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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축제] 그윽한 묵향 머금은 전주, 이제 소리로 깨어난다

묵향 그윽한 천년고도 전주가 소리로 깨어난다. 20일부터 시작된 2003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서예 본향 전주의 도심을 한데 엮어 묵객들을 유혹하고 있는 사이, 이제 '소리'가 전주로 세계를 부른다. 2003전주세계소리축제와 전주산조예술제가 여는 주말 무대는 만남과 소통으로 새로운 축제의 역사를 쌓는다. 27일 개막하는 소리축제는 26일 저녁, 전야제를 시작으로 '소리 길 만남'을 주제로 한 축제의 문을 연다. 10월 5일까지 열리는 올해 축제는 세계로 나가는 '판소리'의 가능성을 보다 새롭게 여는 자리. 올려지는 40여개의 무대는 익숙한 소리와 음악이나 낮선 미지의 소리로 관객들을 맞는다.해마다 전주 한옥마을의 가을밤을 낭만과 서정으로 물들였던 전주산조예술제는 26일 첫 무대를 열어 28일까지 사흘동안 다섯번째 산조여행을 떠난다. 산조의 자유정신과 지역정서가 절묘하게 결합한 산조예술제는 30·40대 소장 문화예술인들이 주축인 전주산조예술제 조직위원회(위원장 장세환)가 주최하는 민간 주도의 자생적 문화운동. 규모는 작지만 "전주가 지닌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다져나가 작은 축제의 전형을 보여 주겠다”는 의욕이 넘치는 예술제다. 올해는 음악의 범주에서 벗어나 본질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 영역으로 확산이 이뤄지는 산조의 특성을 이용해 현대무용·선춤(zen dance)과의 만남을 시도하는 '산조 즉흥춤'과 예술성과 국제성을 인정받는 명인을 초청해 국내 최고의 연주자들과 함께 완성도에 도전하는 '산조 엑스타시'가 중심이다. 지금까지 검증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산조의 현재와 미래에 주목, 새로운 산조의 완성도에 대한 도전과 다른 장르로의 확산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산조 즉흥춤'은 전통 산조가 이끌어내는 즉흥 춤의 무대(26일 오후 7시 30분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전주전통술박물관 다음 관장의 사회로 춤꾼 정신혜씨와 박태이씨가 출연, 산조와 현대무용·선춤(Zen Dance)과의 만남을 시도한다. 중요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인 정신혜씨(동아대 강사)는 제10회 전국무용제와 제5회 한국안무가 페스티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며, 자신의 이름을 딴 무용단을 운영하고 있다. 동아대·동서대·부산여대 출강. "춤을 통해 삶을 보게 되었고 자유를 느끼기 시작했고 아름다움을 알아채기 시작했다”는 박태이씨는 '그림을 그리며 춤추는 여자'.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이자 유럽과 인도에서 5년 넘게 춤과 명상을 공부한 이색 이력의 소유자다. 올해 4월 인천 법명사에서 열린 나왕케촉과의 공연을 통해 지명도를 높였다. 전자거문고를 창안한 김진희의 초연작 '산조 엑스타시'(27일 오후 7시 30분 전주경기전)는 산조의 에너지와 미학을 추출해내는 올해 산조예술제의 역작. 전자거문고·가야금·해금·장구·드럼이 전통 산조와 프리재즈를 넘나들며 연주자들의 즉흥 감성이 맘껏 표출·융합되는 곡이다. 황해도만신 김매물씨(굿춤 굿소리·중요무형문화재 제82-나호 전수조교)가 출연, 접신 상태의 황홀경이 춤과 소리를 통해 어우러지는 무대를 연출한다. 김씨는 20여년간 미국에서 한국음악의 특성인 '시김새'를 서양악기에 접목시키는 작업에 힘써왔으며, 미국뿐 아니라 유럽·아시아·뉴질랜드·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일류 재즈음악가들과 거문고 즉흥연주를 하고 있다. 판소리와 대중의 접점을 찾아가는 시도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또랑깡대 콘테스트도 세 번째 '깡대'를 찾아 나선다(28일 오후 2시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올해 산조예술제에는 강은일(해금·한양대 강사) 지애리(가야금) 박근영(장구·송원장단연구회 회장) Gelly Hemingway(퍼쿠션) 등이 연주자로 동참한다. "올해 산조예술제는 산조의 예술성에 바탕을 두었다”는 박흥주 예술감독(굿연구소 소장)은 "올해는 예년에 비해 3분의 1수준으로 양이 줄었지만 검증된 프로그램이기에 질적으로는 우세하다”고 소개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문의 063)284-2131 www.jjsanjo.net소리축제의 개막은 '소리스펙타클-백제물길의 천음야화'가 알린다. 한국 고대의 백제인들이 개척한 황해에서 동남아에 이르는 해상물길의 문명교류사 자취를 찾아가는 길고 긴 여정. 지난 93년 발굴되어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백제 금동대향로의 아름답고 빼어난 조각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옛 백제인들의 해상활동 물길을 따라 소리의 역사를 추적한다. 축제는 일상으로부터의 일탈. 익숙한 것 보다는 낮설고 새로운 것이 축제의 생명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관통하는 비단길을 따라 각 민족음악을 찾아가는 '미지의 소리-소리길 실크로드'은 낮선 땅으로의 소리여행이다. 터키와 이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중국, 오만, 스리랑카, 미얀마, 베트남, 한국 등 10여개국의 전통음악이 공연된다. 각국의 전통상품이나 문화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실크로드장터와 학술대회도 함께 열린다. 올해 소리축제의 화두는 역시 '판소리'. 집중기획으로 엮은 판소리 프로그램은 판소리 유파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는 '판소리명창명가'을 비롯해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과 고독하고 험난한 자기와의 싸움으로 비로소 얻어지는 '득음의 길', 그리고 판소리의 대중화를 지피는 '창작판소리사습대회' 등이다.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대물림 현장인 판소리명창명가에는 조통달 김일구 오정숙 박송희 성우향 등 판소리 세대를 잇는 원로 중진명창들이 초대됐다. 해외예술인들의 발걸음도 잦아진다.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로 세계 비평가들를 사로 잡은 소프라노 '이네사갈란테', 드라마 모래시계로 너무도 익숙해진 음악 '백학'의 주인공 '러시아의 저음가수들', 문화의 차별성을 합창음악으로 극복했다고 평가 받는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이 소리축제에 초대됐다. '소리와 춤과 명상'은 새롭게 선보인 테마기획. 한국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는 한국현대창작가야금곡을 연주하는 '황병기와 나효신의 만남'을 비롯해 실험적인 국악 뉴에이지의 개척자 '홍신자와 원일의 만남', 광대무변한 우주생태를 몸짓과 소리를 표현하는 '이애주와 훌의 만남'이 이어진다. 이지역 음악단체들의 무대도 빛난다. 호남오페라단의 '춘향'과 전북도립국악원의 창극 '심청', 전주소리오페라단의 판소리 오페라 '진채선', 전주시립국악단의 '매창뜸에 이화우 흩날릴제'는 오페라와 창극, 혹은 판소리와 오페라를 결합하거나 국악관현악의 새로운 양식을 고루 감상하고 비교할 수 있는 기회다.어린이를 위한 축제도 풍성하다. 소리축제와 우진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제작한 어린이창극 '다시만난 토끼와 자라'는 창극의 대중화에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 '흥부놀부'와 탈인형극 '호노보노인형극', 우리소리를 배우고 체험하는 '소리놀이', 현장에서 음악교육을 받는 '마스터클래스', 어린이 음악경연의 장인 '꾸러기음악경연대회' 등 어린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행사가 많다. 축제의 자유로움이 그대로 분출되는 프린지페스티벌이나 학술적 성과를 축적해가는 학술대회도 소리축제동안 이어진다.

  • 문화일반
  • 김은정·최기우
  • 2003.09.23 23:02

전설적인 춤꾼 최승희의 신화 재현

전설적 무용가 최승희(崔承喜·1911~1969)를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 조총련계 무용가 백향주씨(29)가 전주 무대를 연다. 24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지난 1998년 이후 해마다 한국에서 공연을 가졌지만 지방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그의 첫 온고을 나들이다. 어려서부터 조선민족 무용과 클래식 발레에 탁월한 기량을 보인 백향주는 열한살때에 김일성 주석 앞에서 무용을 선보였을 정도로 천재성을 인정받았던 춤꾼. 특히 최승희의 양아들이자 수제자인 무용창작가 김해춘(국립 만수대예술단 단장)에게 1991년부터 7년간 최승희의 춤을 전수 받아 관심을 모아왔다. '2003 백향주 무용공연, 최승희의 신화를 넘어서…'라 이름 붙인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우조춤' '무녀춤' '천상의 무희 - 관음보살무 또는 비천무'는 우리 춤판에서는 좀체 볼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무용사에서조차 잊혀졌던 최승희 특유의 춤사위를 그대로 전하는 작품들. 그는 국내 첫 공연(1998년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선보인 춤을 통해 '최승희의 재래'라는 찬사를 불러일으켰지만 일부 평론가들은 백향주의 춤을 '170㎝의 장신에 중성적 이미지였던 최승희에 비해 여성적'이라고 평한다. 백씨도 여러 차례 "최승희 춤의 답습이 아니라 재창조”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어 이번 공연에서 그 성과를 엿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백씨의 이번 무대에서는 도내 무용인들도 함께 한다. 지난해 도쿄 초청공연으로 백향주의 무대에 함께 섰던 명무 최선씨(도 무형문화재 제15호 호남살풀이 춤 보유자)와 금파무용단 김숙 예술총감독(전북무용협회 회장), 남한에 살았던 최승희 수제자 김백봉과 최선을 사사한 전북대 장인숙 교수가 의미있는 백향주의 전주 무대를 빛낸다. 날렵함과 기교로 화려한 힘을 지닌 젊은 춤꾼과 숨결마다 여유가 넘치는 명인의 무대는 한국전통무용의 멋스러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총련계 재일동포 4세인 백향주는 북한 금강산가극단의 무용수였던 백흥천의 딸. 8세 때 조선민속무용을 배웠고, 중국 전국무용콩쿨 쥬니어부문 금메달(1991), 북경 창작무용콩쿨 1위(1993) 등 만만치 않은 이력이 있다. 올해 초 서울에 정착,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예술전문사(대학원) 과정에서 한국무용을 배우고 있다. 문의 063)270-8000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09.22 23:02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그랑프리 '나카무라 운류'

"대상을 받게되리라 꿈에도 생각못했다. 놀라울 따름이다.” 제4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그랑프리의 영광은 일본의 사이타마켄 토다시 출신 나카무라 운류씨(63, 전일본서도회 회장)에게 돌아갔다. 서예비엔날레 첫 출품으로 차지한 큰 성과. 겸손한 소감이었지만 붉게 상기된 그의 얼굴이 수상의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그대로 전했다."일본 대표작가로 참가했던만큼 일본인의 정서와 감성을 보여주고싶었다”는 그의 작품은 17세기 말 자연을 읊은 유명시인 '료우칸(良寬)'의 한시 '화접(꽃과 나비)'. 꽃이 필 때 향기가 나고, 향기를 따라 나비가 찾아온다는 내용. '자연스러움'이란 작품성을 구사하기 위해 부드러우면서도 강직한 맛을 모나지않게 표현한 작품이다.그랑프리는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초대작가들이 직접 투표로 선정하는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 크다. 올해는 전체 초대작가 중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참여한 36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중 나카무라씨가 18표를 얻었다. 그의 작품은 전통성과 현대적 감각을 잘 조화시킨 수작이라는 평.이용 서예비엔날레 총감독은 "일본서예가 전위예술화되어가고있는 상황속에서 전통적 요소를 잘 살리고 있으면서도 참신한 것이 특징이다”며 바로 그러한 특징이 초대작가들의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그랑프리 상금 5천달러를 자신이 소속되어있는 전일본서도연맹에 기부할 예정. 전일본서도연맹은 16개 단체가 소속되어있는 큰 단체다. 올해 서예비엔날레 조직위의 초대작가들도 대부분 이 단체에 속해있다.일본의 대표적인 서예가답게 아시아 3국의 서예흐름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나카무라씨는 전통적인 서법을 지켜가고 있는 한국에 비해 일본은 좀더 개방적이고 서구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과 일본이 지난 30년간 꾸준한 교류가 있었던 반면, 한국과 일본의 교류는 드물었던 상황에서 "한국의 서예를 알고싶어 참가했다”는 그는 특히 한글 서예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큰 관심을 보였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3.09.22 23:02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한국 서예, 세계를 향하다.

동양의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서예예술의 새로운 도전. 20일 개막된 제 4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열어보인 한국서예의 세계화, 서예의 대중화 가능성은 밝았다. 중국·일본·대만·캐나다·미국 등 20여개국에서 찾은 초대작가와 국내 서예가, 도내 문화예술인들로 성황을 이룬 주말과 휴일, 본전시가 열리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전시실외에도 전북예술회관, 강암서예관, 국립전주박물관에는 관람객들이 몰려 21세기 새로운 형식과 방향을 모색하는 서예축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다양한 기획전 중에서 눈길을 끈 전시는 한·중·일 1백 19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역사와 현재를 조명한 '한·중·일 서예전'과 세계 각 국 미술가들에게 서예작품을 의뢰해 전시한 '세계 미술가 서예전'. 특히 한국서예에 초대된 55명 작가들의 작품은 한국서단의 오늘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다. 올해는 30대부터 원로작가에 이르기까지 연령별 초대작가를 선정한 것이 특징. 해마다 작가선정이 도마위에 올랐지만 올해 역시 작품성을 바탕으로 한 선정위원회의 철저한 선정절차와 결과가 객관성을 인정받았다. 기업체의 상호 또는 브랜드를 서예에 적용해 디자인한 '디자인 서예전'은 일본측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을 얻어내며, 비엔날레의 올해 목표인 '서예의 세계화'를 위한 시험무대의 성공을 예감했다. 한글의 다양한 서체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한 '한글서예의 새 지평전'을 '디자인 서예전'의 연장선에서 바라보는 등 '한글'과 '서예', '디자인'은 이번 비엔날레의 또 하나의 화두였다. 또 전시장마다 자세한 안내가 함께 돼 있어 관람객들이 쉽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눈길을 모았다. 특히 본전시에 결합한 한·중·일 서예의 유파별 특징과 역사를 정리해 세계 서예의 흐름을 조명한 기획은 대학의 교재로 활용할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꽃이자 서예가들의 가장 큰 관심이 모아지는 올해 서예비엔날레 대상은 '良寬句'(양관구)를 출품한 일본 중진서예가 나카무라 운류씨(中村 雲龍(疆)·64)가 선정, 5천 달러의 상금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랑프리는 본전시에 초대된 서예가들이 출품작품 중 현장에서 투표해 결정되는 상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서예를 통한 심리치료 현장보고'를 주제로 소리문화의 전당 국제회의실에서 국제학술대회가 열린 21일은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나도 서예가''휘호 써주기' 등 체험행사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한자 문화권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제 사회에서 서예가 새로운 문화 컨텐츠로 부상하기 시작한 이 즈음 비엔날레를 개최한 조직위는 "한국인의 고유 미감이 진하게 배어있는 한국의 서예는 태권도나 김치 못지 않은 흡인력을 가지고 세계의 문화시장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시대의 생활 미감에 맞도록 재창조해 세계의 문화시장에 내놓고서 세계를 향해 홍보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20일 오후 2시 소리문화의 전당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초대작가와 서예인들, 강현욱 도지사, 유철갑 도의회의장, 한승헌 전(前) 감사원장, 김남곤 전북예총회장, 두재균 전북대 총장 등 각계인사들이 참석해 서예축제를 축하했다. 또 가수 전인권씨도 개막식장을 찾아 특별한 시선을 독차지했다. 서예비엔날레는 10월 19일까지 계속된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09.22 23:02

[신앙칼럼] 중바위를 감싸 도는 전주천 따라

1. 전주 동남쪽에 위치한 '승암산(僧岩山/ 중바위)'을 일러 천주교신자들은 '치명자산'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곳은 주말이면 다른 지방에서 순례를 오는 사람들로 벅적거리고, 그래서 이제는 전주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하기 시작했다.'죽을 지경에 이름'이라는 뜻을 가진 '치명(致命)'이란 말은, '가톨릭에서 이전에 순교를 이르던 말'이라고 국어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그러니 치명자란 순교자를 이르는 말이고, 치명자산은 순교자를 기리고 기념하는 산이라 하겠다.그곳의 모양새는 대략 이렇다. 산등성이에는 십자가(十字架)가 우뚝 서 있고, 그 십자가 아래에는 무덤이 하나 있다. 그 무덤에는 1801년 신유년 박해 때에 순교한 '유항검 일가'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으며, 그 아래쪽으로 기념성당이 있다. 천주교신자들이 그곳을 치명자산이라고 부르는 연고는, 호남지방에 신앙을 전한 유항검(柳恒儉)과 세계에 그 유례가 없는 동정부부(童貞夫婦)인 유중철(요한)과 이순이(루갈다) 등 그 일가의 합장무덤이 있기 때문이다.2. 오는 10월초에 거기에서는 '가정-생명과 사랑 나눔의 공동체'라는 주제로 「요안루갈다제」가 열린다. 이 제전은 동정부부의 천상적 사랑 속에 담긴 영성(靈聖)의 보화를 현대적인 가치로 재해석하고 널리 알리는 순교자 선양 문화축제이다.동정부부의 삶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전주 초남리에 사는 유중철(요한)과 서울의 이순이(루갈다)는 평생 동정으로 살고자 했다. 그러나 당시의 조선사회 여건으로 보아 젊은 남녀가, 그것도 행세 깨나 하는 집안의 자식이 결혼하지 않고 산다는 게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을 안 주문모 신부가 두 젊은이를 맺어준 것이다.그러하지만 두 젊은이가 거룩한 뜻 하나로 맺어져서 한 집에 살면서 동정을 지킨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런 정황은 이순이가 남긴 옥중편지에 잘 나타난다. "우리 내외 처음 만나던 날 서로 동정을 지키기로 맹세하고 4년 동안 남매처럼 살았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유혹이 있어 대략 열 번 정도는 무너질 뻔했으나 예수님의 십자가의 공로로 이 유혹을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3. 오늘날 포르노 이메일에 무방비로 내던져진 우리 아이들의 '성의식(性意識)'을 알리는 기사를 보자면 실로 아찔하다. 지난 5월부터 발표된 몇 통계는 이렇다.* 중고생 성의식은 여자가 더 개방적, 여학생 70%(남학생 65%)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키스 이상 성관계도 가능해”(SBS라디오 조사)* 초중고생(초5~고3) 응답자 69.4%, "혼전 성관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서울가정법원 소년자원보호자협의회 조사)* 20세 남녀 46.8%, "혼전 순결을 지키지 않아도 돼”(MBC라디오 의뢰 한국갤럽 '한국인 20세의 의식조사')* 중고생 이메일 절반 가까이 포르노, 전세계 음란사이트 66만천여개 중 한글 유해정보 사이트 6만4천여개(케이티 조사)* 방송출연 학생 20명 가운데 16명은 "청소년의 이성교제 때 키스는 허용한다”고 말해 출연한 학부모들을 당황케 해(EBS 토크 한마당 '사제부일체')* 성경험을 갖고 있는 고2 학생은 "성관계 뒤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때에는 친구들과 조용히 돈을 모으고, 이후에는 뒷골목 산부인과를 찾아간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관심은 여전히 낮다. '그 나이에 한번씩 경험할 수 있는 일'로 가볍게 여기거나, '우리 아이는 예외'라고 '착각'한다.(한겨레신문 기사 둘 종합)자꾸만 무섭게 변하고 무너지는 우리 젊은이들의 '성의식'을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공부에 찌든 아들딸 손잡고, 한번쯤은 한벽루를 감도는 전주천과 중바위를 찾아 '아름다운 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여유를 가져보자. 하느님께 서약한 동정을 지키며 살았던 유요한과 이루갈다의 숨결이 거기에 머물고 있다./한 상 갑/ 전주해성고 교장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09.20 23:02

송천동성당 본당의 날 축제

전주 송천동 성당이 오는 23일 설립 기념일을 즈음해 1주일간 축제를 벌인다.송천동 본당의 날 축제는 본당 주보 성인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순교정신 계승과 신앙쇄신에 중점을 두고 지난 15일 밤 11시 순교자 현양 밤샘 기도를 시작으로 오는 21일까지 김대건 신부를 그리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신자 중에는 15일 첫날 오전 8시에 성당을 나서서 걸어서 초남이 성지까지 순례했고, 16일부터 20일까지는 구역별로 나눠 버스로 초남이 성지를 돌아본다. 김진소 신부의 김대건 신부의 일생과 순교정신에 관한 강연과 '성웅 김대건'영화 상영에 이어 송천동 지역 65세 이상 노인들에 점심을 제공하는 등 경로잔치를 마련해 기쁨을 나눴다. 또한 20일 저녁 7시30분 부터 열리는 순교자 현양의 밤에서는 신자들이 직접 출연해 판소리와 웅변 수화 시낭송 피아노3중주 성극(순교사제 성 김대건) 섹스폰연주 합창 등 공연을 통해 신심을 높인다. 21일 이날 미사는 오전 10시 송천초등학교 강당에서 드리고 이어 운동장에서 순교체험 생활체조 등 경기를 벌인다.한편 지난 14일 오전엔 천주교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가 미사를 집전한 가운데 1백31명의 신자가 견진성사를 받았다.송천동성당은 1987년 덕진본당에서 분리됐으며 김태윤 안드레아 신부가 초대 신부로 부임했다.

  • 문화일반
  • 허명숙
  • 2003.09.20 23:02

전주 서학동성당 청년부그룹사운드 '모이세' 오늘 공연

전주 서학동성당은 요즘 매일 저녁 소리가 요란하다.청년부 회원들의 그룹사운드인 '모이세' 공연(20일 저녁 7시 성당)을 앞두고 이들 밴드의 연주 연습에 찬조출연할 중·고등부 회원들과 성인회원 '세실리아'성가대원들의 노래 연습 소리가 성당을 울린다.이완재 타데오 신부의 클라리넷 연주와 수녀의 '영원한 사랑' 노래도 이날 무대에 오른다. 모이세는 이날 성가곡과 가요 등 10여곡을 연주할 뿐 아니라 무대 시설에서부터 진행까지 맡게 된다.모이세 회장 장대진 씨(전북대학원생)는 지난해 창단해서 처음 연습할 때는 신자들이 달갑지 않게 생각했으나 일요일 저녁 7시 청년미사에서 미사반주를 맡아서 하면서 어머니들이 연습장에 간식도 해서 주고 관심을 많이 갖게 됐으며 청년회원수도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얼마 전부터는 중고등학생 그룹사운드인 소나무의 실력 배양을 위해서 그리고 중고등 회원수의 증가를 위해서 토요일 저녁 7시의 중고청년 미사 반주를 소나무와 격주로 연주하고 있다.모이세의 2회 정기공연이 가능한 데는 멤버들의 열정 덕분.14명 멤버 가운데 장대진 김동신 이태훈(대학생)을 제외하고는 모두 직장인들이지만 저녁시간을 오롯이 그룹사운드에 바친다.지난 5월 결혼한 신형철 씨 또한 드럼연습에 밤을 꼬박 새운다.1기 장대진 김윤길 김동신 신형철 모두 대학때부터 그룹사운드 활동을 해왔던 프로급들.이들은 성당내 자판기 등을 운영한 수익금으로 3개월간의 학원비를 지원하고 훈련시키는 등으로 후배 멤버들을 기르고 있다. 1기와 함께 2기들이 보컬 일렉기타 베이스기타 키보드 드럼 등을 맡아 연습에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현재의 모이세는 지난 98년 문규현 신부가 서학동성당에 부임했을 때 중고등학생을 위해 마련해주었던 음향기기가 씨앗을 틔운 것. 현재 천주교전주교구 관할로 교구의 '창세기', 평화동성당의 '씨앗'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아중리성당과 인후동성당 중앙성당 등에도 그룹사운드가 조직돼 있다.

  • 문화일반
  • 허명숙
  • 2003.09.20 23:02

[영화세상] 극장가 개봉영화

△ 전주 명화극장 방탄승(284-6994)프리머스 1관 트윈이펙트(231-5533)프리머스 2관 조폭 마누라2프리머스 3관 오 브라더스프리머스 4관 방탄승프리머스 5관 케이 펙스프리머스 6관 불어라 봄바람프리머스 7관 28일 후프리머스 8관 바람난 가족프리머스 9관 주온 2아카데미아트홀 1관 캐리비안의 해적(271-1235)아카데미아트홀 2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아카데미아트홀 3관 오 브라더스씨네시티코리아 1관 캐리비안의 해적(283-7766)씨네시티코리아 2관 패스트 앤 퓨리어스씨네시티코리아 3관 오 브라더스씨네마파크 나쁜 녀석들 2(288-0722)(어린이회관 자동차극장) △ 군산국도극장 1관 패스트 앤 퓨리어스(445-2460)국도극장 2관 바람난 가족국도극장 3관 캐리비안의 해적국도극장 4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시네마우일 1관 조폭 마누라2(445-3613)시네마우일 2관 오 브라더스시네마우일 3관 불어라 봄바람시네마우일 4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금강하구둑자동차극장 바람난 가족(041-956-5564)△ 익산아카데미극장 1관 데드 캠프(841-5404)아카데미극장 2관 (855-7923)아카데미극장 3관 (851-1791)씨네마극장 1관 캐리비안의 해적(841-5226)씨네마극장 2관 주온2씨네마극장 3관 오 브라더스△ 정읍중앙극장 조폭 마누라2(535-5170)현대극장 오 브라더스(532-6353)△ 남원제일극장 바람난 가족(625-2332)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09.19 23:02

[문화광장] 제21회 유망청소년협주곡의 밤

공연▲제21회 유망청소년협주곡의 밤19일 전주덕진예술회관 저녁 7시 30분. 전주시가 유망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한 무대. 피아노 신한나·바이올린 육은솔·콘트라베이스 박범기·플룻 강유리·클라리넷 신여름 학생이 출연한다. 일반 7천/청소년 5천 063)281-2748▲제6회 랑플루트 앙상블 정기연주회19일 한국소리문화전당 연지홀 저녁 7시. 사람의 목소리 다음으로 감정을 가장 잘 전달한다는 플루트의 깊은 음색을 감상할 수 있는 랑플루트 앙상블(지휘 이대정랑)의 여섯번째 정기연주회. 현직 음악교사 등 전문연주자 40명이 무대에 오른다. 063)255-1440▲포크 빅 콘서트 '가을편지'20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오후 4시/7시 30분. 70년대 청바지·생맥주와 함께 젊음을 대변하던 통기타. 깊어가는 가을밤 편안한 포크음악 콘서트가 열린다. 이계진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콘서트는 '가는세월'의 서유석을 비롯한 김세환·윤연선·이동원·장계현과 템페스트·김원중 등 포그계를 주름잡았던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특별석 4만/S석 3만/A석 2만, 063)270-8000▲퓨전 'Special 토요놀이마당'20일 한국소리문화전당 저녁 7시. 토요일 저녁, 한바탕 어울어지는 마당 역할을 해왔던 '토요놀이마당'의 2003년 마지막 공연. 타악연주 '동남풍'·퓨전그룹 '오감도'·하나로 금관앙상블·'Salsa 하바나'·퓨전밴드 '한노울'이 출연, 야외에서 즐기는 신명나는 문화의 장을 마련한다. 063)270-8000▲정은미 흥보가 완창발표회20일 전주덕진예술회관 오후 2시. 이일주 선생을 사사하고, 현재 국립국악고 2학년에 재학중인 정은미가 흥보가 완창발표회를 갖는다. 063)254-5885▲제4회 전라북도 여성합창대회20일 전북예술회관 오전 10시. 각 시군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여성합창단과 어머니합창단 열여덟 팀이 참가하는 합창경연대회. 063)231-9675▲둥근노래 경연대회21일 솜리문화예술회관 오후 3시. 원불교와 원음방송이 함께 주최한 합창 경연대회. 1부는 '원불교 둥근노래'경연대회·2부는 청소년 합창 경연대회가 펼쳐진다. 011-683-5240 ▲제7회 전주목관5중주 정기연주회21일 전북예술회관 저녁7시. 플루트·클라리넷·호른·오보에·바순의 하모니가 아름답다. 011-636-9349 ▲제7회 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음악회'23일 한국소리문화전당 연지홀 저녁 7시. 전북대 예술대학 음악학과(학과장 박제현) 교수들이 마련한 자리. 각 전공별 전문가들의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063)270-3736▲원광대 음악과 교수초청 '원광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24일 전북예술회관 저녁 7시 30분. 원광대 음악과(학과장 양승돈) 교수들의 특별한 연주회. 협주곡·앙상블·성악 등 다양한 무대에 맞춰 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반주한다. 스승과 제자가 한 무대에 서는 뜻깊은 무대. 063)850-6601▲김원선 피리 독주회24일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 저녁 8시. 박범훈류 피리산조·피리 삼중주 '춤을 위한 메나리'를 비롯, 가야금·타악·피아노가 함께하는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현재 전북대 한국음악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063)280-7000전시▲최광호 전시회19일∼25일까지 전북학생종합회관 전시실. 사람들이 무관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춘 작품 25점을 전시. 같은 상황을 다른 색채로 표한한 작가의 시각이 돋보인다. 011-9436-7553▲우석대학교 건축학부 졸업작품전25일∼28일까지 삼성문화회관 제1갤러리. 우석대 건축학부 서른두명의 졸업예정자가 설계 14점과 논문 3편을 전시한다. 019-337-0776▲F64 사진전시회19일∼21일까지 솜리문화예술회관 전시실. F64 사진연구회가 회원들의 개성있는 작품 41점이 전시된다. 011-9223-6017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09.19 23:02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서예가 여태명씨 베이징비엔날레 참가

서예가 효봉 여태명씨(48·원광대 교수)가 20일 개막하는 '제1회 중국 베이징비엔날레(北京國際美術雙年展)'에 한국 서예가로는 유일하게 초청 받았다. '창신­현대성과 지역성'을 주제로 다음 달 20일까지 베이징 중국미술관과 중화세기단예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는 한국·일본 등 아시아 10개국을 비롯해 프랑스·러시아·이집트·캐나다·이탈리아 등 모두 48개국에서 1백35명의 외국 작가들과 특별초대·공모방식으로 선정된 중국 작가들이 참여한다. '세계 미술의 중심은 동양'임을 내세워 국제문화교류의 선두에 서려는 중국의 희망을 보여주는 자리다. 여 교수의 '천지인(天地人)'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회화 30점과 조각 10점. 베이징 최고의 미술관으로 꼽히는 중국미술관에서 '제백석 특별전'(중국) '다카야마 다쓰오 특별전'(일본)과 함께 '한국미술 특별전' 형태로 전시된다. 한국 현대미술이 일군 성과를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전주출신 한국화가 남천 송수남씨(홍익대 교수)와 화가 임옥상씨(전주대 교수)를 비롯해 화가인 이종상 김호득 김천일 김창열 김서봉 윤명로 정성우 황용엽 신학철 권순철 이두식 안창홍 정원철씨와 조각가인 최의순 임송자 안규철 정현 이종빈씨 등 국내 중견작가 21명이 이번 특별전에 함께 한다. 출품작가 선정은 베이징비엔날레 한국 커미셔너인 이광준씨(중국노신미술대학 교수)와 미술평론가 김윤수씨(국립현대미술관장)가 맡았다. 02)587-9640.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09.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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