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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 작품속에 반영된 작가의 삶 엿본다

작가는 작품으로 자신의 삶을 고백한다. 5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로 본 한국근대’. 1900년대 초부부터 1960년대까지의 한국미술 흐름을 조망하고 있는 이 전시는 작가의 머리와 가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있어 특히 눈길을 끌고있다. 작품을 통해 그 속에 반영돼 있는 작가의 감정과 사상, 체험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 포스터로 쓰인 권영우의 ‘화실별견’(1956)은 제목 그대로 화실 풍경을 그린 것이다.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화구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델, 캔버스에 모델을 담아내고 있는 화가의 모습이 화면을 꽉 채우고 있다. 모델과 화가 주변의 공간이 문의 암시적인 표현에 의해 분할돼 화면 구성이 재밌다. 이종무의 ‘자화상’(1958)에서는 한 손에는 팔레트를, 다른 한 손에는 붓을 든 채 거울을 보고있는 화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평범한 주제인 듯 하지만 화가의 내면세계가 담겨있는 작품으로 인정받아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오지호의 ‘남향집’(1939)에 나오는 초가집은 그가 해방 전까지 살았던 개성의 집이다. 문을 열고나오는 소녀는 둘째딸. 담 밑에서 졸고있는 흰 개는 애견 ‘삽살이’라고 오지호가 증언한 적이 있다고 한다. 오종욱의 ‘위증인 NO.2’는 ‘분신’ 시리즈로 변모하기 전 1960년에 제작된 작품. 뼈마디가 드러날 정도의 가냘픈 선으로 표현된 팔과 손, 거칠게 처리한 얼굴 없는 토르소의 표면은 생의 고통과 절망, 부조리를 고발하고자 하는 작가의 강렬한 감정이 숨어있다. 미술로서 한국 근대를 조명해 전시 초반부터 화제가 되고있는 이번 전시는 화가들의 생활과 사상이 투영돼 있어 더 매력적이다. 빛의 변화에 의한 흑백 대비로 고도의 함축성과 상징성을 함께 거둔 임응식의 ‘나목’(1953), 살아있는 선의 움직임과 원색의 색점들이 생동감 넘치는 이대원의 ‘복숭아밭’(1964), 일본적 아카데미즘이 맹목적으로 이식되던 시기 독자적인 감성으로 서양화의 토착화 방법을 보여준 이인성의 ‘계산동 성당’(1930년대) 등은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작품. 국립현대미술관과 삼성미술관 리움, 광주시립미술관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귀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6.02.03 23:02

[문화광장] 20주년 맞은 전주황토현문화연구소

몇 명만 모여도 감시의 눈초리가 번뜩이던 1986년 3월. 초기가 ‘안기부와의 투쟁’이었다면 20년이 지난 지금은 문화가 넘쳐나는 시대, 스스로를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당신들의 천국’이란 문패를 단 카페에서 ‘김용택 시인과의 만남’으로 태동한 황토현문화연구소(소장 신정일)가 4일과 5일 2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황토현문화연구소가 걸어온 길을 한 권의 책으로 엮고 그 발자취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우리 연구소가 처음 내는 책인데, 책 없이 할 수가 있어야죠.”신정일 소장(52)은 “자료집 출판이 늦어지면서 부득이하게 일정을 변경하게 됐다”며 “기념행사가 일주일 미뤄지면서 항의도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단체 이름도 짓지 못하고 전북대 국문과와 국어교육과 이름을 빌려 행사들을 치렀죠. 김남주 시인의 문학강연 때는 안기부 직원들과 합숙을 했고, 동학농민군 원혼을 위로하는 씻김굿을 할 때는 전경차가 4대나 출동했었죠.”신소장과 김성식 김판용 신형교 이정관씨가 중심이 되어 작게 시작된 연구소는 20년 동안 많은 성과들을 일궈냈다. ‘여름문화마당’에는 고작 10만원을 사례비로 받고도 흔쾌히 섬진강변을 찾아준 가수 안치환을 비롯해 신경림 김지하 김용택 안도현 최창조 정도상 강도근 장원 김진경 도종환 등 수많은 사람들이 흔쾌히 찾아줬다. 국토기행 ‘남녘기행’은 158회를 넘어서며 우리 땅 구석구석을 누볐고, 전주 덕진공원에는 김개남 장군과 손화중 장군 추모비도 세웠다. ‘모악산 살리기 운동’과 ‘길 이름을 우리말과 옛 이름으로 바꾸는 운동’도 펼쳤고, 수학여행과 소풍을 현장학습 개념으로 바꾸고 교과서에 ‘백두대간’을 집어넣는 데도 앞장섰다. 1991년에는 ‘전라세시풍속보존회’를, 2005년에는 ‘우리땅 걷기 모임’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온라인까지 7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할 정도로 많은 문화운동을 주도해 왔지만 아쉬움도 있다.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으로 전개한 완산문화권 제정이 좌절된 것. 신소장은 “우리지역 문화와 역사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완산문화권 제정이 결국 불발됐지만, 현재 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전통문화도시로 이어진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여지껏 ‘참문화가 참세상을 만든다’는 염원으로 활동해 왔지만, 과연 참세상이 왔는가에 대한 대답은 회의적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일들을 해나가며, 우리 역사와 문화를 올곧게 세워나가고 싶습니다.”수많은 단체들이 태어나고 사라져간 20년. “그 세월을 벼텨낸 것만으로도 참 다행스럽다”는 그는 여전히 문화를 통한 변혁을 꿈꾸고 있다. 4일 행사는 오후 4시 전주민촌아트센타에서 열린다. 역사평론가 이덕일씨와 전북일보 부국장 김은정씨가 황토현문화연구소가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고, 소리꾼 김연의 판소리 한마당, 한우리예술단의 풍물 굿 마당, 뒤풀이가 이어진다. 5일 일정은 동학농민운동의 땅 태인의 피향정과 고부 관아터, 변산반도 직소폭포에서 내소사에 이르는 산행으로 이어진다. 오전 8시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출발한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6.02.03 23:02

[템포-해외여행] 웃비아의 샛길로 빠지는 배낭여행 - 실크로드를 가다 (27)

카라쿨(Kara-Kul)호수는 현지인들이 카리쿨리(karikuli) 라고도 부릅니다. 검은 호수라는 뜻이고 주변의 장대한 산에서 빙하가 녹아내려 해발 3,500 근처에 만들어진 호수입니다. 불편한 정전의 대가로 잠을 푹 잤습니다. 6시에 눈을 떠서 창을 열자 날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 그때까지도 정전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8시 반 약속 시간이 많이 남아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고원지대의 아침이 상쾌합니다. 미처 숨지 못한 반달이 하늘에 떠서 빛을 잃어 가는데... 저 멀리 군부대에서 기상을 알리는 신호나팔 소리와 함성 소리가 들려오는군요. 곧이어 스피커에서 노래가 나왔습니다. 가늘지만 힘찬 장족의 노래, 작년 샹그릴라 지역을 돌며 귀에 익었던 가락이라 더 잘 들렸습니다. 박재동 화백이 실크로드 스케치 기행에 올려놓은 "눈 먼 소년의 노래" 가 진하게 생각났죠. 그 노래 제목은 "천당" 이었는데 제가 들은 노래는 조금 다릅니다. 그런데 무언가 비슷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같은 노래라고 착각이 들만큼... 정말 이 시간, 이 장소에서 제일 잘 어울리는 노래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이틀 후 이 노래 제목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네덜란드 팀의 우두머리와 정식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쏘스트에서 같은 호텔에 투숙했고, 오늘도 함께 왔기 때문에 모두들 낮설지 않습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너의 팀이 내일 카리쿨리 호수까지 간다는데 나도 따라 가면 안 될까? 차비는 낼께." 얌체처럼 그 사람들이 빌린 차를 훔쳐 타긴 싫었습니다. "아무렴, 그렇게 해...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갈 거니까 빈 버스로 가는데 잘 된 샘이다. 차비는 필요 없어" 8시 반, 네덜란드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하러 가자는데 이방인이 나타나 팀의 분위기를 깰 것 같아 혼자 컵라면으로 때우고, 9시 10분, 오늘 공식(?)일정을 시작합니다. 네덜란드 여행객에 대하여 잠시 소개를 하죠. 이 사람들은 모두 부부들입니다. 나이 분포가 다양하여 어떤 관계의 친구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열흘간 휴가를 내어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자전거와 함께 여행하기로 했답니다. 파키스탄으로 입국을 하여 차로 훈자 까지 와서 자전거로 쏘스트에 온 다음, 차로 쿤제랍 패스에 올라 자전거를 타고 소스트로 내려왔습니다. 쏘스트에서는 저와 함께 타슈쿠르칸으로 와서 이번에는 카라쿨 호수까지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카리쿨에서는 자전거를 차에 싣고 파키스탄을 넘어가는 일정. 한 나절 자전거를 타기 위해 중국 비자를 내고 국경을 넘는 것이 놀랍네요. 자전거를 비행기로 공수해 온 것도 놀랍고, 무엇보다 자전거에 애착을 갖고 있었습니다. 부부가 씩씩하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보이고... 아무튼 부러웠습니다. 혼자 여행을 하다보니 이상한 방식의 여행도 다 해봅니다. 40인승 버스에 가이드와 나만타고 먼저 출발을 했습니다. 20Km를 가서 자전거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도착하면 음료수와 간식을 나누어주고 다시 출발. 또 20Km를 가서 기다리고.... 100km를 놀며 놀며 7시간에 거쳐 왔습니다. 덕분에 경치 좋은 곳에서 여유를 부리며 사진도 찍고, 마지막 구간에서는 자전거를 빌려 타 보기도 하고... 이 길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카라쿨 호수 자체는 기대에 못 미쳐 조금 실망했습니다. 생각보다 호수가 크지 않더군요. 대신 호수까지 가는 길의 경치와 해발 7,546m의 무즈타그 아타 (Mt.Muztagh Ata)봉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는 멋진 경관입니다. 카라쿨 호수에서 카슈가르의 길도 괜찮았지만 타슈쿠르칸에서 카리쿨 호수까지 가는 길이 정말 좋았습니다. 카라쿨 호수 근처에 유난히 멋진 산이 하나 보입니다. 이 산이 아마도 높이 7,546m의 무즈타그 아타 (Mt.Muztagh Ata)라 불리는 산인 것 같습니다. 빙하가 산을 침식시켜 미끄럼틀처럼 가운데가 파졌습니다. 맞바람 때문에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예정보다 늦게 카라쿨 호수에 도착하는 바람에 가야할 길이 바빠졌죠. 고마운 파키스타니 가이드와 네덜란드 팀원들에게 사진이 나오는 대로 부쳐 줄 것을 약속하고 곧바로 작별을 고했습니다. 이제부터는 히치하이크... 생각보다 차량 통행이 적어 걱정이 되긴 했지만 다 잘 되리라 믿고.. 호수 입구 도로 가에 배낭을 던져놓고 처음에는 제법 느긋한 자세로 도를 닦듯 기다렸습니다. 15분쯤 지나자 트럭이 한 대 와서 태워줄 듯 했는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냥 갑니다. 내 얼굴에 머가 묻었나? 다시 10분... 승용차가 속도도 늦추지 않고 그냥 내뺍니다. 잠시 후... 트럭이 한대. 50위안을 보여 주고 카슈카르를 외쳤더니 고개를 흔들고 그냥 갔습니다. 돈이 적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다른 방향? 바람이 점점 거세어져 길바닥을 서성거리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허~ 이러다 얼어 죽는 거 아닐까? 옷을 잔뜩 껴입었는데 추위가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멋진 차가 한 대 미끄러져 왔습니다. 타슈쿠르칸을 출발한 합승 택시인데 좌석이 차서 탈 자리가 없다는 걸 빼면 완벽했습니다.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50위안~ 카슈카르" 돈을 보고 기사는 어떻게 해보고 싶은데 동승한 사람들이 불편을 참아 줄 이유가 없는 눈치. "플리즈~" 최대한 애처롭게 처신했습니다. 뒷자리에 탄 사람이 자리를 좁혀 않겠다고 허락을 하더군요. 오 예~. 불편한 게 문젭니까? 추위에 떠는 것 보다 좁은 자리라도 끼어 가는 것이 백배 더 낫지요. 처음에는 내 자리가 좀 불편했는데 한국인이란 걸 안 다음부터 자리가 많이 넓어졌습니다. 뒤에 탄 두 사람들이 몸을 점점 추스르며 스스로 자리를 잡더라고요.^^ 말이 안 통해도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담배도 줄창 건네주고, 해바라기씨도 주고... 껌도 주고... 카슈카르 근처에 와서 맛있는 국수도 얻어먹었습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6.02.03 23:02

[템포-사람과 풍경] 유장영 도립국악관현악단장

전북도립국악원에서 20년 가까이 잔뼈가 굵은 유장영 도립국악관현악단 단장은 58년 개띠생이다.그는 음악적으로도 58년생들이 ‘낀 세대’라고 했다. 그 자신 어려서부터 밴드부 활동과 고교연합합창단 솔리스트로 활약하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가까이 했고, 대학가요제 입상 등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막상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당시만 해도 전통음악 교육이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어떻게 우리 음악을 제쳐두고 반세기 넘게 서양음악만 가르쳤는지 화가 난 때도 있었습니다.”음악에 대한 관심과 재능에도 부모님들의 음악 전공에 대한 반대에 부딪혀 대학(전북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그는 학과를 제쳐두고 대학시절 내내 취미생활로 서양음악과 전통음악을 넘나들었다.80년대초 암울했던 시절 그는 대학 그룹사운드로 활동하며 울분을 풀었고, KBS 젊은이가요제 최우수 가창상과 MBC 대학가요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대학가요제 입상곡인 ‘승무’는 그가 고교 2학년때 쓴 곡이었다.“우리때 대학내 주체성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이루어졌어요.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과 함께 민족문화 바람이 불면서 농악이나 탈춤 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스스로 찾아야 하는 전통음악 공부가 힘들기도 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음악적 자립심과 독립성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가 우리 음계를 빨리 익히고, 통기타 가수에서 전통음악으로 빠른 변신이 가능했던 것도 기본적으로 자립심이 밑거름이 된 것으로 보았다.국악 연수프로그램이 도입될 때부터 강사로 활동해온 그는 현재의 후배들이 학교 과정에서 국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06.02.03 23:02

[템포-사람과 풍경] 58 개띠 마라톤클럽은

58년 개띠생들의 유대감은 유별나다. 직장별, 취미별 여러 모임들이 있지만, 58년 개띠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뭉친 동호회의 끈끈함은 정평이 나 있다. 함께 공감할 수 있었던 시대적 아픔이 그만큼 크고 넓었다는 이야기로 통할 것 같다.‘58개띠 마라톤클럽’은 온라인 모임임에도 회원들간 유대가 더 각별하다. 2003년 6명의 개띠 마라토너가 클럽을 발족시킨 이모임은 송재익씨(현대종합상사 미주지사장)를 회장으로, 전국적으로 510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도내 회원은 20여명. 전주울트라 조직위원장인 배형규씨와 부부울트라 런너인 김정숙씨, 치과의사 최승렬씨, 초대 운영위원으로 활약한 좌정심씨, 공무원 김명호·양대석씨, 남양마라톤클럽 연합회장 유재양씨, 군산에서 50정보의 농사를 지으며 지리산 100회 종주에 도전하는 김병필씨, 부안에서 화원을 운영하는 박일심씨, 도립국악관현악단장 유장영씨 등이 주요 멤버들. 가입 자격은 58년생이며, 마라톤 풀코스를 1회 이상 완주해야 정회원이다. 3개월마다 정기모임을 갖고, 지역별로 각종 대회와 번개모임을 통해 우의를 돈독히 하고 있다.전북지역 책임을 맡고 있는 양대석씨는 “같은 나이에다 취미까지도 같아 유대감이 더 크다”며, 남녀 성별이나 직업을 떠나 회원들이 모이면 하나가 된다고 자랑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06.02.03 23:02

[템포-사람과 풍경] 격동기 한복판 '58년 개띠생' 모임

"58 개띠 '멍'"전주종합경기장을 몇 바퀴 돈 뒤 전주 팔복동 한 막걸리집에 모인 58년 개띠생 6명이 잔을 부딪히며 요란스럽게 '멍'을 외쳤다. 마지막 '멍'을 짧게 끊어 엑센트를 준다. 옆 테이블에 다른 손님들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멍’은 58년 개띠의 영역 표시란다“남의 눈치 안봐요. 격랑을 어떻게 헤쳐온 세대인 데, 주변의 시선이 무서워서 하고 싶은 말 못하겠습니까.”주부 공무원 자영업 예술인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면서도 나이가 같다는 이유로 뭉친 ‘58 개띠 마라톤 클럽’번개모임은 막걸리 잔이 돌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어가 갔다.“전쟁후 베이붐 현상의 정점에 있었던 세대 아닙니까. 숫자가 많다보니 원튼 원치 않든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어느 세대보다 치열했습니다.”남원에서 치과기공소를 운영하는 유재양씨는 58년 개띠를 ‘낀 세대’라고 규정했다. 숫자가 많다보니 대학이나 회사 입사 등에서 다른 어느 세대보다 힘든 경쟁을 뚫어야 했고, 격변기마다 맨 앞에 놓이면서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친 세대라는 것이다.“우리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한문이 처음 없어졌고, 중학교 입학할 때 시험 제도가 없어졌습니다. 한글 1세대며, ‘뺑돌이’ 1세대인 셈입니다.”(익산시청 공무원 김명호씨)“유신의 마지막 세대가 또 우리 아닙니까. 철저한 반공교육을 받으며 박정희 대통령을 신으로 생각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80년도 민주화 세대와는 간극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남원시청 공무원 양대석씨)“초등학교 시절 월남전 참전 노래를 부르고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주부 좌정심씨)시대적·제도적 전환기를 온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왔다는 이들의 주고 받는 말에 동석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또다른 주부 김정숙씨는 먹는 것에 대한 애환이 많았다고 어린시절을 기억했다. 좀 더 나이 든 세대처럼 직접적으로 춘궁기를 겪지는 않았지만, 호박잎과 보리개떡 등으로 배고픔을 달랬단다.“사회생활에서 불운한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꼭 58년 개띠만이 아닌, 바로 위 아래 나이도 비슷하지만 한창 일할 나이에 IMF를 맞아 직장을 떠난 경우가 많습니다. 과장 초말년쯤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죠. 어느 대기업의 경우 100명의 개띠중 단 1명만 남았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서울에서 인쇄회로기를 운영하고 있는 송의정씨는 IMF때 부하직원들이 구조조정되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사업에 뛰어들었다. 설 명절을 맞아 고향 동호회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회사를 무작정 키우려는 생각보다 30여명의 직원들이 더이상 쓴맛을 보지 않도록 신경을 쓴단다.58년 개띠들에게 가정 경제적으로도 운이 좋은 편이 못된다. “80년대 중반 대학 졸업후 직장을 다녔던 대부분은 집 장만이 쉽지 않았어요. 돈을 모아 집을 살 때쯤 되면 집값이 껑충 뛰곤 했습니다. 두세살 윗 선배들과 결혼한 동갑 여성들은 남자들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낫습니다.”여성 개띠들이 놀림을 받지 않느냐는 물음에 김정숙씨가 발끈했다. “아버님이 건축업을 하셨는 데 제가 태어난 뒤 사업이 잘돼 ‘복동이’ 별명까지 얻었어요.다만 강아지처럼 돌아다니기를 좋아해 남편 뒷바라지가 소홀한 게 흠이지만요.”그렇다고 58년 개띠들이 꼭 어려움과 고달픔만 달고 다닌 것은 아니다.“막걸리잔에 밤새 토론을 하는 낭만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순수와 낭만의 시대였다고 자부합니다.”도립국악관현악단장으로 활동하는 유장영씨는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없었던 대학시절이었지만, 억눌리고 암울한 현실을 안주삼아 자유를 향해 몸부림쳤던 낭만이 그리워진다고 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06.02.03 23:02

[템포-맛&멋] 맛있는 이야기 - 이영조 새마을전북도지회장

사회단체활동에 여성계, 정당활동까지. 바깥활동이 많아 좀처럼 주방에 들어갈 짬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이영조 새마을회전북도지회장의 입에서 의외의 답변이 돌아온다.“먹는 것은 건강과 직결된 부분인데…. 외식보다는 집에서 만든 음식을 좋아합니다. 물론 제 손으로 만들지요. 토속적인 밑반찬류를 즐깁니다.”신세대 주부들을 놀랠킬 만한 이야기가 줄줄이 나온다. “음식을 사지 않아요. 인스턴트 음식도 먹지 않습니다. 어릴때부터 먹고 자랐던 우리 음식을 즐기지요. 지금까지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이 다 식생활덕분 이라고 생각합니다.”그는 철철이 밑반찬을 만들고 젓갈도 직접 담근다. 그가 담그는 젓갈류는 갈치 멸치 조기 황석어 잡새기 새우 등 7∼8가지. 부안이나 군산 등지에 가서 직접 재료를 사 씻어 담근다. 한번 해두면 1∼2년은 걱정이 없다.단무지도 직접 담가 먹는다. 가을에 무를 구입해 3∼4일쯤 말린후 겨하고 사카린 등을 넣어 담그는데 이때 소주를 중간중간 부어주면 부패되지 않고 쫄깃한 맛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깻잎 고춧잎 양파 장아찌와 연근조림 무장아찌 등도 늘 상에 올린다. “학교마친후 곧바로 교단에 서 어머니께 음식을 직접 배우진 못했지만 어깨너머로 보고 익힌 것이 자산이 됐어요.”그의 부모님 고향이 이북. 덕분에 이북음식도 즐긴다. 명절때마다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녹두부침개 만두 두부를 지금은 그가 빚고 있다. “콩나물 잡채도 명절마다 챙겨 먹었던 음식이예요. 피곤을 풀어주고 활력을 돋궈주는 음식이지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입맛이 없거나 어머니 생각이 날때마다 만든다. 처음 콩나물 잡채를 만들때는 콩나물 삶은 물을 붓고 겨자를 발효시키지 않아 낭패를 봤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고수가 됐다. 그는 음식을 하는 것도 즐기지만 지인들과 나누는 것도 즐긴다. 단무지며 젓갈 장아찌 등을 포장해 친구나 후배에게 전한다. 건강을 나누는 일이라 생각하면 더욱 신이난다. “아! 참기름요. 아침마다 식사전에 직접 짠 참기름을 한수저씩 먹어요. 오래된 습관인데 토속적인 음식과 함께 저의 건강을 지켜주는 비결중 하나예요.” 음식과 건강을 하나로 생각하는 그의 맛 이야기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6.02.03 23:02

[템포-맛&멋] 맛있는 집 - 익산 자연산 전복죽·전복삼계탕전문점

진시황이 불로장생에 좋다고 하여 널리 구하기 시작한 전복죽은 죽의 으뜸이다.떼어낸 전복살을 깨끗하게 문질러 앃은후 달군 냄비에 살짝 참기름 둘러 쌀과 함께 중불에 끓인 전복죽은 보양식품의 대명사다.눈을 맑게하고 산모 조리에도 안성맞춤인 전복죽은 수라상에 오르던 궁중요리중에 하나로 꼽혔다.상품성이 뛰어난 서해안 일대에서 채취한 자연산 참전복만을 고집하며 미식가들의 발길을 부여잡고 있는 익산시 신동 ‘자연산 전복죽·전복삼계탕전문점(대표 최정희)’.서해안 일대 해녀들을 직접 찾아 자연산 전복만을 구입하는 열정을 쏱는 최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복박사’답게 처음 명함을 주고받자 갖가지 효능을 줄줄이 대며 전복 예찬론을 펼친다.지난 90대 후반 익산시 모현동에서 불고기집을 운영하던 당시에도 남편 오진아씨(44)가 서해안 일대에서 구해온 전복을 재료로 죽을 써 내놓으면서 미식가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고 한다.1996년 비교적 번화가인 신동 원광대학병원 앞으로 자리를 옮겨 ‘자연산 전복죽·전복삼계탕전문점’을 차리게된 것은 도내 섬지역에서 사위에게 차려놓던 특별한 상차림으로 시골에서 키운 장닭에다 전복을 잔뜩섞어 삶은 전복삼계탕이 별미로 전해오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부터다.이후 최대표는 닭에다 전복을 곁들여 끓인 전북죽을 남편이 운영하는 스킨스쿠버 동호회원들과 나눠 먹으면서 개운하고도 담백한 맛에 반해버린 회원들의 권유에 떠밀려 본격적인 전복 전문점을 운영하게됐다.자연산 전복죽은 전복 자체만으로도 진미를 우려내기에 충분해 다른 음식과 달리 아무것도 넣지 않아야 한다고 최대표는 귀띔한다.회로먹기에야 가격이 부담스러워 싱싱한 전복 몇개 사다 정성껏 쑤어 올린 전복죽 한그릇 식탁에 올리면 오락가락 하는 감기 기운도 뚝 떨어진다.참전복이 떨어지면 숫한 세월을 같이해온 단골 손님들의 발길조차 뒤로한채 문을 닫아버리는 이 집은 자연산 전복만을 고집하는 최사장의 일면이다.여타 전복집과 달리 이 집이 자랑하는 시원하고도 담백한 특유의 맛은 중불에 서서히 익혀내는 최사장의 손놀림에 달려있단다.사람 손바닥만한 150∼200g 크기의 자연산 전복에다 닭을 함께 삶아 낸 전복삼계탕은 느끼한 맛을 내는 닭죽의 편견을 벗어버렸다.이 집의 전복죽은 푸르스름한 양식과 달리 천연 바위색 그 자체를 내며 영양소가 풍부한 전복 껍질채 끓여내 색 자체가 노르스름하거나 초록빛을 띈다.전북 몇개에다 찹쌀 50g, 맵쌀 100g, 물 4컵(맥주컵), 참기름 및 소금 약간을 넣어 끓인 전복죽 한입을 넣을라치면 맛깔난 국물맛이 혀끝에 스며든다.내장을 빠뜨리지 않고 넣어주는 것도 감칠맛을 내는 또하나의 비결이다.내장을 손질할때도 가운데를 잘라서 흐르는 물에 씻어야 불순물을 깔끔히 빼낼 수 있다며 손님들을 향한 정성도 아끼지 않는다.참기름에 볶아 25분 가량을 끓이면 밥알이 탱탱해진다.쌀을 잘 끓이는 것도 맛깔스러운 전복죽 만들기의 빼놓을 수 없는 비법중에 하나란다.그외 다른 재료와 방법은 ‘자연산 전복죽·전북삼게탕전문점’의 비법으로 아무에게나 알려줄 수 없단다.이 집의 대표메뉴는 전복회, 전복삼계탕, 전복죽, 삼계탕.한입에 넣어 오물오물 씹을태면 옆 사람 눈치볼 것 없이 저절로 손이 가는 전복회는 초장과 어울려 더욱 맛을 살려준다.-가격△전복회(100g) 20,000원△전복삼계탕 17,000원△전복죽 10,000원△삼계탕 9,000원

  • 문화일반
  • 장세용
  • 2006.02.03 23:02

[템포-영화] 영화 톡톡

△왕의 남자(감독 이준익/출연 감우성 정진영 강성연/드라마)=전국관객 800만 돌파, 겨울극장가의 지존이 되다. 좋은 영화를 골라내는 관객의 안목에 박수를!△사랑을 놓치다(감독 추창민/출연 설경구 송윤아/멜로)=처음에는 친구사이였지만 나중에서야 뒤늦게 ‘사랑이었구나’하는 후회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무극(감독 첸 카이거/출연 장동건 장백지 사나다 히로유키/판타지)=최근들어 계속되고 있는 범아시아 프로젝트의 모범답안. 장동건의 열연이 허전한 줄거리를 메워준다. △투사부일체(감독 김동원/출연 정준호 김상중/코미디)=‘DANGER’표지판은 ‘당거∼’, 패스포트는 여권이 아닌 양주이름! 무식한 조폭의 힘을 보여주마.△치킨 리틀(감독 마크 딘달/목소리 잭 브래프·조안 쿠삭/애니메이션)=애니메이션명가 디즈니의 첫번째 컴퓨터그래픽 장편이다. 디즈니만의 질감은 여전히 유효.△홀리데이(감독 양윤호/출연 이성재 최민수/액션)=이성재의 ‘깎은 몸매’, 최민수의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거칠면서도 매력적인 영화’의 뒷심을 보여다오.△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감독 앤드류아담슨/출연 조지헨리 윌리암모즐리/모험판타지)=‘반지의 제왕’에 버금가는 원작과 스탭이 빚어낸 블록버스터…눈높이가 너무 낮은 게 ‘옥의 티’.△킹콩(감독 피터 잭슨/출연 애드리언브로디 나오미와츠/모험판타지)= 더이상 바랄 게 없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는 킹콩의 눈빛이 아물아물….△야수(감독 김성수/출연 권상우 유지태 손병호/액션누아르)= 깡패형사와 냉혈검사가 악랄한 조폭과 맞선다. 하지만 ‘이기는게 정의’일 뿐이다. 하드보일드 누아르로 화면속에서 뼈와 살이 튄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6.02.03 23:02

[템포-영화] 정진우 기자의 Film in - 헐리우드 속의 한국과 일본

‘게이샤의 추억’은 일본문화에 바치는 헐리우드의 연서(戀書)처럼 보인다. 곰곰이 되짚어보니 헐리우드의 일본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톱스타 톰 크루즈의 ‘라스트 사무라이’가 일본미화의 선봉장역을 맡았다.거슬러 올라가보자. 쿠엔틴 타란티노의 키치스런 영화 ‘킬빌’시리즈는 야쿠자와 맞서는 여자 사무라이 빌(우마서먼)을 앞세워 일본문화를 떠받든다. 숀코네리와 웨슬리 스나입스가 주연한 지난 93년의 ‘떠오르는 태양’에서도 경제대국 일본을 미화하고, 지난 89년의 ‘블랙레인’에서는 아예 마이클 더글라스가 원폭피해 일본인들의 넋두리를 들어준다. 헐리우드 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의 흥행감독 뤽베송도 ‘레옹2’에서 레옹을 일본으로 불러들인다. 콧대 높은 헐리우드가 일본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다.반면 헐리우드속의 한국·한국인은 말을 꺼내기가 부끄럽다. ‘어글리 코리안’수준이다. 흑인에게 무시당하는 부부(똑바로 살아라),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실업자에게 잔돈을 빌려주지 않았다고 흠씬 두들겨 맞는 상점주인(폴링다운), 택시에서 먹고자는 가난한 유학생(택시) 등이다. 그나마 ‘우주전쟁’과 ‘매트릭스’에서 한국산 승용차와 휴대전화가 등장한 것이 다행스런 일이다.사실 일본과 일본문화가 헐리우드 안팎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건 최근의 일이다. 80년대이전만 해도 헐리우드속의 일본인은 ‘돈만 알고 섹스애니멀’수준이었다. 헐리우드의 시각을 바꾼 것은 역설적으로 ‘돈의 힘’이다. 일본기업들이 헐리우드영화사들을 인수하면서부터다. ‘게이샤의 추억’을 배급한 콜럼비아영화사도 소니 소유다. ‘문화를 먼저 팔아야 상품이 팔린다’는 일본인들의 계산이 깔려있는 셈이다.일부에선 ‘왜 헐리우드가 한국을 우습게 보느냐’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결국엔 국력신장만이 유일한 해답이 될 것같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6.02.03 23:02

[템포-영화] 판타지 '내니 맥피-우리 유모는 마법사'

△감독 커크 존스·출연 엠마 톰슨 콜린 퍼스방학 끝물에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에 갈 일이 생겼다. ‘내니맥피-우리 유모는 마법사’. ‘해리포터’시리즈나 ‘나니아연대기’처럼 거창한 스케일을 자랑하진 않지만 영국 특유의 유머와 해학이 넘쳐나는 웰메이드 가족판타지다.‘내니 머피’에서 ‘내니’(nanny)는 유모를 뜻한다. 무엇보다 영국의 대표적인 지성파 엠마톰슨의 변신에 눈길이 간다. 언제봐도 편안한 인상대신 뭉툭한 코에 이빨까지 튀어나온 ‘얼꽝’으로 나온다.장의사 세드릭 브라운(콜린 퍼스)은 일곱남매를 혼자서 키우는 홀아비. 아이들은 아빠의 재혼을 반대하기 위해 황당한 심술과 말썽을 부려 유모들을 갈아치운다. 마지막에 등장한 유모가 맥피(엠미 톰슨). 추악한 외모를 지녔지만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는 뛰어난 능력에다 신비로운 마법도 부릴 줄 안다.장난꾸러기 아이들은 엄마같은 ‘얼꽝’ 유모를 통해 어느새 가족이 무엇인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된다.특히 아이들의 죽은 엄마가 앉았다는 분홍색 의자 앞에서 인사를 한 뒤 사라지는 맥피의 모습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판타지영화답게 맥피의 마술에 춤을 추는 당나귀, 알록달록한 의상과 소품들, 환상적인 눈의 결혼식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노팅힐’‘러브 액츄어리’‘네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영화를 잇따라 내놓은 워킹타이틀사의 작품이라는 점도 믿음이 간다.“원하지 않아도 필요하다면 함께 있지만, 필요하지 않으면 원한다 해도 떠난다”는 맥피의 말은 아이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은 부모들에게도 의미심장한 대사다. 전체 관람가.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6.02.03 23:02

[템포-영화] 이 영화 '게이샤의 추억'

△감독 롭마샬·출연 장쯔이 공리 양자경아무리 ‘지구촌’‘세계화’의 구호가 낯익다지만, 동·서양의 사고방식과 문화차이는 여전히 완고하다. 동양에 대한, 서양인들의 단편적인 시각은 헐리우드영화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헐리우드에서 만날 수 있는 동양인과 동양문화는 가난과 전쟁, 어수룩한 돈벌레, 왜소한 몸집, 삼합회·야쿠자같은 조폭문화 등이 고작이다. ‘동양여성들에 대한 판타지와 페티시즘’도 장르를 불문하고 두루 차용되는 아이콘이다. 무엇보다 헐리우드영화(또는 헐리우드의 동양문화에 대한 시각)가 저지른 최대실수는 ‘동양문화=일본문화’로 이해된다는 점이다. 헐리우드가 동양을 묘사할 때마다 우리 관객들이 코웃음을 치는 이유는 어쩌면 당연하다.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을 맡고, 아카데미상 6개부문 석권에 빛나는 ‘시카고’의 롭 마샬이 연출한 ‘게이샤의 추억’. 일본문화를 상징하는 3대 아이콘(사무라이·야쿠자·게이샤) 가운데 포르노그래피적 환상으로 물든 게이샤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신비로운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최고의 게이샤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베일에 싸인 게이샤의 화려한 세계를 세밀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게이샤들이 전쟁이후 미군기지의 매춘부처럼 변해가는 모습도 그린다. 얼핏 보면 사라져가는 게이샤에 대한 만가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게이샤를 통한 서양인들의 대리만족에 가깝다.드라마는 부족하지만 스크린의 색감과 질감 만큼은 화려하고 풍성하다. 배경인 1930년대 교토의 퇴폐적인 유곽를 완벽하게 재현해냈고, 립스틱크기의 초소형카메라가 40㎝높이의 미니어처 건축물을 헤집으며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100% 수작업인 기모노를 250벌이나 제작했는가 하면, 자연광 대신 2500평에 달하는 세트에 실크천을 펼쳐 도쿄지역 특유의 평온한 햇살을 구현내했다.‘사미센(일본전통악기) 연주부터 종종걸음까지’ 게이샤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들의 독특한 화장법, 남자를 사로잡는 갖가지 제스처, 처녀성을 바치는 의식 ‘마즈아지’, 혼탕에서의 유희 등 눈요기가 어지러울 정도다.1997년 출간이후 뉴욕타임스 50주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아서 골든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했지만, 원작에는 못미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공교롭게도 장쯔이, 공리, 양자경 등 중국계 월드스타가 나란히 게이샤로 분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헐리우드적 시각으로 이들 만큼 경쟁력이 있는 동양계 여배우가 없기 때문이다. ‘투명한 회색 눈빛, 눈에 구멍을 뚫어놓고 거기에다 잉크를 부어 말린 것 같은 눈’으로 묘사되는 장쯔이 보다는 공리의 표독스런 연기에 더 눈길이 간다.‘왜색창연’한 영상을 위해 8500만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올해 아카데미상에 촬영·미술·의상·음악 등 6개부문 후보에 오른 ‘게이샤의 추억’은 시각적 효과에 비해 가슴 뭉클한 드라마는 빈약하다. 결국 감성에 치중한 블록버스터에 그친 셈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등 헐리우드 드림팀이 가세했음에도, 왜곡된 헐리우드식 시각과 일본문화에 대한 노골적인 애정이 뭉뚱그려진 범작이 됐다. 15세 관람가.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6.02.03 23:02

전주전통문화센터 입춘맞이 행사

24절기의 첫번째 절기 ‘입춘(立春)’. 대지가 양의 기운을 갖기 시작하며 모든 사물이 왕성히 생동하기 시작하는 절기로, 새해를 상징하며 봄의 시작으로 본다. 입춘은 또 한해 농사의 흉풍을 가려보는 날이기도 하다. 조상들은 이날 농사점을 쳤고, 농기구를 손질하고 거름을 재워두는 등 일년농사 준비에 들어갔다. 대문이나 집안기둥에 ‘立春大吉(입춘대길)’ ‘建陽多慶(건양다경)’ 등과 같은 입춘첩도 붙였는데 이는 한해의 무사태평과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올해 세시절 행사를 대폭 확대하기로 한 전주전통문화센터가 병술년 첫 세시절 입춘 맞이를 3일 전주시청과 풍남문 등지에서 진행한다. 전북지역의 평안과 발전을 기원하며 오방색으로 만든 입춘첩을 만장기로 만들어 낮 12시부터 전주시청에서 걷고싶은거리, 객사를 거쳐 풍남문까지를 잇는 지신밟기를 임실필봉농악을 앞세워 진행한다. 길한 것 들이 전북으로 들어오고 경사스러운 일들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입춘첩 ‘입춘대길 건양다경’ ‘국태민안 건양다경’ 등을 전주시청 정문과 풍남문 전통문화센터 등지에도 붙인다.이날 붙이는 입춘첩은 이용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이 쓴 것이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6.02.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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