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백제 공화국 한옥마을 공국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스스로 독립국가임을 주장하는 초미니 나 홀로 국가를 말한다. 마이크로네이션은 바티칸, 안도라, 모나코 등과 같이 UN에 당당히 가입한 극소국가와는 확연히 다르다. 마이크로네이션은 국가의 세 요소인 영토와 국민, 주권을 갖추고서 스스로 독립 국가라고 주장하지만, 실효적 지배권이 없어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공동체이다. 마이크로네이션은 인구가 5명 내외에 불과한 초미니 국가들이 많다. 미국 네바다 사막에 세운 국가, 남극에 세운 나라, 호주의 농장주가 자기 농장에 세운 공화국, 캐나다 한 섬의 바위에 세운 공국, 영국 코미디언이 자기 아파트에 세운 왕국 등 가지각색이다. 심지어 염소가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국가, 공주가 되고 싶어 하는 딸을 위해 아버지가 만든 나라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마이크로네이션은 전 세계적으로 400개가 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마이크로네이션들은 자체적으로 국기, 통화, 여권, 우표, 국가문양, 헌법 등을 갖고 있다. 이들 마이크로네이션들은 UN과 같은 연합기구(MicroCon)를 만들어 매2년 마다 총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2017년 6월 23-25일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총회에는 3개 대륙 26개 마이크로네이션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다음 총회는 2019년 7월 캐나다 해밀턴에서 개최될 것이라 한다. 또한 이들은 자기들만의 올림픽(MOF, Micronational Olympic Games)도 열고 있다. MOF는 달리기, 축구 등 육체적 게임과 온라인 게임들이 있는데, 이것 역시 매 2년마다 개최된다. 때론 전쟁도 하는데, 전쟁방식은 해킹, 장난감 총 쏘기, 약 올리기 등이 있다. 미국의 한 마이크로네이션은 미국 정부에 납세를 거부하고서 전쟁을 선포했는데, 전쟁은 옆집에 돌 몇 개 던지고 끝났다고 한다.
약 20일 전에 대표적인 마이크로네이션인 세보르가 공국(Principato di Seborga)을 다녀왔다. 세보르가 공국은 이탈리아 북서부 산골에 위치하고 있는데, 인구가 약 370명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마이크로네이션 중에서는 제대로 된 국가이다. 인구도 가장 많고, 역사성, 화제성과 나름대로 정통성도 갖추고 있다. 세보르가 공국은 954년부터 1729년까지 실존했다가 없어진 국가였다. 그러다가 1995년 주민투표를 통해 이탈리아로부터의 독립과 헌법을 선포하였다. 세보르가 공국의 국경에 도착하니 초소는 있는데, 초소를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국경을 쉽게 넘었다. 상가들이 몰려있는 중심지에 들어가니 자동차와 관광객들로 제법 붐볐다. 국가 업무를 담당하는 오피스를 찾아가니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이 업무를 겸하고 있었다. 원하는 관광객에 한해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어주었는데, 돈을 내면 비자도 발급해준다고 하였다. 해발 500미터 산골에 위치하고 있는 세보르가 공국은 그야말로 볼거리, 먹거리는 물론이고 특산물도 변변치 않았다. 오로지 화제성과 호기심만으로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마이크로네이션이 있다. 2006년에 선포된 춘천 남이섬의 나미나라 공화국이 최초이며, 2012년에는 서울 광진구 등 9개 지방자치단체장이 모여 상상나라 국가연합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대부분의 마이크로네이션이 노리는 효과는 단 하나, 관광수익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전북지역은 아직 마이크로네이션이 없다. 전주시를 후백제 공화국, 한옥마을을 한옥마을 공국, 고창 고인돌 나라, 순창 고추장 왕국 등으로 명명하여 출입국사무소를 만들고, 나름의 화폐, 여권, 우표, 문자, 국기, 기념품 등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이참에 우리 전북지역에도 몇 개 국가들을 건국해대통령, 총리, 대왕이나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