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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축제] 낯설지만 아름다운..'소리와 춤'의 명상

세상의 모든 첫 만남이 설레이듯 가을의 깊은 밤 음악과 춤이 만나는 자리 '소리와 춤의 명상'은 관객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먼 옛날 실크로드를 통해 동과 서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을까. 황병기와 나효신의 만남 '비단길 그리고 아크마토바의 뮤즈'. 국악과 현대음악의 만남이나 두 작곡가들의 만남을 넘어, 문학과 소리, 소리와 춤, 작곡가와 관객 등 작은 공연장 안에서 수많은 만남들이 빚어낸 결과는 한마디로 낯설다. 2시간 10분여에 이르는 긴 시간과 1분에 몇가지의 음정을 낼까 말까한 정도의 단조로운 연주는 작품성을 떠나 빠른 속도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을 힘들게했다. 그러나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곡 선정이나 연주기법, 나씨의 작품해설 등은 낯설음과 바꿀만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나효신 '아크마토바의 뮤즈'와 황병기 대금독주곡 '자시'는 한 밤중 뮤즈(음악의 신)를 기다리는 절실함과 방문의 기쁨을 표현한 곡. '아크마토바의 뮤즈'는 러시아 여류시인 아크마토바의 시 '뮤즈'를 읽고 '하마단'은 황병기가 현담의 시를 읽고 그 감동을 음악으로 옮긴 것이다. 줄을 당기고, 활을 조이는 과정부터 음악에 포함되는 '황하가 푸르도록'은 조율과 음악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한 관객들의 편견을 깨뜨리는 무대.소리와 춤이 어우러진 '자시'와 '정지향'은 더 특별했다. '자시'에서 이경호(전북대 무용과 교수)는 독립된 공간으로 무대 위에 또다른 무대를 마련, 그 위에서 뮤즈를 연상시키는 춤을 췄다. '정지향'에서는 신용숙(현대무용단 사포 대표)가 곡을 듣고난 느낌을 자유로운 몸짓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주제와 달리 소리와 춤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무대가 적어 이들의 소통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제한된 음악재료들이 사용된 '음악'은 88년 작곡된 나효신 초기작품. 남편인 토마스 슐츠(스탠포드대 음대)교수와 함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버전을 연주했다.지난 28∼29일 있었던 '소리와 춤의 명상' 첫 만남 홍신자와 원일의 만남 '구운몽'역시 색다른 경험이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기괴한 소리를 내뱉는 보이스 퍼포먼스에 거부감이 들지만, 쉽게 자리를 뜰 수 없게하는 그들만의 카리스마가 관객들을 붙잡았다. 하얀 천을 뒤집어쓰고 알 수 없는 몸짓을 보여주더니 한바탕 웃기 시작한다. 긴장이 확 풀어지면서 구운몽의 깨달음이 이뤄지는 순간 관객들도 크게 웃고 자유롭게 춤을 춘다. 원일의 음악은 잔잔하게 혹은 격렬하게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일깨우는 홍신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또 한편의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이애주와 wHOOL이 함께하는 '소리·춤·선(禪)'이다.(3∼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저녁10시) 두번의 만남을 겪으면서 새로운 충격을 접한 관객들은 그 느낌이 어땠든 이제 세번째 만남을 기다린다. 낯설음을 통해 느끼는 신선한 카타르시스가 그들의 정체됐던 감정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3.10.03 23:02

[소리축제 학술회의] 판소리와 실크로드 음악은 무엇인가

소리잔치의 중심에 서 있는 판소리는 유네스코(UNESCO) 지정 세계무형문화유산 걸작 등록을 앞두고 있을 만큼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잡고 있다.올해 축제에서는 판소리의 세계화 방안과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전통 공연예술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학술대회를 비롯해 전통 문화유산의 보존·전승방안을 모색하거나, 우리 전통 음악을 중심으로 아시아 민족음악 교류 활성화를 위한 학술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민족음악교류 활성화 계기-아시아 태평양 민족음악학회학술대회의 첫 자리는 아시아태평양 민족음악학회(회장 권오성·한양대 교수)의 국제학술회의. 9월 29일부터 2일까지 나흘동안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비단길의 음악과 문화'를 주제로 개최한 이 학술회의는 올해 소리축제의 주제인 '소리길 실크로드'공연과 맞물려 특별한 관심을 모았다. 학술회의에는 국내 학자 10여명을 비롯, 중국과 인도네시아·미얀마·인도등 15개 국가에서 40여명의 학자들이 참석해 비단길을 통해 오고 간 각국 민족음악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교환했다."실크로드 음악과 우리 전통음악을 비교, 상호 관계에 대한 학술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이 회의를 주관한 권오성회장은 "판소리와 소리축제를 세계화시키려면 외국 학자들이 직접 와서 보고 들어야한다”며 "시간제약과 경비문제로 아쉬운 점은 있지만 소리축제를 널리 알리는 데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21세기에 맞는 전통공연예술 정책 방향 모색-국악학학술회의국립국악원(원장 김철호)이 마련한 '한국 전통 공연예술의 보존·전승정책'을 주제로 한 국악학학술회의(10월3일 오후 2시∼ 4일 오후 12시40분)는 21세기에 맞는 전통 공연예술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현행 전통 공연예술 보존 및 전승관련 정책들을 교육과 무형문화재·공연단체 운영·언론매체등 각 분야별로 나누어 진단한다.권덕원 교수(춘천교대)가 '국악 교육정책 현황'을 진단하고, 임돈희 교수(동국대)와 서한범 교수(단국대)가 '무형문화재 정책'에 관해 발표한다.심인택교수(우석대)가 '공연예술단체 운영정책'을, 한신평 KBS라디오국장이 '언론매체와 국악', 한명희 교수(서울시립대)가 '국악정책의 미래지향적 방향'을 주제로 각각 발표한다.판소리의 세계화와 새로운 판소리의 길-판소리학회 학술대회한국학술진흥재단 후원으로 축제 막바지에 열리는 판소리학회(회장 김진영·경희대 교수) 제43차 학술대회(10월4일 오후 1시∼ 5일 오후 1시30분)는 판소리 세계화 방안을 모색하고 창작 판소리의 특성을 정리하는 자리다.정병헌 교수(숙명여대)가 '판소리 세계화의 현실과 실천방안'을 최동현 교수(군산대)는 '연변지역 판소리의 전승 현황'을 발표한다.김기형 교수(고려대)의 '창작 판소리의 사적 전개', 이규호 교수(중앙대)의 '창작 판소리의 음악적 특성', 김현주 교수(서강대)의 '창작 판소리의 사설 직조방식' 주제 발표도 있다.판소리가 세계화로 가기까지 문제가 적지 않지만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논의가 그 방향을 찾을 수 있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3.10.03 23:02

[소리축제 특별기고] '황병기와 나효신의 만남'에 대해

10월 1일과 2일 밤 '황병기와 나효신의 만남-비단길 그리고 아크마토바의 뮤즈'가 공연되었다. 이 공연은 한마디로 일반적인 음악의 상식을 뛰어 넘는 것이다. 연주 기법, 화성체제, 음악의 전개 방식, 조율법, 악기에서 소리를 내는 곳의 선택 등 여러 가지 점에서 그렇다. 현대음악이란 새로운 음악이다. 어느 시대이건 새로운 음악은 있었으며 대개는 충격적이었고 또한 혹독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비판의 가장 큰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미 익숙한 전개를 버리고 청중의 예상을 깨는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은 당혹해 하고 난해하다며 머리를 절래 절래 흔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아끼고 찬탄하는 많은 음악들도 실상 그것이 발표되었던 당대에는 오늘날의 현대음악과 마찬가지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베토벤 음악도 거칠고 시끄러운 불협화음을 쓴다는 비판을 받았고, 드뷔시 음악은 좌익의 선전도구라는 평을 받았으며, 모차르트와 베토벤과 바르톡 역시 평생 가난과 병마에 시달려야 했다.특히 20세기는 수많은 발명과 매체의 발달로 미에 대한 인간의 감각에 커다란 변화를 주었다. 음악은 아름다움과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획일적이며 표준적인 심미관이 깨어지고 다양한 음악들이 공존하는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어쩌면 충격이 큰 음악일수록 결국은 그 영향력이 보다 큰 음악으로 자리잡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불안하고 불확실한 시대에는 음악에서도 더욱 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따라서, 현대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좀더 열린 마음으로 이들 음악을 받아들이고 공연을 기회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세계 무대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황병기와 나효신의 작품들이 국내에서는 그런 평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날 관객들이 보인 진지하고 성숙한 관람태도는 미래의 우리 지역 음악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매우 고무적이었다. 특히, 대단히 지적이며 철학적인 나효신의 곡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이성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관조(觀照)의 즐거움'을 얻지 않고는 온전하게 감상하기 어려운 곡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서울의 연주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이런 난해한 음악과 춤의 만남을 열과 성을 다해 훌륭하게 소화해낸 우리 지역의 이경호(전북대 무용학과 교수), 신용숙(현대무용단 사포 대표)의 춤, 그리고 가야금 중주곡을 훌륭하게 연주해 낸 도립국악원 교수와 단원들의 노력도 또 하나의 희망적인 만남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 문화일반
  • 류장영
  • 2003.10.03 23:02

[축제현장 엿보기] 터키인이 부른 '아리랑' 새 버전 등

◇…터키인이 부른 '아리랑' 새 버전, 기자회견 당시 "아리랑이 너무 좋아서 소리축제를 떠나기 전 꼭 불러보고싶다"던 터키 '우스쿠다' 팀이 어제 오후 야외광장에서 '아리랑'을 불러 큰 인기. 노래를 부른 세잔(25)은 전국 내셔널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실력파.◇전국체전에 참가하기 위해 전주를 찾은 충북 양궁팀 선수 열명이 한국소리문화전당 근처 양궁장에서 훈련 중 '미지의 소리'에 이끌려 놀이마당을 찾았다고. "다른 나라 음악을 비교해 들을 수 있어 신기하고 재밌다"는 반응.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임동현(18, 충북체고) 선수 역시 충북팀. ◇…'나도야, 소리꾼' 시상식에서 축제 마당에 걸맞지 않은 청승맞은(?) 음악이 흘러나와 음향담당의 센스부족(?) 지적. 흥겨운 음악은 축제의 흥을 돋우기 마련. 느린 템포에 슬프기(?)까지 한 음악이 분위기 소리판의 분위기 '다운'.◇…1일 오후 2시, 비 오는 소리전당을 찾은 전라도 아지매(?) 4총사."겁나게 좋은 것 헌다고 히서 먼디서 왔는디 다시 가야할랑갑네. 볼 것이 한 개도 없어” "그냥 가야지 어찌것어. 얘들만 겁나게 있고만…, 볼 것이 이씨야지”"돈 아까 죽것네” "조금만 기다리면 좋은 것을 시작한다”는 모악당 경비아저씨의 눈부신 홍보활동에도 불구하고 아지매들은 "뭣혀, 그냥 가잖게”.◇…김덕수 사물놀이 25주년 기념'대박약 2천여석에 이르는 모악당 전석(만원,오천원)이 1일 오후 매진돼, 약 200여석의 입석표(삼천원)를 추가로 발행하기도."서서라도 공연을 보고싶다”는 관객들의 문의가 빗발쳐 입석표를 발행하기로 결정.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10.03 23:02

[소리축제] 근사한 무대로 관객 긴장시킨 이네사갈란테

관객들이 긴장했다. 지난 1일 소리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의 공연. 객석은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꽤 오랜 시간 기다렸다는 듯, 시작과 끝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분명한 박수를 보냈다. 군산시립교향악단의 반주가 마무리될 무렵 소프라노가 관객에게 정중한 인사를 해도 관객은 한 트랙이 정확하게 끝나야만 환호를 보냈다. 최고의 예의(?). 이네사 갈란테의 무대는 이런저런 수식어로 꾸미기엔 부끄러울 만큼 한마디로 근사했다. 월급을 몽땅 투자한다고 해도 아깝지 않은 공연이 바로 이런 것인가 싶었다. 소프라노는 서툰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며 무대에 올라 동유럽 특유의 음색을 자랑했다. "성량보다 나만의 색채를 표현한다. 마음 속 깊이에서 울려 나오는 감성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의 말처럼 넓은 성량이었지만, 아주 작은 폭으로 필요한 부분만 적절히 사용했고, 음을 단단하게 모아 정확한 발음을 들려줬다. 극적인 노래를 부를 때도 그의 가창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음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했다. 무대에 원을 그리고 쉽게 원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양손을 모아 기도했고 두 팔을 벌려 관객을 안았다. 관객은 그 품에 안겨 한껏 포근한 수면에 빠졌다. 한 연극인은 "솜털까지 떨렸다”고 했고, 음악인은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는 그를 위한 노래다”며 소프라노 보첼리·조수미·샬럿 처치·레슬리 개럿의 노래를 무색하게 했다. 언제나 근엄하던 한 원로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아이와 함께 모악당을 찾은 한 주부는 "돈은 아깝지만 이네사 갈란테에게 미안해”서 아이와 함께 로비에서 TV를 통해 공연을 감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있다. 중간중간 이네사갈란테는 관객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그의 말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관객은 많지 않았다. 올해 소리축제 최대 실수로 떠오르는 '통역불가'가 이 공연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런 류의 공연은 보통 이런 식이라지만, 다른 공연에서의 답답함이 이보다 컸을까. 통역이 끼어들었다면 감동을 무디게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가수와 객석의 소통이 막혔던 일은 아쉬운 부분이다. 달리 쉴 곳도 없이, 태양을 머리에 이고 공연하는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의 예술단이나 객석처럼.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10.03 23:02

[소리축제] '나도야 소리꾼!' 참가 안소이,재이 자매

분홍빛 치마에 노란 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은 안소이(11,송천초4) 안재이(8,송천초1) 자매.'나도야, 소리꾼!'에 참가, 귀여운 외모와 제법 멋스러운 소리로 관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어린 소리꾼들이다. 둘 다 단가 '초한가'를 불러 언니 소이는 장려상, 동생 재이는 인기상을 탔다. 소리를 배우고있는 도립국악원 선생님의 권유로 나오게 됐다고.소리를 시작한 지 이제 4개월. 아이들이 먼저 소리를 배우고 싶다며 엄마를 졸라 시작했지만, 자매의 꿈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인기가수다. 솔직히 소리꾼보다는 보아같은 가수가 더 되고싶단다. "소리를 배우는 게 재밌고, 나중에 노래할 때 도움이 될 거 같아요"라고 말하는 똑똑한 재이와 소이. 그래도 "상타서 너무 기뻐요"라며 친구들에게 제일 먼저 자랑하고 싶다는 모습이 영락없는 초등학생이다.어머니 최명숙씨(37)는 "아직 어려도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있는데 소리를 통해 풀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모두 열여섯명이 참가한 '나도야, 소리꾼!'은 이성근(도 인간문화재), 박미선(도립국악원) 선생이 심사위원을, 고수는 홍석렬씨(전국고수대회 대명고부 최우수)가 맡았다. 소리판의 전국노래자랑 '나도야, 소리꾼!' 아마추어다운 애교와 실력이 빛나는 무대였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3.10.03 23:02

[소리축제] 러시아 베이스, '21세기 저음가수들

축제의 테마는 '소리·길·만남'. 비행기로만 10시간이 넘는 길을 건너온 또다른 만남이 있다. 지옥의 심연이 느껴진다는 러시아 베이스를 들려줄 '21세기의 저음가수들'(3일 오후 8시 전동성당. 4일·5일 오후 7시 소리전당 연지홀). 인간의 목소리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는 무대다. 러시아 베이시스트가 혼자서 공연을 한 적은 있지만 여러 명의 베이시스트들이 화음을 맞추는 공연은 이번이 처음. 우리에게 러시아 음악 열풍을 이끌었던 드라마'모래시계'의 주제가'백학' 등 친숙한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있어 예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겸비한 공연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러시아는 비슷한 정서가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 베이스는 한국인의 한을 떠올릴 만큼 감성이 강하죠. 쉽게 접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황상연)러시아 유일의 베이스팀인 '21세기의 저음가수들'은 5년의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정규 교육과정과 출연작품의 수와 비중, 입상경력 등 팀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꽤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할 만큼 권위를 자랑한다. 단원은 한국인 황상연씨를 포함해 러시아 연방국가에서 고르게 모인 30명. 현재 러시아 유일의 매니지먼트사인 아르히포바에서 1순위 추천 팀으로 성장, 영국·네덜란드·카자흐스탄 등 세계 순회공연을 통해 명성을 얻고 있다. 소리무대를 위해 전주를 찾은 저음가수들은 지휘자인 바진 베네틱토프(66)와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시비르체프(35), 러시아 정상급 베이시스트 올레그 멜리니코프(42) 타라스슈똔다(37) 안드레이 안토노프(36) 위탈리 예파노프(34) 블라지미르 바이코프(30) 그리고 한국인 황상연씨(32) 등 모두 8명. "이태리는 테너와 바리톤이 유명하고 러시아는 베이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소개한 드미트리 시비르체프씨는 "환경과 기후의 영향으로 저음이 발달했고, 대륙의 나라라는 특징이 국민들을 '느리게'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 차례의 공연을 통해 이들이 들려줄 노래는 이태리·유럽의 종교음악과 러시아 낭만가곡·민요, 러시아 로망스, 유럽 오페라의 주요 아리아 등 다양하다. 특히 귀족문화에 기원을 둔 러시아 로망스는 우리나라에 러시아 음악 열풍을 주도했던 드라마'모래시계'의 주제가 '백학'과 드라마'사랑을 위하여'에 삽입돼 '고백'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마법에 걸린 듯 사랑스러운 나의 여인이여' 등 친숙한 곡들로 준비했다. 서울출신으로 러시아 현지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중인 황상연씨는 "남성의 음고(音高)가 가장 낮은 성역인 베이스는 엄숙하고 깊이가 있다”며 "선율이 있는 바소 칸탄테나 익살스러운 바소 부포, 깊이가 있는 바소 프로폰도 등 다양한 음역과 특징이 있어 절대 지루하지 않다”고 소개했다. 저음가수들이 준비한 특별 이벤트는 3일과 4일 들려줄 한국가곡 '산하'. "한국 사람인 상연씨 때문에 한국음악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 드미트리 시비르체프씨는 "러시아에서 불려지는 한국노래(가곡)들은 큰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양 클래식 성악음역에서 소홀히 취급받았던 영역이지만, 판소리의 중저음과 러시아의 매혹적인 베이스를 비교하면 더 의미 있는 공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10.03 23:02

[소리축제와 사람] "노래와 춤의 어울림 인상적" 이란 '팍테'

다섯명으로 구성된 이란의 팍테(음악감독 레자). 이란 고대음악의 한 장르를 뜻하기도 하는 '팍테'는 95년 설립됐다. 이란 국내에서는 물론 아시아와 유럽에서 2백여곡을 공연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밴드.소리축제에서도 30여곡을 미리 준비, '정신적인 세계와 높은 이상'을 기본 테마로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곡들을 선정할 예정이다.아장아장 걸음으로 팍테 멤버들과 함께 다니는 이란의 신비한 꼬마도 소리축제의 인기스타.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음악을 좋아하는 레자의 아들 아인이다. 아내 역시 팍테 밴드의 멤버. "이란은 원래 노래와 춤을 따로 공연하는데, 여기와서 보니 노래와 춤이 함께 어울리는 무대가 많아 인상적이다”는 그들의 무대에는 타아르, 산투르, 네이, 통백, 다프, 도요레, 도요레 장기 등 모두 일곱가지의 이란 전통악기가 오른다. 다른 해외팀들보다 1주일정도 먼저 전주에 도착한 팍테는 도내 병원과 소년원을 돌며 공연을 가졌다. "묘한 기분으로 공연을 시작했지만, 솔직히 소리축제 공연때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다”는 그들은 "한국은 멋있는 나라고, 사람들도 친절하다”며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말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10.02 23:02

[소리축제] 기고-준비된 사람들이 빚어낸 신명의 한판 축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축제의 신명도 음악의 감동도 쉽게 찾아올 수 있다. 멍한 상태로 연주장을 찾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역으로, 맘먹고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일 또한 쉽지 않다. 그만큼 큰 기대를 하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신명의 한판 축제를 위해서는 관객들의 적극적인 마음가짐과 그에 상응할 정도의 철저한 연출기획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30일 저녁, 오케스트라 아시아의 연주는 바로 이 두 가지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신명과 감동의 깊이를 더해준, 한판 멋들어진 축제의 전형이었다.개막공연에 대한 실망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야외공연장을 찾았다. 가을의 유혹을 떨칠 수 없어서이기도 했겠지만 소리축제에 대한 미련이 발걸음을 이끌었을 것이다. 우리 전통음악의 영역을 풍성하게 넓혀가고 있는 박범훈에 대한 기대와 어느덧 10년의 경력을 쌓아온 오케스트라 아시아에 대한 믿음도 작용했을 것이다.이러한 관객들의 믿음과 기대는 공허한 것이 아니었다. 오케스트라는 철저한 사전 준비로 호응을 해주었다. 우선 탁월한 기획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축제의 성격에 걸맞게 소리를 중심으로 연주곡을 편성한 것이나, 지역성을 감안하여 연주곡과 연주자들을 선정한 것 모두 반가운 일이었다. 또 하나, 개막공연과 대비가 되는 점이기도 한데, 연주곡 모두를 야외공연에 적합한 것으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야외공연 특유의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청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덕분이었다. 곡의 배치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대규모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신들린 사물놀이의 '신모듬' 연주로 대미를 장식하게 한 것이나, 그 중간에 세 나라 전통 악기와 음악의 특색을 느낄 수 있게 배치한 것, 모두 청중들의 마음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한 연출로 보여졌다. 지휘자의 '계산된 끼어들기'도 '준비된' 청중들에 대한 '준비된' 배려였다. 청중들의 환호에 자연스럽게 호응하듯 무대에 올라와 이를 더욱 고조시킨 것이나, 합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그 이름조차 몰랐던 중국과 일본 악기들을 소개하고 그 고유한 음색을 맛볼 수 있게 해준 것은 '준비된' 청중들도 예기치 못했던 값진 선물이었다. 두 지휘자가 함께 나와 주고받은 마지막 앵콜연주도 철저하게 '준비된' 연출의 결과일 것이다. 오케스트라 아시아가 전한 감동의 파장이 길다. 이래저래 또 다시 말도 많은 소리축제의 마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숙명과도 같은 미늘에 꿰이고 만 것이다./이종민 전북대 영문과 교수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10.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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