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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축제 메인 무대인 소리문화의 전당 주차장 출입을 놓고 주말 내내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특히 함께 열리고 있는 세계서예비엔날레 관람을 위해 타도에서 찾은 관람객들은 관광버스 출입이 안돼 한참을 걸어 들어가는 불편을 겪기도.소리축제 조직위는 27일과 28일 오전부터 소리문화의 전당 앞쪽 주차장의 차량출입을 철저히 통제, 일부 행사차량만 출입시켰던 것. 때문에 주말을 맞아 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은 앞쪽 체련공원이나 뒷편 야외공연장 부근 주차장 이용을 유도하면서 곳곳에서 실랑이.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보이스(Voice) 퍼포먼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미래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소리축제 테마기획 '소리와 춤의 명상'첫 판을 여는 세계적 전위예술가 홍신자와 작곡가 원일은 "관객들이 다채로운 감정의 기폭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을밤 소극장에서 매니아들과 만나고 싶다”는 홍신자는 "죽음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만큼 공연은 허탈한 웃음과 환희의 춤으로 마무리된다”고 축제무대에 올리는 '구운몽'을 소개했다.원일은 보컬리스트 홍신자의 목소리에 주목했다."세계적 관심을 모은 작품 '미궁'발표이후 홍신자씨의 목소리를 대부분 추측만 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신비하고 강렬한 홍신자 소리의 진수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강조했다.소리의 땅, 축제의 밤은 매일 환상의 세계로 안내된다.춤과 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무대에서 홍신자와 이애주등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춤꾼들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공연이 밤10시에 시작되는 만큼 매니아들을 위한 무대지만 예술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영혼의 가치를 되새기고 싶은 관객들에게도 더없는 기회다. 무대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전문가들은 우리 예술의 현주소와 미래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로 평가하고 있다.홍신자와 원일의 만남 '구운몽'(9월28·29일)젊은 실험주의 작곡가 원일과 세계적인 전위무용가이자 보컬리스트인 홍신자가 만나는 무대. 독특한 창법을 통해 발산되는 홍신자의 신비하고 강렬한 소리가 관심사다. '구운몽'에서 홍신자는 삶을 찰나의 꿈으로 보고 다양한 소리와 몸짓을 통해 아홉가지의 꿈을 표현해낸다. 원일은 서울무용제 음악상에 이어 지난 1995년 한국문예진흥원 선정 신세대 최우수 작곡자로 뽑히면서 두각을 드러낸 젊은 예술인이다.황병기와 나효신의 만남 '비단길 그리고 아크마토바의 뮤즈'(10월1·2일)가야금의 명인이자 창작국악의 태두로 불려온 황병기와 한국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해 온 재미 작곡가 나효신이 꾸려내는 무대. 지난 2001년 우리말과 영문으로 된 인터뷰집 '황병기와의 대화'를 펴내기도 했던 나효신은 이번 공연에서 직접 전곡을 해설하고 피아노 연주도 들려준다.황병기의 곡은 가야금연주자 지애리씨와 대금연주자 김정승씨가 연주하며 이경호(전북대 교수) 신용숙(현대무용단 대표)씨의 춤이 이들 음악과 만난다. 이애주와 wHOOL의 만남'소리·춤·선(禪)'(10월3·4일)무형문화재 27호 승무 보유자인 이애주 서울대 교수는 축제무대에서 그가 꿈꾸어 온'영가무도(詠歌舞蹈)'를 풀어낸다.영가무도는 온몸으로 춤을 추며 몸과 마음이 하나되어 무아의 경지에 이르는 참선법. 음악과 노래·춤이 완전히 일치되는 상태로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평화의 소리이자 몸짓이다. 음악은 전통 국악기로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젊은 타악그룹 훌(wHOOL)이 맡았다.
우석대 김경주교수와 김경주 자미수현현 무용단이 벽사 한영숙선생(1920∼1989)의 14주기 추모공연 무대에 선다. 29일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이 무대는 선생의 흉상건립 기금마련을 위해 작년부터 한영숙 춤 보존회가 기획한 추모의 자리. 김경주교수와 그 제자들은 '스승의 스승을 기리기 위해' 그동안 아온 역량을 모아 무대를 준비해왔다. 1·2부로 나뉘는 이번 공연은 한선생의 생애를 담은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1부에서는 승무와 태평무를 선보인다. 2부는 '춤으로 보는 전북 3경'. 지난해 발표해 주목을 모았던 고창 모양성 답성놀이춤과 정읍 단속곳 춤, 완주 줄다리기춤을 선보인다. 잊혀져 가는 민속춤을 발굴, 현대적 기법에 맞게 재창조한 작품들이다.조부 한성준으로부터 춤을 전수받은 한영숙 선생은 1969년 승무로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됐으며, 1971년에는 학무로 중요무형문화재 제40호로 지정됐다. 김교수는 한영숙선생의 뒤를 잇는 수제자다.
전주공예품전시관·전주명품관은 2003전주세계소리축제를 맞아 27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소리축제티켓 구매자에 한해 공예품 할인행사를 실시한다. 개관이래 첫 할인행사. 티켓 소유자가 2만원 이상 구매시 기념 엽서를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소리축제 티켓 5만원 권은 10% 할인, 2만원∼5만원 권은 5% 할인된다. 한편, 전주공예품전시관은 축제기간 실크로드 마켓에 참여해 전주 공예품의 우수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소리야 노∼올∼자.푸짐하게 차려진 전주의 가을 소리잔치에는 어린이 관객들도 특별히 초대된다. 축제마당에 소리체험 공간을 제공, 어린이들의 문화적 소양과 예술적 감성을 계발하자는 취지다.축제속의 축제 '어린이 소리축제'는 잔치 첫 주말에 특히 풍성하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과 국제회의장·모악당앞 광장·연지홀, 그리고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이 그 무대.프로그램 중에는 판소리 다섯바탕중 하나인 '수궁가'를 현대감각에 맞게 개작한 국내 최초의 창작 어린이 창극 '다시 만난 토끼와 자라'가 단연 눈길을 끈다. (9월27∼10월 5일. 평일 오전 10시30분, 오후 5시. 주말 오후 4시, 7시.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소리축제 조직위원회와 우진문화재단이 공동으로 기획, 국제행사에 내놓을 수 있는 소리의 고장 전주의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야심찬 의도를 읽는다면 더 관심있게 볼 수 있다.판소리 다섯바탕중 하나인 '수궁가'를 어린이들의 눈 높이에 맞춰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이 작품은 산과 바다의 동물들이 힘을 합해 환경오염을 막고 맑은 물과 공기를 되찾는다는 내용. 동물의 눈을 빌려 끝없이 이어지는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경계한 교훈적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시종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희곡작가이자 연출가인 곽병창씨(전주전통문화센터 관장)와 올 제21회 전국연극제에서 희곡상(작품: 대통령상)을 수상한 최기우씨(전북일보 기자)가 극본을 썼고 남원시립국악단 상임연출가인 오진욱씨가 연출을 맡았다. 차세대 소리꾼으로 주목받는 어린이 출연자들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축제 첫 주말에는 또 대사가 전혀 없이 소리만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일본 호노보노 인형극단의 탈인형극 '까악까악'도 관심을 모은다.(27∼29일 오전 11시 오후1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가을 들판 벼이삭을 쪼아먹는 까마귀를 쫓기위해 농부가 펼치는 갖가지 행동이 관객들을 몰입하게 한다. 대사가 없지만 의사소통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공연이다.또 미래의 음악도들에게 전문가의 조언과 함께 연주를 들려주는 '마스터클래스'(27∼28일 오전10시)와 도내 아동들이 숨겨진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어린이 음악경연대회'(27∼28일 오후1시)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우리 지역의 삶과 문화 그리고 소리 자원을 소재로 새로운 창작 곡을 만들어 발표하고 있는 국악실내악단'소리고을'(대표 류장영)이 두 번째 정기공연을 마련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우리소리의 숨결'. 공연의 주제는 '전북의 소리따라 Ⅱ-가을이야기'(27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명인홀). 이번 연주회에 공연되는 실내악곡 '낙엽이야기''동포귀범''동고산에 품은 뜻은''기린봉에서'와 성악곡'벚꽃''가을이야기''내장호에서''아중리 가을' 등 7곡 모두 윤영선(국립국악원 장악과)·류장영(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장)의 초연작품. 김선식(테너, 남원시립합창단 지휘자)·배옥진(도립창극단 단원)이 찬조 출연한다. 2003년 무대예술제작지원 작품.
“소리축제 공연보고 공예품 할인 받고…” 전주공예품전시관·전주명품관은 2003전주세계소리축제를 맞아 27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소리축제티켓 구매자에 한해 공예품 할인행사를 실시한다. 개관이래 첫 할인행사. 티켓 소유자가 2만원 이상 구매시 기념 엽서를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소리축제 티켓 5만원 권은 10% 할인, 2만원∼5만원 권은 5% 할인된다. 한편, 전주공예품전시관은 축제기간 실크로드 마켓에 참여해 전주 공예품의 우수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판소리 '춘향가'를 오페라로 만난다. 우리 고전이나 소재를 오페라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제 더이상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소리축제 호남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춘향'에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 전통악기와 독자적인 우리음색, 분위기를 반영해 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소재만 빌리던 차원을 넘어 우리음계와 가락, 민요 등을 담아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 제작진 스스로 '개량한복 같은 오페라'라고 소개하는 오페라 '춘향'은 소리축제 국내 공식초청작 가운데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다. (27일∼29일, 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호남오페라단이 한국적 오페라 찾기에 주목하며 '녹두장군'(1999), '동녘'(2002)에 이어 내놓은 세번째 작품. 서양음악 양식과 한국적 소재가 만나는 어색함과 언어와 구성, 음악적인 면에서 고루 충돌하게 될 이번 공연은 어색함 속에서도 조화로움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가 관람포인트.당초 국악버전과 성악버전 두 작품을 계획했지만 국악버전은 준비상 어려움으로 내년께 올릴 예정이다. 그리고 이번 공연을 계기가 돼 오페라 전문합창단 '뮤지카 카메라타 오페라 코러스'가 창단한 것 역시 지역문화계의 큰 수확이다. 호남오페라단 조장남단장은 "판소리 '춘향가'를 종합예술인 오페라로 올리는 무대다. 우리 음악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초연이지만 충분히 흥미로울 것이다. 춘향가를 대형무대에서 맞는 느낌도 새로울 것”이라고 소개했다.
"우리 것을 요구하려면 그들의 것도 알아야하고, 그들에게 바라는 만큼 저도 노력해야지요” 전자거문고를 창안, 국제무대에서 한국음악의 한 특성인 '시김새'를 서양악기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해온 음악인 김진희씨(47). 국악을 전공했지만, 서양음악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20년전 도미, 국제무대에서 한국음악의 한 특성인 '시김새'를 서양악기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전자거문고는 전통음악의 확산보다 악기의 역량을 넓히기 위한 것. 산조의 에너지와 미학을 추출해낼 그의 무대는 올해 산조예술제가 가장 공들였다는 '산조 엑스타시'(Sanjo Ecstasy·27일 오후 7시 30분 전주 경기전). 퍼쿠션 연주와 게리 헤밍웨이(49)와 만신이 김매물씨(65)와 함께 전통산조와 프리 재즈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새 산조를 찾아가는 과감한 교감을 선보인다.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됐지만, 각 섹션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일깨우는 독자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음 섹션과 연결돼 있습니다” 김씨가 전주MBC에서 제작한 다큐'산조' 인터뷰에 응하면서 산조의 새로운 양식에 대한 창작 작업에 동참하고픈 강한 욕구가 일어난 것이 이번 작품의 생성 배경. 이번 공연은 완전 즉흥연주는 아니다. 김씨가 미리 설정한 가이드라인을 따라 연주자들의 즉흥성이 발현되는 구조. 가야금, 해금이 동참하며 전자거문고가 합세한다. 반주는 장고와 재즈 드럼. "장구와 드럼은 산조장단과 프리재즈 영역 사이에서 시간감각을 병치시킬 겁니다. 이는 동·서 미학을 융합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죠” "기예 있는 분은 많지만 마음이 열린 분은 많지 않은 현실에서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나 공연하게 돼 기쁘다”는 그는 2001년 KBS TV '한민족리포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 지난 봄 KBS교향악단과 협연한 바 있다.
"관객들을 맞을 준비는 다되었는데 전체적으로 축제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아 불안합니다. 아마도 새만금이나 방폐장 등 지역현안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일수록 축제가 필요합니다. 축제를 통해 서로의 갈등을 치유하고 용기를 북돋우는 자리, 그것이 바로 축제의 존재의미니까요.”전주세계소리축제 임진택총감독(53)은 소리축제가 도민들의 시름을 치유하고, 서로에게 힘을 주는 신명나는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다. 축제 예술총감독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축제를 빚어낸 그는 "조금은 넉넉하게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 상을 차렸지만 크고 작은 걸림돌을 해결하다보니 욕심을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올해 특별히 관심을 쏟은 것은 개막 공연작인 소리스펙타클의 '백제물길의 천음야화'나 실크로드 주변 국가들을 초청한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 "동서이념분쟁으로 차단된 문화사의 흐름을 다시 찾아내는 작업이랄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소리를 통해 한민족의 원류를 찾는 작업이지요.”올해 프로그램을 단절되어있었던 우리 문화, 특히 소리의 역사를 문명사의 관점에서 추적하는 작업으로부터 이루어진 의미있는 것들이라고 소개한 그는 그 성격을 다양성의 바탕 위에서 만나게 되는 인류의 보편성이라고 소개했다. 세계의 다양한 소리를 만나게 하는 교류와 화합의 축제를 지향하는 임감독다운 선택이다."이 모든 기획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소리의 가능성을 탐색하는데 있습니다. 우리 판소리의 세계화를 향한 '집중기획, 판소리'와 함께 '창극'을 개발하고 발전시켜가는 프로그램은 그런점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랄 수 있습니다.”창극이 판소리를 세계 무대로 나가가게 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그는 개인적으로도 창극에 관심이 많다. 그 자신 직접 창극 춘향전으로 만들어 국립극장 무대에 올리기도 했지만 올해 무대에 초청한 도립국악원의 창극 '심청'이나 판소리 오페라 '진채선'은 특별히 기대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판소리의 대중화와 현대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형식들입니다. 특히 기량이 빼어난 소리꾼들이 호흡을 맞추는 무대여서 판소리에 다가서는데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임감독은 새롭게 신설한 창작판소리사습대회나 어린이 창극 '다시 만난 토끼와 자라'도 우리 생활속에서 판소리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그러나 역시 임감독의 절실한 과제는 따로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축제의 주인이 되게 하는 것."직접 참여하고 즐기지 못하는 축제는 오래갈수 없지요. 열린 축제를 지향하는 소리축제는 더구나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3회째인 올해를 기점으로 소리축제는 가능성을 확실하게 얻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 그렇지 못하면 축제의 앞날 또한 불투명해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장기적 안목으로 축제의 성장을 지켜보아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올해는 그러한 신뢰를 얻어내는 중요한 기점이지요."올해 축제에 유난히 큰 부담을 갖고 있는 그는 "이제 축제의 막은 올랐고, 내가 해야할 일은 충실한 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의력이 부족하거나 과잉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습니다” 35년간 초등학교에 몸담고 있는 익산초등학교 문계성 선생님(56). 그는 올해 세계서예비엔날레가 의미 있게 시도하고 있는 '서예를 통한 심리치료'를 위해 6개월 전부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서예치료를 시범 운영해 왔다. "대상 아이들을 선발할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일부 부모님들도 거부반응이 있었는데…, 당연한 일이죠” 그는 부모들에게 아이와 똑같은 체험교육을 실시해 안심시켰다고 한다. 또 선생님에게 함부로 대들고, 부모의 말을 부정적으로만 사고하던 '청개구리형' 아이에게 서예를 가르친 일화를 소개하며 "성적도 올랐고, 집중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서예는 삶의 축소판”이라는 그는 원광대 대학원에서 서예교육을 전공한 교육학 석사. 서예 입문 20년차로 특수교사자격증과 전문상담인자격증까지 소지한 전문가다. 그는 한가지 테마를 설정해 붓의 운필과 화선지의 여백에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출하게 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특히 그가 시도한 '안대 훈련'은 국제적으로 처음 실시하는 방법. 지난 21일 소리전당에서 열린 현장보고대회에서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성향이 있는 아동에 대한 서예치료 결과보고'를 발표, 큰 호응을 얻었다. "들떠있는 우리 사회의 한 대안으로 서예치료의 효과는 이미 증명됐습니다. 대상과 증상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연구과제로 남아있지만, 제가 학교현장에 있는 한 적극적으로 서예치료를 하고, 장려할 생각입니다”서예심리치료는 대회기간 소리문화의 전당 전시실에서 상설 운영하며,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전문가들의 상담이 이어진다.
2003년 가을, 소리의 땅 전주가 다시 땅울림을 시작한다.‘소리·길·만남’을 주제로 한 ‘2003 전주세계소리축제’가 27일 마침내 그 화려한 막을 올린다. 올해로 세번째 벌이는 소리판이다. 다음달 5일까지 아흐레동안 계속되는 지구촌 소리여행에서는 10개테마 40여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해외 14개국 공연단을 포함해서 모두 2백여개팀이 참가, 3백여회의 공연을 펼치는 큰 잔치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전통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차려지는 잔칫상의 중심에는 역시 ‘판소리’가 있다. 축제는 유네스코(UNESCO) 지정 세계무형문화유산 걸작 등록을 앞두고 있는 판소리를 축으로 세계의 소리가 폭넓게 만나는 화합과 소통의 장이다. 우리 소리를 중심으로 세계의 소리가 어우러져 땅과 하늘을 울리게 될 이번 축제를 통해 전주는 세계소리문화의 메카로서의 위상을 다시한번 알리게된다. 전북도가 주최하고 외교통상부와 문화관광부·한국관광공사등이 후원한 올 잔치에서는 비단길 주변의 민족음악을 소개하는 ‘소리길 실크로드’와 고대 백제의 역사를 음악으로 복원해 낸 개막작 ‘백제물길의 천음야화’등이 무대를 빛내게 된다. 또 어린이 소리축제와 학술대회·프린지페스티벌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관심을 끈다.개막식은 27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강현욱 지사와 유철갑 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와 도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다. 올해는 특히 포르투갈 대사등 21개국 7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주한 외교사절단이 축제의 땅을 방문, 소리로 세계를 부르는 전주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게된다.축제의 첫 문을 여는 전야제는 26일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서 열렸다. 도민들의 염원을 한자리에 모아 소리잔치의 성공을 기원하는 이날 행사는 재즈밴드의 반주에 판소리가 어우러지는 퓨전무대로 시작됐다. 특히 2천3명의 도민들이 참가한 축제합창단은 수천명의 관객들과 한데 어울려 소리의 땅 큰 잔치의 시작을 만방에 알렸다.
태양을 보는 사람은 눈이 흐릿해지고 우레 소리를 듣는 사람은 귀가 어두워진다. 視日者眩하고 聽雷者聾이라시일자현 청뢰자농《회남자(淮南子)》〈설산훈(說山訓)〉에 나오는 말이다. 태양은 그냥 비치게 놓아둘 일이다. 태양이 왜 비치는지 그리고 그 빛이 얼마나 센 지를 가늠하기 위해 태양을 자주 바라보는 사람은 눈이 상할 수밖에 없다. 우레가 치거든 우레 소리도 그냥 들어 넘길 일이다. 그 소리가 어디서부터 오는 지 얼마나 세게 오는 지를 알기 위해 그 소리를 자주 듣다보면 귀가 상할 수밖에 없다. 자연에 손을 대려 하지말고 그냥 놓아둠으로써 자연은 자연대로 자기 일을 하면서 살게 하고 사람은 사람대로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살았어야 한다. 그게 바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가르침이었다. 그런데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관여하였다. 동물이 사는 것을 관여하여 그들의 삶을 빼앗고 식물이 사는 것도 관여하여 인간의 이익을 위해 그들의 생명을 빼앗아 썼다. 그리고 불타는 태양도 관찰하였고, 우레와 번개도 정체를 밝혀 놓았다. 심지어는 바로 자신인 인간의 모습마저도 완전히 까발려서 유전자를 조작하고 복제 생명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과학'이라는 이름아래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까발려 놓았고 그 결과 우리는 멸망을 목전에 둔 듯한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 지금이라도 절제해야 한다. '까발림'만이 능사가 아니라 '덮어둠'도 필요함을 알아야 한다. 이 지구는 사람만의 지구가 아님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視:볼 시 眩:눈 어둘 현 聽:들을 청 雷:우레 뢰 聾:귀 먹을 농
2003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내세운 주제는 '소리·길·만남'.아흐레동안 펼쳐질 소리축제의 주제들은 10개 테마와 40여개의 무대로 나뉘어 그 빛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각 나라의 소리가 길따라 '따로'인듯 하면서도 다시 마음껏 만나 어우러져 그들끼리 소통하며 화합하는 자리.세계로 나가는 '판소리'의 가능성을 새롭게 열고, 유럽·아시아를 연결했던 비단길을 따라 그들의 음악을 찾아가는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소리길 실크로드', 새롭게 선보인 테마기획 '소리와 춤과 명상'등 어느 것하나 놓칠 수 없는 의미있는 공연들로 꾸며진다.
2003 세계소리축제는 다시 판소리 명창들의 일가를 주목했다. 27일 첫무대를 여는 조통달을 비롯해 다섯차례의 무대로 이어지는 명창명가의 주인공은 김일구(28일) 오정숙(10월 1일) 박송희(10월 3일) 성우향(10월 4일) 등 다섯명의 명창. 모두가 전주대사습을 통해 명창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다. 서로 다른 유파와 계보를 이어오고 있는 명창들과 그의 제자들이 한바탕을 완성해가는 이 무대는 끈끈한 맥을 이어오고 있는 판소리 유파의 내면을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오후 2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명인홀)
5대양 6대주의 민족음악들을 스펙트럼처럼 펼쳐 보이며 예상밖의 호응을 이끌어냈던 지난해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 올해 축제 무대에 선보이는 '소리길 실크로드'는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의 2탄인 셈이다. 축제동안 소리문화의 전당 앞마당에서 하루종일 공연될 소리길 실크로드 공연은 '소리·길·만남'이라는 이번 축제 기획과도 가장 잘 어울리는 무대다.내륙아시아를 횡단하는 고대 통상로였던 실크로드를 따라 11개국의 민족음악을 만날 수 있다. 동양과 서양문화의 통로였고, 다양한 종교와 사상을 주고 받으며 이해와 관용을 실어 날랐던 그 길을 따라 각 나라의 소리와 음악을 한자리에 감상할 수 있다.각 민족음악의 독창성과 서로의 다양성을 이해하게 계기가 될 '소리길 실크로드'는 공연 뿐아니라 참여국가들의 민족음악에 대한 연구와 지역간 문화교류를 모색하는 학술대회 '실크로드의 음악과 문화', 서로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실크로드 마켓'등도 함께 준비된다.
가을밤 전주의 관객들을 춤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축제 테마기획. 물질중심의 현대사회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영혼의 가치를 예술을 통해 재발견 할 수 있는 기회다. 홍신자·이애주씨등 우리 시대 진정한 춤꾼들을 만나는 설레임도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실험주의 작곡가 원일과 세계적인 전위무용가이자 보컬리스트인 홍신자가 '구운몽'으로 만나는 무대가 첫판이다.(9월28·29일 오후 10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명인홀)현대 창작 가야금곡의 새 지평을 열어 온 황병기와 세계속에서 한국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해 온 재미 작곡가 나효신도 한 무대에서 만난다.(10월1·2일 오후 10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명인홀) 마지막 판은 무형문화재 27호 승무 보유자인 이애주 서울대 교수와 전통 국악기로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타악그룹 훌(wHOOL)의 만남. 소리·춤·선(禪)'으로 장식한다. (10월3·4일 오후10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명인홀)
1천400년동안 잊혀져있던 백제 소리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백제물길의 천음야화'는 다섯명 악사의 악기를 재현해냈다. 장소와 배소, 백제금과 금, 그리고 백제손풍금. 수많은 역사적 자료들을 검토하고 다시 만들기를 몇 번에 거친 끝에 완성된 악기들이다.우리 음계에 맞게 재창조된 '장소'와 '배소'는 형태와 소리가 비슷한 악기들을 세계 곳곳에서 찾을수 있다. 우리에게 '소'로 전해져온 '장소'는 중국 남반부에 '샤우'라는 악기로 그 흔적이 남아있으며, '배소'는 남태평양의 '펜플룻' 계통의 악기와 매우 닮아있다.백제 고유의 악기로 추정되는 '백제금'과 '금' '백제손풍금'은 자료가 충분치 않아 어렵게 재현된 것. '백제금'은 4현과 13개의 괘를 가지고있는 전통악기 '월금'으로 이어졌다. 중국 '진금'과 유사하지만 목이 짧아 저음을 낸다.'금'은 안족 없이 개방된 현을 튕겨 소리를 내는 현존 악기. '슬'과 함께 연주되는 경우가 많고 소리 또한 잘 어울려 사이좋은 부부를 이르는 '금슬이 좋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을 정도.'백제손풍금'도 아시아에서는 그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않지만 옛 소련 우표에 소개되었던 민속악기와 비슷해 중앙아시아와의 교류를 추측케 한다.오랜 세월 묻혀져있던 탓에 이런 저런 추측들이 많지만 아직 어느것 하나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다섯 악기를 통해 백제인의 숨결과 백제 예술의 향기를 느낄 뿐.다섯 악기의 연주는 '장소' 문정일 교수(우석대 국악과) '배소' 이민주(전주시립국악단) '백제금' 송호은(전주시립국악단) '금' 신유경(전주시립국악단) '백제손풍금' 이유나씨가 맡는다.
1400년 세월이 숨쉬는 백제 금동대향로의 비밀. 바닷길을 따라온 소리의 역사가 그 비밀을 추적한다. 27일 저녁 7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2003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소리스펙타클 '백제물길 천음야화'(작곡 이종구 한양대 교수).한국 고대의 백제인들이 개척한 해상물길, 황해에서 동남아에 이르는 문명교류사의 자취를 찾아가는 길고 긴 여정이다. 1993년 12월 충남 부여의 고분군. 발굴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곳 서쪽 골짜기 구덩이에서 향로가 발굴됐다. 진흙속에 억겁의 세월을 안고 묻혀있던 이 신비로운 유물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원래의 모량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향로봉황장식 뚜껑에서 용장식의 받침대에 이르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흘러내리는 선의 미학, 우아하고 세련된 정교한 조각에 완벽한 비례를 이루는 아름다움. 발굴단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학계는 놀랐고 세계가 주목했다. 고대 동아시아 향로 중 최고의 조형미를 자랑하는 이 신비로운 향로는 길고 긴 세월을 건너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천음야화는 '백제 금동대향로'의 아름답고 빼어난 조각을 모티브로 판소리와 한국전통음악의 새 장르를 창조하는 총체 공연물로 제작된 작품이다. 금동대향로 윗부분에 새겨진 다섯 명 악사의 비밀은 무엇일까. '천음야화'는 그들 다섯 명 악사의 악기를 고증을 통해 복원해 연주한다. 잊혀진 악기와 오늘의 악기가 만나 결합해 이루어내는 음악. 10여개 국가의 소리와 춤, 풍물이 어우러지는 이 작품은 장르와 양식의 경계를 넘어서는 서사음악이다.작곡가 이종구는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과거를 추적하는 이 거대한 드라마를 위해 문답식의 전개과정을 도입했고, 소리꾼 장사익과 테너 김경, 판소리꾼 최정원, 대중음악가수 마현권 등 현존하고 있는 대표적인 성악 장르를 중심에 세웠다. 역사적인 의미 못지 않게 음악사적 가치가 돋보이는 바탕이다. 소리축제 임진택 총감독은 "이 작품이야말로 '소리 길 만남'의 올해 주제를 가장 확실하게 살려내는 실험적 창작품이자, 음악사를 다시 쓰게 하는 새로운 실현"이라고 소개했다. 소리축제 조직위원회가 판소리와 한국전통음악의 새 장르를 창조하는 총체 공연물로 제작하는 작품이다. 일찍이 백제인들은 황해에서 동남아에 이르는 해상물길과 아라비아 반도에 이르는 세라믹 로드 의 광활한 문명교류사를 갖고 있었다. '백제물길-천음야화'는 바로 그들, 한국 고대 백제인들의 황해에서 동남아를 거쳐 아라비아 반도에까지 이르렀던 해상물길의 문명교류사 자취를 찾아간다. 백제 물길의 거대한 역사를 따라 발견하는 다양한 소리의 문화. 2003전주세계소리축제가 소리로 백제를 다시 본다.
"백제금동대향로에 새겨진 다채롭고 정교한 아름다움의 문양과 조각은 백제인들의 사상과 우주관을 그대로 담아내는 통로였습니다. 그 안에는 당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와 역사가 숨쉬고 있어요.” '백제 물길의 천음야화' 대본을 쓰고 곡을 만든 이종구교수(55, 한양대 음악과). 그는 오랫동안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주목해온 사람이다. 대학시절부터 비전공자로서의 특별한 관심을 우리 역사에 쏟아온 어느 날 세상에 공개된 '백제 금동 대향로'는 그에게 '백제'의 역사적 실체를 다시 보게 하는 대상이었다. "고대사에서 백제사는 뒷전에 밀려나있는 역사입니다. 미미한 역사적 사료와 왜곡된 기록으로 점철되어 있는 오늘의 백제사는 바로 잡아져야할 필요가 있어요. 백제는 다시 알아야 합니다."음악적으로 백제를 복원하는 작업을 그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구상해온 세월만도 여러 해. 올 초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던 이교수는 장르와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양식의 총체 공연물로 작품을 완성해냈다. 국악적 요소가 강렬한 모티브로 활용된 이 작품을 위해 이교수는 국악관현악과 서양오케스트라의 결합을 시도하고 판소리와 대중적 양식의 우리 소리, 서양의 성악곡과 대중가수의 소리적 특징을 모두 끌어냈다. "백제인들의 웅혼함과 광대한 기상을 담아내기에는 현존하는 우리 악기의 음역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힌 이교수는 극적 요소를 살리기 위해 문답식의 전개에 합창과 독창을 교차해나가는 방식의 서사적 양식을 활용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남아있지도 않고 기록으로도 증명하기 어려운 이 악기들의 근원을 찾는 작업이 쉬웠을 리 없다. 이교수는 발견된 이후 15일 만에 국보 지정을 받을 정도로 가치 있는 이 금동대향로에 놓여진 악사와 악기들이 철저한 고증 없이 해석되어 정리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악기의 비밀을 추적하면서 그 시대 백제인들의 교역 물길이 터키까지 닿았다는 사실은 이교수에게 백제가 위대한 국가였음을 새삼 깨닫게 했다. 문물교류의 육로길과 바닷길에 함께 숨쉬고 있는 문화교류사로부터 다섯 명 악사와 악기의 비밀을 읽어낸 이교수의 치열한 작가정신과 실현의 열정. 1400년 세월, 땅속 어두움을 걷고 어느 날 세상에 나온 '백제금동대향로'가 비로소 소리의 역사, 그 비밀을 우리 앞에 펼쳐 놓을 수 있었던 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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