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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도성, 손꼽히는 동아시아 고대 궁성"

익산 왕궁성이 삼국시대와 위진남북조를 통틀어 유일하게 동아시아 전체 도성사 중 몇 안 되는 고대 궁성으로 꼽히며, 특히 왕궁성의 토목기술은 일본에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15일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소장 안승모)가 익산시와 함께 '백제 왕도속의 익산'이란 주제로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한 익산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추진 국제학술회의에서 충남대 박순발 고고학과 교수가 이같이 주장했다.박 교수는 부여 사비도성과 익산 왕궁성을 비교하면서 왕궁성은 동아시아 전체 도성사에서도 몇 안 되는 고대 궁성으로, 시기적으로도 앞섰고, 성을 쌓은 토목기술은 일본에 전파돼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번 국제학술회의는 백제시대 왕도였던 익산과 한성웅진성사비성의 도성체계 및 중국 남조도성제, 일본 등원궁경과 비교연구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익산역사유적지구'의 역사문화적 정체성과 그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중국 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의 주옌스(朱岩石)박사와 일본 나라문화재연구소의 후카사와(深澤芳樹)부소장을 비롯한 국내외 학자 10여명이 주제발표와 함께 열띤 토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기조강연자로 나선 최완규 익산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추진위원장은 백제왕도 익산은 백제 중흥의 소통과 화합 및 동서 화합의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워 주는 강력한 메시지를 가진 상징적인 땅으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신희권 문화재청 청덕궁 관리소장은 익산은 입지적으로 도시발달의 최적지이며, 고고학적 증거로 볼 때 고대수도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어 백제도성의 전모를 보여주는데 손색이 없다며 고도 익산의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최완규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장은 "백제왕도 익산의 도성체계 규명은 익산의 백제문화유산이 지니는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규명함과 동시에 향후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함에 있어서 이들 문화유산의 성격을 규정하는 방향키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익산시는 이번 회의를 통해 백제 무왕대에 천도한 왕도 익산의 문화적 위상을 정립하고 탁월한 세계유산적 가치를 규명함으로써, 2006년부터 익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익산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추진 작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익산은 지난해 공주부여와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우선등재추진대상에 선정된 이후 올해 통합사무국을 설립하고 2015년 등재를 목표로 등재신청서 작성용역이 진행 중에 있다.

  • 문화일반
  • 김진만
  • 2012.12.17 23:02

전북문화계 결산 ③ 국악·양악 - 소리 대중화 '합격점'…소통은 '글쎄'

2012 공연계는 크게 출렁였다. 전라북도 브랜드 공연은 공연 콘셉트규모 등에 이견을 보이면서 갈 길을 잃은 반면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은 통합 마케팅 등과 같은 과제를 남기면서도 성장 가능성을 제시했다.22만8000여 명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도해낸 '2012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판소리 대중화엔 성공했으나 지역 문화계와의 소통에서는 합격점을 받기 어려웠고, 올해 처음 시도된 판소리계 '나가수'인 '광대전'은 오랜 전통이 무색할 만큼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와 대조를 이루며 주객이 전도됐다는 인상을 받게 했다. 다양한 공연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신현창)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국악 오케스트라'바람꽃 오케스트라'를 창단했고, 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은 대형 오페라'투란도트'를 시도해 문화적 자부심을 한껏 높였다. 올해 공연계를 사자성어로 정리해봤다.△ 용두사미(龍頭蛇尾) : 브랜드 공연 = 전북도가 시도한 브랜드 공연은 시작만 요란했다. 도는 전북발전연구원을 통해 지역 문화계와 브랜드 공연의 콘셉트규모공연장 등을 논의했으나 합일점을 찾지 못하면서 용두사미가 됐다. 물론 도가 완성도를 높인 공연 제작을 통해 전북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을 내놓겠다는 의도와 지역 문화계와 소통하면서 합일점을 찾아나가려는 노력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논의 과정을 공연의 성패를 판단할 마케팅 전문가 그룹이 아닌 전북발전연구원이 주도하다 보니 주객이 전도된 감이 있었다. 대형이 아니라면 굳이 중소형 상설 공연을 추가로 만들어야 하느냐는 지역 문화계의 회의적인 시선도 계속됐다. 반면 전북도가 시도한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가장 큰 수확인 전주문화재단(이사장 유광찬)의 '해 같은 마패를 달 같이 들어 메고'는 별반 새로울 게 없는 공연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객석 점유율 96%, 유료 관객 62.3%를 기록하며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서 발전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한국예총 익산지회의 창작악극 '백세지사 가람 이병기', 임실필봉문화촌의 '웰컴 투 중벵이골', (사)고창농악보존회 등의 '新 도리화가'는 지역적 소재를 접목시키는 작은 브랜드 공연으로서 연착륙했으나 통합 마케팅 등이 요구되는 것으로 제시됐다. △ 청출어람(靑出於藍) : 광대전 =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광대들이 너도나도 전주에서 불꽃 튀는 경연을 펼친다면. 관객들이 흥에 겨워 이를 즐기는 '판'이 연출된다면. 이것이 바로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이자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전주 대사습이나 소리축제는 관객 몰이에 성공해 판소리 대중화를 위한 포석은 깔았으나, 전주 대사습 장원의 수준은 매년 하향 평준화되고 스타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소리축제는 지역 문화계와는 불통해 열린 '판'을 내놓지 못하면서 미완의 과제를 남겼다. 반면 전주 MBC(대표 전성진)의 판소리계 '나가수'인 '광대전'에선 자존심을 건 광대들이 치열한 경연을 펼쳐 관객들과 신명나는 판을 만들었다. "동생 노릇을 해야 할 광대전이 오히려 형님 노릇을 하는 형국이 됐다"는 일각의 지적은 전주 대사습이나 소리축제가 나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를 되묻게 한다. '광대전'에서 우승을 한 왕기철 명창은 올해 판소리계에서 최고의 화제 인물이 됐다. △ 명불허전(名不虛傳) : 투란도트 =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신현창)은 '2012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국내외 찾아가는 공연을 확대하고 각 단별로 깐깐한 공연 평가를 시도하는 등의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특히 도립국악원이 현대자동차 전주공장(공장장 정준용)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북본부(본부장 최영철)와 함께 아동복지시설 청소년들로 구성된 국악 오케스트라 '바람꽃 오케스트라'를 전국 최초로 창단한 것은 국악 교육에서도 전북이 앞서가는 곳임을 확인시켜준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여기에 '한국판 엘 시스테마'(빈민층 어린이 무상 음악 교육)인 '꿈의 오케스트라'를 내실 있게 진행해온 익산문화재단(이사장 이한수)과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이 전국 최초로 교류 연주회'The Greatest Harmony'까지 열어 호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최고의 화제를 낳은 공연은 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의 오페라'투란도트'였다. 호남오페라단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성악가와 연출가 초청은 물론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전북음악협회(회장 박영권)전주시립교향악단(상임지휘자 강석희)전주시립합창단(상임지취자 김철) 등의 참여까지 유도한 대형 오페라를 통해 예향 전북의 자존심을 굳건히 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7 23:02

가볼 만한 송년 음악회 - 한 해 마무리, 멋진 선율과 함께

음악은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또 하나의 멋진 방법이다. 시끌벅적한 망년회보다 차분하게 한 해를 정리하는 송년 음악회는 어떨까. 전주시립예술단과 전라북도어린이예술단 등이 자신 있게 내놓는 송년 무대와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전의 리사이틀과 가수 JK김동욱 콘서트를 소개한다.△ 전주시립예술단 18일 송년 음악회'환희의 송가'= 전주시립예술단은 송년 음악회에 '귀한' 손님을 모셨다. 전주시립교향악단(지휘 강석희)합창단(지휘 김 철)이 조경화 (서울장신대 성악과 교수소프라노) 김선정(메조 소프라노) 강무림(연세대 성악과 교수테너) 이규석(동덕여대 성악과 교수바리톤) 등 올해 무대를 빛냈던 성악가들과 순천시립합창단을 초청해 합동 송년 음악회를 준비한다. 18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는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과 베토벤 교향곡 9번 라단조'합창'을 만난다. 오케스트라의 최상석을 차지하던 바이올린 대신에 금관악기를 전면에 내세워 장중한 느낌을 극대화시킨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과 처음 사람의 목소리를 도입하고 악장의 템포를 변화무쌍하게 바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베토벤 교향곡'합창'이 울려퍼진다. S석 1만원, A석 7000원. 문의 063)281-2748, www.jbticket.com △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전 18일 리사이틀= 매회 다양한 레퍼토리로 미국과 독일영국을 오가며 강렬한 무대를 선물해온 다니엘 전(본명 전강호)가 고향인 전주에서 리사이틀 공연을 갖는다. 앞서 광주와 부산서울에서 순회 공연을 열어온 그는 전주 공연에서 리사이틀 마침표를 찍는다. 18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서곡부터 슈베르트의 환상곡까지 다채로운 곡들을 들려줄 예정. 국내외 콩쿠르에서 일찍부터 두각을 드러낸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와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를 거쳐 영국 길드홀 음대 대학원의 석사과정과 미국 미시간 주립대 박사과정을 최우수로 졸업한 뒤 미국 주립대 교수를 역임했다. 개방성과 진취성을 무기로 자신의 음악적 반경을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는 그를 비롯해 한국예종 출신인 정상급 연주자들이 지난해 결성한 '헤리티지앙상블'이 이번 리사이틀의 주최주관을 맡았다. 전주 공연의 건반은 박진우씨가 맡는다. △ 전라북도어린이예술단 16일 송년 가족 음악회= 전라북도어린이예술단이 송년 가족 음악회'선물'(연출 양진환)을 내놓는다. 16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는 국악관현악단(지휘자 진성수)교향악단(지휘자 유수영)이 다소 서툴어도 그간 갈고 닦은 실력으로 호흡을 맞추고,비보이'이스트 기네스'와 연희놀음이 흥을 더하며, 미디어아트와 샌드 애니메이션 등 볼거리를 더한 무대로 준비한다. 전석 무료. 문의 1544-7063. www.jbticket.com△ JK 김동욱 with ZEBRA 14일 콘서트= 익산시가 송년 특별 콘서트에 JK 김동욱을 초청했다. 콘트라베이스(유정균)피아노(진한서)트럼펫(배선용)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트리오'ZEBRA'는 JK 김동욱과 감미로운 무대를 선물한다.JK 김동욱의 '미련한 사랑'과 '조율'을 부드러운 중저음 매력으로 만나고 트럼펫 솔로곡'넌버벌'과 피아노 솔로곡'난 행복해', 콘트라베이스 솔로곡'낙엽 톡톡톡'은 촉촉한 감성의 세계로 안내한다. R석(1층) 7000원, S석(2층) 5000원. 문의 063)838-607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4 23:02

비워내고 채워넣고…넘치지 않는 잔잔함

섬유공예가 송수미(47)씨는 의외의 면이 많다. 활달할 것 같으면서 낯을 가리고, 쿨할 것 같으면서 마음이 여린 구석이 있다. 지난 12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송수미 개인전'함께 나눌 수 있는 호흡'을 보노라면 그런 의외성을 정직하게 만나게 된다. 마음 한 켠에 밀쳐둔 우울함이나 슬픔이 그리움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뚜벅뚜벅 걸어나올 무렵, 작품들이 하나씩 완성됐다. 그래서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은 '비워내기'와 '채워넣기'의 반복"이라고 말한다. 곁에 있어도 사람이 그리울 때, 작업에 대한 확신이 도무지 들지 않을 때 한지는 그를 다독이고 위로해준 오랜 친구. 1991년 전북미술대전 대상 수상 이후 줄곧 한지로 위로받았다. 재료를 먼저 선택하지 않고, 기법을 먼저 선택하는 작업방식은 여전하다. 매일 내쉬는 숨이 같지 않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진행되듯 매일 봐오던 재봉틀그릇 등 소도구와 평범한 사람들을 다양한 층위로 바라보며 작품에 접목시킨 작품이 대다수. 누구라도 가장 은밀하면서도 정직한 모습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빛바랜 흑백사진을 통해 삶의 잔잔한 풍경과 그것이 지닌 역사성의 의미를 드러내는 방식은 그러나 깊어졌다. "특별한 건 좋지만 넘치는 것은 싫다"는 작가의 고민은 이렇듯 한지 안에서 밀도를 높여가고 있다. 오랜 작업으로 굳어진 그만의 스타일은 현란한 변주를 원하는 이들에겐 다소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의 아홉번 째 개인전은 18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이어진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4 23:02

24. 부안 유천리 출토 청자매병 - 천하제일 비색 품은 고려청자

고려청자를 보고 고려의 문인 이규보(李奎報·1168~1241)는 그의 시에서 "푸른 자기 술잔을 만든 솜씨는 하늘의 조화를 빌려왔나 보구려"라고 하였고, 중국 송나라 문신인 서긍(徐兢)은 '선화봉사고려도경'에서 "도기의 색이 푸른 것을 고려인들은 비색이라고 하며, 근래에 들어 제작이 공교해지고 광택이 더욱 아름다워졌다."라고 하였으며, 중국 송나라의 태평노인은 "고려의 비색자기는 천하에서 제일"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고려청자의 주요 생산지가 바로 바로 전북이다. 줄포만에 인접한 고창 용계리와 반암리, 부안 진서리와 유천리는 전남 강진만의 용운리, 계율리, 사당리와 함께 양질의 고려청자가 만들어졌던 곳이다. 부안 일대의 청자요지에서는 음각, 양각, 투각, 상감, 철화, 퇴화, 철채 등 다채로운 기법으로, 구름과 학, 파도와 물고기, 국화, 모란, 연화, 넝쿨무늬, 포류수금 등 다양한 무늬를 새긴 청자를 만들었다. 주된 형태는 대접, 발, 접시, 잔과 잔받침, 병, 매병, 의자, 향로, 장구, 주자 등이 있다. 진서리에서는 양질의 청자 외에도 약간 질이 떨어지는 일상 용기들이 주로 생산된 반면, 부안 유천리 요지에서는 양질의 세련된 청자가 생산되었다. 양질의 유천리 청자는 왕실에도 납품되었는데, 고려 명종(재위 1170~1202)의 지릉에서 출토된 청자와 유천리 청자가 유사한 점이나 유천리 특유의 흑백퇴화문 청자접시가 희종(재위 1204~1211) 석릉에서 출토된 점, 고려 국왕의 행궁으로 추정되는 파주 혜음원(1122년 창건) 유적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특히 부안 유천리 요지에서는 70~90cm에 달하는 대형의 매병이 출토되기도 하였는데, 국립전주박물관에 전시 중인 매병 두 점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지만 손에 꼽을 수 있는 대형 매병이다. 매병은 아가리가 좁고 짧으며, 어깨는 넓고 밑이 갸름한 형태의 병이다. 표면은 상감기법으로 모란과 용무늬를 아름답게 장식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고려청자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특별전이 12월 16일까지 열리고 있다. 만약 거리와 시간의 제약 때문에 서울에 가지 못하는 분이라면, 국립전주박물관을 찾기를 바란다. 국립전주박물관 미술실에는 이 두 점의 매병 이외에도 부안 유천리에서 출토된 고려청자는 물론 고려백자, 고창 용산리의 분청사기 등 전북 지역의 도자문화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1000년 전 하늘빛을 조우할 수 있는 행운의 기회가 될 것이다. 진정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2.14 23:02

갈팡질팡했던 39년 사목생활을 그리며

노벨문학상을 탄 버나드 쇼도 임종 직전 "죽는 것은 쉽지만, 희극은 어렵다"고 말했다. 인생은 희극이고, 객석에선 웃음보가 곧잘 터지지만, 그 무대에 선 배우는 땀을 뻘뻘 흘려야 한다. 그래서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적힌 구절은 '갈팔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다. 이제 거창한 사목은 그만. 전주 금암성당 주임신부를 끝으로 39년의 사목생활을 정리한 서석구 신부가 펴낸 글 모음집'구름 위에 별은 반짝이고'(신아출판사)는 '성령 충만기'라기 보다는 생각도 갈팡질팡, 삶도 우왕좌왕했던 자기 고백서에 가깝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를 읽은 신부는 '그래 나도 한 번 그리 살고 싶다'고 적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에 '사실은 나도 말은 이렇게 해보지만 닥쳐보면 어렵더라'라는 솔직한 고백은 오히려 친근감이 든다. 함께 들어줄 누군가가 대신 팔짱 끼고 지켜보는 구경꾼들은 즐비한 상황에서 스스로의 한계에 도달해 신을 찾는 이들에게 서 신부는 얼굴이 온통 일그러지더라도 인생의 바벨은 절대 내려놓지 말라고 권고한다. 어찌할 수 없는 한계 앞에서 안간힘을 쓰며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는 나약함을 인정하는 대신 신 앞에 엎드릴 줄 아는 미덕이 필요하다는 것. 둥지를 떠나는 신부는 "다른 한편 홀가분하다"며 마치 인류평화를 위해 장가를 가는 기분의 얼굴이 됐다. "인류평화를 위해 기꺼이 한 몸 희생해준 금암본당에, 전 인류를 대신해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 그는 자신에게 '사랑의 영수증'이나 다름없는 책을 이별 선물로 내놓았다. "영수증 받은 뒤 시간 나면 한 번씩 들러 달라"는 당부도 곁들이면서. 1974년 사제 서품을 받은 신부는 진안·익산·고창 성당 등을 비롯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교포 사목을 두루 거쳤고, 시집 '하루를 살아도','세월이 지나간 자리', 주일 복음 묵상집 '밀알 한 알이 썩지 않으면', 수필집 '삶에는 연습이 없다' 등을 펴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4 23:02

전북의 묵향… 흙의 숨결

전국 최초로 대학에 서예학과가 생긴 곳도, 2년마다 한 번씩 세계서예비엔날레가 열리는 곳도 전북이다. 곳곳에 명필명가가 숨어 있고, 이름 높은 서예가가 쓴 현판과 비석이 즐비해 글씨의 호사를 경험할 수 있는 전북의 서예는 특출나다. 그러나 누군가는 삼베에, 누군가는 칡을 짓이겨 쓰는 엄혹한 수련이 묵향의 도시를 만들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전라북도가 기획 테마 책자로 펴낸 '전북의 재발견 - 서예'에서는 전북의 서풍과 서예가, 명필과 그에 얽힌 숨은 이야기가 곡진하게 녹아 있다. 김진돈 전주문화원 사무국장, 남신희 월간 전라도닷컴 , 이상덕 전라일보 편집부국장 등이 발품 팔아 쓴 전북의 심도 깊고 화려한 서맥부터 서예가 디지털과 만나고 디자인과 접목되는 현대적 변용까지 빠짐없이 아우른 결실. 흙을 조물딱 조물딱 빚어내는 토기와 옹기가 전북에서 특별하게 대접받는 이유가 뭘까. 고려청자의 절정기라 할 수 있는 상감청자의 주 생산지가 부안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 또한 몇 안 된다. 이처럼 깊고 넓은 전북의 도예는 토기옹기청자분청사기백자까지 다채롭고, 거실이나 부엌 찬장에서도 전북의 사람들과 함께 숨쉬고 있다. 기획 책자'전북의 재발견 - 흙'에서는 김미영 전북대 연구원, 남인희 월간 전라도닷컴 , 황풍년 월간 전라도닷컴 편집장 등이 흙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들의 옹골진 이야기를 엮었다. 부안 이은규김제 안시성진안 이현배임실 이병로전주 방호식 유신아(부부)남원 김종옥 장인이 흙과 불과 가마에서 빚어낸 보물들은 다시 봐도 명불허전. 흙과 물불과 정성으로 빚어낸 전북 도예사의 숨결은 지금도 가슴 벅차게 차분하고 긴 호흡으로 내쉬고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4 23:02

아동 청소년 자연과학책 잇따라 출간

자연과 과학 현상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자연의 색이 품은 비밀'(리젬)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서수연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원이 공동 집필한 어린이 자연 과학책이다.색을 이용한 생물들의 다양한 생존 전략과 자연의 색이 생기는 이유 등을 풍부한 사진을 곁들여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나뭇가지처럼 변장하는 대벌레, 8초 만에 몸의 색을 바꾸는 공작넙치, 청록색 알을 낳는 알락딱새 등 동식물의 '변신 이야기'가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우리는 어떻게 지구에서 살게 되었을까?'(비룡소)는 우주의 생성과 지구의 탄생, 인류 진화의 비밀을 알려주는 청소년 과학책이다. 인류가 지구에 탄생하기까지 우주와 지구에서 일어난 12가지 우연한 사건을 통해 태초에 우주가 어떻게 생성됐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됐는지 설명한다.'원의 비밀을 찾아라'와 '달려라 사각 바퀴야'(작은숲)는 원, 사각형 등 수학 원리를 동화로 풀어낸 수학 동화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남호영 씨가 썼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수학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연합뉴스

  • 문화일반
  • 연합
  • 2012.12.14 23:02

"문화의 힘은 사람" 전북아르떼 1년 성과 아카이브전서 재확인

전북아르떼(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센터장 선기현)가 지난 1년 간 숨가쁘게 사업을 진행하며 재확인한 것은 문화의 힘은 바로 사람에 있다는 진리였다. 50년 가까이 군산 해망동 수산시장에서 차디찬 바닷바람을 맞서며 살아온 어머니들에게 버킷리스트(죽기 전 꼭 해야 할 목록)을 작성해 이루도록 해준 공예가 고보연(미술공감 채움)씨와 난생 처음 보는 바이올린을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모르는 부안 위도 어린이들에게 바이올린 연주회를 선물해준 비올리스트 박병선씨는 독일 유학이라는 화려한 간판에 연연해하지 않고 후미진 곳에서 소외된 계층을 위해 열정을 피워낸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이처럼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2012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을 통해 발굴한 박은주(차라리언더바) 심재균(극단 꼭두)씨와 익산문화재단(문화로 신바람)은 사람과 사람을 엮은 문화예술교육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공식을 증명했다.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이어진 '2012 아카이브 전시'는 무엇보다도 사람을 중심에 둔 사업의 전반을 아우르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담당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내년을 기약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알찼다. 기존에 학교에서 진행됐던 문화예술교육과 차별을 선언한 '즐거운 학교, 행복한 아이 지원사업'은 완주·부안·군산·익산 지역 학교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언어 순화, 행동 장애 등과 같은 문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문화예술교육으로 힐링을 유도해냈으며, 국내·외 현장 활동가들이 만난 사람들의 인터뷰를 기록하고 온라인에 공유하는 에듀터 사업은 문화예술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점칠 수 있도록 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3 23:02

전북문화계 결산 ② 문학 - 문학관 시대 열었지만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전북 문학계의 올해 가장 큰 경사는 지역 문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전라북도문학관(관장 이운룡) 개관이었다. 반면 전북문단을 이끄는 대표적 단체인 전북작가회의(회장 안도현)가 전북도의 문예진흥기금 배정에 불만을 제기하며 전북문인협회(회장 정군수)와 갈등을 빚어 문단 안팎의 걱정이 많았던 해이기도 했다. 시와 수필 등에서 많은 작품집들이 쏟아졌지만, 소설 장르의 창작집 발간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여전히 적었다. 눈에 띄는 화제작도 드물었다. 올해 전북 문단사를 한자성어로 정리해봤다.△ 기사회생(起死回生) : 전라북도문학관 개관 = 전라북도문학관이 지난 9월 21일 개관식을 갖고 전북 문단의 새 역사를 열었다. 전주 덕진공원 옆 옛 전북도지사 관사를 고쳐 문학인들의 품에 안긴 전라북도문학관은 전북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담으며, 한국 문학의 미래를 견인할 전북 문단의 보금자리로 힘차게 출발했다. 2010년 전북도가 문학관 설립 조례를 제정한 후에도 예산확보·관장 선임 문제 등으로 그동안 곡절을 겪은 끝에 개관한 문학관은 전북문인협회의 위탁 운영 아래 초대 관장에 이운룡 시인이 선임됐다. 문학관은 개관 기념으로 오세영 박사 초청 강연·완판본 기획전·전북문인들의 시화서각전 등을 시작으로 정종명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등 문학 인사 초청 강연회 등을 잇따라 열어 문학관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문인 중심의 문학관 운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냈다. 향후 문인들과 일반 시민들간 거리를 좁히고, 시민들이 문학과 문학관을 사랑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전북문인협회가 당초 문학관 민간위탁을 맡을 때 충분히 피력하지 않았던 턱없이 부족한 운영비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 영고성쇠(榮枯盛衰) : 도내 문학관 명암 엇갈려 = 한국 국문학과 현대 시조에 큰 발자취를 남긴 가람 이병기 선생을 기리는 시조 문학관 건립이 가시화되면서 문학계의 또 하나의 숙원이 풀리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로써 지난 6월 무주에 개관한 김환태문학관을 비롯해 지난해 개관한 부안 석정문학관과 기존의 고창 미당시문학관, 군산 채만식문학관, 김제 아리랑문학관, 전주 최명희문학관 등까지 합하면 문학관 시대를 예고한 셈이다. 그러나 군산 채만식문학관·김제 아리랑문학관·무주 김환태문학관은 작가의 원본이 없는 것은 물론 전문 인력마저 배치되지 않아 파리만 날리는 날이 더 많다. 반면 한국 문학의 발전과 문화시설의 모범적인 운영에 힘 쓴 공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창을 받은 최명희문학관은 올해도 선전했다. 최명희문학관은 전북일보·전주MBC·전북대·전주문화재단 등과 '전북지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혼불학생문학상','전라북도 초등학생 한식백일장' 등 각종 공모전과 백일장을 진행해 9000여 명의 참여를 유도해냈다. '문학치유를 통한 문학특강',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여사 초청강연'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을 만났고, 도내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한 혼불문학강연퍼레이드도 30여 곳을 찾아다니면서 도민들에게 최명희의 문학 열정과 문학인들의 창대한 기운을 퍼뜨렸다. △ 파사현정(破邪顯正) : 전북작가회의 문진금 심의 제동 = 전북도가 지원하는 문예진흥기금을 놓고 전북작가회의가 심사의 불공정성을 제기하며 자신의 단체 몫으로 배정된 기금을 반납키로 하는 등 문진금이 뜨거운 이슈가 됐다. 전북작가회의는 지난 3월 "문예진흥기금 문학 부문 심의위원이 이해 당사자인 전북문인협회 회장과 소속 회원들로 구성 돼 기금이 편파적으로 배분됐다"며 전북문인협회 배정 기금과 조목조목 비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작가회의는 올 문예진흥기금 선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북문인협회의 몫이 1억9800만원인 데 비해 전북자가회의는 총 2600만원에 불과하고, 개인별 창작지원금 선정자 수도 전북문인협회가 47명인 데 반해 전북작가회의는 2명 뿐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전북작가회의는 문진금의 재심의를 요구했지만, 전북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북문인협회가 작가회의의 주장에 정면 대응하지는 않았지만, 문진금을 둘러싼 두 단체간 앙금을 남겼다. 그러나 전북작가회의는 문진금 없이도 올해 젊은 문인들과 함께 다양한 사업을 이어나갔다. 기성 문인들의 작품을 놓고 난상토론을 도입한 월례문학토론회와 도민들과 함께 찾아가는 토론회 외에도 대선 후보 초청 토크 콘서트,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글발글발 평화 릴레이', 제1회 작가의 눈 작품상 수상까지 쉴새없이 움직였다. 반면 전북문인협회는 전북 문인 대동제, 전북 새만금 문학제 등과 같은 기존 사업을 그대로 답습하는 데 그쳤을 뿐 도민들의 주목을 받은 사업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전라북도문학관 개관 후 문협의 역할이 위축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 백척간두(百尺竿頭) : 구관이 명관 = 올해는 유독 기력이 약해 보였다. 안도현 시인의 '일기'가 지난해 발표된 신작시 가운데 문인들의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오늘의 시'로 뽑히고 김용택 시인이 제7회 윤동주문학대상을, 박성우 우석대 조교수가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책 출간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한국소설 인기 순위 10위 가운데 정읍 출신인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3·4위를 차지하는데 머물렀다. 지난해 '난설헌'(최문희 저)이 문단 안팎에서 화제를 불러 모으면서 10만부라는 이례적인 판매고까지 기록한 전주MBC의 혼불문학상은 올해 '프린세스 바리데기'(박정윤 저)가 수상했다. 이처럼 전북 문학의 동력이 부족하게 된 것은 정체불명의 문학상, 갈수록 쉬워지는 등단 시스템 등에 기인한다.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 상에 사숙·친분 관계로 인한 나눠먹기식 수상자 결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나, 각종 문예지에서 남발하는 등단으로 인해 오히려 등단하지 못한 이들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다. 심지어 정년 퇴임 이후 작가 등단은 당연한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자기 살을 깎는 치열한 작가 정신이 담보되지 않는 문인들의 양산은 전북 문단의 제 살 깎아내기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밟아 등단시켜야 한다는 지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 보인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3 23:02

"전북 문화예술인 신명나게 하는 상"

지난 12일 오후 3시 전주 전통문화관 한벽극장에서 열린 '제16회 전북예총 하림예술상 시상식'. 전북예총(회장 선기현)과 (주)하림(회장 김홍국)이 매년 도내 문화예술계 발전에 기여한 예술인들에게 수여하는 전북예총 하림예술상을 전하는 귀한 자리다. 전북예총 하림예술상을 수상한 김명신(66·국악협회) 김순영(76·문인협회) 김성지(78·음악협회) 이 자(58·건축가협회) 최 선(77·무용협회) 강정이(51·미술협회)씨는 차례로 무대에 오르며 기쁨으로 상기된 얼굴로 화답했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무대에 올라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한 최 선(전북무형문화재 제15호 호남살풀이춤 보유자)씨는 "오늘 상금(200만원)을 전액 기부하겠다"는 통 큰 소감으로 박수를 받았고, 이 자씨는 "내 이름은 은행에서 가장 좋아한다"고 재치 있게 답변해 좌중에 웃음을 선물했다. 이처럼 다들 수상의 기쁨을 전하는 말은 각자 달랐지만, 각자 자신의 인생에 큰 힘이 되어주는 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이들을 축하하러 온 김완주 도지사는 상을 수여하는 (주)하림을 두고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것은 바로 훌륭한 예술가들을 아낌없이 후원한 메디치家 덕분"이라며 "하림의 기부로 전북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기름진 토양이 마련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도 "오늘의 영광을 전북 예술발전의 초석이 되어달라는 회원들의 성원으로 받아들이고 가일층 예술혼을 불태워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전북예총 하림예술상 공로상을 받은 최경성(43·연극협회) 김춘자(57·문인협회) 이건옥(58·미술협회) 이갑록(61·군산예총) 염광옥(47·무용협회)씨와 익산목발노래보존회(익산예총)에게도 훈훈한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시상식이 끝난 뒤 익산목발노래보존회가 흰 바지저고리를 입고 지게 목발로 작대기 장단을 치며 부른 익산목발노래를 선보여 백의민족의 소박한 삶을 떠올리도록 했다. 시상식에는 시상식 주최자인 이문용 (주)하림 사장과 선기현 회장을 비롯해 김완주 도지사, 김남곤 전북일보 사장, 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 임병찬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 이동호 전라북도인재육성재단 이사장, 안홍엽 필애드 대표, 황병근 전 전북예총 회장, 이영석 목정문화재단 사무총장, 조금숙 광복회 전북지부장, 성준숙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 김혜미자 한지문화진흥원 이사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3 23:02

가슴 저린 농촌 풍경, 화폭에 담아

80년대 중반부터 농촌에 둥지를 틀고 농사와 농민운동에 몸담아온 '농민 화가' 박홍규씨(53)가 다시 우리 농민들과 세상 밖으로 나왔다. '신농가월령도'를 주제로, 3번째 여는 개인전이다(12일부터 18일까지 전주 서신갤러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도 외면받는 농촌과 농민들의 삶이 화폭에 가득 담겼다."논밭을 밀고 들어서는 신도시, 땅 걱정격걱정빚 걱정생산비 걱정재해 걱정새끼들 걱정 속에서도 묵묵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농사지으며 투쟁하는 농민들, 아스라이 잊혀져가는 고향의 이미지들. 우리는 너무 쉽게 신자유주의 경쟁의 정글 속에서 그립고 가슴 아픈 추억들도 잊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아버지 어머니를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작가는 "식량 자급률 22%, 쌀 자급률마저도 30년 만에 82%로 추락해버린 2012년 농촌의 모습과 농민들, 그리고 아름답고 가슴 저리고 숭고하기까지 한 농촌의 풍광과 농민들의 삶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역설했다.그러나 "너무 무겁지 않게 그리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우리농민들의 일상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2012년도 오늘의 농촌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 부안 출신으로,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했다. 완주군 이서면에 작업실을 두고 있으며, 미술동인 두렁전북민미협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2.12 23:02

12. 이기반(李基班)편 - 사랑을 기도하는 순백의 박애주의자

가을은소리가 난다.갈잎 서걱이는바람 소리짙은옥색 비단 자락에은하수 흐르는 소리[...]내 가슴에 영롱한 점 하나 찍어 놓고팔랑이는 옷자락옥양목 스치는 소리가을은 떠나면서도소리가 난다. -「가을 소리」일부, 1977년퍽 감각적이다. 스산한 가을의 정념을 청각적 이미지로 감지하고 있다. '갈잎에 서걱이는 소리', '옥색 비단 자락에 흔하수 흐르는 소리', '바람결에 팔랑이며 옥양목 스치는 소리'들이 그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서늘한 하강(下降)의 이미지들로서 그것들이 '내 가슴에/ 점 하나 찍어 놓고/ 돌아서'서 가을 소리로 떠나가고 있다니..., 맑고 투명한 가을 하늘처럼 청량한 가을날의 심상이 아닐 수 없다. 꺾고 싶은 꽃이거들랑차라리 멀리서 보아라감미로운 미소가향기로 번지다가피보다 진한 사랑으로 피어나게 꽃을 바라보는 마음으로이웃을 보고 세상을 보아라이파리로 돋아나듯순수의 나비가 춤을 추다가장미 빛 사랑으로 영글어지게사랑하고 싶거들랑뜨거운 눈물부터 배워라영혼이 녹아 흐르는 그 자리에 가득 부어질-「십자가의 연가」에서, 1983년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삶의 철학과, 생활 자세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꽃을 꺾지 말고 그대로 두고 보라' 고 한다. 상대를 소유하려고 하는 물리적 독점의 이기(利己)가 아니라, 상대의 존재 의의와 가치를 그대로 존중하면서 그 향기를 이웃과 함께 그대로 공유하고자 하는 평화공존과 박애의 정신을 엿보게 한다. 2연에선, 꽃과 나비가 공존공생하며 아름다운 삶을 서로 영위하듯, 이웃과 이웃, 세상과 세상의 관계 또한 서로 돕고 돕는 상생과 화해의 세계, 그런가 하면 '사랑=눈물'이라고 하는 순수와 자기 헌신을 통해 보다 깊은 사랑과 구원을 노래한 3연, 그리고 자신을 태워 이웃을 밝히는 촛불의 순교자적 희생정신들이 그의 삶 속에서 아름답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십자가의 연가」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모질도록 짓밟히는 아픔에못 견디는 슬픔일랑모두 삼켜 버리고 어둔 밤 별빛 밝히는 한 포기 들풀로 거기 서 있거라- 「한 포기 들풀로」에서, 1987년짓밟히고 '짓밟히는 아픔'과 '슬픔'도 '모두 삼키고' 굳건히 일어선 '한 포기 들풀'이기를 소망한다. 이처럼 고난 속에서도 '일어서고', '어두운 밤'에도 맑은 영혼의 기도로써 어둠을 미학으로 승화시켜 가는 모습에서, 일찍이 '시를 종교로, 시작을 신앙으로 여기며' 일생을 구도자적인 모습으로 일관되게 살아온 시인의 한 생을 본다./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화일반
  • 기고
  • 2012.12.12 23:02

따뜻한 가슴 날카로운 시선……부챗살처럼 펼쳐낸 사회 탐구

'행정학인가 하면 문학아카데미에 밝고, 독일 행정대학원인가 하면 뉴욕 스칼러십이다. 말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 교수는 번개다'우석대 이병렬 교수(행정학과)의 회갑 문집 '미르의 산책'(조이앙스)에 붙인 고하 최승범 시인의 축시다. 안도현 시인은 "이 교수의 열정은 대학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바깥으로 부챗살처럼 퍼져나가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연구실 중심의 학문 탐구의 영역을 우리 사회와 우리 지역으로 확장시키려는 의식 때문"으로 보았다.이 교수가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묶은'미르의 산책'은 필자가 바로 따뜻한 가슴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의 이야기다. 필자는 "고향과 주변지역을 포함한 우리나라와 우리민족의 삶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다물정신으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꾀해보려는 바람을 거시적이면서 혹은 미시적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미래를 위한 큰 울림을 담고 싶어 고민한 글들이다"고 서문에서 밝혔다.필자는 또 "미르와 같이 실존하지는 않지만, 승천하는 용의 기운으로, 우리 가슴 속에 존재하는 꿈과 미래를 가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다"며, 독자와 함께 건강한 정책 대안을 모색해보고 싶다고 했다.한민족의 디아스포라를 통해 세계 속의 한국인을 생각했고, 굴곡의 한국 근현대사에서 오늘의 현실과 내일을 바라보았으며, 정치 선진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지역혁신과 새만금·지방자치 등 전북발전의 꿈을 의제로 삼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이 교수는 12일 오후 6시 전주코아리베라호텔에서 책 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를 연다.한국행정학회 부회장·한국공공관리학회 부회장·뉴욕한인회 정책자문위원·미국 태권도교육재단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2.12 23:02

전북문화계 결산 ① 프롤로그 - 왔노라,즐겼노라…그러나 추웠노라

올해 전북 문화예술계는 '2012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전북을 찾는 이들에게 문화의 저력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전북문인들의 숙원이었던 전라북도문학관 개관을 시작으로 전북도립미술관의 '세계미술거장전' 유치·'2012 세계순례대회' 개최까지 굵직한 사업과 이벤트가 이어졌다. 그러나 문화예술인들의 염원인 전북문화재단 출범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었고, 전북도가 전국 최초로 '삶의 질 정책과'까지 신설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문화정책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못했다. 전북도의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이나 생활문화예술동호회 출범 역시 시행착오를 겪었다. 전북지역에서 올 한해 진행된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점검을 시작으로, 분야별 결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몰렸다= '2012 전북 방문의 해'를 맞은 전북도는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때 이렇다 할 메가 이벤트를 내놓진 못했다. "전국적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오히려 메가 이벤트가 그 지역을 알리는 행사를 재조명할 수 없게 만든다"는 양비론이 존재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전북도립미술관의 세계미술거장전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와 4대 종단을 아우른 '아름다운 순례길'을 걷는 '2012 세계순례대회'가 아니었다면 그나마도 전북 방문의 해가 무색할 뻔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 축제로 꼽힌 '무주 반딧불 축제'와 '김제 지평선 축제' 등이 상반기 관광객들을 잡아끌고, '음식의 고장 = 전북'이라는 위상을 충족시키는 '2012 한국음식관광축제'와 '2012 전주비빔밥축제'와 '2012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하반기 관광객들을 몰아주면서 전북 방문의 해 체면을 살렸다. △ 시끄러웠다= 새해 벽두부터 (사)한국예총 전북지회 선거가 시작 돼 전북의 문화 지형도가 재편된 한 해였다. 그러나 전북예총 회장을 비롯한 전북예총 산하 협회와 시·군 지부 선거로 인한 잡음이 계속됐다. 전북예총 회장에서 떨어진 김학곤 전북국악협회 회장이 재선한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에게 대의원·입후보 자격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해 문화예술계를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올해 각종 파문의 진원지는 전주국제영화제였다. 유운성 전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 해임 배경을 둘러싸고 조직 내부를 둘러싼 갈등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그동안 쌓아온 전주영화제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새로운 수장으로 고석만 신임 집행위원장이 선임됐으나, 다시 집행위원장과 직원들이 갈등을 빚어 8명이 '집단 사표'를 내 내년 영화제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를 샀다. △ 쏟아졌다= 전북도가 전국 최초로 '삶의 질 정책과'를 신설해 도민들의 삶의 질을 챙기는 정책을 내놓겠다고 했을 때 다들 반신반의했다. 연착륙 준비기간일 수 있겠으나, 슬로시티·마을 만들기 사업 등으로만 요약되는 '삶의 질' 개념에도 온도차가 있는 데다, 전문 인력 배치가 없어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애매한 상황. 도가 '문화 복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추진한 14곳 시·군에 파견된 문화복지전문인력'문화코디네이터' 배치와 '전북생활문화예술동호회 네트워크 협의회' 발족 또한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도내 문화동호인 2500여 명을 아우른 생활문화예술동호회 페스티벌 역시 전국적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도가 2016년까지 40억을 투입하기로 한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은 사업 주관처인 지자체와 동상이몽이다. 도가 요구한 '제2의 홍대 거리'를 지자체가 원도심 활성화로 해석하면서 도가 제동을 걸어 차질을 빚었다.△ 추웠다= 올해 전북도 문화예술진흥기금 투입된 31억. 문진금을 비롯해 무대공연작품제작, 레지던스, 해외전시지원, 상주단체 지원사업 등 더 다양해진 사업들이 더 많은 예술인들에게 혜택을 준 것처럼 보였으나, 지역 문화계는 여전히 한기가 돌았다. 공연 규모가 중소형으로 축소되면서 명분을 잃은 전북도의 브랜드 공연을 놓고 "지원기금을 그렇게 줘도 브랜드로 내놓을 만한 공연 하나를 여지껏 못 건졌다"는 일각의 푸념은 문진금 실효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해 연 문화예술지원사업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때 아닌 전북문화재단의 출범 필요성이 재점화되면서 전북 문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전주교동아트센터의 레지던스와 우진문화재단의 상주단체 지원사업이 전국 우수 사례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 문화적 자긍심을 재확인했다. 전북 문단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전라북도문학관의 뒤늦은 개관은 반갑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배정한 도는 문인들의 자존심에 금이 가도록 만들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2.1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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