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2-01 15:40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초등학생 손글씨 886편 보러오세요

굳은 살이 돋도록 연필 혹은 볼펜에 힘을 주어 써댔던 글들. 컴퓨터로 늘 글씨를 찍다시피 하다가 간만에 잡은 필기도구로 옮긴 '손맛'이 살아있는 글씨를 이제 블로그에서 만난다.전북일보사와 혼불기념사업회·최명희문학관이 전북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연 손글씨 공모전'날아가는 지렁이, 고사리 손에 잡히다'가 수상작품을 아우른 블로그(blog .daum.net/2840570)를 개설했다. 총 6회를 거치는 동안 작품 1만6541편이 출품됐으며, 블로그에는 모두 886편이 담겼다. 1학년 때부터 빠짐없이 작품을 낸 아이부터 가작·우수상에 이어 기어이 대상을 차지한 아이까지, 또 쌍둥이 형제나 자매가 함께 수상의 기쁨을 나누거나 3남매 모두 수상한 가족까지 다양한 '지렁이'의 생생한 표정이 담겼다. 블로그를 살펴보면 도내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친구와의 우정 편지, 선생님·가족에게 쓴 편지, 이라크·북한 어린이들에게 쓴 편지, 정치인·연예인·스포츠 스타에게 쓴 편지 등이 많지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따돌림 당하는 친구를 배려하고,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부모의 사랑을 알게 되는 등 다양한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도 인다. 할 말 못할 말 다 하고 사는 당당한 사춘기 초등학생의 갖가지 투정들은 자연스레 웃음이 새어나오지만, 고개가 끄덕여진다. '손맛'이 살아있는 글씨로 전하는 아름다운 마음은 우리 사회가 다시 찾아야 할 소중한 마음의 무늬. 블로그에서 어린이들이 정성을 다해 쓴 손글씨와 그 글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1 23:02

귀하디귀한 근대문학 책 80권 만난다

"나는 자다가도 눈이 떠지면 이 책들을 빼보고 또 빼보고 해요. 작가들의 혼과 만나는 거니까. 아직도 넘길 때마다 손이 떨려요, 찢어질까봐서."지난 10일 만난 허소라 석정문학관 관장(76)은 전북도립문학관(관장 이운룡)의 초대전'한국 근대문학 도서전'(1920~1950)을 앞두고 좌불안석이었다.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도 불사하며 온 몸에 대동여지도를 그리듯 발품을 팔아 수집한 책들이 행여 탈이라도 날까봐서다. 밤잠 못 자가며 고심해 추린 80권은 명색이 한국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라도 해도 모자람이 없다. 허 관장은 "이젠 전국 어느 헌책방을 가도 쉽사리 구할 수 없는 책들"이라고 자신했다. "그 시절엔 배도 참 고팠지만, 책읽기가 참 어려웠던 시절이었어요. 6·25가 끝날 무렵 조그만 서점이 생겼는데, 책값으로 300원을 내놓고 하루 만에 다 읽으면 30원씩 빼줬다고. 그러니 하루에 다 읽을 수밖에. 학교가 끝나면 골방에 틀어박혀 밤새도록 책을 읽었어요. 책값 때문에 책읽기에 빠진 거지.(웃음)" "석정 선생을 하늘 같이 섬겼던 청록파 일원"이었던 박두진 시인의 '해'(1946)를 대학교 시위에 나갔다가 받은 수당으로 헌책방에서 구한 사연이나 피난 간 매형 집에서 옷장에 숨겨둔 책을 누님이 몰래 찔러줘 이번 전시에 내놓게 된 책들의 30~40%를 차지한다는 사실 등은 그 앞·뒷쪽 사연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장편 서사시로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던 민중의 고통과 불안이 암시된 김동환의 '국경의 밤'(1925)과 일본 간첩죄라는 어이없는 죄목으로 총살당한 조명희가 망국의 한을 담은 '낙동강'(1928)은 1920년대를 장식한다. 이상 이태준 김환태 등이 활동해 우리나라 순수문학을 물꼬를 틀었던 '九人會'가 출간한 '시와 소설'(1936), 월남하기 전 시를 썼던 황순원의 미려한 문체가 녹아있는 시집'골동품'(1936) 역시 1930년대 당시 문청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작가들에게 문학적 응원을 보내온 작품들. 한국 현대 소설사에서 세련된 문장의 전형을 보여준 이태준의 '문장'(1939)은 아직까지도 글의 참맛을 깨닫게 하는 글쓰기 교본이며, 해방 이후 간행된 전북 최초의 아동문학지 창간호'파랑새'(1946)는 전북 문단사에서 빠져서는 안 될 작품이다. "김유정 윤동주 이상 이장희 이효석 등은 30세를 못 넘기고 다 죽었어요. 가난이나 죽음과도 타협하지 않고 어려움 속에서도 한 줄 한 줄 원고지를 메워나갔던 처절한 작가정신이 다 여기에 녹아 있습니다. 앞서간 문인들의 훌륭한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견딜만한 것에는 사랑을 주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이 위대한 가르침을 뒤늦게라도 깨닫게 해준 문학을 공부하게 된 것이 얼마나 행복한 줄 몰라요."'허소라 박사 소장 한국근대문학 도서전'은 13일부터 20일까지 전라북도문학관 본관 제4전시실에서 이어지며, 개막식은 1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1 23:02

푸석해진 영혼이여… 힘내시게

2011년 겨울 무렵이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본심 심사가 끝난 뒤 송하선 시인(74)과 문태준 시인이 한 막걸리집에서 뒷풀이를 나눴다. 평소 과묵하고 젊잖기로 일가견이 있는 송 시인과 문 시인의 소통 지점은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1915~2000)을 향해 있었다. '서정주 예술언어'를 비롯한 여덟 권의 저서 등을 통해 문학 비평과 이론적 논리를 탄탄하게 구축해온 송 시인과 그의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박사논문'서정주 시의 불교적 상상력 연구'를 마친 문 시인. 시단 경력 20년 터울의 문우(文友)는 막걸리 통을 비워가며 흘러간 시세계를 더듬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서정이 태어났다. 한국 서정시의 적자(嫡子)라 할 수 있는 송 시인이 펴낸 또 다른 시집'아픔이 아픔에게'(푸른사상)는 영혼의 강장제에 가깝다. 이제는 세상의 중심에서 물러선 시인은 지나버린 생을 관조하면서 세상의 모든 자연에서 가르침을 얻어 푸석푸석해진 영혼의 체력을 증진시킨다. "대학에서 정년을 한 후의 내 노년이 마치 죽지가 부러진 새 같다는 생각을 한 때가 많았습니다. 이 시집이 세상의 아픔을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아픔의 한 모서리 부분이라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 시집이 모든 이의 가슴에 풍금처럼 울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시인은 '사라지는 줄도 모르면서 // 애간장이 터지게'('매미의 울음'(1)) 울거나 '쓰라린 황야를 날아가는'('강을 건너는 법') 것이 바로 인생이라면서 그 절대 고독의 세계로 초대했다. '나의 손은 원래부터 빈손이었구나'('손') 하는 깨달음은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칠순을 넘긴 날의 흔적들은 시인의 자기 성찰과 의식의 세계를 '지극히 낮게 속삭이는 언어'의 미덕으로 촘촘히 엮어냈다. 작품 해설을 쓴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은 '미당에게서 능청을 빼면, 그 자리에 담백하고 조촐한 송시인의 점잖음이 남는다'고 적었다. 결국 시인의 성찰적 세계가 궁극적으로 맞닿아 있는 지점은 세상과의 소통. '늙은 소년'은 스스로 바보가 되어 환한 웃음판으로 초대해 무릉도원을 만들고 싶다('과수원에서')고 고백했다. 김제에서 태어나 전북대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뒤 중국 문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송 시인은 1971년 '현대문학'으로 문단에 나와 1980년부터 우석대로 부임해 우석대 명예교수가 됐다. 시집으론 '강을 건너는 법','가시고기 아비의 사랑', '그대 가슴에 풍금처럼 울릴 수 있다면'등이, 저서로는 '한국 명시 해설','서정주 예술 언어','석정 시 다시 읽기' 등이 있다. 전북문화상, 전북 대상(학술상), 한국비평문학상, 백자예술상, 목정문화상, 황조근정훈장 등을 받았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0 23:02

완주문화원 주최 '비가비 권삼득 포럼' "명창 기념사업회 만들자"

국악계와 지역주민, 자치단체가 힘을 모아 거버넌스를 형성해 고(故) 권삼득 명창을 기리고 유산을 계승하기 위한 가칭'권삼득 명창 기념사업회'라는 법인체를 만들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권삼득 명창의 종중인 안동 권씨 문중에서도 법인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또 판소리의 대중화를 위해 완주군 용진면에 '판소리·민요 마을'을 내년도에 조성하는데 지역주민과 행정이 의견을 한데 모아 추진키로 결정했다.7일 권삼득 명창의 고향인 완주군 용진면사무소에서 완주문화원 주최로 열린 '비가비 명창 권삼득 포럼'이 학계·국악계·문화계·지역주민·자치단체와 안동 권씨 문중 등 다양한 계층이 모인 가운데 이같은 결실을 맺었다.이날 발제에 나선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권삼득 명창을 기리기 위한 사업의 지속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인체 설립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전제하며 "권삼득 '더늠'을 알리고,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명창 관련 자료를 모아 책을 출간하고 음반을 만들어 판소리와 권삼득 명창에 대한 사회적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권씨 문중 대표로 나온 권진택씨와 권요만씨는 "권삼득 명창이 생존할 당시 양반가에서 광대를 한다며 집안의 괄시를 받았지만, 지금은 훌륭한 문화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며 "권삼득 명창 추모 사업과 계승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이날 포럼에 참석한 국악협회와 지역주민들도 발언권을 받아 "권삼득 관련 법인체 설립에 적극 찬성한다"며 "각계가 참여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열쇠"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권삼득 명창 계승사업의 성공을 위한 기반사업으로 판소리·민요마을 조성에 지역주민과 자치단체가 함께 힘을 모아 내년도에 성사키로 뜻을 모았다. 완주군 관계자는 "용진면 지역주민들이 원한다면, 마을문화공동체사업에 따라 용진면에 판소리 마을을 조성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고, 용진면과 용진면 주민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면서 내년도에 신규사업으로 추진될 전망이다.한편 완주문화원과 한국국악협회 완주지부는 8일 완주종합복지관에서 제13회 국창 권삼득선생 추모 전국국악대제전을 개최했다.

  • 문화일반
  • 김경모
  • 2012.12.10 23:02

"홍콩·싱가포르까지 진출하는 미술시장으로 키울것"

조각가 국경오(47)씨는 최근 부쩍 더 야위었다.5년 전부터 밑그림을 그려온 '아트 아시아 2012'를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 힘들어 할 여유조차 없었을 만큼 바쁘게 움직였다. 아내 박지혜 아카갤러리 대표와 지인들이 힘을 모아 "전 세계 어느 전시장과 비교해봐도 규모·시설 면에서 최고"라고 평가받는 서울 코엑스 A홀의 까다로운 대관부터 갤러리 섭외, 팸플릿 제작까지 정말 치밀하게 준비했다.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바젤 아트페어가 이미 좋은 시장을 많이 선점해뒀어요. 눈 여겨봐야 할 것은 지난해 바젤이 홍콩 아트페어의 지분 60%를 인수했다는 겁니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잠재력을 본 거죠."지역에선 처음으로 스위스 바젤 스코프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 아트페어에 진출하면서 미술시장의 흐름을 일찍 읽은 그는 '아트 아시아 2012'가 향후 홍콩·싱가포르까지 진출하는 국제 아트페어로 자리잡게 할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이 '뱃심 좋은 조각가'는 전주 풍남문 광장에 슬로시티를 상징하는 조각물 설치도 막 끝냈다. 기존의 관념을 깬 이 설치물은 어딘가를 바쁘게 뛰어가려는 남성을 가까스로 붙잡는 여성을 통해 쉬엄쉬엄 가자는 슬로시티를 상징하는 작품. 나무의 따뜻한 질감을 감쪽같이 표현해 전문가들조차도 재료가 나무였을 거라고 착각할 정도지만, 브론즈로 빚어냈다는 사실은 또 다른 반전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0 23:02

아시아 화가 1000여명 작품 한자리

'이제는 피카소와 헤어질 때.'세계 미술 분석기관인 '아트프라이스'는 최근 미술 시장의 흐름을 이렇게 정리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홍콩, 싱가포르, 중국이 전 세계 현대미술 시장의 지각 변동을 주도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의 장샤오강의 유화'혈연 : 대가족 1호'는 홍콩 경매에서 6562만 달러(약 95억)에 거래 돼 아시아 현대미술 작품 가운데 1위를 기록했고, 최근 열린 홍콩 경매에서도 이우환의 유화'점으로부터'가 1520만 달러(약 21억3000만원)에 낙찰되면서 해외 경매에서 거래된 한국 작가로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전국 갤러리로는 유일하게 참여한 전주 아카갤러리(대표 박지혜)가 주축이 된 아트아시아운영위원회는 국내 최초로 아시아 미술시장에 초점을 둔 국제 아트페어'아트 아시아 2012'(11~16일 서울 코엑스 A홀 3·4)를 열어 아시아 스타 작가인 장샤오강과 이우환의 작품을 동시에 선보인다.역사가 가장 깊은 국제 아트페어인 키아프에 비하면 '아트 아시아 2012'는 떠오르는 아시아 미술 시장을 겨냥한 후발주자에 가깝지만, 아시아 11개국 갤러리를 포함한 국내·외 70여 곳의 1000여 명 작가들의 참여를 유도해냈을 정도로 그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전북에서는 군산 갤러리 미루(이광철·조헌 등)·KBS 모악갤러리(이철량)가 참여하고, 익산제일산부인과(이재승 유봉희)·닥터진 치과(국경오)·전주효사랑요양병원(최석우)·(사)한국공예문화협회(강정이 송수미 김이재 등)가 후원해 전북에서도 최초로 지역 작가들 20여 명이 국제 아트페어에 대거 합류하게 됐다. 이처럼 '최초'의 기록을 내놓고 있는 '아트 아시아 2012'는 국내·외 갤러리 70여 곳의 부스전을 비롯해 아시아 대표 작가전, 한국 연예인 스타작가전, 한국 현대미술가 100인 특별전, 러시아 현대 회화전 등으로 구성된다. 아시아 대표 작가전에서는 장샤오강 이우환 외에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나 5만원· 5000원 권의 영정 도안으로도 유명한 이종상의 작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연기·노래는 물론 그림 실력도 프로급인 구혜선·유준상·조재현·하정우 등이 참여하는 '한국 연예인 스타 작가전'과 김병종·이두식·지석철·김재학·이석주 등이 내놓는 품격 있는 소품을 100만원에 만나는 '한국 현대 미술가 100인 특별전'은 벌써부터 입소문이 나서 컬렉터들이 '눈도장'을 찍어둔 상태. '한국 현대 미술가 100인 특별전'에서도 도내 작가 김부견 박진영 조영대 조영철 이종만 최석우의 소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이 없어서 못 판다는 블루칩 작가들의 '아트 블루 참여 작가전'도 눈여겨봐도 좋을 듯하다. 이곳에서는 세계 명화들에 대한 오마주를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풀어내 호평을 받은 서양화가 남경민이나 전통 수묵화에 몰두하다가 돌을 이용해 사진과 수묵을 결합시켜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박대조를 포함한 12명의 작품들로 채워진다. 개방 이후 급변해온 러시아 정서를 반영한 '러시아 현대 회화전'까지가 '아트 아시아 2012'의 하이라이트. 알아야만 볼 수 있고, 볼 줄 알아야만 구매할 수 있는 미술은 감식안만으로도, 돈만으로도 접근할 수 없다.'아트 아시아 2012'는 제대로 볼 줄 아는 컬렉터들의 '궁극의 취향'을 다채롭게 펼쳐낸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막식은 11일 오후 5시. 입장료는 1만2000원.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0 23:02

뒷이야기 - 1년간 우여곡절 끝 지구 반대편 베네수엘라서 전주로

세계미술거장전이 막을 올린 개막일에 이흥재 관장은 개막 인사말을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1년 가깝게 노심초사하며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전시회를 열게 된 감회가 복받쳤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비행기로 23시간 걸리는 베네수엘라를 두 차례 방문했다. 거리도 거리지만, 유치 과정에서 자칫 무산될 뻔한 '위기'를 겪었다.사회주의 국가인 베네수엘라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작품을 빌리기 위해서는 외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데 작품 임대 합의를 하고도 한 달 이상 가타부타 대답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대통령 선거까지 겹쳐 정치적 공세의 대상이 됐다. 5월에 합의한 80여점의 작품을 한국에 빼돌리려 한다는 의혹이 야당에서 제기됐고, 그렇지 않다는 해명이 이루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또 소요됐다. 전북방문의해 이벤트로 꼭 성사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이 관장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베네수엘라 대사관 한병진 참사관이 많은 역할을 해줬다고 이 관장은 고마워했다. 이 관장이 전주 동암고 교사로 재직 당시 한 참사관의 담임을 맡았었고, 그 인연으로 자신의 일처럼 도와줬단다. 이 관장은 전북을 대표하거나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소장품을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작품소장에 대한 중장기적 계획을 재점검해보고 싶다고 했다. 입장료 수입을 씨앗으로 삼아 미술관에 재투자되길 바랐다.

  • 문화일반
  • 기타
  • 2012.12.10 23:02

스마트폰 카톡 연애 - 신명진

"엄마! 밥 언제 줄 거얏?" "앗, 깜짝이얏.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알았어. 곧 줄게 잠깐만 기다려 봐."나는 점심밥 때가 훨씬 넘은 줄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두 시간 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너무도 설레고 흥분된 기분을 멈추고 싶지 않아서였다. 딸아이의 신경질을 듣고도 나는 한참을 더 그렇게 있었다. 엄마가 스마트폰만 하고 있다고 숙직인 아빠한테 이를 거라며 딸아이가 전화 거는 시늉을 하는 것을 보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에고, 미안해 미안하다. 엄마가 왜 이런다니. 정신 차리자 차려." 나는 고개를 휘휘 젓고 혼잣말을 하며 서둘러 점심밥을 챙겼다."보고 싶어 못 참겠다. 한 번 만나자."라는 꿈같은 문자가 여전히 눈앞에 아른아른 춤을 추었다.우리나라 전체인구 10명 중 6명이 갖고 있다는 스마트폰을 나도 6개월 전에 갖게 되었다.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정보공유나 기타 폭 넓은 도움을 얻을 요량으로 멀쩡한 일반 휴대폰을 버리고 바꾼 것이다. 처음엔 나이 탓인지 조작에 겁을 먹고 기능의 대부분을 딸에 의지해 간신히 기본 기능만 사용했다. 그러다가 차츰 익숙해지자 여간 쉽고 편리한 것이 아니었다. 그 기능 중에는 카카오톡(카톡)이라는 것이 있다. 스마트폰 가진 사람들끼리 무료로 채팅할 수 있는 아주 쉬운 기능이다. 전화번호만 알면 누구 하고나 가능하며 몇 마디로 주고받는 간단한 인사나 문자가 일상의 무료함을 한순간 달래주기도 하고 아이들처럼 마냥 즐거운 기분으로 만들어 준다. 남편이 1박2일 주말산행을 가고 없는 어느 토요일 저녁 무렵이었다. 띠리링, 카톡 메시지도착 음이 울렸다."오랜만이다. 잘 있냐?" 낯선 그러나 전혀 낯설지 않은 이름의 새로운 카톡이 왔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초등학교 동창 이름이었다. 5학년 때 나와 짝꿍을 했던, 그러다가 6학년 초에 어디론가 전학을 가버렸던 남자애였다. 난 놀라고 궁금하고 설레어 대꾸하기 시작했다. "정말 반갑다. 이게 얼마만이야?"그렇게 시작된 카톡이 두 달을 꼬박 이어오고 있었다. 카톡을 한지 약 2주가 지나고부터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마치 한 가족인 것처럼 문자를 주고받았다. 아침에 식구들을 챙겨 보내고 나면 곧바로 굿모닝 인사를 보내고, 점심은 뭘 먹을 거냐며 하트를 동동 띄워 보내고, 오후엔 앙증맞은 찻잔에 담긴 차 이모티콘을 날려주고, 밤엔 유혹적인 새빨간 입술 이모티콘의 굿나이트 키스까지. 즐겁고 설레지 않은 날이 없었다. 어쩌다가 대꾸가 없거나 거르기라도 하는 날엔 너무 궁금했다. 못내 아쉬워 스마트폰을 화장실까지 들고 다니며 열 번도 더 들여다봤다. 뿐만이 아니다. 딸아이에게 스마트폰에 왜 잠금 설정을 해 놓느냐며 역정을 냈던 일을 감쪽같이 잊어버리고 어느 순간 나도 비밀 잠금 번호를 설정해 놓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너 때문, 단풍이 들어도 너 때문, 초승달 속에도 네 얼굴, 찻잔 속에도 네 얼굴, 네거리에서도 네 생각, 음식점에서도 네 생각'신기하게도 도대체 그 애가 안 따라붙는 곳이 없었다. 그 애 생각만 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하늘을 나는 새였다가, 어여쁘게 핀 꽃이었다가, 수줍은 열아홉 살 소녀처럼 즐겁다가, 어떤 이유로 유부녀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짜증스레 꿈에서 깨곤 했다. 바로 아까 같은 순간처럼 말이다. '만나면 무슨 말을 하지? 밥을 먹을까, 차만 마실까? 아니야. 이대로가 좋을지도 몰라. 나이 든 내 얼굴을 보고 실망 할 거야. 만나지 말아야지. 아니야, 그래도 딱 한 번은 보고 싶은 걸. 어쩐다지?'수차례를 되묻는 사이 거울 앞에 내가 앉아있다. 거울 속에 나이 든 여인이 푸하하하, 순진한 4학년짜리 웃음으로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고 있다. 카톡 하는 동안 내내 지우고만 싶던 눈 주위 자글자글한 주름살이 이 순간 참 자연스럽다. 입가의 팔자 주름을 쓰다듬어본다. 전혀 눈에 거슬리지가 않다. 다시 한 번 웃음이 난다. 나는 이제 거의 6주 만에 스마트폰의 비밀 잠금 설정을 해제한다. 언제 왔는지 내 눈동자 안에 깜찍한 딸아이가 들어와 방긋 웃고 있다.* 아동문학가 신명진 씨는 2006년 '아동문예'로 등단, 동시집 '꽃김치'를 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2.07 23:02

거침없이 내숭없이…야릇한 섹시코미디

겨울 영화들은 이른바 '로맨틱 영화'로 대변된다. 연인들의 날이라는 크리스마스를 선두로 '사랑'을 강요하는 날들의 연속이기 때문. 그러니 영화도 연인들을 위한 이야기가 대세다. 벌써부터 이번 주 개봉 영화들도 사랑 가득한 이야기. 연인들을 위한 영화 두 편이다.수많은 로맨틱코미디 영화들 중 '나의 PS 파트너'는 좀 특별하다. 어떻게 보면 늘 봐오던 연애담에 불가능하지만 실상은 야하고 대담한 어른들(?)의 사랑. 영화 등급도 로맨틱코미디에서는 찾기 힘든 '청소년 관람불가'다.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음악에 매진하는 현승(지성). 하지만 꿈은 너무 멀고 현실은 비루하다. 현승은 그런 그를 견디지 못하고 떠난 전 여자친구에게 새 남자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야릇한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무관심한 남자친구의 관심을 돌리려 깜짝 이벤트로 폰섹스를 준비한 윤정(김아중)이 전화를 잘못 건 것. 5년째 남자친구만 바라보며 회사도 때려치우고 결혼을 꿈꾸는 윤정은 자신에게 소홀해진 남자친구 때문에 속상하다. 각자의 걱정과 아픔을 가진 두 남녀는 우연히 연결된 전화로 계속 통화를 이어나가고 조금씩 마음을 여는데. 폰섹스라는 소재로 이야기는 시작하지만(그래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도 얻은 것이지만) 영화는 그에 비해 너무 야하지 않아 김빠진다. 초반 잠시 등장하는 폰섹스를 제외하고는 전화로 이어진 그들의 소통 정도가 영화의 포인트. 적당히 야하고 충분히 공감적 이여서 볼만한 영화다.아무리 야하지 않다고 하지만 '폰섹스'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을 오래된 연인들만 함께 관람할 것.

  • 문화일반
  • 이지연
  • 2012.12.07 23:02

23. 완주 갈동유적 출토 청동거울 - 청동기시대 기술의 결정체

지난 2006년 문화유적 발굴조사가 한창이었던 완주군 이서면 반교리의 도로 건설 예정 부지. 고고학자들이 부르는 이름은 완주군 갈동유적이다. 앞서 실시된 조사에서 매우 중요한 유물들이 발굴되었다. 2100년 전 갈동의 지배자들이 묻혔던 이곳에서 매우 정밀한 문양을 지닌 청동거울들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유적에 대한 보고서가 발간된 지금, 이 갈동 출토 청동거울 2점은 국립전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이 거울들의 정확한 명칭은 다뉴세문경, 우리말로는 잔무늬거울이다. 작은 손잡이가 여러 개 달려있고 문양이 세밀하여 붙은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청동기 시대 후기를 대표하는 유물 중 하나이다. 구리와 주석의 합금품이기 때문에 지금의 빛깔은 거무튀튀하지만, 제작 직후엔 은이나 놋쇠처럼 밝고 맑은 색을 냈을 것이다.거울이 발굴된 곳은 갈동유적의 5호 무덤과 7호 무덤인데, 이 중에서 보다 밀집된 무늬를 자랑하는 5호 무덤 출토품의 지름은 14.6cm, 무게는 447g이다. 둥글고 납작한 거울의 한쪽 면은 아무런 문양이 없이 매끄러워 무언가를 비추어 보기에 적당하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는 개성 넘치는 문양들이 촘촘하게 자리잡고 있다. 문양이 있는 뒷면을 '경배'(鏡背)라고 한다. 단면이 반원형인 경연(鏡緣)이 거울의 가장자리를 따라 돌아가고, 경배의 안쪽에는 두 개의 고리가 달려있다. 경배를 장식한 문양들에 주목하자. 얇은 선으로 빽빽하게 채운 톱니무늬가 어지럽게 베풀어져 있지만, 천천히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2개의 톱니무늬가 서로 마주보며 결합하여 하나의 직사각형을 이루고 있다. 또한 이러한 무늬의 조합이 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3개 구역 각각의 문양 구성은 동일하고, 다만 톱니의 날카로운 부분이 향한 방향이 다를 뿐이다. 7호 무덤 출토품은 4개의 영역으로 구별되지만, 톱니무늬의 조합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후기 청동기시대인들이 이토록 정교하게 새긴 무늬에 관한 미감과 정확하게 표현해낸 기술을 가졌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그 제작기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복잡하지 않은 무늬일 때에는 돌을, 갈동 출토품과 같이 복잡한 무늬를 새길 때에는 밀랍(蜜蠟)을 소재로 삼았을 것이라고 한다. 새길 때에는 컴퍼스의 원리를 이용하여 반듯한 원을 그리고 여러 차례 구획하여 그 안을 짧은 선으로 채웠을 것이다.만약 우리가 돌에 문양을 새겨 넣는다면 그 자체가 하나의 거푸집이니 비교적 간단하다. 하지만 밀랍이라면 그 공정이 더 복잡하다. 우선 굳힌 밀랍으로 거울 모양을 만든다. 무늬를 꼼꼼히 새겨 넣는 것은 물론이다. 다음에는 밀랍을 점토로 두툼하게 감싼다. 이것을 불에 달구면 미리 뚫어놓은 구멍을 따라 녹은 밀랍이 흘러나오고, 남는 것은 단단하게 구워진 점토 거푸집이다. 다시 한쪽 구멍을 막고 남은 구멍으로 청동 녹인 물을 부은 후 충분히 식힌다. 이제 거푸집을 제거하고 숫돌로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으면 우리 눈에 익숙한 잔무늬거울이 완성된다. 이러다보니 밀랍 주형(鑄型)은 일회용이 되며, 점토 거푸집은 거울을 꺼내는 과정에서 부서지고 만다. 잔무늬거울 중 똑같은 무늬를 가진 게 한 쌍도 없으며, 그 거푸집도 발견되지 않는 이유를 제작방법에서 찾고 있다.청동거울은 그 시절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였고, 제작을 위해 들어가는 자원과 공력을 감안했을 때 최고의 지배자만이 소유할 수 있었던 명품이었음이 분명하다. 또한 많은 연구자들은 거울을 목에 걸고 의식을 주관하는 시베리아 샤먼(주술사)과의 유사성을 근거로 삼아 미래를 점치고 영혼을 들여다보았던 청동기시대 제사장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곤 한다. /최경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07 23:02

주택전시관서 색다른 전시회

예술과 집이 만난다. 전주서신갤러리(관장 박혜경)가 29일부터 내년 4월30일까지 주상복합아파트 군산코오롱더프라우 주택전시관(165㎡)에서 여는 '찾아가는 미술관 : 12인의 작가'. 관람객들은 색다른 공간에서 '내 집에 걸린 그림'을 상상하며 감상할 수 있고, 작가들은 문턱 낮춘 갤러리를 통해 관람객들과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 박혜경 관장은 "미술관의 공공적 역할에 대한 반성이자 새로운 책임감에서 시작한 사업"이라면서 "전시장 설계부터 참여해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덕분에 누구나 작품 앞에서 편안하게 쉬었다 가는 색다른 문화공간으로 꾸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설명했다. 참여작가 강용면 윤길현(조각) 김순철 이기홍(한국화) 고상준 김용수 양순실 이정웅 이숙희 이희춘 서희화(서양화)씨는 소재와 주제 면에서 파격적인 작품부터 편안한 작품까지 모든 이들의 취향을 아우른다. 민화에서 포착한 익살스런 표정을 폐품에 입힌 서희화씨의 'happy - 호랑이케이크'나 내 밥그릇은 꼭 지키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재밌게 표현된 윤길현씨의 '밥그릇 지키기 - 강아지' 앞에선 작가에게 "웃어도 돼요?"라고 묻고 싶어진다. 책의 결을 깎아내 "마치 사군자를 친 것처럼" 문인화·화조화를 접목시킨 이정웅씨의 '영원한 생명의 詩' 시리즈와 전자칩·스피커 등 버려지는 부품을 시멘트에 덧대 새와 나무 등으로 형상화한 김용수씨의 '융합의 서곡'은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붉은 모란과 희고 노란 장미를 소재로 완성도를 높인 고상준씨의 정물화, 따뜻하고 아늑한 감성으로 표현한 이숙희씨의 '숲'은 삭막한 아파트를 훈훈한 분위기로 전환시켜줄 듯. 이기홍씨의 '대숲'에선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가 들려오고, 몽환적 극사실주의로 변화를 시도한 류재현씨의 '길'에선 보일 듯 말듯한 숲길로 손짓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희춘씨의 '무위소묘'는 여전히 비울수록 더 자유로워지는 스스로를 발견하도록 관람객들에게 말을 건넨다. 양순실씨의 '깊은 하루'에선 벗어나고 싶으나 결국엔 돌아올 수밖에 없는 집으로, 김순철씨의 'About wish'에선 한지에 분채를 입힌 뒤 바느질로 한 땀 한 땀을 꿰맨 항아리는 작가의 개인적 고민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전시장을 나오기 전 고전을 바탕으로 새로운 재료와 기법으로 진일보하고 있는 강용면씨의 '온고지신 - 토마호크'는 꼭 '눈도장'을 찍고 나올 것. 세계에서 가장 빠른, 가장 비싼 토마호크 오토바이를 파스텔톤 우레탄 으로 표현한 멋진 작품을 만나게 될 것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07 23:02

아이들이 전하는 꿈의 하모니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등 관현악기를 든 아이들이 각각 악기별로 줄지어 앉았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휘자의 손끝만 바라보고 있다. 그 순간 흘러나오는 곡은 '반짝반짝 작은 별.' 그러나 연주하는 학생들과 지휘자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다. 다소 어설프긴 해도, 클래식 악기를 전혀 다뤄본 적 없는 학생들이 몇 개월간 갈고 닦은 솜씨다.이것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한국식 엘 시스테마(빈민층 무상 음악 교육)'를 본 따 만든 '꿈의 오케스트라 교육지원사업'의 현장이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단순히 악기를 배운다는 것보다 연주를 통해 협동심과 양보를 알아가는 하나의 사회적인 프로그램에 가깝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꿈의 오케스트라'를 진행해온 두 거점기관인 익산문화재단(이사장 이한수)과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이 이번엔 전국 최초로 교류 연주회'The Greatest Harmony'를 시도한다. '익산이 함께 만들어가는 꿈과 희망의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감독 은희천, 지휘자 박성일·50명)와 전주의 '한소리 오케스트라'(지휘 김종헌·70명)가 익산과 전주를 번갈아 방문하면서 그동안 갈고 닦은 레퍼토리 곡들과 새로운 곡들을 선보인다. 익산 청소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30명)까지 가세해 완성도를 더한 무대로 준비했다. 익산은 '천공의 섬 라퓨타'(현악 앙상블)와 'I follow him'(관악 앙상블), '아리랑' 등을 내걸었고, 전주는 베토벤의 '운명', 캐텔비의 '페르시아 시장에서' 등을 준비 중이다. 합동 연주는 엔리코 모리코네의 '넬라 판타지아'와 비제의 '카르멘',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등으로 마무리할 계획.이태호 익산문화재단 정책연구실장은 "전문 연주자를 배출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이 성장해가는데 자신감을 심어주고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협동심을 심어주기 위한 효과적인 교육수단이기 때문"이라면서 "익산과 전주의 교류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거점기관의 교류 연주회가 안착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근영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홍보팀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디네이터들의 재교육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습법 개발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공연은 7일 오후 7시 익산솜리문화예술회관, 8일 오전 11시 전북예술회관에서 펼쳐진다. 베네수엘라의 '기적'이 전북에서도 재현될 지 관심을 모은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07 23:02

"문화+예술+여행 종합선물세트 어때요"

전북의 사회적기업들이 지역의 문화와 여행·예술을 종합한 '특화상품'개발에 손을 잡았다.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예술적 감흥과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해 여행객들을 전북으로 끌어들이는 프로젝트다. 전북도경제통상진흥원(원장 장길호) 사회적기업지원센터가 올 처음 그 가능성을 시험했다.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전주·고창·정읍·부안으로 이어진'마을여행 하우스 콘서트'가 시험대였다. 막 출시된'상품'이어서 홍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알음알음으로 서울과 대전 등에서 30여명이 참가했다. 노부부에서부터올케와 시누이 등 가족 단위로 많이 참가했으며, 참가자들은 전북의 문화와 예술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이번 '마을여행 하우스 콘서트'는 고창과 부안의 여행과 정읍에서 콘서트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짜였다. 첫날 국내 최대의 고인돌이 있는 고창 고인돌군과 람사르 습지로 등재된 운곡저수지 등을 탐방하고, 둘째날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포함된 부안 내소사 전나물 숲길을 트래킹 했다. 식사는 지역의 대표 음식들로 제공됐다.농산어촌의 정겨운 풍경과 문화적 자원을 눈에 담아온 여행객들을 더 감동시킨 것은 저녁 콘서트. 정읍 송참봉 마을에서 진행된 콘서트는 예술 관련 사회적기업들이 참여했다. 문화포럼 나니레가 국악으로, 인형극 전문 예술단체인 꼭두가 인형극으로, 타악연희원 아퀴가 타악·난타·밴드로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초가의 운치가 곁들여진 콘서트는 2시간에 걸쳐 객석과 무대의 벽이 없는 공간에서 여행객과 공연자가 하나된 자리였다.마을여행 하우스 콘서트는 사회적기업지원센터가 지역내 사회적기업의 '협동화빌리지 협업'으로 만든 프로젝트. 여행전문 사회적기업인 (주)공정여행풍덩을 중심으로 3개 공연 관련 기업과 체험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그라미플러스·큰사람아카데미·한빛페이퍼 등 7개 업체가 참여, 협업 형태로 여행과 예술을 접목시킨 상품을 전국에 판매하는 프로젝트다.유남희 센터장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업체간에 공동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새로운 산업분야를 개척하고, 전북의 문화·여행·예술을 종합하는 특화상품을 통해 전북의 이미지를 높이고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센터는 이번 시범사업을 계기로 전북지역 사회적기업간 협업 프로그램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센터는 또 그 연장선에서 8일부터 1박 2일간 '협동화빌리지 체험학습'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체험프로그램은 무주군 지역 초등학생 40여명을 대상으로 전통악기 체험(문화포럼 나니레), 인형극(꼭두),공작체험(동그라미 플러스),과학체험(큰사람아카데미) 등으로 진행된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2.07 23:02

⑥ 국내산 우유로 만든 임실 치즈 - 다양한 조리법 개발·소비자 식탁 공략 과제

치즈는 이제 어엿한 향토 음식이다. 우리로 치면 김치나 된장고추장과 같이 발효시켜 저장하는 음식에 가까운 치즈는 외국인들의 식탁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치즈는 국내에선 아직도 맛보다는 건강에 좋기 때문에 선호되는 기호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명품 음식,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에서는 임실의 브랜드가 된 임실 치즈를 살펴본다.△ 한국 치즈의 역사는 지정환 신부가 첫 삽우리나라 치즈 산업의 첫 삽은 벨기에 출신인 지정환 신부가 떴다. 농가 소득을 마련하기 위해 산양의 젖을 짜서 판매하다 남은 산양유를 처리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3년의 시행착오 끝에 선진국 치즈 기술자들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벨기에 천주교 구제회 통한 치즈 가공기계를 무상으호 제공 받으면서 임실치즈 산업은 비로소 안착됐다. 미군 부대를 통해 불법으로 유통되는 치즈가 아닌 산양유로 만든 합법적인 치즈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치즈로 탄생된 것. 치즈의 특이한 발효 향으로 대중화가 늦어지기도 했으나 산양유 대신 우유로 바꿔 한국인 입맛에 맞는 임실치즈가 나오면서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 IQ 높이고 지방도 분해시키는 기특한 '영양 덩어리'치즈는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 불리는 콩 보다 단백질 함유량이 훨씬 높은 영양 덩어리다. 일단, 치즈의 단백질 함유량은 23~25%나 된다. 숙성 과정에서 생긴 효소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 몸에 흡수가 잘 되는 것. 여기에 칼슘과 인, 미네랄 염, 비타민 A와 B 등 영양소도 많다. 게다가, 치즈는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다이어트를 시도하려는 이들에게도 권할만 하다. 치즈엔 수면을 돕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을 만드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 또, 우리 몸에서 지방을 분해해 열량으로 바꿔주는 비타민 B가 풍부하다. 치즈에 많이 함유된 비타민 A의 경우 면역력을 높여 병에 걸리지 않도록 돕기도 한다.△ 균질한 공장형 치즈와 쫄깃한 수제 치즈, 입맛대로 골라 드세요치즈의 종류는 대략 1000여 종 이상이다. 임실에서 생산되는 치즈는 임실치즈농협(조합장 설동섭)이 자동화된 대형 설비로 생산하는 '공장형 치즈'와 임실군 임실읍 금성리 '치즈마을'에서 만드는 '수제형 치즈'로 나뉜다. 지금의 임실 치즈를 태동시킨 임실치즈농협이 대형 설비를 갖춰 생산하는 공장형 치즈는 종류가 10여 가지가 넘는다. 40여 년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낙농진흥회에서 얻은 원유로 맛과 스트레칭이 균질한 치즈를 생산 중이다. 그렇다면 수제 치즈는 어떨까. 농가들은 직접 키운 소의 젖을 짜서 손으로 빚어 치즈의 결이 살아있고 더 쫄깃한 맛을 자랑한다. 그래서 외국에선 수제 치즈를 더 선호한다. 문제는 대기업에서 생산되는 가공치즈가 임실농협치즈나 농가에서 만드는 자연치즈보다 싸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가공치즈는 국내산 우유 대신 외국산 치즈를 일부 섞어 제조해 가격이 싼 데 반해 임실농협치즈나 농가가 가내 수공업 형태로 만드는 자연치즈는 국내산 우유로 생산되다 보니 가격이 비싸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임실치즈농협도 대형마트와 최대 30%까지 값을 내린 치즈 를 생산할 계획이다. △ 공동 브랜드 '임실N치즈' 배타적 권리 확보 방안 찾아야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600억 규모였던 치즈 시장은 2011년 약 5000억원 규모로 성장해오다 2011년 구제역 파동 이후 주춤하고 있다. 국내산 치즈 생산량은 2만5000t에 불과한 반면 수입산 치즈 수입량은 3배가 더 많은 7만5000t에 이른다. 하지만 치즈 생산 경쟁력을 비관할 것만은 아니다. 치즈 생산 판매에 성공한 임실군 금성리 일대는 농림수산식품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 행정안전부의 정보화마을로 지정되면서 농어촌 우수 사례로 꼽히고 있다. 5~10명 안팎의 사람들이 가내 수공업 형태로 생산 설비를 갖춘 이플유가공 영농조합법인(대표 송기봉), 무지개 영농조합법인(대표 심요섭)의 두마리목장, 휴먼푸드 영농조합법인(대표 이해규)의 치즈마을 치즈家 등은 판로를 넓히면서 성장하고 있는 추세. 치즈마을 운영위원회가 주민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치즈 만들기, 산양 체험, 피자먹거리 만들기 등을 채워가면서 관람객들이 급증해 지난해 16억을 챙겼고, 올해는 18억 순익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임실의 자산인 임실 치즈 브랜드가 유명세를 타면서 골치 아픈 일도 생겼다. 임실 치즈를 내건 피자 프랜차이즈만 해도 20여 곳이 넘고, 임실 치즈 개발자인 지정환 신부의 초상권과 성명권을 독점한 업체까지 생겼다. 치즈 체험이 인기를 끌면서 업체가 어디에 있건 임실 치즈라는 상호를 달고 영업을 하는 곳들이 생겨났다. 임실군은 임실에서 생산된 치즈에만 사용할 수 있는 공동 브랜드'임실N치즈'를 내놓았으나, '임실N치즈'를 소량 구입해 넣어도 법적으론 하자가 없기 때문에 단속하긴 힘든 상황이다. 임실치즈가 임실만의 자산이 되도록 하기 위한 지리적 표시제도 등록이 어려운 상황. 임실치즈농협이 낙농진흥회를 통해 다른 지역의 우유를 받고 있어서다. △ 치즈 식탁에 끌어오기 위한 조리법 보급 힘써야임실치즈농협, 임실치즈마을 농가와 내놓은 치즈는 모차렐라 치즈(생치즈), 스트링 치즈(찢어먹는 치즈), 숙성 치즈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치즈를 우리 식탁으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은 아직 요원하다. 임실치즈농협이 치즈를 활용한 간단한 조리법 등을 홍보하긴 해도 영세한 농가의 경우 치즈 생산만으로도 버거워 이를 활용한 현대적 조리법까지 제시하긴 역부족이어서다. 송기봉 이플유가공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주부들이 매끼마다 치즈를 식탁에 올려놔주기만 해도 소비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수제 치즈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06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