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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술축제 장인ㆍ명주 선발 서우석씨

"산머루주는 선대부터 가양주(家釀酒)로 내려온 술입니다. 맛이 농후하지요. 신맛이 단점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머루의 폴리페놀 성분은 눈을 맑게 해주고 어린이의 두뇌발육과 혈액순환, 기침, 천식에도 효능이 있습니다.” 산머루농원의 서우석 대표(59·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와 그가 생산하는 '감악산 머루주'가 제1회 대한민국 전통술 축제에서 장인과 명주로 선발, 인증서와 1천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1977년 흑염소 12마리의 가족농으로 시작한 서대표는 머루를 전문적으로 재배한지 16년만인 지난 1995년 농림부로부터 '파주전통식품업체'로 지정, 머루주·머루즙 공장을 설립했다. 첫 제품 출하는 1997년 9월. "20년전에 동해(凍害)로 1천 5백주 중에서 5주만 살아남기도 했어요. 농사를 짓다가 생산만으로는 별 소득이 없어서 가공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죠.” 현재까지 7명의 직원을 둔 가족경영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국내 매출만 연간 60억원 이상을 올렸고,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싱가포르 두 나라에 3만 달러를 수출하는 어엿한 중견기업가로 변모했다. 그 사이 제1회 팔도명주선발대회에서 으뜸상인 '참한국인상'(1999)을 수상하기도 했다. "법인을 통해 첨단 설비까지 갖춰 프랑스산 포도주처럼 세계 속의 농산품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그의 목표. 상금은 술 가공 기술 연구에 사용할 계획이다.전국 20개 제품이 출품된 이번 대회는 현장방문을 포함해 일주일간의 심사기간을 거쳤다. 최종심에 올랐던 고창 선운산특산주 홍진의 복분자주와 장현숙씨, 내장산 복분자영농조합의 복분자주와 최팔영씨, 자생당의 가시오가피주와 정양기씨가 명주·명인 으뜸상을 수상, 전주전통술박물관의 인증서를 받았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5.07 23:02

이야기가 있는 춘향제-허브축제, 풍경 2제

● 허브산업엑스포 현장에 가면허브는 향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04 남원 허브산업엑스포 허브체험관(남원 사랑의 광장 주차장)에 오면 포푸리·열쇠고리·비누·향초 등 다양한 형태의 허브를 만날 수 있다. 허브뿐 아니라 각 식물들이 인체에 얼마나 이로운지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만난다. 예를 들어 유카리·페파민트·로즈마리는 수험생에게 좋고, 보채고 잠을 자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라벤다와 캐모마일 향기를 맡게 하면 좋다는 것. 우석대 애완동물 허브자원학부 학생 50여명이 자원봉사로 참여, 체험행사를 함께 한다. 가격이 저렴해 더 좋다. 매일 오후 4시부터 ‘사랑의 남원관’에서는 선착순 4백명에 한해 글라디올라스 꽃씨를 나눠준다. 지역농업선도회와 유통사업단에서 마련한 ‘사랑의 꽃씨 나누기’ 행사다. 행사장 앞쪽으로는 솜방망이·쇠별꽃·윤판나물·며느리주머니·물봉선·산자고 등 이름부터 정이 가는 들꽃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 춘향제가 열리는 광한루에 가면제74회 춘향제가 한창인 6일 오후 1시 남원 광한루 내 월매집. 춘향과 이도령이 백년가약을 맺었다는 부용당 앞 작은 연못 한 가운데 놓여진 춘향과 이도령을 상징하는 돌 인형과 작은 항아리에 시선이 집중된다. 관광객들이 던진 동전들이 수북하다. 부여에서 왔다는 한 무리의 관광객들도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왔던 트레비 분수를 연상하며 동전을 던진다. 잉어들만 좋아났다. 매일 오후 12시면 그곳에서 연인같이 사는 기혼부부들이 또 한번 백년가약을 확인하는 전통혼례를 치른다. 6일은 결혼생활 12년째인 양영진·박순주씨. 월매집을 나서면 그네뛰기가 한창이다. 3미터, 5미터, 7미터, 하늘 높이 오르는 그네가 위태로워 보이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한껏 흥이 났다. 이들 주위로 ‘효도관광’이란 팻말을 든 할아버지·할머니들의 행렬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부산한 광한루의 풍경은 8일까지 이어진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5.07 23:02

[제74회춘향제]양창식 제전위원장에 들어본 올 '춘향제'

“춘향제의 대표적인 행사인 춘향국악대전의 대상은 남원군수상에서 문화부장관상, 국무총리상, 대통령상까지 차근차근 권위를 인정받았습니다. 춘향제는 역사가 깊은 행사지만, 시나브로 칭찬을 더 받을 수 있는 시민한마당으로 만들겠습니다.”춘향제가 한창인 6일 오후 남원 광한루에서 만난 양창식 춘향제전위원장(75). “밤이 깊어질수록 눈이 똘망똘망해져 잠들기 쉽지 않다”는 양 위원장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특유의 편한 웃음으로 방문객들을 반겼다. 양 위원장은 “창극 춘향전과 퓨전콘서트, 판소리 명창들의 공연 모두 보는 사람마다 경탄했다”며 올해 춘향제가 마련한 행사 하나하나를 거론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판소리 공연장에서 젊은 층과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많은 것을 보고 판소리의 아름다운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도로행렬(춘향재현 전통길놀이)은 연구를 많이 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차이가 있었다”며 내년에는 좀 더 세심하게 준비해 세련된 행사를 선보이겠다고 말하는 등 내년 행사를 위해 모니터 한 내용을 귀띔하기도 했다. 남원 주생면이 고향인 그는 올해 2월 제전위원장을 맡게 됐지만, 춘향제에 대한 관심은 특별했다. 올해 춘향제는 74회. 일흔 다섯인 그의 만 나이로 따지면 춘향제와 역사를 함께 해 온 셈이다. “궁도대회는 비공식이었지만, 저도 참가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분이 함께 즐기실 행사들이 많습니다. 많이 오셔서 좋은 시간을 보내십시요. 오늘은 춘향제의 꽃인 춘향선발대회가 있는 것 아시지요.”양위원장의 은근한 권유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5.07 23:02

제74회 춘향국악대전 이주은씨 대상 수상

“오늘 이 대회만을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큰 부담을 안은 만큼 더 나은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제31회 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부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주은씨(32, 국립국악원 민속단원). 그에게 이번 대회는 남달랐다. 남원대회에서 일반부 대상(1995)과 명창부 우수상(2003)을 수상했지만, 대통령상과의 인연은 없었기 때문이다. 본선에서 춘향가 중 이별가를 부른 그는 ‘성음과 공력이 좋고, 성량이 풍부하다’는 평을 받았다. 전남 목포 출신인 그는 할머니의 영향으로 7세부터 목포시립국악원에서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 그를 눈여겨 본 신영희 명창을 만나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서울로 올라가 그의 문하에서 공부했다. 국립국악고등학교와 서울대 국악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판소리를 전공했으며 1999년 국립국악원 민속단에 들어가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신영희 명창으로부터 선이 굵고 남성적인 소리를 그대로 전수 받아 풍부한 저음의 성량이 특징. 차세대명창을 대표하는 소리꾼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를 스승인 신영희명창은 ‘천부적으로 소리가 크고 강하며 목이 잘 쉬지 않아 태어날 때부터 소리목을 타고났다’고 소개했다. 정통소리와 창작음악 연구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한편, 5일과 6일 이틀 동안 광한루원과 춘향문화예술회관 등 남원 일대에서 열린 올해 춘향국악대전은 모두 1백 84명이 참가했으며,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었다는 평이다.각 부문별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일반부△판소리명창부 대상=이주은 최우수상=유수정 우수상=김명남 장려상=허은선 △판소리 일반부 대상=김경아 최우수상=전지혜 우수상=박지영 장려상=유하영 △기악부관악 대상=홍세린 최우수상=서정미 우수상=이자연 장려상=김근수 △기악부현악 대상=이민영 최우수상=김영남 우수상=김정연 장려상=조보균 △가야금병창 대상=장혜윤 최우수상=민수진 우수상=김은화 장려상=배미영 △무용 대상=이지현 최우수상=박수량 우수상=한지영 장려상=김지혜 △민요 대상=조점순 최우수상=위송이 우수상=최정아 장려상=장은숙?김수진?기연옥-학생부△판소리초등부 대상=정민혁 최우수상=안다빈 우수상=박성경 장려상=박세미 장려상=안지영 △판소리중등부 대상=박현영 최우수상=남지원 우수상=노여진 장려상=김복주?오유경 △판소리 고등부 대상=백현호 최우수상=이나래 우수상=조문주 장려상=박혜선?양하영 △기악부관악학생 대상=주철환 최우수상=홍숙경 우수상=양수현 장려상=김순길?구주영 △기악부현악 대상=안정은 최우수상=이정윤 우수상=이현영 장려상=최윤화?노진아 △가야금병창 대상=김수진 최우수상=심윤아 우수상=윤진아 장려상=전진영 △무용 대상=조현화 최우수상=전소정 우수상=정민희 장려상=이다정 △민요 대상=김현정 최우수상=김민우 우수상=이미리 장려상=윤미영?공미연?오선민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5.07 23:02

[흐름]전주 달군 축제열기

몇 년이 지나면 파도처럼 밀고 당기는 태조로 인파의 행렬이 전주의 5월을 상징할 것 같다. 빗줄기가 거셌던 몇 번을 제외하면 올해도 전주 태조로는 사람들의 행렬로 차고 넘쳤다. 전주를 ‘영화 세상’으로 만들었던 전주국제영화제(위원장 민병록)에 이어 전주한옥마을 일대를 중심으로 전주를 축제의 열기에 휩싸이게 한 세 축제들. 지난달 30일부터 전주 경기전과 태조로에서 열린 제46회 전주풍남제(이사장 김수곤)와 전주한옥생활체험관과 전주술박물관 일대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전통 술축제(위원장 박경진)가 5일 폐막됐다. 전주공예품전시관 부근에서 열린 2004 전주종이문화축제(위원장 나종우)도 몇몇 전시를 제외한 체험프로그램과 공연행사를 끝내고 사실상 막을 내렸다. 행사와 공연 대부분을 각계각층의 시민들 중심으로 이끌어낸 풍남제와 종이축제는 가족참여형 축제로 자리잡았다는 평가에 무리가 없을 만큼 시민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축제들이 정체성을 상실하고 '닮은꼴 축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평가다. 그동안 축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던 공통분모를 안은 기획행사들을 대폭 축소하고 각 행사에 걸맞은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집중시킨 각 축제 조직위의 선택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민 중심의 ‘지역축제형 이벤트’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을 올해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축제의 정체성과 비전을 정립하는 것도 마찬가지. 한옥마을의 공간성을 부각시킨 프로그램이나 전주의 전통 이미지를 제고하는 방안, 행사의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필요하다. 전주의 문화도시 이미지를 전국은 물론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지만 행사 대부분이 ‘보여주기’ 차원의 평면식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 이벤트성 행사를 나열하는 기획보다 문화인력을 기르고 지역문화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알찬 기획이 요구된다. 올해 첫 번째 축제를 마련한 대한민국 전통 술축제는 술과 산업을 연계한 산업형 축제의 가능성에 접근했지만, 행사의 성격상 국제발효식품엑스포의 한 행사 정도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다른 축제들이 아니었다면 기존 운영하던 프로그램을 확대해 운영한 것 외에 축제로서의 성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의견이다. 전주행위예술제 등 소규모 행사가 축제의 시너지효과를 보지 못하고, 서둘러 행사를 끝낸 것도 재고해봐야 할 일이다. 풍남제와 종이축제가 문화관광축제로서의 가능성을 남겼다면 축제를 통해 지역에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라는 부문에 대해서도 과제는 남았다. △시민축제로 자리잡기 풍남제지난해 ‘시민참여형 축제’로서 가능성을 보인 전주풍남제는 올해도 시민이 만들고 시민이 즐기는 축제의 모습을 보였다. 행사와 공연 대부분을 각계 각층의 시민들 중심으로 이끌어내는 등 ‘먹고 마시는 축제’라는 구태를 씻기 위한 기획도 돋보였다. 특히 퓨전비빔밥 조리경진대회·아름다운 비빔밥 꾸미기 등 비빔밥을 소재로 한 다양한 행사와 10명의 장인을 한 자리에 모은 장인관, 관련 상인들(전주남부한복침구협회)이 적극 참여한 한복패션쇼, 풍물장터 등은 좋은 프로그램으로 평가된다. 프로그램 발굴에는 성공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은 문제점을 노출, 운영 미숙으로 나타났다. 공연과정에서 치밀한 연출력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단순히 준비기간이 짧다는 매년 되풀이되는 핑계로 돌리기엔 한계가 있다. 또 문화산업을 위한 공론화가 축제기획에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난장을 없앤 기획은 돋보였다. 하지만 사설 먹거리 장터가 활개를 치면서 실효성이 떨어졌다. 주민들과의 친화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지적. 반면 태조로 인근 상가들은 자발적으로 공연팀을 유치해 축제의 한 몫을 담당한 것은 진일보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열린 전주풍남제의 평가회에서 화두는 ‘풍남제는 단오축제의 맥을 잇고 있는가’였다. 축제에 대한 일상적인 모니터보다 풍남제의 정체성과 개최시기, 장소 등 향후 연구과제를 설정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것. 올해 풍남제전위원회는 단오행사에 맞춰 별도의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풍남제 본 행사에서 단오의 맥을 살리려는 노력이 엿보이지 않은 것은 아쉽다. 전주종이문화축제…알찬 기획 돋보여“올해 전주종이문화축제를 전주한지와 종이축제의 정체성을 찾는 기회로 삼겠습니다.”2004 전주종이문화축제를 앞두고 들었던 나종우 조직위원장(원광대 교수)의 의지 섞인 한 마디가 축제가 끝난 뒤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의 다짐처럼 올해 축제는 종이축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좋은 기회였다. 일부 시민들의 풍남제 부대행사라는 그릇된 인식에서 벗어나 독립된 축제로서의 차별화도 성공했다. 종이축제만을 즐기기위해 현장을 찾는 시민들도 부쩍 많아졌다.상설조직이 된 후 처음 치른 축제였다. 어느해보다 기획 프로그램들이 돋보인 올해 축제는 ‘종이와 관련된 행사들로만 축제를 꾸미겠다’는 조직위의 고민과 노력이 곳곳에서 전해졌다. 극단 창작극회의 퍼포먼스 ‘지화자 한지세상’과 인형극단 까치동의 가족인형극 ‘으랏차차 구두쇠’, 놀이패 우리마당의 창작타악 퍼포먼스 ‘지락(紙樂)’ 등 정적인 축제 이미지에 활력을 불어넣은 공연 프로그램은 종이축제만을 위해 창작된 작품들이다. 전국한지공예대전 입상작 전시와 기획전으로 간소했던 전시도 한지공예대전 10주년을 기념하는 ‘한지공예대전 대상 작가 초청전’ ‘천년종이·한지사랑전’ ‘한·일 종이인형작가 초청전’ 등 더욱 풍성해졌다. 전주한지의 정통성과 발전방향을 모색한 학술대회는 종이축제가 올해 처음 시도한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태조로를 따라 늘어선 40여개의 부스들도 종이축제를 ‘참여형 축제’로 부각시키는 데 한 몫 했다. 한지인구 저변 확대를 위한 ‘한지 사랑 프로젝트’는 준비 부족으로 기대에 못 미쳤지만, 한지뜨기·천연염색·종이공예·목판인쇄체험·한지줄다리기 등 대부분의 체험 프로그램들은 재료가 부족할 정도로 인기였다. 운영 역시 지역의 종이 관련 연구기관이나 대학, 공방 등에 위탁하거나 조직위가 직접 꾸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축제로서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종이축제 초기 판매에 주력했던 부스들이 체험 위주로 전략을 바꿔 축제의 즐거움을 더했다. 그러나 적은 인원과 노련하게 훈련되지 못한 조직은 축제의 효율적 운영의 어려움을 낳았다. 지난해 12월 사무국이 상설조직화됐지만, 축제를 3달여 앞두고 사무국장이 교체되는 등 안정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축제를 치렀다. 실제 종이축제 사무국 인원은 총감독 포함 모두 4명. 총감독과 사무국장을 제외한 팀장급 2명은 축제기간을 전후로 임시채용됐다.전시가 이뤄졌던 전북예술회관에서 한옥마을 공예품전시관까지 이르는 동선이 지나치게 넓었고, 공연장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무대 설치나 홈페이지 관리 소홀, 홍보 부족 등은 축제 기간 내내 아쉬운 점들로 남았다.북적거려야 흥이 나는 축제, 축제가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는 지역성을 탈피하고 고유의 성격을 키우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 정체성으로 연결되는 이 문제는 종이축제가 해를 거듭하며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올해는 ‘국제종이조형협회 총회’가 전주에서 열려 세계의 종이연구가들에게 종이축제와 전주한지를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한지 패션쇼를 보며 감탄하고, 한지 뜨는 과정을 부지런히 촬영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세계로 나아가는 전주한지를 기대할 수 있게됐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전주의 특성을 살린 축제로서, 또 산업화가 가능한 축제로서 종이축제가 발전하고 지향해야 할 목표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정예화된 전문인력 구축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조직운영과 축제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중요하다. 선진국형 축제에서는 배움이 있어야 하고,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시각에 주목한다면 다양한 체험행사들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종이축제는 선진국형 축제로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최기우 도휘정기자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5.07 23:02

남원 춘향제ㆍ허브산업엑스포 개막

제74회 춘향제와 2004 남원 허브산업엑스포가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는 춘향제는 국내 최고의 연륜을 자랑하며 6년 연속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전북 최대의 문화행사. 8일까지 5일동안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 요천둔치, 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지는 춘향제에서는 춘향 일대재현 길놀이와, 춘향국악대전, 전국궁도대회, 춘향선발대회 등 이목을 끄는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돼 있다. 요천 특설무대에서 열린 이날 전야제에는 20여개국 주한외국대사와 외국상공인, 내외신 기자 등이 대거 초청된 가운데 식전공연과 기념식, 불꽃놀이, 축하공연 등이 펼쳐졌다. 또 이에 앞서 사랑의 광장과 시내 일원에서는 경찰악대의 특별공연과 등불 행렬 등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5일에는 춘향국악대전과 전국학생국악경연대회, 전국시조경창대회 등이 이어지며 6일에는 학생글짓기백일장, 민속씨름대회, 농악한마당, 퓨전 국악콘서트 등이 펼쳐진다. 또 7일에는 농악한마당과 사랑과 평화 3040콘서트, 춘향선발대회 등이 이어지며 마지막날인 8일에는 전통길놀이와 춘향가요제, 전통혼례식 등이 마련돼 있다.이와 함께 국내 처음으로 열리는 2004남원 허브산업엑스포도 춘향제 기간에 맞춰 이날 본격적인 행사에 들어갔다. 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 사랑의 광장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나비 날리기와 꽃씨 나눔행사 등을 통해 첫 출발을 알렸다. 또 남원에서 생산되는 허브 관련 제품을 소개하는 남원관과 체험관, 미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18개국에서 참여한 유명업체 등 모두 224개 부스가 마련된 행사장에는 첫 날부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 문화일반
  • 신기철
  • 2004.05.05 23:02

[문화 마주보기]전주에도 방점을 찍자

모두 13편을 보았다. '성적 종속'과 '에로스+ 학살' 등은 제목에 끌렸는데 에로스를 훔쳐보려다 결국 학살만 당하고 물러섰다. 지프카드에 십만 원을 채우고 아는 사람들 여럿 불러서 함께 보았는데 고맙게들 모두 도중에 나가 주었다. 섬닷한 식단 때문일 것이다. 본전생각과 함께 나는 재미만 좇는 인간인가, 자유와 독립은 이렇게 고독한가, 하는 생뚱맞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초기의 불운을 '토킹픽쳐'가 바꾸어놓았다. 90넘으신 감독 올리비에라의 '나의 유럽문화답사기'는 우리는 또 우리나라는 어떻게 존재해야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당최 서둘지 않는 이 포르투칼 영감님의 영화는 베네치아와 아테네, 이스탄불, 카이로를 훑으며 영어 아닌 그 나라 언어로 이야기한다. 미국에 대한 유럽의 한탄과 조롱일 것이다. 아, 그리스 민요는 우리의 자장가처럼 부드럽지 않던가. 마지막에 크루즈 유람선이 갑자기 폭발한 것은 포르투칼이 역사 속에서 어느날 사라진 것에 대한 상징이리라. 정갈한 싱건지를 먹은 것처럼 쌉쓰름했다. 처음 맛본 쿠바 음식. '저개발의 기억'! 행운이었다. 개인의 주체성과 혁명사이의 갈등을 다룬 이 60년대의 걸작은 전주 영화제의 위상에 대한 시사점 그 자체였다. 맞추어 보자. 비주류와 디지털은 혁명을 꿈꾼다. 보름 뒤에 열리는 칸영화제는 부르주아고 지난한 식단을 고집하는 프로그래머가 카스트로의 혁명군이라면, 헤밍웨이를 꿈꾸지만 싸구려 여자들과 놀아나는 하바나의 세르지오는 달콤한 제목만을 좇는 내가 아닌가. 이 영화의 명성을 듣고 교육방송에서 이 카리브해의 보석을 상영한다는데, 나는 보고싶으면 전주 와서 보라, 는 째째한 주문을 하고 싶다. 어떻게 들여온 작품인데 …… 빼놓을 수 없는 산티아고 알바레즈의 다큐, 베레모의 게바라는 쌍꺼풀이 고왔다.동화에나 나오던 당나귀를 타고 시가를 문 채 볼리비아의 고원을 탐색하는 그를 보면서 가슴이 더워졌다. 이어지는 호치민 할아버지가 샌들을 벗고 메콩강에 발을 씻는 모습도. 아, 다큐는 중요한 현장과 순간만을 찍는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화면을 쪼개고 병치하는 꼴라쥬가 이렇듯 역동적인 화면을 만드는구나. 그 날은 술도 좋았다. 영화제 막판에 프로그래머와 대화하는 시간을 통해 그가 얼마나 성실히 작품을 골랐는가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의 방점은 역시 '국제'에 찍혀 있었다. 그러나 전주는 영화제의 멍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조직위는 '전주'라는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컨텍스트에 대한 이해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왜 김용택과 안도현이 전주에 사는지, 그들이 왜 동부시장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지를 깊이 헤아릴 일이다.역사가 사고방식의 하나이듯 영화 역시 하나의 사유체계라 할 때 폐막작 '노벰버'는 영화제의 정체성에 해답을 제시하는 알뜰한 만찬이었다. 그렇다. 개막작이었어야 했다. 예술이 무엇인가, 또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 마드리드 청년감독의 이야기를 지켜봤다면 궁시렁거리던 서울의 똑똑한 평론가들과 카메라 앞에서 잠시 방긋하던 스타들이 그렇게 쉽게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좋은 영화 한 편은 대학보다 낫다.” 부산 영화제에 가서 본 플래카드이다. 맞다. 겉보다 속이 좋은, 처음보다 끝이 더 좋은 영화제는 대학에서 배우는 몇 권의 책보다 낫다. 웰빙 식단이다. 제 6회는 더 맛깔스런 '가능한 변화'를 기대해 본다./신귀백(영화비평가)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5.05 23:02

젊은 소리꾼 이경아·정보경 국립극장 무대에 선다

전주 출신의 신세대 소리꾼 이경아씨(22·중앙대 국악대학 음악학과 3년)와 정보경씨(21·중앙대 국악대학 음악학과 3년)가 6일 국립극장이 주최하는 '차세대 명창' 무대에 선다(오후 7시 30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국립극장이 준비된 미래 명창들을 위해 마련한 특별무대. 국립극장의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다섯 명의 젊은 소리꾼이 판소리 다섯 바탕의 눈대목을 선사한다. 경아씨와 보경씨가 들려줄 대목은 각각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과 흥보가 중 흥보가 매맞는 대목. 두 사람 모두 다양한 수상 이력을 가진 실력파다. 지난 2001년 동초제 심청가를 완창한 경아씨는 제7회 완산 전국 국악대제전 판소리 명창부 대상과 제1회 한밭전통가무악대전 전국대회 중등부종합대상, 제2회 국창 임방울 전승 학생판소리 전국대회 대상, 제6회 남도민요 전국 경창대회 명창부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조소녀 명창의 조카이기도 한 그는 "심청가의 백미인 눈뜨는 대목은 심봉사와 심청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상상하며 들으면 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999년과 2002년 각각 동초제 심청가와 동편제 흥보가를 완창한 보경씨는 "흥보가 매맞는 대목은 흥보가 중 가장 유명한 대목이자, 가장 자신 있는 대목”이라며 "흥부는 놀부와 놀부처에게 매만 실컷 맞고 되돌아오지만, 관객들은 우리 소리의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시작했지만, 청소년문화재 최우수상(1998)·전국청소년국악경연대회 최우수상(1999)·목포전국국악경연대회 장원(2001)·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판소리부문 차상(2003) 등을 수상했다. 안숙선 명창과 민소완 명창을 사사했다. 이 날 무대는 소리꾼 이연정 정승희 조선하씨가 함께 출연한다. 02)2280-4115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5.05 23:02

"종군 위안부 아픔과 슬픔 대나무ㆍ종이가면에 담아"

“한국의 종군위안부에 관한 기사를 우연히 접하고 같은 여성으로서 끔직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평소 ‘여자’를 주제로 작품을 해왔기 때문에 종군위안부들의 아픔을 작품 속으로 끌어왔습니다.”‘2004 IAPMA 전주총회’를 맞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종이조형협회’회원들의 본전시에 정신대를 주제로 한 작품을 출품, 개막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캐나다 작가 라라 카셀씨(LAARA CASSELLS)가 전주에 왔다. 그의 작품 ‘정신대-그녀의 의지에 반하여 그리고 그녀의 동의없이’는 대나무에 종이가면을 세운 것으로 자연과 땅의 이미지를 여성으로 상징화했다. 시각적으로 땅과 연결되는 가면 바깥쪽은 음적인 측면으로 어둡고 수동적인 모습이고, 양적인 측면의 가면 안쪽은 게이샤의 완벽한 화장술을 강요받은 한국 여성의 모습이다. 종이가면은 음과 양을 이분법적으로 나타낸 것이고, 대나무는 ‘삶의 나무’로 동양적 의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2차대전 당시 약 16만명에 달하는 정신대 혹은 위안부에게 바친다”고 작품을 소개한 카셀은 그 역시 여성으로서 역사에 희생된 종군위안부의 아픔과 슬픔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었다. “때로는 아름다움이 여자를 획일화시키기도 하죠. 젊고 날씬한 것과는 거리가 먼, 활짝 웃고있는 늙은 중국 여성을 소재로 한 적이 있어요. 내 작업에서는 몸매와 미모에 상관없이 여성의 감정이 더 소중합니다.”카셀은 가볍고 섬세함 속에 단단한 힘을 지니고 있는 종이는 ‘여성’과 ‘여성의 몸’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자신의 작업과 잘 어울린다고 소개했다. 그는 종군위안부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작품을 전주에 기증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캐나다 외에도 벨기에, 헝가리, 이탈리아, 폴란드 등에서 전시를 열어온 카셀은 영국 출신으로 현재 캐나다 알버트에서 조각과 3D 디자인을 강의하고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05.05 23:02

[제30회전주대사습]스물아홉 젊은 소리꾼 서른번째 명창 발굴

전주대사습놀이 30주년. 연륜의 의미는 제대로 살아났다. 참가자들의 기량은 한껏 향상되었고, 대회는 제 위상을 잡았다. 심사에 대한 불만은 일거에 해소되지 못했으나 반발의 수위는 잦아졌다. 국악인들과 애호가들은 국악인 등용문의 귄위를 ‘역시 대사습이다’는 평가로 인정했다. 3일의 예선을 거쳐 4일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사습 결선은 청중과 무대가 하나되는 ‘대사습 판’의 본디 분위기를 복구해내지는 못했으나 그 어느해보다도 객석 관중들의 관심과 호응은 뜨거웠다. 75년에 첫 대회를 치른 이후 올해까지 30년, 숱한 부침과 질곡의 과정은 무심한 흔적이 아니었다. 판소리가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관심이 높아진 판소리는 전주대사습에서 더욱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30주년의 의미는 대회의 꽃인 판소리 명창 부문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전주대사습은 오랜 수련과정과 공력이 있고서야 가능한 명창의 반열에 스물아홉살의 젊은 소리꾼을 등극시켰다. 서른번째 명창이 된 장문희씨는 최근 국악계의 특별한 주목을 받아온 젊은 소리꾼이다. 그의 수상은 ‘명창감이 없다’는 판소리계의 오랜 타작 환경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스물아홉살은 대사습대회 역사상 최연소. 지난 2002년 염경애가 스물아홉살에 명창에 오른 이후 두번째다. 올해 심사위원들은 이십대 소리꾼의 명창 선정에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의 타고난 성음과 빼어난 기량에 탄복, 이례적으로 전원 99점이라는 사실상 만점 평가를 내렸다. 최종결선에 오른 다른 입상자들의 공력도 만만치 않았다. 참가자들의 높아진 기량은 기악이나 무용 등 다른 부문에서도 발휘됐다. 부문에 따라서는 참가자들 사이에 기량 편차가 심했지만 결선 진출을 얻어낸 입상자들의 수준은 그 어느해보다도 돋보였다고 심사위원들은 평가했다. 기악 부문 심사위원인 한국종합예술학교 박승률교수는 “대체로 실력이 좋았으며 여느 대회에서도 볼 수 없는 고른 수준이 주목 할만 했다”며 “전주대사습의 권위가 안착되었다는 증거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전주대사습의 복원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특히 30주년을 맞아 ‘판’으로서의 의미를 복원, 대회 진행의 변화를 기대했던 국악인들은 방송의 특성을 감안한다해도 대회 운영의 틀은 새롭게 바꾸어질 필요가 있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올해 대회에는 판소리명창 15명, 농악 7팀 3백50명, 무용 17명, 기악 25명, 가야금병창 9명, 민요 12명, 시조 28명, 궁도 1백62명, 판소리일반 16명 등 모두 2백 91개팀에 6백 34명이 참가했다.부문별 수상자△판소리명창부문 장원=장문희 차상=왕기석 차하=박복희 참방=권하경 장려=강점례△농악부문 장원=구미마을농악단 차상=정읍농악단 차하=시흥월미두레풍물놀이 참방=남원농악단 장려=노릇바치풍물단△기악부문 장원=신현식 차상=김용수 차하=이필기 참방=홍세린 장려=김종환△무용부문 장원=김미래 차상=이혜진 차하=박성호 참방=손혜영 장려=이문이△민요부문 장원=김명순 차상=김보연 차하=신월숙 참방=홍석분 장려=이희열△가야금병창부문 장원=유인숙 차상=이영희 차하=오정희 참방=송수라 장려=최승례△시조부문 장원=엄장섭 차상=양장열 차하=윤형석 참방=김주호 장려=양동규△판소리일반부문 장원=이자람 차상=서정민 차하=이연정 참방=한승원 장려=조경자△궁도부문 장원=김영식 차상=박용호·김만한 차하=최재훈·이재은·서안식 참방=유동훈·남상욱·기재영·송영근 장려=강신재·정운섭·황기환·김중열·김길영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4.05.05 23:02

[제30회전주대사습]대상 장문희씨 "우주 질서ㆍ조화 소리에 담고파"

“어렸을 때부터 뵈온 선생님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싶었는데, 다행입니다. 큰상을 받았지만, 춘향가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제30회 전주대사습전국대회에서 판소리 명창 부문 대상을 차지한 장문희씨(29·도립국악원 창극단). 다시 태어나도 소리꾼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그가 4일 본선에서 부른 대목은 ‘춘향가 중 오리정 이별대목’. 마음을 사로잡은 그의 소리에 심사위원들은 최고점수를 선사했다. 심사위원인 송순섭 명창은 “올해 대사습이 대어를 낚았다”고, 조통달 명창은 “백년만에 한번씩 나오는 명창이 탄생한 것 같다”고 크게 칭찬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소리의 공력. 김연수 오정숙 이일주로 내려오는 계보를 물려받은 장씨는 허공을 가르는 듯한 힘차고 짱짱한 목소리와 고음과 저음을 오가는 드라마틱한 소리를 여유 있게 연출했다. 동초제의 차세대 기대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그에 대한 평가는 “이일주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것. 자신의 소리에 우주 만물의 질서와 조화로움을 담고 싶다는 그의 고향은 서울. 그러나 여덟살 때부터 이모이자 유일한 스승인 이일주 명창과 함께 전주에서 생활했다. 우석대 국악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를 수료한 이후 2년전 도립국악원 창극단에 입단했으며 지난해 소리축제에서 창극 ‘심청전’(도립국악원)의 심청 역으로 주목을 받았다. 1998년 제24회 전주 대사습놀이 일반부 장원, 2000년 제1회 공주 전국 판소리 명창·명고대회 명창부 대상 등의 수상 경력도 만만치 않다. 1999년 동초제 ‘흥보가’를 완창한 그의 소리공력은 올 여름 판소리 다섯 바탕의 주요 대목을 재즈화한 일명 ‘판째’ CD(전북도·㈜신나라뮤직음반 공동제작)를 통해서도 담겨진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5.05 23:02

삼베와 한지에 녹아든 전통의 숨결

부산한 거리에서 전통문화를 지켜 가는 명인의 숨결을 찾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시간이다. 전주 태조로에서 열리고 있는 풍남제의 삼배 짜기와 종이문화축제의 한지 만들기. 운치 있는 삶이 투영된 전통이 생생하게 이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예전의 향수를 안겨주고, 텔레비전으로만 봤던 모습을 실제로 보는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망울도 정겹다. △ 수백 가닥 삼베 날줄 사이로 한올 한올 씨줄을 엮는 삼베 짜는 소리는 할머니의 숨결 마냥 정겹다. 삼베 짜기는 우리 할머니들의 일상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여간해서 보기 힘들다. 태조로 한쪽에 마련된 삼베 짜기 부스. “부태, 북, 몰코, 잉네, 잉네대, 보디, 보디집… 한가지만 없어도 못 허는 일이여. 세상살이가 그러잖여.” 17살 때부터 삼베 짜기를 했다는 이순암씨(74·진안군 성수면). 풍남제 행사와도 십여년의 인연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는 통에 잘 안 짜진다”고 말하면서도 행인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네 할머니 모습 그대로다. △ 맑고 깨끗한 샘 옆에는 늘 한지를 만드는 곳이 있었다. 깨끗하지 못한 물은 한지의 재질을 떨어뜨리고, 수온이 높은 물은 한지의 주원료인 닥(나무)의 섬유질을 삭게 해 못쓰게 하기 때문이다. 천년 한지의 맥을 유일하게 보전해오고 있는 전주의 전통한지. “젊은 사람들은 안 배울라고 허지. 지금은 나이 먹은 사람만 있어. 이 행사라도 있어서 한지 만드는 것을 소개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2대째 전주 한지의 맥을 잇고 있는 유대근씨(65·전주시 동서학동). 그 역시 40년을 이어왔다. “전통 한지 만드는 사람들이 자꾸 줄어 걱정”이라는 그의 음성이 떨리지만, 쌍발틀에서 쌍발가듬뜨기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한껏 정겹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5.05 23:02

지역 문화ㆍ역사 찾기문화원들 '열정'

지역 역사와 문화를 되돌아보는 문화원들의 열기가 뜨겁다. 완주문화원(원장 구영철)은 ‘완주의 대동놀이’와 ‘완주군 사료집Ⅰ-역사·지리편’을, 김제문화원(원장 김병학)은 ‘성산문화 제15호’와 ‘우리고장 일제 36년사’를 펴내며 전통문화 살리기와 역사 바로 보기에 나섰다. △ 완주문화원의 완주 역사 되돌아보기우석대 조법종 교수와 전주대 변주승 겸임교수가 연구진으로 참여한 ‘완주군 사료집Ⅰ’은 삼국사기·고려사지리지·세종실록지리지·신증동국여지승람·여지도서 등 역사문헌자료와 지리지 자료에서 완주군에 관한 향토사료를 수집해 원문을 싣고, 번역·주석 작업을 병행했다. 고산(高山)에 ‘지진이 일었다’거나 ‘천둥이 쳤다’는 기록이 세종실록 47권 3집 212면과 세종실록 48권 3집 231∼232면, 성종실록 207권 11집 245면, 중종실록 41권 16집 11면, 중종실록 52권 16집 348면, 중종실록 99권 18집 644면 등 여러 곳에 수록돼 있는 것 등 꼼꼼히 살필수록 재미가 커진다. 중요한 문헌이지만 어려운 한문으로 쉽게 접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국역한 것도 큰 선물이다.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와 함께 제작한 ‘완주의 대동놀이’는 2003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6개월동안 현지조사를 통해 완주문화의 정체성을 모색한 책이다. 특히 60∼70대 층에서 전승되는 진안좌도풍물과 봉성농악계에 의한 우도풍물의 보급 등 풍물굿의 전승맥락과 봉동씨름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자세히 실려 있다. △ 김제문화원의 한 맺힌 역사 보고김제문화원의 향토문화자료집 22번째인 ‘우리고장 일제 36년사’는 조잡한 편집이 흠이지만, 담긴 내용은 충실하고 격의에 차 있다. 1900년대에 한정하지 않고 전북지역의 왜구 침략사와 의병활동, 전투사 등까지 자세하게 실려 있다. 특히 ‘화보로 보는 일제 36년사’ 예순 두 장의 사진에 담긴 지난한 역사는 볼수록 가슴 저리지만, 책의 말미에 실린 김제출신 독립유공자와 애국지사들의 활동내용이 이를 위로한다. 독립만세 시위를 주도한 고인옥(1879∼1944), 1900년대 초반 의병활동을 한 공사일(1883∼?)을 비롯해 강석린·곽경렬·김광춘·김병수·김병순·김종철·박봉래·박연세·서정천·송시용·유종규·윤석진·이상운·이종희·임병률·장현식·전도근 등이다. ‘성산문화’는 시·수필·동화 등 읽을거리가 있는 종합지다. 특히 김제의 풍경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초·중·고 학생들의 운문과 산문은 특별한 재미를 안긴다. ‘김제의 판소리문화’를 주제로 한 우석대 정양 교수의 글도 반갑다. 정교수는 모흥갑·서성관·안익화·정정렬·정완섭·김성수 등을 예로 들며 김제 판소리 문화의 주역들을 소개했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5.04 23:02

제대로 된 풍남제 기대할 수 없나

올해로 46회째를 맞는 전주 풍남제가 지난달 30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막이 올라 갖가지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풍남제가 열릴 때마다 부각되던 문제점이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난장은 풍남제의 주요한 프로그램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동안의 난장이 먹거리장터 이권을 둘러싸고 매년 불미스런 사태가 빚어지고 또 바가지 상혼과 위생문제등 부정적 측면이 드러나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면서 올해부터 난장코너를 폐지했다. 전주시를 비롯 풍남제전의 관계자들 나름대로 고심끝에 내린 결론으로 볼 수 있다. 대신 행사장 주변 한옥마을 주민들이 직접 음식을 마련하여 판매하는 맛자랑코너를 설치할 수 있게했다. 한옥마을 지정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이나 피해를 보상해주기 위한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다. 그러나 태조로 주변 사유지 공터를 업주들이 임대형식으로 빌려 대규모 포장마차를 개설하고 술및 음식물등을 판매하면서 난장 개설때 못지않은 바가지상혼과 무질서가 판치고 있다. 음식물 가격을 표기하지 않고 마음대로 받아 독리를 취하는가 하면 비위생적 조리로 시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말로만 난장을 없앴을 따름이지 이같은 사설(私設)난장으로 축제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곳곳에서 가격을 놓고 업주와 손님들간에 시비를 벌이는 장면이 연출됐다.많은 인파가 모이는 축제에서 흥겨움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많아 폐지한 난장이 이처럼 사설난장으로 변질돼 축제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관계자들은 난장문제를 새로운 측면에서 검토하기 바란다. 가뜩이나 풍남제가 최근 위축돼가고 있는 느낌이다. 남원 춘향제와 더불어 도내 대표적 축제로 자리매김한 풍남제를 찾는 외국인및 타시 ·도 관광객들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전주시민및 인근 시·군주민들의 안방잔치로 전락했다는 혹평에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지역특성을 살린 문화행사와 병행시키는 노력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적이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보다 더 다른 지역축제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5월로는 전국 각지에서 축제가 활발히 열리는 시즌이다. 이러한 틈새에서 풍남제를 내실있고 경쟁력있는 관광자원으로 육성시키기 위한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전략개발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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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4.05.04 23:02

[옛 문서의 향기]조선시대 사회생활(1)

조선후기의 고문서들 가운데에는 인근 고을의 효자를 기리고 포상해줄 것을 요청하는 유생들의 상서가 제법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문서에 사용되는 상투적인 표현가운데 '王祥의 獲鯉'라는 것이 있습니다. 왕상의 모친이 추운 겨울에 살아있는 물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자 옷을 벗고 얼음을 깨서 고기를 잡으려할 때 얼음이 저절로 갈라지고 고기들이 저절로 얼음위로 올라왔다는 이야기로 패악한 계모에 대한 왕상의 효심이 하늘을 감동시켰다는 이야기이지요.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조선 후기가 되면 왕상처럼 하늘을 감동시킬 정도의 효자 효부들이 이 고을 저 고을에서 많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살아계실 때 성심 성의껏 모신다거나 오랫동안 부모의 무덤을 지킨다거나 하는 등의 전통적인 방식의 효행은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고 이제는 부모의 임종 때 손가락을 째서 몇일간 목숨을 연명시킨다거나 허벅지 살을 도려내고 피를 먹이어 목숨을 소생시키는 자기 고행적 효행의 사례들까지 적지 않게 나타납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극단의 사례들까지 점차 많아져서일까요 .하늘을 감동시켰다는 효행이 정부를 감동시키지는 못했는지 이런 효행을 모두 포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19세기 중엽 순창에 살았던 최우의 효행은 하늘만 감동시키고 정부의 포상이라는 사회적 지지는 획득하지 못한 당시 효자들의 일반적인 행적을 보여줍니다. 모친이 이질에 걸렸을 때는 소변의 맛을 보아가면서 치료에 임하였고 병중의 모친을 위하여 꿩을 잡으려 하면 날아가던 꿩이 저절로 화살에 꿰어지고 한겨울에 약으로 쓸 쑥을 찾으면 눈 속에서 쑥이 나타납니다. 종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친을 위해서 살아있는 물고기를 잡으러 한겨울에 강으로 가서 얼음을 두드리면 흰 물고기들이 뛰어오르고 안질을 치료하기 위해 소의 간이 필요해지면 인근에 있던 소가 그 집 마당 기둥에 부딪혀 죽어줍니다. 그는 90세 된 모친이 노환으로 병석에 눕게 되자 미음을 떠드리고 대소변으로 젖은 이부자리를 직접 세탁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홀아비도 아니고 집안의 여자들에게 맡길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직접했다고 합니다. 병석에 오래 누워 있던 모친이 너무 수척해져서 누울 수도 앉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되면 때때로 모친 등에 업고서 통증을 가라앉기를 7-8년 동안이나 하였다고 합니다. 최우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인내심을 요구하는지는 비슷한 상황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도의 효행이라면 그 사례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일까요. 인근 지역의 유생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우에게는 정려가 내려지지 않습니다. 최우의 경우를 보면서 "당사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난세의 충신보다는 태평성대의 양신(良臣)이 낫고 육체적 고통을 감수해야하는 효자보다는 입신양명으로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나으며 열녀보다는 현모양처가 낫다"는 어떤 분의 말씀이 갑자기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최윤진(고문서팀연구원, 전북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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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5.0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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