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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회상 담긴 유물 50여점, 전주역사박물관 기증·기탁유물 특별전 31일까지

전주역사박물관이 지역민들이 기증·기탁한 유물들을 모아 특별전을 열고 있다. '아름다운 공유, 2013'(31일까지). 유물의 기증·기탁문화를 활성화하고, 소중한 유물들을 박물관에 내어 주신 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한 전시다. 전주역사박물관 개관 이후 10년간 개인(49명)과 종중·기관(13곳)에서 기증·기탁한 유물은 약 1600점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이번에 전시되는 유물은 황실사진첩, 토기, 민화, 서화첩, 화폐, 복식, 국문 간찰과 고문헌, 편액, 부채 등 50여점. 조봉신·안순금·임학현·김정열·이건아·송정식·이춘재·고 김철순·고 이기동씨 등이 기증·기탁한 유물이다.그중 지난 2006년 이춘재씨가 기탁한'명주솜누비장옷'은 조선시대 부녀자들이 외출할 때 머리부터 내려 입은 의복으로 이형(李泂) 부인 동래정씨(東萊鄭氏)의 묘에서 출토되어 전주이씨 칠산군파에서 소장하고 있던 의상이다. 국가문화재인 중요민속자료 115호로 지정된 유물이기도 하다.김철순씨가 2001년 기증한 '민화(고사도)'는 고려시대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사랑을 그린 민화에 '공민왕이 8월 한가위 노국공주가 춤추는 것을 사랑하였다'는 국한문의 화제가 있어 이채롭다. 병에 대한 처방을 기재해 놓은 필사본의 의학서('삼의경험방')을 통해 조선시대 사회상을 살필 수 있다(2008년 송정씨 기증). 또 임학현씨가 올 기증한 상평통보와 일제강점기 화폐, 해방직후 화폐 등을 통해 조선시대에서 해방 이후 변화된 화폐의 변화상을 읽을 수 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2.20 23:02

익산 국악 꿈나무 깜찍한 송년 무대

익산의 국악 꿈나무들이 펼치는 제6회 익산어린이국악단 정기연주회가 23일 익산문화원에서 펼쳐진다.한해를 마무리하며 매년 12월 펼쳐지는 꿈나무들의 이번 정기연주회에선 초·중 학생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쌓아둔 실력을 뽐내는 특별하고 다양한 공연들이 준비됐다.(사)익산국악진흥원(원장 임화영)이 주최·주관하는 이번 공연에는 어린이 단원들이 판소리와 가야금, 해금, 대금, 거문고, 사물놀이 등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특히 임화영 원장의 지도로 성장해 차세대 국악 대들보로 불리는 남인 씨가 찬조 출연한다. 또 6살 임정훈 군이 특별 출연해 뛰어난 능력과 귀여운 동작으로 시선몰이에 나선다. 이날 정기연주회는 도립국악원 임청현 고수부 교수의 사회로 남도민요인 성주풀이와 진도아리랑의 매력을 뽐낸다.이어 무용(살풀이), 가야금(Sere nade Hey jude Under the sea 25현 가야금 앙상블), 해금(Let it be-기타와 해금 3중주), 대금(아름다운 추억), 소리와 북(쑥대머리)에 사물놀이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이와 함께 일반인으로 구성돼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전수하고 있는 익산메아리예술단이 출연해 판소리 춘향가 중의 한 대목인'쑥대머리'를 부르며 흥을 돋운다.이밖에도 연주회에는 임화영(판소리) 조명옥(경기민요) 남현자(무용) 박경숙(사물놀이) 고정옥(해금) 정유미(대금) 문혜미(남도민요) 홍분홍(가야금) 박찬미(남도민요) 씨 등 지도강사가 총출동해 국악의 진수를 선물한다.2007년 창단된 익산어린이국악단은 그해 정기연주회를 시작해 국악에 대한 꿈나무들의 관심유발과 후진양성에 주력해 왔다. 또한 매년 연주회를 개최하며 국악인구 저변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사)익산국악진흥원 임화영 원장은 "어린이국악단은 우리들이 지켜야할 전통의 맥을 잇는 미래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어렵고 힘들게 준비한 만큼 따뜻한 마음으로 용기와 희망을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진만
  • 2012.12.20 23:02

선비의 노래 正歌 들으며 느리게 사는 법 배워볼까

전통 음악 정가(正歌)는 선비의 노래다. 가곡(歌曲)가사(歌詞)시조(時調)를 이르는 정가는 현란한 장식음도 가슴 뛰게하는 장단도 없다. 시가 곧 노래인 정가는 고요한듯 흘러가는 깊은 울림이 단정한 유교적 절제미를 이뤄낸다. 그림으로 치면 문인화의 고졸함이 바로 정가에 있다.(사)정가보존회(이사장 임산본)가 21~22일 현대해상화재빌딩 대강당(전주시청 옆)에서 '제5회 지봉 임산본 대상 정가 경창 대회'를 연다. 21일엔 을부(평시조)갑부(사설시조)특부(남창질음여창질음)명인부(중허리사설질음우조질음)로 치러지며, 22일엔 국창부(사설질음엮음질음각시조우조질음)대상부(완제사설각시조온질음엮음질음우시조)로 이어진다. 임산본 이사장은 "우리 선조들이 즐겨 불렀던 정가의 맥을 잇고 더 나아가 그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소중한 자리"라면서 "대한민국 국악의 수도라 불리는 전북이 전국정가경창대회를 통해 정가 발전의 디딤돌을 마련하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개회식은 21일 오후 2시. 대상 수상자에게 300만원이 수여되는 이번 정가 경창 대회는 대통령상, 전주대사습 장원, 석암대상, 국무총리상과 같은 큰 상을 이미 탔거나 정가의 문화재 이수자라 하더라도 참여 가능하다. 세상의 박자가 한없이 빨라져만 갈 때, 거꾸로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춰보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문의 010-3675-9333, 010-8645-9949.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20 23:02

전북문화계 결산 ⑤ 연극 - '중견 극단' 주춤'…'젊은 세대' 약진

'세대 교체'는 2012년 전북 연극계를 꿰는 단어다. 이는 '발전'과 '퇴보'라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일부에선 잰걸음으로 나아간 반면 또 다른 일부에선 뒷걸음질을 쳤다. '제30회 전국 연극제'에서 극단 명태가 연기상 수상에 그친 반면 전주여고 연극 동아리는 '제16회 전국 청소년 연극제'에서 도내 최초로 대상(국무총리상)을 비롯해 3관왕을 차지했다. 유달리 눈에 띄는 화제작이 없었던 전북 연극계에 극단 까치동이 '동동동 팥죽할멈'으로 '제2회 세계 인형극 카니발'에서 2등을 수상한 것은 전북 연극의 자존심을 지켜준 일이었다. 올해 전북 연극계를 키워드로 살펴봤다.△ 변화= 올해 전북 연극은 중견 세대가 젊은 세대에 밀리는 양상을 뚜렷했다. 전국 연극제에서 무려 다섯 번이나 대통령상을 받았던 전북 연극은 올해 그 위상에 걸맞지 않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제28회 전북 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극단 명태의 '꿈속의 꿈'은 '제30회 전국 연극제'에서 연기상 수상에 그친 것. 지난해부터 눈부신 활약을 펼쳐온 '극단 까치동'이 '동동동 팥죽할멈'으로 '카자흐스탄 세계 인형극 카니발' 공식 경쟁 부분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무너질 뻔한 전북 연극의 아성을 지켰다. 반면 젊은 연극인들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전북 청소년 연극제 단골 1등 팀이었던 전주여고 연극 동아리'Since 1996'는 '달무리 꽃'으로 '제16회 전국 청소년 연극제'에서 3관왕의 영예를 차지했고, 신생 극단인 'TOD랑'이 '제9회 고마나루 전국 향토 연극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침체돼 있던 전북 연극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 한기= 도내 연극계에서 이렇다 할 화제작이 없었다. 체감온도만 낮은 게 아니었다. 지역 극단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창작극을 꾸준히 시도했으나, 완성도를 높인 화제작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전주시립극단은 이례적으로 전주시립국악단과 힘을 합쳐 내놓은 '광대학교 스타 탄생'을 비롯해 '사천의 착한 여자','열하일기만보' 등을 시도했으나 객석의 적극적인 호응까진 유도해내지 못했다. 전국 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을 2번이나 거머쥔 황토레퍼토리컴퍼니는 창단 30주년을 맞아 창작 초연극'천년의 달'을, 창단 15주년을 맞은 극단 명태와 군산 사람세상 역시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과 '블랙 코미디'를 통해 재도약하는 계기로 삼았다. 각 장르별 경계가 무너지면서 연극이 다양한 무대와 접목되고 있는 흐름을 받아들여 연극을 이제는 넓은 개념의 무대극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연극성이 짙은 전라북도의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임실고창)의 경우 지역적 소재를 접목시키고 마을 주민이나 지역 인력들이 참여시킨 연극적인 무대로 더 다듬기만 한다면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할 수 있었다.△ 훈훈= 우진문화재단이 올해 처음 마련한 '젊은 연출가전'은 젊은 연극인들을 발굴해 소극장 무대를 제공해줌으로써 참신한 소극장 연극 운동의 이정표가 됐다. 대극장 못지 않은 최고급 시설을 갖춘 소극장 대관홍보까지 대신해준 우진문화재단 덕분에 극단'사람 세상','하늘','ST99'는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얻었다. 전북문화바우처사업단도 소외계층을 위해 공연을 지원하는 사업'바다랑 뜰이랑'을 통해 전북 연극판을 건강하게 살찌웠다. 바우처사업단은 창작극회의 '그 해 여름','비행선 마고 후의 복수', 전주시립극단'광대학교 스타 탄생','사천의 착한 여자', 전문예술법인 푸른문화의 '색깔 훔치는 마녀' 등을 관람하도록 해 썰렁한 객석을 메워줌으로써 전북 연극이 자생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 신생= 팍팍한 살림살이에도 신생 팀들이 생겨났다. 젊은 여성 연극인 넷이 뭉쳐 창단한 극단'자루'를 결성했고, 전북연극협회에서 서울연극협회로 본적을 옮긴 '재인촌 우듬지'는 전북연극협회 정읍지회를 만들고 극단'友里 아트 컴퍼니'를 창단했다. 극단'작은 소동'이 아르케 소극장을 '자루'의 무대로 쓸 수 있게 배려한 덕분에 '영웅 제작소'를 올릴 수 있었고, 서울 진출을 시도한 '재인촌 우듬지'는 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시도했던 장기 공연'아주 치명적인 두 여자'와 '오래전 愛'를 40일 간 올리는 실험을 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20 23:02

'캐시 플로우'보다 '현금흐름'이 좋아요

△ Cash flow국립국어원에서는 '캐시 플로(Cash flow)'를 '현금 흐름'으로 순화하고 널리 쓸 것을 권장하고 있다. '캐시 플로(Cash flow)'는 '일정한 기간 동안 기업에 유출되고 유입되는 자금액'을 일컫는 말이다. 기업에 투입된 자본은 여러 가지 자산 형태를 취한다. 그렇지만 결국 자본은 재화나 서비스에 편입되어 판매되고 현금 수입을 수반한다. △ 자금 관리기업의 영업 활동은 현금의 유입과 유출 과정으로 크게 구별 할 수 있다. 현금의 유입은 '캐시 인 플로(cash-inflow)'라 하고 현금의 유출은 '캐시 아웃 플로(cash-outflow)'라 한다. '캐시 플로(cash-flow)' 관리는 자금 관리의 문제이다. 기업 경영에서는 '캐시 플로(cash-flow)' 관리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캐시 플로(cash-flow)'는 한 기업의 일정 기간 중 상각 전 이익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이익 유보액과 감각 상각액 등 현금 지출이 없는 비용의 합계와 같다. 이때는 내부 자금 조달액을 의미하게 된다.△ 자산투자가 없으면 수익도 없다. 10억을 벌고 싶으면 1억을 투자해야한다는 말이 있다. 돈은 투자를 잘 해야 하는 거지 무조건 안 쓴다고 모아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현금 흐름을 머릿속에 그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자들의 음모』라는 책을 쓴 부자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Kiyosaki, Robert T.)는 부자가 되려면 자본 이득보다 꾸준히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을 매입하라고 조언한다. 현금이 나의 통장에 계속 들어온다면, 더 나아가 주머니에 현금이 마르지 않는다면 가격이 떨어져도 여유를 가질 것이라고 한다. △ 이렇게 쓰세요 - 현금 흐름을 항상 머릿속에 그려라.- 현금 흐름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는 어렵다.- 매상이 줄어도 가게를 열어야 현금 흐름이 발생한다.전주대 교수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20 23:02

아리랑,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쁨 나눈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가슴을 파고 드는 가락의 결정체다. 즐거워 부르면 흥이 나고, 슬퍼서 부르면 더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하는 곡. 지난 20년 간 창작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전주국악실내악단이 (사)나라국악관현악단(이사장 심인택)으로 다시 태어나 '아리랑'을 주제로 한 송년 음악회를 연다. 20일 오후 7시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송년 음악회'아리랑'을 통해서다. 심인택 이사장은 "'아리랑'이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하는 자리"라면서 "한반도와 북간도, 우리 동포가 살고 있는 세계 곳곳에서 우리가 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다"고 밝혔다. 백대웅의 '남도 아리랑'으로 열고, 이경섭의 'KoreArirang'으로 닫는다. 밀양아리랑과 진도아리랑을 주선율로 삼아 변주한 '남도아리랑'은 밀고 당김이 적절히 표현 돼 남도 특유의 정서와 멋이 살아 있는 곡. 최성환의 '아리랑 환상곡'은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극과 극으로 끌어올려 보여준다. 강성오의 'The Arirang'은 강원도 정선 아리랑, 전라도 진도 아리랑, 경상도 밀양 아리랑, 경기도 서울 아리랑을 작·편곡해 한반도의 변화무쌍한 기운을 담아낸 곡. 박위철의 가야금 협주곡'아리랑'은 이지은씨와의 협연으로 단조로운 선율을 격정적인 선율로 풀어내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애국가'와 '아리랑'을 관현악으로 편곡한 이경섭의 'KoreArirang'은 웅장한 선율이 경쾌하게 풀어진다. 조용오(소금) 임정빈 박창명 권동주 김형준(피리) 전혜선 김대정 김경태(대아쟁) 장연희 강성미 오유진(가야금) 박태영 오흥민 신봉주(타악) 송혜진 윤진묵 한용호 민정기(대금) 김희진 이미진 김솔잎(해금) 조경진(양금) 이다운 김나랑(거문고)씨가 무대에 선다. 아리랑을 흥얼거리면서 음미하는 노랫말들이 고향의 애잔한 그리움을 되새기게 해줄 듯. 우리 민족의 눈물겹고 아름다운 삶과 정서가 우리 음악적 어법으로 다시 태어난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9 23:02

13. 장순하(張諄河)편 - 현대 시조의 영역 새롭게 개척한 선구자

눈보라 비껴 나는 ─ 全 ─ 群 ─ 街 ─ 道 ─퍼뜩 차창(車窓)으로 스쳐 가는 인정(人情)아!외딴집 섬돌에 놓인 하 나 둘 세 켤 레 -「고무신」 전문, 1966년시각적 효과와 입체감을 회화적으로 시도한 새로운 형태의 구별배행 시조이다. 특히 진행감, 속도감, 직선감을 주기 위한 초장의 '── 全 ── 群 ── 街 ── 道 ──'라는 시각적인 효과와 종장에서 외딴 집 사각형의 섬돌에 놓인 아버지와 아이 그리고 어머니의 세 신발을 글자 크기를 달리함으로써 시골 생활의 단란한 정경을 따뜻하게 형상화한 파격적인 시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종래 시조의 형식과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 평면적 묘사나 감상적 서정을 배격하면서 제재나 대상에 대한 인식의 깊이, 표현 기법 등 가히 시조문학사에 일대 혁신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사설시조를 현대화 하는데 앞장서기도 하였다.겨울 저녁 궂은비가 나를 밖으로 불러냈다.비는 중학 모자 챙만한 처마조차 인색한 거리에다 나를 버려둔 채 행인들의 목을 외투 깃에 눌러 박아 하나 둘씩 등 밀어 골목 안에 몰아 놓곤 어둠으로 봉해 버렸다. 비는 핏발 선 눈 을 하고 날뛰는 자동차 궁둥이에 불침을 놓고, 불빛 새는 창문을 차례로 닫아 걸고, 가로수 손에 살아남은 부채 들려 감기약이나 다리라 했다. 이윽고 한숨 돌린 비는 비로소 날 돌아봤다. 비는 한참 나를 우체통 곁에 세워놓고먼 숲 속에서 외톨밤을 줍게 하다가, 굽이쳐 흐르는 옛 성을 돌게 하다가, 그 성터의 여울목 에 날 불러 세우더니, 흙 속에 반만 묻힌 천 조각을 줍게 하고, 그리고 들여다보게 했다. 그건 참 오랜만에 찾은 나의 명찰이었다. -「 고속도로」, 1980년실험적인 시도가 엿보인, 중장이 길어진, 사설시조이다. 초장·종장은 각각 두 구절을 기본구조로 갖추고 있으나, 중장만은 변형적 형태를 취하고 있다. 겨울 저녁 어느 처마 밑에서 비를 개면서 일상에 쫓겨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조용하게 뒤돌아보는 삶의 관조와 성찰의 심리 상태를 서사적 서정으로 충실하게 표현하는 새로운 시조이다. 끝물 고추 붉히느라 / 수선피던 가을 해가/ 어둠 속 둥지에 들어 / 알을 품고 졸을 제면농가의 창틀에서도/ 하나 둘씩 등불진다. -「해는 져 둥지에 들고」에서, 1997년배경이 한낮 - 석양 - 저녁으로 바뀌어 가면서 그것들이 서로 하나가 되어 화목한 세계, 곧 '햇살'이 '붉은 고추'가 되고 그것이 다시 어둠 속 둥지 속에 들어 '알을 품는 어미 새'가 되기도 하는 자연친화적 초월세계를 보이고 있다. 전북 정읍 출신으로 1948년 세종 중등 국어 교사 양성소에 입학하여 그곳에서 가람 선생을 만나 시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57년 '제1회 개천절 기념 전국백일장 시조부 예선'에서 장원, 그의 작품은 전통 시조의 작품을 탈피, 새로운 리듬과 현실 의식을 작품에 투영함으로써 현대시조의 형식과 내용면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화일반
  • 기고
  • 2012.12.19 23:02

전북문화계 결산 ④ 미술 - 돋보인 '국제 교류'…세계미술 거장전 '인기폭발'

올 한해 전북미술계가 요동을 쳤다. 세계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전북을 찾았는가 하면, 전북 미술인 양성의 산실인 원광대 미술대 4개 학과의 통폐합이 지역 미술계의 그림자가 됐다. 원로 화가들이 노익장을 과시했고,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던 지역의 미술시장은 제자리걸음이었으나 지역의 갤러리들이 화단을 넓히는 기획으로 활기를 불어넣었다.△ 전북 첫 블록버스터급 전시회. 세계미술거장전= 전북도립미술관이 전북방문의해 이벤트로 개최한 세계미술거장전'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전이 올 전북미술계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10월 19일 개막한 거장전은 개관 2개월만에 8만 명에 이르는 관람객을 이끌어내며 흥행면에서도 '대박'을 터뜨렸다. 2월 17일까지 이어질 전시회 관람객은 당초 예상 관람객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거장전은 베네수엘라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미술관의 소장품으로, 피카소 작품 16점을 세계미술계를 주름잡은 거장들의 97점과 베네수엘라 작가 30여 점 등이 전시회에 초대됐다. 거장전은 전북에서 개최된 가장 큰 블록버스터급 전시라는 점, 인상파·입체파·초현실주의·팝아트 등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 교과서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대가들의 작품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라는 점 등에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 전북도립미술관 특화 필요= 세계미술거장전 외에도 도립미술관에서 열린 몇몇 기획전도 주목을 받았다.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중 한국현대미술사에 명성을 떨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한국의 모더니즘전'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중 1970년대 추상미술을 대표하는'모노크롬의 시대전'이 대표적이다. 또 조선 후기 초상화가로 찬사를 받은 이지역 출신 석지 채용신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전시회도 의미있는 기획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이와함께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을 통해 많은 전북 작가들이 중앙 진출의 교두보를 삼았다. 그러나 도립미술관 소장품 확대는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대여전 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립미술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화된 영역의 개척도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지역 미술계 국제교류 활발= 세계미술거장전에 빛이 가려졌지만, 미술 분야 국제 교류는 활발했다. 특히 완주군이 기획한 '이코리아 전북비엔날레'도 전북미술사에 큰 점을 찍은 전시회로 기록될 것 같다. 10월 9일부터 10일간 한국소리문화전당과 완주군청·국제벽암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는 40여개국 50여ㅍ명의 외국 작가와 300여 명 국내 작가들이 참여했다. 'Eco Life(친환경 삶)·Eco World(친환경 세계)'를 주제로 한 전시회는 격년으로 이어져 지역 미술계에 많은 자극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완주군은 많은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작가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재능나눔 행사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점, 전시행사의 정적 공간에 머물지 않고 전북지역의 삶의 터전과 명승지 등으로 공간을 넓혀 도민과 함께 현장 속의 작품활동 및 세미나를 병행 추진한다는 점 등을 다른 비엔날레와 차별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전북도립미술관이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으로 중국 강소성에서 소장품전(6월)을 가졌으며, 익산 W갤러리는 한국과 독일 작가간 미술교류전(4월)을 열었다. 또 (사)대한민국 남부현대미술협회 전북지회가 주관한'제2회 대한민국 남부현대 미술협회 전북지회 국제교류전'(8월)이 이어지는 등 미술을 매개로 한 국제교류가 활발한 한 해였다. △ 갤러리 활동 왕성= 도내 갤러리들이 국내·외 아트페어 진출에 적극성을 보여준 한 해였다. 아트페어에 적극적이었던 곳은 전주 아카갤러리·서신갤러리. 전주 아카갤러리는 홍콩 컨템퍼러리 등 3개 홍콩 아트페어에 16명 작가의 작품을 출품시켰으며, 이 여세를 몰아 올해 처음 서울에서 시도한 국제 아트페어'아트 아시아 2012'의 창설을 주도했다. 아카를 중심으로 도내 여러 갤러리들이 20여 명 작가들을 후원했다. 서신갤러리는 부산국제화랑미술제에 9명의 작품들을 출전시킨 것으로 시작으로 '아트 광주 12', 'KIAF 2012', 중국 상해에서 열린 'SH Contempora ry 2012'와 싱가포르의 'AAF Singap ore 2012'등에 노크했다.지역 갤러리들은 또한 젊은 미술가들에게 숨통을 트여 주었다. 3년 째 레지던스를 운영해온 전주 교동아트센터는 레지던스 작가인 서양화가 이광철씨가 전북대 조교수로 부임하는 등 작가들의 선전을 이끌었다. 문화공동체 감은 갤러리와 숙소를 갖춘 여인숙을 통해 레지던시를 진행하는 한편 '동국사 가는 길' 조성으로 2012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최우수상(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등 잇딴 선전을 했다.전주 우진문화재단은 지난해 선정한 청년작가 4인의 초대전에 이어 내년 지역미술계의 기대에 부응할 젊은 초대작가 3명을 선정했다. 전주문화재단은 젊은 예술인 발굴과 미술시장 활성화를 기치로 걸고 '제1회 전주한옥마을 청년작가 아트페어 Yaaf!'전을 마련했다.△전북미술협회 역할 미진= 전북 미술인들의 중심에 있는 전북미술협회는 새로운 사업들을 발굴하지 못하면서 미술인들로부터 불만을 많이 샀다. 기존 사업마저 위협을 받았다. 대표적인 예가 전북미술협회 주최한 제9회 전북아트페어, 전북아트페어는 협회의 역량과 열악한 전북미술시장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출품작 400여 점 중 소품 위주로 42점 판매(공예품 제외)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력파 작가들이 외면하는 전북아트페어에 대한 전면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전북 미술 신인들의 등용문으로 전북미술의 한 해 농사라 할 제44회 전북미술대전은 그나마 평년작을 유지했다. 출품작은 9개 부분에 총 1001점으로, 지난해 873점 보다 100점 이상 늘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문인화(415점)·서예(225점) 등에 편중된 현상을 탈피하지는 못했지만, 한국화가 두 배 가까이 늘었고(125점) 서양화도 20점 이상(87점) 출품됐다. 그러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조소(2점 출품)와 디자인(1점) 분야는 출품작 수가 적어 이 분야 공모전이 계속 필요할지 고민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2.19 23:02

자치단체 대표 축제도 '부익부 빈익빈'

도내 각 시군 대표 축제간 성적이 서열화되면서 지원금의 부익부 빈익빈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일몰제에 대비해 하위 축제의 수준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17일 전북도에 따르면 올해 도내 시군 축제 가운데 평가결과 상위 등급은 김제 지평선축제, 남원 춘향제, 무주 반딧불축제, 순창 장류축제다. 지평선축제는 도비 1억2000만 원과 국비 3억 원, 나머지 3개 축제에는 도비 9000만 원과 국비 4200만~1억5000만 원이 지원됐다.반면 하위 3개는 진안 마이문화제, 임실 통합축제, 부안 마실축제다. 이들에는 도비 2000만 원이 지원됐다.이같은 시군 대표 축제의 성적은 최근 3년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상위 4개 축제는 3년 연속 같다. 하위 3개 축제는 지난해의 경우 완주 와일드푸드축제, 진안 마이문화제, 임실 소충사선문화제였고 2010년에도 진안 마이문화제, 완주 대둔산축제, 임실 소충사선문화제였다. 매년 순위에 따라 지원금이 결정되면서 축제간 서열은 고착되고 있다. 도는 지난 2010년 말에 공포한 '전라북도 지역축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14개 시군의 대표 축제를 심사해 차등 지원하고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상위 축제를 문화체육관광부에 문화관광축제로 추천하고 있다. 도내 지역 축제의 평가를 수행한 전주대 산학렵력단 최영기 교수는 "문광부에서 축제 평가지원과 관련 3년 이상 같은 등급에 머무르는 축제는 지원을 중단하는 일몰제를 거론한 만큼 각 지역에서도 이를 대비해 순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부 지역축제는 지역민을 위한 축제로 자리잡아 평가 지표에 개의치 않고 변화가 없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전북도 관계자는 "기존 문광부의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지역 축제는 등급을 올리고 도내 신규 축제가 문화관광축제로 진입하도록 해당 시군과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면서도 "축제를 육성하겠다는 자치단체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이세명
  • 2012.12.18 23:02

전북도, 브랜드 공연 그 길을 묻다 : 서울 벤치마킹 동행취재 - 국내외 관광객 겨냥 콘텐츠 주목

올해 문화계의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가 전라북도 브랜드 공연이었다. 공연 규모·콘셉트·공연장 등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갈팡질팡한 브랜드 공연에 놓고 도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 전북도가 전북 브랜드 공연의 추진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벤치마킹한 서울의 상설공연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지난 14일 오후 4시 서울 정동극장. (재)명동·정동극장의 넌버벌 공연'미소(MISO·美笑) - 춘향연가'를 만났다. 무대는 춘향과 몽룡이 만나는 단옷날로 열려 사랑가를 부르는 결혼 장면으로 닫혔다. 사랑에 빠진 춘향과 몽룡의 춤이 표정을 입고 너울댔다. 그 사랑의 떨림을 국악기들은 부지런히 소리로 옮기고, 월매는 창으로 여울진 춘향의 마음을 전했다. 문짝을 들고 나와 춘향과 몽룡의 첫날밤을 몰래 엿보다 들키는 춤은 압권. 춘향의 그네가 객석으로 날아올 때 객석과 무대는 하나가 됐다. 정동극장의 상설 공연'미소'는 춤과 소리, 기악, 사물놀이가 맛깔난 상차림으로 차려진 무대다. 1997년부터 16년 간 4200회를 기록하며 72만명 관객을 모은 전통예술무대의 업그레이드 버전. 2008년부터 전 세계 누구나 쉽게 공감하는 '사랑'에 초점을 둔 이야기로 대폭 손질해 "한국적 뮤지컬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날 오후 8시 서울 판타스틱 전용관. 외국인 관광객들로 꽉 들어찬 공연장에서는 국악을 소재로 한 넌버벌 퍼포먼스'판타스틱'이 신나게 울렸다. 하늘의 북을 찢은 가문 귀신이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한 음악으로 진검승부를 벌이는 설정으로 신명 나는 국악기와 사물놀이를 아우른 퓨전 국악의 종합선물세트에 가깝다. (주)해라(대표 지승용)는 외국인 유머 코드를 녹여내고 해외 마케팅에 주력해 외국인 눈높이에 맞춘 공연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1년도 안 돼 멀티플렉스 형태의 전용관까지 마련한 (주)해라의 급성장은 주목할 법 하지만, 넓게 퍼진 이야기와 인물을 좁히고 의상 등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다. 이렇듯 전통 국악을 소재로 한 (재)명동·정동극장의 '미소'와 (주)해라의 '판타스틱'은 각각 공공기관과 민간단체가 올리는 상설 공연이다. 공공기관의 안정적 재정을 바탕으로 매년 8억 이상 투입되는 '미소'는 공연의 완성도·만족도 면에서 항상 우위를 차지, 평균 객석 점유율 77%를 기록한다. 반면 호불호가 갈리는 '판타스틱'도 급증하는 동남아 관광객들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쉽고 재밌는 공연을 선보여 평균 객석 점유율을 78%까지 끌어올렸다. 박진완 (재)명동·정동극장 공연기획팀 부장은 "'미소'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여행상품의 트렌드마저 변화시킨 최초의 문화상품"이라면서 "공연 유·무에 따라 여행상품이 고가·저가로 구분될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재)명동·정동극장은 '미소'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7월부터 경북 경주에서 '미소 2-신국의 땅, 신라'까지 올리고 있다. 정동극장보다 규모가 세 배나 큰 700석 공연장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올해 10만 명(11월 말 기준) 유치(외국인 관광객 31%·내국인 관광객 65%), 관객 만족도 91%를 기록하며 고품격 문화 브랜드로 경주관광 콘텐츠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총 제작비 37억을 매칭 펀드로 투자하는 경주시의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희 (재)명동·정동극장 전략기획TF팀(경주문화사업부) 부장은 "지자체가 상설 공연을 시작하려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주의를 버려야 하는데, 이것을 설득하기가 가장 어려웠다"면서 "지자체의 지속 가능한 예산 지원을 위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전북도가 브랜드 공연을 추진하기에 앞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대목은 성과주의를 버리고 예산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난타', '점프' 등 넌버벌 퍼포먼스를 내놓은 전문가들은 공연 규모·콘셉트·공연장 등과 관련한 이견 조율도 만만치 않은 과제이겠으나, 1~2년 내에 원하는 만큼의 객석 점유율·관객 만족도 등을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판타스틱'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완성도 높은 공연 외에도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도 브랜드 공연 성패의 중요한 요소. 지승용 '판타스틱' 대표는 "외국인 관람객이 양적으론 확대됐지만 질적인 수익성 면에서는 떨어진다"면서 "마케팅 전략을 짤 때 일정 수준 이상의 티켓 가격이 유지해야 공연의 질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패키지 관광객을 통해 객석 규모를 채우는 데만 급급하기보다는 개별 자유 관광객에 대한 홍보에 힘을 기울여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8 23:02

감나무 4

감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검어진다검은 가지에 쌓인 흰 눈의 대비도 고상한 느낌을 갖게 해 준다감나무가 흔하다고 해서 하찮게 보이진 않는다. 마을 근처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귀티가 나고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품격과 격조가 있는 나무가 감나무다. 오래 된 감나무는 오래 된 나무대로, 어린 감나무면 어린나무대로 다 자기의 품위를 갖추고 서 있는 모습이 품격이 느껴진다. 오래된 감나무에 몇 개 달린 붉은 감과 그 감나무에 앉아 있는 까치의 모습은 고졸하다 못해 문기가 넘치는 한국화를 연상케 한다. '근원 수필'을 쓴 김용준 선생의 감나무와 까치에 대한 글은 오래 된 고전이다.감나무 모습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뭐니 뭐니 해도 감나무가지에 눈이 쌓인 모습일 것이다. 다른 나무에 비해 가지가 굵고 검은 감나무는 눈을 많이 받는다. 뭉툭하게 꺾인 마디, 굵고 투박한 검은 가지에 가만가만 내려 소복하게 쌓인 눈은 눈이 부시다 못해 어지러울 정도다. 감나무 가지에 쌓인 눈이 여기저기서 천천히 허물어져 땅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적막을 깨운 것이 아니라 적막을 삼키는 것처럼 보인다. 감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검어진다. 검은 가지에 쌓인 흰 눈의 대비도 다른 나무에 비해 고상한 느낌을 더 갖게 해 준다.감도 잎도 다 떨어진 겨울이면 서산을 넘어 온 햇살을 받은 감나무가지들을 눈이 부시게 바라보는 것을 나는 좋아 한다. 뭉툭한 감가지에 떨어진 겨울 햇살은 눈부시다. 유리창에 턱을 괴고 내가 제일 많이 바라보는 것은 봄여름가을겨울의 감나무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었다. 모든 나무들이 다 그렇듯이 감나무도 나이가 들고 고목이 되어 이 가자 저 가지가 죽어간다. 뿌리에서 먼 곳으로부터 자기를 버리는 나무들의 자연사는 사람을 닮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할머니는 강을 건너지 못하셨다. 강가에 이르러 강 건너 밭을 보다가 강가까지도 못 가신다. 회관에서 노시다가 회관도 못 가신다. 그러다가 집 마당으로 마당에서 마루로 마루에서 방으로 들어오셔서 돌아가셨다. 나무도 그와 같다. 감나무의 꾸밈새 없는 모습은, 오래오래 한 마을에 살면서 품성을 곱게 쓰고 자연으로 살아 온 동네 어른처럼 믿음이 간다. 사람도 저렇게 나이가 들면 자기 생각을 죽이고 버리고 가다듬어 살아 온 세월을 말해주면 좋겠다. 나는 그런 감나무를 닮은 시를 쓰고 싶다. 빈 나무로 서 있으면 또 그런대로 그 모습과 자태가 품격이 있는 감나무는 그러나 이제 사람들의 뒷전으로 물러났다. 토종감이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한 그루 두 그루 사라지고 이제 산이 되어 버린 옛 밭 터 숲속에 몇 그루 초라하게 서 있다가 가을이 되면 붉은 감의 얼굴을 보여주다가 만다.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토종 감들이 눈을 하얗게 뒤집어쓰고 꽁꽁 얼어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농부들의 일평생 같아, 꽁꽁 언 감보다도 내 마음은 더 춥다. 자기 나라에서 자라는 과일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내 팽개쳐 놓은 나라가 원망스럽기도 하다.감나무가 있는 가을 풍경은 아름답다. 감을 다 따고 까치 밥 몇 개가 달린 감나무 아래에서 보리를 갈다가 쉴 참이면 우리들은 돌멩이를 던져 감을 따 먹었다. 서리를 맞은 감은 아! 얼마나 달고 맛이 있었던가. 감나무가 있는 풍경 중에서 선운사 감나무도 아름답다. 키가 큰 감나무에 달린 붉은 감들은 우아한 검은 기와지붕과 어울려 그 풍경이 고즈넉하고, 그 감나무 아래 서서 감을 올려다보는 아이의 모습도 그림이다. 산길을 가다 보면 잡목들이 우거진 까칠한 야산의 초겨울 풍경 중에 붉은 감빛도 우리의 산야를 아름답게 그려준다. 감은 가난한 농촌 사람들에게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큰 소득원이었고, 농촌의 풍경을 끝까지 소박하고도 조촐하게 그려주던 나무였다. 감나무는 순박한 삶을 가꾸어 온 우리네 저 유구한 농부들과 그 운명을 같이 해 온 셈이다. 〈끝〉※ 그동안 제 글을 읽어준 독자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저의 글 연재는 여기서 끝을 맺습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2.12.18 23:02

한식조리학교, 사회적기업과 잇단 업무협약

예비사회적기업 (사)수을(대표 박시도)이 국제한식조리학교(교장 정혜정)와 예비사회적기업 (주)공정여행 '풍덩'(공동 대표 김춘희·박종석)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은 전통 가양주 문화가 음식문화와 적극적으로 접목되고, 전통주 체험이 문화상품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3일 국제한식조리학교에서 진행된 (사)수을과 국제한식조리학교(정혜정 교장)는 업무 협약식을 통해 학술 교류 및 교육 과정을 포함한 공동 연구 개발, 교수와 학생의 현장실습 및 취업 지원, 산업체 인사의 인적 교류 확대 및 업무 교류, 양 기관의 발전에 필요한 사항 지원 및 상호 협력 가능 분야 발굴 및 협력 사항에 관해 지속적으로 교류해 나갈 것을 합의했다. 정혜정 교장은 이날 "지역 내 우리술의 가치를 지켜가는 (사)수을과 함께 세계적인 쉐프를 꿈꾸는 학생들과 우리술 빚기를 배우고자 하는 전통주 교육생들을 음식 문화를 선도할 인재로 육성해나가자"고 제안했다.지난 15일에도 (사)수을은 (주)공정여행 '풍덩'과 함께 업무 협약을 맺고, 체험 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 참여자 교류, 체험 교육 및 여행에 따른 지원, 상호 협력 가능한 분야를 발굴 및 협력 등을 약속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7 23:02

한국소리전당, 우수 문예회관 문화부 장관상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가 주관하는 '2012 전국 문예회관 운영 우수 사례 발표 대회'에서 광역시·도 부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난 12일 서울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한문연이 주관한 대회에서 문예회관의 모범적인 운영과 지역 특화 예술 프로그램에 관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결과물로 지난 10년 간 민간위탁을 해오는 동안 네 차례에 걸쳐 문광부 장관을 수상한 셈이다.대회는 A그룹(광역시·도 문예회관), B 그룹(시·구 문예회관) C그룹(군 문예회관)으로 나누어 평가 선발해 서면 심사, 현지 실사와 발표대회 본선을 거쳐 결정됐다. 소리전당은 지역 특성에 맞춘 실버 세대를 위한 예술 체험과 공연장과 주변 공간을 콘텐츠로 활용한 다원 제작 방식에 대해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3개 시·군을 아우르며 찾아가는 예술사업을 펼쳐 지역 거점 아트센터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것으로 평가받았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민간위탁을 정착시킨 소리전당은 도내 산하 21개 출연기관 경영평가에서 유일하게 4회 연속 우수 혹은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으며, 국내 문예회관 운영 부문 최초 품질경영 ISO9001 인증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문화예술회관 최초 교육기부기관 인증, 웹 접근성 마크 부여 등을 통해 다양한 성과를 도출해낸 바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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