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부안 유천리 출토 청자매병 - 천하제일 비색 품은 고려청자
고려청자를 보고 고려의 문인 이규보(李奎報·1168~1241)는 그의 시에서 "푸른 자기 술잔을 만든 솜씨는 하늘의 조화를 빌려왔나 보구려"라고 하였고, 중국 송나라 문신인 서긍(徐兢)은 '선화봉사고려도경'에서 "도기의 색이 푸른 것을 고려인들은 비색이라고 하며, 근래에 들어 제작이 공교해지고 광택이 더욱 아름다워졌다."라고 하였으며, 중국 송나라의 태평노인은 "고려의 비색자기는 천하에서 제일"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고려청자의 주요 생산지가 바로 바로 전북이다. 줄포만에 인접한 고창 용계리와 반암리, 부안 진서리와 유천리는 전남 강진만의 용운리, 계율리, 사당리와 함께 양질의 고려청자가 만들어졌던 곳이다. 부안 일대의 청자요지에서는 음각, 양각, 투각, 상감, 철화, 퇴화, 철채 등 다채로운 기법으로, 구름과 학, 파도와 물고기, 국화, 모란, 연화, 넝쿨무늬, 포류수금 등 다양한 무늬를 새긴 청자를 만들었다. 주된 형태는 대접, 발, 접시, 잔과 잔받침, 병, 매병, 의자, 향로, 장구, 주자 등이 있다. 진서리에서는 양질의 청자 외에도 약간 질이 떨어지는 일상 용기들이 주로 생산된 반면, 부안 유천리 요지에서는 양질의 세련된 청자가 생산되었다. 양질의 유천리 청자는 왕실에도 납품되었는데, 고려 명종(재위 1170~1202)의 지릉에서 출토된 청자와 유천리 청자가 유사한 점이나 유천리 특유의 흑백퇴화문 청자접시가 희종(재위 1204~1211) 석릉에서 출토된 점, 고려 국왕의 행궁으로 추정되는 파주 혜음원(1122년 창건) 유적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특히 부안 유천리 요지에서는 70~90cm에 달하는 대형의 매병이 출토되기도 하였는데, 국립전주박물관에 전시 중인 매병 두 점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지만 손에 꼽을 수 있는 대형 매병이다. 매병은 아가리가 좁고 짧으며, 어깨는 넓고 밑이 갸름한 형태의 병이다. 표면은 상감기법으로 모란과 용무늬를 아름답게 장식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고려청자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특별전이 12월 16일까지 열리고 있다. 만약 거리와 시간의 제약 때문에 서울에 가지 못하는 분이라면, 국립전주박물관을 찾기를 바란다. 국립전주박물관 미술실에는 이 두 점의 매병 이외에도 부안 유천리에서 출토된 고려청자는 물론 고려백자, 고창 용산리의 분청사기 등 전북 지역의 도자문화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1000년 전 하늘빛을 조우할 수 있는 행운의 기회가 될 것이다. 진정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