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2-01 15:06 (일)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권혁남 칼럼

70살 된 전북일보가 가야할 길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전북일보가 지난 1일로 창간 70년을 맞이했다. 70년이란 세월은 결코 간단치 않다. 우리 인간도 70살을 맞이하기가 힘든 일이라는 뜻에서 고희(古稀)라고 하지 않는가. 굴곡진 우리나라의 현대사와 매우 열악한 지역 언론 환경 속에서 한 지역신문사가 70년의 역사를 이어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전북일보가 앞으로 맞이할 미래는 간단치 않을 것이다. 전북일보를 둘러싼 어려운 환경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인 신문 산업의 쇠퇴이다. 다른 하나는 지역신문의 난립이다. 전북일보는 세계 각 나라의 유수신문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전략들을 참고하여 앞으로의 생존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전 세계적으로 신문 산업이 쇠퇴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2000년대에 몰아친 인터넷 혁명이다. 독자들이 온라인 뉴스시장으로 돌아서고, 동시에 광고를 기반으로 하는 무료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종이신문 독자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독자가 줄어들자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광고가 줄어든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그러자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수신문들은 디지털화 전략을 내세워 온라인시장에서 디지털 독자를 확보하는 디지털 퍼스트 전략으로 바꿨다. 가장 성공한 사례는 뉴욕타임스이다. 2019년에 종이신문 독자와 디지털 독자 포함 전체 독자가 400만 명을 돌파했다. 뉴욕타임스 등의 세계 유수신문들은 이제 더 이상 종이신문으로 보기 어렵다. 디지털 미디어로 봐야한다. 영국의 인디펜던트 신문은 발행부수가 85%나 줄어들자 2016년에 아예 인쇄판을 없애고 온라인신문으로 전환하기도 하였다. 독일 신문사들이 선택한 타개책은 인공지능(AI) 활용이다. 독일의 대형 신문사들은 로봇저널리즘 도입뿐만 아니라 콘텐츠 개발, 광고 마케팅, 독자 관리, 배송 업무에까지 업무 전반에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독일신문업계는 전체 업무량의 20%를 AI에 의존하고 있는데, 2022년에는 약 70%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미국, 유럽과는 달리 아직 우리나라 국민들은 뉴스콘텐츠는 유료라는 인식이 매우 낮다. 포탈 등을 통해 뉴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유료 디지털 독자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중앙지들도 아직 성공하지 못한 디지털 독자 확대 전략을 지역신문이 성공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지역신문들도 종이신문을 벗어나 뉴스의 디지털화를 확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당장에 디지털 유료독자 확보는 어렵지만 디지털 공간에서 지역신문의 영역을 확보해놓지 않으면 머지않아 존재감 자체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디지털과 모바일로 떠난 독자는 종이신문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신문이 디지털과 모바일 세상으로 찾아가 독자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종이신문 구독률이 한 자리 수까지 떨어진 우리나라 상황에서 지역신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지털 퍼스트 전략과 함께 인공지능 활용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뉴스콘텐츠도 달라져야 한다. 먼저 가장 지역적인 주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아울러 지역의 문제를 제기하고, 묻지만 말고 해결방법에 초점을 맞추는 이른바 솔루션 저널리즘(solution journalism)을 추구해야한다. 공짜뉴스가 널려있는 온라인시장에서 유료 지역신문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장 지역적인 소재를 심층보도와 솔루션 저널리즘으로 접근해야한다. 그것만이 다른 미디어들의 콘텐츠와 차별화시키는 유일한 전략이다. 전북일보가 난립하고 있는 15개 지역신문 중의 하나가 아닌, 차별화된 유일한 지역신문으로 우뚝 서기 바란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0.06.11 16:53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를 해보니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코로나19 불똥이 내게도 떨어졌다. 나라고 피할 수 없었다. 온라인 비대면 강의를 해야만 했던 게 가장 큰 충격이었다. 30여 년 동안 대학 강단에 서면서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강의실에서 학생들 얼굴을 마주보고서 달라진 헤어스타일과 패션, 신상 변화 등을 화제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가벼운 농담 따먹기도 하고, 때로는 수업태도가 안 좋은 학생을 야단도 치곤했다. 그런데 갑자기 연구실 책상에 앉아 강의 자료를 화면에 띄어야 하는 등 프로그램을 조작함과 동시에 카메라를 쳐다보고서 강의를 하려하니 모든 게 서툴고, 어색하였다. 어색함을 이기기 위해 다른 대학의 한 교수는 안동역 노래를 불렀다는 뉴스기사도 보았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교수가 강의를 녹화해서 온라인 시스템에 올려놓으면 학생들이 아무 때나 그 내용을 스스로 열어보고서 시청했다는 증거를 남겨야만 출석으로 인정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다보니 학생들과의 대화나 질문, 피드백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 교수나 학생 모두가 불만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 달 전부터 필자는 실시간 화상강의로 바꾸어 보았다. 사전녹화방송을 생방송으로 바꾼 것이다. 비록 교수와 학생들이 서로 화상을 통한 비대면이지만 동시에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녹화 강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적이었다. 실시간 화상강의를 해보니 강의실에서의 대면수업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점이 발견되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굳이 학교까지 오지 않고서 집에서 편한 옷차림과 자세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학생은 간식과 음료수를 챙겨서 강의를 듣는다. 많은 여학생들이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서 수업에 참여하기에 그 이유를 물어보니 세수나 화장을 하지 않아서란다. 어떤 학생은 카페에서, 친구 집에서, 달리는 고속버스 안에서 수강하였다. 학교 강의실에 직접 참석하기 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경비, 에너지, 스트레스를 따지면 온라인 강의가 얼마나 편하고 경제적인가. 교수가 화상을 통해 학생들을 모니터할 수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학생들의 강의집중도가 높았고, 토론과 질문이 활발하였다. 팔자에 없던 온라인 강의를 직접해보니 그동안 온라인 강의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사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교육계에도 인공지능 도입이 크게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과 결합한 온라인 수업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앞으로 지금과 같은 형태의 대학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후인 2030년에 교수 업무의 59.3%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이지성, 에이트). 초중고에 인공지능 교사가 등장할 날도 더 빨라질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아이들은 인공지능 교사를 인간 교사 보다 더 편안하게 여기며, 더 좋아하고, 더 신뢰한다고 한다. 인공지능 교사가 가진 지식의 양이 상상을 초월할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교사는 자기도 모르게 아이들을 편애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인상을 쓰거나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일이 없기 때문이란다(이지성, 에이트).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교육자들은 더욱 빨라질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대체에 대한 대비뿐만 아니라 새로운 역할을 찾지 않으면 안 되겠다. 집안에서도 대부분의 일들을 할 수 있더라. 코로나19가 깨우쳐준 사실 중의 하나다.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가 초래할 세상의 변화인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를 분석, 예측,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정치, 경제, 가정, 의료는 물론이고 교육에도 심대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것과, 그 변화가 벌써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이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0.05.07 20:16

선거여론조사 공표금지는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깜깜이 선택. 상품 A와 B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상품들에 관한 주변사람들의 최신 평판은 차단한 채 오래전의 평판만을 가지고서 선택을 강요한다면 과연 그 선택이 바람직할까? 오늘부터 21대 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되고, 닷새 후면 본 투표일이 다가온다. 그런데도 선거일 전 6일 동안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 금지조항(공직선거법 제 108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후보자에 대한 최신 평가를 알지 못한 채 투표를 해야만 한다. 전 세계적으로 선거일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래도 이는 과거에 비하면 크게 나아진 것이다. 2005년 선거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대통령 선거는 무려 23일,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는 14일 동안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었었다. 여론조사 보도금지는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다. 1998년까지 캐나다는 투표 전날 정오부터 투표가 끝날 때까지 여론조사의 공표를 금지하였다. 우리에 비하면 공표금지 기간이 긴 것도 아니다. 캐나다 언론사들이 대법원에 헌법 소원을 제기하여 캐나다 대법원이 이를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라는 점을 근거로 하여 위헌으로 판결하였다. 프랑스에서도 이 문제로 큰 소동이 빚어진 적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2002년 이전까지 투표일 일주일 전부터 선거여론조사 발표가 금지되었었다. 1997년 총선에서 르 파리지앙 신문이 국외(스위스)의 여론조사 발표 사이트를 링크해 놓고 간단한 논평 기사를 실었다는 것 때문에 고발됐다. 이에 이 신문은 여론조사 결과들이 인터넷에 널려 있다. 여론조사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 것을 언론만이 모르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결국 2002년에 여론조사발표 금지 기한을 선거일 전 하루로 대폭 줄이게 되었다. 우리나라 대통령선거에서 깨지지 않는 전통이 있다. 법정 선거운동기간(23일) 전 여론조사에서 앞섰던 후보가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반면 국회의원선거는 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인 6일 동안 선두가 바뀐 사례가 수없이 많다. 대표적으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 정세균 후보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까지 오세훈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17%포인트 뒤졌지만 실제 선거결과는 정 후보가 오 후보를 12.9% 포인트 차이로 크게 승리하였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20대 총선 직후 실시한 유권자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47.4%가 투표 1주일 전부터 투표 당일 사이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고 하였다. 그래서 선거일 전 6일 동안 선거여론조사 공표를 금지시키는 것은 유권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의 올바른 선택을 가로막는 것이다. 약 30년 전인 1992년 헌법재판소는 이 제도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여론조사가 갖는 부정적 측면과 국민의식수준 등을 근거로 내세워 이 조항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의 제한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막판에 여론조사가 공표되면 부동층이 선두주자에게 쏠리는 이른바 우세자 편승효과(bandwagon effect)를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사태에서 우리 스스로가 확인하였듯이 이미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민의식을 갖고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 SNS 등을 통한 여론조사 유포를 기술적으로 막기 어렵고, 가짜 여론조사 결과 유출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더 크다 하겠다.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참정권 행사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여론조사 금지 조항은 위헌적 요소를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등국민인 대한민국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0.04.09 15:17

언론은 코로나 사태 해결의 걸림돌인가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학자 베넷(Bennett)은 언론 보도의 편향을 개인화, 드라마화, 파편화, 정부 당국의 무능과 무질서 등 네 가지로 요약하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를 다루는 우리 언론의 보도를 분석해보면 베넷의 네 가지 편향 중에서 특히 개인화, 정부 당국의 무능과 무질서 프레임이 두드러진다. 언론보도의 개인화란 사건의 전체 맥락을 짚어주기보다는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경향을 말한다. 다시 말해 사건의 심층적인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기보다는 개인의 시련과 비극, 승리,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인물 중심 보도방식이다. 그래서 언론은 항시 사건과 관련된 영웅과 악당, 희생자의 휴먼 스토리를 키우고, 특정 정치인들을 사건과 연관시키는 프레임을 동원한다. 따라서 개인화 프레임은 국민들에게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편향을 일으킨다. 모든 드라마나 소설은 물론이고 각종 사건 역시 천사와 악마, 영웅과 악마가 만들어진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때에도 우리 언론은 사고의 원인과 사후 대책 등의 근본적인 문제보다는 선주인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과 그 가족에 초점을 맞추어 마녀사냥하기에 바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를 들여다보면 영웅과 악당 만들기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 영웅은 코로나와 치열하게 싸우는 의료진이다. 이는 언론의 영웅 만들기가 아니더라도 온 국민이 공감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영웅이다. 악당은 누구인가? 신천지교회 이만희 총회장과 신도들이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당시 언론이 덧씌운 유병언 회장과 구원파에 대한 악당 프레임에 비하면 신천지와 이만희 회장에 대한 악당 프레임은 매우 약한 편이다. 정부와 여당은 사태의 책임을 신천지로 돌리지 말라는 야당의 주장에 언론이 동조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 언론계가 그만큼 성숙해졌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또 다른 악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당국이다. 보수 언론과 야당은 코로나 사태의 주된 책임을 대통령과 정부에 씌우고 있다.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중국의 눈치만 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중국 대통령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책에 따라 전 세계 언론이 모두 코로나19로 명명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조선일보는 우한 폐렴 우한 코로나를 고집하고 있다. 우리 언론이 강조하고 있는 또 다른 프레임은 정부 당국의 무능과 무질서 편향이다. 이 프레임은 무질서를 강조하고, 정부 당국이 질서를 회복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보도방식이다. 일부 언론은 정부 당국의 대책과 노력에 대해 사사건건 냉소적이고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를 수습할 능력이 없고, 마땅한 대책도 없다,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들이 늘어나 한국은 완전히 고립되었다, 마스크 대란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등을 강조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장시키기까지 한다. 보수 언론의 보도내용을 보면 이들은 정부가 조속히 사태를 진정시키고 모든 것을 정상화시키려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언론 보도가 사태의 원인 규명과 문제해결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갈등, 고통, 불안과 불만, 무질서 등에 초점을 맞추는 값싼 감정적 도구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언론이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서 사건이나 사태를 악용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국가적 재난인 코로나사태가 하루빨리 수습되고 질서가 회복되는 데 언론이 걸림돌이 아니라 도우미가 되어야 한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0.03.12 16:57

정치인들의 먹방과 이미지 전략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일이라 놀랄 것도 없지만 정치인들의 먹방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며칠 전 황교안대표가 성균관대 앞에서 1980년 어떤 사태발언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도 떡볶이와 어묵을 먹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문제의 발언에 묻혔지만 황대표가 서민들과는 다르게 기다란 꼬치 두 개를 젓가락질 하듯이 떡볶이 먹는 사진이 또한 화제였다. 예전에 박근혜 후보가 시장에서 고구마를 코에 대고 냄새 맡으며 골랐던 장면만큼이나 생뚱맞다. 정치인들은 평소 다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피하고 꼭 재래시장만을 방문한다. 이 때 드레스 코드도 중요하다. 반드시 허름한 점퍼에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이들이 재래시장에서 빠지지 않고 펼치는 서민 코스프레 연출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나가는 아이의 의사도 묻지 않고 들어 올려 활짝 웃는 장면 연출이다. 본인은 좋을지 몰라도 억지로 들려지는 아이의 표정은 한 결 같이 뜨악하니 죽을 맛이다. 또 하나는 바로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 먹방이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각 정당대표들의 먹방 메뉴를 검색해보았다. 김무성 대표는 어묵, 옥수수 빵, 마른 호박, 팥죽, 만두, 떡, 취나물, 닭 강정을 먹었다. 문재인 대표는 어묵과 족발을, 안철수 대표는 토스트를 선택하였다. 먹방 연출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주로 먹는 메뉴는 햄버거다. 트럼프의 햄버거 먹방은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정치인들이 서민 코스프레를 연출하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소탈하고 친근한 인상을 심어주려는 이미지 메이킹 작업이다. 모든 상품이나 브랜드, 연예인, 스포츠맨 등과 같이 정치인 역시 이미지가 생명이다. 오늘날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투표 결정 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정책 개발보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케네디, 레이건, 클린턴, 오바마 등은 모두 이미지 싸움에서 이긴 사람들이다. 이미지란 말의 어원은 모방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미지란 어떤 대상의 겉모습에 대한 인공적인 모방이나 표상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실체와는 다르며, 조작된 허위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정치인 박근혜가 대통령에 오르기 전 이미지들을 반추해 보자.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 근엄하고 강단 있는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대부분 허상이고 거짓이었음이 드러나지 않았던가. 영상 미디어 발달로 인해 선거에서 언어적 메시지 보다 비언어적 메시지가 더 많은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정치인의 표정이나 목소리, 시선, 제스처, 패션스타일 등 비언어적 요소들이 정책과 이슈 등 언어적 메시지 보다 더 많은 정치적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실제 메러비언(Mehrabian)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한 사람의 이미지를 결정짓는데 있어서 언어적 요소가 7%, 목소리가 38%, 얼굴 표정이 55%로 비언어적 요소가 93%로 압도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유권자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것은 이미지다. 후보자의 실체와 본질은 중요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지선거는 폐해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후보들 간의 승패가 정치 능력이나 정책 등의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후보의 용모, 표정, 말솜씨, 연기력 등의 사소하고 피상적인 이미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대통령 후보에 비해 국회의원 후보들의 실체 파악은 상대적으로 좀 더 용이하다. 후보의 이미지에 속아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그들의 실체를 꼼꼼히 따져보도록 하자. 제대로 된 후보를 뽑기 위한 이런 유권자의 조그마한 수고는 반드시 큰 기쁨으로 돌아올 것이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0.02.13 15:41

언제까지 여론조사로 후보를 공천할 것인가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번 415 총선도 여론조사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여론조사 공화국이다. 정당의 후보 공천은 물론이고 정당 간 후보단일화까지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신속성, 효율성을 강조하는 대한민국다운 발상이다. 문제는 여론조사란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그 오차를 감안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피검사, 소변검사를 통해 우리 몸 안의 건강상태를 거의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 여기서 뽑힌 피, 오줌 한 방울의 표본은 우리 몸 안에 있는 전체의 피와 오줌(모집단)과 성격이 똑같다. 이같이 모집단의 성격을 그대로 닮은 표본을 대표표본이라고 한다. 피나 소변은 한 사람의 몸 안에 있기 때문에 대표표본을 확보하기가 쉽다. 그러나 제각기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에서 특정 지역, 집단, 나아가 사회 전체의 성격과 똑 닮은 대표표본을 확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모집단의 성격과 표본의 성격 차이를 표본오차라 하는데 모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센서스가 아닌 이상에는 아무리 정교하게 표본추출을 해도 표본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조사자가 주관성을 버리고 과학적 표본추출을 하였다면 표본수가 500명인 경우는 4.3%포인트, 1000명인 경우는 3.2%포인트의 표본오차가 발생하게 된다. 표본 수 1000명의 전국조사에서 A후보가 52%, B후보가 48%가 나왔다고 하자. 1000명 조사에서 일어나는 표본오차 3.2%P의 의미는 3.2%의 두 배인 6.4% 이하의 차이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두 후보 간의 4%P 차이는 표본오차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두 후보 간에 차이가 없는 것이다. 두 후보 간에 차이가 1000명 조사에서는 6.4%, 500명 조사에서는 8.6% 이상 차이가 나지 않으면 두 후보 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 간에 1%P만 차이가 나도 본질적인 차이인 것으로 보고서 후보 공천을 결정짓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한편 조사방법이 유선전화냐 무선전화냐, 면접원조사냐 기계조사(ARS)냐에 따라서도 조사결과가 확 달라진다. 지난 연말 한국통계학회는 재미난 실험을 하였다. 이러한 조사방법들을 섞어서 5가지 조합을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평가에 대해 물은 결과, 조사방식에 따라 최대 17.8%P 차이가 났다. ARS조사는 조사비용이 싼 만큼 응답률도 낮고, 응답의 편향성이 높아 신뢰성이 가장 낮은 조사라는 점이 재확인되었다. 지난해 5월에 확정된 민주당 당내 경선룰을 보면 사실상 여론조사가 공천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1차 심사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파악할 수밖에 없는 공천 적합도 조사가 40%이다. 2-3배수로 추려 실시하는 최종 경선에서는 권리당원 투표 50%, 비당원 여론조사 50%이다. 100%를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했던 지난 20대 총선 때보다는 여론조사의 비중이 절반으로 줄었다지만 아직도 여론조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확정된 경선룰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수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여론조사를 제대로 실시하고, 결과를 정확히 해석해서 억울하게 피해보는 후보자가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켜주기 바란다. 첫째, ARS조사는 피하고 경비를 조금 더 들여서라도 무선전화 중심의 면접조사를 해야 한다. 둘째, 조사결과 후보들 간의 차이가 표본오차 범위 안에 있으면 차이 없음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표본추출, 조사방법, 질문내용, 조사자의 의도 등에 의해 얼마든지 여론이 왜곡될 수 있는 여론조사에 의존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선택을 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0.01.09 16:15

제대로 된 국회의원 잘 뽑는 법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여기저기서 예비후보자들의 출판기념회가 열리고 있다. 수백,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고, 영향력 있는 정치인 누구누구가 참석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보기엔 대부분이 영 시원치 않다. 어쩌면 저런 사람이 나올까. 그렇게도 사람이 없나. 최선의 선택이 아닌 차악의 선택을 해야만 하는 선거판이 되지나 않을까싶다. 이제 며칠 후인 17일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일 이후부터는 합법적인 선거 운동이 허용된다. 단 길거리 현수막이나 유세 차량, 확성기 등은 제한된다. 프로스포츠 세계에는 오직 실력 있는 선수만이 살아남는다. 계약기간동안의 성적표만이 유일한 기준이다. 다른 기준은 있을 수 없다. 72미터 폭풍드리블 끝에 인생 골을 성공시킨 손흥민 같이 실력 있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만이 살아남는다. 그래서 스포츠는 계속 발전하고,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정치판은 영 딴판이다. 한 눈 팔지 않고 소신껏 열심히 일만 한 사람은 쫓겨나거나 홀대받는다. 오직 구단주에게 잘 보인 선수만이 살아남는다. 실력과 성실성보다는 정당대표들과의 친분관계로 살아남는 곳이 프로 정치세계이다. 그래서 우리 정치가 맨날 이 모양 이 꼴이고 국민들로부터 조롱과 외면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도 수 십 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유권자에게 있다. 유권자들이 혈연, 지연, 학연, 소속정당만 보고서 묻지마식 투표를 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선택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지금의 정치판은 영원히 고칠 수 없다. 유권자가 수많은 후보자들 중에서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 결정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먼저 현역 의원을 계속 쓸 것인지 교체할 것인지를 정하는 일이다. 그러면 고민의 절반은 해결되는 셈이다. 만약 교체로 결정이 되면 여러 대안 중에서 최선을 선택하면 된다. 그러면 제대로 된 정치인을 재단할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 흔히들 후보의 도덕성, 과거 경력, 정책공약 등을 중요한 기준으로 꼽고 있다.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기에 현역 의원들의 지난 4년간 의정활동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의정활동은 국회의원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이다. 의정활동은 입법 활동, 정책 활동, 국정감시활동을 말한다. 다시 말해 현역 의원이 지난 4년 동안 국회 출석을 얼마나 충실히 했고, 국민을 위해 법을 만들거나 고쳤으며, 정부의 정책을 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했는지, 정부의 업무수행을 제대로 감시했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현역의원을 교체하기로 맘먹었다면 대안들 중에서 전직의원인 경우에는 과거의 의정활동을 따져봐야 한다. 정치신인의 경우는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그 분야에서 얼마나 성실히 노력했는지에 대한 평가를 통해 미래의 의정활동을 예단할 수 있다. 우리 지역 현역 의원들 10명 모두가 재선을 노리고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역들에 대한 평가는 다른 후보자들보다 매우 엄격해야한다. 운동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하듯이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고생스런 의정활동보다는 소속정당의 대표에게 끊임없이 눈도장을 찍고, 지역행사나 지역주민들의 애경사에 참석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여의도를 팽개치고 지역구에 죽치고 앉아 애경사나 쫒아 다니는 국회의원은 필요 없다. 국회의원이 무슨 동네 친목회장인가? 진정한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지만 정치꾼은 오직 다음 선거만을 생각한다. 내년 총선에서는 정치꾼은 도려내고 정치가를 뽑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정치판이 바뀐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19.12.12 20:21

지역이 살려면 청년층을 잡아라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1,822,883. 2019년 9월 말 현재 전북의 인구수이다. 지난 해 12월에 비해 13,949명이 줄었다. 이대로 가다간 2,3년 안에 180만 명대가 무너질 지경이다. 2000년에 인구 200만 명이 무너졌을 때 도민들이 받았던 충격은 지진 강도 9.0에 맞먹을 정도로 심각했다. 그로부터 인구 190만 명이 허물어지는 데는 불과 6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2006년 190만 명이 무너지고, 10여 동안 180만 명대를 가까스로 지탱해오다가 180만 명의 붕괴가 눈앞에 와있다. 인구 180만 명은 전북도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인구절벽. 비단 우리 전북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전체가 맞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국가 어젠다이다. 지난 10년간 무려 150조 원을 쏟아 부었지만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 0.98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다발을 흔들면서 출산장려를 독려해온 그 동안의 정책이 완전히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결혼하면 1억 원, 출산하면 3000만 원을 주겠다고 공약하여 당시에는 큰 웃음거리가 되었던 허경영 후보의 혜안만이 옳았음이 확인되었다. 인구절벽은 저출산에서 비롯된다. 그동안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모든 지역의 지자체가 출산지원금과 장려금 지원정책을 써왔다. 그러나 이게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진단이다. 서울대 조영태 교수는 저출산의 원인은 출산보육 복지가 아니라 지역문제라고 하였다. 낙후된 환경을 피해 서울로 올라오면서 지역에서는 청년 인구가 무너지고, 자연히 출산이 급감했다. 게다가 서울에 올라온 지방청년들은 높은 집값과 물가로 결혼과 출산을 엄두도 내기 힘들었다. 지금 와서 고향을 보니 떠날 때보다 더 쇠락해 돌아갈 수도 없다. 이 같은 악순환을 끊을 지방정책이 있어야 했다.고 말한다(한국경제, 2019.11.4.). 아울러 조교수는 지역인구 감소 대응책을 지금처럼 시군단위로 해서는 효과가 없고 보다 넓은 권역차원에서 마련해야한다고 말한다. 옳은 지적이다. 얼마 안 되는 지역인구를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인접한 시군 지역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던가. 도 단위로 보면 결국은 제로섬 게임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전라북도 역시 더 이상의 인구감소를 막고 인구 증대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도청 기회조정실 대도약기획단 내에 인구정책혁신팀을 신설하여 인구정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180만 출향도민들을 대상으로 제비(JB)고향회귀센터를 운영하며, 공유농업, 청년 참여형 리빙랩, 하늘바람물 청정지역 지정 사업 등을 실시할 계획이란다. 그러나 이것 또한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청년층(20-39세)의 유출을 막아야 한다. 지난해 전북을 떠난 인구가 1만 3천여 명인데, 이중 80% 이상이 청년층이다. 이들이 전북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자리 때문이다. 결국은 도내 인구 유출을 막고, 외부 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에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고, 향토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한편으로 공공기관의 이전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지역 청년층을 붙잡기 위해 결혼출산육아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일자리 알선과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은퇴자들의 귀농귀촌 정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고, 전북의 성장엔진을 돌릴 사람은 청년층이다. 전북이 살기위해서는 청년층을 잡아야 한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19.11.14 17:39

조국 사태와 언론개혁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66일 만에 조국 수렁에서 빠져나왔다. 조국 전 장관 개인과 가족은 물론이고 온 나라가 만신창이가 되었다. 장관 한 사람 임명을 두고서 온 국민이 두 패로 나눠 죽도록 싸워댔다. 법무부 장관 자리가 대단한 건지, 조국이라는 사람이 대단한 건지. 만약 조국이라는 사람을 행정안전부나 다른 장관 자리에 앉혔어도 그 난리가 났을까. 분명한 것은 조국사태로 인해 대다수 국민들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더더욱 절감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참에 어떤 방향으로든 검찰개혁은 이뤄져야 하고, 이뤄질 것으로 본다. 문제는 언론이다. 이번 조국사태에서 검찰개혁과 세트로 묶여진 화두는 언론개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국민들은 검찰이 흘려주는 정보만을 가지고서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다. 촛불광장에서 성난 민심은 기레기 아웃을 줄기차게 외쳐댔다. 그러다 유시민씨의 알릴레오가 김경록 PB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영방송인 KBS와 검찰의 짬짜미 의혹을 폭로하면서 언론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14일 조국 장관 사퇴 발표 직후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언론 스스로 그 절박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의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지금의 대한민국 언론은 무한한 자유와 엄청난 권력을 누리고 있다. 반면에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주어진 권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함부로 사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언론은 공정한 심판관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일부 언론은 직접 선수로 뛸 뿐만 아니라 선수들을 지휘하기까지 한다. 특정 정파의 대변자 역할은 물론이고 그 정파를 독려하고 지시하는 감독 역할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게 우리 언론의 현실이다. 맘에 들지 않는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힘을 갖고 있는 언론이 일개 장관과 국회의원 날리기는 일도 아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검찰과 언론 모두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또한 선출된 정치권력은 유한하지만 선출되지 않은 검찰과 언론의 권력은 무한하다는 점 역시 같다. 검찰은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견제장치와 입법을 통해 개혁을 실천할 수 있다. 반면 민간기관인 언론은 제어할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에 개혁이 쉽지 않다. 국가가 나서면 언론탄압, 언론간섭의 위험성도 있고, 언론계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언론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이 망라한 위원회에서 언론개혁의 방향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신문업계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신문 구독률이 10%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방송업계 역시 해마다 적자 폭이 커지는 등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신문과 방송 보도가 지나치게 정파적이고, 무책임하며, 품격마저 떨어져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신문과 방송에 대한 불신이 계속된다면 신문과 방송 산업 모두가 공멸할 것이다. 언론은 살기위해서라도 보다 책임 있고 품격 있는 언론으로 변화해야 한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서 공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언론이 책임감을 갖고 공정성과 품격을 지켜야만 그들이 원하는 언론자유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고 품격을 갖춘 언론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언론이 자율적으로 개혁해야한다. 최소한 치욕스러운 기레기 소리는 더 이상 듣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언론이 스스로 개혁의 길을 갈 것 같지 않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19.10.17 17:40

총선과 호남 민심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호남사람들은 공산당 투표를 한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호남 민들의 특정 후보와 정당에 대한 몰아주기 투표행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의 대통령선거 결과들을 보자. 1987년 13대 대선을 시작으로 14대, 15대 대선에서 호남 민들은 김대중 후보에게 90% 이상의 몰표를 주었다. 특히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광주 97.3%, 전남 94.6%, 전북 92.3%라는 사실상 100%에 가까운 몰표를 주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 역시 몰표를 받았다. 광주 95.2%, 전남 93.4%,, 전북 91.6%. 이거에 비하면 지난 19대 대선 때 호남에서 몰표를 받았다는 소리를 듣는 문재인 후보(광주 61.1%, 전남 59.9%, 전북 64.8%)는 표를 받은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 총선도 마찬가지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전라북도 14개 선거구 전부를 평민당이 싹쓸이 했다. 14대 총선에서는 14개 선거구에서 12개, 15대 총선은 14개 선거구에서 13개, 16대 총선은 10개 선거구 중 9개, 17대 총선은 11개 선거구 모두를 민주당 뿌리의 한 정당이 휩쓸었다. 18대 총선에서는 11개 선거구중 9개, 19대 총선은 11개 선거구중 10개를 민주당 뿌리의 정당이 압승을 거뒀다. 2016년 20대 총선은 국민의당이 10개 선거구 중 7개, 민주당이 2개, 새누리당이 1개 의석을 차지했다. 민주당이 아닌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과거 흐름과는 달랐지만 특정 정당이 압승을 거둔 전통은 달라지지 않았다. 전북은 선거구가 10개로 나누어져도 표심이 같이 움직이는 사실상 단일 선거구이다. 조국 파동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충성도가 강철대오처럼 흐트러지지 않는 전북의 민심을 본다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독주는 거의 틀림없다. 전북도민들의 특정 정당 몰아주기 투표행태 전통과 작금의 민심을 감안한다면 아무리 못해도 민주당이 한두 석 빼놓고는 압승할 것이다. 전북도민들을 포함한 호남 민들은 왜 그토록 특정 후보와 정당에게 몰표를 던지는 걸까? 한마디로 한풀이 때문이다. 지역차별에 대한 서러움과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치행위가 바로 투표이다. 설령 내가 미는 대선후보가 당선되지 않아도,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제 1당이 되지 않아도 투표장에 나가서 한 표를 던져야 직성이 풀린다. 누구에게 몰표를 주자고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다 알고 있다. 생각이 똑같기 때문이다. 호남사람들을 같은 생각, 같은 투표행동으로 이끄는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퍼트남(Putnam)의 사회자본(social capital)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회자본이란 한마디로 이웃 사람들에 대한 신뢰와 친밀성을 말한다. 수도, 전기, 도로, 통신망 등 한 사회를 연결시키는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하드웨어라면, 사람들을 끈끈한 신뢰로 연결해주는 사회 자본은 사회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소프트웨어다. 사회자본이 빈약하면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유유상종.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리고, 어울리다 보면 비슷해진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에서 마음이 맞는 이웃과 연대를 형성하고, 그들과 어울리면서 비슷한 가치와 신념을 형성하게 된다. 이웃주민들에 대한 신뢰와 연대인 사회자본이 주변 사람들과 비슷한 태도나 신념을 갖도록 하고, 공동체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특정 후보와 정당에 몰아주기 투표는 지역주의에서 비롯된다. 지역주의 투표는 호남만의 문제는 아니다. 3김 시대가 끝나고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무리 정당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뽑자고 호소해도 소용없다.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이 또한 엄연한 민심이고, 민심을 억지로 바꿀 수도 없지 않은가. 참으로 어려운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19.09.19 16:36

미리 보는 조국 인사청문회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된 조국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무대에 오르기도 전부터 장외에서 뜨겁고 매서운 검증을 받고 있다. 후보자, 가족들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이 매일같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조 후보자는 서해맹산(誓海盟山)의 각오로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임전무퇴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앞으로 벌어질 조 후보자 인사 청문회장은 정권의 명운이 걸린 역대 최고의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아는 모 대학 교수가 지난 정권 때 장관 후보자로 유력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장관은 차치하고 장관 후보자가 되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단다. 200개 항목이 담긴 사전 질문지에 질려버리고, 인사 검증 팀이 직접 들고 온 개인 신상과 관련한 산더미 같은 자료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단다. 인사 청문회 무대에 올라갈 후보자로 확정 발표되기 전까지의 사전 검증이 나름 철저한 모양이다. 그럼에도 후보자들이 청문회 무대에 올라만 가면 온갖 부도덕, 탈법적 행위가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다. 다행히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후보자와 가족들이 치른 모욕과 마음의 상처는 평생 앙금으로 남을 것이다. 불행히도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후보자는 희대의 파렴치범으로 낙인찍혀 재기가 불가능해진다. 그 가족들이 겪게 될 고통은 오죽하랴. 인사청문회가 열심히 쌓아놓은 한 사람의 평생 공든 탑을 무참히 날려버릴 수도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절대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이다.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인사권은 인정하지만 단지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해서, 선거에 도움을 주었다고 해서 깜도 안 되는 인사를 함부로 중용 하지 말라는 경고이자 여과 장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6월 인사청문회 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그 동안 인사청문회가 깜도 안 되는 수많은 인사들을 걸러냄으로써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견제하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라 하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보여준 인사청문회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앞으로 개최될 조국 후보자의 청문회는 틀림없이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정론, 무용론 여론을 정점에 달하게 만들 것이다. 역대 최고의 전쟁터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조 후보자 청문회 장면을 미리서 쉽게 그려볼 수 있다. 과거의 기억들을 동원한다면 안 봐도 비디오다. 벌써부터 시작되었지만 조국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에 대한 검증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후보자와 가족들의 신상 털기와 도덕적 흠집잡기에만 매달릴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와 아들 딸 부인 동생 등 가족의 티끌만한 흠집마저 끄집어내고,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뉴스를 검증하는 척 하면서 심하게 공격할 것이다. 어떤 의원은 자기주장과 질문만 잔뜩 늘어놓고서 후보자의 대답은 못하게 막을 것이다. 또 어떤 의원은 사퇴하세요 사과하세요 소리만 질러댈 것이다. 여당 의원들이 이를 보고만 있을 리 만무하다. 여당 의원들은 결사적으로 후보자를 보호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여야 의원들 간에 막말과 심한 욕설이 오가고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지면서 청문회장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장내 질서유지와 정리를 위해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할 것이다. 정회와 속개가 거듭될 것이다. 조 후보자는 이날만 견뎌내면 된다는 심정으로 어떠한 굴욕적인 언사에도 저자세로 임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가다보면 청문회는 끝나고 만다. 이런 볼썽사나운 장면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혀를 내차면서 TV를 꺼버릴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청문회가 바꿔져야 한다. 최소한 미국처럼 도덕적 검증은 사전검증이나 비공개로 바꾸고 청문회는 오직 자질과 정책 검증에만 집중한다면 지금과 같은 부작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조국 청문회가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환멸과 냉소주의를 부추겨 정치무관심을 조장시키지나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19.08.22 16:56

한일 갈등과 조선일보의 친일 논란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반 일본 감정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작년 10월 대법원이 일제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자 일본의 아베 총리가 이는 국제법 상식에 벗어난다면서 우리나라에 대해 경제보복을 가했다. 이에 우리 국민들은 과거 일제의 참혹한 식민 지배에 대한 사과도 없고, 사법부의 정당한 판결을 트집 잡아 우리 정부를 공격하고 경제보복을 하는 일본의 뻔뻔함에 분노하게 된 것이다. 이 와중에 일부 보수신문들이 국민감정에 반하고, 일본을 이롭게 하는 기사들을 실은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유 없이 맞고 돌아온 아이 때문에 화가나 옆집과 말다툼하는 판에 빌미를 제공한 우리 아이 잘못이라고 옆집을 옹호해주는 평소 사이좋지 않은 시누이의 몽니라고나 할까. 자칭 1등 신문 조선일보에 비난이 집중되었다. 조선일보는 전략물자가 한국에서 북한으로 유출됐다는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였고, 한일청구권 협정문제도 일본 주장을 그대로 옮기기까지 하였다. 이런 조선일보의 보도를 일본 극우 언론이 확대 재생산하고, 일본 정부는 이걸 빌미로 수출 규제를 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얼마나 옹졸한가라는 기고문을 일본어판에 한국인은 얼마나 편협한가라는 제목으로 바꿔 달았다고 한다. 일본의 한국 투자 1년 새 40%, 요즘 한국 기업과 접촉도 꺼려기사는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의 투자를 기대하나?라는 제목으로 바꿔 달았다고 한다. 이쯤 되면 조선일보에게 과연 어느 나라 신문이냐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급기야 언론시민단체가 조선일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서 조선일보가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에 일본의 폭거마저 감싸고 나섰다. 친일언론, 왜곡편파언론, 적폐언론 조선일보는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한 때 화제가 되었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ES)의 지면 광고 카피이다. 조선일보가 딱 그렇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했지만 조선일보의 친일 감정은 지난 100년 동안 흔들림이 없다. 1920년 송병준 등 친일파들이 조선총독부의 허가를 받아 조선일보를 창간시켰다. 1924년 민족주의자 신석우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조선일보는 잠시 민족지로서 눈부신 활약을 하였다. 그러나 총독부로부터 사사건건 검열과 탄압을 받으면서 심한 경영난에 빠지게 된다. 1933년 조선 최고의 광산왕인 방응모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면서부터 조선일보는 철저히 친일신문으로 변절하고 만다. 1등 신문 조선일보는 일제 강점기에 수많은 1등 기록을 남겼다. 조선 신문 최초로 새해 첫날 1면에 일왕 부부의 초상을 대문짝만하게 싣기 시작했고, 일본군을 아군 또는 황군으로 표기한 것도 1등이었다. 일본군의 침략전쟁을 위해 조선 동포들에게 헌금을 강요한 국방헌금 사고(社告)도 제일 먼저 실었다. 조선의 민중을 천황의 신민(臣民)으로 표기한 것도 조선일보였다(오마이뉴스, 2001년 3월 5일). 조선일보는 자신이 맘만 먹으면 국회의원, 장차관 날리기는 일도 아니고, 노무현,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렸듯이 정권을 얼마든지 갈아엎을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국민들로부터 어떠한 선출이나 신임절차도 거치지 않고, 견제장치도 없는 절대 권력을 쥐고 있는 언론이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오만과 독선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다른 건 달라도 좋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 문제에서 만큼은 생각이 일반 국민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는 언론은 같은 나라 언론이라 할 수 없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19.07.25 17:23

지역에 어른이 없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역의 갈등 현안이 또 터졌다.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취소 결정으로 지역사회가 찬반양론으로 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나서서 중재하거나 문제를 풀어보려고 시도하는 사람도 세력도 보이지 않는다. 비단 이번 일만이 아니다. 수십 년 간 풀리지 않고 있는 전주-완주 통합문제, 전주종합경기장 활용방안 등 지역의 갈등 현안이 터지면 오직 당사자들의 삿대질과 터질 듯한 목청뿐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가 모르쇠이다. 여기에 표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면서 애매모호하고 그럴싸한 말과 어정쩡한 입장만을 내놓는다. 누가 보면 영락없는 결정 장애자 같이 못나 보인다. 이러다보니 당사자들 간의 갈등만 커지고, 문제 해결은 물 건너가고 만다. 이럴 때 지역의 어른이 몹시 그립다. 어떤 이들은 우리 지역에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다고 말한다. 정말 없을까. 중앙의 고 김수환 추기경, 광주전남 지역의 고 홍남순 변호사나 고 조비오 신부 같은 분이 우리 지역엔 없을까. 혹시 우리가 지역의 어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거나, 지혜를 달라고 요청하지 않은 건 아닌지. 그러면 어떤 사람이 어른인가. 먼저 어른은 꼰대와는 다르다. 어른다운 행동은 꼰대질과는 결이 다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꼰대질이란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젊은 사람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 방식 따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어른다운 행동이란 자신의 생각과 주장만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나이가 많다고 지식과 경륜이 저절로 많아지는 게 아니고 인격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도 아니다. 생활환경이 급변하는 현실에 아주 무감각하고, 탐욕스러우며, 독선적이고, 수치심을 잃어버린 노인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자식은 부모를, 학생은 선생을, 아이는 어른을 존경해야한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존경할 만한 선생과 어른이 어디 그리 흔한가. 지역의 어른은 더 이상의 자리나 명예를 탐하지 않고서 오로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역할에 힘써야 한다. 지역사랑을 끊임없이 실천하고, 언행이 진실 되며, 겸손하면 주위로부터 존경이 따라오게 되어있다. 어른은 최첨단 정보나 지식에는 뒤처질 수 있으나 두터운 세월의 지혜만큼은 젊은이들을 압도한다. 노마지지(老馬之智) 또는 노마지교(老馬之敎)란 고사성어가 있다. 사람도 늙은 말의 지혜를 따르지 못한다는 이 고사는 전국시대 제나라 환공(齊王 桓公) 휘하의 명재상 관중(管仲)과 얽힌 일화에서 비롯된다. 전쟁 중 눈길에 길을 잃어 병사들이 위급한 상황에 빠지자 관중은 짐을 나르던 말 중에서 가장 늙은 말을 골라 짐을 풀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말을 앞장 세워 병사들을 이끌고 난공불락 천연요새를 점령하는 데 성공하였단다. 몸은 늙어도 지혜는 녹슬지 않는 법. 지역에 어른이 없다고 더 이상 말하지 말자.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에서처럼 가까이 두고서 못 찾는 건 아닌지.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큰 바위 얼굴은 위대한 정치가도, 재력가도, 군인도 아니다. 평생 진실 되게 살고, 겸손하며, 사랑을 실천해온 사람이 바로 큰 바위 얼굴이다. 이런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다. 그동안 우리는 지역 어른을 찾지도,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다. 이제라도 지역 어른들의 지혜를 잘 활용해야 한다. 도청과 시군 청이 나름대로 존경받는 원로들을 모셔 원로자문회의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수시로 어른들의 지혜를 구하라. 또한 지혜와 권위를 가진 어른들이 지역의 갈등 현안을 중재하는 데 앞장선다면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19.06.27 16:56

내년 총선과 전주-완주 통합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전북지역 인구가 올해 182만 명대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GM군산공장이 폐쇄되어 군산경제가 붕괴되었다. 올 1분기 전북의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7.6% 줄었고, 건설수주는 25.2% 감소했으며 수출도 15.5% 줄었다. 요즘 지역신문 펼쳐 보기가 겁난다. 엑소더스 전북, 지역 기반 붕괴, 어두운 미래. 매일 같이 신문에 등장하는 내용들이다. 도민들에게 기쁨과 안심, 희망을 주는 기사는 찾기 어렵다. 과연 우리 지역 침체의 끝은 어디일까. 붕괴수준에 달했다고 말하는 전북의 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는 없는 걸까. 새만금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지만 개발은 터덕대고 개발 완성은 요원하다. 거꾸로 역류하고 있는 전북호를 앞으로 확 되돌릴 수 있는 강력 엔진은 없는가. 전북지역 전체에 드리워진 패배의식과 체념, 절망감을 일거에 바꿔놓을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정부에 목맬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새로운 전기를 찾아야 한다. 우리 지역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다줄 수 있는 강력한 모멘텀 중 하나가 전주-완주 통합이다. 창원과 청주에서 보듯이 통합의 시너지효과는 충분하였고 경남과 충북 전체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파급시켜주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세 차례(1997년, 2009년, 2013년)의 통합 시도가 모두 실패하였다. 실패의 후유증과 아픔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전주-완주 통합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 이 문제를 다시 꺼내기가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전주와 완주만의 과제가 아니라 전라북도 전체의 미래가 달려있는 긴급하고 중대한 문제이기에 다시 꺼낼 수밖에 없다. 마침 내년에 실시되는 21대 총선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지역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이 문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막상 당선되고 나면 입 뻥끗도 하지 않는다. 2016년 총선에서 전주의 정동영, 정운천, 김광수 의원 모두 통합을 중요한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한 의원은 통합 무산은 정치인들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다. 당선 즉시 재추진하겠다고 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 뒤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단 한마디 해명조차도 없다. 과거의 실패에서 얻은 중대 교훈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치인들이 정치생명을 걸고서 적극 나서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통합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완주군민들이 왜곡되지 않은 정보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을 반대하는 기득권층이 만들어낸 가짜뉴스(세금, 전주시 빚, 혐오시설의 3대 폭탄 등)로 인한 완주군민들의 피해의식을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완주군은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때마다 떠돌이 신세가 된다. 완주군 선거구는 예전엔 김제에 붙었다가 지금은 무주-진안-장수와 묶여있다. 전주가 동일 생활권임에도 불구하고 완주군은 이질적인 시군들과 묶여져 선거를 치르고 있는데, 내년 총선에서는 또 어디에 묶일지 알 수 없다. 전주-완주가 통합된다면 통합시는 4명의 국회의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본래가 한 몸이었고, 지금도 같은 생활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뚜렷한 상호 보완관계를 갖고 있는 전주와 완주가 통합되면 시너지효과가 어느 도시보다 더 클 것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늘고, 공장부지 확보와 고급인력 유치가 가능해져 결과적으로 기업유치와 일자리가 창출됨으로서 도시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또한 통합시의 새로운 활기와 희망은 전라북도 전체로 확산되는 삼투압효과가 일어날 것이다. 내년 총선을 맞아 도지사, 국회의원, 시장, 군수, 지방의원 등 전북의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전주-완주 통합을 재추진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 마무리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19.05.30 17:16

인천공항 운행 시외버스 멈춰선 안 된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 주 일본 동경에 잠시 다녀올 일이 있었다. 필자는 인천공항 대신에 무안공항에서 출발하는 여객기로 티케팅을 하였다. 무안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비행편수가 많지 않아 원하는 날자와 도착공항(동경시내 하네다공항 또는 외곽의 나리타공항)을 선택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인천공항을 포기한 이유는 간단하다. 인천공항까지 가려면 시간이 서너 시간 걸릴 뿐만 아니라 늦어도 출국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수속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행기로 두 시간 반 거리인 동경에 가기도 전에 지쳐버리고 만다. 반면에 무안공항은 자차운전으로 시간 반이면 갈수 있고, 출국 1시간 전에만 도착해도 충분하다. 공항주차장 이용이 무료인 것은 덤으로 주어지는 혜택이다. 인천공항이 꺼려지는 또 다른 이유는 인천공항 행 버스에도 있다. 현재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인천공항까지 운행하는 버스노선은 두 개이다. 하나는 1997년부터 20여 년 동안 독점적 지위를 지녀온 대한관광리무진으로서 인천공항까지 직통이 아니라 익산과 김포공항을 거쳐 가기 때문에 시간도 약 4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요금도 3만 3천원을 받고 있다. 다른 하나는 4년 전부터 운행이 시작된 시외버스로서 인천공항 직통이기에 시간도 약 3시간 밖에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요금이 2만 7900원으로 저렴하기 까지 하다. 정신 나간 소비자가 아니고서야 시간이 더 걸리고 요금도 더 비싼 버스를 이용하겠는가?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한관광리무진의 독점이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고, 시외버스 운행편수가 적기 때문에 대다수 전주시민들은 별 수 없이 비싸고 시간도 더 걸리는 리무진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버스 시설이 더 좋은 것도 아니고, 서비스가 더 좋은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마지못해 리무진 버스를 이용할 때마다 억울한 호갱이 되는 느낌이라 유쾌할 리 없다. 여러 이유로 인천공항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전주시민들은 졸지에 정신 나간 소비자가 되는 셈이다. 2016년부터 정읍-혁신도시-인천공항을 오가던 시외버스 운행이 어제부터 중단되었다. 대한관광리무진이 전라북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까지 승소하였기 때문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2015년부터 운행해오던 임실-전주시외버스터미널-인천공항 시외버스마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1심과 2심에서는 전라북도가 승소했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바뀌어 현재 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에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전라북도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이 모든 혼란은 전주-인천공항 노선의 무기한 한정면허를 갖고 있는 대한관광리무진이 경쟁체제를 허용한 전북도의 인가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하면서 비롯되었다. 대법원의 판결은 전북도민들을 단단히 실망시켰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지역 주민들의 교통수단인 선택권이 제한돼 ㈜대한관광리무진이 누리고 있는 독점적인 이익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보다는 지역주민들의 교통수요를 충족하는 공익의 정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전북도의 손을 들어줬던 1심 판결을 단단히 믿었던 게 잘못이었나 보다. 지역주민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대한관광리무진버스는 이참에 좀 달라져야 한다. 공공서비스 기업은 사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지역주민과 함께하려는 공익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좀 더 빠르고 저렴한 운행 서비스를 위한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모든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20여 년 전 무기한 독점운행 허가를 내주고, 이번에 안이한 태도로 재판에 임해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진 책임을 지고 있는 전북도이다. 전북도는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더 이상 주민들의 불편과 불이익이 없도록 다각도의 대책을 세워주기 바란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19.05.02 20:46

내년 총선 과열 부추기는 언론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이란 기사를 통해 수용자들의 관심을 끊임없이 발굴, 생산하여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뉴스판매 기업이다. 이런 점에서 언론이 가장 선호하는 뉴스 아이템은 재난과 선거이다. 재난과 선거는 무엇보다도 국민적 관심사가 높다. 또한 여기에는 심각한 갈등과 반목, 드라마, 휴먼스토리들이 잘 버무려져 있다. 몇 개월 동안 지속되는 선거기간은 언론에게는 그야말로 대목인 셈이다. 2020년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총선일이다. 1년도 넘게 남은 시점 때문인지는 몰라도 유권자들은 아직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런데도 언론은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발 빠른 일부 언론은 이미 지난 연말부터 21대 총선을 뛰는 사람들 특집을 선보이기도 했다. 우리 선거법은 사전선거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기에 언론에 등장하는 선거기사란 게 고작 누구누구가 어느 선거구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식의 보도는 사실상 알맹이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공연히 출마 예정자와 운동원들의 조바심만 일으켜 자칫 선거과열을 부추길 위험성이 있다. 이렇게 언론이 선거에 과잉 관심을 쏟는 이유는 간단하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선거가 과열되어야 만이 언론의 상품이 잘 팔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당 간에 선거법 개정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고, 정당간의 이합집산이 예상되는 등 선거구도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짙은 현 시점에서 1년 후 총선보도는 지나치게 이른 감이 있다. 사실 언론의 선거보도는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의 틀(frame)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언론의 선거보도 틀(프레임)이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점(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연구들이 많다. 우리 언론의 지배적인 선거보도 프레임은 게임 프레임이다. 미국 언론과 마찬가지로 우리 언론 역시 선거를 승패 구도로만 인식하는 게임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아왔다. 언론의 게임 프레임에 익숙하게 된 유권자들은 선거란 정책이나 이슈보다는 오직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하며, 현재 어느 후보가 앞서 있고, 어떤 전략으로 선거캠페인을 벌이고 있는지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선거 기간에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연구결과를 보면 심각하다. 연구에 의하면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지지도 순위와 전략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각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정책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었다. 언론은 항변한다. 아무리 중요한 정책이나 이슈라 하더라도 한번 보도하면 괜찮지만, 두 번 보도하면 수용자들이 싫증을 낸다. 그래서 정책 이슈를 많이 다룰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정책에 관심이 없기에 언론이 이를 보도에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언론이 정책 보도를 하지 않아서 유권자들이 여기에 길들여진 것인지, 인과관계의 방향성은 명확치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언론이 정책이나 이슈보다는 후보자의 지지도와 전략 등을 더 많이 보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임 프레임에 익숙한 언론은 후보자들의 동정, 전략 등을 보도함으로써 다른 후보자들의 조바심을 일으켜 선거를 과열로 이끌곤 한다. 그래서 막상 선거가 과열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선거과열, 불법 선거 판쳐라는 기사를 내보내는데, 이 기사는 선거과열을 더더욱 조장하고 만다. 모든 선거과열의 책임을 후보자들에게 몽땅 뒤집어씌우는 것도 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1년여 남은 현 시점에서 언론은 보다 차분해져야한다. 보도 내용도 출마예상자들의 동정이 아니라 각 선거구별로 필요한 지역정책을 개발하고, 이와 관련된 토론의 장을 만들어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이다. 21대 총선에서는 달라진 언론의 선거보도를 기대해본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9.04.04 20:42

후백제 공화국 한옥마을 공국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스스로 독립국가임을 주장하는 초미니 나 홀로 국가를 말한다. 마이크로네이션은 바티칸, 안도라, 모나코 등과 같이 UN에 당당히 가입한 극소국가와는 확연히 다르다. 마이크로네이션은 국가의 세 요소인 영토와 국민, 주권을 갖추고서 스스로 독립 국가라고 주장하지만, 실효적 지배권이 없어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공동체이다. 마이크로네이션은 인구가 5명 내외에 불과한 초미니 국가들이 많다. 미국 네바다 사막에 세운 국가, 남극에 세운 나라, 호주의 농장주가 자기 농장에 세운 공화국, 캐나다 한 섬의 바위에 세운 공국, 영국 코미디언이 자기 아파트에 세운 왕국 등 가지각색이다. 심지어 염소가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국가, 공주가 되고 싶어 하는 딸을 위해 아버지가 만든 나라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마이크로네이션은 전 세계적으로 400개가 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마이크로네이션들은 자체적으로 국기, 통화, 여권, 우표, 국가문양, 헌법 등을 갖고 있다. 이들 마이크로네이션들은 UN과 같은 연합기구(MicroCon)를 만들어 매2년 마다 총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2017년 6월 23-25일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총회에는 3개 대륙 26개 마이크로네이션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다음 총회는 2019년 7월 캐나다 해밀턴에서 개최될 것이라 한다. 또한 이들은 자기들만의 올림픽(MOF, Micronational Olympic Games)도 열고 있다. MOF는 달리기, 축구 등 육체적 게임과 온라인 게임들이 있는데, 이것 역시 매 2년마다 개최된다. 때론 전쟁도 하는데, 전쟁방식은 해킹, 장난감 총 쏘기, 약 올리기 등이 있다. 미국의 한 마이크로네이션은 미국 정부에 납세를 거부하고서 전쟁을 선포했는데, 전쟁은 옆집에 돌 몇 개 던지고 끝났다고 한다. 약 20일 전에 대표적인 마이크로네이션인 세보르가 공국(Principato di Seborga)을 다녀왔다. 세보르가 공국은 이탈리아 북서부 산골에 위치하고 있는데, 인구가 약 370명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마이크로네이션 중에서는 제대로 된 국가이다. 인구도 가장 많고, 역사성, 화제성과 나름대로 정통성도 갖추고 있다. 세보르가 공국은 954년부터 1729년까지 실존했다가 없어진 국가였다. 그러다가 1995년 주민투표를 통해 이탈리아로부터의 독립과 헌법을 선포하였다. 세보르가 공국의 국경에 도착하니 초소는 있는데, 초소를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국경을 쉽게 넘었다. 상가들이 몰려있는 중심지에 들어가니 자동차와 관광객들로 제법 붐볐다. 국가 업무를 담당하는 오피스를 찾아가니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이 업무를 겸하고 있었다. 원하는 관광객에 한해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어주었는데, 돈을 내면 비자도 발급해준다고 하였다. 해발 500미터 산골에 위치하고 있는 세보르가 공국은 그야말로 볼거리, 먹거리는 물론이고 특산물도 변변치 않았다. 오로지 화제성과 호기심만으로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마이크로네이션이 있다. 2006년에 선포된 춘천 남이섬의 나미나라 공화국이 최초이며, 2012년에는 서울 광진구 등 9개 지방자치단체장이 모여 상상나라 국가연합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대부분의 마이크로네이션이 노리는 효과는 단 하나, 관광수익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전북지역은 아직 마이크로네이션이 없다. 전주시를 후백제 공화국, 한옥마을을 한옥마을 공국, 고창 고인돌 나라, 순창 고추장 왕국 등으로 명명하여 출입국사무소를 만들고, 나름의 화폐, 여권, 우표, 문자, 국기, 기념품 등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이참에 우리 전북지역에도 몇 개 국가들을 건국해대통령, 총리, 대왕이나 만들어 보자.

  • 오피니언
  • 기고
  • 2019.03.07 20:43

새만금공항 건설, 늘어지면 멀어 진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하늘 길이 뻥 뚫렸다. 자동찻길, 기찻길, 뱃길의 2차원 교통망만으로 답답했던 우리 전북도 이제 3차원의 교통망을 갖추게 되었다. 겨우 시간 반이나 두 시간 거리에 불과한 일본이나 중국을 다녀올 때면 서너 시간 걸리는 리무진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오가는 길이 무척 고달프다. 수도권에 사는 일행들이 1시간 안에 집에 도착하여 전주에 잘 내려가고 있는지를 걱정해주는 전화를 받고나면 공항 없는 지역민의 서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거의 매년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빠뜨리지 않고 묻는 문항이 있다. 바로 해외여행 경험이다. 1998년 조사에서는 전북도민의 겨우 19.3%만이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반면, 80.7%가 해외여행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해외여행 경험비율은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다가 2012년에 이르러서야 과반(53.1%)을 넘어선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해외여행 경험비율이 해마다 비약적으로 증가하는데 2015년 64.2%, 2017년 73.6%를 기록했다. 지금 시점에서 조사해보면 8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8년과 2018년의 불과 20년 사이에 해외여행 경험 율이 무려 4배로 늘어났다. 앞으로 도민들의 해외여행은 더욱 더 급속히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1시간 거리 이내의 지역공항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전라북도 전체가 축제분위기다. 그러나 새만금공항은 이제 겨우 예비 타당성조사만 면제받았을 뿐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예상대로 벌써부터 일부 언론과 지역에서 노골적인 태클이 들어오고 있다. 새만금공항 예타 면제...무안국제공항은 어쩌나...1시간 30분 거리인 무안국제공항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뉴스1). 새만금 국제공항 예타 면제...무안공항 활성화에 찬물(광주 CBS). 새만금 신공항 예타 면제 무안공항 반쪽 되나(뉴시스). 활주로 이용률이 1% 수준에 그치는 무안공항 등 무리한 국가사업 추진으로 혈세 낭비 사례가...(서울경제). 새만금공항도 말이 되지 않는 사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서남부 지역만 하더라도 광주, 무안, 청주공항이 있는데, 여기에다 국제공항을 지어봤자 효과를 보기 어려울 거란 분석이 있다.(조선일보). 주위의 견제와 방해도 문제지만 공항건설이란 게 3-4년 만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 역시 문제다. 우리는 2023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되면 개항까지 최소 8~9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기본계획 수립만 1년 6개월,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2년, 공사 4년이 걸린다고 한다. 2023년 세계 잼보리대회 개회 전까지 완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부에서는 그 때까지 부분개항이라도 바라고 있지만, 공항이란 게 어디 부분 개항이 가능한 일인가. 전 도민의 박수 속에 시작한 새만금 사업도 30년 걸려 이제 전체공정의 12% 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늘어지면 길은 멀어 진다는 새만금 사업의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은 절대적으로 속도전이 필요하다. 우리 도민들이 중앙정부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서 처분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도지사와 정치인, 도민들이 모두 나서 속도 있는 건설을 밀어붙여야 한다. 동시에 청주공항과 무안공항 사이에 낀 새만금공항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해줘야 한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답은 나온다. 새만금에 대단위 오락 및 관광, 비즈니스 시설을 갖춰 공항 이용객을 늘리고, 새만금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저가항공사를 유치해야 한다. 새만금공항이 결코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만이 앞으로도 계속될 온갖 견제와 방해들을 떨쳐내고 건설의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늘어지면 멀어진다. 부디 새만금공항이 꽉 막힌 새만금 개발과 전북 발전의 숨통을 터주는 기폭제가 되어주기 바란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9.02.07 19:56

물질성장보다는 행복성장 정책으로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전북일보 신년호(1월 2일자)를 보면 1면에서 7면까지 무려 7개면에 걸쳐 전북의 미래 경제성장 방향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눈에 띄는 제목들을 보면 수소 식품 금융 등 성장 동력 미래 자원으로 자율주행 상용차 수소차 동력 삼아 전북경제 으랏차차. 기사 하나 하나가 낙후 전북을 벗어나고자 하는 도민들의 간절함이자 절규였다. 특집호는 전북의 성장 방향과 방안들을 제대로 제시하였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실천이다. 이러한 전북도민들의 꿈이자 미래의 청사진이 과연 제대로 실천될 수 있을 것인지. 30년을 끌었지만 아직도 개발이 요원한 새만금에 지치고 멍든 우리 도민들에게 자칫 또 다른 가나안 땅을 꿈꾸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신년호 특집기사들을 보면서 혹시 우리가 아직도 경제성장 지상주의에 빠져 성장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고,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의 행복점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물질적 충족이 행복의 필요조건임은 틀림없지만 물질적 성장이 우리에게 행복을 지속적으로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소득이 증가하면 거기에 상응하여 기대치 역시 증가하기 때문에 결코 만족이란 없다. 가난했지만 이웃 간의 정이 넘쳤던 옛날이 더 행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지금 세계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 성장보다는 개인성장,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 경제성장보다는 행복성장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경제성장 지상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정치인과 관료, 재벌, 언론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성장 패러다임을 강조하고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싶다. 경제성장에서 많이 뒤쳐진 우리 전라북도가 다른 지역을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다른 지역민들보다 더 높은 행복수준을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앞으로 전북의 발전 정책은 경제 성장 정책 패러다임을 버리고 도민 행복 성장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사람들의 삶과 행복을 보살피는 것이 정부의 유일한 합법적 목적이다라고 말한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을 상기해야 한다. 국가나 지역의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 역시 공동지표가 아닌 개인지표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국민총생산(GDP), 지역 총생산, 주택보급률 보다는 도민 개인과 관련된 실질임금상승률, 소비자 물가지수, 개인 가처분 소득 등의 지표가 우선되어야 한다. 지역의 공연장 수, 도서관 수, 수영장 수 등의 지표보다는 인구 1,000명당 공연장 수, 도서대출 권수 등의 개인지표가 더 중요하다. 또한 이웃과의 관계 등 인간관계지수, 의료비 부담 및 의료혜택, 주택임대료 부담률, 하천과 상수도 수질, 미세먼지 농도 등의 지표에 더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한다. 물질의 분배는 본질적으로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 제로섬(zero sum)게임이다. 행복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같이 행복해지듯이 행복은 나눌 수 있고, 전파가 되기에 논제로섬(non-zero sum) 게임이다. 우리 전북이 타 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낙후되었지만 도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수준은 전국 최고인 사람 중심도시, 행복도시 전북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최초로 도청에 도민 행복본부 부서를 만들자. 이 부서는 도민 행복을 높일 수 있는 각종 정책 개발은 물론이고 도청의 모든 정책들이 도민 행복수준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자. 행복은 선물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베아티투도(beatitudo).

  • 오피니언
  • 기고
  • 2019.01.03 19:51

소송 당하는 언론사와 기자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사와 기자들이 취재 보도로 인해 민사 형사 소송을 당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며칠 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이와 관련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301명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27.6%가 소송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을 당한 이유는 명예훼손(78.3%)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응답자의 과반수인 52.1%가 보도 후에 상대방으로부터 고소하겠다는 말을 듣게 되면 후속보도를 자제하게 된다고 하였다. 응답자의 32.2%는 공인에 대해 취재할 때는 소송에 대한 부담감으로 보도가 꺼려진다고 하였다. 오보나 악의적 보도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언론사나 해당 기자는 의당 민사 형사상의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언론의 감시대상인 국가기관이나 고위 관리들이 명예훼손 명목으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들은 명예훼손으로 인한 민형사 소송을 전가의 보도 마냥 사용하고 있다. 언론사나 기자들이 국가기관이나 고위 공직자들로부터 무분별하게 소송을 받게 되면 아무래도 위축받게 되어 자칫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 특히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후속보도를 위축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 소송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언론사와 기자들은 조금이라도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들은 아예 피해버리는 자기검열을 강화하기 때문에 정부기관이나 공직자들의 심각한 문제들을 부각시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정부에 대한 중요한 견제수단 역할을 하는 감시견(watch dog)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민형사 소송을 당했던 모기자는 민사든 형사든 소송을 당하면 발목을 잡혀 다른 일을 못한다. 승소하려면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취재보다 소송에 대응하는 게 훨씬 공이 들어간다. 취재원을 알아내려는 고소인의 작전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대응하는 점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MBC PD수첩은 2008년 광우병 의혹 보도 후 7개의 민형사 소송을 제기 당했다. 소송전 끝에 PD수첩 제작진은 모든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최종 승소하기까지 무려 4년 2개월의 세월이 걸렸다. 소송기간에 제작진은 모두 PD수첩 제작팀에서 배제되었음은 물론이다. 공인도 악의적 보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언론이라고 해서 법의 울타리 밖에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공익적 차원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기 위한 언론 보도는 어느 정도 선에서 명예훼손의 면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권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전략적 봉쇄 소송 남발을 막을 수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20여개 주에서는 전략적 봉쇄 소송 규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언론에 대해 제기된 명예훼손 소송이 전략적 봉쇄 소송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신속히 각하 판결을 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의 법으로는 이 제도를 도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략적 봉쇄 소송으로 판단되는 소송의 경우는 신속한 결정으로 소송을 조기에 종결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적어도 명예훼손 소송에서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보다 넓게 허용되어야 제 2의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8.12.06 19:58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