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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전라예술제, 기획력 미흡 연례행사화 아쉬워

대형 축제들의 파워에 밀려 12월로 옮겨 치러진 올해 전라예술제는 일부 협회의 돋보인 무대에도 불구하고, 연례행사의 형식적 틀을 벗어나지 못한 일부 협회들의 기획력 부재로 아쉬움을 남겼다. ‘의지는 돋보였지만 관행을 극복하는데는 실패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 올해로 42회를 맞은 전라예술제는 전북예총(회장 김남곤)이 주최하고 10개 협회가 주관해 지난 10일부터 28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공연(10일∼15일)과 전시(22일∼28일) 분야가 각각 시기를 달리해 진행된 이번 예술제는 회원위주의 행사에서 탈피해 시민들과 함께 하는 행사로 기획되면서 내실을 다지려는 일부 협회들의 행사가 돋보였다. 예년과 같은 행사였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문인협회의 시낭송대회와 이 지역을 소재로 한 노래로 활약하고 있는 트롯가수들을 초청한 연예인협회의 전라예술가요제, 장애우를 관객으로 초청한 영화인협회의 우수영화상영 등의 호응은 올해 특별했다. 특히 음악협회는 다양한 출연진과 성의 있는 무대매너로 주목을 끌었으며 공연이 끝난뒤 교통이 불편한 소리전당의 여건을 감안해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등 관객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예술인들의 예술적 고뇌와 치열함이 묻어나기보다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관행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의무방어식 무대 만들기에 급급했던 협회들의 관행은 여전히 노출됐다. 대부분의 공연장 객석은 비교적 성황을 이룬편이었지만 회원과 출연진의 가족 참여에 그친 일부협회의 소극적 홍보는 아쉬웠다. 모든 행사가 단 1회에 한정된 것도 전라예술제의 한계. 때문에 전라예술제가 치열한 창작 과정을 담아낸 완성된 무대로보다는 연례행사쯤으로 인식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더해졌다.객석의 호응이 더해지지 않은 무대도 적지 않았다.연극협회의 ‘오이디푸스와의 여행’은 일반관객이 채 30여명도 안 돼 집행부를 허탈하게 했고 영화인협회의 ‘전북디지털영화 작품공모’ 참가자도 20여명에 그쳤다. 게다가 참가자에 대한 예우가 지나쳐 모두에게 상을 수여하는 것도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무용협회가 선보인 ‘전통무용의 대향연’은 전주지부를 비롯해 군산·익산·정읍지부 회원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고른 참여의 의지가 돋보였지만 정작 전주지부 대표로 출연한 금파무용단이 팜플렛를 별도로 제작하면서 전라예술제 공연이 아닌, 금파무용단의 정기공연으로 기획, 다른협회의 불만을 샀다. 당초 화합과 친목을 내세웠던 무대였지만 오히려 갈등과 비난을 심화시킨 결과여서 신뢰를 회복하는 집행부의 특별한 노력이 요구됐다.미술·사진·건축·문인협회 등 네 개 협회가 참여한 전시도 예년과 비교해 질적 수준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홍보부족과 전시안내자 교육 부족 등으로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계획보다 축소된 행사나 각 협회가 정한 테마에 맞지 않는 작품들도 전시돼 아쉬움을 남겼다. 작품 전시와 함께 올해 처음 개최한 건축협회의 ‘전북건축문화 포럼’은 전북건축의 현황과 지향점을 찾으려는 의미있는 시도였다.올해도 예술제를 치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 창작의욕과 예술제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집행부의 불만은 계속됐다. 그러나 각 협회에게 일정금액을 배분해 행사를 치르는 관례와 그로 인한 효율적이지 못한 운영방식에 대한 자성도 일었다. 문화계에서는 전라예술제에 대한 지원 확대도 중요하지만 예술제의 전통과 의의를 찾기 위해서는 각 협회의 내실을 다지고 변화를 추구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평가다.

  • 문화일반
  • 최기우·도휘정
  • 2003.12.29 23:02

전통춤 강세 현대무용은 '글쎄'

2003년 새해 도내 무용계는 신명난 춤판처럼 전라북도 2003 무대공연작품제작지원사업에서 1억3천만원의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배정받는 기분 좋은 소식으로 출발했다. 자연히 무대공연이 활발했으나 장르별로는 전통춤이 강세를 보인 반면 현대무용과 발레는 예년 수준에 그쳤다. 도내 각 대학 교수들의 활동 활발올해 가장 돋보인 단체는 2003 무대공연작품제작지원사업에서 잊혀져가는 마을춤 연구로 우수작품에 선발, 5천만원의 집중지원을 받은 우석대 김경주 교수와 자미수현현무용단. 이 단체는 지역에서 뿐 아니라 서울 등 해외로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2월에는 홍콩의 대표적인 민속축제 홍콩국제구정축제에 초청받았고, 벽사 한영숙 14주기 추모공연과 제8회 충청무용제전에도 참가했다. 도내 대학 교수들과 그들이 이끄는 무용단도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전북대 김원 교수가 이끄는 김원무용단은 전북대표로 제12회 전국무용제에 참가해 은상을 차지했으며 이미지를 강하게 부각시키는 현대춤의 독창성으로 호평을 받았다.전북대 이경호 교수는 창작한국무용 ‘바그다드 샤콘느’를, 원광대 오문자 교수는 멕시코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의 삶을 무용으로 조명했다. 우석대 손정자 교수 무용단은 창작무용극 ‘박타는 놀부’ 공연을 펼쳤고, 발레의 불모지라 불릴 만큼 발레를 전공한 지역 춤꾼이 부족한 현실에서 원광대 백의선 교수는 제자들과 함께 모처럼 익산에서 공연무대를 올려 관심을 모았다. 전북대 무용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이 4년만에 다시 연 정기발표회 ‘표현 2003’은 스승과 제자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특별한 무대였다.관객층 넓히기 기획무대 각 무용단의 정기공연 외에도 좀처럼 접하기 힘든 독무나 무용이 생활 속으로 가까이 들어오려는 재밌는 기획무대가 마련된 것도 특징이었다. 관객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안겨주는 기획무대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기획한 춤 무대. 상반기에는 현대무용단 사포가, 하반기에는 춤사랑 해오름이 초대돼 각각 어린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춤으로 읽는 동화’와 전통놀이와 풍습을 춤으로 풀어낸 ‘춤으로 만나는 옛날’을 선보였다. 활기 띤 전통춤 기획공연전주 전통문화센터는 올 한해 모두 열한번의 ‘우리춤의 숨결’을 기획했다. 최선씨를 비롯해 김희숙·심운회·고명구씨 등 명무들과 젊은 무용수들의 자리를 골고루 마련해 전통춤 대중화에 앞장섰다. 원광대 이길주 교수가 춤 인생 40년을 돌아보는 ‘전통춤 향기’를 올렸고, 조향숙씨는 연꽃 향이 가득한 산사 김제 청운사에서 문학과 춤이 어우러진 ‘문학과 백련향이 어우러진 춤’으로 주목을 모았다.열한살때 김일성 주석 앞에서 춤을 추고 무용가 최승희를 계승했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천재성을 인정받는 조총련계 무용가 백향주씨 전주공연은 도내 무용계에 신선한 충격과 활력을 불어넣었다. 소리축제에서 마련한 ‘소리와 춤의 명상’은 홍신자·이애주씨를 비롯해 지역 춤꾼 이경호·신용숙씨가 출연해 독특한 춤세계로 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전했다. 전북무용협 새집행부 꾸려, 수상도 이어져지난 8월 금파춤보존회 김숙 이사장은 ㈔한국무용협회 전북지회 지회장에 당선돼 임기 4년동안 전북무용협회 살림을 맡게됐으며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졌다. 지역 무용가들의 반가운 수상 소식도 이어졌다. 우석대 김경주 교수는 (사)한국미래춤학회에서 제정한 예술대상을, 전북대 이혜희 교수는 여성체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제8회 조정순 체육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무용협회 최태열씨는 한국예총전북연합회 2003전북예술공로상(한국예총회장상)을 받았다. 춤 공연문화의 건강성 회복 과제로 여느해보다도 공연무대가 활발했던 올해 지역 춤판은 도약의 기반을 다졌으나 부문별 편식이나 무용관객의 부족함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특히 경우에 따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동원되는 공연도 적지 않았는데, 사전 교육 없이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과제물용 감상이 가져오는 교육의 효과에 대해 우려하는 소리가 높았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3.12.29 23:02

"협회예술인 적극 참여 더 많은 관객 찾아"

제42회 전라예술제 평가회와 제7회 전북예술상 및 전북예술공로상 시상식이 28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회장에서 열렸다.전북예총 전·현직 각 협회 회장들과 회원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열린 전라예술제 평가회는 13일동안 열린 전라예술제를 자체 평가하고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평가회에서 전북예총 김남곤 회장은 "해마다 9월초 열렸던 전라예술제가 동절기로 연기되면서 관객 동원과 회원들의 참여가 걱정됐다”며 "각 협회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행사 참여로 예년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전라예술제를 찾았다”고 밝혔다. 또 "예산 1억으로 10개 협회가 행사를 치르다보니 초라하다는 등의 이런 저런 지적들도 있었다”며 "1억 5천만원의 도비가 확정된 내년에는 전라예술제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회장은 "민예총 출범과 함께 앞으로 전북예총과 민예총 활동은 도민들의 눈을 통해 평가될 것”이라며 전북예총 회원들의 분발을 당부하기도 했다.한편 이날 전북예총과 (주)하림이 제정한 제7회 전북예술상 및 전북예술공로상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올해 전북예술상은 유응교(건축) 이동근·이승우(미술) 이종식(연예)씨가 수상했고, 전북예술공로상은 익산무용협회 최태열씨가 한국예총 회장상을, 연극협회 류경호·연예협회 정민호씨가 전북도지사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도 이길환(건축)·모보경(국악)·김성겸(군산사진작가)·표순복(고창문인)·김기찬(부안문인)·남궁웅(문인)·고옥금(정읍문인)씨가 전북예술공로상을 수상했다. 전북예총은 이날 예총의 활동을 지원해온 문화예술도문화예술과 한재만씨에게 전북예술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날 유기상 문화관광국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문화예술의 위상을 높여준 전북 예술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전북 예술 발전에 앞장서는 기수가 되길 바란다”는 내용의 강현욱 도지사의 격려사를 전했다. 이어진 전북 예술인 송년 리셉션에서는 축하공연과 함께 참석 예술인들이 송년 신년 덕담을 주고받으며 친목을 다졌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3.12.29 23:02

소리축제 1월 중 총감독 공모등 조직 개편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내년 1월 중 공모 방식을 통해 총감독을 위촉하는 등 조직을 효율적으로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또 조직위 정관 등 제규정도 개정될 전망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위원장 천이두)는 26일 오전 11시 조직위원장실에서 상임위원회를 열고 지난 19일 전북도가 이같은 내용을 담아 권고한 소리축제 개선방향과 내년 소리축제 일정·방향 등을 논의, 도의 권고를 수용하기로 했다. 조직위는 내년 1월 개편 작업을 추진할 계획. 조직위가 정비되면 자체수입 1억2천여만원을 포함해 현재 확정된 도의 지원 예산 등 11억2천여만원에 대한 세입세출예산을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전북도는 소리축제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과 함께 소리축제조직위의 재편을 권고한바 있으며 도의회 예산심의에서도 내년 예산을 올해 절반 수준인 10억원(국비 3억 포함)으로 하향 조정했었다. 소리축제 천위원장과 임진택 총감독, 최복렬 사무국장, 전북도 유기상 문화관광국장, 전북예총 김남곤 회장, 군산대 최동현 교수 등 6명의 위원이 참여한 이 날 회의의 주요논제는 '2004년 예산 10억원'. 위원들은 전체 예산의 70%를 공연비로 책정할 것과 조직위 상근인력을 10명 안팎으로 조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축제의 관광화는 전북도가 중심이 돼 공동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근거를 찾을 수 있는 대사습대회와의 연계방안을 모색해야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12.27 23:02

5백여년 김제 서예의 전통과 현대전

전북서예가 한국 서단의 큰 맥을 형성하고 있다면 전북서예의 지류는 김제서예에서 비롯됐다. 한국서예의 본향 김제서예의 전통을 재확인하고 오늘로 이어내는 전시가 있다. 30일까지 김제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제서예의 전통과 현대’. 지난 9월 창립, 사단법인 한국서예문화연구회(이사장 이은혁)가 여는 첫 사업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조선중기 1519년 작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5백여년의 김제 서예사를 되살려냈다. 유명한 몇몇 서예가에 치중됐던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김제서예의 맥을 이룬 향토 유고작가들을 중심으로 회원 40여명도 함께 출품했다. 한국서예사에 큰 획을 그은 17세기 송재 송일중(1632∼1717) 19세기 석정 이정직(1841∼1910) 20세기 강암 송성용(1913∼1999)을 기본 줄기로, 석정의 문인들이었던 조주승 오기두 박규환 조기석 송기면 나갑순 강동희 최규상 유영완 최승현과 유재 송기면(1882∼1956) 문하의 김정기 송하영 이상록 등 경지에 오른 다양한 필적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 위주로 선별하고 위작과 모작 위험을 없애기 위해 친족 중심으로 작품을 수집하다보니 자료수집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만큼 성과도 적지 않다. 학문과 서예에 고루 능했던 석정의 작품들은 동학농민전쟁 때 집이 불에 타 대부분 손실됐지만, 유족 서울여대 이종석 교수의 도움으로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철마가 하늘을 오르는 것 같다’고 하여 중국까지 명성을 떨쳤던 송재. 산속에 파묻혀있던 송재의 1600년대 작품 입석산석각을 발견, 탁본한 것은 큰 성과다. 전시 기간 전시실을 찾았던 한 관객은 송재의 친필 병풍을 자료로 제공하기도 했다.금석학의 대가 오세창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최규상의 유작전시도 뜻깊다.유영완과 아들 유근상, 조주승과 아들 조기석, 송일중-송기면-송성용-송하경 등 가족으로 대물림되어 온 서예정신도 느낄 수 있다. 한국서예문화연구회는 석정 이정직을 집중조명한 특별전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작고작가 개인 기획전을 진행, 한국서예에 대한 지속적 연구를 해나갈 계획이다. “옆집 옆집이 다 서예가를 배출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제서맥은 풍부하다”고 소개한 이은혁씨(전주대 겸임교수)는 “한국서예문화연구회가 학문적 연구와 함께 김제의 유학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국서단을 활성화시키는 실질적 토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이번 전시는 김제의 탄탄한 서맥을 정립하는 시작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3.12.27 23:02

[전북문화 마주보기] 서양음악

외국 연주단체들의 공연이 유달리 많았던 올해 전북의 서양음악은 중견과 신인들의 독창·독주회가 풍성하게 이어졌고, 변화를 꾀하는 관립단체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특히 테마를 설정한 음악회 등으로 클래식 대중화의 기틀을 마련, 관객과 소통의 폭을 넓혔으며 전주 출신 임효선씨는 이태리 비오티 콩쿠르 피아노 부문 1위 수상의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그러나 공연무대가 아닌 학술적 측면에서 바라본 서양음악 활동 부재는 ‘클래식 대중화’ 결실의 의미를 반감시켰다. 음악평론 불모지라는 불명예를 극복하는데도 실패했다. 숨가쁘게 이어진 해외·타지역 연주단체의 공연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파리 나무십자가합창단·독일 아헨소년합창단을 비롯해 야나첵 현악4중주단, 프랑스 고음악 앙상블, 모스크바 필하모닉, 러시아 소피아·독일챔버 오케스트라, 미하엘 배리볼프의 콘트라베스독주회 등 해외 단체들의 공연이 풍성했다. 특히 첼로의 거장 레슬리파나스의 무반주 연주회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아이스발레단의 아이스발레는 이채로운 무대를 선사한 대표적인 해외팀 공연으로 꼽힌다. 소리축제를 통해 접한 러시아 21세기 저음가수들과 스페인 밀레니엄합창단,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도 근사한 무대를 선물했다. 이들 공연은 명성에 걸맞게 깊이 있는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전북의 음악을 튼실하게 한 원동력으로 자리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와 전북예총이 주최한 호·영남예술교류음악제도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마당이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연 ‘가을날의 뜨락음악회’나 순창 장구목에서 열린 ‘흘러라 섬진강’, 정읍 정토사에서 열린 ‘山寺 클래식 음악회’ 등은 지역 주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무대다. 21세기오페라그룹의 오페라 ‘나비부인’은 공연시작과 동시에 취소되는 희귀의 사건을 연출, ‘검증없는 대관공연’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도내 연주단체들의 활동과 눈에 띄는 중견·신인들의 음악회전북초등교사 리코더합주단·타이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전북여성솔리스트앙상블 창단과 코리안챔버·글로리아스트링·화음쳄버·요하네스챔버 오케스트라단의 정기연주회, 호남오페라단의 오페라 ‘춘향’과 오페라타 ‘유쾌한 미망인’, 전북오페라단의 ‘아말과 크리스마스’ 등은 전북서양음악의 튼튼한 버팀목이었다. 특히 한국적 사계를 칸타타로 그려낸 ‘24절기의 노래’는 문인과 음악인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관계로 주목받았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의 유스오케스트라 창단과 전북어린이오케스트라의 오스트리아 빈 초청공연 등 국내외 공연무대도 전북양악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데 기여했다. 성악가와 연주자들의 독창·독주회와 해외 유학파의 귀국무대도 전북 서양음악을 풍성하게 이끈 원동력이 됐다. 은희천·신정숙 ·박신·신순옥·장인숙·한선우 등 음악인들의 무대와 해외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박영애·최진학·김지연·김보라·김규성의 귀국음악회 등 독창·독주회가 이어졌다. 이와 함께 한국이 낳은 세계적 연주자 백혜선·신영옥·서혜경·김남두·폴김 3부자 피아노트리오·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의 공연무대가 이어지면서 전북의 클래식 무대는 활기를 띠었다. 테마를 설정해 음악회를 열었던 것도 올해 두드러진 특징. 전주오페라단의 ‘교과서음악회’, 전주남성합창단의 ‘학대받는 아동위한 자선공연’, 인보성체수도원·인보노인복지관의 ‘독거노인 돕기 자선음악회’, 소리전당의 ‘아빠와 아들이 함께 하는 사랑의 피아노 트리오’와 ‘폼나는 성악가들의 유쾌한 음악회’ 등 다양한 주제를 설정한 이 공연들도 특별한 눈길을 받았다. 전국체전 문화행사 기간 거리에서 들려준 재즈나, 백제예술대 정재열·벤볼 교수의 재즈연주회, 제2회 익산재즈페스티벌 등 재즈의 약진도 거론된다. 관립단체의 약진과 과제꾸준히 역량을 키워가고 있는 도내 관립단체들의 활동에서 가장 큰 수확은 ‘베토벤 교향곡·피아노협주곡 전곡 연주회’를 도전한 군산시립교향악단의 눈부신 활약. 이 시도는 지역음악계의 큰 자극제로 등장, 전북양악계의 이정표를 세웠다. 전주시립교향악단과 전주시립합창단이 마련한 청소년들과 협연 및 청소년들을 위한 음악회도 거론할 만하다. 이외에도 전주소극장 무대를 이끌어온 예루가 전문예술법인으로 등록됐고, 또 전주영생고등학교 합창단 음반이나 이 지역을 소재로 한 트롯가수들의 음반 발매도 즐거운 소식이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12.26 23:02

동이회전…27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동이회(회장 김문철·전주대 교수)가 여는 ‘아름다운 전북, 스케치 기행’. 지난해 전주 풍경을 담아낸 스케치 기행에 이어 두 번째 여행은 군산과 옥구로 떠난다. (27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일제시대 쌀 반출을 계기로 발전하게 된 수난의 역사와 고단한 삶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군산이지만, 넓은 평야에서는 풍요와 포용의 여유로움을 배우고 항구 주변에서는 삶의 진한 향기를 느낄 수 있다.10년 기획으로 매년 전북의 풍경 스케치 기행전을 열고있는 동이회는 “타 시도에 비해 우리 전북은 산과 평야·호수·해안선 등 풍경이 다양하고 삶의 모습들이 소박해서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변하고있는 우리 고장의 자연을 새롭게 기록하고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다”는 이들은 고개만 돌리면 눈에 한가득 들어오는 전북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단정한 수묵의 멋으로 전해준다.동이회는 익산지역, 남원·순창지역, 김제·부안지역, 정읍·고창지역, 완주·임실지역, 진안·장수지역, 무주·지리산지역을 차례로 담아내고 2011년에는 전북 풍경을 한 데 모은 종합전시를 열 계획이다.김문철·김중현·김학곤·문제성·송승완·안동선·이재승·이철규·임대준·정문배·최강곤씨가 참여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3.12.25 23:02

[전북문화마주보기] 부문결산 - 국악

지난해 활기찬 활동을 보였던 전북 국악계는 올해도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내며 ‘소리의 본향’이라는 명성을 지켰다. 판소리는 유네스코의 세계무형문화유산 걸작으로 선정됐고, 국악경연대회 통폐합 방침에 따라 격하됐던 전국고수대회가 지난 10월 대통령상으로 복원됐다. 대형공연과 축제, 상설공연 정착 등 풍성한 국악무대가 일반 시민들 앞에 바짝 다가섰다. 도립국악원 김정수 기획실장은 “대형 창작공연·판소리 문화유산 등록 등 큰 성과를 일군 한 해”라며 특히 새로운 작곡가·작가 층을 형성한 것을 올해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다양한 결실에도 전북 국악계는 국악비평부재와 소리축제 재신임 논란, 전주대사습놀이·전국고수대회 등 각종 국악대회의 심사잡음·운영미숙 등의 아쉬움을 남겼다. ○ 풍성한 공연, 창작무대 잇따라제5회 산조예술제는 국악과 양악의 효과적인 결합과 판소리의 대안을 제시하는 결실을 얻었다. ‘판소리’를 축으로 한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우리 음악의 세계화와 대중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지만 축제기간 드러난 운영 미숙 등 여러 문제로 ‘원점에서 재검토’라는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민간단체들의 공연이 특히 풍성했다. 그중에서도 우진문화재단과 소리축제조직위가 공동으로 제작한 어린이창극 ‘다시 만난 토끼와 자라’와 온고을소리청의 창극 ‘수궁가’, 전통판굿을 새롭게 해석한 퍼커션퍼포먼스그룹 동남풍의 ‘온고지신’, 동학을 타악으로 풀어낸 전통문화센터 한벽예술단의 창작타악 ‘파랑새’, 역사인물을 음악으로 되살린 전주국악실내악단의 국악칸타타 ‘매창’ 등은 특히 주목할만했다. 창작작업과 독주회도 풍성했다. 작곡가 이화동·백성기·류장영·김삼곤·김선 등은 지역 정서를 담은 작품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고, 최문진·홍종선·황은숙·박달님·김원선·김계선··김용호·장윤미씨 등 차세대 주자들의 독주회가 잇따랐다. 악기장 고수환씨와 고악기연구회 조석연 회장이 고대 악기인 공후를 제작해 연 음악회와 수제천 조명작업은 전통예술의 복원과 보존의 의미를 전했다.○ 관립단체의 안정화 지난 9월 류장영(관현악단) 전정민(창극단) 문정근(무용단) 등 3개 예술단 단장을 위촉한 도립국악원은 1년 넘게 이어진 노사갈등을 풀고 금요국악예술무대 등 크고 작은 공연을 통해 도민들을 맞았다. 남원에서 꾸린 제1회 악성 옥보고 거문고 축제는 지역의 독창적인 문화유산을 오늘의 의미로 되살려낸 자리였다. 단체의 안정화는 곧 풍성한 공연으로 이어졌다. ‘아니리조’에서 벗어나 일상 언어로 극을 이끈 남원시립국악단의 가무악극 ‘시집가는 날’, 정통창극의 진수를 느끼게 한 도립국악원의 창극 ‘심청’,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작한 국립민속국악원의 창극 ‘효녀 심청’ 등 관립단체들의 다채로운 국악활동도 전북국악을 살찌우는 원동력이 됐다. 이 단체들의 해외 나들이도 이어졌고, 임실필봉농악단의 미국 순회 강좌는 국악의 세계화 기틀을 다졌다. ○ 판소리 대중화 한걸음인터넷을 타고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산조예술제의 ‘또랑강대’는 판소리 향유층을 가장 단시간에 넓혔다. 이를 동력으로 소리축제에서도 판소리사습대회와 판소리사설공모를 시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판소리를 세계가 주목하면서 한국국악학회·판소리학회·마당 등이 주최하는 판소리 관련 학술대회도 봇물을 이뤘다. 판소리 대중화의 일등공신은 전통문화센터의 ‘해설이 있는 판소리’. 1백10여회를 넘긴 이 기획은 귀명창들의 모임인 ‘더늠’을 만들어냈다.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선보인 ‘판소리 영문자막 시연회’는 세계화로 가는 판소리의 미래를 제시하는 특별한 행사였다. 전주전통문화센터는 실내악·기악·풍물굿 등을 조화시킨 상설공연을 마련, 국악인의 창작열과 저변확대를 이끌어냈으며 이를 통해 국악 대중화를 모색하는 연주단 창단과 공연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청소년국악실내악단 ‘가온소리’ 창단은 국악의 미래를 밝게 하는 기틀로 기대를 모았다. ○ 상받은 국악인 많아수상소식도 많았다. 도립국악원 창극단원인 송재영씨는 전주대사습놀이, 국립민속국악원 소주호씨는 임방울국악제전국대회, 홍정택 명창을 사사한 홍석렬씨는 전국고수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차지하며 명창·명고수 반열에 올랐다. 이완재·유막래씨는 세계문화예술대상을, 도무형문화재 제14호 완제 시조창 기능보유자인 임산본옹(71)은 민족문화대상을 수상했다. 10월에는 제44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출전한 남원 좌도농악단이 금상을 수상했다. 박양덕·이영상씨는 올해 도지정무형문화재에 선정됐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12.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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