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모르는 문화이야기] ⑮ 무형문화재, 하늘의 별 따기
"제가 판소리를 많이 하고 다니지만, 사실 가야금 병창도 잘 합니다."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인 안숙선 명창은 소리꾼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다. 그를 두고 판소리 문화재로 지정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문화재를 2개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살풀이와 승무 보유자인 이매방씨가 유일하다.전통예술인들에게 무형문화재 지정은 꿈과도 같다. 평생을 바쳐 일궈온 예술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며, 지정과 동시에 대우가 달라진다. 매달 받게 되는 전수활동비가 적다는 불만도 있지만, 문화재가 되면 배우려는 제자들 숫자부터 급격하게 늘어난다. 몸값이 급등하는 셈이다.때문에 '누가 문화재로 지정되느냐'는 같은 장르에 있는 전통예술인 사이에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며, 문화재를 지정하는 문화재청 역시 난감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무형문화재(無形文化財)는 '인류의 정신적인 창조와 음악·무용·연극·공예기술 및 놀이 등 물질적으로 정지시켜 보존할 수 없는 문화재 전반'을 말한다. 이 중 소멸될 우려가 있고 역사적 또는 예술적으로 가치가 큰 것들을 1962년부터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왔다. 형체가 없기 때문에 그 기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지정, '인간문화재'로 불리기도 한다.국가지정 무형문화재를 비롯해 전국의 무형문화재는 440명. 전북도 지정 무형문화재는 29종 6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그 중에서도 판소리가 12명으로 가장 많으며, 제1호는 1984년 익산목발노래의 고 박갑근씨였다.도 지정 문화재 및 명예보유자 전수활동비는 한달에 70만원으로 1년에 한 번 공개행사를 해야 하며, 도에서는 1년에 두차례 실태조사를 나간다. 국가지정 문화재의 전수활동비는 100만원. 전북의 국가지정 문화재로는 판소리 오정숙, 이리농악 김형순, 가야금 산조 및 병창 강정렬, 백동연죽장 황영보 길영자, 위도띠뱃놀이 김상원 이종순, 이리향제줄풍류 강낙승 김규수, 윤도장 김종대씨가 있다.전북도 문화예술과 이상훈 학예연구관은 "도지정에서 국가지정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승격신청을 해야 하는데, 몇 년 전부터는 지방화시대 분권을 이유로 승격신청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문화재 신청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도지정 문화재 경우, 신청서류를 작성해 각 시·군에 접수하면 도에서 관계 전문가 3명을 위촉해 지정 가능성을 먼저 검토한다. 1개월 동안의 지정예고 기간을 거친 후 관련분야의 전북도 문화재위원회가 현장을 답사, 직접 기능 또는 예능을 확인한 후 문화재 지정 여부를 확정 짓는다. 이 학예연구관은 "문화재 신청에 있어 나이 등의 제한은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3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문화재 지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도내에서는 2003년 한지 제조자간 시비가 붙어 조사에 재조사를 거듭한 적이 있다. 결국은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심의위원들 앞에서 제조자들이 한지를 만들고 재료까지 샘플로 채취해 분석, 50장에 달하는 보고서까지 만들어졌다.문화재가 전수활동이 어렵거나 건강이 좋지 않을 때에는 명예보유자로 물러나게 된다. 현재 도지정 문화재 중 명예보유자는 고창농악 정창환, 시조창 최규남, 김제농악 박판열, 판소리 강광례씨가 있다.문화재 해제조건은 사망, 정신 이상, 관련 분야에서 금고형 이상 등으로 엄격한 편이다. 문화재 사망시 준보유자가 보유자로 승격되며, 이수자는 5년간 전수장학생으로 활동한 사람으로 보유자가 직접 지정하고 이수증을 준다.