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소음이 심했나 보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미를 앞세운 과거 유럽의 건축계에 더욱 많은 사람에게 집을 만들어주기 위한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대규모 공동주택이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이었고 소유가 아닌 주거 공간이었다.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었던 건축이었지만 우리나라를 뒤덮은 아파트는 주거가 아닌 소유,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한 채 서민을 괴롭히는 괴물이 됐다. 최대 용적률을 따지며 가구 수 늘리기 바쁜 우리나라의 아파트가 높은 담장과 게이트로 외부 출입을 차단하고 그들만의 성을 쌓을 때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닌 건물을 위한 도시가 되어 가고 있다. 아파트에는 많은 공간이 있다. 공간의 기능은 활동 목적에 따라 그 수요공간의 기능이 달라진다. 정원, 주차장, 흡연 구역, 스포츠시설, 독서실 등등 기능이 다양해진 만큼 그 공간이 사람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요즘 공간이란 단어는 무한히 변신한다. 물리적 공간, 형이상학적 의미를 담은 공간과 가상공간을 포함해 다양한 이름을 가진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선, 무선으로 이어진 온라인 공간으로 소통의 창이 이동하고 증강현실로 가상공간을 체험하고 상대방을 만난다. 얼마 전 TV에서 증강현실을 이용하여 사망한 가족을 만나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놀라웠다. 물리학적으로 무엇인가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이 공간이지만 전문화, 첨단화에 앞서 좋은 건축과 건강한 도시 공간으로 그 주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통상 4인 가족을 위한 정형적이고 획일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의 색채, 거주자의 취향 등을 고려하여 살기에 쾌적한 환경이 되도록 조화로운 색채 계획을 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가진 건축에 관한 생각의 다양한 면이라 할 수 있다. 1인 가구, 새로운 결합 공동체는 물론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도시에는 많은 이주민이 유입되고 있으며 다양한 구성원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아파트는 도시를 형성한다. 과거 끊임없이 이상적인 공동체 공간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공동체 공간은 배제되고, 배타적이거나 투기판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사람은 계획적으로 만들어낸 공간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 단지의 아이들이 아니어도 놀이터를 개방하는 것이 당연한 사고여야 하며 건물에 들어가면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자존감이 커지고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아파트의 미래는 단순히 한 건축물의 이미지가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공동체를 이루어냄으로써 우리의 자아를 이상적으로 꿈꿀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단지 내 어린이집이 마칠 시간이면 마중 나온 엄마들과 아이들의 재잘거림, 어느 집 아이가 리코더로 부는 에델바이스가 빌딩풍이 되어 적막하고 추운 겨울을 감싸주는 포근함이었으면 한다.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2.02.07 19:08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