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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식품엑스포 '잘해봅시다'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의 올 컨셉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지난해 발생했던 드래그레이스 사고의 뒷처리 때문에 갈등을 빚었던 발효식품엑스포 추진 기관들이 최근 사고 관련 문제를 해소하고, 올 10월로 예정된 엑스포 추진에 적극 협력키로 12일 의견을 모았다.도에 따르면 올 엑스포 개최와 관련해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전주시가 월드컵경기장을 개최 장소로 사용토록 적극 협조키로 했으며, 조직위 주최 엑스포에 곁들여 엑스포 기간 전주의 맛과 멋을 알릴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전주시 주도로 치르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는 것.이에 따라 도는 익산보석축제와 연계해 전주한옥지구에 관광열차를 운행하고, 세계요리명장경연대회나 각국 대사부인 등이 참여하는 김치담그기, 어린이와 어머니가 함께 하는 퓨전푸드대회, 전주시 여성 취미활동 경연대회 등과 같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을 전주시에 권유할 계획.엑스포 추진 주체와 관련, 최근 농림부로부터 사단법인 승인을 받은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조직위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며, 전북도·전북대·전주시가 행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으로 정리됐다.이에 따라 총 사업비를 11억2천만원으로 계획하고, 그중 7억8천만원을 국도비(국비 2억원, 도비 2억8천만원, 전북대 2억원, 전주시 1억원)를 지원키로 했다. 도는 또 전주시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토록 하고, 실무지원단 구성때 행사지원단장을 전주시 간부로 참여시키는 등 전주시가 엑스포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위와 전주시에 요구할 계획이다.한편, 엑스포 추진 주체간 반목의 이유가 됐던 지난해 드래그레이스 사고와 관련해 보험사의 구상권 문제를 조직위에서 해결하고, 전북도와 전주시가 엑스포행사를 적극 지원하는 선에서 합의를 이루었다. 보험사 구상권 문제는 4억8천만원의 보험금을 지금했던 보험사가 사고 책임이 있는 기관을 대상으로 배상금 청구 소송을 해 현재 재판에 계류중인 사안이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04.05.14 23:02

[흐름]"이모처럼 좋은 성음 얻고 싶어요"

“이제 정말 소리꾼이 되어야해요.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었지만 정말 마음이 편하지 않네요.” 얼굴까지 앳되어 보이는 스물아홉살의 젊은 명창 장문희씨. 그는 대사습이 뽑은 서른번째 명창이다. 더없이 기쁜 영예를 안았지만 스승이자 친이모인 이일주명창은 ‘너무 빨리 명창의 반열에 오른 조카’에게 ‘이제 소릿길의 시작’이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어린시절부터 조카처럼 돌봐주었던 삼촌(송재영명창)은 ‘실패를 맛보아야 소리를 키워낼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축하받을 일에 축하 받지 못한 이 형국에 서운하지 않을수 없을터인데 정작 장씨는 “그런 격려가 자신에게는 더없는 축하”라고 이야기한다. 장씨의 대사습 명창부 도전은 올해가 처음. 단 한번만에, 명창이 되는 까다로운 의례를 마친 셈이다. 그는 갖고 있는 소리가 워낙 좋은데다 오랜 공력이 있고서야 가능한 이면까지도 술술 그려내는 빼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다. 소리를 가르치다가도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게 하는 나이 어린 조카는 일찌감치부터 나가는 대회마다 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스승은 ‘물색 모르고 덤빌까봐’ 상을 받을때마다 ‘아직 멀었다’며 소리자랑 하지 말라고 단단히 못 박곤 했다.우석대에서 판소리를 전공하고 다시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공부한 장씨는 그렇게 엄하게 가르치는 이모 옆에서 20년을 보내고서도 “소릿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고 말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여러달 꼬박 새벽 6시에 출근해 연습했다는 그는 “아무리 공부해도 이모의 성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어디에서 저런 소리가 나올까 싶을 정도로 조그만 체구를 지닌 젊은 명창은 꿈이 많다. 좋은 소리로 다섯바탕 완창회를 갖는 것은 물론이고 좋은 창극 배우도 되고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루고 싶은 꿈은 이모 처럼 좋은 성음을 얻어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심오한 소리세계를 만나는 일이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4.05.14 23:02

[흐름]명창의 후예

우리 나이로 스물 아홉, 12월에 태어나 며칠만에 두살을 한꺼번에 먹는 애민살을 감안한다면 정식나이는 스물일곱살. 이 젊디 젊은 소리꾼은 아직 ‘명창’이 실감나지 않는다. 까마득하게 높아만 보이던 명창의 반열에 올랐지만 마음도 편하지 않고 걱정만 더 쌓였다. 여간해 칭찬 한번 듣기도 어렵기만한 무서운 스승은 나이 어린 제자가 ‘까불댈까봐’ 더 엄해졌다. “두세번은 떨어져봐야 허는디…. 암만 생각혀도 너무 빨리 돼버렸어. 인자 지 허기 달렸지 뭐.”아홉살에 소리를 시작해 올해로 20년.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세월을 소리공력에 바쳤으니 연륜으로 치자면 그리 처지는 것도 아니련만 젊은 명창은 내내 겸연쩍게 웃고 있다. “내가 심사위원들에게 부탁도 했었어요. 올해 뽑으면 안된다고. 근디도 이렇게 돼버렸네. 쟈 소리 듣고 심사위원들이 울었다잖여? 사실 잘허기는 참말 잘혔어. 나도 울었당게.”스승은 끝내 속내를 털어놓는다. “쟈 소리는 하늘에서 내려준 소리요.” 좌불안석, 딴짓하며 앉아 있던 제자는 깜짝놀라 고개를 들었다.전주대사습이 서른번째 명창으로 등극시킨 장문희씨(29, 도립국악원 창극단 단원).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명창이 되는 길은 처절하다. 소릿길의 고단함이야 그렇다치고라도 명창의 반열에 오르는 일이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스승의 엄한 가르침이 소리를 열어주는 길이라면 소리를 비로소 얻는 득음은 자기를 극복하는 처절한 과정을 거치고서야 가능한 세계. 오랜 독공과 수련의 과정에서 신화와도 같은 같은 이야기를 경험하지 않았거나 좌절없이 소리길을 걸어온 명창이 있다면 십중팔구, 그 명창은 이름을 얻었을지는 몰라도 당대를 풍미하지는 못했을 터이고 그 이름은 허명임에 틀림없다. 옛 명창들의 득음을 향한 고행. 그래서 판소리는 더 서럽고 치열한지도 모른다. 소리의 완성을 위해 온생애를 쏟았던 명창들의 삶은 당대에서만 빛나지 않았다. 그들은 남루했지만 결코 천박하지는 않았던 예술의 세계를 고스란히 후손에게 넘겼다. 시대적 상황 속에서 더러는 천시받고 홀대 당하기 일쑤였던 판소리의 맥은 그들의 대물림으로 지켜지고 발전되었던 것이다. 올해 전주대사습 판소리명창부 장원에 뽑힌 장문희 역시 서편제판소리의 대가였던 이날치의 후예다. 스승은 오늘의 판소리를 대표하는 이일주명창. 당대에 이름을 널리 얻지는 못했지만 이일주의 부친 이기중 역시 신영채·임방울·김연수와 교류하며 일가를 이루었던 소리꾼이었다. 이기중은 서편제소리의 대가로 이름을 날렸던 이날치의 손자. 수리성의 탁월한 기량에 최고수준의 소리세계를 갖고 있었다는 이날치는 성음의 절묘함에 빼어난 발림으로 청중을 압도했으며 특히 그의 ‘새타령’은 독보적인 소리의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남 담양 출신인 그는 원래 줄타기의 명수였으나 후에 판소리를 배워 대성한 명창이다. 박만순의 수행고수였던 그는 오만하고 고집이 센 박만순보다 연상이었으나 자신을 하인 다루듯 하자 고수의 자리를 박차고, 절에 들어가 수년동안 오로지 소리공부에만 열중해 득음했다고 알려져있다. 그 역시 성격이 호방하긴 했지만 끊고 맺음이 분명한데다 날카로워 ‘날치’라는 이름을 얻었다고도 전해진다. 조부의 소리를 이었던 이기중은 1913년에 태어나 1977년에 작고했는데 집안의 소리를 이어 한동안 소리꾼으로 활동했다. 이일주는 부친에 대한 추억이 깊다. 50대까지도 소리를 했다는 그의 부친은 ‘흥보가’ 의 ‘박타는 대목’이나 ‘춘향가’의 ‘이별 대목’, ‘심청가’의 ‘밥 빌러가는 대목’을 빼어나게 잘불러 청중들을 감동시켰다. 이일주는 부친이 이름을 널리 알리지는 못했지만 소리 한대목으로 사람들을 마음대로 웃기고 울리는 공력있는 소리를 갖고 있던 명창으로 기억한다.“아버지는 새벽이면 소리를 하셨어요. 소리가 참으로 맑고 구성있었지요. 어찌나 소리가 동글동글하던지….” 그는 자신의 소리가 부친의 소리를 따라가려면 멀었다고 하지만 지금 그는 대가의 후예다운 소리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이일주의 소리를 ‘높고 단단하고 제대로 쉰 치열한 소리’로 내세우는 최동현교수(군산대)는 “요새처럼 편한 것을 좋아하는 세상에서는 치열한 소리가 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기교 위주로 편하게만 하는 소리는 제 맛이 없다. 아무래도 소리는 전력을 다하는 치열한 맛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점에서 최교수는 이일주를 세련된 소리, 곱고 부드러운 소리에 마음 두지 않고 자신의 소리를 지키고 가꾸어온, 대단한 소리꾼으로 꼽는다. ‘왕대밭에 왕대 난다’는 속담은 바로 명창 후예의 자존심을 지키는 이일주에게 꼭 들어맞는다고 최교수는 덧붙였다. 이일주는 자신의 소리가 좋은 스승을 만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첫 스승은 아버지 이기중. 그는 자신의 딸을 일찌감치 소리꾼으로 대성할 재목으로 가르쳤다. 7남매 자식들의 앞길을 걱정해 소리까지 작파했던 그가 무슨 마음으로 큰딸을 소리꾼으로 만들었는지 짐작할 수 없지만 아무튼 소리 배우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딸아이를 무섭게 가르쳐 냈던 덕분에 이일주는 오늘을 대표하는 명창이 될 수 있었다. 오늘의 판소리 무대에서 대표적인 여성 명창으로 꼽히는 이일주가 예나 지금이나 힘있고 팽팽한 긴장감으로 세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바탕에는 부친인 이기중을 비롯해 박초월과 김소희 오정숙 등 가르치는 일에 철저했던 스승들의 교수법이 있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일주 역시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에 철저하다. 맺고 끊음이 분명한데다 대충 넘어가는 일이 없는 그는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치열해야만 소릿길을 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제자가 되기도 어렵고 소리 한대목 배우는데도 고단하지 않을 수 없지만 갈수록 그의 문하에는 소리를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제자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그의 문하를 거쳐 명창의 반열에 오른 제자들만도 10여명. 그중에서도 장문희는 그의 수제자로 꼽힌다. 문희는 그의 여동생 딸이다. 아홉살에 그의 집에 와 20년을 지낸 조카는 놀라울 정도로 성음이 좋고 소리를 익히는데도 남다른 기질이 있었다. “당초에는 고단한 소릿길을 가게 하고 싶지 않았으나 타고난 재주를 달리 막을 도리가 없어 소리를 가르쳤다”는 이일주명창과 “무서운 큰 이모에게 칭찬 받을 수 있는 일이 소리 잘하는 일 뿐 이어서 소리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조카딸은 참으로 많이 닮아있다. 그들 사이에는 또 한명, 혈육은 아니지만 이일주 명창이 믿고 지켜보는 후계자가 있다. 지난해 전주대사습에서 명창이 된 송재영씨(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부단장)다. 스물네살에 제자가 되어 역시 20년을 지낸 그 역시 무서운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소리판이 주목하는 든든한 재목이 되어 있다. “단한번도 다른 소릿길을 넘보지 않았다”는 겸손한 제자들과 칭찬에 인색하기만한 스승. 명창의 후예들이 소리판을 지켜가는 방법이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4.05.14 23:02

축제 평가, 통과의례 취급 "예산만 날린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전주풍남제·전주종이문화축제가 이어졌던 전주의 봄. 축제는 끝났지만 축제운영 주체들로서는 마무리 과정인 축제 평가작업이 남아있다. 평가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각 축제마다 평가단 선정시기와 평가 기준 등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추진돼 평가작업의 목적을 살리지 못하고 예산낭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주영화제는 개막 이후에서야 평가를 의뢰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객관적 신뢰도를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으며, 종이문화축제도 개막 일주일 전에서야 평가단을 섭외, 주최측의 무성의와 평가단의 체계적인 현장조사 여부가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이같은 문제 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평가작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각 축제들은 대부분 해마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평가작업을 추진해왔지만 그 결과가 다음해의 축제에 반영되는 일은 거의 없어 실효성이 제기되어 왔었던 상황. 평가보고서조차 다음해 축제에 활용되지 못한채 사장(死藏)되는 예가 허다한데다, 계획성 없이 의뢰한 평가작업의 전문성도 확보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어왔다. 평가 자체가 요식 행위에 그치거나 통과의례 정도로 취급돼 인력과 예산낭비만 초래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었다. 실제로 지난해 전주영화제 평가보고회에서는 관람객 설문조사 분석을 제외하고 행사 운영과 프로그램·조직 등 전반적인 사항을 짚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 종이문화축제 평가보고서도 적극적인 모니터 수준에 그친 평가서 내용으로 평가단 구성 및 평가항목에 의문이 제기됐었다. 올해 종이문화축제는 전주문화원 이종진 사무국장을 비롯해 이종근·김동영·최경성·이준석 등 다섯 명의 화롱가들이 맡았다. 예산은 2백만원. “적은 예산이지만 평가 효율성을 위해 조직위에서 평가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백옥선 총감독은 밝혔다. 그러나 올해 평가도 시기와 예산 부족으로 축제 예산과 조직운영 등은 포함되지 못했다. 평가단은 다음달 15일까지 평가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전주풍남제 평가단은 지난해 10월 구성된 전북문화컨텐츠연구소의 김정수씨(도립국악원 상임연출)와 이성호·진명숙·여원경·정종현씨 등 일곱명이 가세했다. 당초 시기와 장소가 비슷한 종이문화축제와 연대해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축제 한 달 전 풍남제 평가만 독자적으로 구성했다. 예산은 지난해보다 2백만원 인상된 5백만원. “지난해 세부 프로그램 평가와 정체성에 주목했지만, 올해는 2003년과 2004년을 비교해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거시적 차원에서 풍남제의 방향성에 집중한다”고 조직위는 밝혔다. 현장조사와 함께 이메일 등을 통한 전문가조사를 실시, 이 달 안에 마무리된다. 그러나 평가단에 참여하는 일부 위원의 경우, 풍남제 연구위원을 겸하고 있어 객관성이 제기되고 있다.지난해 월간 ‘열린전북’이 평가를 맡았던 전주영화제는 올해 차동욱씨(전북대 강사·경제학박사)를 중심으로 한 (사)지역농산업경영·경제연구소(소장 강창식)에 종합평가를 의뢰했다. 관람객과 운영에 관한 분석으로 영화제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점을 모색하겠다는 계획. 평가단은 영화제의 경영진단과 관광사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활성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제의 경우, 지난해 평가회에서 지적된 사안들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던 올해 행사운영을 볼 때 평가의 효용성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영화제 개막 이후 평가단을 위촉, 객관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평가비용은 1천3백만원. 종합평가회는 다음달 중순에 개최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각 축제 평가 결과가 무시돼 온 이유는 축제 집행자의 무관심과 평가자의 경험부족이나 설계능력 부족에 있다“며 “축제를 불과 몇 일 앞두고 졸속 추진하거나 축제가 시작된 뒤에 위촉된 평가단의 평가결과가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5.13 23:02

‘일본 영화계의 천황’구로사와 아키라 회고전 열린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구로사와 아키라’(1910~1998)는 들어봤을 만한 이름이다. 그러나 그의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되거나 비디오로 출시된 건 ‘카게무샤’ 한 편밖에 없다. 과거 일본영화 수입금지 조처와 한국영화·할리우드영화가 국내 관객의 95%를 장악하고 있는 요즈음 상황 때문이다. ‘그림의 떡’으로 전락한 그의 영화를 만날 기회가 왔다. 18일부터 23일까지(매일 오후 4시·7시) 문화산업지원센터 내 다목적 소극장에서 열릴 구로사와 아키라 회고전. JIFF테크의 네 번째 기획 초대상영전이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일본 영화계의 천황’ ‘영화의 스승’이라 불리는 일본 영화계의 대표적인 감독. ‘라쇼몽’(1951)이 베니스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알려진 최초의 아시아 영화 연출가가 됐다. 서구 영화언어와 일본문화를 결합해 만든 그만의 영화문법은 이후 영화들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예술미학뿐 아니라 대중성도 강해 ‘주정뱅이 천사’(1948)는 미후네 도시로라는 스타를 배출했고, ‘7인의 사무라이’(1954)는 미국으로 건너가 ‘황야의 7인’으로 리메이크 됐다. 이번 상영은 서울시네마테크를 시작으로 광주·대구·청주 등 전국 주요도시 순회상영의 한 여정. 전주 상영작품은 ‘스타워즈’의 모티브가 된 ‘숨은 요새의 세 악인’(1958)과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와 일본전통공연예술의 형식미를 결합한 ‘거미집의 성’(1957), 간암을 선고받은 소시민 가장을 통해 인간실존의 문제를 다룬 ‘이키루’(1952) 등 모두 7편이다. 영화는 각각 두 번씩 상영된다. 1편당 관람료는 3천원. JIFF패밀리카드 회원은 반값이 할인되며, 매니아들을 위한 패키지 티켓(7편: 1만5천원, 14편: 3만원)도 마련됐다. 문의 063)281-4192 http://theque.jiff.or.kr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5.13 23:02

[문화 마주보기]축제, 좋은 추억 안 좋은 추억

이런 추억은 좋다. 어린 유치원생들이 열 명씩 스무 명씩 모여 가설무대 언저리를 매미처럼 앵앵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차례가 되면 일제히 무대 위로 뛰어오른다. 그리고는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한다. 따라온 엄마 아빠들은 한 구석에 모두 어울려서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나비넥타이를 맨 할아버지는 트럼펫이며 아코디온을 든 친구들의 밴드에 섞여 운동장 그늘에 앉아 다른 팀의 연주에 박수를 보내다가 손가락질을 하며 금니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다. 때맞춰 쨍한 햇빛이 넓은 마당 가득 쏟아져 내린다. 구석구석 기름진 음식 냄새가 코를 찌르고, 조잡하지만 정성껏 만든 수공예 제품들이 좌판 위에서 방실거린다. 사람들은 서로 뒤엉켜 식사를 하거나 어린 것들을 인사시키느라 분주히 오가다가, 때가 되면 또래끼리 어디론가 우루루 몰려가서 공연을 하거나 경기며 게임을 하느라 악다구니를 쓰고 박장대소하기도 한다. 하루해는 너무 짧다. 어스름이 깔리면 모처럼 성장을 한 가족들이 지역 출신 극단이며 연주가들의 공연을 보러 간다. 아, 때로는 세계적인 성악가도, 교향악단도 곁들여진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연주자와 청중이 배우와 관광객들이 로비며 극장 마당에서 삼삼오오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한다. 이제 밤이 짧다. 어디서 보았을까? 가고시마의 한적한 시골 어디쯤이었을까? 동양의 나폴리라던 통영 부둣가였을까? 이런 추억은 없는 게 낫다. 동원된 청소년들은 선생의 눈을 피해서 해찰하기에 바쁘고, 한쪽에서는 교복 입고 담배 문 채 튀다가 재수 없이 걸린 애들이, 철컥 철컥 뺨을 맞는다. 대책 없는 땡볕 한 가운데에서는 여중생들이 오만상을 찌푸린 채 주저앉아서 해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축제를 앞 다퉈 저주한다. 무대 뒤에서는 모처럼 거금에 팔려 온 예술가들이 잔금 지급 시점을 두고 주최 측과 옥신각신 핏대를 세우고 있다. 질컥거리는 난장 골목은 낮술에 취한 이들의 술값 시비로 가히 난장판이다. 좀 더 가까운 곳에서 그럴싸한 앵글을 잡아내려던 사진기자는 공연 스탭의 싸늘한 제지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첨단 공연장의 대리석 로비에는 늦게 와서 공연장에 미처 못 들어간 노인들이 삿대질을 하며 어린 도우미를 닦달하는 소리가 고래고래 울려 퍼진다. 청정하천으로 슬며시 설거지물을 흘려보내던 포장마차 주인은 마차를 뜯네 마네하며 을러대고 돌아서는 담당 공무원의 등 뒤에 대고 찍, 침을 뱉는다. 어디서 보았을까? 그런 건 생각나지 않는 게 더 낫다. 추억은 과거지사이지만 과거지사를 추억하는 것은 늘 지금 지나가는 현재의 일이다. 그런즉 추억의 이름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그 추억 속 현상들의 바탕에 어떤 생각들이 깔려 있었을까를 짐작해봐야 한다. 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축제를 먼저 장삿속으로 바라 본 모든 현장은 안 좋은 추억을 남긴다. 좋은 추억은 어떻게 현재로, 미래로 이어지는가? 축제는 모름지기 해당 공동체 구성원의 한 해 사는 일을 되돌아보고 또 한 해를 준비하는 데에 쓰여야 한다. 그리하여 그 지역 사는 모든 이들이 저마다 한 가지씩의 제물(공연물이든, 음식이든, 운동이든 또는 청소하고 안내하는 일까지)을 가지고 공동체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면서, 스스로의 신명을 다 발휘하여 이웃과 함께 즐기는 자리, 그것이 곧 축제의 제 자리이다. 거기에다가, 나팔 불고 목청 높여서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진정 축제의 주인이 된다면, 오늘날의 시대정신에 충실한, 현대화한 이상적 공동체(communitas)를 구현하는 것이 결코 못 미칠 이상(idea)만은 아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 모습 자체가 참으로 귀한 관광 상품이 될 터이니, 때만 되면 산업화와 경제성을 우려해야 하는 그 안 좋은 추억도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곽병창(전주세계소리축제 총감독ㆍ연출가)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5.12 23:02

동ㆍ서양의 특별한 만남, '타악앙상블 신화'

지난해 도립국악원(원장 이호근)의 송년음악회는 삼고무와 타악연주·풍물을 한 무대에서 연출한 ‘삼고무와 풍물’로 한껏 흥을 돋워 황홀한 밤을 연출했다. 그 감동이 열 번째 목요국악예술무대(13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명인홀)에서 재연된다. 도립예술단 타악 연주자들이 모두 출동해 연출하는 타악앙상블 ‘신화’(천지소리). 태초의 소리를 주제로 화려한 타악 가락과 동·서양의 선율이 조화를 이뤄 화려하고 신명나는 무대를 선보인다. 이외에도 중요무형문황재 제34호로 산대도감극 계통의 해서형 탈춤인 ‘강령탈춤’(무용단) 과 25현 개량가야금의 풍성한 음량과 서양의 화성(cord)연주가 만날 가야금 4중주 ‘영화음악모음’(관현악단 박달님외 5명) 등 도립예술단만의 특별한 공연들이 도민들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이번 주는 특별한 손님이 초청됐다. 차세대 명무(名舞)를 꿈꾸는 최태신·윤지은양(전주예고 3년·지도교사 박규연). 이들은 창작무용 ‘태동’으로 창작의 나래를 펼친다. 테너 천성남씨(전주덕진중 교사)는 가곡 '산노을’과 ‘뱃노래’를 국악반주에 맞춰 협연, 전통예술의 향기에 가곡의 절대미각을 선사한다. 무료셔틀버스는 7시 전주공설운동장에서 출발한다. 문의 063)254-2391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5.12 23:02

문학행사 지원대상 도내 5개 사업 선정

한국문화예술진흥원(원장 현기영)이 주관하는 2004년 문학행사공모 지원대상 사업에 도내 5개 단체의 사업이 선정됐다. 무주반딧불축제에 맞춰 전북작가회의(회장 김용택)와 무주작가회의(회장 이봉명)가 함께 마련한 ‘반딧불 문학축제’와 제31회 모양성제 백일장 대회(고창문인협회·회장 진기동), 창작동시·동요발표 및 DVD·CD·노래집 제작 배포 사업(전북아동문학회·회장 심재기), 제4회 장애인과 그 후원자들을 위한 문학행사(전북장애인문학회·회장 윤규열), 남원·지리산·섬진강 문학기행(혼불기념사업회·이사장 두재균)이다. 지원 금은 각각 2백만원. 이외에도 김용택 시인이 대표로 있는 시노래모임나팔꽃의 ‘나팔꽃 콘서트’와 안도현 시인이 참여한 ‘지리산을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임’이 신청한 제9회 지리산 인근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 한마당도 선정돼 전북지역이 직·간접적으로 혜택을 본 사업은 예년보다 늘었다. 그러나 각각의 지원금액이 신청했던 예산안에 턱없이 모자라 선정 단체들은 오히려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문예진흥원이 문학창작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1일부터 보름동안 각 단체의 문학행사 지원대상을 공모한 이 사업은 전국에서 3백46개 단체의 3백91건(신청액 약 18억 8천만원)이 접수, 1백27개 사업(지원액 2억9천만원)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5.12 23:02

전주지검 어린이 그림ㆍ글짓기대회 사상

전주지검은 10일 대회의실에서 지난달 25일 제41회 법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어린이그림·글짓기대회 시상식을 가졌다.강충식검사장을 비롯한 검찰관계자, 전주지방변호사회 차종선회장, 법무부범죄예방위원전주지역협의회 김광호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완주봉성초등 이승욱군(6년·그리기)과 진안조림초등 이예은양(4년·글짓기)이 각 법무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14명에 대해 시상식을 가졌다.이보다 앞서 전주지검은 법의 존엄성과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본청관내 6개 시·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12∼30일 작품을 공모했으며, 소설가 이병천씨와 화가 정하영씨 등 심사위원들이 공모한 작품 가운데 입상작으로 선정했다. 수상자명단은 다음과 같다.△법무부장관상=이승욱(완주봉성초6·그림) 이예은(진안조림초4·글짓기)△대한변협회장상=이유라(완주상관초6·그림) 김아름(완주봉성초6·글짓기)△검사장상=정선아(전주초5) 김주혜(진안조림초4) 장아름새미(임실삼계초4·이상 그림) 송단샘(전주서일초6) 오지민(전주신성초5) 장정환(전주평화초6·이상 글짓기)△전주변호사회장상=이유정(전주북일초4) 왕은아(전주양지초4·이상 그림) 장두희(진안장승초5) 이하경(전주진북초4·이상 글짓기)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5.11 23:02

[옛 문서의 향기]조선시대 사회생활(2)

조선후기에는 묘지를 둘러싼 소송이 매우 많았는데 오늘날과는 달리 당시에는 묘지를 ‘산(山)’이라 칭하였기 때문에 묘지를 둘러싼 소송을 산송(山訟)이라고 불렀다. 각 고을의 수령들은 이 산송을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았으며 이 때문에 하루도 쉴 사이가 없었다고 한다. 1830년 경의 남원부사(南原府使)는 “남원내의 만여호(萬餘戶)에서 제기하는 소송 중에 산송이 아닌 것이 없다”라고 한탄할 정도였다.산송이 이와 같이 빈번하게 일어난 원인 중의 가장 근본적인 것은 당시의 정책에서 찾을 수가 있다. 조선초기부터 집권자들은 산지(山地)와 그 산지에서 자라나는 나무[山林], 내[川]와 연못[澤] 등은 백성들의 생활과 밀접하였기 때문에 권력이 있는 한 두 사람이 이를 사유하게 되면 백성들의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였다. 그래서 이를 백성들이 공유토록 해야 한다[山林川澤 與民共之]고 생각하였다. 주인 없는 것을 비유할 때 곧잘 무주공산(無主空山)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유래한 것이었다.공유인 산지를 백성들이 차지하여 사용하는 방법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어느 한 산지에 자신의 선조를 묻고 그 주위의 산지와 나무 등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정부에서는 이와 같이 백성들이 산지에 묘를 쓰고 그 주위를 관리하는 것을 허가하였는데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와 임의로 나무와 풀 등을 벨 수 없었기 때문에 금양지(禁養地)라 하였다. 금양지의 범위는 묘에 묻힌 사람의 지위에 따라 달랐으나 대개 묘로부터 사방 100보(步) - 60보 내외였다.그런데 조선후기에 풍수사상이 널리 퍼지면서 묘의 사산 즉 뒤쪽[主山], 앞쪽[案山], 좌측[靑龍], 우측[白虎]으로부터 상당한 거리 안에는 묘를 쓰지 못하도록 하였는데 이는 결국 조선전기보다 훨씬 넓은 지역을 차지케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산송이 점차 빈번하게 제기되었으며 소송 도중에 폭력 행위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실학자(實學者)로 널리 알려진 정약용(丁若鏞)이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살생 사건의 절반 가량이 산송으로 말미암아 일어난다’고 개탄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산송의 유형은 투장(偸葬)과 늑장(勒葬)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투장은 돈이나 세력이 없는 평천민(平賤民)들이 밤에 몰래 다른 사람의 금양지에 묘를 쓰는 것을 말하는데 투장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서 봉분(封墳)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해 늑장은 권세가 있는 사람이 공공연하게 다른 사람의 금양지에 강제로 입장(入葬)하는 것을 말하는데 명당이기 때문에 이를 빼앗기 위해서 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산송은 판결 기준이 매우 애매하였기 때문에 대를 거듭하여 제기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판결의 결과가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전경목(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5.11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