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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문화재단의 방향과 과제

전주시는 문화관련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1백억원 규모의 전주문화재단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문화정책과 사업을 보다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운영되는 문화재단들을 살펴보면 몇가지 극복해야할 문제점들이 있다. 경기문화재단은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경기도의 문화창작과 예술활성화에 기여하여 문화적으로 서울에 버금가는 문화중심지로 발돋음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주로 경기문예진흥기금운영, 공연장 대관, 도민을 위한 문화사업, 매장문화재 발굴, 문화교류, 지역문화정보종합 및 제공, 지역문화기획학교운영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다른 문화재단들은 별다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강원문화재단은 문화예술진흥지원금 운영, 국악예술회관 관리, 문화재연구소 운영에 그치고 있고 제주문화예술재단도 현재 문예진흥기금 운영과 매장문화재 발굴기관 운영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전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단순히 문화시설 운영과 축제협조를 위해 문화재단을 설립할 필요는 없다. 민간의 문화전문인력과 전문두뇌들이 적극 참여하여 시의 문화정책과 사업의 방향에서부터 전문성과 효율성이 반영되기 위한 문화재단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문화재단과 행정기구의 철저한 업무구분이 이루어져 둘 사이의 기능, 인력, 예산의 중복과 간섭을 막고 시너지효과를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잘못하면 행정기구의 보조기구로 기존의 시설이나 기금 등을 운영하는 평범한 단체로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문화재단들이 대부분 이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이 적은 문화재단은 이렇게 될 가능성이 커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문화재단의 주도성을 민간전문가에게 넘겨야 한다. 이를 위해 검증된 인물을 책임자로 하여 독자적인 도민 여론수렴, 정책제안, 전문경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민과 관의 창조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도와의 문제이다. 전주시가 전라북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많은 전략과 사업이 도와 겹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항시 도와 시의 상시적인 협조체제가 가동되어 도차원에서도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운영이 가능해져야 한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1.28 23:02

대보름 밝히는 2004 임실필봉굿

필봉굿의 정기가 서린 임실 강진면 필봉리 당산. 이곳에서 매년 정월 대보름에 열리는 당산굿은 마을 어귀에 장승을 세워 복을 부르고 액을 쫓는 모습을 재연하는 놀이다. 굿을 치는 풍물잽이들을 따라 마을의 당산 나무, 샘, 돌다리, 가가호호 집돌이, 판굿, 달집태우기 등을 쫓다보면 어느새 세상 만물의 생명과 자연과 인간 세상의 순리들이 한데 어우러진다. 임실필봉농악보존회(회장 양진성)가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박 3일간 ‘삶의 축제-푸진굿 푸진삶 2004’를 주제로 갑신년의 풍요를 비는 정월대보름굿을 연다. 정월대보름(양력 2월 5일)보다 조금 서둘러 마련한 이번 굿은 올해 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 우수 문화예술프로그램으로 꼽혀 4백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아 마련됐다. 30일 오후 2시부터 강진면 일대를 돌며 열리는 사전행사는 길놀이를 시작으로 주변 상가를 돌며 주인댁의 풍성한 한해를 기원하는 마당밟이(뜰볼비굿)로 펼쳐진다. 본행사는 31일 오후 1시부터 밤을 지새우며 넓은 마당에서 벌이는 판굿이다. 필봉리 동청마당의 기굿을 시작으로 당산제와 샘굿이 치러지고, 치배와 구경꾼들이 하나되는 마당밟이를 통해 조왕굿·곳간굿·성주굿 등 집안의 액을 털고 복을 비는 기원굿이 펼쳐진다. 오후 7시부터는 마당에 달집을 피우고 노는 푸진 굿판. 굿의 마지막은 달집을 태우며 그 불길 속에 흉허물 던지고, 희망을 비는 자리다. 양진성 필봉농악보존회장은 “성스럽게 제사를 모시고 남은 음식은 나누어 먹고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며 한판 흐드러지게 노는 흥겨운 시간”이라며 “필봉굿 보존회와 동호인뿐 아니라 전국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굿판을 벌이고, 달집을 태우며 한해의 무사안녕과 복을 비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올해 대보름굿은 본행사 외에도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는 쥐불놀이·연날리기·제기차기·팽이치기·복조리만들기·소지만들기·신년사주마당 등 민속놀이와 부럼나누기·귀밝이술 마시기 등 민속음식을 나누는 대보름 음식장터도 마련돼 굿판을 더욱 푸지게 한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11-마호로 지정된 임실필봉굿은 300여년의 역사를 가진 풍물굿. 전판이, 이화춘, 박학삼, 김문숙, 송주호, 양순용, 양진성이 상쇠를 맡아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 마을굿을 원형 그대로 재현하는 농악단으로 계보를 잇고 있다. 063)643-1902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1.28 23:02

설연휴 전통문화행사 풍성

"덤벼 덤벼” 신이난 목소리와 함께 팽이 두 개가 엉키더니 한 놈이 팽그르르 돌다 힘없이 쓰러진다. 처마 밑에 매달린 고드름과 지붕위에 하얗게 쌓인 눈이 운치를 더하는 고즈넉한 전주 한옥마을.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닷새 동안의 설 연휴 문화행사들로 조용한 한옥마을도 오랜만에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한옥마을에 낮게 깔린 찬 바람은 굴렁쇠 굴리는 아이들에게 마당을 내어주고, 팽이치기·굴렁쇠·널뛰기·윷놀이·새끼줄 꼬기 등으로 채운 민속놀이터를 울리는 웃음소리는 얼어붙은 겨울 하늘을 깨뜨렸다.설 연휴 3일동안 종가집 며느리처럼 부지런히 손님을 맞은 공예품 전시관은 좁은 마당이 아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 갔다. 연휴 첫날인 지난 21일, 세차게 내리는 눈보라 속에서도 모닥불에 구워낸 노란 밤고구마 한 입에 추억이 한가득 목구멍으로 넘어왔다. 외국인들과 함께 한 잔치는 따뜻한 우리네 속정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술박물관이 마련한 구수한 막걸리 잔치는 이웃과 하나되는 자리. 널찍한 상에 둘러앉아 두부와 돼지고기를 썰어놓고 얼큰하게 끓여낸 김치찌개와 신 김치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사발이 '술술 잘도 넘어가는' 흥겨운 잔치였다.전통문화센터는 다양한 행사들로 푸짐했다. 어른 아이 할 것없이 한 데 엉켜 즐기는 민속놀이와 하늘을 울리는 신명나는 풍물이 널찍한 마당을 채웠다. 커다란 가마솥으로 음식마당 한 켠에서 끓여낸 떡국과 금방 만들어낸 쫄깃쫄깃한 인절미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 입 먹어볼 정도로 인기였다. "그렇게 썰면 예전에는 시집도 못 갔다”는 할아버지의 야단이 정겨운 가래떡 썰기 대회와 누가 볼까 정성스레 쓴 소원지들이 색색이 매달린 솟대마당 등으로 설날 큰 잔치를 벌였다.새해 복을 가득 담아 떡국을 대접한 한옥생활체험관, 항아리 타임캡슐에 소원기원문을 저장한 전주역사박물관, '2004작은문화축전'을 연 국립전주박물관 등 따뜻한 문화행사들이 유난히 추웠던 설 연휴 온도를 10도쯤은 올려놓았다. 그러나 문화행사를 준비한 주최측이나 행사를 즐기려 찾는 사람들 모두 들뜬 분위기에 취해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지만 민속놀이에 익숙치 않은 어린이들이 넘어지거나 떡메치는 구경을 하다 떡메에 다치는 경우가 발생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01.26 23:02

열린문화연구회 '전북의 전통문화' 강좌 마련

지역문화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문화일꾼들의 모임 열린문화연구회(대표 김순석·문화공간 양사재)가 2004년 상반기 사업계획을 확정했다.다음달 3일 신년회와 함께 ‘지역문화일꾼의 역할과 전문성 확보를 위한 제언’이란 주제로 원도연 박사(새전북신문 기획팀장)를 초청, 강연을 열고 첫 사업을 시작한다.매달 여는 월요강좌의 2월 테마는 ‘전북의 전통문화 바로알기 1’. ‘전북의 지킴이와 마을 공동체 신앙’ ‘전북의 무속’ ‘전북의 들 노래의 세계’ ‘전북의 방언’등 강의와 함께 정읍시 북면 오류마을로 현장답사할 예정이다.4∼5월 중에는 축제기획 실무와 평가방법, 축제 평가회 및 보고서 만들기 등을 배워보는 ‘축제 두배로 즐기기 1’, 6월 ‘한국문화 이해하기 1’, 7월 ‘영화와 문학의 만남’을 마련했다.3월은 ‘엑셀 하루에 끝내기’ ‘파워포인트 하루에 끝내기’ ‘수동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의 만남’등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실무교육 기간으로 정했다.그 밖에도 ‘문화인력 리더쉽 훈련’과 청소년들의 전통의식함양을 통한 공동체문화 창출을 위한 ‘청소년 예절·전통캠프’를 8월 중에 마련한다. 수시로 한겨레문화센터의 문화관련 강좌를 공동 수강하고, 문화예술인의 초청강연 및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01.26 23:02

[2004 전북문화 젊음과 희망]아중문화의집 김수현씨

인후3동 동사무소와 나란히 자리잡은 ‘아중문화의집’. 문을 살짝 밀고 들어서니 동화 속 과자로 만든 집처럼 달콤하면서도 따뜻한 문화 향이 가득하다.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상 속에 둥지를 튼 문화의집 문화배달부 김수현씨(34·전주 아중문화의집 기획홍보팀장). 만만치 않은 일들을 부지런히 해내는 바쁜 그의 하루가 동네 구석 구석에 문화의 향기를 전한다.그의 꿈은 소설가였다. ‘찬 바람 불면 가슴부터 뛰기 시작한다’는 여느 신춘문예 중독자들처럼 그 역시 작업실에 틀어박혀 글만 써내려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2001년 아중문화의집 개관 준비부터 참여하면서 그는 3년동안 신춘문예에 도전하지 못했다. 신춘문예에 투자해야 할 만큼의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온통 문화의집 일에 쏟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한 그는 ‘꼭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워낙 이것 저것 관심이 많았고 특히 문화 쪽에 관심이 많아 우연한 기회에 문화의집에 발을 들여놓았다. 온고을 영화터 사무국장·출판사·기획사에서 쌓은 경험을 문화의집 운영에 적용해보니 크게 어긋나지 않고 일에서 재미도 찾을 수 있었다.“남 놀때 하는 일이 문화관련 일이지만, 많이 뛰고 많이 생각하면 별로 힘들지 않아요.”아침 9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열시간이 넘는 엄청난 노동강도지만 그에게 일은 항상 즐겁다. 오히려 전국적으로 규모가 큰 편인 아중문화의집이 지역 내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일욕심을 부린다. 문화의집을 찾는 사람들의 폭이 넓어져 밤낮으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사람 냄새 나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그래도 가장 힘든 일을 꼽으라면 사람을 만나는 일. 문화와 사람을 만나게 하는 접점에 서있는 그는 주민과 강사, 관 등 각기 다른 성격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 늘 어렵다.“동사무소나 관의 유휴시설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문화의집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부담없이 다양한 문화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의집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에요.”그는 지역에 따라 문화의집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 다르다고 말했다. 동네 분위기와 환경에 따라 문화·복지·교육 등 역할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문화의집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삶의 여유를 더하는 정도. 그러나 정작 문화판 한복판에 서있는 문화일꾼들은 박봉과 긴 노동시간 등으로 문화향유시간이 부족해 늘 아쉽단다. “문화일꾼·문화활동가·문화인력·실무자 등 듣기는 좋은 말들이지만, 말 그대로 문화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그는 척박한 문화환경에서 문화일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무능력과 다양하게 문화판을 읽을 수 있는 눈, 그리고 ‘자기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 막 문화판에 뛰어든 젊은 후배들에게는 “일 못하면 끝장이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꼼꼼하고 깐깐하다. 대부분의 문화시설들이 위탁시설이다보니 직원들도 계약직이나 마찬가지. 아중문화의집 역시 내년 위탁기간이 끝난다. 위태로운 하루하루 앞에서 2∼3년씩 쌓아온 노하우가 사라지는 것이 못내 아쉽다. ‘지역문화권에서는 특히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요즘 열린문화연구회 활동에 열심이다. ‘회원교육을 통해 스스로 능력을 키우고 구조나 시스템적인 문제는 함께 고민하고 기존 틀에 자극을 주자’는 마음으로 도내 문화인력들이 만난 젊은 모임이다. 아직 첫 발을 내딛고 밑그림만 그려진 상태지만, 그가 열린문화연구회에 거는 기대는 크다.“대우나 신분보장을 기대하면 못할 일이죠. 그래도 많이 익숙해진 탓인지 매력도 많고 신나는 일입니다.”그의 올해 계획은 두가지다. 많이 안정됐지만 여전히 지역 문화판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문화의집의 제자리 찾기, ‘정책기획국장’이란 직함을 갖게 돼 책임감이 막중한 열린문화연구회 활동. 개인적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글쓰기를 위한 준비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잠을 청할 수 있는 그의 수면시간이 올한해 지역 문화판에 대한 이런 저런 고민들로 더 줄어들 것 같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01.26 23:02

제20대 전북예총 회장 선거 후보등록 마감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전북연합회(회장 김남곤·이하 전북예총)가 19일 제20대 회장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에 돌입했다. 1993년에 이어 10여년만에 치러지는 경선인데다 금품살포 등 일찌감치부터 불거져 나온 선거 과열현상으로 심각한 후유증도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등록을 마친 후보는 4명. 김학 전북펜클럽회장(60·문인협회)과 선기현 전 전북미술협회장(47·미술협회), 황병근 전 도립국악원장(70·국악협회)과, 당초 출마의사를 밝혔던 문인협회의 박만기 시인이 중도하차한 대신, 출마의지를 접었던 전북미술협회의 이형구지부장(59)이 공식 등록하면서 그동안 형성돼왔던 선거 구도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김남곤 현 회장이 불출마를 밝히면서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된 선거 물밑작업은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부상, 선거일인 이 달 29일(오후 3시 소리전당 국제회의장)까지 열흘 간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언론인 출신인 김씨는 30여년의 문단활동을 통해 각 문인단체의 회장을 역임하며 두터운 입지를 형성했으며 전북민예총과의 예술인 연대를 내세웠다. 40대 기수론을 내세운 선씨는 10·11대 2대에 걸쳐 6년 동안 전북미술협회장을 역임한 만만치 않은 경력을 갖고 있다. “문화예술도 경제논리가 필요하다”며 문화컨텐츠 개발을 내세웠다. 연륜을 강조하는 황씨는 도립국악원 초대원장과 도의원을 역임, 출마자 중 최고 연장자. “문화현장 경험과 행정력으로 봉사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 전북미술협회장인 이씨는 “현 회장의 문화마인드를 이어받아 대의명분에 따라 일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는 전북예총 산하 10개 협회와 8개 시·군 예총지부에서 추천된 대의원 110명이 참여한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1.20 23:02

[특별기고]내가 어렸을 적 설은

우리에겐 설레임으로 기다리던 설, 손을 꼽아가며 기다리던 설날이 있었다. 길게 이어진 귀성차량 행렬로 시작하여 피곤과 짜증이 얹힌 귀경차량 행렬로 끝나는 요즘과는 다른 설이 있었다.추운 겨울이 지겨워지고 지루해질 무렵이면 반가운 손님처럼 오는 설날. 그랬다. 설날만큼 좋은 날은 없었다. 분주한 어머니의 치마끈을 잡고 졸졸 따라다니며 몇 밤만 자면 설날인지 지청구를 들어가며 묻고 또 묻곤 했으니까. 설날이 오면 가장 바쁜 사람은 어머니였다. 온통 어머니의 손을 거쳐야 하는 일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주부들이 명절증후군하며 힘들어하는 걸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집안 대청소부터 시작하여 장에 가는 날이 잦아지면 머지않아 명절이 다가온다는 신호다. 설이 가까워질수록 장을 봐 가지고 돌아오는 어머니 머리 위의 짐보따리도 점점 커졌다. 덩달아 내 즐거움도 점점 커졌다. 그 보따리엔 분명 내 것도 몇 가지쯤은 들어 있을 테니까. 잘해야 찐고구마나 먹을 수 있던 간식거리가 엿이나 유과, 잘하면 약과도 맛볼 수 있다. 과자류는 미리 만들어 놓기 때문에 일찌감치 입이 먼저 호사를 한다. 또다른 잊지 못할 풍경은 햇빛 좋은 날 부엌앞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깨진 기왓장을 가루내어 유기그릇을 닦던 일이다. 짚뭉치의 움직임이 더할수록 햇빛에 반짝반짝 빛이 나던 그릇들. 설명절을 앞두고 집안의 곳곳과 차례에 쓰일 것들을 깨끗이 했다. 설날을 기다리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기대는 설빔이었다. 새옷을 입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날 중의 하나가 바로 설날이니까. 그 또한 어머니의 잠과 맞바꾼 그야말로 정성이 담뿍 든 것임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지만. 긴 밤 한숨 달게 자다 설풋 잠이 깰 때 보면 머리맡에서 그때까지 바느질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꿈결인 듯 보곤 했다. 그 때는 새옷을 입는 기쁨이 컸기에 어머니의 수고는 까마득히 잊었다. 오직 그 옷을 입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만이 간절했다.더 이상 손꼽을 필요도 없이 하룻밤만 남겨놓은 까치설날, 오지 않는 잠을 애써 청하며 몇 번을 뒤척이다 깜빡 잠이 들고, 일어나 보면 벌써 머리맡엔 상이 차려지고 있다. 하마 어머니는 밤을 꼬박 세웠으리라. 설빔 마무리하랴 차례상 준비하랴 긴긴 겨울밤도 짧았으리라.마음껏 먹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날이 이런 명절 말고 또 얼마나 있겠는가.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그날만큼은 남녀노소 모두가 넉넉한 마음이 되어 서로에게 덕담을 주고 받았다. 차례를 지내고 집안어른들께 하는 세배가 끝나면 또래들끼리 모여 동네 어른들에게 세배를 다녔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세배꾼들 왔다며 빈손으로 보내지 않는 설날인심이 한 몫을 했을 게다. 주로 곶감이며 약과 등을 한 주먹씩 쥐어주지만 때때로 빳빳한 지전을 만져볼 수 있어 기를 쓰고 세배꾼에 합세했던 것 같다. 세배 얘기를 하다보니 설날만 되면 어머니를 슬프게 했던 일이 생각난다. 친구들이 외갓집에 세배하러 간다면 덩달아 나도 어머니를 졸랐다. 외갓집에 왜 안가냐고, 외할머니는 왜 안계시냐고. 그럴 때마다 고향을 개성에 둔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셨을까. 여자들은 명절때가 되면 더욱 생각나는 게 친정이고,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이 친정어머니인데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친정어머니 생각에 울어머니는 아마도 속울음께나 하셨을 게다. 부족하고 어려움이 많았던 육칠십년대 시골시절, 그랬기에 그날만큼은 무엇이든 풍성한 설날을 그리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요즘 아이들에게 그런 기다림이 사라진 지 오래다. 물론 어머니들이 정성을 들일 일도 별로 남아 있지 않다. 풍요로워진 생활 덕에 그 무엇이라도 언제든지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주고 받는 선물 보따리도 커졌다. 그래도 마음이 허전하다고들 한다. 아마도 마음에서 시작해 손끝으로 마무리된 그 정성의 맛을 어떤 걸로도 채우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설레임이 있어 기대를 부르고 부족함이 있으므로 만족을 느낄 줄 안다. 또한 모자람을 알기에 넉넉함을 키울 수 있다.서민들 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럴 때 마음 나누기가 쉽지 않을까. 올 설날은 좀 어렵고 힘들더라도, 또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그 곳을 사랑과 정성으로 채워 내 어렸을 적 설날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훈훈한 정이 오가는 그런 설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조경옥(시인)약 력 : 전북 장수 출생 시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녹색시인협회 회원 문예동아리「끈」동인 시집 「그곳이 비어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1.20 23:02

[설날 특집]고창 문화유적지…고인돌과 판소리박물관

고창은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가 선정한 유무형 문화유산을 모두 간직한 문화의 고장. 고창고인돌군이 지난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데 이어, 지난해 11월 판소리가 세계무형유산으로 선정되면서 판소리의 성지로 불리는 고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창 고인돌군고창지역 문화재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고인돌. 이곳은 한반도는 물론 세계적으로 가장 조밀한 고인돌 분포지로 알려져 있다. 군내에는 대략 2천여기의 고인돌이 널려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군은 고창읍 죽림리와 아산면 상갑리 일대의 4백47기.고인돌의 참맛을 느끼려면 사전에 기초지식을 갖는게 좋다. 청동기시대 거석문화의 하나인 고인돌의 형식은 학자마다 주장하는 학설이 다양하지만 보통은 북방식·남방식·개석식 등으로 나뉜다. 탁자식 형태인 북방식은 시신이 매장되는 석실이 지상에 노출되는 것이 특징이다. 고창읍 도산리에 전형적인 고인돌이 남아있다.바둑판식 모양의 남방식은 주위에 4-8개의 굄돌을 놓고 그위에 커다란 덮개돌을 올린 방식으로 고창지역 곳곳에 분포하고 있다. 개석식은 지하에 석실을 만든후 시신을 안치하고 고인돌의 상석을 뚜껑으로 사용한 형태다.고창 고인돌군을 효율적으로 관람하려면 고창군에서 개설한 코스별 답사로를 따르는게 효율적이다. 고인돌안내소를 중심으로 동서 방향으로 6개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563-2793)◇ 판소리박물관판소리박물관은 판소리를 주제로 건립된 테마 박물관이다. 이곳은 고창 읍내 모양성 옆에 동리국악당·동리 신재효선생 고택·판소리전수관 등 판소리 관련 시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2001년 6월 개관된 판소리박물관에는 판소리와 관련된 1천여점의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 문화는 아는 것 만큼만 보이게 마련. 박물관을 찾기 전에 홈페이지(http://www.pansorimuseum.com)에 들러 사이버 서핑을 통한 예습을 거치면 훨씬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박물관 관람로를 따라 들어서면 천정에 커다란 소리북이 형상화된 명예의 전당에 이어 4개의 마당이 순차적으로 이어진다.가장 먼저 마주치는 ‘소리마당’ 한편에는 판소리의 기원, 판소리의 유파, 판소리 계보도 등이 일목요연하게 소개되어 있다. 명창 임방울과 진채선의 손때가 묻어있는 소리북과 가야금, 판소리 관련 다양한 LP 음반도 진열되어 있다. 진열품중 눈길을 끄는 유물은 동리 신재효 선생이 개작한 판소리 사설을 후손들이 필사하여 보관한 신씨가장본 판소리 사설. 학계에선 신재효본과 진배없는 학술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아니리마당’은 고창 판소리와 동리 신재효의 예술혼을 엿볼 수 있는 공간. 고창읍 옛 지도를 발 아래 딛고 원형의 벽면을 둘러보면 동리의 유품·고창의 소리꾼·판소리 여섯마당 설명도 등이 펼쳐진다.‘발림마당’은 관람객이 판소리의 세계를 체험할 수 곳이다. 좌우 벽면엔 판소리 여섯마당을 들을 수 있는 헤드폰 시설이 마련되어 있고, 정면엔 멀티비전과 함께 북이 놓여 있어 구전심수학습법에 따라 발성법·단가·더늠·추임새를 차례로 배울 수 있다.소리굴을 형상화한 체험장에서는 혹독한 독공 과정과 예술혼을 느낄 수 있다. 체험장에 마련된 마이크를 향해 힘껏 소리치면 자신의 성량을 데시벨(dB)로 표시해 준다.소시청각실로 구성된 ‘혼마당’은 판소리의 역사·계보 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물로 보여준다.발림마당을 빠져 나오면 ‘신씨가기증전시실’과 마주친다. 이곳에는 신재효 선생의 호적단자·쌈지·놋그릇 등 각종 유품이 진열되어 있다.박물관 관람객에겐 원로 언론인 진기풍씨가 기증한 서예·미술·도자기 등 1백78점을 전시한 무초회향미술관’이 덤으로 주어진다. 추사 김정희·강암 송성용·김옥균·민영익 신익희·허백련 등 걸출한 인물들의 작품이 계단부터 전시실까지 빼곡이 들어서 있다. (564-8425)

  • 문화일반
  • 김경모
  • 2004.01.20 23:02

[설날 특집]도내 문학관 기행

“설 연휴, 문학 기행 떠나보세요” 전라도는 소문난 예술의 고장. 이 땅에서 발원한 시인과 소설가들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작품 속 배경도 곳곳에 널려 있다. 모처럼의 여유. 소설과 시의 무대가 된 거리를 찾아 산책하거나 작가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문학비·문학관을 방문하는 것도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문학 지망생은 작가의 열정과 혼을 느낄 수 있고, 일반인은 테마여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문학 명소를 소개한다. 돌아보면 가까운 곳에 작가의 영혼이 숨쉬고 있다. 군산시 내흥동 금강하구둑 부근 채만식문학관(450-4467)과 김제시 부량면 ‘징게맹갱 외에밋들’(김제만경 너른 들) 한복판 아리랑문학관(546-8656∼7), 고창군 부안면 질마재 미당시문학관(560-2460). 관람은 무료. 현장에 있는 문화유산해설사의 따뜻한 설명은 설 선물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 군산 채만식문학관 일제시대 민중수탈을 역동적으로 묘사한 소설 ‘탁류’의 작가 채만식 선생(1902∼1950)의 문학관은 ‘탁류’가 흐르는 금강하구둑에 있다. 작가가 머리맡에 두고 싶었다던 원고지 20권 대신 둥지 튼 텃새와 월세 낸 철새들이 1년 내내 날아드는 문학관은 항구도시와 백제문화권 이미지를 살려 배 모양으로 만들어진 현대식 건축물이 먼저 반긴다. 1층 로비는 선생의 인물 사진을 비롯해 작품 속 군산의 이미지가 묘사돼 있다. 전시관은 선생의 삶과 작품세계, 집필모습, 향로, 집필원고, 편지, 석·박사 논문과 도서 등 전시품이 방문객의 시선을 끈다. 2층은 다양한 모습의 인물사진과 50여명이 관람할 수 있는 시청각 시설. 오페라 탁류와 선생의 일대기를 담은 영상물을 관람할 수 있다.문학관 앞 백릉광장에는 작품속 초봉이 아버지인 정주사가 넘던 콩나물 고개를 상징하는 오솔길과 호남 평야에서 걷어들인 쌀을 실어오던 기찻길, “상여에도 생화를 썼으면 좋겠다”고 유언을 남길 만큼 꽃을 좋아했던 작가를 위한 국화 꽃밭이 있어 방문객들의 고단한 발품을 놓이게 한다. 문학관 주변은 철새들의 쉼터인 금강하구둑, 철새조망대, 군산온천, 오성산, 십자들녘 등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많아 일석다조(?)다. ◇ 김제 아리랑문학관소설가 조정래씨(57)가 일제시대 우리 민족의 삶과 애환을 그린 소설 ‘아리랑’은 호남평야 들녘이 배경.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동선을 따라 파문처럼 퍼져 나가지만, 아리랑문학관이 들어선 자리는 부량면의 옛 벽량초교 폐교 부지. ‘아리랑’의 출발점과 그 중심이 바로 여기임을 강조라도 하듯 망망한 김제 벌판 한복판이다. 지상 2층, 연면적 1백35평의 문학관 내부는 위압적인 외양과 달리 꼼꼼하게 모은 89종 3백50여 자료들이 비교적 알차게 꾸며져 있었다. 1층에 들어서면 아리랑 육필 원고 2만장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원고 탑’이 눈에 띈다. 원고지 오른쪽 상단에 ‘1’이라는 숫자가 선명한 원고 첫 장과 ‘54∼74’라고 적힌 원고 마지막장이 문학관의 믿음을 더한다. 2층은 취재수첩과 작품구성 노트, 필기구와 작품 사진 등이 전시됐으며, 그 중 ‘1990. 4. 18 장춘에서 할빈행 열차 안에서 본 벌판의 방풍림들’이라는 제목의 메모와 소설의 배경이 될 장소를 작가가 볼펜으로 그린 그림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문인들의 집필을 돕기 위해 창작 스튜디오를 마련한 것이 특징. 작가의 중·고교 졸업 앨범과 논산훈련소에서 작성한 일기장, 제대증, 평소 가까이 두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도모했다는 호두를 닮은 가래 두 알과 염주, 안마기와 진찰권 등 작가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물품들도 살뜰하게 전시됐다. ◇고창 미당시문학관서정주 시인(1915∼2000)의 시비는 제목처럼 선운사 동구에 섰고, 미당의 친필이 동백꽃 대신 다정스럽게 다가온다. 서정주를 좋아하는 이들은 이 시비를 보러 가는 재미로 설레인단다. 이제는 시인이 태어난 선운리 질마재에 미당시문학관이 있어 넓은 마당에 시원스럽게 자리 잡은 이 집을 둘러보는 일도 즐겁다. 여전히 쓸쓸한 ‘친일 논란의 역사’를 안고 있는 그의 문학관은 미당의 생가 옆, 시인 부부가 묻힌 묘소를 마주 보는 자리에 위치해 삶과 죽음을 구분 없이 넘나들던 미당의 시세계를 그대로 기념할 수 있다. 두 개의 전시실과 생가엔 육필 원고와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려준 초상화, 시집·액자·사진·학적부·한복 등 미당의 손때가 묻은 유품 1만여점이 전시됐다. 그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와 즐겨 썼던 모자에서는 시 한편이 금새 나올 것 같이 생생한 체취가 느껴진다. 또 문인들이 숙박할 수 있는 다용도실과 식당, 세미나실, 오디오·비디오 자료를 갖춘 영상실, 기념품판매점도 갖춘 종합문화공간이다. 22번 국도를 따라가다 선운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풍천장어집이 즐비하다. 복분자술과 함께 먹는 이곳의 장어구이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다들 원조를 자랑하지만, 어느 집을 들어가도 그다지 실망하지 않을 듯하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1.20 23:02

[설날 특집]문화행사와 함께 즐기는 설 연휴

가족들과의 반가운 만남을 생각하며 찾은 고향은 곳곳에서 펼쳐지는 문화행사들로 더욱 따뜻하다. 팽이치기·굴렁쇠·널뛰기·윷놀이·새끼줄 꼬기 등으로 채운 민속놀이터는 설날 연휴 동안 문화행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행사들. 전주 한옥마을 일대를 중심으로 20일부터 이르게 시작하는 문화행사들은 설날에 절정을 이루고, 주말까지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간다.△ “그냥 오셔서 맛있게 드시고 가세요” 한달에 두번 전통주를 빚고 매주 토요일 시음회를 가져온 전통술박물관이 넉넉한 마음으로 막걸리 한잔과 이제 막 부쳐낸 파전, 뜨끈한 국물을 대접한다. 술 있는 곳에 신명나는 풍물도 함께 한다.전주한옥생활체험관 마당에서는 설날 당일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떡국잔치가 열리고, ‘설맞이 윷놀이 경연대회’가 벌어진다. 1등한 가족에게는 자그마치 상금이 50만원.(참가비 1만원) 063) 287-6300△ 우리 선조들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박물관. 옛 어머니가 고운 한복을 입고 조용하게 미소 지을 것 같지만, 도내 박물관은 시끌벅적 신나는 새해맞이를 한다.21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은 ‘2004 작은문화축전’을 열고 설과 세시풍속을 재현한 행사를 벌인다. 23일에는 서예가 이용엽·정운염씨의 가훈써주기 행사도 연다. 063) 220-1005전주역사박물관은 지난해 ‘소원★은 이루어진다’에 이어 올해도 소원기원문을 항아리 타임캡슐에 저장한다. ‘내가 바라고 기원하는 2004년 잔나비해’. 지난해 다짐한 소원문을 개봉하고 올 한해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뜻깊은 자리다. 설음식 나누기·새해 판화달력 찍어보기 등 설맞이 세시풍속 한마당도 풍성하다. 063) 228-6485~6△ 전주공예품전시관과 전주명품관이 펼치는 ‘윌, 우리 설날은!’은 ‘보는 재미·만드는 재미·즐기는 재미·먹는 재미’를 동시에 선물한다. 연휴 첫날에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설맞이 잔치를 벌인다. 한옥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준비한 자리다.한지공예작가 정승희씨의 닥종이 인형전 ‘겨울이야기’와 전통 연·솟대·한지과자그릇 ·나무 목걸이 등 체험행사도 많다. 가족 민속놀이 경연은 웃음꽃이 넘치는 마당. 떡치기로 만든 쫄깃쫄깃한 인절미, 한 입 베어먹으면 입주변이 금새 시커멓게 변하는 뜨끈뜨끈한 고구마 구워먹기도 추억을 가득 담은 행사다. 특별행사기간(21일∼2월5일) 동안 3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는 오목대명품촌 사은품도 증정한다. 문화관광부 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은 행사다.공예가 일곱명을 초대한 ‘7인7색’전은 3월 7일까지 열려 느긋하게 발길을 돌려도 좋다. 063) 285-5002△ 전주전통문화센터는 22일과 23일 이틀간 ‘갑신년 운수대통 설날 큰잔치’를 연다. 2004 설날 행사는 ‘소원축제’ ‘음식축제’ ‘부대행사’ ‘공연마당’ ‘전통공연’ 다섯가지 테마. 새해 첫날에는 아무래도 ‘소원축제’와 ‘음식축제’에 귀가 솔깃해진다. 갑신년 한 해 운수를 점쳐보는 토종비결(유료)은 재미를 넘어 자못 진지해지는 코너. 서툰 솜씨로 도전하는 ‘예쁜 가래떡 썰기 대회’·떡메치기 체험·야외 부뚜막에서 구워먹는 군고구마와 군밤 등 겨울 먹거리 체험에 ‘음식축제’가 배부르다.‘공연마당’에서는 갑신년 운수대통을 기원하는 신명나는 재수굿 한마당과 흥겨운 풍물농악공연, 가슴을 울리는 타악그룹 ‘야단법석’의 기상천외한 퍼포먼스와 한국전통극연구소가 고전 ‘배비장전’을 각색한 가족 마당놀이 ‘애량야곡’이 열린다. 22일 한벽예술단의 창작타악 ‘흥’ 공연, 23일의 ‘해설이 있는 판소리’ (전주시립국악단 김민영씨)와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는 차례상 차리기 강좌, 배워도 배워도 헷갈리는 한복 입는 법과 절하는 방법 등 예절 배우기는 ‘부대행사’다. 063) 287-7000△ 전주동물원도 설을 맞아 21일부터 25일까지 무료개방한다. 쌀쌀한 날씨라니 두툼한 점퍼로 무장하면 든든한 마음으로 갑신년 원숭이의 재롱을 한껏 즐길 수 있다. 063) 254-1426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어렸을 적 생각이 새록새록할 그 길들. 전동성당과 경기전, 그리고 오목대. 동부시장과 동문사거리, 다시 성심여고 담벼락 작은 길까지.전주의 한옥마을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물론 옛 멋은 그대로이다. 눈내리는 날이면 집집이 처마에 흰머리를 지고 있는 모습에서는 세월 지나 더 곰삭아진 정겨움으로 남아 있다. 옛 사람들의 숨결과 삶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기억해내고 있는 한옥마을은 잊고 있었던 옛 이야기들을 새록새록 끄집어 안겨준다.문화공간들은 나들이 걸음을 붙잡고, 따뜻한 전통찻집과 국수집, 그리고 공예품전시관과 전통술박물관, 전통문화센터는 하루 해를 짧게 만든다. 부근의 오목대, 한벽당, 강암서예관까지 들르는 예정이라면 발걸음을 재촉해야 할지도 모른다.전통문화센터한벽루와 전주향교 사이에 있는 전통문화센터는 전주의 맛과 흥을 오롯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천변을 거닐 수도 있다. 2백50석 국악전용극장(한벽극장)을 중심으로 전통혼례식장, 시민교육관, 찻집, 야외놀이마당 등이 있다. 전통찻집에서는 판매와 함께 차문화 생활화를 위한 다례강좌 등 체험교실이, 야외마당은 전통민속놀이를 체험하고 재현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전주공예품전시관 태조로에 자리한 전시관은 전주의 공예품을 체험·관광·쇼핑할 수 있는 곳이다. 공예관과 공예전문 갤러리인 기획관 뿐아니라 방문객들이 한지공예, 도자공예, 전통자수공예를 전문가들에게 배울 수 있는 체험관도 있다. 관광공예품과 생활공예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생활공예점과 전주공예의 깊은 멋을 감상할 수 있는 명인명장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한옥생활체험관한옥마을 가운데서도 가장 옛스런 곳이 바로 이곳이다. 엣 선조들의 지혜와 기품, 생활의 멋을 한옥이라는 전통적 생활공간을 통해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옛 선비나 규수가 된 것처럼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랑채, 안채, 대청 등 기와집 3동으로 지어져 있고 온돌방에서 하룻밤 묵고 나면 맞는 아침밥상도 전통적인 조반상인 5첩반상이 준비된다. 단순 숙박의 의미를 넘어 전통문화의 향기를 전하는 공간인 셈이다. 전통술박물관술익는 냄새를 맡으며 옛 선현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는 공간. 전통술 제조과정을 재현하고 직접 참여해보는 체험공간과 술의 다양한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전시관. 이강주나 송화백일주 등 전주의 전통주를 비롯해 술을 만드는 도구, 담는 그릇, 술항아리, 잔 등을 전시해 놓고 있다. 발효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특수 스피커 시설을 갖추고 있어 실제 술익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 술의 제조과정은 물론 술에 관련한 예와 문화를 알리는 공간이다. 포석정 모양으로 꾸며놓은 박물관 마당의 시음장은 흐르는 작은 물길 위에 술잔을 띄워 시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조선 태조 이성계가 자신의 나를 세우겠다는 시를 읊었다는 곳으로 알려진 오목대, 나들이객들이 잠시 다리쉼을 할 수 있는 한벽루, 태조 이성계의 어용(그림)과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전주서고가 있는 경기전은 전주 한옥마을만이 가지고 있는 전주의 문화유산들이다. 전동성당과 전주향교, 강암서예관 등도 오며가며 만날 수 있는 근사한 공간들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01.20 23:02

전북수필문학회 제13대 회장에 공숙자씨

전북수필문학회 제13대 회장에 공숙자씨(63)가 추대됐다. 전북수필문학회는 지난 11일 여산재에서 열린 2004년도 정기총회에서 공씨를 회장으로 추대하고, 선산곡·김은실씨를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공회장은 “농사짓는 마음으로 회원들이 잘 일궈온 텃밭에 물도 주고 김도 매며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수필문학의 발전과 회원들의 공감대 형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 2000년 8월까지 교직에 재직했던 공씨는 1985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수필이 당선돼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전북여류문학회 회장·대표에세이동인 전국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수필·전북여류문학회·대표에세이·표현·전북문인협회·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수필집으로는 ‘그늘을 날지 않는 새’ ‘마음밭 갈무리’가 있다. 이날 총회에서는 운영위원에 국중하 김순영 김학 라대곤 박동수 박성숙 박성옥 박영희 소재호 이동희 이창옥 진동규씨가, 감사에 김갑순 이한기씨가 선임됐으며 주간은 진원종씨, 편집위원은 김은숙 조미애 이남구 김재순 정군수 김사은씨가 선임됐다. 임기는 2년. 이날 정기총회에는 회원 37명이 참석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01.17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