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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을 가지고 독공을 해서 목성음을, 득음을 해야 혀. 동편제라야 득음이 돼. 나가 오십 사년을 소리를 허는디, 석달 열흘 독공을 수십번 들어갔어. 중노릇하다시피, 산에서 살다시피.’(‘강도근 적벽가’p17. 강도근의 증언 부분)남원에서 태어나 남원에서 주로 활동하다 남원에서 돌아간 소리꾼, ‘두렁쇠’로 동편제의 맥을 꿋꿋이 지켜온 강도근 명창(본명 강맹근·1917∼1996)을 기리는 책자와 CD가 나왔다. 남원국립민속국악원(원장 곽영효)에서 세 번째 민속악자료집으로 펴낸 ‘강도근 적벽가’. 소리에 대한 치열한 집념과 60여년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졌던 소리 연마의 과정, 자기 예술에 대한 자존심과 예술 이외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고집스런 심성, 농사지으며 소리하는 일을 천직으로 알았던 농투사니 소리꾼에 대한 후배들의 헌정이다. 안숙선·오갑순·강정숙·전인삼·이난초씨 등이 그의 제자. 이들외에도 국악계에서 활동하는 내로라하는 국악인 중에는 그의 문하를 거쳐간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고려대 유영대 교수가 1987년 명창을 직접 면담하면서 조사한 판소리 이정을 토대로 ‘강도근의 삶과 예술세계’를 엮었고, 학예연구사 명현씨가 ‘강도근 적벽가의 형성과 음악적 구성’을 제목으로 강도근 적벽가의 음악적 특성을 정리했다. 책자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적벽가 악보는 1993년부터 3년간 전남대 전인삼 교수가 강도근에게 적벽가를 사사하며 녹음한 것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특히 유교수가 발표한 글에는 강도근 명창의 소리내력과 특징, 소리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강도근 명창과 전교수의 적벽가 교습과정을 담은 CD는 강도근 명창의 적벽가 전창인 ‘공명 동남풍 비는 대목’부터 ‘자룡 활쏘는 대목’ ‘공명제장 분발’ ‘적벽대전’ ‘새타령’이 50분 분량으로 담겨 있다. 강도근 명창의 소리는 현재 수궁가·흥보가 전바탕과 춘향가·적벽가·심청가 토막소리 녹음본이 있는 상황. 이 CD는 동편제 적자인 강도근의 음악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는 ‘기금’ 봇물이 터졌다. 20일까지 신청받는 2004년도 전라북도 문예진흥기금은 작년보다 약 6천만원 증액된 6억9천만원. 예산은 늘었으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탄탄한 창작작품과 실력있는 예술인들이라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또다른 돌파구가 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2004 창작활성화 지원신청이다. 지원은 물론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중앙 무대로 나아가 지역 문화예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하다. 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의 경우는 2002년 ‘동녘’과 2003년 ‘춘향’으로 창작활성화 지원을 연이어 받은 도내 유일의 단체. 조장남 단장은 “사전지원의 경우 경제적 부담을 덜고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 준비에 집중할 수 있고, 사후지원의 경우 초연의 부족한 점을 보강해 재공연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지역 문화예술인의 도전을 권했다.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2004 창작활성화 지원신청은 공연예술분야의 창작품 발굴·지원으로 공연예술의 질적 수준 향상과 창작활동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80년대 초반부터 시행됐다. 2004년 지원기금 예산은 모두 11억2천9백만원. 올해 재공연을 전제로 작년에 선정된 몇몇 공연의 지원금을 제외하면 가용예산은 총 8억8천만원이다.공연 전 작품을 선정해 지원하는 사전지원과 공연 후 재공연 경비를 지원하는 사후지원제도(단, 무용분야는 전면 사후지원) 두 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 신청도 사전지원과 작가 개인의 경우 12월 30일까지, 사후지원은 11월 30일까지 수시로 접수받고 있어 촉박한 기간에 따른 창작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은 덜 수 있다. 상반기·후반기 6개월 단위로 접수작품들을 모아 다음 분기 첫 달에 심사한다.대부분의 지원들이 사업계획서를 통해 결정되는 반면, 이 기금은 작품의 대본을 통해 심의하거나 직접 공연물을 보고 지원 결정을 내려 심사에 있어 무엇보다 실력이 우선된다.지역 구분 없이 우수한 창작초연작품이면 신청 가능하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공연단체 및 작가 개인이 신청할 수 있으며 1개 단체 1개 사업을 원칙으로 한다.지원분야는 공연예술분야로 음악(양악·국악·음악을 중심으로 한 복합 장르의 공연) 연극(창작극·뮤지컬·연극을 중심으로 한 복합 장르의 공연) 무용(한국무용·현대무용·발레·무용을 중심으로 한 복합장르의 공연). 사전· 사후지원이나 대극장·소극장 공연 등 분야에 따라 지원규모가 다르지만, 음악부문(오페라)은 최대 1억원, 연극부문(뮤지컬)은 최대 9천만원, 무용부문의 경우 창작음악을 사용한 A급 작품은 최대 7천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지난해에 비해 올해 심사는 창작의 기준이 엄격해졌다. 특히 각색과 창작의 경계가 애매했던 연극의 경우, 순수 희곡의 창작활성화를 위해 원작이 있는 작품의 개작 등은 제외시켰다. 공연 시간은 60분에서 80분으로, 공연횟수도 7회로 늘렸다. 문예진흥원 공연예술팀 장정진 팀장은 “창작활성화와 사후지원제도를 확대·정착시키기 위한 이 지원이 실력있는 예술인들에게 용기를 주고 공연예술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작품의 창의성과 예술성, 단체신청 경우 사업계획의 우수성·독창성·실현가능성, 신청단체(개인) 및 참가자의 창작역량 및 사업수행능력·활동실적 등을 심사하며, 사전·사후심의 모두 공연예정일정과 재공연일정이 올 7월 1일부터 내년 12월 31일 사이에 해당돼야 한다. 문의 02) 760-4581 문예진흥원 공연예술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주최하는 ‘제3회 전국 참교육실천 보고대회’가 6일부터 9일까지 원광대서 열린다.‘경쟁과 시장화를 넘어 교육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자’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대회에는 교과및 학생생활·교육문화예술등의 분야에서 모두 40개분과 2천여명의 교사들이 참석, 정책 연구마당과 분과별 주제 토론회를 연다.전교조 전북지부는 “참교육의 열정을 가진 교사들이 현재의 교육제도하에서 나름대로 올바른 교육을 실천하고자 몸부림친 결과를 집약, 공유하는 대회”라며 “권위적인 학교문화속에서도 참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수많은 무명교사들의 열정이 녹아있는 행사”라고 밝혔다.엄격한 심사기준에 의해 각 지부에서 최종 선정된 교육연구및 실천사례들을 집약, 교육현장으로 전파시키는 행사이므로 일부 교원단체가 주관하는 현장연구 보고대회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주최측은 또 부안 청소년해양수련원에서 만 5세이상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어린이 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청장 노태섭)이 지난해 전북·제주지역 사찰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찰소장 불교문화재 일제조사 결과 고창 소재 사찰이 전체 4천2백86점 중 8백89점(20.8%)을 보유, 지역별 분포현황에서 가장 많은 불교문화재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비 5억원이 투입된 이번 조사는 조계종의 금산사·선운사·관음사를 비롯해 모두 2백58개 사찰이 조사대상이었으며, 이중 2백8개 사찰에서 2천5백72건 4천2백86점의 불교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조선시대 문화재가 3천2백29점(75.4%)으로 주류를 이뤘고, 근대 9백31점(21.7%), 고려시대 1백4점(2.4%), 통일신라시대 16점(0.4%), 기타 6점(0.1%)으로 나타났다. 종단별로는 조계종단이 3천1백12점(72.6%), 태고종이 8백84점(20.6%), 기타종단 2백90점(6.8%). 유형별로는 조각류 1천9백24점, 서지류 1천22점, 서예현판류 3백61점, 불화류 3백58점, 석조물 3백7점, 공예류 1백3점, 경판 1백47점, 복식 4점이었고, 이 중 지정관리 대상문화재는 3백85건 1천5백36점으로 나타났다. 조사자료들은 도록과 CD·DVD로 제작 발간됐으며, 각 사찰(종단) 성보문화재로 공식 등록된다. 중요자료는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국가 또는 지방문화재 지정을 적극 검토할 예정. 이 사업은 문화재청이 마련한 ‘문화재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중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개년 연차사업(총사업비 50억원)으로 추진하는 역점사업이며,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이트주조는 자도주임을 내세워 전북시장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진로는 지연연고보다 기업이 실질적으로 지역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자도주 운운하는 것은 자율시장경쟁환경에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자도주가 뭘까.자도주는 지난 1977년 전국에 산재한 2천여개의 소주회사를 시도별로 한곳으로 통합하면서 생긴 지역 대표소주다. 전국 시장점유율 55%를 자랑하는 진로는 서울경기를 연고로 하고, 두산은 강원도, 금복주는 경북, 대선주조는 부산, 무학은 경남, 보해는 전남, 선양은 충남, 하이트소주는 충북, 한라산은 제주의 자도주다. 전북은 보배를 인수한 하이트주조가 지역연고 소주회사다.자도주라고 해서 해당 지역만으로 판매가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90년대 중반까지 50%이상 의무구매제 등 정책적으로 육성해왔다. 또한 각 지역마다 지역을 대표하는 술로 인식해 자도주 마시기운동을 벌이는 등 애향의 표현으로도 인식돼왔다.지역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해온 자도주의 명맥은 지금까지도 지역경제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 2003년말 현재 충남북과 전북을 제외한 시도의 자도주 점유율이 모두 50%이상이다. 경북지역은 금복주가 소주시장의 96%를 차지하며, 서울경기에서는 진로가 94%를 점유한다. 한라산도 제주시장의 92%를 차지하며, 부산에서는 대선주조가 86%, 경남에서는 무학이 82% 차지하는 등 절대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이웃 전남역시 보해가 76%, 강원도에서는 두산이 시장의 57%를 점령했다. 반면 충남은 선양이 44%, 전북은 하이트주조가 36%, 충북도 하이트소주가 26%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한성수/ 도서출판 삼일사 펴냄 / 7천원시인 한성수씨(66)가 세번째 시집 ‘웃음의 강’을 펴냈다.학창시절부터 시를 품고 좋아했던 시간들은 벌써 50여년이지만, 그가 세상에 내놓은 시집은 ‘이 영원한 찰나 속에서’ ‘날개, 날개여’ 를 비롯해 모두 3권. 서두르지 않는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밀도있는 시를 선보이려는 그의 노력 때문이다. 한씨의 작품들은 지나치게 형식에 치우쳐 화려함만을 내세우지도 않고, 내용만을 늘어놓은 지루함도 없다. 형식과 내용, 이성과 감성이 잘 조화돼 절제된 언어와 구조화된 깨끗한 이미지가 돋보인다.그의 연작 ‘머리와 가슴으로 쓰는 시’는 손가락으로 만들어내는 체험 없는 시를 경계하고 가슴으로 쓰기위해 노력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이운룡씨는 “한성수의 시는 사회적·시대적 불안 속에서도 긍정과 낙관의 낭만정신을 삶의 가치와 존재의 의미로 짙은 여운을 남겨둔다”고 평했다. 한씨는 88년 ‘예술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으며 ‘갈숲문학’ 동인회 회장·‘전북문단’ 전북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으로 활동중이다.
김금혜/도서출판 한맘 펴냄 / 6천원“창을 하면 우리 정서가 느껴지듯이 시조도 마찬가지에요. 쓸때나 부를때나 꼭 우리 음악 같아요.”여섯번째 시조집 ‘적벽강’을 펴낸 김금혜씨(54). “시조라면 무조건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쉽다”는 김씨는 시조야말로 농축된 문장으로 우리 정서가 듬뿍 녹아있는 문학이라고 말한다. 그는 일반인들에게 시조를 쉽게 소개하기 위해 시와 시조의 접목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번 시집에도 몇 편은 시조의 틀을 벗어나 시적 진행으로 꾸몄다. 주로 자연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고 주변 일상을 담아오던 김씨가 시대적 문제로 폭을 넓힌 것도 이번 시조집의 특징. ‘사랑의 몸짓’ ‘봄꽃서정’ ‘산행’ ‘묻혀간 날의 노래’등 네 장에 모두 1백여편의 시조가 실렸다.96년 원광대 평생교육원에서 시조를 시작한 그는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했다. 97년 한국시 신인상으로 등단, 2002년 마한 문학상을 수상했다.
꽤 오랜 속앓이를 끝내고 ‘아주 특별한 새해’를 맞은 세 사람이 지난 달 26일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첫 발을 내민 새내기 작가들. 시 부문 ‘풍경(風磬) 끝에 매달린 물고기나 되어’의 문신씨(31·마음사랑병원 기획실)와 단편소설 부문 ‘흰 닭이 날아가는 곳’의 최영두씨(38·서점‘책사랑’운영), 수필 부문 ‘오카리나’의 김성구씨(55·한전 동대구지점)다. 꽤 오랜 습작과정을 거친 올해 당선자들은 동인모임 등을 통해 이미 활발한 창작활동을 해온 것이 특징이다. 시를 쓴지 10년째. 문씨는 “지난 한 해 서른이 넘어서도 계속 시를 쓸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며 2003년에 신춘문예 배수진을 쳤다. 전남 여수가 고향인 그는 전주대 국문과에 입학한 1993년부터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던 문학도. 하지만 해마다 최종심에서 고배를 마셨고, 그를 지켜보던 주위 지인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었다. 여름 휴가를 포기하고 김제 금산사 부근 암자에서 작심하고 시에만 매달렸던 이유도 그 때문.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당선작은 휴가기간에도 자꾸 전화를 하는 회사에서 모티브가 나왔다. 유유자적. 이런저런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풍경 끝에 매달린 물고기’처럼 건들건들하며 자연에 도취돼 살고 싶은 마음이다. 대학 4학년때 인연을 맺은 스승, 이병천씨(소설가)와 만날 때마다 글을 쓸 동기가 부여됐다는 그는 “이제 한 매듭을 풀어 자신감도 생겼고, 글에 대한 믿음도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전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했지만 소설을 쓴지 벌써 18년째인 최씨도 글을 쓰려는 의지가 침체되고 있는 때에 들려온 소식이어서 더 신이 났단다. “집 옆에 우체국이 있어 신춘문예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고 말하는 그는 등기우편으로 보낼 때 받는 영수증을 모으는 것이 취미가 되었을 정도로 많은 도전을 했었다고 고백했다. 군산에서 10년째 중고서적 판매점을 운영해오고 있는 그는 글벗모임‘반디불’·소설문학동인‘탁류’·군산문인협회 등 군산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신토불이 작가. ‘오늘의 문학’ 신인상과 여수 해양문학상으로 이미 등단의 절차를 마쳤다. 그래서인지 군산문학계에서도 “될 사람이 됐다”는 반응. “어느 날 글만 쓴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죠. 현실적인 문제가 덜미를 잡았습니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의 도리와 또 글에 있어서도 현실과 거리가 먼 문학에 대한 회의랄까요.”당선작의 주제는 진정성을 통한 삶의 의미 찾기. 고(故) 이오덕 선생이 주장하던 생활과 일치된 글쓰기 운동에서 큰 가르침을 받았다는 최씨는 장편소설과 시나리오·희곡·드라마극본 등 다양한 장르로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여행을 자주 다녀서 전라도에 친구들이 많다”는 수필 부문 당선자 김씨는 꽤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지천명을 훌쩍 넘어선 그이지만 이런 저런 예술장르에 끌리면 참지 못하는 ‘맛보기 제왕’. 다루는 악기도 많고 성악 실력도 상당하단다. 소지로의 오카리나 연주 ‘대황하’를 듣고 매료됐던 그의 경험을 그린 당선작 ‘오카리나’ 역시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면 글의 소재로도 쓸 수가 없다”는 그의 성격이 묻어 있다. 문학과 인연을 맺은 건 2000년. 대구‘수필사랑’·경북대 평생교육원 시창작반에서 실력을 쌓았고, 방송통신대 국문과에 다시 입학할 만큼 그는 적극적이다. “당선소식을 듣고 좋았다기보다는 몽롱했습니다. 회사 간부고시(?)에서 합격했을 때보다 더 좋았습니다. 그보다 더 짜릿한 전율이 온 몸으로 왔지요” 그의 당선으로 전라도와 경상도의 물장벽이 터진 것도 한 수확. “대구사람을 뽑아준 것에 대해 자신뿐 아니라 지인들 모두 감격했다”고 했다. 아버지의 노력하는 모습과 그 열매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는 그는 “앞으로 소설과 시의 기법을 동원해 수필을 쓸 것이며, 수필이지만 피가 뚝뚝 흐르는 치열한 글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작은 모두 1,192편(시 882편, 소설 67편, 수필 243편). 지난해에 비해 소설 응모작이 줄어든 반면 수필은 늘었다. 지방신문 신춘문예의 한계를 벗고 대구·인천·강원·부산·충북 등 타지역 참가자들의 비율이 75%를 넘어섰다는 것도 큰 수확이다.
지난 3일 오후 5시 입후보자 접수를 마감한 제5대 한국예총 전주지부장 선거에 최무연 한국음악협회전주지부장(52)이 단독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최회장은 예총전북도지부 사무국장을 역임, 현재 순현음악학원 원장을 맡고 있으며 전북대와 전주대에 출강 중이다. 선거는 10일 오전 11시 전주덕진예술회관에서 각 협회에서 5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해 열린다. 선거일이 토요일 오전이어서 대의원의 과반수 참석 여부가 문제. 단독 후보여서 선관위는 가부를 묻고, 여의치 않을 경우 투표 방식으로 선거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선거관리위는 투표가 이루어질 경우, 선거인단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득표가 되어야 당선이 확정된다고 밝혔다. 선거관리위원은 전주국악협회 김학곤 회장(위원장), 전주예총 이경노 감사, 전주연극협회 조민철 회장이다.
국립민속국악원(원장 곽영효)이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선정 기념으로 ‘창극 춘향전’ DVD를 제작했다. 지난 5월 국립민속국악원 공연장에서 있었던 제73회 춘향제 기념 ‘창극 춘향전’ 공연 실황을 수록한 것. 한국 민속악계 최고 명인 명창급 감독 및 지도위원, 단원들이 대거 참여한 ‘창극 춘향전’은 지기학씨가 연출을 맡았으며 성우향 명창이 작창, 거문고 명인 김무길씨가 예술감독, 대금 명인 심상남씨가 음악지도, 지도위원 계현순씨가 안무를 맡았다. 전북무형문화재 유영애 명창과 2003년 임방울명창판소리대회 대통령상을 수상한 소주호씨를 비롯해 방수미(춘향) 황갑도(이몽룡) 유하영(월매) 최태진(방자) 박은선(향단)씨가 열연했다. 학예연구사 서인화씨는 “판소리 유네스코 등재에 힘입어 판소리를 기초로 시대 정서에 맞게 재구성한 창극 공연물을 DVD라는 새로운 매체로 제작했다”고 소개했다.이번 DVD는 ‘공연보기’를 통해 전체 공연을 감상할 수 있고, ‘장면선택’으로 각 막과 장을 따로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제작의의와 줄거리, 출연진과 스태프, 공연 사진 등 공연자료와 해외 홍보를 위한 간단한 영문자료를 수록했다.
올해부터 공연·전시 기획자를 비롯해 문화예술인들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공연장(영화관 및 자동차극장 포함)·박물관·미술관·문화재 등 입장료(관람료)에 부과됐던 2∼6.5%의 문예진흥기금 모금방식이 2001년 정부의 준조세 정비방침에 따라 2003년 12월 31일자로 일년 앞당겨 폐지됐기 때문이다. 그 동안 문화예술계 현장인력과 학계는 “입장료에 포함된 문예진흥기금 부과금은 기부금 성격의 재원이 아니라 준조세”라며 부과 대상이 불특정 다수로 광범위하며, 강제성이 높고, 부담 주체와 부담금 용도간의 직접적인 연계성이 미흡하다는 것을 이유로 폐지를 주장해왔다. 도내 문화예술계 실무자들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 1월 중 대형뮤지컬과 움직이는 그림동화 등 공연물 2편을 준비하고 있는 ㈔마당 김승민 기획실장은 “부담스러웠던 짐을 덜어낸 느낌”이라며 “어느 정도의 경비가 절감된 만큼 시민들에게 더 좋은 공연을 선사해야 할 책임이 무겁다”고 말했다. 소리전당 대관담당 업무자인 이향미씨는 “순수예술이나 순수예술이 아닌 곳 모두에게 형평성과 관련해 시시비비가 많았던 만큼 이번 정책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반겼다. 마임이스트 최경식씨도 “공연을 준비하는 예술인들에게 조금은 부담이 줄었다”며 “앞으로 공연 자체에 좀 더 힘을 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 연출가 류경호씨는 “문화예술계에서도 시민사회의 자발적 의사에 기초한 기부금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 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그러나 기금이 절감된 만큼 정작 극장이나 공연장 입장료에는 변동이 없어 관객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다. 공연기획자나 극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입장료에 부가됐던 문예진흥기금이 폐지되었다고 해서 당장 입장료 인하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입장. 도내 극장가도 “대세를 따라야겠지만 3백∼4백원을 할인해 주는 것보다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반응이다. 사찰을 비롯한 문화재시설의 입장료도 별다른 변화는 없다. 또 “모금제도 폐지로 오히려 정확한 입장객의 수를 환산하지 못하는 역작용도 우려해야 한다”며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처럼 관객 수나 입장수입에 대한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해 초대권 남용이나 서류조작 등으로 관객 수를 부풀리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문화예술분야의 창작 지원금 등으로 활용되어온 문예진흥기금은 정부출연기금에 지난 1973년 각 문화시설 입장료에서 강제적으로 거출한 기금으로 조성된 것. 2003년 10월 말 현재 5천2억원이 조성됐다. 그러나 적립을 우선시 하는 정책기조 때문에 지원사업비는 증액되지 못한 채 오랫동안 현상유지되어 왔고, 운용수익은 점차 감소되는 현상(2002년 297억원/2003년 243억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쓰여질 부문이 확대되면서 갈수록 더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고 있는 형편. 따라서 일부에서는 주요 재원이었던 모금 수입 폐지로 기금 운용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이러다가 문예진흥기금 자체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제기되고 있다.이에 대해 한국행정연구원 규제개혁연구센터 김태윤 소장은 “문예진흥기금 징수 폐지는 사회의 문화예술에 대한 기대와 지원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준조세를 정부의 정규 예산항목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가 오히려 확고해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정부는 이번 폐지로 문예진흥기금을 국고지원방식으로 전환해 향후 5년간 필요한 사업비 부족분 2천5백억원 정도를 국고에서 직접 지원하기 위해 로또복권 등을 통한 기금 조성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성균관대 정진수 교수는 “민간기금이 공공기금화돼 국가예산 편성 같은 방식과 일정으로 경제부처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통제된다면 문화예술 고유의 특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지고 경직될 것이 우려된다”며 “문화예술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정부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 달 20일 마감하는 2004년 도 문예진흥기금 지원규모는 6억9천만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7,000만원이 증액됐으며 지난 31일 마감한 무대공연작품지원액은 4억7천6백만원이다.
전주 아중문화의집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마련하는 토요가족극장의 1월 테마는 ‘엄마와 함께 읽는 명작 동화’가 마련됐다. 상영작은 ‘바보이반’(3일) ‘황금거위’(10일) ‘눈의 여왕’(17일) ‘호두까기인형’(24일) ‘나무꾼의 소원’(31일) 등 5편. 아중문화의집 2층 문화공연장에서 상영되며, 관람료는 없다. 문의 063)241-1123
남자와 여자로 만나 남편과 아내로 살아가는 부부. KBS 전주방송총국(총국장 오태수)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듯 하면서도 때로는 가장 멀게 느껴지는 복잡미묘한 부부 이야기를 ‘아침마당 전북(토요일 오전 8:25 ~ 9:30 1TV)’ 신년 화두로 삼았다. ‘아침마당 전북’은 신년특집으로 1월 한달동안 가정의 중심이 되는 ‘부부’의 의미를 조명하고 건강한 부부상을 제시한다. 부부이야기 첫 방송 3일에는 격동의 7∼80년대를 넘어오며 한국 민주화 운동의 중심을 지켜온 이석영 교수(68·전북대 농화학과 명예교수)를 초청한다. ‘한국민주화 운동의 산 역사 이석영 교수 부부’를 통해 음식물 재활용과 생태농장을 고집하는 농부교수와 예수병원 간호사로 정년퇴임한 부인 이숙자씨(62)의 부부생활 38년의 속깊은 정을 소개한다.전라도 아내와 경상도 남편의 행복한 결혼생활 ‘명창 안숙선 부부’ 이야기는 10일 방송된다. 진주 공연에서 명창과 팬으로 만나 한 가정을 꾸리게 된 안숙선(56·국립창극단 예술감독)·최상호(60·삼원직물 상무이사) 부부. 무뚝뚝한 남편의 소리사랑·아내사랑을 소개한다.17일 시댁 두부공장을 물려받아 25년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금보다 콩이 더 좋은 함정희씨 부부’. 100% 토종콩을 고집하는 함정희씨(51)와 남편 박성기씨(55)의 알콩달콩 우리콩 지키기다.24일 고향이 그리워도 갈 수 없는 ‘탈북자 부부의 아주 특별한 설날’는 남한 생활 적응기와 북한의 설 이야기로 채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음악과 노래에 담아내는 정읍 손경옥(38)·정팔용(46)부부, 남한 남자 정윤모씨(33)와 결혼한 유영애씨(32)가 출연한다. 30일은 ‘봉화당의 강을선 훈장 부부’를 초청한다. 순창 산골마을 서당 봉화당에서 청학동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훈장 강을선씨(53)와 그의 아내 유성순씨(45)가 부부의 참의미를 들려준다.
‘웃음 가득한 얼굴에, 숨가쁠 정도의 경쾌한 리듬에 발랄한 춤’가수 현숙씨(45·본명 정현숙)를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만년소녀’같은 그런 모습은 신인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그래서 올해로 데뷔 26년째를 맞는 중견가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는 아직도 신인같은 풋풋함이 남아있다.사실 그녀 또래의 가수들은 대부분 활동을 중단하거나 은퇴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20대 후배들 못지않은 활발한 활동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오히려 최근 발표한 ‘요즘남자 요즘여자’‘오빠는 잘 있단다’등으로 방송국 주최 가요대상에서 가수상을 수상하는 등 전성기를 누리고 있을 정도다. 그녀는 구랍 29일 SBS의 가요대전에서 6대 가수(트로트 부문)에 선정된데 이어 KBS 가요대상 10대 가수상을 받았다. KBS 가요대상의 경우 지난 96년부터 8년연속 가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지난 79년 ‘타국에 계신 아빠에게’로 데뷔한 그녀가 지금까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타고난 성실함과 노래에 대한 강렬한 열정이 자리하고 있다.그녀는 지금까지 총 23번의 앨범을 발표했다. 피나는 자기노력 없이는 결코 쉽지 않은 숫자다.그녀는 “항상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저는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라는 소리가 제일 싫었습니다. 마음먹은 일이 있으면 될때까지 노력합니다. 덕분에 결과는 좋았습니다. 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중학때까지 배구선수로 활동했던 그녀가 가수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지난 78년 군산서해방송 주최 노래자랑에 친구들과 함께 장난삼아 참가하면서부터. 당시 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그녀는 심사위원이었던 작곡가 임종수씨로부터 ‘(고교)졸업하면 테스트나 한번 받아보라’는 말에 집안의 강력한 반대를 뿌리치고 무작정 상경해 오디션을 받았다. 그리고 오디션 도중 우연찮게 임씨의 사무실에 들른 가수 김상범씨로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곧바로 가수로 데뷔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그녀의 매니저를 맡고 있다.“이전까지 저의 꿈은 여판사가 되는 것이었어요. 외가쪽에 법조계로 진출한 분들이 많았거든요. 어머니는 눈물로 저를 설득했지만 저의 결심을 꺽을 수는 없었어요. 후회는 없습니다. 지금은 가수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으니까요.”조승권 전 부장판사와 조철권 전 도지사 등이 외가 친척들이다.가수데뷔 이듬해 그녀는 ‘정말로’‘포장마차’등 트로트 댄스곡을 잇따라 히트시키면서 곧바로 스타반열에 올랐다. 80년부터 3년연속 MBC 10대 가수상을 수상했다.그러나 가수로서의 빠른 성공과는 달리 개인적으로는 적잖은 아픔이 있었다.어머니(81)가 지난 81년 중풍으로 쓰러진데 이어 아버지(96년 사망)마저 92년부터 치매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3남3녀 가운데 다섯째인 그녀는 시골에 계신 오빠들을 대신해 자원해 부모님을 모셨다. 물론 결혼도 미뤘다. 그녀는 몸을 가누지 못한 어머니를 아침 저녁으로 몸을 씻겨드리고 용변 기저귀를 갈아들리는 등 지극 정성으로 모셨다.16년동안 치매와 중풍으로 몸져누운 부모를 병수발한 그녀의 효행은 이웃 주민들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어 96년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당시 그녀의 집을 방문한 심사위원들 모두 눈시울을 적셨을 정도였다고 한다. ‘연예계의 효녀심청, 또순이’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때다.“‘효녀’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불효자인 걸요. 부모님을 건강할 때 잘 모셔야 했는데... 거동이 불편해 좋은 구경과 좋은 못 사다드리니 죄스럽고 후회스럽습니다.”현재도 중풍으로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노모의 병원비는 웬만한 월급쟁이 한달 월급 이상이다. 억척스러울 정도로 돈을 아끼며 저축을 했던 그녀는 지난 2001년 저축의 날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7년전부터는 매년 연말 ‘소아백혈병 아이 돕기’바자회 및 미니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남모르는 선행을 펼치고 있는 그녀는 “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제가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가 그들로부터 새로운 희망을 얻습니다”며 부끄러워했다.올해는 5월 어버이날에 대규모 ‘디너쇼’를 계획하고 있다. 26년만의 첫 콘서트다.‘뮤지컬처럼 뭔가를 보여 줄 수 있는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들떠 있는 그녀는 “서울을 비롯 김제·군산 등 각 지역을 돌면서 콘서트를 열 예정”이라면서 “수익금은 전액 그 지역 불우이웃을 위해 ‘이동목욕차량’을 구입해 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음이 따뜻한 그녀다운 생각이었다.최근들어 ‘사랑’과 관련된 노래를 많이 불러 결혼 계획에 대해 물었다.“억지로 할 생각은 없고 자연스럽게 할 것 입니다. 이왕이면 가슴이 포근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이 많은 대가족 집안이면 더 좋고요.”바쁜 가수활동중에도 고향(김제시 월촌동)에 대한 생각을 한번도 잊어 본 적이 없다는 그녀는 “고향이 없다면 가수 현숙도 없었을 것입니다. 고향을 위해 뜻있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못해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며 미안해 했다. 끝으로“ 그녀는 “항상 무대에 서면 연예계에서 전북대표로 노래를 부른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며 고향 전북의 발전을 기원했다.
2004년은 문예진흥기금 모금제도 폐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칭) 설립, 일본 대중문화개방 확대 등 굵직한 사안들이 문화예술계 앞에 놓여 있다. ● 문예진흥기금 모금방식 폐지공연장·박물관·미술관·문화재 등 입장료에 부과됐던 문예진흥기금 모금방식이 ‘준조세 정비’ 방침에 따라 폐지, 정부는 국고지원방식으로 전환해 향후 5년간 필요한 사업비 부족분 2천5백억원 정도를 국고에서 직접 지원하겠다며 로또복권 등을 통한 기금 조성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예진흥기금은 앞으로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고 있는 형편. 따라서 문예진흥기금의 주요 재원이었던 모금 수입이 사라지고 나면 기금 운용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또 2005년 이후 매년 5%이상의 증가율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문화계의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화계는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문예진흥기금의 유력한 대체 재원으로 제시된 ‘복권 및 복권기금법’을 통한 재원 마련의 명문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일본대중문화 4차 개방일본대중문화의 개방의 본격화도 문화계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일본대중문화 4차 개방계획에 따라 지상파방송은 생활정보 등을 담은 일본 교양프로그램과 국내 영화상영관에서 개봉된 일본영화를 올해부터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다. 드라마는 한·일공동제작드라마에 한해 부분 개방됐고, 국내에서 열리는 일본대중가수 공연의 중계방영 및 일본가수의 국내방송출연 등을 통해 일본 노래를 안방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서는 생활정보 등 교양프로그램, 국내 영화상영관에서 개봉된 영화 및 극장용 애니메이션, 일본어 가창 등 대부분의 일본 방송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버라이어티쇼·토크쇼·코미디 등 오락 프로그램은 4차 개방에서 제외됐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개방도 2006년으로 미뤄졌다.● 문화예술진흥원이 민간자율기구인 문화예술위원회로문화관광부 산하기관인 문화예술진흥원을 민간자율기구인 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하는 사업도 문화예술정책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올 상반기에 출범 예정인 문화예술위원회는 현장 문화예술인들로 구성될 위원회가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문예진흥기금 운용계획을 독자적으로 계획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안을 놓고 지난해 일부 문화예술인들은 ‘특정 부류의 문화예술계 장악’ 등을 우려해 반대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화예술정책에 민간의 참여가 확대되고, 관련제도가 개선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올해는 갑신년(甲申年)으로 잔나비해이다. 잔은 잔꾀나 잔재주의 잔과 같은 의미라 한다. 이를 납(원숭이)과 합쳐 만든 단어다. 따라서 그냥 원숭이 띠라고도 불린다. 잔나비는 인간과 함께 영장류에 속한다. 인간과 95% 많으면 98.5%의 유전자가 비슷하고 몸의 형태와 움직임이 인간과 비슷하다. 그래서 원숭이는 인간처럼 민첩하고 꾀가 많고 장난을 잘하는 동물로 간주된다. 원래 12간지(十二干支)는 불교에서 온 이야기다. 이 세상의 동서남북을 동물신들이 지켰는데 원숭이는 서남서를 지키는 수호신이다. 각 동물신은 각각 자기가 속한 해에 태어난 사람들의 운명을 조종하고 보호하는 수호신이다. 원숭이신은 원래 11가지 얼굴을 가진 십일면보살이 수억의 얼굴이 있는 인간세상에 내려가 그 얼굴을 파악하고 평정하라는 명령을 받고 지상에 내려와 원숭이신이 되었다고 한다. 원숭이신은 12 지신상(支神像)의 하나로 통일신라시대부터 등장한다. 무덤을 지키는 호석(護石)이나 탑상(塔像) 등에서 머리는 원숭이, 몸체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무기를 손에 들고 지키는 형상이다. 또한 원숭이상은 궁궐 등의 추녀마루에 악귀를 제압하는 동물상의 하나로 올려져 있다. 백제의 금동대향로에도 원숭이상이 조각되어 있다. 청자(靑磁)와 백자(白磁)에도 원숭이가 여러 가지로 장식되어 있다. 봉산탈춤에서는 원숭이탈이 나온다. '원숭이도 나무에 떨어질 날이 있다' 등과 같은 속담이나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동물로 갖가지 만능의 재주꾼으로 묘사되고 있다. 상신일(上申日)은 새해 들어 처음 맞는 원숭이날이다. 여자보다 남자가 먼저 일어나서 문밖에 나가고, 비를 들고 부엌의 네 귀를 쓴 후 다시 마당의 네 귀를 쓴다. 이렇게 남자가 먼저 부엌에 들어가 청소하면 부엌 귀신을 쫓아내 가족이 무병하다고 전해진다. 제주도에서는 납날이라고도 하며, 특히 이 날은 나무를 자르지 않는다. 이 날에 나무를 자르면 손을 베거나 다치고 그 재목에 좀이 많이 든다고 한다. 원숭이가 사는 나무를 잘라 재수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잔나비띠에게 수재(水災), 화재(火災), 풍재(風災)의 삼재(三災)가 드는 해가 인묘진(寅卯辰)의 해이다. 이때는 세 마리의 매를 그려 문설주에 붙여 액을 방지한다고 한다. 과거에 이렇게 믿다보니 원숭이띠는 말썽도 많고 장난도 많고 재주도 많고 재치도 많다고 믿었었다.
바람이 불었다. 눈발 없는 탓일까. 겨울 바람은 힘을 잃었다. 대신 실상사 뒷편 소나무 숲, 하늘 향해 곧게 뻗은 청청한 나무들은 한결 힘을 얻었다. 씩씩한 소나무들을 지나온 도법스님이 말했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예요. 존재의 근원이지요. 그러나 지금 지구촌 생명은 전체가 위기이고, 그것은 곧 평화도 위기임을 뜻합니다. 우리 모두가 힘의 논리, 공격의 논리, 싸움의 논리로 세상을 살아왔기 때문이예요. 그러니 이제 그러한 논리의 부당함을 깨닫고 생명에 눈떠야 합니다."스님은 그것은 곧 존재의 실상에 눈뜨는 일과 같다고 말했다. 존재의 실상에 눈뜨는 일이란 '죽어가는 사람에게 음식을 먹이면 살아나고,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면 갈증이 사라지는 것, 너를 딛고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너를 인정함으로써 나도 함께 사는 것'. 우리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힘의 논리, 싸움의 논리'를 버려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실체다. 그러나 이 시대 우리 민족이 처한 현실은 엄정하다. 생명과 평화가 숨쉬어야 할 자리에 갈등과 대립이 깊게 뿌리내린 우리의 삶은 고단하고 불행하다. '해답'이 없을까."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방식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필요해요. 길은 그것 뿐이지요. 성찰해야만 깨달을 수 있고, 그래야만 길을 찾습니다."새해 아침, '생명에 눈뜨는 길'이 놓였다. 스님 말씀 처럼 나만 사는 길, 인간만 살 수있는 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생명'과 '존재의 실상'에 이르는 길은 가깝거나 멀거나 꼭 가야할 길이다.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예선을 거쳐 올라온 작품 백여 편을 읽고 난 선자(選者)의 마음은 푸근하였다. 전체적으로 일상에 대한 겸허함과 가족?친지간의 사랑이 진하게 표현된 작품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이런 ‘겸허함’과 ‘사랑’이라는 문학정신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받쳐주는 주춧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위안과 함께, 요즘과 같은 어지러운 세태일수록 수필의 가치가 돋보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여덟 편을 골랐다. 「자전거 소리」(김태하), 「망해사」(이주리), 「이웃집」(노경해), 「할머니 구두」(이주희), 「된장찌개의 법칙」(이경임), 「달력」(김윤선), 「부고철학」(곽흥렬), 「오카리나」(김성구) 등은 모두 수준작이어서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문장의 자연스러움과 구성력, 소재를 주제로 구현하는 과정, 진실성의 확보 등을 염두에 두고 다음 세 편을 다시 읽었다. 「달력」은 꾸밈없는 문장 속에 진솔한 일상이 잘 표현되었고 사색의 깊이도 만만찮게 느껴졌지만, 작품 전체의 구성이 충분하게 세련되지 못한 것이 작은 흠이었다. 「부고철학」은 안정된 문체 속에 번득이는 예지가 드러나 있어 작가의 범상치 않는 안목이 감지되는, 그래서 글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오카리나」는 일상 속의 작은 소재를 주제로 구현하는 과정이 탁월한 작품으로, 사색의 깊이, 집중력 있는 구성, 안정감 있는 문체가 전체적으로 주제 구현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읽혔다. 특히 뒤의 두 작품은 수필 고유의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각기 다른 독특한 문체와 분위기로써 그걸 뒷받침하고 있어서 대조적인 맛과 운치를 느끼게 하였다. 이 두 편은 모두 당선작으로서 손색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한 편을 고르는 책무 때문에 결국 「오카리나」를 뽑았다. 이 작품 외에 함께 응모된 같은 작가의 다른 세 편의 수필이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니면서도 모두 일정한 수준과 품격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재와 주제에 따라 다른 문체를 구사하는 이 작가의 미덕이 한결 미더웠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밖에도 부분적으로 빛나는 장점을 보인 작품들이 많았지만 지면관계상 일일이 언급하지 못한 아쉬움을 밝히면서, 응모자 여러분의 ‘건강한 문학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임명진(전북대 교수, 문학평론가)
발신자 번호가 063으로 이어지는 번호를 보는 순간 가슴은 콩닥 거렸고 전통과 예향의 고장과 인연이 맺어진다는 기쁨에 음성은 가늘게 떨렸습니다.글쓰기는 헝클어진 삶의 매듭을 풀기도,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두 서너 달 만에 겨우 한 작품을, 그것도 지도 선생님의 몇 차례 겁박이 있어야 가능했습니다. 끙끙거리며 쓴 글이 뻔한 이야기, 넋두리 같아 작품 쓰기가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치열함의 갈구는 허공에만 맴돌았기에 들뜬 가슴의 열기를 식혀줄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시샘이 많은 치열함을 붙들기 위하여 내가 아끼던 것들을 하나씩 내어 놓아야할 것 같습니다.감동을 주는 글에 집착하여 자칫 빠지기 쉬운 서정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지 않으려고 시와 수필 사이를 오고 간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지천명의 나이가 훌쩍 지나 면허증을 받았지만 초보운전자답게 법규를 다시 살펴보며 서두르지 않고 조신하게 운전할 것입니다.그리고 "수필도 문학이가" 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자신을 더욱 채찍질할 것입니다.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 위원님, 열정으로 지도해주신 수필사랑의 홍억선 선생님, 격려해주신 회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전북일보와의 귀한 인연 소중히 간직 하겠습니다.●김성구1948 대구 출생경일대학교 전자계산학과 졸업한국방송통신 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수필사랑 동인회 회원한국전력공사 동대구 지점 근무
오카리나는 이태리어로 '작은 오리'라는 뜻이다. 악기의 모양이 오리와 닮아서 이름이 그렇게 붙여진 듯하다. 지금은 흙으로 빚어 만든 폐관 악기를 통칭해서 오카리나라고 한다. 오카리나의 투명하고 그윽한 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끝없는 미지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페루에서는 거리 악사의 애조를 띤 음성이 되고, 히말라야 고원에서는 목동의 피리가 되며, 바이칼 호수에서는 아침 햇살을 즐기는 새가 된다.내가 오카리나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노무라 소지로가 연주한 "대 황하"를 듣고 나서다. 1986년, 일본 NHK-TV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대 황하'의 배경음악이 오카리나로 연주되면서 이 악기가 국내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오카리나 애호가들은 작곡자이자 연주자이며 匠人인 소지로가 만든 악기로 연주하고 싶어한다. 소지로는 "예술가는 고독하지 않으면 예술 혼이 훼손된다"는 신념에 따라 문명의 편리함을 뿌리치고 지금도 산속의 폐교에서 가족과 애견만 데리고 자기의 예술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오카리나의 소박하고 깊은 울림의 소리는 흙의 풍요로움과 아늑함 때문일 것이다. 지상의 모든 생명체는 흙에서 태어나 흙의 보살핌을 받다가 흙으로 돌아간다. 흙에는 모든 생명체의 흔적이 녹아 있다. 그러기에 흙은 생명체의 영원한 품속과 같다. 흙속에는 수분이 배어들어 호흡할 수 있는 미세한 공간이 있다. 그래서 오카리나는 연주자의 숨을 통해 내뱉는 침을 흡수하여 소리가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저열에서 가공되는 것이다.오카리나는 연주자가 보낸 마음에 따라 다른 울림을 보낸다. 부드럽게 속삭이면 나비가 날고, 애틋한 사연을 보내면 풀벌레 음성으로 가슴에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고함을 치거나 윽박지르면 겨울바람 소리만 들려준다. 입으로만 내는 기교의 소리는 아무리 아름답게 치장을 하여도 허공을 맴도는 공허한 소음에 지나지 않지만 가슴 밑바닥의 꾸밈없는 소리에는 만물이 미소지으며 화답한다. 오카리나의 제일 높은 음은 제 음정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다른 관악기와 마찬가지로 오카리나도 고음으로 갈수록 세게 불어야 하지만 가장 높은 음은 오히려 바로 밑의 음보다 조금 약하게 불어야 제 음정을 낼 수 있다. 작게 불면 소리가 나지 않고 기분에 들떠 너무 세게 불면 음이 뒤집혀 바람 소리만 난다. 이는 마치 질 높은 삶이라 해서 반드시 풍요한 물질이나 높은 지식이 필요하지 않는 것과 같다. 소리는 부딪히는 물체에 따라 다르다. 딱딱한 물체의 둔탁한 소리는 감정이 없고 날카로운 물체의 자지러지는 소리는 짜증스럽고 불안하다. 양적 팽창을 추구하는 사회는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하지만 가슴끼리 부딪히는 소리야말로 벅찬 감동을 주는 아름답고 귀한 소리이다. 폐관 악기인 오카리나는 밀폐된 공간에서 수없이 부딪히고 돌아서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낸다. 몇 번이나 되돌아보는 자기 성찰의 소리는 잘 빚은 술처럼 깊은 향기가 배어 있으며 주변과 어울려 아름다운 화음이 된다. 굳이 오카리나의 결점을 말한다면 다른 악기에 비해 음역이 좁다는 것이다. 오카리나를 처음 배우려고 했을 때 몇 번이나 망설였다. 피아노는 52음이고, 하모니카는 24음이나 되는데 고작 13음 밖에 되지 않는 오카리나로는 연주에 한정이 따르지 않을까 해서다. 그러나 주어진 조건보다는 그렇게 주어진 환경에 의미를 부여하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음역이 좁아 오히려 빨리 숙달될 수 있는 장점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부족한 듯한 이런 점들이 동양 예술의 토양이 아닌가 생각 되었다. 동양의 회화들은 서구의 회화처럼 그 선이나 색깔들이 복잡스럽지 않다. 절제되고 축소된 선에서 오히려 그려 넣기 어려운, 그릴 수 없는 많은 색과 선을 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제까지 나를 감동시킨 맑은 음색까지도 좁은 음역이라는 선입견으로 무시하고 비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절제되고 압축된 음역이야말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기만의 소리로 주어진 삶을 다듬고 가꾸는데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카리나와 빨리 친해지고 싶어 아침저녁으로 내 마음을 실어 보았지만 재주가 없고 정성이 부족한 탓인지 가족들의 잠만 설치게 하였을 뿐 오카리나는 좀처럼 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자기 목소리도 제대로 구분 못하면서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여과되지 않은 감정의 쇳소리를 얼마나 씩씩하게 말했던가. 가슴 밑바닥에서 솟아나는 진솔한 마음으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치열하지 못한 사유(思惟)로 허공에 흩어지는 소리만 지껄인 자신을 돌아본다. 작은 결점이 크게 보여 친분에 금을 그었거나 너무 많은 것, 완벽함을 기대하다 실망과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이 가을이 다 가기 전 전화라도 해야겠다. 처음으로 오카리나 소리에 반했던 그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보며 작지만 나만의 소박한 소리를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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