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관광 홍보보다 중요한 것 - 백상웅
디지털여수문화대전(http://yeosu.grandculture.net)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이름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여수와 관련된 역사문화인물 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관광홍보를 위한 곳이겠거니, 하는 생각을 품고 이곳을 방문하면 그 방대한 자료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디지털여수문화대전은 여수를 담고 있는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콘텐츠는 여수향토문화백과, 여수의 특별한 이야기, 여수의 마을 이야기로 나뉜다. 여수향토문화백과는 말 그대로 향토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담고 있다. 여수의 특별한 이야기는 일종의 기획 콘텐츠인데, 여수의 유명 명소나 이야기에 대한 칼럼 등을 담고 있다. 여수의 마을 이야기는 몇 개의 마을의 역사와 인물, 전해오는 이야기 등을 꾸밈없이 보여주고 있다. 재밌는 것은 여수의 마을 이야기, 이 콘텐츠에서는 마을 주민의 인터뷰가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것이다.또한 이러한 콘텐츠를 분야(삶의 터전, 삶의 내력 등), 유형(개념용어, 기관단체), 시대, 지역, 집필자(콘텐츠 집필자)로 나누어 이용자의 편의를 돕고 있다. 여수의 선사시대 역사를 알고 싶으면 해당 디렉토리에서 찾고자 하는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마을마다 조금씩 다른 문화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꾸려 놓아, 각 마을의 소소한 문화적 공통점과 다른 점까지도 이용자가 알기 쉽게 해 놓았다.요즘 전라북도는 관광 홍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라북도가 관광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은 전북의 미래가 어디에 있는지, 조금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현재 전북이 가장 내세울 만한 것은 수천 년간 쌓아온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공기 좋은 자연은 둘째치고라도 전북 곳곳에는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앞으로 전북이 이것을 잘 살리기만 한다면 관광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여수문화대전과 같은 전북 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유기적으로 엮을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의 매개체가 되는 소소한 이야기들도 필요하다. 어느 주막에 가면 시인들이 득실거리더라, 어느 커피숍은 몇 십 년 된 곳인데 한 때 시위를 하던 사람들이 숨어들던 곳이었더라, 어느 골목에서는 연극인들과 미술인들이 빈 호주머니로도 근근이 돌아다니더라, 이런 이야기들 말이다. 어느 동네에서는 윗동네, 아랫동네 나누어 놀이를 하고, 또 어느 동네 구멍가게 할머니는 평양에서 시집와 현재까지 살고 있다더라, 이런 이야기들 말이다. 소소하지만 역사와 문화를 담은 이야기들이 전북에는 절실하게 필요하다.이 작은 이야기들을 잊는 순간 문화와 역사의 발전은 멎는다고 생각한다. 문화의 심근경색이라고 할까, 혈관이 꽉 막혀 문화는 굳어버릴 것이다. 디지털문화대전에는 여순사건 같은 현대사 질곡의 사건부터, 거문도에 쳐들어온 영국군 때문에 생긴 단어까지 기록하고 있다. 전북에 대해 누군가 물었을 때, 아 이곳에 가면 뭐든 알 수 있어, 라고 할 만한 그런 곳이 생겼으면 좋겠다.아무리 좋은 관광지라도 홍보가 안 되면 도루묵이고, 홍보가 아무리 잘되더라도 콘텐츠의 설계가 잘 못되어 있으면 또 도루묵인 것이다. 독립된 문화, 역사라는 것은 없다. 문화와 역사는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다. 이 연결점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큰 이야기부터, 작은 이야기까지 엮어보자는 것이다. 전라북도라면 지금 가지고 있는 콘텐츠만으로도 베스트셀러 소설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큰 것을 보려고 하지 말고, 전라북도에 흩어진 골목을 들여다보았으면 한다. /백상웅(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