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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당신의 강점을 찾아서

2011년이 된 지 벌써 반년 째 접어들고 있다. 오늘은 강점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최근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이라는 책을 읽게 됐다. 이 책의 결론을 말하자면 이렇다. '자신에게 약점과 강점이 있다면 약점보다는 강점을 강하게 만들자.' 많은 사람들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런데 이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 왜냐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유를 찾는 데는 자신의 약점이 동원되기 마련이고 약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약점을 강하게 만드는 것보다 강점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상식적으로도 더 쉽다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또한 약점이 발견되면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방어만 하면 된다고 전한다. 약점은 절대 강점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연습만 충분히 한다면 어떤 능력이든 학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지식과 기술을 연마하기 보다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모든 업무 기술과 지식을 익히려 든다. 그러나 강점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런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자신에게 재능이 없는 분야라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도 눈에 띄게 향상되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투자할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 있다.이를 위해 나의 강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취업을 위한 PR도 같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듣는 취업 관련 교양 과목의 강사들은 말한다. 취업시장에서 나를 잘, 그리고 빨리 팔리게 하려면 강점을 어필해야 한다고 했다. 면접에서는 자신의 단점을 숨기는 지혜도 필요하다고.왕비호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윤형빈의 강연을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접했다. 왕비호 캐릭터는 자신의 강점만으로 만들어졌단다. 잘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윤형빈이 뜨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던 것 같다. 물론 이 같은 사례는 많다. 당신도 이 중 하나일지 모른다.이 책의 저자인 마커스 버킹엄은 강점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들을 'SIGN'이라고 표현했다. 'Success(성공)를 넘어선 무엇', 'Instinct(본능)가 일깨우는 것', 'Growth(성장)는 집중을 불러일으키는 것', 'Needs(욕구)에 충실할 것'. 풀이하자면 성공은 강점이 아니라 잘하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며 본능적으로 이끌려 푹 빠질 수 있고 일을 마쳤을 때 욕구가 채워진 기분이라면 그것은 강점이다.이 글을 읽는 분들이 단점만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강점을 찾았으면 좋겠다. 사람은 실패했던 일은 잘 기억하는데 성공했던 일은 빨리 잊는다. 실패와 약점에 집착하지 말고 잘하는 일을 찾자. 방학을 맞아 새롭게 세운 계획 중 하나는 내 강점을 찾아 그 중 한 가지를 키우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으로 해외봉사를 준비하고 있다. 처음 배우는 부채춤에 눈물을 쏟고 한국어 교재를 만드느라 밤을 새지만 다가올 타국에서의 봉사활동을 그리며 하루하루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이렇듯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당신도 동참하지 않을텐가. 무엇을 하기로 결정하든 상관없다. 자신이 맡은 일에서 당신의 테마를 사용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성공적인 삶일 것이기 때문이다./ 양수지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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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6.29 23:02

[청춘예찬] 실천지성을 꿈꾼다

1학기 종강을 앞두고 있을 때, 학생회관 앞에서 등록금 반값요구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총학생회 임원들을 보았다. 앞으로 닥쳐올 기말고사 공부 생각에 여념이 없을 때였다. 그 무렵, 이름만 알고 있던 같은 과 선배는 뇌출혈로 인해 큰 수술을 받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과 학생들 중 일부가 자원해서 시험기간인데도 아이스티를 팔면서 모금 운동을 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사회와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갖기보다 개인적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김수영 시인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라는 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그의 시가 갑자기 떠올랐던 것은,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고 조금쯤 비켜서 있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현실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현실과 맞부딪쳐 그 모순을 드러내고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다칠까봐 몸을 사리는 왜소한 모습. 그것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하는 교육에 길들여져, 무기력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사시겠습니까? 이유도 모른 채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그러한 물음이 나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었다.무한 경쟁을 향해 달려가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서로가 서로의 아픔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당장 나의 손익과 관계된 일에는 분개하면서도, 진정으로 사회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양심은 갖고 있지 못했던 것 같다.2010년 출간된 '4천원 인생'이라는 책은 '한겨레21' 사회팀 기자들이 한 달간 '빈곤 노동'의 현장에 '위장취업'하여 경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존을 담보로 살아야 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2010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4,110원(월 25일 근무기준 82만2천원)이었으며, 2011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4,320원(월 25일 근무기준 86만4천원)이라고 한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100만원이 좀 넘는 돈을 집으로 가져간다.1970년대 전태일 열사는 열악한 공장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꾸고자 노력했으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12시간씩 일하면서도 생존을 담보로 살아야 한다. 우리는 노동력 착취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실제로 그들이 생산해내는 제품들을 편리하게 사용하면서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다수의 대학생들이 여름방학에 어학공부와 스펙 쌓기 등 취업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학이 실천적 지성을 기르기 위한 장이 되기보다는 취업을 위한 관문이 되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높은 학점과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사회 현실을 인식하고 사회 정의를 실천해나가는 지성인을 목표로 할 수 있는 대학사회를 꿈꿔본다./ 박소연(전주대 국어교육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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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6.22 23:02

[청춘예찬] 6월, 광장에 부쳐

올해 대학사회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교과부의 등록금 심의위원회(등심위) 법안부터 발단이 됐다. 1월, 등심위 법안이 나오고 정부에서도 대대적으로 '등록금 인하'를 유도했지만 법안은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실효성 지적이 잇따르며 유명무실이 됐다. 이미 등록금 고지서가 발송된 뒤였고, 학생회는 학교 측 입심에 밀렸다.그러자 3월, 등록금에 치인 대학생들이 서울지방대학 할 것 없이 학내 최고 의결기구인 전체 학생총회를 열었다. 천명도 모이고 이천 명도 모였다. 학생들은 모두 비표를 머리 위로 흔들었다. 그러나 대학들은 완강히 고개를 저었다. 어느 학생회 임원들은 삭발을 했고, 또 어떤 학생회에선 단식투쟁을 벌였다. 그럴 즈음이었다. 카이스트 대학에서 세 명의 학생이 세상을 등졌다. 꽃도 다 피기 전 일이었다. 그리고 6월, 경쟁과 징벌과 스트레스를 잊은 대학생들이 거짓말처럼 광장에 모였다.이십여 년이 흐른 지금,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대학생 박종철은 떠났지만 '탁 치니 억(億)'하는 대학을 향해 대학생들이 분노하고 있다. 비록 1987년의 대학생들은 역사책 속으로 사라졌지만 2011년의 대학생들은 다른 이유로, 하지만 그들과 똑같이 광장을 나섰다. 광화문광장으로, 청계광장으로, 서울, 부산, 대구, 대전, 전국구로 열심히 '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6월 항쟁 24돌이었던 지난 10일에는 서울에서만 약 2만 명이 광장을 메웠다. 이는 지난 2008년 '쇠고기 촛불시위' 이후 최대 규모라 한다.그러나 '반값 등록금'은 옳은 말인가? 마치 동대문시장에서 "반값입니다. 반값!"하고 땡 처리 하는 것만 같다. 등록금이 백화점 여름 맞이 세일도 아니고, 초특가 에어컨도 아닌데 '반값'이라고 말하는 것이 영 껄끄럽다. 이렇게 가다가는 훗날 강의 수만큼만 등록금을 내고 듣고 싶은 과목을 경매로 부쳐 값을 매길 지도 모를 일이다. 예를 들면 이런 광경이다. 수강신청 전날, 강의실에 학생들이 모여 경매판을 든다. 강의 경매사는 호가를 외친다. "만원부터 시작합니다. 만원? 좋습니다. 2만원? 네, 거기 학생 있고요. 3만원? 알겠습니다. 4만원? 더 없습니까?. '돈과 대학' 강좌는 시간당 4만원에 낙찰됐습니다. 폐강된 '지성과 대학'은 이 강좌와 함께 1+1로 들을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경매사가 낙찰봉을 탕탕 친다. 띵똥! 이건 유머다.안타깝지만, 교육은 서비스다. 더 이상 공공의 재화(財貨)가 아니다. 지금 대학생이 태어날 때 쯤, 대학은 벌써 그리됐다. 대학 자율화라는 미명하에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솟았고 오늘날엔 적립금이 6600억 원에 이르는 곤란한 사립대학도 있다. 감사원은 등록금이 사회적 논란이 되자 이제야 대대적인 회계관리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감사 인력의 3분의 1수준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란다.꼭 이렇게 떼로 모여야 하나씩 바뀐다. 그러므로 대학생은 더 교활하게 '반값'을 외쳐야 한다. 등록금이 돈인 건 알지만 흥정일 줄은 몰랐고, 기둥을 뽑아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꿈까지 팔아야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동안 쉬쉬했던 정부는 총대를 메고 '창고 大개방'에 힘쓰길 바란다. 교육적 고려도 없는 논의는 말장난 밖에 안 된다. 더불어 근거도 설득력도 없이 꿈을 심어주는 희망 고문자들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위정자들이 거저 주는 선물은 없기 때문이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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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6.15 23:02

[청춘예찬] 휴학이 필수인 대학생

어느덧 2011년 1학기가 훌쩍 지났다. 이제 기말고사만 치르면 방학이다. 아직도 스무 살 대학 새내기고 싶지만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 졸업을 앞두고 있다. 대학의 마지막 학기만을 남겨둔 필자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휴학'이다. 친구들과의 대화에도 절대 빠지지 않는 주제다. 요즘 대학생은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하는 경우가 많다. '휴학의 정석'인 셈이다. 대학생 휴학률은 최근 5년 연속 증가했다. 몇몇 대학의 휴학가능 기간도 최대 6년으로 전보다 길어졌다. 11학번 신입생보다 나이가 10살 정도 많은 01, 02학번 선배가 재학 중인 경우도 있다. 사실 1학년 때만 하더라도 휴학하는 선배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2학년, 3학년,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차 휴학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대학생들은 왜 휴학하는 것일까. 각자 여러 사정은 있겠지만 남학생들의 군입대 휴학을 제외하면, 가장 큰 이유는 등록금과 취업 부담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너무 비싸다. 2010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립대 등록금은 8,519달러(구매력 평가기준)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국립대 등록금도 4,717달러로 두 번째로 비쌌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재정의 등록금 의존도가 높고, 재단 적립금을 과도하게 쌓는다. 이러한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더 이상 부모님께 손 벌리기 죄송하고 학자금 대출도 부담스럽다. 휴학하고 싶지 않아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야속하다. 그렇기에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대학생들의 시위는 절실하다. 또 다른 이유는 취업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청년 취업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취직하지 않고 졸업하면 바로 백수가 된다. 이런 불안감 때문에 휴학을 선택한다. 이 기간에 취직을 위한 어학공부나 자격증 취득, 해외 어학연수, 인턴십 등 소위 스펙을 쌓는다. 취직할 때까지 복학을 무기한 연기하기도 한다. 학교를 그만둔다는 인식 때문에 휴학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모님도 있다. 그러나 대학생들에게 휴학은 가혹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더 높이 뛰기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휴학이 바람직하진 않다. 섣부르게 휴학해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복학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어떤 이유에서든 앞으로도 휴학을 선택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다. 누군가는 휴학을 통해 학비를 마련하거나 취업에 성공하겠지만 어떤 이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청춘을 버리게 될 지 모른다. 철저한 준비만이 후회없는 휴학을 만든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생들이 휴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만큼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등록금, 취업 걱정 없는 사회다. 우리는 현실에 순응하기 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낼 때다. 사회적 관심 또한 필요하다. / 김달아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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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6.08 23:02

[청춘예찬] 스마트한 세상에서 살아가기

며칠 전 휴대폰을 바꿨다. 분명 산 지 오래 되지 않았던 휴대폰인데 언제부턴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통화가 끊긴 적도 여러 번인 터였다. 그간 잘 참아왔지만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학교 앞 휴대폰 가게를 찾았다.한 시대를 풍미했던 폴더와 슬라이드, 터치폰은 구석 쪽에 진열돼 있었고 가운데에는 각종 스마트폰이 즐비했다. 점원은 당연하다는 듯이 스마트폰을 추천했고, 필자는 기계 값을 공짜로 해준다는 데 솔깃해 구입을 결정했다.몇 달 전 까지만 해도 필자는 스마트폰을 당분간 구입하지 않을 거라 다짐했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 사용자까지 '스마트'해지지는 않을뿐더러 스마트폰 요금제는 기본적으로 몇 배는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 사용해 본 스마트폰은 내게 신세계를 경험케 해주었다.한 통에 20원인 문자메세지 대신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으로 공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컴퓨터를 켜지 않고도 메일을 읽었다. 자기 전에는 좋아하는 드라마 예고편을 봤으며 아침에는 날씨를 확인하고 입을 옷을 결정했다.지인들과의 대화에서도 스마트폰에 대해 공감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잠깐 옮겨보자면 전화와 문자메세지만 이용한다면 스마트폰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에 '안 쓰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이처럼 일반 휴대폰보다 편리하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스마트폰을 처음 접한 며칠 동안은 익숙하지 않고 어려웠다. 몰려드는 메시지에 우물쭈물하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기계만 빨라질 것이 아니라 사람도 덩달아 빨라져야함을 느꼈다.지난주, 고향에 계신 엄마가 부탁을 하셨다. 동사무소에서 폐휴대폰을 팔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낸다며 폐휴대폰을 모아달라고 말이다. 며칠 동안 주위 지인들로부터 모은 휴대폰은 10개가 훌쩍 넘었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한 휴대폰을 켰다. 이 휴대폰의 주인은 같이 봉사활동을 하는 친구였다. 이리저리 만져보다 사진첩에 들어갔다. 친구의 부모님, 지금의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이 있었다. 2학년 무렵 찍은 모양인데 이렇게 보니 풋풋한 친구 모습이 귀여웠다. 모은 휴대폰 중에는 내 것도 있다. 거기에도 내 소중한 추억이 담겨져 있을 테지만 쓸모가 없어져 내놨다.문득 매일 새롭게 변화하고 빠르게 달라지는 세상이랍시고 옛 추억들을 쉽게 져버리는 내가 무서워졌다. 전자업계에서는 올 해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2천 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들이 쓰다 버린 휴대폰 속에는 예전의 나와 친구, 그 때의 친했던 친구들의 전화번호, 당시 관심사, 추억들이 남겨져 있을 것이다.스마트한 세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이 한 번 쯤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우리는 분명 곱게 접은 쪽지와 수줍게 적은 연애편지로 우정과 사랑을 그렸고, 'ㅋㅋㅋ'이 아닌 밖에서 공을 차며 친구들과 '하하하' 웃었던 날이 있었음을 말이다.스마트폰 사용 일주일 째,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고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를 외치면서 언제 어디서든 SNS에 접속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자꾸 확인하고 해야만 하는 세상. 이 스마트한 세상에서 '나는 정말 행복해졌나.' 하는 의문이 든다./ 양수지(전북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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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6.01 23:02

[청춘예찬] 통섭의 눈

"너 이과였어? 문과였어?" 대학교 3학년이 된 지금도 가끔 그런 질문을 받곤 한다.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1학년 말 무렵에 문과와 이과를 선택해야 한다. 과학을 좋아하지만 수학을 어려워하던 나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선택이었다. 결국, 이과를 선택했지만 3학년 때 문과로 전과(轉科)를 하고서도 잘 적응하지 못했었다.이과형 인간, 문과형 인간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논리적, 분석적 성향이면 이과형 인간, 감성적이면 문과형 인간으로 분류될 수 있을까? 이러한 분류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불균형적이고, 편협해지게 된다. 대학에 와서도 이공계와 인문계로 나뉘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교양수업 외에는 자신의 전공과 관심 분야에만 깊이 파고들게 된다. 이제 학문 간의 높아진 벽을 허물고 여러 학문 영역의 융합을 통해 통섭형 인간으로 나아가야 한다.IT산업의 혁신을 일으킨 스마트폰, 태블릿 PC로 인해 우리의 생활형태도 바뀌어 가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이용해 와이파이나 3G 이동통신망으로 언제든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인터넷 뱅킹, 영화예약, 내비게이션 활용, 뉴스 열람 등이 가능하다. 증강현실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음식점, 약국 등의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성공을 이룬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공학 뿐 아니라 예술, 문학, 악기연주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쏟았다. 그는 직관과 감성, 통찰력으로 예술과 경영, 예술과 IT를 접목한 '창조형 CEO'다. 이처럼 시대는 한 쪽으로 치우친 인간이 아니라 융복합에 능한 통섭형 인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대학(University)의 어원을 살펴보면, '태양계의 공전운동처럼 지식이 대학을 중심으로 모인다'는 뜻이라고 한다. 때로는 전공과 관련 없어 보이는 학문을 접하며, 학문과 학문 간의 통섭을 통해 더 큰 통찰로 나아갈 수 있다. 대학의 목적인 진리 탐구를 위해서는 학문 간의 경계를 허물고 여러 분야를 두루 공부해야 한다. 서로 다른 분야로 여겨지던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인 과학 인문학은 학문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공계과 인문학은 숲 속의 두 갈래 길이 아니다. 두 개의 길은 교차해 있으며, 넘나들 수 있다.'통섭'이라는 책에서 '에드워드 윌슨'은 "진리는 때로 직선으로 때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학문의 경계를 관통하거나 넘나드는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놓은 학문의 울타리 안에 앉아 진리의 한 부분만을 붙들고 평생 씨름하고 있다."고 했다. 고대근대 철학에서는 인문사회, 자연과학의 구별 없이 모든 분야를 넘나드는 지적 탐구가 이루어졌다. 1617세기에 과학혁명이 일어나면서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분리되고, 과학기술이 고도로 전문화되면서 이과와 문과의 인위적 구분이 생겨났다. 20세기가 끝날 무렵에는 한 뿌리였던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갈라졌고, 서로를 소통이 어려운 영역으로 바라보기에 이르렀다.이제 다시, 과학기술과 인문학적 상상력의 통합이 중요시되면서 통섭이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전체를 통찰할 수 있는 통섭형 인간을 위해서는 학문 간의 인위적 경계와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선 통섭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박소연(전주대 국어교육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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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25 23:02

[청춘예찬] 자취방으로 부터 온 편지

바람이 불었다. 학교 주변 원룸촌에는 인기 없는 하숙집에도 빈방이 없었다. 집주인들은 2학기 끝 무렵이라 남는 방이 없다고 했다. 나는 터벅터벅 학교 후문 쪽으로 걸었다. 조그만 원룸건물이 다닥다닥 벽을 메우고 있는 골목이 보였다. 꾹꾹 번호를 누르고 오십 번도 더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집주인은 상기된 목소리로 다행히 방 하나가 남았다고 했다. "남학생이 살았던 방이라 쪼꼼 지저분할 수도 있는디-." 그는 초조한 표정으로 101호의 열쇠를 꽂았다. 이때까지 친구들의 많은 자취방을 봐오며 생각한 것은 내가 살 집은 절대 이런 모습이 아닐 거란 기대였다. 그러나 방문을 여는 순간 내게도 예외는 없었다.신발장 앞에 덩그러니 놓인 냉장고와 가구를 들이면 두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무방비상태로 나를 맞았다. 그리고 천장에 물 샌 벽지와 담뱃재로 시커먼 변기가 전에 살던 방주인의 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어느 스님은, 집은 제 생전의 모습과 같다며 늘 깨끗이 치우고서야 외출한다는데 그 말이 이 순간 일물일어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만큼 방 상태는 심각했다. 아래층에 내려가 주인에게 이것저것 바꿔줄 것을 약속받은 다음에야 도장을 찍었다. 난생 처음 보는 계약서에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왠지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설다. 나는 그렇게 '삼례에 하나 남은 방'과의 동거를 시작했다.홀로 자취하는 방은 가족이 있는 집과 룸메이트가 있는 기숙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것은 관계의 유무가 아니라 한 세계의 유무다. 칫솔부터 책장까지 오직 내 물건으로만 이루어진 공간이 집 자체가 될 수 있는 것이 한 세계의 탄생인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사적 행동과 공적 행동이 경계에 걸쳐 있다. 방에 있으면 자신의 기준대로 모든 행동을 선택하는 사적 행동자가 되지만, 가령 지정된 곳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다달이 세금고지서를 받아들 때는 공적 행동자로 바통을 이어받아야한다. 책임과 의무가 동반돼야 진정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내가 해준 만큼만 돌려받는 이 방은 꼭 연애계약서에 도장 찍은 가짜 애인 같다.가구를 옮기고 냉장고에 음식을 채우고 서랍에 옷가지를 정리하는 동안 나는 연애를 막 시작한 사람처럼 방에게 최선을 다했다. 더 해줄 것은 없나 이곳저곳 살펴보면서, 외출했을 때는 나의 부재를 염려하면서. 사계절을 나와 함께 한 방은 추운날씨에 웅크릴 때도 있었고 활짝 핀 5월의 꽃만큼 밝을 때도 있었다. 아마도 이 집을 떠날 땐 좀 더 큰 방을 계약하기 위해서,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더 큰 어른이 되기 위해서일 것이다. 혹은 더 좁은 방에서 이곳을 그리워할 지도 모르겠다.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면서, 밥솥에 쌀을 씻고 불리면서, 방문을 잠그고 나가면서 문득문득 생각한다. 대처에 살다가 읍내까지 학교를 온 것은 바로 이 생활을 위해서가 아닐까하는. 매달 내는 돈이 수도세, 전기세가 아니라 이 시간에 대한 지불이 아닐까하는.어느덧 이 자취방과의 동거도 2년 차가 됐다. 고시원에서 지하방으로, 지하방에서 원룸으로, 원룸에서 전셋집으로, 네모에서 네모로,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제 보금자리에 안착하려 열심히 산다. 결국 삶은 가장 안락한 네모를 찾기 위한 긴긴 여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힘들었던 시절 나를 가만히 안아주었던 첫 방은 누구든 잊지 못할 것이다./ 임주아 (우석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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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18 23:02

[청춘예찬] 대학생과 6000원

지난 주말, 학창시절 자주 가던 칼국수집을 찾았다. 내 모교 근처에 있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옛 추억이 생각날 때면 종종 찾곤 했다. 북적이는 사람들을 속에서 어렵사리 자리를 잡았다. 4~5개월 만에 찾은 터라 친구와 난 설레는 마음으로 주문을 했다. 그런데 그 설렘은 바로 사그라졌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칼국수 값이 500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3,500원일 때도 있었는데'라고 툴툴거리면서 5,000원짜리 칼국수 한 그릇을 비웠다. 식사를 마치고 시내의 한 카페로 향했다. 식후에 커피 한 잔은 언제나 필수코스다. 카페에서 친구와 내가 고른 커피는 각각 6,000원이었고 여기에 조각 케이크까지 곁들이니 총 금액은 20,000원 가까이 됐다. 커피를 마시며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가 한마디 했다. "500원 오른 5,000원 짜리 칼국수는 비싸다고 불평하면서 그보다 비싼 커피는 아무렇지 않게 먹는 우리 참 웃기다." "그야 칼국수는 칼국수고 커피는 커피니까 그렇지!" 내 생각은 이랬다. 3,500원일 때부터 먹어온 칼국수였다. 이런 내게 1,500원 인상은 크게 느껴졌다. 반면에 커피는 예전부터 이 정도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뿐만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까지도 커피 값은 최저 3,000원이 기본이다. 다들 그렇게 커피를 마셨고,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쯤은 커피전문점을 습관처럼 찾는 나였다. 친구와 다음을 기약하며 기분 좋게 헤어졌다. 그러다 집에 오는 길에 문득 아까 웃으며 넘겼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비싸다며 불평하던 칼국수보다 커피가 훨씬 비쌌다. 칼국수는 '밥'이고 커피는 '후식'인데 말이다.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다. 물론 칼국수와 커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소비자가 느끼는 커피전문점 커피의 가격은 너무 비싸다. 언제부턴가 다방은 자취를 감췄고 그 자리를 카페가 대신했다. 카페 안은 우리가 메웠다. 이제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보다 그 가격의 수십 배가 넘는 카페 커피가 더 익숙하다. 대학가 카페는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려는 대학생들로 가득 찬다. 100원, 200원 인상된 학생식당 밥값에 불만인 모습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6,000원이면 학생식당에서 두 끼를 먹고도 몇 백 원이 남는다. 지난 3월 온라인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대학생 3,637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소비지출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대학생의 월평균 생활비는 42만원, 물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고 느끼는 항목 1위는 '식비(52.3%)'였다. 그만큼 식료품(밥커피 등)의 물가가 대학생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또 식비로 쓰이는 금액이 상당하기 때문에 물가의 작은 변동도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식비에서 차지하는 커피 값은 만만치 않다. 특히 나와 같은 여대생들은 한 달에 적어도 3~4만원은 커피를 마시는데 쓴다. 대학생들에게 6,000원은 큰 돈이다. 꼬박 1시간 반을 아르바이트 해야만 벌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커피 값이 참 아깝다. 그동안 커피 한 잔의 작은 사치를 위해 포기해야만 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이제 물가가 많이 올라 용돈이 부족하다는 말만 하기보다, 대학생다운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 김달아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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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11 23:02

[청춘예찬] 화분에게서 얻은 교훈

건물과 건물 사이가 채 2m도 되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대학교 앞 원룸촌. 필자가 사는 곳이다. 지난 1월, 새 집으로 이사한 이후 필자는 화분 4개를 들였다. 어릴 때부터 동식물을 좋아하기도 했고, 예전에 죽어버린 식물 덕에 빈 화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전 원룸과는 달리 햇빛이 잘 드는 이 집에서 화분의 식물들은 오늘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식물은 다육식물 두 종류와 관엽식물 두 종인데 이들에게서 요즘 여러 가지 것들을 배웠다.화분을 구입하기 위해 처음으로 들른 화원에서 이렇게 물었었다. "어떤 것이 잘 안 죽어요?" "대부분 잘 안죽어요. 이쁜 놈으로 골라봐요." 아줌마는 화분의 식물들이 다 안 죽는다고 했지만 그 말을 믿기 어려워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선인장을 골라왔다. 집에 돌아와 분갈이를 한 후, 한 달에 한두 번 주기적으로 물을 주기 시작했다. 며칠 뒤에는 관엽 식물을 들여왔고, 필자도 먹기 어려운 영양제를 사와 꽂아줬다. 그랬더니 화분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랐다. 그 좁은 화분에서 저마다 햇빛을 받겠다고 키를 키우기 시작했다. 동시에 밑에서 햇빛을 받지 못하는 잎들은 시들기 시작했다. 안타깝지만 이런 잎들은 다시 흙으로 돌아갔고, 다른 줄기들의 양분이 됐다. 사람과 달리 경쟁 속에서도 이기주의가 아닌 서로를 생각하는 자세를 배웠다.며칠 고향에 내려가느라 물을 주지 못했던 어느 날, 돌아와 보니 축 처진 잎이 가여워 미안한 마음에 물을 듬뿍 준 날이 있었다. 다음날 아침 화분의 잎들은 다시 활기차게 햇빛을 받으려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다. 화원 아줌마 말은 맞았다. 모든 식물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물이 적정하면 좋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살아가려 한다. 반장도 하고 재주가 많았던 한 동창은 나보다 체구가 작고 몸이 약했다. 하지만 그가 가진 능력은 나보다 많았다. 이처럼 '첫 인상만 보고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격언을 몸으로 깨닫게 됐다.이틀 전에는 3년간 몸담았던 신문사에 잠깐 들러 죽기 직전인 화분을 데려왔다. 꼭 살려보겠다는 마음에서였다. 물 한 번 주면 잘 살아갈 화분들인데도 그 시기를 놓쳐 식물들은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물을 듬뿍 줬더니, 다행히 싹이 나 다시 큰 줄기를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화분도 '사랑'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심과 애정을 쏟을수록 화분과 사랑은 자란다. 하지만 화분에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썩듯 과한 애정은 집착으로 변질돼 결국 사라지고 만다. 반대로 물을 주지 않았을 때 식물은 말라죽듯 사랑도 애정과 관심이 없어지면 말라 사라진다. 주기적인 물, 적당한 관심과 애정이 지속될 때 식물과 사랑은 유지될 수 있다.약 33㎡(10평) 남짓한 원룸 창가에서 오늘도 화분의 식물들은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자격증 시험준비, 토익 준비로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내게 삶의 치열함과 애정을 상기시켰다. 이 원룸에 언제까지 살지는 미정이지만 이사 가는 그 날까지 이 아이들을 잘 키워볼 생각이다. 지금보다 더 자라면 화분이 아닌 대지에 옮길 예정인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쁨을 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삶에 지친 분들에게 화초 키우는 것을 추천한다. 죽을까봐 두려워하지 말고 설명서대로 물과 햇빛만 쐴 수 있게 해주면 된다. 식물이 보여주는 변화 하나 하나에 주목하다보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양수지(전북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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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04 23:02

[청춘예찬] 이상과 나의 은하계

대학교 1학년 때 가입했던 문학동아리는 언제부터인가 합평회를 하지 않았다. 문학동아리에 차츰 발길이 끊어지고, 얼마 후 문학 동아리가 여행 동아리로 바뀌게 된 것을 알았다. 전과 달리, 신입생들이 많아 북적였다. 나 또한, 시를 쓰지 않게 된 것은 오래다. 어설픈 습작이나마 끼적였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졌다. 그러나, 학과 공부와 진로를 생각하며 그러한 관심은 잠시나마 마음 한 켠에 접어두게 되었다.현재를 풍성하게 하기보다는, 미래의 삶을 준비해나가야 하는 청춘에게 이상(理想)이란 존재하는 것일까.'나의 은하계'라는 소설이 있다. 저자 박응상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인간 최대의 꿈은 자기 세계를 가지는 것이다." 라고 외친다. 이 소설은 주인공 성준의 사춘기 시절부터 20대 시절의 격동기까지의 치열한 갈등을 다룬 성장 소설이다. 성준은 법대를 수석 합격했지만 학점관리와 취업준비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그는 시와 문학, 철학적 사색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재발견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형성해 나가는 내면적 성숙의 과정을 거친다.소설에서 주인공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김두식 교수는 세상이 요구하는 정답을 말하려 하지 말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부터는 자네 생각을 말하도록 줄기차게 요구할 거네. 자기 생각을 표현해야 하니까. 자기 생각은 인간의 최고 덕목이네. 먼저 자기 생각부터 확립해서 자기 세계를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네."성준은 정해진 궤도를 따라 일정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상(理想)과 가치를 따라 '나의 은하계'를 만들어 나간다. 그는 세상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아니라,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내면의 꿈과 이상의 가치를 믿는다. 자신의 생각들이, '나의 은하계'를 밝힐 것이라는 것도.세상의 주어진 삶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빛낸 작가 이상(李箱)이 떠오른다. 그는 지금의 서울대학교인, 경성고등공업학교의 건축과에 입학했고 건축기사로서 편안한 삶을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삶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은하계를 건설하여, 그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일궈냈다.사람들은 그의 작품이 신문에 연재된 것을 보고 "무슨 미친놈의 잠꼬대냐"며 그를 욕했지만, 그는 꿋꿋했다. 그리고, 지금은 현대문학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이며, 한국의 모더니즘 문학사를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는다.정해진 궤도에서 경쟁을 하며, 달리고 있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바라보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해본다. 그에 대한 답은 세상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찾아야 한다.우리는 막다른 골목에서 자신에 대한 질문과 대면하게 될 지 모른다. 그런 질문에 대해 '나는 학생이다'라거나, '나는 과학자다', '나는 공무원이다' 등의 세상의 기준을 내세우기 전에, 먼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사색을 통해, '나의 은하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박소연(전주대 국어교육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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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27 23:02

[청춘예찬] 청춘열병

'청춘'에 날개가 돋쳤다. 청춘이 제목인 책이 서점을 휩쓸고, 대학에는 이를 주제로 한 강연이 '수강신청'을 방불케 할 만큼 인기다.책은 사회동향을 귀신처럼 포착해 적시에 독자 앞에 놓이고 사람들은 묵묵히 그것을 받아들인다.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말이 전국을 강타하자 '공부의 신'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책을 펴내고, 공정사회라는 말이 대통령 경축사로 전파되자 이를 풍자라도 하듯 정의 책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이런 이유로 이번 청춘 열풍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젊은 세대의 불안은 뼛속까지 침잠했고 기성세대는 그 불안을 간단한 위로로 처방했기 때문이다. 적시적지(適時適地)에 나타나 일갈하는 그들은 과연 정당한가? 선거철의 정치인처럼, 공정사회의 정의 책처럼, 그들도 기회를 엿보다 인생 선배를 자처한 것은 아닌가? 우리는 이 반전을 그저 넙죽 받아들여야 하는가?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꿈 없고, 의식 없고, 예의 없고, 사회 정치 관심 없고, 할 줄 아는 건 오직 영어 밖에 없는 20대를 위하여 여태껏 아무도 편지 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일까? 그리하여 무한경쟁에 자존감까지 잃고 88만원세대라는 이름만 남은 20대에게 "너희 잘못이 아니야" 라고 늦게라도 말하면 청춘은 과연 힘을 낼 수 있을까?얼마 전 청춘 멘토링에 다녀온 친구는 말했다. 굳이 신청까지 해서 들으러 가는 것이 모두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했지만 강연을 듣는 내내 거짓말처럼 행복했다고, 그들이 있어 든든했다고 했다. 그리고 강연내용이 빼곡히 적힌 수첩을 보여주면서 '이렇게나마 생각해주는 사람은 손에 꼽힐 정도'라고도 했다. 그만큼 20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나는 이 자조섞인 이야기가 왜 대학 안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지 생각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대학의 교수는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고 학생은 시간이 남아돌아도 교수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다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려보지만 출장 중이거나 보직 활동에 열중인 교수가 태반이고 학기 내내 얼굴 한번 안 비추다가 휴학에 자퇴까지 덜컥 혼자 결정해버린 뻔뻔한 학생들도 적지 않다. 강의만 하고 제 일에 바쁜 교수는 학원 강사나 다를 바가 없고, 필요할 때만 찾아가 통보하는 이들은 학원 수강생보다 못하다. 멘토를 자처하는 유명 인사보다 늘 가까운 곳에 있고, 멘토를 찾아가야 할 만큼 절박한 이들이 지천이지만 우리는 제 식구들에게 더 무심한 것이 현실이다.청춘이 제 값을 못하면서 그 '말'에나마 기대보자는 심정으로 기이한 열풍이 일고 있는 요즘, 진짜 청춘이 그립다. 청춘이 우리에게 너무 멀리 떠나있는 까닭이다. 폭삭 늙어 도망간 까닭이다. 그래서 젊은 청춘을 찾아, 오지를 찾아나서는 심정으로 그들을 쫓아가 구구절절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도 모른다.조지 버나드쇼는 '젊음을 젊은이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고 했지만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젊음에게 따귀를 맞고 있다. 그래서 이 열풍마저도 고맙다. 드디어 우리 세대의 열병이 엄살이 아닌 진지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것 같아 감격스럽다. 끙끙 앓던 청춘들이 정확한 병명을 알고 제대로 된 처방을 받는 것 같아 기쁘다. 그러나 청춘의 이름을 빌려 너무 많은 것을 사고팔지 말기를 바라며. 서울도 좋지만 동네병원에서도 꼭 진단 받아보길 바라며. / 임주아 (우석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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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20 23:02

[청춘예찬]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지난 7일 카이스트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다. 같은 대학생으로서 안타깝고 슬프다. 그러면서도 의문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대학교, 영재들만 다닌다는 학교에서 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걸까? 카이스트 재학생들은 경쟁을 부추기는 서남표 총장의 개혁정책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 중심에 성적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으로 납부하는 징벌적 장학금제도가 있다. 이런 체제 속에서 카이스트는 무한경쟁으로 과열돼 있었다. 네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나서야 서 총장은 정책의 일부를 수정하겠다고 나섰다. 한 학생은 대자보에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며 카이스트의 현 상황을 비판했다. '우리는 진리를 찾아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하기보다는 그저 학점 잘 주는 강의를 찾고 있다. 진리의 전당은 이제 여기 없다.' 이는 비단 카이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대자보에 적힌 한탄은 우리 대학생들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학생의 말처럼 우리는 대학에서 진리를 찾을 수 없다. 얼마 전 수업시간, 교수님께서 대학에 입학한 이유에 대해 물으셨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취업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전공과목을 심도 있게 배우기 위해서"라고 대답한 몇몇이 있긴 했지만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뿐이었다. 언제부턴가 대학은 전공학문을 배우고 연구하며 진리를 찾는 곳이 아닌 취업을 위한 수단이 됐다. 대학에서 대학생들은 오직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곳에 취직하기 위해서 발버둥치고 있다. 취직에 유리한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매학기 수강하는 과목의 기준은 자신이 진짜 듣고 싶은 것보다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강의'다. 높은 학점을 위해서라면 시험 족보에 의지하거나 커닝까지 일삼기도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79%다. 2008년(83.8%)과 비교했을 때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높다. 불과 20년 전인 1990년의 대학진학률 33.2%와 상당히 대조적이다. 고등학교 졸업자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하니 대학에 입학하기 어렵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에 옛말이 됐다. 대졸자가 넘쳐나는 이 사회에서 자연스레 대학졸업장은 취직을 위한 하나의 자격증으로 전락했다. 여기에 우리사회는 대학 줄 세우기를 부추겼다. 자격증에도 1급, 2급, 3급이 있듯이 대학도 서울소재 대학, 지방 국립대, 지방사립대 등급으로 평가되고 있는 현실이다. 대졸이 필수조건이 된 사회에서 우리는 취직을 위해 비싼 등록금을 감수하고서라도 대학에 가야한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거나 학자금 대출로 어렵사리 마련한 등록금. 우리는 대학에서 이 금액만큼, 아니 그 반절만큼이라도 제대로 된 배움의 기쁨을 누린 적이 있는가. 반값 대학등록금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제 우리는 등록금 인상과 인하를 넘어 등록금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치 있게 쓰이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대학생은 대학에서 진정으로 행복해야 한다. 취업만을 위한 자격증이 돼버린 대학에서 발버둥치는 우리들과 카이스트 학생들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 김달아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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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13 23:02

[청춘예찬] 우울한 봄

바야흐로 봄이다. 꽃샘추위로 겨울점퍼를 다시 꺼내 입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교정엔 목련과 산수유, 개나리가 꽃을 피웠다. 이제 곧 벚꽃이 피면 제대로 따뜻한 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런 봄도 다른 대학생에게는 아직 오지 않았나보다. 며칠 전 이화여대 학생들이 학교 측이 새내기 등록금 동결 등 6개 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졸업을 위한 필수과목인 '채플'(기독교 예배) 수업을 거부키로 했다. 고려대 학생들도 등록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건물 등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다. 인하대도 등록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에 들어갔다. 지난 2일에는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대학생 1천여 명이 집회를 열고 정부에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다행히 국립대에 다니는 필자는 이런 등록금 걱정을 던 편이다. 그래서 이런 얘기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주위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니 현실은 더 고달팠다.서울 모 사립대에 다니는 친구는 일주일에 두 번 수업하고 30만원을 받는 과외를 뛴다. 이런 과외 2개에 남는 공강 시간에는 학교에서 하루에 2시간 씩 근로장학생으로 일을 한다. 그렇게 버는 돈이 한 달에 84만원이다. 하지만 서울 물가는 지방에 비해 월등히 높다. 친구는 알바비로 월세와 밥 값하면 남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이 친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방 사립대에 다니는 친구 B는 식당에서 5시간씩 서빙을 한다. 이렇게 해서 하루에 버는 돈은 2만1600원. 이 돈으로 한 학기에 380만원 하는 등록금을 내기란 턱없이 부족하다.시골에서 부모님이 자식 대학 보낼 때 소를 팔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를 팔아도 한 해에 천 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은 국민소득과 대학수준이 우리나라 대학들보다 월등히 앞서나간다.정부는 올해부터 등록금 인상률에 대해 가이드라인 3%를 제시하고 장학금을 확대하는 한편 학자금대출의 금리를 4.8%로 낮췄다. 학자금 대출은 대부분 취업 후 상환을 시작한다. 이는 취업에 대한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청년 빚쟁이'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만든다. 눈앞에 보이는 학자금 대출 금리를 낮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등록금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학에게 지원을 강화해야 하고, 대학은 재정자립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요즘 들어 유럽의 교육정책이 부러워진다. 프랑스는 한 해 15~20만원, 독일은 비싸야 70~80만원이다. 특히 교육경쟁력 1위로 평가받고 있는 핀란드를 비롯하여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이다.이들 나라에서는 교육을 상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고 한다. 교육은 물이나 공기와 같은 공공재이며, 사회구성원들이 두루 차별없이 누릴 수 있는 재화여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기회 균등'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유럽에서 살고 싶은 꿈도 생겼다.헌법 제3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해 놓았다. 법은 이렇게 공명정대하게 밝혀 놓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비통하다. 세상에는 봄이 왔지만, 우리나라 대학생에게는 아직도 추운 겨울이다./ 양수지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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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06 23:02

[청춘예찬] 나 자신을 아는 공부

'공부해라.'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봤을 한 마디. 공부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대학 진학률이 세계적인 나라이며, 직종에 관계없이 토익점수가 요구되는 등 공부가 필수인 사회다. '20대 공부에 미쳐라',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등 공부에 관한 책들도 주목을 받으며 쏟아져 나오고 있다.이렇게 '공부'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사회에서 우리는 공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공부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하기보다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토니부잔의 마인드맵 두뇌사용법'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책에서는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학교에서 인간의 두뇌에 관한 정보와 두뇌의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학습하고 기억하고 생각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배운 적이 있는가?', '공부 기술의 종류와 그것들이 여러 학과목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배운 적이 있는가?'인간의 두뇌에 대한 이해 및 공부 기술에 관련된 열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아니오' 였다. 나는 이토록 자신의 두뇌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공부 방법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 질문들은 공부에 대한 나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게 해주었다.공부 방법에 대해 생각하며, 나는 또 한 권의 책을 발견하게 됐다. '1년에 500권 마법의 책 읽기'라는 책이었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것은, 책 읽기에 대한 욕심과 '뇌의 기억구조를 이용한 최강 공부법'이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많은 책을 읽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는 생각에, 책을 펼치니 빠르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인 속독법이 아닌, 지식을 빠르게 이해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인 속습법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그 중, 눈에 띄는 것은 '마음의 준비' 기록양식과 리딩 리마인드 노트(reading remind note)였다. '마음의 준비' 기록양식은 공부의 목적, 추측, 보상을 적으며 공부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기록양식이다. 공부하는 목적을 적고, 공부할 내용을 추측하고, 공부를 했을 때 얻는 보상을 적어보는 것이다. 무턱대고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내가 이 책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가를 분명히 하는 작업이었다. 학과공부를 하며 '마음의 준비' 기록양식을 작성해보니, 해야 되는 공부가 아니라, 하고 싶은 공부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내용을 공부하더라도 '마음의 양식' 기록 내용은 모두 다를 것이다. 누구나 같은 양의 기존지식이나, 경험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또, 리딩 리마인드 노트는 목차를 보고 장의 제목, 장의 중제목, 소제목을 적어 책의 내용을 체계화해 개요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공부할 책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노트법이다. 공부를 할 때, 주로 제목보다는 내용에 치중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공부를 하고 나서, 이 내용이 어느 곳에서 나왔는지 기억하기 어렵다.'공부해라'라고 외치고 있는 사회. 그러나 공부의 중요성만큼이나 공부방법도 중요하다. 먼저, 자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공부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자기실현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 박소연(전주대 신문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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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30 23:02

[청춘예찬] '신뢰' 도 학습이다

신입생 때, 목요일 오후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전주 금암동 고속버스터미널로 직행하는 일은 내 일과 중 하나였다. 바로 고교 친구들을 보기 위해서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며 "길에다 돈 뿌리고 다닌다" 고 혀를 내두르셨지만 타지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핑계로 나는 일정 기간마다 한 번씩 향수병이 도지곤 했다. 그땐 친구들이 모두 대구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도 부러웠고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유행어도 실감날 무렵이었다.하지만 고학년으로 갈수록 머리가 커졌는지 철이 들었는지 이젠 계절이 바뀌어도 한번 갈까 말까할 정도로 변했다. 이유는 친구들도 나도 점점 학교생활에 바빠졌고 무엇보다 시간이 아까웠다. 왕복 여섯 시간에 차비까지 합하면 후회 없이 이 친구들을 보고 와야 할 일이지만 그렇지 못했다."왔나?" 몇 달 만에 본 친구들은 그 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말투, 행동부터 머리와 옷 스타일까지 조금씩 바뀌기는 했지만 제 스타일 그대로다. 다만 학교 앞 떡볶이 집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선술집으로 동선을 바꾸며 어설픈 어른 행세를 하는 동안 우리들의 화젯거리도 점점 진화했다는 것뿐이다. 소개팅에서 토익으로, 아르바이트에서 취업으로. 하지만,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통금시간'이다. 수다에 흥겨워있다가도 적정 시각에 집에서 전화가 안 걸려오면 오히려 불안해하는 친구들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이들의 독립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사람 중 한명이 되었다.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외박을 하는 것도 아닌데(물론 예외는 있어서 우리 어머니는 새벽에 들어온 나더러 신문배달이냐고 물으신 적이 있다) 규칙적인 시간에 걸려오는 부모님의 전화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그리하여 일 년 쯤 지났을 때는 친구들도 잔머리를 굴려가며 적절한 '알리바이'를 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날 말하면 의심만 사기 마련이어서 일주일 전부터 고도의 심리전으로 밑밥을 깔아놓아야만 아무 탈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한 대단한 친구는 시내에 나와 밥만 먹고 돌연 집으로 들어간다. 부모님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다. 그런 다음 모두 잠든 때를 기다려 살금살금 집을 빠져나온다. 무사히 우리와 상봉한 친구는 신나게 놀다가 부모님이 깨기 전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이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참 씁쓸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이 흉흉해 딸 가진 부모 마음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갖은 술수를 벌이면서 하고 싶은 건 다 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일이 많을수록 부모와 자식 간의 신뢰는 무너져 독립을 하더라도 마음까지 멀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러한 학습효과가 쌓이다가 정작 상의하고 넘어가야 할 일은 끙끙 앓다가 혼자 처리해버리는 것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수박 서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남의 집 담을 타 넘는 것도 아닌데 부모와 자식 간의 사이는 이토록 비밀스럽다.그에 반해 이런 부모도 있다. 성년의 날이었던 어느 날, 교수님은 올해 스무 살이 되는 딸에게 무슨 선물을 하면 좋을까 우리에게 물어오셨다. 향수나 장미꽃 등등 진부한 얘기만 오가는 도중,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주라는 한 동기의 말에 모두 까르르 웃고 있는데 교수님은 한 술 더 떠 우리를 경악케 했다. 바로 콘돔을 선물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순간 멈칫 했으나 곧 의도를 알아차리고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 선물이 성년을 축하해주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든 터놓고 하라는 친구의 악수도 되겠고, 책임감을 가지라는 아버지의 염려도 되겠지만 무엇보다 서로 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딸에게 알려준 상징이 아닐까. (우석대신문 편집장)/ 임주아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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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23 23:02

[청춘예찬] '시작' 이라는 마음 가짐

유난히 춥고도 길었던 겨울을 지나 어느덧 봄이 다가왔다. 사람들은 봄맞이에 한창이다. 대학생인 내게 봄을 알리는 3월은 그 어느 달보다 '시작, 새로움'이라는 설렘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한 해의 첫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나 그렇다. 대학입학 직후인 2008년부터 지난 3년간 나는 대학 신문사 기자로 활동했다. 우리 대학 신문사인 '원대신문'은 매주 월요일 마다 신문을 발행했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내내 취재와 기사작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매일 대학생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야근은 기본이고, 편집장이었던 지난해에는 신문사에서 밤을 새는 일도 허다했다. 3년 동안 대학생보다 기자로 지낸 시간이 더 많았다. 때문에 지난 대학생활이 다른 친구들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내게 대학교는 지성의 상아탑이기 이전에 일터였다. 학과 성적은 좋았지만 고작 그게 다였다. 남들 다 한다는 영어공부와 봉사활동, 자격증 준비도 하고 싶었다. 좀 더 부지런했다면 모두 해낼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이번 1학기는 특별하다. 대학 4학년이지만 새내기가 된 기분이다. 조금 늦긴 했지만 대학에 입학하던 그날의 다짐과 마음으로 그동안 하지 못 했던 것들을 모두 해낼 생각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새 학기를 시작하니 전주에서 익산까지 1시간 남짓, 지루했던 통학 길도 이젠 설렘으로 가득하다. 늦은 시간까지 학원수업을 듣고 하루에 몇 시간씩 영어공부를 하는 것도, 딱딱한 전공서를 읽는 것까지도 즐겁다. 요즘엔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보인다. 날 이렇게 만든 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시작'이라는 마음가짐 덕분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영어공부는 지겹고 힘겨운 것일 테지만, 첫 발을 내딛은 내게는 재밌기만 하다. 그들도 영어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나하나의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느끼는 설렘과 기대는 이루 말할 수조차 없다. 이런 저런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꼭 이뤄 내리라는 다짐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때의 열정과 초심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린다. 같은 일이라도 처음과 끝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마음가짐이 변했기 때문이다. 사무엘 울만은 시 '청춘'에서 '청춘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심한 것이 사흘을 가지 못하고 곧 느슨하게 풀어진다는 '작심삼일'이란 사자성어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작심삼일을 여러 번 반복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심삼일도 100번이면 1년이 된다. 목표의식이 사라진 일을 계속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잠시 숨을 고르고 지난날을 되돌아보자. 후회하는 일이 많아도 괜찮다. 처음처럼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지금은 행복하기만한 이 생활이 언젠가 힘겹게 느껴진다면 이 글을 다시 읽어야겠다. '시작, 그 마음으로 돌아가자!' / 김달아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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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16 23:02

[청춘예찬] 연애, 빠름의 미학

새 학기가 되면 대학생들이 세우는 계획 1순위는? 성적 향상. 그렇다면 2순위는? 연애다. 예전부터 '연애는 하면 할수록 좋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인간의 감정 중 사랑을 으뜸으로 치듯 혈기 왕성한 20대 대부분은 연애를 하고 싶어 한다. 연애를 많이 해 본 사람일수록 나중에 결혼 상대도 잘 고른다는 말도 한 몫 해왔다.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요즘 예비역 복학생들은 새로 들어온 신입생 후배를 점찍어 뒀을 것이며, 2~3주 뒤 본격적인 MT를 다녀오면 각 학과와 동아리에는 늘 그랬듯 커플이 여럿 생길 것이다.며칠 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남자친구와 곧 백 일을 앞둔 친구는 어떤 선물을 사야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다 커버린 성인이 3개월 가량 만났다고 그걸 축하하냐'는 혹자도 있을 테지만 이미 백 일은 커플들 사이에서 꼭 챙겨야 할 중요한 기념일이 된 지 오래다. 또 만난 지 22일째 되는 날인 일명 '투투데이'를 챙기는 커플도 종종 있다. 덧붙이자면 투투데이는 대학생보다 중고등학생들이 더 열광하는 편이다.다시 말하자면 요즘 연애에서 눈여겨 봐야할 점은 '속도'다. 주위를 보면 3개월 만난 경우는 보통인 축에 속하고 6개월이면 비교적 길게 만난 편이다. 짧게 만나면 한 달, 더 짧으면 일주일, 심지어 하루도 있다.이쯤에서 요즘 세대들은 연애를 장난으로 생각한다고 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코 그건 아니다. 과거 부모님 세대에 비해 요즘세대는 이성을 만날 기회가 많다. 여대와 군대를 제외하고 강의실, 아르바이트, 학원, 동아리 등 어딜 가든지 이성이 있다. 필자의 경우, 과거 알고 지낸 이성보다 대학에서 만난 이성의 수가 더 많다. 그런데 대학에서 만난 연애 상대와 공유한 시간은 턱없이 적기에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할 수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되고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필자를 포함한 요즘 세대는 이를 잘 견디지 못한다.인터넷이 느리면 답답하고, 두꺼운 영어사전을 뒤적거리기 보다는 컴퓨터나 핸드폰 자판을 두드린다. 힘들게 편지를 쓰기보다는 띄어쓰기 포함 40자의 문자메시지가 더 편하다. 이렇듯 빠르고 쉽고 간단한 세상에 길들어져온 세대들에게 애인과의 만남을 백 일 째 무사히 이어온 것은 어쩌면 자랑스럽고 당연히 축하받아야 할 일이다.뭐든지 빨라야 좋다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는 연애에서도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스마트폰 사용자끼리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공짜로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만약 애인 중 한 명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일반 핸드폰을 쓰는 애인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 값이 가끔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이는 실제로 지인에게 들었던 말이다.)아무튼 요즘 연애에 있어 빠른 회전율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그러니 부모님들은 요즘 세대를 보고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또 필자와 같은 대학생들에게 감히 조언을 하고 싶다. 이별 뒤에도 동요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잘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쿨(Cool)하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이 말은 칭찬이 됐다. 그런데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행동에는 책임이 뒤따르듯 모든 이별 뒤엔 남모를 아픔이 있기 마련이다. 이별이 습관이 되면 시간이 흘러 진정한 자신의 인연이 와도 알아보지 못할 것 같다. 쿨한 가면을 쓰고서 진정한 사랑을 흘려보내는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란다./ 양수지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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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09 23:02

[청춘예찬] 어떤 이의 꿈

새 학기가 시작되어, 입학식과 개강으로 대학은 분주하다. 학생들은 각자의 꿈을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 안에 들어설 것이다. 신입생들은 기대에 부풀기도 하고, 재학생이나 복학생들은 학점관리와 취업걱정에 불안한 마음도 있을 것이다.행정안전부는 올해 9급 공무원 평균 경쟁률이 93.3대 1에 달했다고 밝혔다. 대기업, 공무원 직종의 경쟁률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학생들도 각종 자격증 취득과 취업의 관문 앞에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자신만의 실력과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대학교 1~2학년 때는 자격증, 취업공부에만 매달리기보다는 풍부한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고, 인생 멘토를 찾아 자신의 롤 모델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시절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현실의 대학 세태가 취업 중심이라고 비판할 것만이 아니라, 대학에서 소중한 자산을 얻어 가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 시절이 취업준비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설계해 나갈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많은 학비가 아깝지 않고, 4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리처드 브라우티건이 쓴 '그레이하운드 비극'이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소설에는 영화 스타를 꿈꾸는 젊은 여자가 나온다. 그녀에게 영화는 '종교'였고, 영화잡지는 '성서'였으며,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예배의식'이었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렸다. 그녀는 버스 터미널로 가서 할리우드로 가는 버스 요금을 알아낼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 결국, 자동차 판매원과 결혼했고 두 명의 아이를 두었다. 그러나 영화스타로서의 환상이 아직도 그녀의 가슴 한 구석에 남아 버스 터미널을 지나칠 때면 그녀는 얼굴을 붉힌다.이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나 또한 꿈만 꾸고 그 꿈을 이루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소설 속의 '버스 터미널'. 어쩌면 대학은 꿈을 이루기 위한 버스 터미널과 같은 곳일지 모른다. 스스로 목적지까지 가는 차비를 알아내고 차비를 구한 뒤,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가야 한다. 그래야 꿈을 이루게 된다.대학 첫 입시에 실패했을 때, 나는 스티븐 킹 원작의 '미스트'라는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미스트'에는 희망을 포기한 죄로 대가를 치르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나는 안개와 같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그저 비관하고만 있었다. 결국은, 도중에 포기를 했고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지 모른다.꿈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지망생이었던 시절이 있다. 대학 지망생, 공무원 지망생, 가수 지망생. 지망생으로 남느냐, 그 꿈을 이루느냐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드림하이'에서는 가수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이 꿈을 이뤄나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꿈을 이뤄나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누구나 마음 속에 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꿈을 찾고, 이뤄나가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새 학기, 새로운 출발선 앞에서 그 꿈을 찾는 여정이 시작되길 바란다./ 박소연(전주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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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02 23:02

[청춘예찬] 친구 하실래요?

전북대 옛정문 근처에 가다보면 낡은 웨스턴 바가 하나 있다. 필자는 친구와 함께 방학을 핑계삼아 매일같이 그 바에 드나들었다.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가게인데 뭐가 좋았는지 일주일에 다섯 번이나 간 적도 있었다. 옛날 미군부대 앞에서나 볼 법한 불그스름한 간판, 호프집 같은 테이블 다섯 개, 'ㄷ'자로 생긴 바 하나, 지직거리는 앰프 몇 개가 전부인 허름한 가게지만 새벽 공기를 맞으며 그곳에 가는 일은 먼 고향에나 가는 듯 설다. 주력(酒力)이 필력이라는 학과 교수님의 말을 철저히 따르는 것이라며 마음대로 위로하면서!이곳은 주말 새벽이 되면 외국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외국인들이 많다. 그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단체로 서서 맥주병을 하나씩 손에 들고 큰 제스처를 해가며 열심히 얘기를 나눈다. 그 맥주가 국산이라는 것 빼고는 그들에게 한국 취향을 찾을 수 없지만. 그들은 특히 클럽음악이나 외국 유행가가 나오면 꽥 소리를 지르면서 서로 몸을 부비고 춤을 추는데 우리가 봤을 땐 자유롭다기보다 오히려 뻔뻔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쳐다보거나 말거나 애초부터 타국과 자국의 차이는 없다는 듯 그들은 내내 흥에 겨워 있었다. 친구와 필자는 같은 생각이었는지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도 급격한 시차를 느끼고 칵테일만 홀짝홀짝 마셔댔다.그러던 중, 외국인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간단한 말 빼고는 의사소통이 안돼 손짓 발짓까지 동원하며 애써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같이 온 동생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동생은 캐나다와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 회화는 수준급이었다. 잘 알고 지낸 친구 같은 사이였지만 한번도 영어로 말하는 것을 보지 못한 나는 잘됐다 싶어 계속 더 얘기해보라며 부추겼다. 그러자, 동생 곁으로 외국인들이 하나둘씩 모이더니 갑자기 우리가 앉은 자리 주변이 토론의 장이 됐다. 캐나다에 몇 년 살았냐, 8년 살았다, 무슨 일을 하냐, 우리는 영어강사를 하고 있다, 넌 무슨 일을 하냐, 대학생이다, 대화는 탁구공 튕기듯 쉴새없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친구도 나도 신기해서 동생의 입만 멍하니 쳐다보다가 삼 십분 쯤 지나자 이내 흥미를 잃고 말았다.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6교시 영어듣기 시간이라며 깔깔 웃었지만 못내 씁쓸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몇 년 전, 친구들이 하나 둘씩 유학을 떠나고 너도나도 워킹비자를 신청했을 때 나는 뚜벅뚜벅 서점을 갔다. 왠지 모를 위기감을 느꼈는지 영어서적 코너를 이리저리 돌아보다가 '맨 땅에 헤딩하기'라는 책을 샀다. 이 책의 글쓴이는 지금 억대 연봉의 스타강사가 되었지만 처음에는 지방사립대를 다니는 평범한 여대생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은 다음 호주로 유학을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본 한국유학생들의 광경은 가관이었단다. 말 배우러 온 사람이 학교 도서관에 처박혀 'VOCA 영단어'나 '맨투맨'같은 책만 줄줄이 외우고 있었다고. 그리고 화살은 독자에게 날아왔다. 유학은 집어치우고 이태원에 가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라고. 말이야 쉽지, 몇 년 전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는 바로 책을 덮어버렸다.하지만 이젠 조금 용기를 내야겠다. 평생 짝사랑만 하는 영단어와 문법책과는 이별하고 사람 좀 만나야겠다. 그래서 방방 뛰는 그들에게 시비라도 붙여봐야겠다. "같이 노실래요?"라고. 그래서 친구가 된다면, 한국에선 한국말을 쓰라고 으름장을 놔야겠다. / 임주아 (우석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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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23 23:02

[청춘예찬] '뚜벅이' 에겐 너무나 야속한 버스 파업

'앗! 지각이다.' 요즘 제시간에 버스 타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도 늦고 말았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학원으로 가는 버스 한 대가 왔다. 또 전세버스였다. 버스요금은 1000원인데, 그날따라 내 지갑에는 800원뿐. 교통카드는 넉넉히 충전해뒀는데. 전세버스는 교통카드로 요금을 지불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이 버스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시내버스 파업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동안 전주에서 여러 파업이 발생할 때마다 며칠 가지 않아 곧장 해결되곤 했으니까. 또 우리 집은 버스가 많이 다니는 팔달로변이기에 걱정이 적었다. 며칠 이러다 괜찮아지겠지. 그러나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해결되지 않았다. 벌써 두 달이 넘도록 파업은 계속되고 있다. 파업으로 버스 운행률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바람에 버스가 발인 '뚜벅이'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버스 이용률이 많은 때, 버스 안은 넘쳐나는 사람들로 옴짝달싹할 틈도 없다. 또 손발이 꽁꽁 어는 추위 속,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한 버스마저도 이미 만원인 경우가 많다. 한 사람 들어갈 자리도 없어서 "학생, 다음 버스 타"라는 기사 아저씨의 한 마디에 다시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전주시는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전세버스를 도입했다. 처음에는 몇 대 안되던 전세버스들이 파업이 장기화되자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전주시는 이 버스를 120대까지 늘려 시내버스 운행률을 평소의 80%대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어느새 도로위에는 시내버스보다 '임시 시내버스 운행차량'이라는 이름표를 단 전세버스가 더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전세버스 도입과 증차가 파업의 장기화를 부추겨 시민들의 불편을 심화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당장 타야 할 시내버스가 없는데, 눈앞에 보이는 전세버스를 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나 막상 전세버스를 타더라도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없고 이 때문에 환승도 불가능하다. 또 도착지 안내방송과 뒷문, 부저가 없어서 하차할 때 불편하다. 통로에 별도의 손잡이도 설치돼 있지 않아 서서갈 때면 잡을 곳이 없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런 전세버스는 임시적인 대안이지 정답은 아니다. 시민들은 곧 시내버스 운행이 정상화 되리라 믿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불편들을 묵묵히 참아왔다. 그러나 시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파업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파업 당사자간의 협상이 이견을 보여 결렬됐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연거푸 보도되고 있다. 시민들의 기대가 또 한 번 사그라진다. 버스 기사 아저씨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내놓으면서까지 이번 파업을 시작했던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러나 버스를 타야만 하고, 탈 수밖에 없는 시민들에게 파업의 장기화는 너무 야속하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당국은 수수방관하면 안 된다. 전세버스 증편보다 시내버스 정상 운행이 시민들을 보다 행복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언제쯤이면 버스를 타는 시민들과 기사 아저씨 모두가 행복한 그날이 올까. 이제 버스 때문에 지각하는 날은 없었으면 좋겠다.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3학년) *뚜벅이: 자기 자동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니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김달아 (원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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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1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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